주말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어요. 거기 카페에서 파는 치즈케익이 맛있거든요. '8시에 만나!'를 읽고 나선 계속 치즈케익을 생각했어요. 신성모독을 불러오는 그 촉촉하고 진한 맛. 곁들이는 음료는 역시 진한 에스프레소가 적격입니다. 왜 두 잔인가하면... 둘씩 오라고 해서요.
제가 국중박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2층 서화관이에요. 거기엔 귀여븐 강아지랑 고양이, 나비랑 꽃 그림이 많습니다. 장승업이 그 힘찬 화필로 이렇게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그려놓았습니다. 그걸 바라보는 제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유리에 살짝 비쳤습니다만...
우리나라 박물관이지만 갈 때마다 기념품을 삽니다. 12지신 장식품들로 가족사진 찍어보고요, 수저받침 역시 12지신으로 골라 사왔습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꼬꼬댁.
'몽고전'을 봐야죠. 실은 그게 목적이었어요. 말, 평원, 게르, 양, 낙타, 침략....의 몽고. 게르 체험관에 앉아계신 몽고분이 몽고어로 인사를 건네시기 전엔 우리나라 사람인줄 알았고요. 역사시간에 배웠던 전쟁의 역사를 생각하면 곱고 예쁜 마음은 가지기 힘들지만, 역사의 시대 별로 강자의 조건은 바뀐다는 걸 확인했어요. 칼 휘두르며 말 달리는 그들은 얼마나 무서운 존재 였을까. 그들의 예술품은 이렇게 멋져도...
역시나 기념품 코너가 있어요. 거기에 낙타 장난감을 팔던데 내꺼 하나 사면 막내도 뭔가를 집어들 것만 같아서 (게르 모형 같은 거) 참았고요. 지금은 후회합니다. 낙타 장난감 너무 이쁘고 보드라우니까 꼭 사세요.
그리고 일요일엔 속터지는 엘지 야구를 봤습니다. 신ㅈ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솜씨에 기립박수! 그리고 '조선야구사'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조선 땅 위에서의 니혼징들의 야구 역사에 가깝군요. 1904, 1905, 1907년으로 갈리는 조선(인)의 야구 역사의 시작은 힘든 역사 속에서 꾸준히 그 씨앗을 품고 있다가 21세기에는 열 개나 되는 프로팀을 만들었습니다. 돈 받고 그거밖에 못하냐! (부글부글). 이 책에는 1907년 부터 1930년에 이르기까지 몇몇 경기의 기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응원가도 실려있네요. 전기도 아닌데 빠른 우리팀 주자, 라니 옛날 우리팀이었던 슈퍼소닉도 생각났고요.
밥을 하면서 한국인의 밥상 재방송을 틀어놨더니 멸치 특집입니다. 얼릉 마른멸치 두줌을 볶기 시작했습니다. 통영에 '사량도'라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아 사량도, 그 사량도.
박완서의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에 나오는 바로 그 섬이 사량도 였어요. 가상의 섬인줄만 알았는데, 진짜 있는 동네였네요. 씨알 굵은 멸치를 소금 툭툭 쳐서 구워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
오늘은 덥답니다. 그래서 큰 주전자로 가득 보리차를 끓입니다. 그리고 점심엔 혼밥으로 식힌 보리차에 밥을 말고 볶아둔 멸치랑 엄마가 주신 열무김치를 먹을겁니다. 벌써 점심 생각을 하다니. 나란 사람, 정말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