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변화한다는 것은 원숙해지는 것이며,
원숙해진다는 것은
무한정 자신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 앙리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에서


시집을 펼쳐들었다. 시인의 말 모두에 적힌 것이 이 글이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정향이 있을 것이다. 때때로 변하고, 다가가거나 물러서면서도 변하거나 제대로 보지 못해 못 알아차린 것들이 그것일 것이다. 코나투스. 친숙한 사물들에는 나의 시간과 정념, 아니 때에 따라 변하는 마음이 어려있다. 마음이 출렁거리는 이상 그 사물들을 잊을 수도 지워버릴 수도 없다. 어느 순간 다가온 너이기도 하다. 바보같이 멈추는 것에 모든 시간들의 팔할을 주었다. 멈추어 있는 것만 보려했다. 마치 사물의 정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은 없다. 그래서 움직임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기를 쓴다. 아니다 기를 써서 되는 일은 아니다. 마음을 준다. 감정의 결에 더 마음을 주고, 한 것보다 하려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딱딱하게 고정된 시선보다 여러 풍부한 시선이 흘러나오거나 배여있는 것들을 본다. 그래 힘겹다. 하지 않던 일을 해서 힘들다. 뭔지 모르겠어서 힘이 든다.

지난 토요일 기다린 만남이 있었다. 보문산 골목길은 반십년이나 된 과거의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여전히 이십칠팔년이나 된 기억과 사건들도 묻어 나왔다. 문득 나라는 사물은 무언가라고 묻는다. 내가읽는 나가 아니라, 친애하는 사물들처럼 이리저리 변하는 나를 염두에 두어봤다. 벗들과 이동하는 중에 서편에 초승달이 걸려있다. 그 달은 여름의 목을 치고 있는 듯 싶었다. 더위에 질식할 것 같은 여름의 목을 댕강치고 싶었다.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쓸데마다 한번 죽어야 한다는 글이 생각난다. 어느 시인의 말인지는 정확치 않지만, 그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석처럼 멈춰진 나란 사물을 만나기도 싫고 그런 너도 만나기 싫다. 뭔가 스스로에게서 절반 발을 뺀 나. 그래 그 표정을 다시 보고 싶은게다. 가을에 내 얼굴을, 네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라고...너의 얼굴에 스친 바람결들이 너를 다르게 손짓한다면, 그 손가락이 천개쯤 되어 어디를 볼지 정신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다.(*허수경시집 누구도...에서) 물론 이는 글의 오버이기도 하다.

신현림 시인의 삶을 잘 몰랐다. 반지하 앨리스의 3부를 날름 읽었다. 앞의 시인의 말도 삼켰다. 싫어할 수게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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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말했다. 평화, 인권, 사랑, 사회라는 것은 없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녀는 분개한 듯했다. 철학자라는 사람들이, 인간을 중심에 두고 사유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그리 남성편향적이었냐고..좋아하는 철학가들 면면의 사적행태에 대해 알아가며 진절머리가 나는 듯했다. 그 분한감정은 혼자일 수밖에 없고 한나 아렌트처럼 그 자리를 보란 듯이 뚫고 일어서지 않으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리고 최근 학교 게시판의 성폭력에 대한 현실에도 편치 않은 감정을 보였다. 페미니스트란 말을 하는 순간 갇히는 것은 아니냐고 말이다. 철학가나 사상가들의 사유라는 것도 시대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개인, 사회라고 따로따로 이름붙여 사유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늘 깃털 같은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그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냐...사회라는 끈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물론 그런 좌절들이 사랑, 인권, 평화라는 개념들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지만.....대답이 궁색했다. 그녀의 분은 삭아들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도 사랑이라는 끈 하나는 잡아두고 싶다는 그를 보내고 마음이 내내 걸린다...........새벽이 되어서야 생명이라는 것이 그렇게 똑똑 끊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타고 올라왔다. 과거도 곁도...지금도 앞도.....흐름도 누적되는 것이라고.....혼자 생각해도 혼자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마음이란 것이 그렇지 않듯 존재도 그런 것이라고.....두서가 없어지는 아침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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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 불가능에게로

1.

[ ] 농담 한 송이 -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끝끝내 서럽고 싶다/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살고 싶다
[ ] 그 그림 속에서 - 생각해보니 꽃이나 당신이나 모두 노래의 그림자였군요 치료됮 않는 노래의 그림자 속에 결국 우리 셋은 들어와 있었군요/생각해보니 우리 셋은 연인이라는 자연의 고아였던 거예요 울지 못하는 눈동자에 갇힌 눈물이었던거예요
[ ] 이 가을의 무늬 - 만지면 만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검푸른 짐승의 울음 같았던 여름의 무늬들이 풀어져서 저 술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무늬의 시간이 올 때면,/오므린 손금처럼 어스름한 가냘픈 길, 그 길이 부셔서 마침내 사윌 때까지 보고 있어야겠다 이제 취한 물은 내 손금 안에서 속으로 울음을 오그린 자줏빛으로 흐르겠다 그것이 이 가을의 무늬겠다
[ ] 베낀-오늘 아침 국 속에서 붉은 혁명의 역사는/인간을 베끼면서 초라해졌다/.....꿈은 빛을 베껴서 가을 장미의 말들을 가둬두었다/그 안에 서서 너를 자꾸 베끼던 사랑은 누구인가/그 안에 서서 나를 자꾸 베끼는 불가능은 누구인가
[ ] 네 잠의 눈썹 - 그 마음에 맺힌 한 모금 속/한 사람의 꽃흉터에 비추어진 편지는/오래된 잠의 눈썹//시작 없어 끝 없던 다정한 사람아/네가 나에게는 울 일이었나 나는 물었다/나니, 라고 그대 눈썹은 떨렸다

2.

[ ] 포도 - 잎의 손금을 부시도록 비추던 빛이/공중에서 짐짓 길을 잃는 척할 때// 열매들이 올 거다
[ ] 수박 - 나, 수박 속에 든/저 수많은 별들을 모르던 시절/나는 당신의 그림자만이 좋았어요
[ ] 목련 - 당신이 지면서 보낸 편지를 읽고 있어요/짧네요 편지, 그래서 섭섭하네요/
[ ] 라일락 - 웃다가 지네/나의 라일락

3.

[ ] 연필 한 자루 - 붉게 울면서 태양과 결별하던 자두를 그렸다/.../늦여름의 만남, 그 상처의 얼굴을 닮아가면서 익는 오렌지를/그렸다/... 마침내 필통도 그를 매장할 때쯤/이 세계 전체가 관이 되는 연필이었다. 우리는/점점 짧아지면서 떠나온 어머니를 생각했으나/영영 생각나지 않았다/우리는 단독자, 연필 한 자루였다
[ ] 우연한 감염 - 나의 망설임은 당신을 향한 사랑인지 아니면 나를 향한 폭력인지
[ ] 온몸 도장 - 마당에는 빛만 가득하다.....유리창에는 내 그림자만/검은 온몸 도장 같은 내 그림자만//..//그런 다음 무얼 하지?/아직 마당엔/빛의 연기가 하얀데/빛의 향기만이 멈추어 섰는데

4.

[ ] 오래된 일 - 눈동자의 시절/모든 죽음이 살아나는 척하던/지독한 봄날의 일/그리고 오래된 일
[ ] 발이 부은 가을 저녁 - 바람은 파스를 붙인 어깨로/늙은 호박의 가장자리를 말리고/마당 그늘에서 고사리는 갈빛의 우산을 펴네요//...별들에게는 빛이 발이었나 봅니다/대야는 별빛으로 가득합니다.
[ ]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 그대들이 챙긴 사랑의 편지지와 빛이 다른 것/그 차이가 누구는 빛의 차이라고 하겠지만/사실은 세기의 차이다/태양과 그림자의 차이다/이것이 고독이다//...잘 지내시길,/이 세계의 모든 섬에서/고독에게 악수를 청한 잊혀갈 손이여/별의 창백한 빛이여
[ ] 유령들 -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다가 물에 빠져 죽는 것이 21세기의 일입니다
[ ] 빙하기의 역 -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서/누구에게든/누구를 위해서든
[ ] 가을 저녁과 밤 사이 - 사랑이 무어냐?// 당신을 두고 가는 거라고 대답했을 때 아, 우리는/멍들었네...

5.

[ ] 가짓빛 추억,고아 - 어느 날 슬플 때 빛은 무자비했나 어느 날 욕정에 잡힐 때 빛은 아련했나 어느 날 기쁠 때 가지는 사라져서 빛은 뼈 속으로 혼곤하게 스며들었나 그 뒤에 돋아나는 빛은 자지러지게 우는 갓 태어난 아이를 닮으며 사무치게 널 안았나
[ ] 언제나 그러했듯 잠 속에서 - 모르는 이가 나를 안는다/모르는 이의 잠을 나는 잔다/나는 노래를 부른다/이 노래는 수십 년 전부터 불렀는데도/부를 때마다 아프다/아파서 그만두고 싶은데/모르는 이가 자꾸 시킨다/불러, 그 노래를
[ ] 나는 춤추는 중 -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볕뉘

연필 한 자루로 그리는 그림들.....그 안에 노래의 그림자로 남는 꽃, 너, 그리고 나.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고.... 오래된 일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그 끝을 잡는다.... 기쁨은 흐릿하게 오는 것이라고.....그녀는 농담 한 송이를 슬쩍 건넨다.....그래.....나비의 색깔이 밝아진다...그녀가 그린 그림은 빛이 도드라지게 어두운 부분을 칠하고 칠했다는 것을......... 시어에 다른 색감들을 잔뜩 부여하면서.....별과 달과 눈과 빛과 과일과 태양을 다시 다시 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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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은 능동적이고 상호 관련된 체계로서의 우리의 감각들이 단독으로 적응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는지를 설명한다. 6
[ ] 동물이든 사람이든 관찰자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연속적으로 변하는 감각상태를 기초로 항상적인 지각을 획득할 수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동물과 사람은 환경 내의 변화뿐만 아니라 환경의 영속적인 속성을 지각하고 반응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25
[ ] 능동적인 관찰자는 감각상태들이 변하는데도 불구하고 불변하는 것으로 지각한다. 그는 빛 감각상태가 변화해도 시각을 통해 대상을 동일하게 지각하고, 압력 감각상태가 변화해도 촉각을 통해 동일한 대상으로 지각하며, 귀에서 소리 크기 감각상태가 변화해도 동일한 소리로 지각한다. 25
[ ] 눈과 입, 손의 움직임은, 사실 지각체계의 수준에서 보면 변화하는 입력으로부터 불변속성들을 시간에 걸쳐서 분리해내기 위해서 수용기 수분에서의 입력, 즉 감각상태의 입력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26

[ ] 항상적 지각을 설명하기 위해서 뇌만 따로 살펴보는 대신, 지각기관의 조정을 포함하는 능동적 지각체계의 신경 순환고리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뇌가 만화경처럼 유입되는 감각상태로부터 객관적 정보를 구성하거나 계산한다고 가정하는 대신, 뇌가 지각기관들의 정향을 관장하여 입력과 출력 전체체계가 외부정보에 공명한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감각신경의 입력은 단지 수동적 감각인상의 기초일 뿐이다....뇌의 기능:뇌에 이르른 여러 수준의 신경중추를 포함하는 지각체계는 유동적인 에워싼 에너지 배열로부터 환경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추출하는 방법인 것이다...아기는 지각하기를 학습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감각자료를 지각으로 전환하기를 학습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28, 29


1. 자극원천으로서 환경

[ ] 동물들 대다수는 두 눈이 동일한 물체에 고정되는 인간의 전방-지향적 눈이 아니라 파노라마 시각을 가능케 하는 측면 눈을 가지고 에워싼 빛에 적응해왔다. 43
[ ] 공기는 어느 정도는 방해받지 않는 동물의 움직임과 물체의 위치변화를 허용하는 매질이 된다. 이것이 ‘공간‘이 의미하는 바이다. 그러나 매질은 똑같이 중요한 다른 속성들을 갖는다. 대기는 정보의 흐름 또한 허용한다. 이것은 빛의 유동을 허용하고, 진동을 전달하고, 휘발성 물질의 확산을 매개한다. 조명을 통해서만 동물은 사물들을 ‘보고‘, 진동을 통해서만 사물들을 ‘듣고‘, 확산을 통해서만 사물들의 ‘냄새 맡는다‘. 44,45
[ ] 하나의 관찰점과 이를 둘러싼 여러 표면을 생각하지 말고 한 대상과 그 대상을 둘러싼 많은 관찰점을 생각해보자. 그 대상의 겉면과 미세면은 어떤 사영 기하학 법칙에 따라 모든 관찰점으로 ‘투사‘될 것이다. 각 겉면의 ‘양상‘은 매질 어디서든지 획득할 수 있다. 사실, 모양의 양상들과 대상의 결은 모든 방향으로 투사된다. 여기에 한 대상의 양상들이 ‘방송‘된다는 비유적인 주장의 진실이 놓여 있는 것이다. 46
[ ] 에워싼 소리는 소리가 오는 방향들을 변별하는 정도에 비추어볼 때 에워싼 빛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나의 음원 방향은 우리가 알 수 있듯이 탐지 가능하고, 여러 방향들도 단번에 탐지할 수도 있지만, 에워싼 빛의 배열이 갖는 셀 수 없이 많은 미세면들에는 결코 견줄 수 없다. 50
[ ] 세상의 자연물질들은 그것이 영양가가 있든 독성이든 동물에게는 아주 중요한 자극원천이라는 점이다. 54

[1 ] 환경은 지각을 위한 기회들, 가용적인 정보들, 잠재적 자극들로 구성된다. 모든 기회를 잡을 수 없고, 모든 정보가 등록될 수 없고, 모든 자극이 수용기를 흥분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환경이 한 개체에게 변별을 통해 가능케 하는 afford 것이 엄청나서,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59

[ ] 동물들이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하도록 하자. 한 동물의 다른 동물에 대한 반응을 ‘사회적‘ 반응으로 본다면, 다른 동물로부터 오는 자극은 ‘사회적‘ 자극이 되는데, 우리가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 자극의 성질이다. 60
[ ] 무엇보다도, 인류라는 동물의 발성-청각 의사소통은 위대한 도약을 이루어나갔다. 목소리 자체는 때론 갑자기, 때론 점진적으로 일종의 도구로 사용되게 되었다...목소리는 자신 외부에 있고 동물들 서로가 공유하는 환경에 있는 어떤 사물을 명확히 가리키게 되었다. 이것이 말소리의 시작이었다. 이 결과가 인간에게 얼마나 엄청난지, 그리고 이 결과들을 기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쉽게 알 수 있다. 63
[ ] 언어와 예술은 이차작으로 지각을 산출해낸다. 이 이차적 지각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직접적인 지각에 거꾸로 작동하지만 방금전 분석에서 볼 때, 세계에 대한 지식 knowledge about the world 은 세계와의 친숙함 acquaintance with the world에 의존하고,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문제가 된다. 67

2. 자극 획득하기

[ ] 반응에서, 다시 반응을 낳는 자극으로의 순환고리가 있기 때문이며, 그 결과는 별개의 반사들의 연쇄이기보다는 연속적인 활동의 흐름일 수 있기 때문이다. 71
[ ] 단지 구심성인 것이 아니라 재-구심성, 즉 원심성 출력에 수반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으로 생성된 입력에 대한 가장 좋은 현대용어는 전자 회로설게에서 빌려온 것인데, 즉 피드백이다. 72
[ ] 획득된 자극은 능동적 관찰자와 더불어 발생한다. 73
[ ] 눈, 귀, 코, 입, 그리고 피부는 사실 운동적이며, 탐색적이며, 정향적이다. 이 신경계로 입력은 보통 자신의 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성분을 가질 것이다. 74
[ ] 구심성 신경원이 출발하는 말단은 빽빽한 숲에 있는 나무 뿌리처럼 서로 얽혀 있다. 이들은 해부적이 아니라, 기능적인 단위들이다. 88

[ 2] 귀, 즉 기능적으로 청각기관은 단일한 조직 덩어리가 아니며, 촉각기관은 전 신체에 걸쳐 흩어져 있다. 한 기관의 수용적 부위 및 조정적 부위는 같은 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코라고 부르는 후각기관, 즉 기능적 의미에서 코는 얼굴 뼈 깊은 곳에 수용적 부위를 가지고 있으나, 그 운동부위는 숨 쉬고 냄새 맡기 위해 가슴 근육 안에 있다. 수용적 및 조정적 부위는 서로서로의 관계에서만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89

[1 ] 머리와-몸을-가진-두-눈 체계는 자세 평형상태와 이동체계와 협동으로, 세상에서 돌아다닐 수 있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90

[ ] 지각은 환경과 관련되고, 자기수용감각은 몸과 관련된다. 부과된 자극은 수동적 유기체에 가해진다. 획득된 자극은 활동과 더불어 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1) 부과된 지각, (2) 부과된 자기수용감각, (3) 획득된 지각, 그리고 (4) 획득된 자기수용감각을 고려해야 한다. 93


3. 지각체계

[ 1] 외부감각들은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통로로 보기보다는 체계로, 그리고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된 것으로 말이다. 외부감각들의 기능은 정보를 포착하는 것이지 단순히 감각상태들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이 기능은 다른 용어로 명명되어야만 한다. 여기서는 외부감각들을 지각체계 perceptual systems라고 부를 것이다. 97


[2 ] 감각상태는 지각의 선제조건이 아니고, 감각인상은 지각의 ‘원 자료‘가 아니다 - 즉, 감각상태는 지각에 주어진 모든 것이 아니다. 98
[3 ] 나는 곤충, 동물, 인간의 눈을 신경 끝에 매달린 한 쌍의 카메라가 아니라 빛에 있는 윤곽, 결, 스펙트럼 구성, 변형이라는 변인들을 탐지하는 장치로 다룰 것이다. 108
[4] 불을 생각해보라. 불은 네 종류 자극의 원천인데, 소리와 냄새, 열, 그리고 빛을 내기 때문이다. 불은 탁탁 소리를 내고, 연기를 피우고, 적외선 영역대의 열을 내뿜고, 가시광선 영역대의 빛을 내거나 반사한다. 따라서 불은 귀와 코, 피부, 눈에 정보를 제공한다. 탁탁 대는 소리와 연기 냄새, 내뿜어지는 열기, 색조를 띤 불꽃의 일렁임 모두 동일한 사건을 명시하지만 각각만으로도 그 사건은 명시된다. 109


볕뉘

0. 모닥불 앞에 있는 우리의 기억은 흐뭇한가.....바닷가에서 파도를 응시하는 우리는 어떠한가? 뇌는 명사인가 동사인가? 뇌는 중앙집권형인가? 분권형인가?

1. 바탕의 밑바닥에 있는 사항부터 되짚는다. 하나 하나 다시 더듬으면서 올라간다. 그 정합에 의문을 제기할 틈도 없이 우리 시선은 어느 덧, 지금까지 관행처럼 지녀오던 것들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관성은 다시 불쑥 불쑥 치밀고 올라온다..그 위에 다시 그은 밑줄을 새긴다. 또 올라온다. 긴장과 탄력이 생긴다. 지각의 생태학...

2. [3.1]을 새겨봐라. 우리의 지각체계는 [2.1] 에서 알 수 있듯이 떨어져있지만 함께 움직이는 틀이다. 기본 정향 체계(균형), 청각체계, 촉각체계, 맛-냄새체계, 시각체계들로 구성되며, 나에게 약인지 독인지 기본적인 정보를 포착해내기 위해 공진화해왔다고 한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인 정보에 대한 민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근육체계도 지각체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2.2]

3. 불과 바다는 어쩌면 여러 체계를 동시에 전율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 감흥은 어느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 것이다. 곁에 따뜻한 벗들이 있다면 그 분위기를 쉽게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끊임없이 반추되는 어떤 것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만남도 그리 강렬할 때도 올지 모른다. 움직여, 움직이는 것들로 가득하다면...시간은 맺혀 달콤할 것이다. 자꾸 맛보고 싶은...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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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과 공범자들

[ ] 회식, 일상의 반복은 공허하다. 변하지 않는 모습들 속에는 관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레파토리. 그 레파토리. 회식이 끝나자 걷다. 눅눅한 습기가 군데군데 박혀 있다.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읽히지 않을 책과 술한잔의 여파를 생각하자니 그냥 멍하니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 시간대를 검색하다보니, 겨우 이어지는 것이 있다. 혹성탈출과 공범자들.

[ ] 혹성탈출. 특별한 것이 있을까. 오그라는 감정을 몇차례 식상한 버전으로 찔끔찔끔 던져놓는다. 아 레파토리. 그 레파토리.

[ ] 공범자들을 탈출이 끝나자마자 갈아탔다. 지난 기억들이, 아니 지난 삶들이 반추된다. 쓰라린 상처, 당사자가 따로 없겠지만 타겟이 되어 삶을 던진 사람들의 흔적이 아리고 쓰리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이용마라고 검색했다. 최근 새로 임명된 방송통신위원회장이 기자를 만난 기사가 떴다. 복막암 투병중인 그의 막막한 현실에서 무엇이라도 기록에 남기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는 인터뷰가 내내 따라붙는다.

[ ] 자정이 되어서야 귀가를 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1시가 넘다. 2시가 가까웠다. 선풍기 바람과 밖의 바람, 절묘한 습도가 잠을 어쩌지 못하게 한다. 어디를 탈출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국경을 넘어도 늘 마음자리는 맴돈다. 공범은 되기가 쉽다. 마음자리를 놓는 순간은 어디나 공범이다. 화면에 그 버젓이 자리를 틀고 있는 방송국 건물들과 직원들. 월급과 보수의 심장이 여전히 쿵쾅쿵쾅 뛰고 있다. 여전히 승진하고 여전히 로비하고,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얼굴 노회함이 아니 사장 한 번 해본 일이 대단하다는 표정에 녹이 슬고 악취가 진동한다. 늘 생활은 어디선가 공범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를 건져올리는 탈주를 꿈꾸지 않는 이상, 꿈에서 현실로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언저리를 배회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 ] 가을을 몇 점 집어 먹을 만큼 새벽잠은 달콤하다. 어제밤 지나간 자리를 거슬러 오른다. 마음빚 몇 점을 삼켰다. 이용마기자의 쾌유를 빈다. 김경래 기자와 최승호님의 건투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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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7-08-23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범자들 봤어요

여울 2017-08-23 08:21   좋아요 1 | URL
보셨군요. 진행중인 mbc 상황도 있군요.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겠어요. 더위조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