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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가의 서점 아가씨 1
미즈 아사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1.
전자상가의 서점 아가씨는 주로 만화책과 라노벨 중심으로 책을 파는 서점의 직원들 일화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남녀가 섞여
일하는 직장에서 흔히 겪는 썸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물론 그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위의 그림은 사내연애가 얼마나 무서운 결말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전자상가의 서점 아가씨 네타이다. (...응?)
2. 저런 그림에서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섹드립이 많이 나온다. 어찌 보면 남자셋여자셋 같기도 하다. 원작을 만든 사람이 프렌즈같은
드라마를 상당히 좋아해서인지, 썸타는 주요 등장인물도 딱 여섯이다. 일단 남자가 세 명이니까...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감독, 우미, 소믈리에라는
남자 직원 세 명은 확실히 이 주제에서 여성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이다. 책을 좋아하는 남자는 매우 고전적인 선호대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성이
책을 안 읽는다 하더라도 할리퀸같은 연애소설이라던가 순정만화를 살짝 들춰본 적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연애에서 아주 기본적인 조건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날씨에서부터 시작해서, 영화라던가, 혹은 '최근에 읽은 책'이라던가를 거론하면서 서서히 알고 지내게 되니 말이다. 장르에서
문제가 있겠지만;;; 아무튼 기타 힘을 쓰는 일도 맡기기 쉽기 때문에 실제로 서점은 남자직원이 인기가 있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자직원들도 확실히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3. 그런데도 이 직원들이 용기있게 고백하지 못하고 썸을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특정한 종류의 일에 과하게(?) 빠져있는 면 때문에 본격적으로 연애요소에 신경쓰지 못하는 점이 있을 것이다(...) 성우로 일하면서 자주 서점에
들르는 츠모링은 선생의 여자력을 체크하느라 바쁘다. 선생도 우미와 썸을 타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코미케에 직접 만화를
그려서 올리느라 바빠서 의식주를 거의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미도 마찬가지이다. 결정적인 면에서 밀어붙이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취미로 모으고 있는 에로책이라던가 피규어가 집에 즐비해서 선생을 집에 들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화에 어떻게든 무리해서 선생을
데려오긴 하지만.
그러나 이 애니에서는 그것을 '책모에'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하여 개그코드로 삼는다.
4. 아르바이트라고 하기엔 상당히 잡다하고 과중한 서점 업무의 특징도 한 몫한다. 보통 이
애니메이션을 우리나라의 '와라 편의점'과 비교했는데, 그 만화에서는 박봉을 받으며 사회체제에 굳어가는 알바들의 비애가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점아가씨에서 그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애니에서는
그런 요소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후쿠시마 사건도 있고 여러모로 일본의 위기라 불릴 수 있는 상황인데다, 사회체제에 관련된 예리한 풍자가 한창
등장해야 할 시점에서 알바에 대해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얼버무린다는 게 나로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그게 서점아가씨의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서점 업무의 노고가 드러나는 장면이 몇몇 개 있었다. 연장근로는 이 썸타는 청춘들을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되지만, 한편으로 일의 중압에 눌려 그들의 입을 과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시급도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5. 활동이 아직 코미케에 한정되어 있어서 작업실도 없는 불쌍한
선생은 레스토랑에 가서 배고픔을 참으며 드링크 바 요금만 내고 하루종일 그 곳에서 작업을 한다. 일도 하면서 창작의 고통도 동시에 겪어야 하는
그녀는 밤을 새면서 작업을 하다가 결국 지쳐서 울기 일쑤이다. 어찌보면 콩쥐팥쥐에서 일이 잘 안 될 때마다 떼를 쓰는 콩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눈물을 닦고, 목에서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불만을 꾹꾹 누르며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간다. '너무 늦게 깨달으면 손해야'라고 주연들은 입버릇처럼 반복하여 중얼거린다. 이는 딱히 사랑고백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어떨
땐 느리게, 어떨 땐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자신의 진짜 삶을 찾으려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서점아가씨들의 외모나
수줍음보다도 더 독자들을 즐겁게 하는 장면은 그들의 당찬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