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열린책들 페이스북에서 30주년 기념 포스팅들을 보게 되었다. 카잔차키스도 그 중 하나: 

열린책들 30주년 특별 기획전<열린책들의 역사, 30권의 책>#5. 그리스 인 조르바영웅으로 살고 싶었으나 너무 문학적이었던,종교인이 되고 싶었으나 너무 세속적이었던.오로지 글을 통해 영웅이 되고 성자...

Posted by 열린책들 on 2016년 1월 23일 토요일

 

 

 

여기에 대해 내 페이스북에 간략하게 소회를 적었다:

 

그래요,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카잔차키스 전집이 세계 최초라니 경하할 일입니다. 전집 좋아하는 일본 출판계에도, 심지어 카잔차키스의 모국 헬라스에도 전집이 없단 말인데 ... 와우!

 

그런데 말입니다, 비록 열린책들 전집에 비하자면 선집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전집이라는 이름의 기획이 있었습니다. 이윤기, 안정효 등 이제는 전설이 된 번역가들이 참여했고요.

 

어라, 잠시만! 내 책꽂이에 있는 이쁘고 앙증맞은 책들도 그분들이 번역하신 거라고요? 예, 사실 도서목록을 비교해보면 이 분들의 작업이 그대로 열린책들 전집으로 옮겨 왔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바로 고려원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입니다. 열린책들에서 전집 기획을 할 때, 고려원판 전집의 존재를 몰랐다면 ... 에이 설마요. ㅎㅎ

 

그저 "낱권 형태로 출간된 적은 있지만"이라고 두루뭉술하니 뭉게고 넘어가기엔, 고려원 전집이 열린책들 전집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큽니다. 번역자들의 면면만 봐도, 고려원 전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확장판이 열린책들 전집이라 봐도 될 정도입니다. 혹시 고려원이 망하지 않았다면, 열린책들이 자랑하는 "전 세계 최초의 전집"은 고려원에서 완결되었을지도요. 동시에, 열린책들에서는 이 작가의 전집을 내겠다는 꿈도 꾸지 않았을지도요.

 

망한 출판사의 기획은 이렇게 송두리채 부정되고, 역사에서 그 흔적조차 지워져야 하는 것일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열린책들 전집은 너무나 대단하고 훌륭합니다. 자칫하면 출판사가 망하면서 판권 문제 등이 복잡하게 꼬여 다시 못볼 수도 있었을 작품들을 계속 접할 수 있게 해주신 열린책들의 공로도 매우 큽니다.

 

이제 잊혀질 일만 남은 지난 세기의 대형 출판사에 대한 자그마한 배려, 먼저 전집을 꿈꾸고 기획했던 출판인들에 대한 예우가 함께한다면 더 멋진 전집이 되지 않을까요.

 

운운하는 글을 쓰고 나서, 과연 열린책들 페이스북 운영자가 뭘 잘 몰라서 저렇게 쓴 건지, 열린책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저런 건지가 궁금해졌다.

 

 

 

 

 

 

 

 

 

 

 

 

전집의 책소개는 이러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사망 50주기를 기리는 최초의 한국어판 전집 30권

열린책들은 2008년 3월 30일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전 30권을 완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은 원고지 매수로 약 50,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무엇보다 그의 전 문학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1974년 박석기와 이인웅에 의해 『희랍인 조르바』가 한국 최초로 번역된 이래, 몇몇 작품 정도는 안정효, 이윤기 등의 번역으로 읽히기도 했으나 그나마 절판되어 더 이상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카잔차키스 사망 50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열린책들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리스인 조르바』 외에도 데뷔작 「뱀과 백합」, 카잔차키스 문학의 사상적 토대가 된 「신을 구하는 자」 등 초기 작품을 비롯하여 완숙한 작가적 경력을 보여 주는 『최후의 유혹』 등 후기의 걸작,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현대시라고 일컬어지는 서사시 『오디세이아』, 희곡, 여행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문학 전반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전집이라 할 수 있다.

 

   (중략)


도스또예프스끼, E. M. 포스터, 프로이트 전집에 이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
1986년 러시아 문학을 소개하기 시작한 이래 세계 문학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 온 문학 출판의 대표 브랜드 열린책들이 또 한 번 한국 독자들에게 마련한 선물 같은 문학 전집,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이 전집은 2000년 기획된 이래 9년여에 걸친 번역자와 편집자의 땀이 맺혀 있는 프로젝트다.
우선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하느냐 영어판을 중역하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국내 그리스어 번역가의 층이 두텁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 영어판 작품의 상당수가 그 정확성과 신뢰도를 인정받은 카잔차키스의 전문가들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점에 용기를 얻어 영어 판본의 중역을 선택할 수 있었다(영역자 가운데 『오디세이아』와 「신을 구하는 자」를 번역한 키먼 프라이어는 아예 6개월간 카잔차키스와 함께 작업했으며,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여럿 번역한 A. 덴 둘라르트와 테오도라 바실스, 피터 빈 역시 카잔차키스의 전문가로 명망이 높은 번역가들이다. 책의 말미에는 이들의 해설을 실어 카잔차키스의 심원한 문학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는 영역되어 있는 작품 목록을 작성하여 여기저기에 낱권으로 흩어져 있는 책들을 모았다. 이 전집 목록은 영역되지 않은 짧은 희곡 몇 편을 제외한 카잔차키스 문학 전체를 망라하는 것이며, 추가로 카잔차키스의 아내 엘레니 카잔차키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엮은 『카잔차키스의 편지』를 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작가로서의 카잔차키스와 인간으로서의 카잔차키스의 모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번역자 선정에 있어서도 원작의 가치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좋은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었음에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외하고는 모두 절판되어 빛을 보지 못했던 이윤기, 안정효 두 번역가의 원고 6종은 다시  한 번 검토를 거친 끝에 새로이 거듭났고, 나머지 15종 역시 국내 최정상의 번역가들의 손에서 카잔차키스의 숨결과 한국어의 맛을 동시에 살려낸 작품들로 태어났다. 이후 이 원고들은 5년에 걸친 꼼꼼한 원서 대조와 교정교열, 번역가와 편집자의 논의를 거쳐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역시, 전집을 내면서 출판사에서 가졌던 입장이 고려원 전집의 존재를 깨끗하게 부인하는 것이었으며, 그 의미를 "몇몇 작품 정도"로 격하시키는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의 재구성, 이거 어디선가 묘하게 익숙한 장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엽게스리 마지막에 "진정한 전집" 운운하는 것 좀 봐라. 자기들이 "최초의 한국어판 전집"이고, 그전에는 몇몇 작품들만 대여섯 종 나왔다면서도 굳이 "진정한 전집"임을 강변하는 그 내면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고 보니 요새 정치판에서는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들을 친$이라 부르고, 진짜진짜 가까운 ... 진실로 진정하게 가까운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진$이라 부른다고 하던데 ...

 

햐 ... 그래도 건실한 문학 전문 출판사를 두고서 격 떨어지게 어디다가 빗대는 거니 내가 지금.

 

참고삼아, 고려원 전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기록해 둔다. 고려원 전집 중에서 6종이 아니라 7종이 열린책들에서 새로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겠다. 이윤기가 번역한 [돌의 정원]은 제외하고.

 

그리고 ... 워낙에 현대 그리스어 번역진이 적고, 고대 그리스어 전공자로는 조금 곤란하다는 문제(곤란하긴 해도 영어판으로 중역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가 있긴 하지만 ... 아, 아니다 ...

 

 

 

1. 영혼의 자서전 (안정효) : 무려 1979년에 초역본이 나왔으니, 이 전집에서 가장 오래된 번역이 되겠다.

 

 

 

 

 

 

 

 

 

 

 

 

 

 

 

 

2. 그리스인 조르바 (이윤기) : 1981년 초역.

 

 

 

 

 

 

 

 

 

 

 

 

 

 

 

 

3.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 최후의 유혹 (안정효) : 1982년 초역.

 

 

 

 

 

 

 

 

 

 

 

 

 

 

 

 

4.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 (김성영) > 수난 (이창식) : 1982년 초역.

 

 

 

 

 

 

 

 

 

 

 

 

 

 

 

 

 

5. 미칼레스 대장 > 미할리스 대장 (이윤기) 

 

 

 

 

 

 

 

 

 

 

 

 

 

 

 

6. 성 프란시스 (김성영) > 성자 프란체스코 (김영신)

 

 

 

 

 

 

 

 

 

 

 

 

 

 

 

 

7. 돌의 정원 (이윤기) > (이종인)

 

 

 

 

 

 

 

 

 

 

 

 

 

 

8. 전쟁과 신부 (안정효)

 

 

 

 

 

 

 

 

 

 

 

 

 

 

9~11. 오뒷세이아 > 오디세이아 (안정효)

 

 

 

 

 

 

 

 

 

 

 

 

 

 

 

 

 

 

 

 

 

 

 

 

 

 

 

 

 

 

 

12. 미노스 궁전에서 (장홍) >크노소스 궁전 (박경서)

 

 

 

 

 

 

 

 

 

 

 

 

 

 

13~14. 인간 카잔차키스 > 카잔차키스의 편지 (안정효)

 

 

 

 

 

 

 

 

 

 

 

 

 

 

 

 

 

 

 

 

 

 

 

 

 

 

 

 

 

70년대 말부터 카잔차키스를 하나하나 펴낸 고려원도 참 어지간하구나 싶다.

아, 고려원에서 [오, 아름다운 크레타의 영혼](안정효 옮김, 북아뜨리에총서 4)이라는 제목으로 1987년에 나온 카잔차키스의 책이 확인되는데 ... 제목이 뭘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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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6-02-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로자나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니르바나 인사드립니다.

오래전 <고려원>에서 카잔차키스의 책들을 출판하였을 때
신간이 나올 때 마다 한권 한권 사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위에 소개해 주신 것 처럼 <열린책들>에서 카잔차키스전집을 펴 냈을 때
고려원판 책 하나 하나 비교해서 없던 책만 열린책들 판으로 채웠던 기억도 나구요.

고려원 출판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쉬운 것은
오에 겐자부로 전집을 구입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부실한 제 기억으로 정확한 지 모르지만
아주 짧은 기간동안 오에 겐자부로 전집을 펴내어서
당시 책을 사들일 여력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고려원 출판사가 부도나는 것을 보았죠.
이후 땡처리로 판매되던 가판대 위에 있던 오에 겐자부로의 책들을
그저 유심하게 지켜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늦었지만, 2016년에도 비로자나님 몸과 맘 모두 편안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성취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럼,

비로자나 2016-02-13 09: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니르바나~ 님.

오에 겐자부로 전집!
저도 기억나요. 1호선 대림역이던가 신도림역이던가 ...
플랫폼에 있던 자그마한 서점에서 쌓아놓고 팔았었죠.
(떨이로 팔았지만 돈보다도) 압도적인 규모 때문에 선뜻 살 엄두는 못내고 ...

웅진에서 일본문학선 열 몇 권짜리도 나왔었는데 ...
학교 도서관에서 한권씩 보던 기억이 나는군요.

지금처럼 일본 문학이 한국 독서계를 점령하기 직전,
신호탄과도 같았던 지난 세기말의 풍경이려나요.

붉은돼지 2016-03-0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과 비로자나 님의 문답이라...
어디선가 연꽃 향기도 그윽하게 폴폴폴 날리는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비로자나 2016-03-08 17:17   좋아요 1 | URL
수미산 어딘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붉은돼지 님께서 싸보야를 타시고 탈탈탈 하며 날아오시겠군요~
 

Erratum

 

이 책 좀 이상해 ... 그냥 슬쩍 훑어봤는데 이 정도면 ...

고유명사야 그렇다치더라도 무슨 .. 철자를 왜 틀리고 그런다냐.

개정판인가는 안 이렇겠지 ... ^^

 

72:9 전염성 있는 음악 대리인 ... 은 아마도 agent 의 번역이 아니었을지. 그렇다면 대리인보다는 특수요원 ... 공작원 ... 의 뜻이 아니었을까.

 

84:3 난생처음 난생 처음

시간가량 시간 가량

뗑뗑 땡땡

 

143:6 다카코 후지오카 ... 후지오카 다카코

 

151:1 마틴 앨버트 ... 혹시 마르탱 알베르?

 

196: contextuel  

 

332: 메일리스 가뇽 ... 마일라 가뇽?

 

345: 심하트 토라 Simchas Torah

 

370: On certainty ... On Certainty

 

397: 디도와 아에네아스 Dido and Agneas ... Aeneas ?

 

398: The art of Fugue ... Art

 

407: My Vncle Sigmund ... Uncle

 

411: Anatony ... Anatomy

 

412: Darlness ... Darkness

 

426: Buitt ... Built

 

466: 코울스키 Cowles ...

클로버 Gr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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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 최석기 역본

 

잘 번역했고 주석도 꼼꼼하게 잘 달았다. 

 

 

오탈자 두 개

 

36:5 허신(楊愼) > 許

 

326:-3 선보 ... 는 보통 단보로 읽지 않나?

 

그 밖에도 좀 있겠지만, 주마간산 격으로 봐서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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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감옥에서 한 자 한 자 눌러 쓴 옥중 서한 모음집이

독서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불멸의 고전이 되었지만

 

그 못지않게, 선생께서는 중국 고전에 대한 연찬을 깊게 하셨고

관련 분야에 대한 묵직한 저서들도 펴내신 바 있다.

총 4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나온 [중국역대시가선집]부터

당대 문학 작품의 번역까지 ...

(이런 번역 목록은 어지간한 중문학자라도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다.

대개 당시 전공자가 현대 소설 번역을 안한다던지, 뭐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 ^^)

특히 [선집]은 고대부터 현대까지를 아우르며 훑어내리는 큰 기획으로,

중문학계에 하나의 기념비로 남을 것이다.

 

이런 기초 위에,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강의], [담론] 등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이제 저 호방한 글씨를 못 보겠구나...

 

잘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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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전집 소장자는 ... 약간은 속이 쓰리구나.

 

아뿔싸 ...

 

 

 

 

 

 

 

 

 

 

 

 

 

 

 

 

 

 

 

 

 

 

 

 

 

 

 

 

 

 

옛 전집 표지. 저 표지도 아마 원래 것은 아니었고 ...

(처음 나왔을 때 표지 사진 추가)

 

 

 

 

 

그리고 새 전집 표지.

6권 [보편 이념과 나날의 삶], 7권 [문학과 그 너머] 추가.

향후 속간 예정.

 

 

 

 

 

 

 

 

 

 

 

 

 

 

 

 

 

 

 

 

 

 

 

 

 

 

 

 

 

 

 

 

 

 

 

 

 

 

 

 

 

 

 

 

 

 

김우창전집 이후의 저작들은 향후에 나올 추가분에 수록될 것으로 보이고...

 

워낙 학계의 거목이다 보니, 김우창 사상에 대한 해설서들도 꽤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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