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열린책들 페이스북에서 30주년 기념 포스팅들을 보게 되었다. 카잔차키스도 그 중 하나: 

열린책들 30주년 특별 기획전<열린책들의 역사, 30권의 책>#5. 그리스 인 조르바영웅으로 살고 싶었으나 너무 문학적이었던,종교인이 되고 싶었으나 너무 세속적이었던.오로지 글을 통해 영웅이 되고 성자...

Posted by 열린책들 on 2016년 1월 23일 토요일

 

 

 

여기에 대해 내 페이스북에 간략하게 소회를 적었다:

 

그래요,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카잔차키스 전집이 세계 최초라니 경하할 일입니다. 전집 좋아하는 일본 출판계에도, 심지어 카잔차키스의 모국 헬라스에도 전집이 없단 말인데 ... 와우!

 

그런데 말입니다, 비록 열린책들 전집에 비하자면 선집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전집이라는 이름의 기획이 있었습니다. 이윤기, 안정효 등 이제는 전설이 된 번역가들이 참여했고요.

 

어라, 잠시만! 내 책꽂이에 있는 이쁘고 앙증맞은 책들도 그분들이 번역하신 거라고요? 예, 사실 도서목록을 비교해보면 이 분들의 작업이 그대로 열린책들 전집으로 옮겨 왔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바로 고려원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입니다. 열린책들에서 전집 기획을 할 때, 고려원판 전집의 존재를 몰랐다면 ... 에이 설마요. ㅎㅎ

 

그저 "낱권 형태로 출간된 적은 있지만"이라고 두루뭉술하니 뭉게고 넘어가기엔, 고려원 전집이 열린책들 전집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큽니다. 번역자들의 면면만 봐도, 고려원 전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확장판이 열린책들 전집이라 봐도 될 정도입니다. 혹시 고려원이 망하지 않았다면, 열린책들이 자랑하는 "전 세계 최초의 전집"은 고려원에서 완결되었을지도요. 동시에, 열린책들에서는 이 작가의 전집을 내겠다는 꿈도 꾸지 않았을지도요.

 

망한 출판사의 기획은 이렇게 송두리채 부정되고, 역사에서 그 흔적조차 지워져야 하는 것일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열린책들 전집은 너무나 대단하고 훌륭합니다. 자칫하면 출판사가 망하면서 판권 문제 등이 복잡하게 꼬여 다시 못볼 수도 있었을 작품들을 계속 접할 수 있게 해주신 열린책들의 공로도 매우 큽니다.

 

이제 잊혀질 일만 남은 지난 세기의 대형 출판사에 대한 자그마한 배려, 먼저 전집을 꿈꾸고 기획했던 출판인들에 대한 예우가 함께한다면 더 멋진 전집이 되지 않을까요.

 

운운하는 글을 쓰고 나서, 과연 열린책들 페이스북 운영자가 뭘 잘 몰라서 저렇게 쓴 건지, 열린책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저런 건지가 궁금해졌다.

 

 

 

 

 

 

 

 

 

 

 

 

전집의 책소개는 이러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사망 50주기를 기리는 최초의 한국어판 전집 30권

열린책들은 2008년 3월 30일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전 30권을 완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은 원고지 매수로 약 50,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무엇보다 그의 전 문학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1974년 박석기와 이인웅에 의해 『희랍인 조르바』가 한국 최초로 번역된 이래, 몇몇 작품 정도는 안정효, 이윤기 등의 번역으로 읽히기도 했으나 그나마 절판되어 더 이상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카잔차키스 사망 50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열린책들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리스인 조르바』 외에도 데뷔작 「뱀과 백합」, 카잔차키스 문학의 사상적 토대가 된 「신을 구하는 자」 등 초기 작품을 비롯하여 완숙한 작가적 경력을 보여 주는 『최후의 유혹』 등 후기의 걸작,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현대시라고 일컬어지는 서사시 『오디세이아』, 희곡, 여행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문학 전반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전집이라 할 수 있다.

 

   (중략)


도스또예프스끼, E. M. 포스터, 프로이트 전집에 이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
1986년 러시아 문학을 소개하기 시작한 이래 세계 문학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 온 문학 출판의 대표 브랜드 열린책들이 또 한 번 한국 독자들에게 마련한 선물 같은 문학 전집,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이 전집은 2000년 기획된 이래 9년여에 걸친 번역자와 편집자의 땀이 맺혀 있는 프로젝트다.
우선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하느냐 영어판을 중역하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국내 그리스어 번역가의 층이 두텁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 영어판 작품의 상당수가 그 정확성과 신뢰도를 인정받은 카잔차키스의 전문가들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점에 용기를 얻어 영어 판본의 중역을 선택할 수 있었다(영역자 가운데 『오디세이아』와 「신을 구하는 자」를 번역한 키먼 프라이어는 아예 6개월간 카잔차키스와 함께 작업했으며,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여럿 번역한 A. 덴 둘라르트와 테오도라 바실스, 피터 빈 역시 카잔차키스의 전문가로 명망이 높은 번역가들이다. 책의 말미에는 이들의 해설을 실어 카잔차키스의 심원한 문학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는 영역되어 있는 작품 목록을 작성하여 여기저기에 낱권으로 흩어져 있는 책들을 모았다. 이 전집 목록은 영역되지 않은 짧은 희곡 몇 편을 제외한 카잔차키스 문학 전체를 망라하는 것이며, 추가로 카잔차키스의 아내 엘레니 카잔차키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엮은 『카잔차키스의 편지』를 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작가로서의 카잔차키스와 인간으로서의 카잔차키스의 모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번역자 선정에 있어서도 원작의 가치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좋은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었음에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외하고는 모두 절판되어 빛을 보지 못했던 이윤기, 안정효 두 번역가의 원고 6종은 다시  한 번 검토를 거친 끝에 새로이 거듭났고, 나머지 15종 역시 국내 최정상의 번역가들의 손에서 카잔차키스의 숨결과 한국어의 맛을 동시에 살려낸 작품들로 태어났다. 이후 이 원고들은 5년에 걸친 꼼꼼한 원서 대조와 교정교열, 번역가와 편집자의 논의를 거쳐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역시, 전집을 내면서 출판사에서 가졌던 입장이 고려원 전집의 존재를 깨끗하게 부인하는 것이었으며, 그 의미를 "몇몇 작품 정도"로 격하시키는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의 재구성, 이거 어디선가 묘하게 익숙한 장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엽게스리 마지막에 "진정한 전집" 운운하는 것 좀 봐라. 자기들이 "최초의 한국어판 전집"이고, 그전에는 몇몇 작품들만 대여섯 종 나왔다면서도 굳이 "진정한 전집"임을 강변하는 그 내면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고 보니 요새 정치판에서는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들을 친$이라 부르고, 진짜진짜 가까운 ... 진실로 진정하게 가까운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진$이라 부른다고 하던데 ...

 

햐 ... 그래도 건실한 문학 전문 출판사를 두고서 격 떨어지게 어디다가 빗대는 거니 내가 지금.

 

참고삼아, 고려원 전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기록해 둔다. 고려원 전집 중에서 6종이 아니라 7종이 열린책들에서 새로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겠다. 이윤기가 번역한 [돌의 정원]은 제외하고.

 

그리고 ... 워낙에 현대 그리스어 번역진이 적고, 고대 그리스어 전공자로는 조금 곤란하다는 문제(곤란하긴 해도 영어판으로 중역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가 있긴 하지만 ... 아, 아니다 ...

 

 

 

1. 영혼의 자서전 (안정효) : 무려 1979년에 초역본이 나왔으니, 이 전집에서 가장 오래된 번역이 되겠다.

 

 

 

 

 

 

 

 

 

 

 

 

 

 

 

 

2. 그리스인 조르바 (이윤기) : 1981년 초역.

 

 

 

 

 

 

 

 

 

 

 

 

 

 

 

 

3.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 최후의 유혹 (안정효) : 1982년 초역.

 

 

 

 

 

 

 

 

 

 

 

 

 

 

 

 

4.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 (김성영) > 수난 (이창식) : 1982년 초역.

 

 

 

 

 

 

 

 

 

 

 

 

 

 

 

 

 

5. 미칼레스 대장 > 미할리스 대장 (이윤기) 

 

 

 

 

 

 

 

 

 

 

 

 

 

 

 

6. 성 프란시스 (김성영) > 성자 프란체스코 (김영신)

 

 

 

 

 

 

 

 

 

 

 

 

 

 

 

 

7. 돌의 정원 (이윤기) > (이종인)

 

 

 

 

 

 

 

 

 

 

 

 

 

 

8. 전쟁과 신부 (안정효)

 

 

 

 

 

 

 

 

 

 

 

 

 

 

9~11. 오뒷세이아 > 오디세이아 (안정효)

 

 

 

 

 

 

 

 

 

 

 

 

 

 

 

 

 

 

 

 

 

 

 

 

 

 

 

 

 

 

 

12. 미노스 궁전에서 (장홍) >크노소스 궁전 (박경서)

 

 

 

 

 

 

 

 

 

 

 

 

 

 

13~14. 인간 카잔차키스 > 카잔차키스의 편지 (안정효)

 

 

 

 

 

 

 

 

 

 

 

 

 

 

 

 

 

 

 

 

 

 

 

 

 

 

 

 

 

70년대 말부터 카잔차키스를 하나하나 펴낸 고려원도 참 어지간하구나 싶다.

아, 고려원에서 [오, 아름다운 크레타의 영혼](안정효 옮김, 북아뜨리에총서 4)이라는 제목으로 1987년에 나온 카잔차키스의 책이 확인되는데 ... 제목이 뭘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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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6-02-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로자나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니르바나 인사드립니다.

오래전 <고려원>에서 카잔차키스의 책들을 출판하였을 때
신간이 나올 때 마다 한권 한권 사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위에 소개해 주신 것 처럼 <열린책들>에서 카잔차키스전집을 펴 냈을 때
고려원판 책 하나 하나 비교해서 없던 책만 열린책들 판으로 채웠던 기억도 나구요.

고려원 출판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쉬운 것은
오에 겐자부로 전집을 구입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부실한 제 기억으로 정확한 지 모르지만
아주 짧은 기간동안 오에 겐자부로 전집을 펴내어서
당시 책을 사들일 여력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고려원 출판사가 부도나는 것을 보았죠.
이후 땡처리로 판매되던 가판대 위에 있던 오에 겐자부로의 책들을
그저 유심하게 지켜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늦었지만, 2016년에도 비로자나님 몸과 맘 모두 편안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성취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럼,

비로자나 2016-02-13 09: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니르바나~ 님.

오에 겐자부로 전집!
저도 기억나요. 1호선 대림역이던가 신도림역이던가 ...
플랫폼에 있던 자그마한 서점에서 쌓아놓고 팔았었죠.
(떨이로 팔았지만 돈보다도) 압도적인 규모 때문에 선뜻 살 엄두는 못내고 ...

웅진에서 일본문학선 열 몇 권짜리도 나왔었는데 ...
학교 도서관에서 한권씩 보던 기억이 나는군요.

지금처럼 일본 문학이 한국 독서계를 점령하기 직전,
신호탄과도 같았던 지난 세기말의 풍경이려나요.

붉은돼지 2016-03-0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과 비로자나 님의 문답이라...
어디선가 연꽃 향기도 그윽하게 폴폴폴 날리는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비로자나 2016-03-08 17:17   좋아요 1 | URL
수미산 어딘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붉은돼지 님께서 싸보야를 타시고 탈탈탈 하며 날아오시겠군요~
 

성호사설, 최석기 역본

 

잘 번역했고 주석도 꼼꼼하게 잘 달았다. 

 

 

오탈자 두 개

 

36:5 허신(楊愼) > 許

 

326:-3 선보 ... 는 보통 단보로 읽지 않나?

 

그 밖에도 좀 있겠지만, 주마간산 격으로 봐서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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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감옥에서 한 자 한 자 눌러 쓴 옥중 서한 모음집이

독서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불멸의 고전이 되었지만

 

그 못지않게, 선생께서는 중국 고전에 대한 연찬을 깊게 하셨고

관련 분야에 대한 묵직한 저서들도 펴내신 바 있다.

총 4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나온 [중국역대시가선집]부터

당대 문학 작품의 번역까지 ...

(이런 번역 목록은 어지간한 중문학자라도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다.

대개 당시 전공자가 현대 소설 번역을 안한다던지, 뭐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 ^^)

특히 [선집]은 고대부터 현대까지를 아우르며 훑어내리는 큰 기획으로,

중문학계에 하나의 기념비로 남을 것이다.

 

이런 기초 위에,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강의], [담론] 등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이제 저 호방한 글씨를 못 보겠구나...

 

잘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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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전집 소장자는 ... 약간은 속이 쓰리구나.

 

아뿔싸 ...

 

 

 

 

 

 

 

 

 

 

 

 

 

 

 

 

 

 

 

 

 

 

 

 

 

 

 

 

 

 

옛 전집 표지. 저 표지도 아마 원래 것은 아니었고 ...

(처음 나왔을 때 표지 사진 추가)

 

 

 

 

 

그리고 새 전집 표지.

6권 [보편 이념과 나날의 삶], 7권 [문학과 그 너머] 추가.

향후 속간 예정.

 

 

 

 

 

 

 

 

 

 

 

 

 

 

 

 

 

 

 

 

 

 

 

 

 

 

 

 

 

 

 

 

 

 

 

 

 

 

 

 

 

 

 

 

 

 

김우창전집 이후의 저작들은 향후에 나올 추가분에 수록될 것으로 보이고...

 

워낙 학계의 거목이다 보니, 김우창 사상에 대한 해설서들도 꽤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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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페이퍼는 철학을 통사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시간의 시험에서 살아남은, 정평 있는 철학사 책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이런저런 철학사 책들을 죄다 언급하지는 못합니다.)

 

1. 철학 이야기, 윌 듀란트

옛날에 중고생 정도에서 흔히 많이 보던 입문서로는

윌 듀란트 옹의 저서가 대표적입니다만, 대단히 훌륭한 책도 아니고 ...

이 정도의 책들은 최근에 나온 더 다양한 시각의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서, 유명하긴 하지만 딱히 권장하진 않습니다.

그냥 옛날에는 그리 종류도 많지 않고 해서 이런 거 봤었다는 정도 ...

황문수 선생의 번역본 말고도 최근까지 여러 종류의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새로 번역본이 나올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

 

 

 

 

 

 

 

 

 

 

 

 

 

 

 

 

 

 

 

2. 서양철학사, 버트란트 러셀

아마도 가장 유명한 철학사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20세기의 천재이자 행동파이기도 했던 러셀의 명성에 걸맞게

1950년대 정도에 대한교과서에서 나온 번역본이 있을 정도로,

상당히 오래전부터 읽힌 책입니다.

(다시 찾아보니 1958년에 정석해, 한철하 번역으로 한국번역도서에서 출간,

이후에 1982년에 대한교과서에서 한철하 번역으로 재출간되었군요.)

이후 최민홍 번역본, 가장 최근에는 서상복 번역본까지 ...

철학 전공자들에 의한 미더운 번역본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서양철학사를 서술하면서 '서양'이라는 한정사를 붙인 것이

아마 러셀의 이 책이 처음이었던가요?

(그전에는 '철학사'라고 하면 당연히 서양철학사만 가리켰다는?

동양이나 ... 이런 비 유럽문명권은 철학에 못미치는 사상 정도? ^^)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들도 있고, 편향된 시각이 지적되기도 합니다만,

러셀 정도라면 그럴 수 있죠 뭐.

(철학사의 저자 중에 철학사에 소개될만한 거장으로는

러셀과 ... 헤겔 정도가 있겠군요.)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영문판도 추천드립니다.

(아니, 가급적이면 러셀의 문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영문판으로 보세요!)

 

 

 

 

 

 

 

 

 

 

 

 

 

 

 

 

 

 

 

 

 

 

 

 

 

 

 

 

 

 

 

좀더 간략하게 훑을 수 있는 [서양의 지혜]도 있고,

역사적 접근이 아니라 주제별로 접근할 수 있는 책도 있습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와 [철학의 문제들]은 같은 책의 번역서입니다.)

러셀 경의 책 중에 그냥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

 

 

3. 서양철학사, 스털링 램프레히트 

러셀이 약간 호오가 분명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인지라

보편적으로 권하기엔 좀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는데요,

램프레히트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편입니다.

해서 입문서로 좀더 선호되곤 합니다. 

 

 

 

 

 

 

 

 

 

 

 

 

 

 

 

 

 

4. 세계철학사, 한스 슈퇴리히

어느 분께서 답글로 문의해주셔서, 추가합니다.

사실 '슈퇵리히'의 책은 임석진 선생의 번역으로

어언 70년대에 분도출판사에서 나왔더랬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표지도 2004년판의 것이고,

당시엔 매우 질박한 느낌의 표지였죠.)

이후에 사실 좀 구해보기도 힘든 편이었고,

다른 선택지들도 있는데 딱히 저걸 구해 읽어야 할 필요까진 없어서 ...

 

하지만 1999년의 최종 개정판을 바탕으로

2008년에 박민수 번역으로 새로 나오기도 했으니

여기 올린 자격은 충분하다 봅니다.

저는 이 책은 안 읽었으므로 내용 평가는 못하고요,

특징적인 것을 꼽자면 '세계' 철학사 답게

앞부분에 인도와 중국 사상에 대해 잠시나마 언급을 했다는 점.

(하지만 고대 사상 부분만 서술했을 뿐임)

독일어 제목에는 'kleine'가 붙어서 '세계철학소사'이지만

새 번역본 기준 1200쪽을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는 점.

(한권으로 죄다 보기엔 딱 적당한 사이즈군요 ^^) 

 

 

 

 

 

 

 

 

 

 

 

 

 

 

 

 

 

 

5. 서양철학사,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보통은 철학사 서적은 한두 권 정도 보고 대략의 뼈대를 세운 뒤

철학자들의 원저로 들어가게 마련인데요,

힐쉬베르거도 그 선택지에 꼭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너무 단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열 권 가까이 되지도 않고,

두툼한 두 권 정도면 진지하게 접근하기 딱 좋은 분량입니다.

특히 고대 헬라스 철학 부분은 매우 자세하죠.

(독일어판은 당연히 ... 꽤 최근까지도 개정판이 나오던데

한국어판은 어디까지 반영되었는지는 잘 모르겟네요.

뭐 큰 차이는 없겠지만요 ^^)

 

 

 

 

 

 

 

 

 

 

 

 

 

 

 

 

 

 

 

6. 철학사, 프레드릭 코플스턴

총 9권 가량의 방대한 원서인지라, 아직 완간되지는 않았고 ...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 보입니다.

9권이면 전공자라도 살짝 망설여질 정도긴 하죠.

 

결국 각론을 위한 개설적인 위치를 가지는 것이 철학사인데,

또 각론으로 들어가다 보면 해당 분야 전문 연구자의

다른 책들이 많고 해서 위치가 애매하죠.

단, [그리스 로마 철학사]와 [중세철학사] 정도는 많이 읽힙니다.

서재에 원서로 두어 권 모셔뒀을텐데, 아마 전권을 다 볼 일은 없겠죠 ...

 

 

 

 

 

 

 

 

 

 

 

 

 

 

 

 

 

 

 

 

 

 

 

 

 

 

 

 

 

 

 

 

 

 

 

 

 

 

 

 

 

 

 

 

자, 이 정도가 고전적인 서양철학사 저술들입니다.

이런 역사적 접근을 취한 철학 입문서들은 위의 저술들 많고도

매우 많고, 지금도 심심찮게 새로 나옵니다만,

그중에 정평있는 저작들이 되겠습니다.

 

 

 

7. 철학사, 프리드리히 헤겔

사실 이런 통사로서의 철학사를 가장 먼저 서술한 양반이

(제가 알기로) 독일 관념론의 집대성자, 헤겔 되겠습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아리스토텔레스도 [형이상학]에서

이전의 철학자들에 대한 서술을 했습니다.

그게 아마도 최초의 철학사 정도 되겠네요.

그때 기준으로는 나름 현대 철학사였겠죠? ^^)

 

한국어판 [철학사]는 고대 철학을 다룬 1권만 나온 상태이고 ...

근대 철학사 강의 부분에 대한 해설서,

그리고 헤겔 철학사에 대한 해설서 ...

뭐 이 정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약간은 아쉽죠.

아마도 헤겔의 주저를 고군분투, 홀로 번역하다시피 해온 임석진 교수가

[철학사] 뒷부분도 완결을 지어서 내놓지 않을까, 하고 예상해봅니다.

아참, 완간되더라도 20세기 현대 철학 부분은 빠지겠네요. 큰 단점! ^^

 

 

 

 

 

 

 

 

 

 

 

 

 

 

 

 

 

 

8.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들뢰즈

아까 철학사의 저자 중에 철학사에 소개될 만한 거장으로는

러셀과 헤겔 정도가 있다고 했었는데요 ...

찜찜하게스리 뒤에 하나 남은 책이 있네요.

사실 이 책은 들뢰즈가 직접 쓴 책이 아니고,

들뢰즈의 소논문들 중에 철학사적인 성격을 가진 것들을 모아 편집한 책입니다.

해서 약간 애매하긴 한데 ... 번외로 같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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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자나 2016-03-15 09:5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분량으로 보나 균형잡힌 서술로 보나 적절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세계철학사]도 여쭈어보셨는데, 앞부분에서 동양의 `지혜`를 슬쩍 언급이나마 해주고, 현대 철학 부분도 좀더 보강이 된 부분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선정하신 책 보고 바로 [철굴]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죠.)
슈퇴릭히 철학사는 임석진 선생의 번역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았던 책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본문에 넣어도 될 정도의 급이네요.

˝이런저런 개론서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라˝라는 말씀을 해주신 교수님이 계셨지요.

2016-03-14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자나 2016-03-15 10:07   좋아요 0 | URL
[세계철학사]를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이정우 선생의 학문적 성취로 미루어 볼 때, 완간만 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동서양의 철학사를 조망하는 `세계` 철학사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물론 서양고대철학을 다루는 1권도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 등에서 보여준 녹록찮은 실력을 발휘할 겁니다.
선생의 다른 저서들도 읽기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특히 [개념-뿌리들] 같은 경우는 철학사적 접근이 아니라 철학적 개념을 통해 이해하는,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2016-03-15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7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자나 2016-04-07 10:39   좋아요 0 | URL
[철학이야기]도 아마 안광복 저서 정도의 그만그만한 수준일 겁니다.
(제가 안광복 씨 책은 못 봐서 짐작할 뿐입니다.)
철학자의 삶의 맥락보다는 ... 사상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 등을 짚어준 것이
러셀의 [서양철학사] 정도겠고요.
철학사 서적에서 개별 철학자의 삶의 맥락까지 일일이 다 파고들려면
아무래도 너무 분량이 많아지겠죠? ^^
배경적인 부분까지 충분히 언급하려면 힐쉬베르거나 코플스톤 정도의 분량이 되어야 하는 거죠 ...

braveattack 2018-11-02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도철학사 관련 도서는 어느 것이 좋을까요?
라다크리슈난의 시리즈는 총알이 부족해서 못지르겠고,
남는 건 길희성 교수와 이병욱 교수의 것인데 이 글과는 약간 벗어나 있지만 혹시 접해보셨다면 추천해주실수 있나요?

비로자나 2016-08-30 12:16   좋아요 1 | URL
제가 인도철학에 관심을 가질 무렵에는 길희성 교수의 저작 밖에 볼 책이 없었습니다. 길희성 교수의 책을 보며 관련 학과로 진학해서 연구해야지, 하는 꿈을 꾸기도 했더랬지요. 소략한 면이 있지만 개론서로는 적절한 분량과 서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원의범 교수의 저작은 더 이전에 나왔지만, 당시엔 몰랐네요 ^^)
이후에 하인리히 짐머의 더 소략한 책도 나오고 ... 하지만 이건 너무 소략해서 추천하기엔 좀 그렇네요.
이병욱 교수의 저작은 제가 못 읽어봐서 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
아무래도 좀더 새로운 해석이나 학문적 성과가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만약 언급하신 두 분을 제외하고서 ... 저에게 고르라면,
이지수가 옮긴 [인도철학]이나 김형준이 옮긴 [학파로 보는 인도사상] 같이
인도 학자가 쓴 책을 보고 싶군요.
물론 라다크리슈난의 거작이 있지만, 총알이 부족하시다니 ...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