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력이 느껴지는 단편집이다.  왜 그가 일본내 최고의 작가인지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무라카미하루키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작가이며, 전세계적으로도 역량있는 작가이다. 그렇기에 그의 5년만의 단편집인 "도쿄기담집"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역시 ....
 
  5편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무라카미 하루키식으로 엮은 단편집이다. 처음에는 "모 이런게 기담이야!!" 라고 시작했다가 두번째, 세번째 에피소드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래, 그렇수도 있겠다." 를 거쳐 네, 다섯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앗! 그렇겠구나!!"로 마무리되는 갈수록 빠져드는 매력있는 단편집이다.
 
  특히, 세번째 에피소드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와 다섯번째 에피소드인 "시나가와 원숭이"는 머리가 쭈볏서는 느낌을 받았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남편이 아파트 24층과 26층 사이에서 실종된 이야기를 다룬것으로서 읽는내내 왜그랬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반복되다가 끝에가서는 "정말로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나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에피소드 또한 이름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로 다섯편중에서 가장 머릿속에 남으며 시사하는 바가 있는 이야기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은 여느 기담, 괴담이야기와는 다른 완성도가 있는 이야기책인것 같았다. 처음 몇장을 펼쳐 읽다보면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흡입력있는 단편집이며 책을 읽고 나서는 예전에 들었던 기이한 이야기가 머리속에서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책속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몇군데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때로 우리는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말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항상 우리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요. 우리가 없어지고 나면,
말은 존재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그것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는 말이 되어버리고,
드러나지 않는 말은 이미 말이 아니거든요."
- p.136 -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中 에서.

"작은 비밀이라는 건 소중한 거예요" - p.163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中 에서.

"이 세상의 모든것은 의지를 갖고 있어", "예를 들면, 바람은 의지를 갖고 있어. 우리는 평소에 그런 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걸 개우치게 되는 거야. 바람은 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당신을 감싸고, 당신을 뒤흔들고 있어. 바람은 당신 내면의 모든것을 다알고 있어. 바람뿐만이 아니야. 모든 게 다 그래...." - p.178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돌 中 에서.

"전진과 후퇴가 반복되고 있긴 하지만, 모든 일은 착실하게 잘 해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 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흔히들 말하잖아요, 인생은 3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하는 거라고 말이에요. 걱정할 것 없어요. 잘 될 테니까..." - p.237 - 시나가와 원숭이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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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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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그림과 글로 구성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 그런책이다.  짧은시간에 읽을 수 있는 그림중심의 책이지만 책을 덮고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을 잠깐 소개하면, 마르슬랭이라는 이유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가 있다. 마르슬랭은 늘 얼굴이 빨갛다. 이유없이 말이다. 더 기가막힌 것은 정작 빨개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마르슬랭은 점점 친구들과 멀어져 혼자 놀게 된다. 단지 얼굴이 빨개진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그런 그에게 친구가 찾아왔다. 그친구는 르네라는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는 아이이다. 하지만 르네에게도 핸디캡이 있다. 르네는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한다. 연주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말을 하다가도...  둘은 가까워졌다. 동변상련이라고 해야할까, 둘은 항상 붙어 다녔다. 늘, 언제나 어디서나 서로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르슬랭이 집에 없는사이 르네의 가족은 이사를 가버렸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마르슬랭은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럴적마다 르네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그러면서 마르슬랭과 르네는 서로 다른곳에서 성장을 하게 되었다.   성인이된 두사람은 .....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읽고 어릴적 친구가 떠올랐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유독 한 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또한, 나를 이해하고 내가 어려운 일이 닥쳤을때 나를 찾아줄 친구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머리속에서 친구의 얼굴을 하나 둘 떠올려 보았다. 그러한 친구가 단 하나만 곁에 있어도 나의 친구사귀기는 그리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내일은 시간을 내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못한 친구들에게 안부전화라도 해야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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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존 2007-04-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이 책 좋아합니다. ^^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턴가  이.사.카.고.타.로를 주목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는 일본작가의 작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나와는 별로 취향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을 했던것 겉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 '사신치바'를 보고 흥미를 갖게 되었다. 독특한 그의 스토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본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이사카고타로를 주의깊게 보게 된 동기가 되었다.

  '러시라이프' 제목은 좀 딱딱한 느낌을 받았었다.  또한 '러시'가 RUSH(질주)라는 단어인줄 알았다. 하지만 '러시'가 '풍부한, 풍요로운' 이라는 의미의 lush라는데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바쁘게 질주하는 삶이 아닌 풍요로운 삶을 그린 '러시라이프'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라는 호기심.

  러시라이프는 이사카 고타로만의 색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그만의 독특한 퍼즐식 맞추기 구성법.  5명의 아무 의미없을 것 같은 주요 구성원이 잘 짜여진 각본처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소설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구성원 모두 힘들고, 어렵고, 사회에서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그들에게 풍요로운 삶이란 애초부터 없었다. 오직 암울한 내일만 있을 뿐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그러한 각각의 구성원의 삶을 하나 하나 풀어헤친다. 

  러시라이프를 보면 마치 잘 짜여진 퍼즐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속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과 그들의 엮임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퍼즐을 처음 맞출때는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때가 종종있다. 조각조각이 전혀 맞지도 않고, 서로 관계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조각 한조각 맞추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퍼즐을 볼 수가 있을것이다. 그토록 관계없어 보이던 조각 조각이 이웃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처럼, 러시라이프의 소설속 주인공의 삶이 그래보인다.

  도둑, 화가, 카운슬러, 신흥종교추종자, 실직자와 관련된 주위인물, 그리고 이들과 연결고리가 되는 개한마리. 사실 이들은 아무 관계도 없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들은 교묘하게 연결되어진다. 마치 아침에 집을 나서 학교나 직장으로 갈때 우리가 무심코 만나는 사람, 지나치는 사물, 지나간 장소는 아무 의미가 없는것 같지만 그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라이프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과 전생 그리고 사후의 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에셔의 작품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를 통해 삶을 보여주고자 했던것 같다. 계속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복잡한 계단을 걷는 병사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정체되는 것이라고....하지만 그 끝없는 걸음을 아래에서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 또 다른 병사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찾는 모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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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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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그네를 구입할때 따라온 책이다. 어찌보면 인더풀을 준다고 해서 겸사겸사 해서 공중그네를 구입했는지도 모르겠지만...공중그네의 연결편이라 보면 된다. 다섯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오히려 공중그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던것 같다.  계속 반복되어 이어지는 포맷이 지루하긴 했지만 그냥 웃으면서 읽어내려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읽으면 "나도 병원에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한 에피소드 나오는 것처럼 나도 어쩌면 강박신경증에 걸린것 같아서 말이다. 집에서 나올때 분명히 문을 잠갔는데 다시 돌아가 손잡이를 한번 더 돌려본다거나, 퇴근후 집에 도착해 분명히 자동차의 리모콘을 눌렀는데 몇번이고 다시 확인해 본다거나, 컴퓨터를 끄고 나온것 같은데 아닌것 같기도 하고...하는 일련의 이런 행동들이 바로 강박신경증이란다. 이른바 '확인행위의 습관화' ,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한두번씩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의사 이라부의 엉뚱한 치료법을 이책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병원에 가봐야 하는 이유는 또하나 있다. 러너스 하이 라는 중독성때문에....러너스 하이는 "오래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 왜냐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강도를 높여 달리게 된다. 한때 그런적이 있다. 인라인을 탈때 매일매일 더 많이 멀리 달리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바로 러너스 하이때문에...아지만 언젠가 실증이 나버렸다. 너무 달려 지쳐버렸기 때문에 말이다. 인더풀을 보고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의사 이라부의 치료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계속 달리게 하는것. 지겹도록 그일에 매달리게 하는것. 그래서 본인이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이라부식 치료법이다. 물론 본인도 함께 참여하는 그만의 독특한 치료법을 맛보기 바란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보면 마음이 편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그의 작품이 좋다. 엉뚱한 상상력이 좋다. 요즘처럼 따분하고 재미없을때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그의 또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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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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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을 사 놓은지는 꽤 오래 되었던것 같다.  다른 읽을 거리가 많아 책꽂이 한켠에 꽂아두었던 것을, 그의 최근작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꺼내 읽게 되었던 책이다.  공중그네는 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좌충우돌 못말리는 환자 다루기를 다룬책이다.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그냥 가벼이 읽으면 되는 책이다. 

  처음에는 "모 이런 의사가 다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일단 주사부터 한방 꾹 놓고 시작하는 치료와 무뚝뚝한 간호사의 행동들이 이상하게 보여졌으니까...하지만 페이지가 더해지면 더해질 수록 의사의 행동이 일반 여느 의사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막무가내식 치료법, 몸으로 때우는 치료법, 환자를 무시하는 치료법, 그러면서 결국은 환자와 하나가 되어,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환자 마음 깊숙히 박혀있는 상처를 해결하는 괴짜의사의 독특한 해결법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웃음이 자아나고, 엉뚱하고, 기이한 의사의 이야기 이지만, 그 내용이 주는 의미는 현대를 사는 의사들이 한번씩은 생각해 봄직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을 열면 치료가 된다", "마음에 쌓인것을 풀어" 라고...

  "공중그네"의 이라부 의사를 보면서 영화 "패치 아담스"가 떠올랐다. "로빈 윌리엄스"가 열연한 패치 아담스는 실제 의사의 일화를 담은 영화로 잔잔한 감동을 받은 영화였다. 영화속에 패치는 기발하고 괴짜같고 장난스러은 행동으로 환자들을 대한다. 이는 당시 의사들은 권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에 행한 일로서 주위의 질타를 받곤했다. 하지만 패치는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하려는 그만의 독특한 치료방법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공중그네는 그냥 편하게 읽으면 된다. 하지만 반복되는 형식에 거의 끝부분에서는 살짝 지루함이 묻어난다. 그냥 다른 책 읽는 도중에 짬을 내어 한편씩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괴짜의사 "이라부"와 그의 엽기 간호사의 이상한 치료를 한번 받아보기 바란다. 한동안은 마음이 가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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