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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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도저히 펼쳐 들었던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다면 책속의 트리샤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책을 덮는다면 책의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 트리샤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간신히 잡았던 트리샤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결국은 트리샤와 함게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트리샤는 숲속에서 여러날을 지새웠지만 나는 단지 하루만을 지새웠을 뿐이다.

[2회]   스티븐킹에 대해 굳이 얘기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 것이다.  지금 나의 책꽂이에는 아직 읽지않은 그의 책이 몇권 더 꽂혀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을까? 남들은 1년에 한권도 쓰기 힘든 책을 연이어 쓸 수 있을까 말이다. 아마도 그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는 듯하다. 마치 드라마속에서 위기에 처한 맥가이버에게 주위의 도구 하나만 쥐어주면 환상적으로 위기를 벗어났던 것 처럼,  스티븐킹에게는 한단어만 뱉어주면 그것을 이용해 상상지도 못한 이야기 보따리를 한껏 풀어내니 말이다. 무한한 그의 작품세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3회]   스티븐킹의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처음에는 야구 이야기 인줄 알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엄밀히 야구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야구를 소재로한 숲속에서 길을 잃은 한 소녀의 처절한 공포와의 한판승부를 펼치는 소설이다. 하긴 그런 면에서는 야구소설이라 해야 할것 같다. 야구를 모른다고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메이저리그는 미국 프로야구이고 그중에서도 단연 동부지역의 보스톤 레드삭스와 영원한 라이벌이며 대단한 팀인 뉴욕양키즈정도만 알면 그만이다.   보스톤 레드삭스에는 우리의 김병현선수가 있지 않았던가. 아마도 나의 기억으로는 톰고든이 다른팀으로 옮기고 김병현선수가 보스톤 레드삭스로 입단하지 않았나 싶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4회]   어째든 이책을 집어들었다가 "야구얘기 아니야"라고 내려놓았다면 아마도 커다란 실수를 한 것이다. 야구를 몰라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엄마와 오빠와 함게 미 북부의 한 숲으로 피크닉을 떠났다가 길을 잃고 홀로 남겨진 9살 소녀 트리샤의 탈출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담긴 소설이다. 스티븐 킹은 트리샤의 숲속 탈출 여정을 야구와 살짝 연결을 시켰을 뿐이다.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소설을 읽다보면 절로 빠져들게 된다. 

[5회]   숲속에서 길을 읽은 트리샤와 유일하게 숲밖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는 바로 라디오 기능이 있는 워크맨이다. 트리샤는 보스톤 레드삭스의 톰고든이라는 마무리투수를 좋아한다. 팬으로서. 오죽하면 피크닉갈때 톰고든의 등번호 36번이 새겨진 레드삭스유니폼과 직접 그에게서 받은 사인 모자를 착용할 정도니까.... 트리샤는 워크맨을 통해 자신이 그토록 열광하는 팀의 라디오 중계를 듣는다.

 [6회]  이 라디오 중계는 트리샤에게는 희망이다. 살 수 있다는 희망. 팀이 이기면 자신도 살 수 있다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 또한 숲속에서 허기와 공포와 각종 벌레와 휩싸일때 그를 지켜준것은 다름아닌 톰고든의 사인이 든 모자이다. 바로 이 모자는 트리샤에게 숲속에서 살아남는 용기를 주는 부적과도 같은 존재이다. 

[7회]   모든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혼자 있을때, 그리고 어둠이 깔렸을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배고품, 갈증, 주변의 알 수 없는 짐승, 아마도 무엇보다도 무서운것은 공포가 아닐까 싶다. 공포는 어디서 오는가? 바로 마음속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같은 상황이지만 낮에 느끼는 것과 밤에 느끼는 것은 다르게 다가온다. 하지만 바뀐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마음뿐....과연 트리샤는 공포, 허기, 갈증속에서 무사히 탈출 할 수 있을까?

[8회]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8:7 케네디 스코어라고 한다.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결국은 한점차이로 역전을 하는 드라마 같은 점수. 투수도 나올만큼 나오고 관중들도 흥분할 만큼 흥분하게 되고, 감독도 더이상 꺼낼 카드가 없을때 터지는 점수처럼, 야구는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수없이 떠들어대는 해설자의 말처럼, 인생도 각본이 없기에 그래서 살아갈 맛이 나고 재미가 나는 것처럼, 스티븐킹의 [톰고든을 사랑한 소녀]도 누구에게나 읽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다.

[9회]   혹시 친구들과 가족들과 연인과 숲속으로 피크닉을 가게 된다면, 그러다가 길을 잃게 되어 혼자 남게 된다면, 저자가 말한 나침반과 정확한 지도외에 나는 이책을 들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히 이야기속 트리샤를 친구삼아 무사히 헤쳐 나올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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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스티븐 킹 특별 기자회견 in 런던

최근 스티븐 킹의 2006년 작 <셀>이 국내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킹은 또 한편의 새로운 작품 <리시 이야기>를 발표하였는데요. 지난 11월 9일 런던 외신기자협회(FPA)에서 열린 스티븐 킹의 특별 기자회견장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정리해 전합니다. (제공: 황금가지 출판사)

사회자: 따로 소개할 필요조차 없는 최고의 작가인 스티븐 킹은 마흔 권이 넘는 소설로 전 세계 독자들을 가슴 졸이게 했습니다. 킹 씨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자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킹 씨의 아주 특별한 새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바로 <리시 이야기(Lisey's Story)>입니다. 킹 씨의 새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공포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킹 씨의 새 책을 영국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지금부터 약 40분 동안 킹 씨가 기자 여러분의 질문에 답할 것입니다. 그럼 킹 씨에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스티븐 킹: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께서는 저를 아신 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습니다. 한때는 제가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거든요. 잠시, 아주 잠시뿐이었지만요. (웃음) 그 기록은 오래전에 깨졌습니다. 누가 새 기록을 세웠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물론 기록을 세운 본인은 알고 있겠지요. 지금의 저는 그냥 평범한 ‘글쟁이(writing guy)’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원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커다랗게 써 붙인 작가의 사인이나 시끌벅적한 분위기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리시 이야기>는 제게 매우 특별한, 뜻깊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가 지금껏 쓴 소설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국의 독자들께 제가 직접 책을 소개하고 싶었고, <셀(Cell)>(밀리언셀러클럽 51, 52)을 출간하여 큰 성공을 거둔 호더 출판사가 자리를 마련해 준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는 <자루 속의 뼈>를 출간했을 때 와 본 후로 오랜만에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영국 여행은 좋은 만남으로 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군요. 자, 이제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Q. <리시 이야기>가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공포가 아니라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인가요?

A.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단지... 가끔, 아주 특별한 작품이 나올 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나 할까요.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모든 작품이 자기 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가장 쓰기 힘든 작품에 가장 정성을 쏟게 마련이지요. 때로는 그 작품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그건 마치 장애를 지닌 아이를 정성껏 보살피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쓴 책들 가운데 어느 것이 그런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하지만 가끔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정말로, 정말로 특별한 작품이 될 거라는 예감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글을 쓰려고 앉아 있는데 책 속의 이야기가 제 정신의 모든 방을 완전히 차지하고, 이야기 속의 언어가 머릿속에 떠올라 점점 더 뚜렷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지요.

<리시 이야기>는 어쩌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책의 첫 문장은 좀 우울합니다.
“너무 유명한 사람의 배우자는 대중의 눈으로 보면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유명 인사들을 보면 실제로 그렇거든요. 아, 정치인의 경우는 좀 다르지요. 로라 부시 같은 사람은 꽤 유명하니까요. 남편을 위해 열심히 선거 운동을 했고, 실제로 남편이 당선되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배우자도 꽤 유명한데 그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유명해진 거고요. (웃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남편도 유명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유명인의 배우자를 주목하려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어요. 주목받지 않는 사람이 주목받는 사람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살아갈 힘을 주는지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아내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스티븐슨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원고를 이틀 만에 뚝딱 써 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아내에게 원고를 보여 줬습니다. 사실 저도 원고를 완성하면 제일 먼저 제 아내에게 보여 줍니다만, 스티븐슨의 아내는 원고를 읽고 겁에 질려 굉장한 악평을 했다는군요. 아예 불쏘시개로 던져 버리라고 했대요. 스티븐슨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했답니다. (웃음) 그러고는 원고를 완전히 다시 썼지요.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읽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입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스티븐슨의 걸작이 불쏘시개가 되었다니 아깝군.”이라고 말하지만... 글쎄요, 불쏘시개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웃음)

어쨌든, <리시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남편인 스콧 랜던은 매우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는 도서관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광적인 팬의 총에 쓰러지고 말죠.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자기 목숨을 챙기려고 도망가기에 바쁜 와중에 오직 그의 아내인 리시만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그녀만은 남편을 구하러 달려옵니다. 이 장면을 그려 보면 리시는 오직 하나뿐인 구원입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그늘에 묻히고, 단 하나의 구원만이 빛납니다. 리시이지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그녀 말입니다. 이런 생각이 제 머릿속에 떠올라 하루하루 더 또렷해졌고, 리시와 랭던의 깊은 사랑은 제 안에서 나날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쓰는 것이 최고의 작품이 될지 어떨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멋지디 멋진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것을 쓸 뿐입니다. 작가뿐만 아니라 기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보면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간밤의 숙취로 정신이 혼미한 지경이라고 해도 쓸 수밖에 없지요. 그것이 바로 ‘쓰는 일’의 본질입니다. 이번에는 그 일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지만요.

Q. 킹 씨는 그동안 수많은 공포 소설을 써서 유명해지셨는데요, 정작 킹 씨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건 뭔가요? 또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요?

A. 어제까지는... 조지 W. 부시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폭소) 아니, 정말이에요. 진짜로. 어제 미국에서 중간 선거가 있었는데, 그 사람 코가 아주 납작해졌더군요. 또 어제 저녁에 출판사 파티에 갔다가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들어 보니 럼즈펠트 장관이 경질되었다고 하던데, 그 얘기를 들으니 문득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습니다. “마녀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였던가요? (웃음)

사실 부시 개인을 미워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토록 강대한 군산복합체를 통제하는 힘이 그토록 유별난 신앙과 결합하여 유치한 감성을 지닌 사람에게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혐오하는 거지요. 그건 정말로 두렵습니다. 미국인들이 그러한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싫습니다. 2000년도 대선에서 600표나 적게 획득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말이지요...
제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죽음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 말입니다.

Q. <리시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아내인데요. 킹 씨 자신의 현실에서 소재를 찾은 것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책에서 킹 씨 자신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A. 당연히 나올 만한 질문입니다. 저는 작품을 책으로 출간하기 전에 꼭 아내에게 보여 주고 의견을 듣습니다. 평소에는 아내가 좋은 의견을 들려 주는데, 이번에는 그러더군요.
“스티브, 이 원고는 출간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이 당신은 스콧이고 나는 리시라고 오해하겠어요.”
기록을 위해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스콧이 아니고 아내는 리시가 아닙니다.

책을 읽다보면 스콧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일 제가 스콧이라면 저는 이 책에서 제가 저지른 범죄들을 고백하는 셈이 되는데, 전 그러지 않았거든요. 또 리시는 고졸 학력에 아이가 없는 여성이지만, 제 아내는 대학을 나와서 아이를 셋 낳았고 소설을 여섯 권이나 썼습니다. 저는 아내가 풍부한 교양과 풍요로운 정신 세계를 가진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콧과 제가 닮은 점이 있다면, 똑같은 서재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책에 나오는 스콧의 서재는 제가 글을 쓰는 방과 아주 똑같아요. 여기저기 어지럽게 쌓인 책과 원고들, 책상, 양탄자, 모두 그대로입니다. 5년 전에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서재를 싹 치워놨더군요. 가구도 치우고 양탄자도 걷어내 버렸어요. 맨바닥을 드러낸 서재에 들어갔더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소리가 울렸는데, 예전에 어머니 댁을 치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에 동생과 함께 집을 청소할 때에도 그런 소리가 났었지요. 내가 죽으면 아내도 이 서재를 정리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10년 후가 될지, 아니면 12년, 15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Q. <리시 스토리>는 매우 감성적인 소설인데, 킹 씨가 이제까지 써 왔던 스릴러 소설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A. 제가 이제껏 쓴 책들은 모두 감성적이었습니다. 저의 관심사가 바로 독자의 감성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이거든요. 저는 독서가 반드시 지적 유희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헨리 제임스나 이디스 와튼의 지적인 작품을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성적인 작품을 주로 읽고 감성적인 작품만을 씁니다. 무엇보다 제 안에서 나온 것만을 쓰려고 하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의 감정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를 호러 작가라고 부릅니다. 저는 ‘호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거부한 적은 없지만 순순히 인정한 적도 없지요. 단지 호러 장르가 유행했기 때문에 호러 작가라고 불렸을 뿐, 저는 다만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바로 독자들의 감정을 공격하고 놀래키는 일 말입니다.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게 만드는 것, 불 위에 올려놓은 저녁밥을 홀랑 태우게 만드는 것, 런던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뉴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직업입니다. (웃음)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고요. 만약 독자가 제 소설을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때 침대 밑에 뭔가 있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면, 대성공입니다.

하지만 저는 독자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것만큼 웃게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리시 이야기>에서처럼 독자들에게 슬픔을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독자들은 이 책에서 깊은 슬픔과 따뜻한 유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감성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머릿속, 제 마음속, 제 경험속이지요.

Q. 첫 장편인 <캐리>(스티븐 킹 걸작선 1)를 출간할 때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쓰레기통에 처박힌 원고를 아내인 태비사가 건져내서 출판사에 보내게 되었다면서요?

A. 아내는 제 책의 첫 번째 서평자이자 충실한 조언자입니다. 이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만... 사실 <캐리>를 쓸 때 편집자가 작품의 결말에 불평을 제기했습니다. 졸업 무도회 장면에 뭔가 대재앙 같은 게 필요하다고 했죠. 제 본래 의도는 무도회에 가서 돼지피를 뒤집어쓴 캐리가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가는 거였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더군요. 캐리가 복수하는 장면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캐리의 초능력으로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을 다 결딴내는 걸로 가자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런데 아내가 체육관 천장의 파이프를 터뜨려서 물을 뿌리고 감전시키는 건 어떠냐고 하더군요. 정말 천재적인 생각이었지요.

사실 편집자나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원고를 보여주면 칭찬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와우, 이건 정말 멋진데요!’라거나 ‘제가 읽은 소설 중에 최고예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성서보다 훨씬 잘 썼군요!’ 같은 소리만 하죠. 그러고 나서 꼭 한다는 말이 ‘그런데 한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말이죠... 아니, 진짜 한두 가지예요.’ 그 다음에 열두 쪽짜리 수정 제안서가 날아옵니다. (웃음)
하지만 아내는 그러지 않습니다. 최고의 비평가예요.

Q. 부부 금슬이 아주 좋으신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만, 성공적인 결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 반드시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일부일처제를 믿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을 믿지요. 사랑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올해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셨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책을 빨리, 많이 쓰시죠?

A. 전 유난히 두꺼운 책을 많이 썼습니다. (웃음) 왜냐하면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게 즐겁기 때문입니다. 전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해요. 책을 많이 쓴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올해 초에 발표한 <셀>은 5년 전에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호텔 앞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여인을 보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요. ‘만일 저 여자가 휴대폰으로 이상한 신호를 받고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누가 쓰러뜨릴 때까지 계속 죽인다면?’ 사실 꽤 예쁜 여성이었는데 말입니다. 세련된 모습이 미국 사람이 아니라 꼭 유럽 사람 같았어요. 매니큐어도 아주 예쁘게 발랐고... 그런 여자가 갑자기 휴대폰 때문에 미쳐 날뛴다면 누가 믿겠냔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그런 꼴을 당해도 싸다고 봐요. 전 휴대폰을 정말, 정말 싫어하거든요. (웃음) 실제로 전 휴대폰이 없습니다. 왜 없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해요. ‘당신이 휴대폰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휴대폰이 당신을 소유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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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구달, 희망을 이야기하다

세계적인 여성 침팬지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2003년에 이어 2006년에도 한국을 방문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초청으로 11월 5일부터 10일까지 한국에 머문 제인 구달 박사는 연세대 강연과 화계사 발우공양 체험 등 ‘한류 스타’ 뺨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범세계적인 생명사랑운동인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운동과 전 세계가 당면한 환경문제, 특히 먹을거리의 안정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제인 구달 박사와의 인터뷰는 바쁜 일정상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젊은이들을 위한 생명사랑운동 ‘뿌리와 새싹’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침팬지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
제인 구달 박사는 1년 365일 중 320일 정도를 외국에서 지낸다. 전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니며 환경 운동과 동물 보호 운동을 한다. 고희를 훌쩍 넘은 그가 살인적인 일정에도 기운을 잃지 않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변하면 세상은 변한다.

“나의 강연, 내가 쓴 책, 제인 구달 연구소와 ‘뿌리와 새싹’ 운동이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희망은 젊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들이 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우리가 한 실수와 실패를 배우고,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는 행동을 한다면 세상은 변합니다.”

그는 앞으로의 세상을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제대로 알길 원한다. 그래서 그에게 ‘뿌리와 새싹’ 운동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1991년 아프리카 다르에스살라암에서 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작은 모임으로 시작한 ‘뿌리와 새싹’은 1993년부터 미국과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2006년 현재 약 90개국의 나라에서 7,500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사람’, ‘지구’, ‘환경’ 이 세 가지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활동을 하게 된다. 한국에는 민족사관고와 서울외국인학교, 이우학교에 ‘뿌리와 새싹’ 동아리가 있다. 제인 구달 박사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좀 더 환경 문제에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뿌리와 새싹’ 운동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인 ‘뿌리와 새싹’은 젊은이들을 상징합니다. 뿌리처럼 이 사회를 떠받치고, 새싹처럼 미약해 보이지만 거대한 돌담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젊은이들을요.”

그는 젊은 사람에게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나 하나쯤 어떻게 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할까, 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분명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일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석유’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다면 앞으로는 ‘물’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도꼭지만 제대로 잠그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물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낭비하지 않은 물은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겠죠. 이런 작은 행동만으로도 주변이 바뀔 수 있는 겁니다.”

강연장에서 강단으로 가는 중인 제인 구달 박사. 뒤에 서 계시는 분이 최재천 교수이다.
그는 개인이 날마다 하는 행동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아주 사소한 행동도 지구의 환경과 생물의 생존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낭비하는 자원, 맛있고 편해서 사먹는 패스트푸드, 귀찮아서 제대로 하지 않은 분리수거가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동시, 경쟁과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키워지는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어린 시절’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 암탉이 알을 어떻게 낳는지 관찰하거나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지요. 장래에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얻으려고 어린 시절을 희생하지 마세요. 돈은 가난한 친구를 돕는 데 필요하고,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요. 삶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밥상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환경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 침팬지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이 동물실험을 비롯해 인간에게 학대당하고 있었고, 아프리카에서는 침팬지가 살 수 있는 숲이 무분별한 벌채와 개발로 점점 사라져 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집약 농업의 참혹한 현실과 환경에 대한 인간의 약탈을 알게 되면서 나는 먹을거리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제인 구달은 동물을 비인간적으로 사육하는 ‘공장제 농업’의 실태를 알게 된 후,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닭이 서로 쪼지 못하도록 부리를 잘라버리고, 항생제와 호르몬, 농약으로 범벅이 된 먹이를 억지로 먹입니다.”

그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채식은 인간에게 잘 맞는 식습관이다. “채식을 하고 나서 몸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일 년에 300일이 넘게 해외로 돌아다니며 강연을 할 수 있는 것도 채식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육식은 비경제적이다. “단순히 식물성 단백질을 동물성 단백질로 변하게 하려고 엄청난 물과 사료를 씁니다. 그리고 항생제와 호르몬으로 키워진 고기는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제인 구달이 우려하는 것은 고기뿐만이 아니다. “현대의 산업형 농법은 상업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단일 경작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먹을거리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산업형 농경에 어울리는 몇 가지 종류만 재배되고 있지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작물이 놀랄 만큼 획일적입니다. 이렇게 된 결과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농약의 독성은 치명적이고, 땅은 제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런 공장 같은 농사에서 생명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느낄 리 없다. 또한, 오로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현대 농업 기술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작은 농장을 경영하는 대다수의 농민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몇몇 대기업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공기가 오염되면 물이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면 땅이 오염된다. 오염된 땅에서 자란 농작물을 먹은 동물과 사람이 건강할 리 없다. 제인 구달은 이렇게 엄청난 환경 파괴를 가져오게 된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이삼백 년 후의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우리 세대만을 위해 중요한 일들을 결정해버립니다. 그것이 내 욕망을 만족시켜줄까, 그것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까,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까… 이런 기준으로 중요한 것들을 결정합니다. 모든 것을 물질적으로 소비하기만 한 유물론적인 현대 사회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치를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머리와 가슴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의 밥상을 희망의 밥상으로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제인 구달은 제일 먼저 근처에 있는 유기농업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고 파는 사람들을 만나라고 충고한다. “물론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들과 비교해서 비싸죠.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을 산다면 가격은 싸질 거예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유기농이나 바이오 푸드가 옛날보다 훨씬 많이 판매되는 건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유기농이 비생산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따져보면 유기농은 안전하고 맛있을 뿐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로운 농사 방법이에요. 유기농은 단지 먹을거리만 생산할 뿐 아니라 생태계를 원래대로 돌려놓습니다. 그리고 자기 고장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그 고장에서 소비한다면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전통적인 먹을거리를 지킬 수 있으며, 품종의 다양성도 지킬 수 있죠.”

매끼의 식사에는 많은 역사가 담겨 있다. 먹는 사람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음식물을 구매하는 행위는 지구 환경을 위한 투표와 같다. 어떤 상품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희망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지금까지 환경을 너무 많이 파괴해서 회복할 수 없을 거라고 절망한다. 또, 인간의 본성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도 많다.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고, 종족을 살해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그러나 제인 구달의 생각은 다르다.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많이 놀란 것은 침팬지와 인간이 닮은 점이 정말 많다는 거예요. 그들은 인간처럼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합니다. 만약 침팬지가 인간 정도의 지능이 있어 무기를 만들었다면 그들의 전쟁도 인간의 전쟁처럼 무척 끔찍할 겁니다.”

인간에게는 분명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잔인하고 오만한 본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한 행동을 할 수 있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사랑이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인간에 대해, 인간이 만들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그는 단언했다.

“또한, 인간의 지능이 놀랄 만큼 발달했습니다. 20세기에는 그러한 지능으로 만든 것들이 대부분 환경을 파괴했지만 지금은 환경에 해를 덜 끼치도록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사람들이 환경이 파괴되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또, 우리의 사소한 소비 생활이 지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기 시작했습니다.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한국의 독자에게 싸인하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

그의 책 『희망의 이유』를 읽고 많은 사람들은 20세기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내전, 동족학살을 겪거나 근처에서 본 그가 어떻게 하여 그렇게 낙관적이고 평화로우며 지구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는 거기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폭격으로 폐허가 된 쾰른에 간 적이 있습니다.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지만 쾰른 성당만은 무사히 남아 있었어요. 폐허 속에 우뚝 솟은 쾰른 성당을 보니 신이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결국 선이 승리한다’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살면서 절망적인 상황이 있을 때마다 그때의 그 풍경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습니다.”

또, 그를 평생 후원해준 든든한 어머니가 있었다. 어린 시절 휴 로프팅의 『둘리틀 선생 아프리카로 간다』를 읽고 그는 언젠가 아프리카로 가 야생 동물에 대해 공부하기로 마음먹는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꿈을 무모하다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딸을 믿었다. “네가 진실로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기회를 붙잡는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대로 네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네게 길이 있을 거야”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가 아프리카에서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할 때도 그 곁에 있어주었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 말이에요. 꿈이 있다면,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언젠가 찾아옵니다.”

제인 구달이 꿈꾸는 세상

그는 거대 기업이 인간과 동물의 삶을 위협하지 않는 사회를, 경제적인 이익만을 위해 경쟁하지 않는 사회를, 가난한 사람의 희생 없이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그는 『희망의 이유』에서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정말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후손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나무들이 살아 있고 그 사이로 침팬지들이 노니는 세계, 푸른 하늘이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그리고 원주민들의 북소리가 어머니인 지구와 위대한 신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힘차게 되새겨주는 그런 세계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지구의 자원들은 고갈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모든 문제들을 저 밖에 있는 ‘그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바로 당신과 나의 일인 것이다.」

그가 말하는 당신과 나의 일은 모든 생명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다른 생명체를 보살피는 일이다. 생명은 가장 큰 축복이고 소중한 선물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현명하게 행동하여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생명의 일부임을 깨닫고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법을 이제는 정말 알아야 할 때가 왔다.

 

( YES24 채널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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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당신에게
오하시 시즈코 / 에디터 / 199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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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하시 시즈코의 [멋진 당신에게(전2권)]를 아는가? 오하시 시즈코는 일본의 작가 이며 수필가이다. 10년을 넘게 일본의 여성지에 ''멋진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던 수필가이다. 이책은 여성지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두권으로 모은책이다. 오하시 시즈코은 자신의 글은 외국어로 번역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글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일상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물을 그녀만의 아름답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필치로 써내려간 [멋진 당신에게]를 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이책은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10여년전에 소개되어 책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앎직한 책이다. 이책을 알게 된것은 며칠전 아내가 소개해줘서 였다. 우울할때, 외로울때, 그리울때 [멋진 당신에게]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책꽂이를 아무리 뒤져봐도 없기에 인터넷서점을 검색해보니 아직도 판매를 하고 있었다. 더욱이 기분이 좋은것은 가격이 7-8년전 그대로.... 책을 주문한 다음날인가 책장을 정리하다가 그토록 찾던 이책을 발견했다. 책이 뒤쪽으로 향해있어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왠만하면 주문취소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책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냥 두기로 했다. 책이 주는 행복감때문에....

  오하시 시즈코의 [멋진 당신에게]는 사람사는 이야기가 들어있고,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가 담겨있고, 맛깔스런 음식이야기가 있고, 별것 아니것에서 발견한 행복이 듬뿍 들어있고, 감동이 담겨있으며 인생의 따뜻함이 실려있다. 한 줄의 글로 이처럼 사람의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따뜻해 질 수 있다는데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상속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박하게 엮은 수필집 [멋진 당신에게 1, 2권]

  오하시 시즈코의 [멋진 당신에게 1, 2권]속에서의 멋진 당신은 우리 주변의 사람일수도, 당신일수도 그리고 바로 나일수도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의 초입에 서있는 지금 [멋진 당신에게]로 요리된 따뜻한 행복을 맛보자.

 

가을과 컵의 물 

투명한 가을날이다. 바람은 빛나고, 하늘은 파랗고 멀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날도 있었던가, 마음을 감동시키는 듯한 날이었다.

 

방문했던 집에서 테이블 위에 한 잔의 물이 나왔다.

상당히 큰 크리스탈 컵에 찰랑찰랑 담긴 물,

거기에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꽂혀서 물이 반짝거렸다.

 

입술을 댔다. 선뜩하고 차가운 크리스탈의 감촉,

그리고 목을 따라 흘러가는 물의 달콤함,

물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맛이는 것이었던가.

물은 목을 씻고,

가슴을 맑게 하고,

위로 스며들어 간다.

반 이상 마셔 버려서 다시 한숨 쉬고 전부 마셔 버렸다.

 

맑게 개인 날이어서 틀림없이 몸 속에서 물을 원했을 것이다.

상큼한 가을이 컵 속에 물에 녹아서

물이라기 보다 신비하고 투명한 음료수가 된 것 같았다.

 

물은 차나 홍차나 커피보다 멋진 가을의 음료수다.

 

(멋진당신에게 1, p.118 가을과 컵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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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피터팬
제랄딘 맥코린 지음, 조동섭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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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팬이 돌아온다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했다. TV에서, 책에서, 영화에서, 만화에서, 우리가 대화하는 이야기속에서, 길을가는 아이의 옷에서, 심지어는 대형매장의 제품에서까지도 피터팬 또는 팅커벨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100년을 넘게 우리의 사랑을 받아온 피터팬의 재탄생에 촉각을 곤두새웠다.

  책을 펼쳐들고 한참을 꿰어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 이미 오래전에 어린시절에 읽었던 피터팬의 내용이 머리속에 생생히 남아있을리 없었다. 그저 띄엄띄엄 남아있는 조각을 이리저리 짜깁기 하느라 머리속이 혼란해졌다. 챕터가 지날수록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아주오랜과거 - 정말로 아이들이 커버렸던 것보다 더 오랜 -의 기억과 새로운 이야기의 연결이 맞아들기 시작했다.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어린시절은 피터팬과 몇몇의 소설들밖에는 없었다. 지금이야 해리포터를 비롯해 다양한 모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피터팬이라는 제목만 아니었으면 그 소설들 속에 묻혔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다르게 말하면 내가 이미 커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릴적 순수한 마음으로 피터팬과 함께 환상의 모험을 떠나던 그 소년이 이미 아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실적이 되어가는 나의 모습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어린시절 피터팬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에게는 예전의 향수어린 꿈을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꿈을 주기위해 피터팬이 재탄생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100년만에 말이다. 내용은 재미있다. 예전의 피터팬과 함께 읽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엉뚱한 생각을 하게된다.  "J.M 배리가 돌아온 피터팬을 쓴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 시켰을까?" "과연 피터팬의 원작자 J.M 배리가 이책을 읽는다면 무엇이라 했을까?"  "J.M 배리는 돌아온 피터팬의 탄생을 기꺼이 맞이했을까? 그것도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서..."  "그냥 우리 모두의 기억속에 영원히 예전의 피터팬과 그의 악동들 그리고 팅커벨로 남아 있어주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  제랄딘 매커린은 나에게는 더이상 J.M 배리가 아니기 때문에...

  "돌아온 피터팬"이 재탄생시킨 사람들의 욕심에서의 출발이 아닌 오몬드 아동병원의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린아이들에게도 골고루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는 출발점에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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