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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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일본소설을 읽어보면 몇가지를 느끼게 된다. 먼저 "역시 일본인의 뛰어난 고객맞춤 시스템은 문학도 예외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말해 일본문학은 독자의 입맛을 안다는 것이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OO 수상작하면 묵직하고 문학적 요소가 듬뿍담겨 읽는이로 하여금 마음을 무겁게 만들거나 읽고 나서도 작품이 주는 무게에 가슴이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요즘은 그냥 편하게 읽으면 그뿐이다. 그렇다고 작품이 주는 교훈이나 신선함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다가온다.

135회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인 다소 엉뚱한 제목의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의 추세를 잘 반영한 작품이다. 이런 작품도 충분히 수상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작품성이 없다거나, 재미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틀을 벗어난 작품에 과감하게 손을 들어 주는 그들의 유연함이 부럽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그랬다면 과연...그래도 최근 우리의 몇몇 작품에서 그러한 유연성이 보이는 듯 해 그나마 위안이 되는 듯 하다.

또 다른 면에서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네는 작가자신을 위해 작품을 쓰고, 그네들은 독자들을 위해 작품을 쓴다는 생각. 그러다 보니 문장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하고 잘 쓰지 않는 고상한 표현이나 시(詩)적인 표현들이 무수한 작품들을 우리는 작품성이 있다고 해서 OO상, XX상의 후보 일순위로 올린다. 반면에 그들은 작품성의 기준을 우리네와는 다른 각도로 본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우리네 문학은 계속 후퇴하는데 반해 일본의 문학은 우리의 책장과 가방속까지 침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인들의 속성을 보면 제품 자체에만 촛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포장지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일본은 일찍부터 패키지디자인에 상당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품의 포장지 하나 박스 하나에도 그들의 노력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노력은 책의 표지에서도 여실히 들어난다. 그들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표지만으로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참으로 얄미운 일본인들이다.

최근 일본문학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과 같은 스토리 구성이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의 주인공들은 어찌보면 다른 일본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다. 예를 들면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에서나  이시다 이라의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느날 느닷없이 나타나 좌충우돌 거리는 듯 하지만, 거기에는 철학이 있고 의지가 있으며 거스를 수 없는 힘을 뿜어낸다. 바로 만인의 해결사. 이러한 해결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과거가 있다는 것. 불의를 용서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뻔뻔하다는 것 등...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의 주인공 교텐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날 다다앞에 나타난 친구 교텐. 그 둘은 천천히 서로을 알아가고 그들만의 해결법으로 여러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책을 집어들고 그저 편하게 읽기만 하면 되는 책이 바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우리네 독자들이 그토록 일본문학을 찾게되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지 조금은 알게될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재미가 있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강한 흡입력이 작동을 한다. 우리는 그저 한페이지 한페이지 그 늪에 빠져들면 그만이다. 다 읽고 나서 내용이 남거나 말거나 읽는 내내 행복하면 그뿐이다. 읽는 내내 짜릿하면 그뿐이다. 읽는 내내 즐거우면 그뿐이다. 바로 그런것이 우리가 찾는 소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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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5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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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검시관을 통해 요코야마 히데오를 알게되었다. 사라진 이틀이 이미 유명한 작품이었던것도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종신검시관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바로 구매를 하게되었다. 역시 좋은 작가는 읽는이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죽인 경감. 그리고 이틀이 지나서야 자수를 하게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되고 시종일과 그 이틀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다. 읽는이는 읽는내내 추리를 하게된다. 도대체 그 이틀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결국 그 이틀의 비밀은 마지막 몇페이지에서 밝혀지게 되는데, 그 비밀을 알기위해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사라진 이틀은 읽히기도 빨리 읽힌다. 몰입도도 좋다. 사실 사라진 이틀은 주인공이 없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인 아내를 살해한 경감이 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데 특정 주인공이 아닌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 부서나 신문사의 기자들이 그때 그때 핵심이 된다. 경찰측이나, 검사측이나, 이를 취재하는 기자나, 형무소의 간수나 모두가 주인공이자 핵심인물이 된다.

사라진 이틀은 추리소설이지만 어찌보면 추리소설을 가장한 사회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다. 조직을 위해 오랫동안 몸 담아온 조직원을 내치는 일이나, 자신들이 소속된 조직의 안위를 위해 거래를 하는 모습이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것 같자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출세를 위해 물불 안가리는 모습이 바로 우리네 주변의 모습이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과연 아내를 죽인 경감이 끝내 밝히기를 거부한 이틀의 행방은 과연 무엇이었으며, 왜 그는 그토록 입을 다물었으며, 경감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 신문사 그리고 형무소의 관련자들은 경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면 결국은 어떠한 결말로 다가올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그의 또라는 작품 '클라이머즈 하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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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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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시다 이라의 작품만 아니었으면 중도에 읽다가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워낙 이시다 이라의 다른 작품들을 좋아하는지라 이 작품도 기존의 그의 작품세계와 별반 차이가 없겠지 하는 마음에 읽어보았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 새로운 시도의 작품은 또다른 느낌으로 전해져 왔다. 그 느낌이 좋던 싫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들여다 본 듯했다.

[렌트] 원제는 娼年. 우리는 흔히 창녀만 떠올린다. 환란가의 음란한 등불아래에 짧은 옷과 가슴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 지금이야 대부분 사라졌지만 - 그런 모습을 상상한다. 좀더 고상하게 말하면 콜걸-결국은 같은 의미이지만-을 떠 올리기도 한다. 한참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매춘행위.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강남을 중심으로 남자호스티스인 호스트가 등장했다. 여자처럼 곱상하고, 귀여우며, 상냥한 모습의 호스트. 이들을 찾는이는 돈많은 부인들이 주류이다. 하지만 호스트를 찾는 이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호스트를 찾는 또다른 부류는 바로 유흥업에 종사하는 호스티스나 마담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질펀한 손님들에게 당한 것을 그렇게 푸는 모양이다.

이시다 이라의 새로운 시도라는 '렌트'. 이야기의 대부분은 남자호스트와 그의 고객들과의 만남이 주를 이룬다.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면 대학을 다니는 - 그것도 제대로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 주인공은 어느날 친구와 함께온 여자의 명함을 받는다. 며칠 후 그 여자는 술집을 다시 방문해 주인공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바로 '남창(男娼)'. 어찌어찌하여 주인공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각양각색의 고객을 만나면서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 하긴 그바닥에서의 신분상승이란 시간당 받는 돈이 많아 진다는 것. 아니 부르는게 값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은 단시간에 높은 곳으로 오르게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고객을 만나게 되면서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진실 진실 진실들...그러한 진실과 상황속에서 주인공이 결정해야할 자신의 장래. 물론 이야기는 주인공의 결정을 끝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시다 이라의 '렌트'에서는 다양한 부류의 고객을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성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의 욕망을. 아마도 주인공은 이러한 고객과 고객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지난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렌트'는 '성(性)'에 대한 묘사가 지극히 직접적이고 대담하다. 하지만 지저분하다거나, 천하다거나, 낯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필시 이시다 이라의 뛰어난 문체에 기인함이 아닐까 한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말하고 싶은것이 여기저기 보이고는 있지만 그냥 무시하고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우리가 알고있는 '이시다 이라'의 또다른 세계를 들여다 보고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것이다. 이사다 이라를 좋아한다면 그의 색다른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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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7-1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시다 이라 라고 하시니 어디서 들어본 작가 같은데.. 아, [1파운드의 슬픔]이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네요^^
 
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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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해 그리고 작품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ZOO를 만났다. 왠만한 책은 온오프 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의 정보를 찾아보는데 이 책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읽게 되었다. 도대체 ZOO가 무엇인지, 오츠이치라는 작가가 누군지 아무것도 모른체...

ZOO는 모두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이야기 SEVEN ROOMS를 읽고 강한 충격에 휩싸였다. 마치 공포영화 한편 본 듯한 강력함이 파고 들었다. "앗, 이런 작품이야, ZOO가?" 라는 느낌. 전체 10편중 아무 이유없이 납치당해 죽음을 기다리는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SEVEN ROOMS'는 영화 '큐브'를 연상 시켰고, 자신의 죽음을 지켜봐 주기 위해 새로운 생물을 탄생시킨다는 설정의 '양지의 시' 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재미는 있었지만, 조금은 식상한 느낌을 주었다.

이렇게 작품속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음은 아마도 작가가 영상작가로도 활동하고 있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영상까지도 염두해 둔 작가의 작품세계로 인해 더욱 강하고,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는이에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전체 10편중 가장 재미있고, 자극적이었던 이야기는 쌍둥이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 '카자리와 요코' 였다. 마지막의 충격적 결론이 강하게 다가왔다. 'ZOO', '차가운 숲의 하얀 집', 'SO-far'는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SO-far'는 읽고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외에도 약간은 엉뚱한 느낌의 'Closet' 과 혈액을 찾아라도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이다.

10작품 모두 나름대로의 특색과 맛 그리고 오츠이치만의 향을 맡을 수 가 있었다. 물론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접해보지 못해 그만의 향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런게 그만의 독특한 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왜 오츠이치라는 작가를 '천재작가'라고 칭하는지 알 것 같은 작품이다. 이 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할 작품 'ZOO' 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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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7-1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더위가 싹 가실정도로 오싹하나요?? ^^;; 그렇잖아도 누가 손에 들고 있길래 어떤 책일지 궁금하긴 했는데.. 사무실에 에어컨이 있어서 오싹할 정도의 시원함이 필요한건 아니지만.. 궁금은 하네요^^;;;;

백년고독 2007-07-1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별난 책이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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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의 와타야 리사. 1984년생으로 2004년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2004년에는 아쿠타가와상이 공동수상자를 발표하게된다. 나머지 한명이 바로 '뱀에게 피어싱'의 작가 '가네하라 히토미'이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가네하라 히토미'는 1983년생. 와타야 리사가 한살 어리다. 이로서 아쿠타가와상 최연소 작가는 와타야 리사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살 차이로...

20살에 아쿠타가와상 수상한 '와타야 리사'. 그녀는 분명 '가네하라 히토미'와 향후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그의 문학세계도 얕을 거라고 본다면 아마 실수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동수상자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을 읽으면서 그 묘사나 표현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는데,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읽으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있는 그대로의 표현. 멋스럽지는 않지만 그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매력이 엿보이는 작가. 어린 작가의 작품치고는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장점.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주인공 소녀라도 된것처럼 가슴이 설레였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한 소녀의 성장과 인간과의 대면하기를 섬세하고, 조용조용 풀어내고 있다. 천천히 스며드는 그 무엇처럼 읽는이의 마음에 스멀스멀 다가온다. 한가지 아쉬웠다면 내가 남자가 아닌 그 나이를 거친 여자였다면, 좀더 와 닿았을텐데 하는 것. 심리묘사가 이처럼 섬세할 수 있음에 감탄을 하게된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성장통을 겪는 한 주인공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읽으면 더욱 가슴이 저려올 것이다. 작가의 등이라도 토닥여 주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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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4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4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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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4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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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4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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