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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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의 첫 단편 연애소설집. 이름에 걸맞게 수록되어 있는 10편의 사랑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누가 그랬던가, 봄은 여름의 계절이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그토록 무덥던 여름도 이제는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높은 하늘과 살랑살랑 바람을 전해주는 가을의 문턱에 서서 이시다 이라의 '슬로 굿바이'를 읽었다. 가을이 주는 야릇한 기운덕분에 읽는내내 가슴이 설레였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10편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주는 '슬로 굿바이'. 아름다운 사랑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랑인줄 모르고 다가오는 사랑에 가슴이 훈훈해지고(거짓애인), 슬픈사랑(슬로 굿바이)에 가슴이 미어지게도 만든다. '슬로 굿바이'는 마치 한편의 단편영화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묘한 구석이 있다. 마지막에 여운을 주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일어서거나 채널을 돌릴 수 없는 그런 애틋함이 섞여있는 듯 하다.

이시다 이라의 '슬로 굿바이'를 읽다보면 첫사랑의 추억과 철없던 시절에 경험했던 사랑들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이제는 벽장속에 넣어둔 앨범처럼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랑 사랑들...인생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완성된 사랑을 위해 - 이 세상에 완성된 사랑이 어디 있겠냐만은서도 - 조금은 어설프고 미흡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경험해 나가는 것. 또한 젊음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고 헤어진 후에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라고 후회하는 것. 하지만 결국은 그러한 소중한 경험과 후회들로 인해 사랑은 또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이사다 이라의 10가지 색깔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슬로 굿바이'. 내 사랑의 색깔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고,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랑을 이 책을 통해 엿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이시다 이라의 '슬로 굿바이'는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고,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이며, 가슴 아프지만 이제 사랑을 내려놓을 연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가을 나의 사랑에 대해 뒤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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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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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별 5개를 주고 시작해야겠다. 사실 이 책은 그다지 눈여겨 본 책은 아니다. 요즈음 워낙 일본소설이 우후죽순식으로 쏟아져 나와 슬슬 일본소설에서 빠져나와에 겠다고 생각하던차에 읽게 된 책이었다. 이 책도 여느책과 마찬가지로 가볍게 심심풀이로 읽어버리면 그만이겠거니 싶었던 책이다. 요즘 일본소설의 특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데 있다. 너무도 흥미위주로 가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은 요즘의 그런 단타성 인기몰이식의 책들과는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각가지 소설이 지녀야할 요소를 제대로 갖고 있는 듯 싶다. 적당한 긴장감과 빠른 전개, 그리고 각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어 읽는이로 하여금 흥미를 더욱 자아내기도 한다. 게다가 밋밋함을 없애는 추리적인 요소, 그것도 밀실에서 벌어지는, 살짝 난폭함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한 은행. 역시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그네들의 직장에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직장생활 하던 시절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묻어나왔다. 캐릭터들을 쫒아가다가 나도 모르게 나라면 어찌 했을까를 몇번이고 고민도 해보았다. 직장내에는 여러부류의 인물들이 있다. 강한자에게는 약하고 약한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상사, 자신의 일만 옳고 상대방의 이야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는 중간계층,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신세대형 신입, 부하직원을 끝까지 믿고 감싸주는 의리파 과장, 꾿꾿히 나의 일을 해나가는 직원과 가족을 위해 나자신을 위해 비리도 서슴지 않는 직원 등 실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물들이 산재해 있다.

대충의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날 은행에서 돈이 분실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100만엔. 하지만 그 돈은 행방을 감추고 그 돈을 감싸고 있던 띠지는 한 여행원의 가방에서 발견된다. 결국 누명은 벗져지지만 여행원의 누명을 벗겨주었던 과장(니시키)은 실종이 된다. 결국 이야기는 이 실종된 니시키 과장의 행보를 쫒으면서 긴박하게 전개된다.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베일이 벗겨진다. 숨겨진 과거와 진실이 밝혀진다.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니시키의 행방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사실을 알게된다. 과연 니시키는 왜 행방불명이 된 것일까?, 살해당했을까?, 아니면...

각각의 캐릭터가 전해주는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은 치밀한 구성과 빠른 전개 다양한 이야기들은 읽는이로 하여금 절대로 지루하게 만들지를 않는다. 아마도 이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작가의 전문적 지식과 짤 짜놓은 틀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싶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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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7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7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방은서재 2007-09-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어요. ㅎㅎㅎ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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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오랜 연륜에서 베어 나오듯 '한밤중의 행진' 또한 재미있다. 요즘 일본 문학계의 평균연령은 20-30대가 주를 이루는데 반해, 오쿠다 히데오는 나이 40에 이 바닥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상당히 늦게  출발한 셈이다. 하지만 늦은만큼 그이 경험은 색다르다. 잡지편집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 실로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이 결국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하게 되는 듯 싶다. '한밤중에 행진'도 예외는 아니다. TV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하니 역시 오쿠다 히데오의 구성작가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관객이 원하는, 독자가 원하는 작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고 있는 듯하다. 적당한 긴박감과 빠른 전개, 흥미로운 사건, 그리고 약자로서 강자에게 대항해 통쾌하게 펼쳐내는 모험담 등을 골고루 섞어 휘휘 저어 만들어 낸다. 그러다 보니 읽는 이는 절대 지루하지가 않다. 읽히기는 왜 그리 빨리도 읽히는지 정신없다. 물론 다 읽고 나면 남는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즐기고, 시간보내고, 오쿠다식 이야기를 기대했기에 그다지 손해볼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쿠다를 싫어한다거나, 일본소설을 싫어한다면 분명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오쿠다식이니까...

'한밤중에 행진'은 이전의 '공중그네'시리즈와는 사뭇 다르다. 또한 '남쪽으로 튀어'와도 무게감이 차이가 난다. '남쪽으로 튀어'는 가벼운 듯 하면서도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면이 있었다. 반면 공중그네는 자충우돌 한 의사의 유쾌한 이야기 보따리 였다면 '한밤중에 행진'은 오히려 '이사카 고타로'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은행을 털고, 복수를 하는 경쾌한 이야기 처럼 말이다. 어쩌면 요즘 일본소설의 흐름이 이러한 전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러 작가가 이러한 느낌의 소설을 발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대적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독자가 원하는 모 그런거...

'한밤중에 행진'을 읽다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하는 흥행위주의 영화처럼 말이다. 잘 짜여진 각본대로 그러면서 위기와 반전이 반복되는 그러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리고 마지막에 찌릿한 여운이 좀 남으면 더욱 좋을 듯한 그런 영화나 드라마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거나, 이와 유사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한밤중에 행진'은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오쿠다식 경쾌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절로 신이날 것이다. 어차피 읽을때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오쿠다 히데오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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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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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류의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치 가족드라마를 한편 찡하게 본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소설은 읽을때 뿐이지 오래 남지는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작가는 참으로 쉽게 글을 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이 없게 만드는 것 같다. 도쿄밴드왜건. 4대가 함께 사는 집안의 훈훈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속의 주제는 아주 간단하다. 가훈과 사랑... 4대가족을 엮어주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가훈.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사랑이다. 하지만 그 사랑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떤 형식이 있거나, 기준이 있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랑이다. 어쩌면 읽는 사람에 따라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도쿄밴드왜건은 4대 가족의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4개의 에피소드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과 연결시켜 전개되지만 결국은 1년 365일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4계절 4편의 에피소드와 이를 연결해주는 것은 '봄'이라는 작은 술집. 도쿄밴드왜건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가슴 따뜻하게 와 닿는 것은 8명의 개성 강한 구성원이 각기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은 어른답게, 나이가 어린 아이는 어린아이답게 인정받고 존중받는다. 설령 문제가 있거나 아픔이 있다 하여도 서로 사랑으로 보듬는다.

지금 우리네 가족은 핵가족화가 되어 버렸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3대가 함께 사는 것은 기본이었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지금보다 그렇게 넉넉하지도, 여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훈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의 핵가족화는 그러한 대가족이 주는 시끌벅적함이 사라졌다. 아쉬움이 남는다.

어쨋든 도쿄밴드왜건을 통해 가볍지만 가슴 따뜻한 사람사는 모습을 보았다. 최근에 이 작품의 속편이 완성되었다 하니 조만간 4대가 살아가는 또 다른 이야기가 우리 곁으로 오리라. 그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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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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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에 푹 빠져있다. 얼마전 방과후에 이어 이번에는 변신을 읽었다. 우선 소재가 재미있다. 소설을 읽다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가 떠올랐다. 하도 오래전에 읽은 소설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변신'은 한 젊은이가 우연히 총격현장에 있다가 뇌에 총을 맞고 한참후 깨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젊은이는 바로 살인자의 뇌를 이식받은것. 그는 성격이 서서히 변해간다. 자신의 성격은 잃어버리면서 살인자의 성격으로 변해간다. 과연 그의 운명과 뇌이식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변신'을 읽다보면 뇌이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과연 그럴경우 그 이식받은 뇌는 '나의 뇌일까', '그(그녀)의 뇌일까'. 바로 이점이 최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뇌이식은 악(惡)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느 누가 히틀러와 같은 사람을 만들지 말란 법이 없으니 말히다.

뇌이식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것. 나의 머리속에 나의 정신속에 나의 기억속에 내가 모르는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은 과연 어떤것일까? 그럴경우 내안에 있는 본성이 뇌이식을 통한 타성을 지배할 수 있을까?, 몰아낼 수 있을까? 충분히 생각해 봄직한 과제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최근 그의 많은 작품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과연 그의 다른 작품은 또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과 고민을 제시해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또한 그의 끝없는 작품의 변신이 어디까지 일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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