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표지를 보면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그런 소설 정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무색해진다. 책의 내용면에서나,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헤치는 능력면에서나 말이다. 처음 인트로 부분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바로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를 연상시킨다. 곰곰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것이 '야시'를 출판한 회사도 노블마인이요, '야시'를 번역한 이도 '새빨간 사랑'을 번역한 사람이니 의도적으로 비슷한 포맷을 사용했음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새빨간 사랑은 제목에서 처럼 몽환적이고 호러적이고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두 5편의 이상야릇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나름대로 골라읽는 재미도 있다. 5편중에 특히, 첫번째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영혼을 찍는 사진사'는 참으로 일본작가 답다는 느낌이 오는 작품이다. 제대로 공포를 느낀 작품이다. 죽은사람을 찍는다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공포는 맛을 더해 종말에는 겉잡을 수 없는 찜찜함 마저 남긴 작품이다. 5편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다.

이어 들려주는 두번째 이야기 '유령소녀 주리'는 제목에서부터 이야기가 암시되어 있다. 주리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아파옴과 동시에 머리가 쭈볏함을 느끼게 된다. 간혹가다가 누군가 뒤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왜 그런지 알것 같기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아픈 사회상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아리다.

나머지 세 작품은 개인적으로 앞의 두작품 보다는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뒤로 갈수록 호러와 함께 SF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듯 했다. 그래도 세번째와 네번째의 작품의 충격적 결말이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다섯편의 호러소설을 읽다보니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나오키상 수상작 '꽃밥'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게 되었다. 어차피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라면 이미 몇점 벌고 들어가는 것이니, 조만간 '꽃밥'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요시모토 바나나와 나라 요시토모의 만남이라 더욱 관심이 갔던 책이었다.  여러번 읽을 기회를 찾다가, 결국은 구입해 읽게 되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8천원이라는 돈에 비하면 턱없이 얇지만, 턱없이 얇다고 무시하기에는 마음에 와닿는 것이 묵직하고...  하여간 나는 이 책을 단 30분만에 읽어버렸다. 차라리 그냥 서점에서 읽을 것을 왜 구입했을까 하는 후회가 일어났다. 아주잠깐...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타일. 바로 요시모토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짧지만 여느책 2권 이상 못지 않게 진중히 와닿는 단편소설. 게다가 중간중간에 나오는 삽화는 내용을 더욱 가슴속으로 밀어넣기에 충분했다. 내용마저 그저 그랬다면, 분명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예쁜 삽화와 함께, 잔잔한 이야기가 저녁노을 땅거미가 다가오듯 그렇게 다가온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병으로 죽게되자, 아버지는 동네의 건물에 사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찾아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게 되고, 결국은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점점 가까와 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속에 주인공은 성장을 하게된다. 처음에는 돌아간 어머니가 불쌍해서, 그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미워서 그렇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그 생활이 익숙해 지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그런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어색하고, 받아들일 수 없던 일들도 시간이 흐르게 되면 모든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익숙해 지는 것이 아닐까.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짧지만 긴 여운이 감도는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읽다가,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놓은 삽화를 보다보면 결국은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에 익숙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죽음의 역사'가 아니라 '죽음의 나열'일 뿐이다. 도대체 어디에 죽음의 역사가 있다는 말인지... 사실 책을 보기 전에 무척이나 매력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만큼은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헌데 다 읽고 난 후의 기분은 별로이다. 죽음의 역사가 아니라 잡학사전 정도라고나 할까? 뭐 읽으며 시간때우기에는 좋았지만 말이다.

웅진이 좋은 책을 많이 만드는데 어쩐지 이번 기획은 조금 서툴렀던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는 1. 죽음과 에로스, 2. 죽음과 욕망 3,현세에 대한 집착 4. 자살을 둘러싼 기담 5. 임종의 미학 이라는 다섯 챕터로 나뉘어 있다. 이 책에 실망했던 것은 물론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니까. 어쨌건 첫 챕터인 '죽음과 에로스'를 읽으며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이 떠올랐다. 거의가 그 책에서 본 내용이었고 어쨌껀, 비슷한 내용을 담을 수도 있으므로 좀더 기다려보자 기대해 보자하며 책을 읽어나갔지만 가슴아프게도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죽음의 나열일뿐아니라 너무도 짧고 짧은 각각의 이야기들이나, 마치 사전을 보는 듯 대충 정의만 늘어놓는듯 지나가버리는 이야기들. 매력적인 기획과 매력적인 제목과 매력적인 목록의 분류에도 불구하고 기류 마사오의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는 미안하게도 내가 보는 한 실패작이다. 자살들의 나열, 유명인들의 죽음의 나열, 시간(시체를 강간하는)의 나열, 기타등등...

'기류 미사오가 들려주는 신화와 역사 속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죽음과 사랑'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올컬러의 도판들이 아까울 만큼 내용은 형편없다.(물론 주관적인 생각으로) 죽음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에로스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주워다 덕지덕지 나열한 것일 뿐이다. 어찌 좋은 책들만 낼수 있을까. 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는 것이지. 라고 생각하며 노블마인의 다음책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딱 이사카 고타로식 이야기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무 것도 필요없다. 그저 편안한 마음만 가져오면 된다. 어떤 장치도 트릭도 함정도 걱정할 것이 없다. 다 알아서 이야기 해준다. 다 예측을 할 수 있고 기분좋은 반전이 있어 좋다. 읽기기는 왜 그리도 빨리 읽히는지, 아쉬움마저도 생긴다. 이 것이 이사카식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양이다. 미스터리소설 같기도 하고, 명랑소설 같기도 하고 사회의 문제를 담고있는 고발소설 같기도 하고 그런가보다.

  '명랑한...'은 2003년에 쓴 작품이다. 시간상으로는 '러시라이프(2002)'와 '칠드런(2004)'사이에 쓴 책이다. 사신치바(2005)는 그 이후에 나왔으니 차치해 두고 '러시라이프'와 '칠드런'만을 두고 이야기 하자면 '명랑한..'은 '러시라이프' 보다는 '칠드런' 쪽에 가까운 소설이다. 이야기의 전개나 무게감이나 느낌면에 있어서 말이다. 사실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중 '사신치바' 와 '러시라이프'를 좋아한다. 그래서 인지 이번 작품도 내심 기대를 했었다. 하긴 제목에서 이미 눈치를 챘어야만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러시라이프'의 짜임새나 묵직함 보다는 '칠드런'의 발랄함과 가벼움이 엿보인다.

  4명의 갱들이 은행을 털고나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미스터리와 맞물려 전개된다. 이 4명의 갱들에게는 각자 독특한 능력이 있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거짓말을 솎아내는 재주' 를 지닌 1번 갱,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는 그렇지만 최고의 달변자'인 2번 갱, '동물애호가 이면서 소매치기의 귀재' 인 3번 갱, 그리고 '몸에 생체시계를 지니고 있어 늘 정확한' 유일한 홍일점 4번 갱. 그들은 흡사 외국 만화에 나오는 '환타스틱 4'와도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들은 은행을 터는데 유감없이 발휘가 된다. 그러한 그들이 은행을 털고, 그 은행을 턴 돈을 다른 갱들에게 털리게 되는데...

  이사카 고타로의 이야기는 대체로 가볍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가볍지 않은 사회의 문제들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일본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말이다. 청소년 사이에 벌어지는 이지매, 어린 나이에 나이든 사람과의 원조교제, 단 한번의 사랑으로 자식을 낳고 혼자 키우는 싱글맘, 돈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벌이는 파렴치한, 나라의 경제를 망쳐버린 말만 앞세우는 정치인, '적을 감싸는 자도 적'이라고 말하는 부시정권에 대한 일침 등 다양게 드러난다. 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그들을 매도하거나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 가볍게 다루는 척 하면서 읽는이로 하여금 되씹게 만든다. 바로 이런 면이 이사카식 이야기이다.

  정신없이 그리고 명랑하게 때로는 재치로 똘똘 뭉친 이사카 고타로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즐거우면서도 가슴 한켠에 작은 슬픔이 도사리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정의감 같은것이 솟아오른다.  그래서 이사카 고타로가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겐지와 겐이치로 B - 짓궂은 겐이치로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너무나도 짓궂은 겐이치로씨! A편에 이어 B편에서도 여전히 짓궂으시다. 요리조리 상황을 비틀며 빠져나가는 솜씨. 문제를 한번 틀어서 보는 시선. 왠지모를 비딱한 생각 등등... 너무도 짓궂어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

전편의 단편들도 모두가 하나같이 재미있었다. 이번 편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으니 그를 읽어 내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돌배나무-크람본 살인사건'도 재미있고 '나메토코 산의 곰'도 재미있다. '푸리오신해변'은 어떤 거대한 은유로 다가와 마음에 들었다. '안방동자이야기'는 어딘가 섬뜩하고 ''겐쥬공원의 숲'과 기지넘치는 '가돌프의 백합'이라니! 

그 중 재밌는 건 '겐쥬공원의 숲' A권도 그렇지만 B권 역시 맨 앞에 미야자와 겐지의 진짜 동화가 일부분 실려있다. 물론 짧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읽어보면 겐지가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지 알 수있게 된다. 그리고 그에 맞는 겐이치로의 단편을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용되어 있는 겐지의 '겐쥬공원의 숲' 일부분을 읽어보면 그 동화의 단편이 너무도 가슴 따뜻하고 향기롭고 기분 좋아지는 동화라는 것을 알수있다.

완벽한 도시가 되어버린 곳에 숲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겐쥬나무 숲.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대로 의 모습을 간직한 숲의 모습은 지난날 이 근처 학교의 학생들이 편지와 돈을 보내 아름답게 끝까지 지켜낸 숲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아름답고 따뜻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수있다. 헌데 겐이치로에게 넘어오면 그 숲은 돌연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으로 변화하고 만다. 겐이치로의 '겐쥬공원의 숲'과 겐지의 '겐쥬공원의 숲'을 함께 읽고 있자니 재미있고 흥미롭다. 더군다나 겐이치로의 소설은 너무도 황당무게하고 역시나 일본인이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할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헌데 그것이 눈살찌푸려져야 할 만한 생각들인데도 눈살찌푸려지기는 커녕 웃음이 난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라는 생각.

아마도 겐이치로 역시 이번 소설을 쓰면서 몹시 재미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거칠 것없이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이 원하는 소설들을 무한대로 뽑아낸 느낌이랄까?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사람도,. 또 이 글을 쓴 작가자신도 어쩌면 쓰는 내내  신이 났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있는, 몹시 기발하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겐지의 모든 이야기를 찾아 함께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불끈들 만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