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차]

비가 오니까 좀 낫죠?

이런 날 곡차를 마시면서 거창한 인생을 이야기하면 좋은데...
요즘 곡차 이야기를 우리말 편지에서 몇 번 소개했더니,
앞으로는 좀 삼가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지금 이 우리말편지를 받는 사람 중에는 학생도 있다면서...
맞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받는 분이 많아지니까 제 책임도 더 커지네요
오늘까지만 곡차이야기를 하고 앞으로는 되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되도록...

시인 조지훈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흥에 취한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곡차통 속에서 헤엄치면서 자주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또 누군가는
“주신(酒神)은 해신(海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익사시켰다.”라고도 했습니다.
다 좋은 말이죠.

오늘은 술과 관련 있는 우리말을 좀 소개드릴게요.
몇 개 기억해 두셨다가 알맞게 써 보세요.

먼저, “술을 담글 때에 쓰는 지에밥”은 ‘술밥’이라고 합니다.
‘지에밥’은 술밑으로 쓰려고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을 말합니다.

술을 따를 때,
술을 부어 잔을 채우는 것을 ‘치다’라고 하고,
술잔이 잔에서 넘치도록 많이 따르는 것을 ‘안다미로’라고 합니다.

술을 마실 때,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은 ‘풋술’이고,
술 많이 마시는 내기는 주전(酒戰)이라고 하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라고 하며,
미친 듯이 정신없이 술을 마시는 것은 ‘광음(狂飮)’입니다.

술기운이 차츰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은 ‘우럭우럭’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해 거슴츠레 눈시울이 가늘게 처진 모습은 ‘간잔지런하다’고 하고,
술에 취해서 눈에 정기가 흐려지는 것을 ‘개개풀어지다’고 합니다.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한 상태는 ‘불콰하다’고 하며,
술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해 딱 알맞게 취한 상태를 ‘거나하다’고 합니다.
술이 거나하여 정신이 흐릿한 상태는 ‘건드레하다’고 하며,
비슷한 상태인, 몹시 취하여 정신이 어렴풋한 상태를 ‘얼큰하다’나 ‘얼근하다’고 합니다.
‘알딸딸하다’도 비슷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는 것을 주전(酒癲/酒顚)이라고도 합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독한 술기운은 ‘소줏불’입니다.
“술을 한량없이 마시는 모양. 또는 그런 상태”를 ‘억병’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한 모습을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먼저,
‘해닥사그리하다’는 게 있습니다.
술이 얼근하게 취하여 거나한 상태를 말하죠.
해닥사그리한 단계를 지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한 상태를 ‘곤드레만드레’라고 하고,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나 또는 그런 사람”을 ‘고주망태’라고 합니다.
술에 먹힌 다음 정신없이 쓰러져 자는 것은 ‘곤드라졌다’고 합니다.
‘곯아떨어지다’와 같은 말이죠.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푹 쓰러져 자는 것을 ‘군드러지다’고도 합니다.

“술에 취하여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은 ‘잔주’라고 하고,
“술 마신 뒤에 버릇으로 하는 못된 언행”은 ‘주사(酒邪)’라고 하며,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은 ‘주정(酒酊)’이라고 합니다.
술에 잔뜩 취한 것은 ‘만취(漫醉/滿醉)’나 ‘명정(酩酊)’이라고 합니다.

술 마신 다음날,
술 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들척지근한 냄새를 ‘문뱃내’라고 하고,
정신이 흐려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고 흐리멍덩한 상태는 ‘옹송옹송하다’고 합니다.

전에 우리말 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술을 마셔도 취기가 없어 정신이 멀쩡한 상태는 ‘맨송하다’나 ‘민숭하다’고 합니다.
술은 마시고도 취하지 않고 맨송맨송하면 본전 생각날 것 같지 않아요?
술은 취해야 제 맛인데...

누구처럼, 늘 대중없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합니다.
(저 아닙니다. )

끝으로 술잔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배(杯)는 나무로 만든 술잔,
잔(盞)은 낮고 작은 잔,
상(觴)은 물소나 쇠뿔로 만든 잔,
작(爵)은 쇠로 만든 발이 달린 술잔으로 보통 한 되들이 정도의 큰 잔,
굉()은 소의 뿔로 만든 잔을 말합니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요?

오늘은 제발 술 마실 기회가 없기를 빕니다.
저는 주님을 따르지 주신(酒神)을 따르지는 않사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시고,
좋은 일 많이 생기는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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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0 0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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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언니’ 동화작가 권정생씨 타계
글과 삶 일치한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가
한겨레 구대선 기자 고명섭 기자
» ‘몽실언니’ 동화작가 권정생씨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17일 오후 대구 가톨릭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70살.

고인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한 탓에 가족들과 헤어져 어렸을 때부터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와 가게 점원 등을 했다. 전신 결핵에 걸려 대구, 김천, 상주, 문경 등지를 떠돌다가 30살부터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의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를 하며 혼자 살았다. 1984년 교회 뒤 빌뱅이언덕 밑에 자그마한 흙집을 짓고 살며 작품을 써왔다.

고인이 쓴 동화 <몽실언니>는 분단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사실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1984년 출간된 이 동화는 가난과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가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주인공 몽실이를 통해 사랑과 희망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아동문학의 고전 지위에 오른 이 책은 일본어로도 번역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1969년 그의 등단을 알린 또다른 동화 <강아지 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강아지 똥이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내용으로 지금까지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몽실언니>와 <강아지 똥>에서 엿보이듯 고인의 작품은 기독교적 믿음을 바탕을 두고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따뜻하게 그렸다.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낸 주인공들은 다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약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영원히 사는 삶을 살아간다. 고인의 삶 또한 작품 속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저서로 동화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점득이네> <밥데기 죽데기>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한티재 하늘>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등과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장례는 민족문학작가회의장으로 치른다. 빈소 안동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54)821-0857. 대구/구대선 기자, 고명섭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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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5-1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네여~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