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와연인] 가공할 생산력으로 무장된 세기의 커플
100권의 책과 2만여통의 편지 남긴 볼테르 뒤엔
예쁘고 명석하며 도박에도 뛰어난 샤틀레 있어
그 덕에 2만1천여권의 장서 사들여 서가를 누비며
당대 최고 문학적 과학적 성취 이뤄내
한겨레
동무와 연인/⑩샤틀레 부인과 볼테르

글이 빨랐던 볼테르(1694~1778)는 그의 긴 생애 동안 100권에 가까운 책과 2만여 통의 편지를 4월 말의 벚꽃잎처럼 흩뿌리며 18세기의 시대정신 그 자체가 되었다. 볼테르보다 심오한 사상가들이 동시대를 겪으며 계몽에 진력하고 있었지만, 시대의 에스프리는 그의 분노와 재치 속에 전형적인 빛을 발했다. 워낙 다정다감한 괴테이긴 하지만, 그는 볼테르를 일러 ‘만고에 다시 없을 최고의 작가’라고 추겨세운다.

그러나 에밀리 샤틀레(Emilie du Chatelet, 1706~1749)는 글이 빠른 볼테르가 만났던 수많은 명인과 재사들 중 말이 가장 빨랐다고 한다. 단지 말이 빨랐을 뿐 아니라, 그가 종종 인정했듯이 그녀는 더 명석했다. 그리고 놀라운 집중력을 과시하며 극히 짧은 시간에 실팍한 성과물들을 내놓곤 했다. 길지 않았던 생애의 말년에 그녀는 아침 안개처럼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지척에서 느끼며 뉴턴의 과학을 번역, 해석하는 작업에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그녀의 역작은 남성중심적 과학계의 편견과 질시를 뚫고 사후 10년 만에야 <뉴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1759)라는 이름 아래 햇빛을 본다.

문제는, 당신보다 예쁘고 명석할 뿐 아니라 말까지 빠른 여자를 애인으로 두는 일에 관한 것이다. 슈레버 판사의 증례를 통해 프로이트가 적절하게 밝혔듯이, 말로써 세상을 지배하려는 편집증적 남성 권위주의자들(=지식인들)에게 이것은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편리한 대상은 예쁘고 말이 빠르지만 명청하든지, 명석하고 말이 빠르지만 예쁘지 않든지, 명석하고 예쁘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볼테르도 샤틀레 부인을 일러 ‘고담준론을 일삼는 폭군’이라고 비꼬았으니 그 역시 명석하고 말이 빠른 애인을 둔 탓에 제 나름의 비용을 치른 모양이다.

그나저나 변함이 없던 남성가부장 사회에서 ‘예쁘고 명석하고 말까지 빠른 여자들’은 언제,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역사적으로 보자면 이 논의에서 로코코 시대의 살롱은 매우 중요한 결절점을 이룬다. 알다시피 근대적 지식은 개방과 공유를 특징으로 하며, 중세의 동업조합식 지식계보나 소림이니 무당이니 하는 문파별 무공의 비전(秘傳)이 주술적 밀의성(密意性)을 갖는 것과 뚜렷하게 변별된다. 병적으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숨기려 했던 뉴턴을 일러 ‘마지막 주술사’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지적 보호권을 제도화하고 있는 후기 자본주의적 행태야말로 업그레이드된 중세화의 조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식의 사회적 개방과 공유라는 측면에서 로코코 살롱 문화는 주목할 만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궁정 살롱에 기원을 둔 17~18세기 프랑스 파리의 살롱은 새로운 문화 시대의 징후와 징조를 한껏 배태한 곳이었다. 비록 시대적인 한계와 조건 속에서 운신할 수밖에 없었지만, 18세기에 만개한 로코코의 살롱들은 그 잠재적 개방성과 평등성에서 근대의 지식인 문화를 공론화, 활성화시키는 데 이바지하게 된다.

물론 최소한 18세기 중후반까지 살롱을 휘감고 있던 귀족적 형식과 아우라를 벗어버릴 수 없었고, 지식은 귀족계급간의 사교라는 매개로부터 독립할 수 없었다. 가령, 살롱 문화를 귀족적, 인위적이라고 공격하면서 대신 일반 서민의 자연적 상식에 직접 호소하려 했던 루소를 통해 그 반작용의 일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실상 19세기에 들면서 런던의 커피하우스가 대대적으로 성업하기까지 지식은 신분제에 바탕한 인정투쟁의 맥락을 끌밋하게 벗어나지 못한 채 유통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롱은 지식의 공론화와 신분의 평등화를 통해 부르주아 지식인 문화를 기초짓는 데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팅커(Chauncey Tinker)의 표준적 평가처럼, 살롱 문화와 더불어 “귀족의 혈통보다도 기지, 지성, 인물됨이 사회적 성공의 열쇠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샤틀레 부인과 볼테르가 활동하던 18세기, 프랑스의 살롱들은 재기가 번득이는 소수의 여성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공적 담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나아가서, 귀족 출신이 아닌 여성들마저 자신의 지적, 문필적 재능에 의지해서 각자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요컨대, ‘당신보다 예쁘고 명석하고 말까지 빠른 여자를 애인으로 두는 일’에 관한 볼테르의 문제는 이런 식으로 생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 김영민/전주 한일대 교수·철학
에밀리 샤틀레는 ‘당신보다 예쁘고 명석하고 말까지 빠른 여자’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 독보성을 증명하는 호사가적 일화들은 적지 않고, 그것들은 여전한 남성 지식인 사회 속에서 잉여의 빛을 발한다. 그러나 연인-동무라는 관심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진리와 계몽을 향한 둘 사이의 공동 작업이다. 남여의 관계가 공사(公私)로 나뉘거나, 심지어 사감이 공의를 허무는 것이 예사인 현실 속에서 이들이 체현한 연정의 생산성은 사뭇 무서울 정도다. 그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였던 시레이(Cirey) 성의 연구소에 2만1천여 권에 이르는 책들을 사들였는데, 이것은 당시의 일개 대학에서 구비한 도서관 장서와 맞먹는 규모였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책을 쓴 도스토예프스키와 달리 그녀는 도박의 재능으로 책을 사 모으기도 했던 것! 오직 200년 후의 보부아르-사르트르 커플만이 견줄 수 있을 재기와 도도함과 생산력으로 무장한 이 세기의 연인들은 서가를 종횡으로 누비며 형이상학과 철학, 신학과 도덕, 물리학과 역사학, 성서비판과 관용의 이론, 그리고 수없이 많은 편지와 문학 작품을 써내려갔던 것이다. 이 지적 토대 위에서 그리고 연인-동무 관계의 현명한(!) 열정 속에서 그들은 당대 최고의 문학적, 과학적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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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11월25일 03시22분   동아일보   크게 작게
"[멀리 가는 책의 향기]수능은 다 잊고 책속에 푹 빠져보렴"
[동아일보]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이에게 책을 권해 보자. ‘책의 향기’는 각계 명사들이 편지에 실어 책을 권하는 ‘멀리 가는 책의 향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첫 회로 긴급구호활동가 한비야 씨가 논술 때문에 책을 참고서처럼 분석하고 외워야 했던 조카 나영에게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책 다섯 권을 추천했다.》

나영아, 그동안 시험 공부하느라 정말 애썼다. 수능 치른 날, 시험 잘 봤냐고 물으니까 넌 이렇게 말했지. “나 오늘 답안지 안 맞추어 볼 거야. 하룻밤만이라도 편히 자고 싶어!”

그래, 네 마음 내키는 대로 하렴. 일단 큰일을 무사히 끝냈으니까.

이모가 고3 때도 잠 한번 실컷 자 보는 게 소원이었어.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전·후기 대학에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단다.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다고 좌절하며 몇 달 동안 네 외할머니 속을 얼마나 썩여 드렸는지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수험생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못살게 굴면서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가 보다. 너도 고3 내내 식구들에게 짜증 부린 것 미안하다고 했지? 미안하긴. 머릿속이 압력밥솥처럼 안팎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꽉 차 있는데 그마저 못했다면 아마 터져 버리고 말았을 거야. 너희들을 가마솥 같은 교육제도에 집어넣고 푹푹 삶아 댄 어른들이 오히려 미안해.

나영아, 곧 정시 원서 써야 한다지?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과에 갈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만약 선택해야 한다면 이모는 네가 대학 이름보다는 원하는 전공을 택했으면 좋겠어.

이모 고3 때는 본인의 적성과 관심과는 상관없이 담임선생님이 가라는 대학에 가야 했단다. 철저히 간판 위주였지.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그때는 그랬어.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때 대학에 떨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아니었으면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부를 했을 거고,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없었을 테니 말이야.

세상에는 ‘적당히 맞추어 살면 되지’라는 말은 없는 것 같아. 낙타는 사막에서, 호랑이는 숲에서 살아야지 제 타고난 기질과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거 아니겠니? 물론 호랑이가 사막에서도 살 수야 있지만 늘 맥을 못 추며 남보다 못났다는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게 뻔하잖아. 그치? 숲에 있었다면 천하를 호령할 동물의 왕이 말이야.

그러니 이모는 나영이가 사막의 낙타, 숲 속의 호랑이로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신나서 하는 일을 하며 인생을 뜨겁고 풍요롭게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하여간 나영아, 아직 기말고사 등이 남았지만 수능 전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을 테니 당분간 실컷 자고, 실컷 수다 떨고 영화나 책도 실컷 보려무나. 그러려면 용돈이 필요하다고? 알았어. 5만 원 줄게. 됐지? ㅋㅋㅋ.

― 언제나 널 보고 싶은 막내 이모가.

[1]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호시노 미치오 지음·이규원 옮김·청어람미디어) 요절한 야생사진가의 아름다운 사진과 소박한 글이 마음에 그대로 와서 박힌다.

[2]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지음·보림) 한 조선시대 선비의 책과 친구들 이야기가 창호지에 스미는 아침 햇살같이 잔잔하다.

[3]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지음·정성묵 옮김·두란노) 읽고 있으면 가슴이 콩콩 뛰면서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나게 하는 기분 좋은 책.

[4]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지음·양억관 옮김·나무심는사람) 우리가 왜 좋은 말과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말해 준다.

[5]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제 지음·창작과비평사) 줄거리도 줄거리려니와 작가 특유의 입담과 능청이 곳곳에 묻어 있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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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와연인] ‘공부기계’ 치유한 운명의 여인/김영민
공부 회의감에 우울증 빠진 스물넷 밀 테일러 부인 만나 20년간 정신적 지적 도반관계로
남편 죽은 이후에야 결혼한 감명적 사랑보다 둘 사이의 진정한 평등과 조화 높이살만
한겨레
[관련기사]
동무와 연인/⑨ J.S. 밀-해리엇 테일러 부인

철학을 내 전공으로 삼은 이래로 명개 먼지 한 톨만큼도 후회해 본 적이 없었으니, 박복한 중에 그나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철학의 사회적 위상은 나날이 위태롭지만 나는 오히려 그 무능을 ‘급진화’시킬 궁리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철학공부에 따르는 쾌락의 한가지는 사상가들의 인간미에 취하는 가운데 그 삶의 양식을 배우는 일이다. 이렇게 회고하자면, 토마스 모어, 브루노, 스피노자, 로크, 남명 조식, 흄, 볼테르, 연암 박지원, 니체, G.E. 무어, 그람시, 야스퍼스,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윤노빈 등등, 적지 않은 이들의 인문(人紋)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일차적 주이상스(jouissance)였으니, 이 선학들의 삶과 사상에 오직 머리 숙여 감사, 감사할 뿐이다.

철학으로만 치면 굳이 밀(1806~1873)을 웅변할 일은 없겠지만, 그의 글과 삶에서 느낀 인간적 겸손과 지혜의 맛은 공부길의 조미료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그는 모어나 야스퍼스 같은 현인이랄 수 있는 인물이지만, 특히 내게는 테일러 부인과의 감명적인 사랑과 현대 여성학 연구사의 뿌리인 <여성의 복속>(1869)으로 독특한 인상을 남겨 놓았다. 그는 이 책 속에서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해 최초의 분명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가한다: “어떤 일반적인 전제 아래 어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고 예단하는 것은 적절한 권위의 경계를 침범하는 짓이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칼라일(1795~1881)에 대한 밀의 호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다기보다,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러셀이 그 성정상 니체를 좋아할 수 없었듯이, 현명한 합리주의자인 밀이 그 성급한 격정의 보수주의자 칼라일을 좋아할 수 없었으리라는, 혹은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어떤 직관적 분개였다. <영웅숭배론>(1841)의 저자이기도 한 칼라일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자유주의 개혁에 반대한 귀족주의자였고, 따라서 진보적 개혁주의자인 밀과는 어울릴 수 없는 면이 있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여성의 복속>과 같은 해에 출간된 매슈 아놀드의 <교양과 무질서>(1869)는 밀의 급진주의와 칼라일의 보수주의 사이에 놓이는 중도우파적 사회비평의 노작이다.) 물론 <자서전>(1873)의 곳곳에서 밀은 자신의 지적, 인간적 변화와 더불어 칼라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놓았기에 그 궁금증은 어렵지 않게 풀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 비밀마저도 테일러 부인(Harriet Taylor)에 있었던 것! 밀은 예의 겸손을 잊지 않고 칼라일의 직관과 시적 감성을 여러 차례 추겨세우기도 한다. 나는 성급한 독자로서 이 대목이 영 마뜩치 않았지만, 밀은 곧 테일러 부인을 소개하면서 남자들 사이의 지적 허영과 경쟁의 지형을 단숨에 허물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칼라일과 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시인이자 사상가인 이 사람(테일러 부인)이 나에게 그(칼라일)를 해석해 주기 전에는 나는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그를 판단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녕 이 사람의 정신과 성품은 칼라일의 정신과 기품을 감싸고도 남음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학재(學才)였던 밀의 이 한 마디는 여성에 대한 태도를 뿌리부터 뽑아버리는 태풍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부친의 교육체계 아래 그야말로 희대의 ‘공부기계’로 성장했던 밀은 스무 살을 넘기면서 우울증과 인생의 회의에 젖는데, 이 때에 워즈워스의 서정적 시세계와 테일러 부인이라는 운명의 여인은 그의 인생행로를 바꾸어 놓을 치유적 매개자로 등장한다. 밀이 24살이던 1830년에 만난 해리엇 테일러 부인과의 사랑은 이후 20여년간의 플라토닉한 관계, 그리고 그녀의 남편 존 테일러가 죽은 이후에야 성사된 결혼 등으로 이미 유명하지만, 그러나 정작 유명해야 할 가치는 그 둘 사이의 진정한 평등과 조화의 실질적 관계에 있다.

밀은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이 지적, 도덕적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많은 것을 주었던 인물로서 주저함이 없이 테일러 부인을 꼽는다. 그리고 세상이 이 여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밀이 소개하는 그녀의 ‘도덕적 특성’은 밀의 정밀한 합리주의적 품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차마 믿기 어려울 정도다: “가장 고매한 긍지와 결합된 가장 진정한 겸손; 무릇 그것을 받기에 합당한 모든 사람에 대한 절대적인 순진성과 성실성; 무엇이든지 비열하고 비겁한 것에 대한 극단의 경멸, 그리고 잔인하거나 포악한 행위와 성격에 있어서 신의없고 파렴치한 모든 것에 대한 타는 듯한 의분.”

» 김영민/전주 한일대 교수·철학
남성우위의 가부장 사회에서 여자의 운명은 흔히 남자와 엉키고 만다. ‘장사가 유대인의 운명’(아도르노)이라거나 ‘흑인의 운명은 백인’(파농)이라거나 혹은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이라는 사정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종종 남자라는 운명의 막을 걷어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여자들이 그 비용을 톡톡히 치르곤 하는 것을 우리들은 안타깝게 목도한다. 그들의 희생과 비용은 역사적 진보의 증후이자 가능성으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개중에도 정녕 안타까운 것은 그 무소의 뿔들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겪는 자기방어의 비용이다. 똑똑한 약자에게서 특유한 깊은 우울과 얇은 명랑, 지나친 반응형성적 냉소와 무례는 흔히 자가당착의 독소가 되어 그들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 나는 외롭고 성급한 이 무소의 뿔들에게, 밀이 테일러 부인에게서 배운 최선의 것이라던 ‘현명한 회의의 태도’를 주문해 본다: 혁명이 아니라면, ‘현명한 회의의 태도’는 어떨까?

김영민/전주 한일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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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8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 교지 idea 꼭지들...

1조 : 선생님 사진을 이용해서 영화포스터에 합성. 포토샵으로 처리.

2조 : 행정실 분들, 목공 아저씨, 목공오빠, 공익오빠, 야간경비할아버지... 인터뷰?
        인터뷰로 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듯...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하루 엿보기] 정도가 어떨지..

3조 : 선생님들의 2세.

4조 :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나의 사랑 이야기-

5조 : 1, 2학년 각 반 유행어/ 담임샘 특징 장단점or 담임샘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전체사진 첨부 + 아이들마다 남기는 말(주제어or제시어 주어도 좋고. 준다면 아이들이랑 같이 만들어보기)

6조 :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기쁘게 하는 것들.. 1,2학년 전반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Top10.. 이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밖에 흘러가는 생각들..

1. 인터뷰 : 글밭나래우주인 (1학년들)

2. ㅈㅎ샘글 : "지키자 나의 권리"

3. 2-4 모둠일기

4. 각종 글짓기 대회 수상작품들(환경의 날 4컷 만화/한글날 작품/학교폭력)

5. 부모님글 :아이들과 나눈 편지글+사진
                       학부모님 격려사

6. 선생님들글
     교장샘/교감샘 격려사
     ㅇㅅㅎ샘 : 학생부장으로 느끼는 애환
     ㄱㅎㅅ샘 : 유렵탐방기
     

7. 표지: 미술부 아이들에게.. 찢어붙이기

8. 동아리 광고글

9. 포토갤러리... 우리 학교 가장 아름다운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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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1-1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샘이 교지 담당하세요?
저도 교지 담당인디... 아, 글고 저는 문예도 담당하고, 독서지도도 담당하고, 학교 홍보도 담당하는 거의 사무원 수준입니다. ㅋㅋ
3학년 담임샘들께 '마지막 종례'를 부탁드리면 어떨까요. 졸업식날 교지 받아 가는데, 애들이 좋아할 듯...

해콩 2006-11-1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요, '마지막 종례' 부탁드려봤는데 글 쓰는 걸 공포스러워하시는 샘들이 생각보다 많은지라 두 분께만 OK받았어요. 글 부탁하는 기술.. 뭐 이런거 없을까요?

글샘 2006-11-1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좋은 방법은... 원고료로 꼬시는 것인데... 원고료가 얼마 안 되니, 그건 어렵고요. 항상 두리번 거리고 관찰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샘에게 가서, 이번 여름에 다녀온 터키 사진 좀 주시고, 간단하게 일정 정리 좀 해 달라고 하면 잘 해 줍디다. 글 써달라면 질색을 하지만요. ㅋㅋ 조삼모사 전법.
학급일기 쓰시는 분께도, 학급 일기 몇 편 뽑아 달라고 한 뒤에, 운영해 본 뒤에 느끼신 좋은 점과 나쁜 점도 덧붙여 주시면 고맙겠다고 꼬드기고요.
저는 제 혼자 교지를 만들기 때문에, 혼자서 북도 치고 장구도 다 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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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10-3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갑하시겠어요. 그렇지만 교과서 선택은 교사의 권리 중 하나가 아닐까요? 위에서 뭐라고 못하고 가만 계셔도 한 마디쯤 샘 목소리 내시면 좋을 듯 한데요. 사실.. 저도 '교과서 바꿔야지' 생각하면서 어차피 보지 않는 교과서라는 핑계로 4년을 버티고 있답니다. 저같은 안일함과 게으름.. 나쁘지요? ^^;

2006-10-31 0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10-3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구나. 어느 학교나 모두 답답한 것 같아요. 엊그제 수학여행 가서 들은 이야긴데 올해 교육과정 담당하시는 분이 내년부터 제 과목을 두개반 합반수업을 하는 것으로 짜서 올렸다네요. 저야 올해까지 이 학교 있으면 되지만 지금도 아이들 숫자가 많아서 힘든데. 통화되든 안되든 담당교사에게 문의도 구하지 않고 그런 '안'을 올렸다는 것이 심히 불쾌해요. 사실 그 분이 저랑 별로 사이가 안 좋은 분이거든요. 학운위 회의 들어가서 입장차이가 명확해서 자주 언쟁을 했던. 개인적인 감정이나 견해로 그러는가 싶기도 하고 그것이 아니라도 맘이 엄청 상하네요.
학교는 늘.. '자기 일만 묵묵히 하고 버텨'나가도록 해주질 않지요?

2006-10-3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11-0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반 아이들도 수학여행 가서 아주 예쁘게 놀았지요. 기껏 고돌이 쳐서 심패(손목이요)나 땡꼴(이마요.. ^^; )맞기 정도... C1 팩 하나 발견했지만 즈들은 모르는 일(정말? -.,-)이라길래 실눈 살짝 감고 넘어갔어요. 암튼... 이래저래 요즘 학교 넘 추워요. 오늘 야자감독. 지난 달 빌린 것 다 갚으려면 이번달에 아직 4번 남았네요. 아무래도 내복을 입던가 파카를 가져오등가... 추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