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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이성복 - 편지

편지


이성복


1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 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 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갈 때도 있다 한잔 먹다가
꺼내서 낭독한다 그리운 당신 …… 빌어먹을,
오늘 나는 결정적으로 편지를 쓴다


2


안녕
오늘 안으로 나는 기억을 버릴 거요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요
나는 선생이 될 거요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나는
아무 것도 가르칠 게 없소 내가 가르치면 세상이
속아요 창피하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오 결혼할 수 없소
결혼할 거라고 믿어요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 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



---------------------------------------------------

이성복 시인의 이 시를 연애시로만 읽어선 안 될 일이겠지만,
연애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이 시의 맛을 알 수 없다고 단언한다.
아니, 단언하고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지막 두 행의 맛이 절절하게 전해질 수 없다.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내가 억울하니까....

누군가에게 쥐어주지 못한 마지막 편지가 내게 아직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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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일-248호]
 
 

불현듯, 미친듯이
솟아나는 이름들은 있다
빗속에서 포장도로 위에서
온몸이 젖은 채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던 시절
모든 것은 사랑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죽음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부활이라고 했다
불러도 외쳐 불러도
그것은 떠오르지 않는 이미 옛날
그러나 불현듯, 어느날 갑자기
미친듯이 내 가슴에 불을 지르는
그리움은 있다 빗속에서도 활활 솟구쳐 오르는
가슴에 치미는 이름들은 있다
그들은 함성이 되어 불탄다
불탄다. 불탄다. 불탄다. 불탄다.
사라져버린
그들의 노래는 아직도 있다
그들의 뜨거움은 아직도 있다
그대 눈물빛에, 뜨거움 치미는 목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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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4-2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ㆍ19 의분의 불기둥으로

그렇지만 4ㆍ19 혁명은 그것을 기억하고 그 이념을 간직하며 실천하려는 뜨거운 가슴의 후배들이 있어 다시 불씨가 이어지고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자유ㆍ평등, 민주ㆍ민권운동으로서 4ㆍ19 정신은 그 숭고한 이념과 열망이 남아있고, 이상과 희망이 살아있기에 영원히 살아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6ㆍ3 배일(排日)운동으로, 다시 60년대 말 3선개헌 민주화를 위한 인권운동, 유신반대 민주화운동으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거센 민족ㆍ민중운동으로 가열하게 전개돼온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은 80년대 자유ㆍ평등, 자주ㆍ주권운동으로서 5ㆍ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노동운동으로, 통일운동으로 계승되면서 이땅에 민주화를 조금씩 조금씩 실현해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길은 멀지만요, 우리에겐 ‘지울 수 없는 노래’로서 4ㆍ19 의분의 불기둥이 가슴 속에 솟구치고 있기에 희망을 갖고 통일조국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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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4-1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 구절을 읽고
이정록 시인의 서시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내 몸이너무 성하다"가 생각났다.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아무래도 궁금하다.

濃談-짙은 이야기? 弄談-웃자고 하는 이야기? 濃淡-짙고 옅음?

여울 2006-04-1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 한표, 잘 느끼고 갑니다.

해콩 2006-04-2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 한 표! 접수!! ^^ 또 놀러오세요~

2006-04-20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04-2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농담은 두번째 '허접하게 그저 웃자고 한 이야기'로 쓰인 게 아닐까 합니다.
반어적이라고 할까요?
좋은 게 있으면 생각나는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다.
좋은 게 있는데도 아무 생각 없으면, 외로운 사람이다.
이런 거, 통속스런, 허접스런 농담이잖아. 풋,(하면서, 소주라도 한 잔...)
god의 '거짓말'이 거짓말만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잘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이런 반어. 속쓰린 반어.
결국 종은 더 아픈... 농담.
ㅍㅎㅎㅎ 저 책 뒤에... 연간 교과 진도표 보이네요. ㅋ

해콩 2006-04-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어떤 농담이든 마이 아/파/요..
사진은 다른 분이 찍어서 보내주신거랍니다.
자세히 보니 교과 진도표는 아닌 것 같고.. 무슨 전화번호 같은 것이 잔뜩.. 이런 개인정보유출.. ^^;
 

 

[시메일-246호]
 
 

눈독 들일 때, 가장 아름답다
하마,
손을 타면
단숨에 굴러 떨어지고 마는
토란잎 위
물방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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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4-0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 상 포 인 트

―눈독 들일 때 사랑은 가장 아름답다

참 깜찍하다고 할까요. 요염하다고 할까요. 그도 아니면 비수처럼 날카롭고 섬세하다고나 할까요. 아주 짧게 인상적인 생의 한 국면, 사물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묘파해 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사물은 〈눈독 들일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미 결판나 버린 것,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행중인 것, 미완의 것일 때 더욱 빛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아 움직이는 활동성을 지니고 있으며 긴장력이 팽팽하게 촉발되는 것입니다.
아름답다는 것, 美라고 하는 것, 또는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형성중일 때, 아직 진행되고 있을 때 섬광처럼 그 빛을 발하는 것이지요. 미완의 것이어서 긴장이 지속될 때, 꽃처럼 싱싱하고 태양처럼 빛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한순간 깨어질지 몰라 조바심 칠 때 미적인 긴장이 지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손을 타면/단숨에 굴러 떨어지고 마는〉것처럼 더욱 아끼고 근심하여 긴장을 지속시켜 갈 때 미적 긴장력이 더욱 확대되고 심화돼 가는 것입니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