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ㅊㅁ선생님!
이렇게 성함을 불러보니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얼핏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가지 감정이 일어나네요. 지난 몇개월 동안 자주 불러드렸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반성이 듭니다. 저도 나름 낯을 가리는지라... ^^;;
처음부터 샘께 정체불명의 '호감'을 가졌던 것은 주위 샘들께 '해직교사출신'이라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을 보는 혜안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풍기는 고유의 느낌이라는 것이 있더라구요. 눈빛, 웃음, 얼굴의 주름... 아무튼 개인이 살아온 역사가,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분위기를 만드나봐요. 인간적인, 아주 인간적인 냄새... 그래서 전 아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판단근거로 조합원 샘들이 좋아해요. 나이 지긋하신 조합원 샘은 더 좋구요. (사실 나이 지긋하신 조합원 샘들이 저를 아껴주시죠. ^.^ 총각들은 다 어딜갔나...ㅠㅠ 전 아무래도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인 듯...)
언제 샘과 밥을 한 번 먹어보나~~ 계속 눈치만 보다가 2학기가 되고, 수능일도 지나고, 12월이 코앞이네요. 같은 3학년 담임이신 ㄱㅎㅇ샘께 말씀만 꺼내놓고 제가 추진하지 못했거든요. 흠... 이젠 언제나 학교에 나오시려나... 이 편지도 전해드려야하는데 말이죠. 밥은 또 언제?
왜 밥을 먹고싶어하냐고요? 저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무조건 밥부터 먹고 싶어하는 아주 바람직한 식습관(혹은 인간관계습관?)이 있답니다. 같이 밥 먹으면서 나누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출세, 승진을 위해 옆에 있는 동료나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이 앞만보고 달려나가는 그런 샘들과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여전히 조합원샘들과는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잘 되잖아요?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샘께서 살아오신 지난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구요. 요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면평가, 성과급 이런 사안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엄혹했던 시절, 교직까지 걸고 싸워야했던 참담한 나날들... 어땠을까? 말만해도 벌써 가슴이 짠~해오네요.
후배들이 이렇게 말하면 해직교사 출신의 선배님들은 부담스러우실까요? 영웅시하거나 뭐 특별한 사람처럼 우러러보는 건 아니구요, 음~ 그냥 "그땐 어땠나요?", "그땐 그랬지", "그땐 그랬군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밥먹고 술먹고 그렇게 삶을 나누고 싶어서요.
12월 11일을 분회 참실의 날로 잡았답니다. 어쩌다보니 작년과 같은 날이네요. 3학년 담임샘들이 등교하시는 날인지 어떤지 모르겠어요. 샘께서 그날 함께 하시면 정말 기쁠텐데 말이죠. 참실자료집에 실을 글까지 부탁드리면 너무 속보이는 편지가 될 것 같아서 너무너무 하고 싶은 부탁이지만 꾹 참습니다. ^^;;
음~ 내일쯤 분회 이벤트를 하나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3학년 조합원샘들께서도 꼭 응모하셔서 좋은 시집 한 권씩 챙겨가시면 좋겠어요. 학교 오시면 이벤트,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 문자로 해볼까요?
교정에 메타세콰이어가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무르익어간다'는 것은 날씨든, 계절이든, 사람이든 다 아름다운가봐요.
건강하시구요, 학교오시는 날 뵐게요.
이 편지 드리고 쑥스러워서 어쩌지요?
나름 부끄럼도 많은 성격이라....ㅋㅋ
2007년 11월 27일 나무도 황혼도 붉게 물든 날... 교무실에서 ㅇㅇㅇ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