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박물관 천국 - 여름방학 체험학습장 강추!
한겨레 박창섭 기자
아프리카·해녀·소리·초콜릿…모두 박물관 이름이래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제주로 체험학습 가자!’
제주는 우리 나라 최대 관광지로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이들은 대부분 천혜의 절경을 구경하고, 제주 전통 음식을 먹고, 해수욕장과 한라산 등지에서 멋진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제주에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무려 40여개의 박물관이 제주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아프리카, 감귤, 해녀, 성(性), 평화, 민속, 식물, 소리, 초콜릿 등 주제도 다양하다. 상당수 박물관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체험학습장도 마련해놓고 있다. 따라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여름휴가를 원한다면 올해는 제주도 박물관 탐사에 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



» 아프리카박물관내 전시물(왼쪽상단사진), 평양박물관내 한국인 강제노역 모형(오른쪽상단사진), 닥종이인형박물관 전시물(가운데사진), 감귤박물관 과자만들기 체험 현장(왼쪽하단사진), 민속촌박물관에서 봉숭아 물들이기(오른쪽하단사진)
■ 제주에는 어떤 박물관들이 있나?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제주민속박물관은 우리나라 사립박물관 1호. 올해가 개관 43주년이다. 2층 단독주택같은 건물 안에는 등잔으로 쓰였던 돌코냉이, 옛날 모자인 대패랭이, 나무로 깎아 만든 나막신, 물을 담아 나르던 물허벅, 밥 먹을 때 사용했던 전복 껍데기 그릇 등 제주의 민속 유물들이 그득하다. 이 곳에는 특히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행복을 지켜주던 당신(堂神)상을 모아놓은 ‘무신궁’이 박물관 마당에 설치돼 있다. 뒷할으방, 당밭할망, 잠통정장수, 밋드르산신또, 수되깃할멈, 천자님, 산신대왕 등 천의 얼굴을 가진 돌상 499개가 수집돼 있다. 조상들의 순박한 염원이 그대로 읽힌다.

아프리카에 가본 적이 있는가? 대다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옆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africamuseum.or.kr)에 가보자.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마치 아프리카에 온 느낌을 받는다.

198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세계최대의 진흙건축물인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젠네 이슬람사원을 그대로 본 떠 만든 황토색 건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내부로 들어가면 수천 가지에 이르는 가면, 사람 조각상, 장신구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려 30개국 70여 부족의 예술품이 진본 그대로 전시돼 있다. 전문 에듀케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한 발 한 발 움직이다 보면, 아프리카가 너무도 가깝게 느껴진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진짜 아프리카 원주민이 선보이는 전통 공연이 기다린다.

태평양 전쟁 당시 한반도 전체가 일본군의 군화발에 신음했지만 특히 제주는 침탈의 아픔을 뼈 속 깊이 간직한 곳이다. 북제주군 한경면 청수리 가마오름에 있는 일본군 땅굴 진지는 그들이 제주도민들을 얼마나 핍박했는지 그대로 증언한다. 일본군의 회의실, 숙소, 의무실 등이 재현돼 있어 역사교육 현장으로 적절하다. 이영근 관장은 “동네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데려가 곡괭이 하나만으로 현무암 돌덩이를 깨부시게 했다”며 “총 길 2km에 이르는 엄청난 땅굴 진지를 보면 일제 시대 전쟁의 참상과 일본군의 만행의 진면목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남녀의 차이와 심리를 이해하고, 흡연·음주·당뇨·고혈압 등 건강과 성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건강과성교육박물관(sexmuseum.or.kr), 인류와 5천년 역사를 같이 하는 가장 오래된 기호식품인 녹차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설록차 박물관 오설록(osulloc.co.kr), 소리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을 직접 연주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소리섬박물관(sorisummuseum.com), 영화의 탄생과 발달과정을 한 눈에 살펴보고 영화의 원리를 쉽게 알아보는 신영영화박물관(jejucom.co.kr), 초콜릿 제조 과정을 직접 보고 다양한 초콜릿을 시식할 수 있는 초콜릿박물관(chocolatecastle.com), 딱지귀신 광수, 구슬치기 왕 종철이, 군것질대장 기연이, 개다리 춤을 잘 추던 문수 등 익살스런 표정의 닥종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닥종이인형박물관(storium.co.kr) 등 40여개의 박물관이 제주 곳곳에 널려 있다.

40여곳 모두 다양한 주제 특색
부모·아이에게 색다른 볼거리,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많아

■ 구경과 함께 체험학습을

아프리카박물관에서는 ‘어린이 미술체험교실’을 들러 보자. 아랑크라 책갈피, 아프리카 지도 꼴라주, 아프리카 엽서, 투시안 가면, 마사이 벽걸이 등을 만들어 봄으로써 예술적인 창의력과 감성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문화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사용 재료에 따라 3천원에서 8천원까지의 참가비가 있다.

제주 교육의 변천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주교육박물관(jjemuseum.go.kr)에서는 이달부터 전통놀이 문화학교를 개설한다. 다다미 제작, 방아찧기 등을 해볼 수 있고, 옛날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볼 수도 있다. 무료. 남제주군 표선면에 있는 제주민속촌박물관(jejufolk.com)에서는 다양한 주제별로 민속문화를 학습할 수 잇는 프로그램이 상설 운영되고 있다. 감물·봉숭아물 들이기, 풍물놀이, 지게발 걷기, 굴렁쇠 굴리기, 자치기, 제기차기 등을 해볼 수 있다. 물허벅을 직접 져보거나 빨래 다듬이질을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입장료(어린이 2천원, 청소년 4천원)만 내면 체험활동은 무료다.

소리섬박물관에서는 한국의 소리와 악기 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색다른 소리 문화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발로 치는 피아노, 줄이 없는 하프, 북한이 자랑하는 옥류금 등을 연주해보면서 아름다운 소리의 세계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입장료는 초등학생 5천원, 중학생 이상 7천원.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제주신영영화박물관을 찾아 대사, 효과음, 더빙, 믹스 등 직접 사운드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시켜보자. 영화 제작과정도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3차원입체영상관에서 추억의 만화영화인 ‘은하철도999’를 보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짜릿한 영상체험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입장료는 어른 6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이다. 제주까지 놀러 갔는데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는 없다. 서귀포감귤박물관(citrusmuseum.com)에 가면 감귤로 쿠기와 잼, 주스와 과자 등을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재료비 3천원.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nfm.go.kr) 민속연구과에서는 8월18일까지 제주민속박물관, 8월21일부터 10월20일까지 평화박물관에서 유물 정리·전시 작업을 돕는다. 따라서 이 기간에 해당 박물관을 찾아가면 유물을 보전처리하고, 정리하고, 전시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제주/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7-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수학여행 대비... 그런데 과연 이 자료들 써먹을 수 있을까?
 

시험 대비 공부법


1. 고등학교 시험 대비 공부는 적어도 2주전부터 해야 한다.

2. 문제는 우리 학교 선생님이 출제한다. 이것저것 문제집 사는 것은 시간 낭비에 괜히 마음만 급해질 수 있다.

3. 무조건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잘 들어야한다. 공책에 필기한 것 필히 암기

4. 자투리 시간 활용하기 시험범위 영어단어, 한자 암기 등

5. 교과서 필수! 학교에서 푸는 문제집도 필수!


시험 2, 3주 전에 각 교과 선생님이 강조한 내용이나 풀었던 문제가 시험에 많이 반영된다. 필기 내용이 문제 예문으로 나오는 일도 많다. 수업 내용을 중심으로 문제 풀이 등 마지막 정리에 들어가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문제집은 문제 유형 파악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의존하면 되레 낭패를 볼 수 있다. 시험 당일 모르는 문제에 맞닥뜨렸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수학 문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풀이 과정을 세세하게 써 내려가야 한다. 영어 문제는 철자와 어휘, 문법적인 잘못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답을 쓴다면 부분 점수나마 건질 수 있다.


◆국어 = 교과서는 단원별 학습, 평가 목표를 중심으로 꼼꼼히 읽어 나가면서 요약 정리한다.  단원의 길잡이나 단원의 마무리, 알아두기 등도 꼼꼼히 읽어둔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한 단원의 개념을 정리할 때는 습관적으로 다른 단원과 어떤 관계가 있고, 다른 단원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친구들끼리 예상 문제를 만들어 돌려보면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수학 = 객관식 시험에서 정답만 빨리 찾는 공부 습관은 정리나 공식 증명을 요구하는 등의 서술형 문제에 속수무책이다. 정답뿐 아니라 풀이 과정을 요구하는 서술형 문제에 대비하려면 연습장에다 직접 문제를 꼼꼼히 풀어봐야 한다. 이때 문제 해결 전략을 세우고 논리적 추론으로 전개하면서 수학 용어와 기호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한다. 문제를 풀 때 늘 완성된 식을 단계별로 한 줄씩 써 내려가는 버릇을 들이면 서술형 문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물론 계산 능력은 기본이다. 시험 직전에는 교과서에 실린 예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거듭 풀어본다. 교과서는 개념과 공식을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필수 문제가 수록돼 있다. 따라서 시험 범위는 2, 3번은 숙독할 일이다. 수업 후 풀이 과정을 꼼꼼하게 요약노트에 정리한다. 오답노트도 만들어 오답이 나오는 문제 상황을 늘 염두에 둔다.


1. 수학도 암기과목이다.(단원별 공식, 문제유형, 자주 나오는 수)

2. 교과서(단원평가 문제, 연습문제), 학교 보충교재 3번 이상 풀기

3. 수학시간에 특히 졸지말기(선생님은 시험문제를 꼭 수업시간에 말한다.)

4. 하나하나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선생님께 물어서라도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간다.

5. 작년기출문제도 풀어보기. 똑 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유형, 나올 수 밖에 없다.

6. 수학 선생님 출제경향 파악 (물론 다른 반 수학샘의 경향까지 알면 금상첨화!! 잘 모르겠으면 중간고사에 쳤던 시험지와 교과서나 보충교제를 비교)

7. 자투리 시간에는 문제풀이보다는 공식암기

8. 월드컵 때문에 들뜨지 말기!!!(온 국민이 모두 축구를 좋아할 필요는 없다. 정부와 언론이 오바하고 기업들은 이미지 광고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뭘까? 생각해보라. 사실 축구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많다.)

9. 시험전날에 수학을 안 보려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오히려 수학을 전날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중요한 공식, 샘이 강조한 내용만이라도 꼭 확인하자. 수학은 이틀만 안 하면 까먹는다.



◆영어 =  담당 교사가 수업시간에 나눠 준 유인물 등을 잘 정리해둬야 대비할 수 있다. 1, 2학년이라면 단어와 구문, 숙어 등 어휘 중심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어휘를 많이 알면 지문의 70∼80%는 이해할 수 있고, 모르는 단어까지 유추할 수 있다. 물론 문법 공부에도 유리하다. 시험 범위 내 교과서 단어는 단어장에 기록해 모두 외우는 한편 동사는 변화와 활용, 명사는 유의어와 반의어까지 함께 정리한다. 교과서는 틈나는 대로 소리 내 읽으면서 될 수 있으면 문장을 통째로 외운다. 이렇게 서너 번 하다 보면 단어를 기억하거나 문법을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글 속에 비유적으로 표현된 내용이나 대명사가 뜻하는 바를 묻는 유형 또한 출제가 유력하다. 대화나 다른 형태의 지문에서 문단의 앞뒤부분에 이어질 내용을 추측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기타 = 내신이 상대평가로 바뀐 뒤 사회 관련 과목의 문제가 어려워졌다. 기출문제를 통해 예상 문제와 이에 따른 다양한 유형별 예비 답안을 준비한 뒤 이를 반복 학습하는 일이 서술형 문제 대비법이다. 담당 교사가 나눠 준 유인물은 중요한 시험 정보다. 오답노트로 마지막 정리를 한다. 과학 과목들에서는 도표와 그래프 등을 이용해 실제 실험과 연관시킨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서술형 문제는 주로 과학 원리와 본질을 묻는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이나, 최근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조작 사건에서도 드러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과학적 태도 등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소재가 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평소 공부법

평소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시간에 100% 집중하는 습관과 계획을 세웠으면 지금 당장 실천하는 마음가짐이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스타일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어차피 공부는 혼자하는 것이다. 순간순간 급하고 편하다고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게 되면 혼자서는 아예 공부를 못 하게 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과목마다 특별히 신경써야할 부분이 있다. 아래 사항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나의 공부 습관을 돌아보고 고쳐나가자.


1. 국어 공부법


- 느티나무님 서재에서 펌 -

 

먼저 공부에 대해서

 저는 아이들에게 공부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기도 하면서, 어려운 일이라고 일러줍니다. 여기서 쉽다는 말은 공부 말고, 돈 버는 다른 일을 해 본 사람은 모두가 두 번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돈 버는 일보다 훨씬 쉽다는 공부도 사실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건 노력한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비유하자면, 우리가 우물 속에 돌을 던져 넣어 그 돌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도록 한다고 생각하면 좀 비슷할까요? 하루 이틀 공부하는 게 우물에 돌 하나 던져 넣는 것인데, 그게 금방 표가 안 나는 겁니다. 그러나 돌은 바닥에 점차 쌓일 것이고, 바닥이 탄탄히 다져지면 그 어느 날 내가 던진 돌 때문에 드디어 지금까지 던져 넣은 돌들이 물 위에 솟아오를 것입니다.(한 개의 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은 그 밑에 깔린 모든 돌을 볼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청소년기의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기다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우직한 기다림이 없으면 공부를 잘 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새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던지는 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오늘, 하루 돌을 던지는 행위가 나날이 이어져야 합니다.


국어공부 방법에 대해서

 '무엇이 진짜 국어 공부인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어머님께서는 OO이의 국어 성적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기에 저도 그런 방향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국어 공부도 여느 과목의 공부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학교나 전국 단위의 시험이나 학교에서의 정기적인 시험 문제들은 단순히 국어와 관련된 지식을 묻는데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과목은 그대로 두고 국어 성적만 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어 시험 문제들은 사회, 역사, 과학, 수학, 논리, 예술 등 다른 과목의 개괄적인 지식과 일정 정도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외워서 기억하고 있는 국어 관련 지식만으로는 문제를 쉽게 풀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어만 잘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봐야겠지요? 국어 과목의 성취수준도 다른 과목의 그것과 비슷하게 형성됩니다.


 그래서 국어 공부에 책 읽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국어 공부의 가장 핵심은, 국어과에서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교육 내용(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읽기-쓰기, 말하기-듣기, 문학, 국어 지식(문법)입니다.)이지만, 국어과 교육 목표에 담긴 국어 내용을 파악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은 이해력(독해력)이고, 이해력은 기존의 배경 지식이 활성화되어 형성되는 것이니까요. 조금 더 풀어서 설명드리면, 낯선 글을 읽더라도 그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내가 다른 책에서 읽어본 분야라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겠지요? 따라서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입문서를 읽는 것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모두들 말하지만 저 역시도, 국어공부를 위해서는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환타지나 무협 소설은 국어 공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담긴 의도를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상대방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자기는 그렇게 이해했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생각에 빠져있거나 글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벼운 설명문이나 논리적인 글을 읽히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학생이 조금이라도 흥미 있는 부분의 책을 고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요.) 그리고 가능하면 ‘어떻게’ 읽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왜냐면 또 그 의도를 잘못 파악해 놓고 자기는 다 이해했다고 여길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통해서 대화에 집중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연습이 충분히 된다면, 국어 문제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험에 나오는(?) 문학 작품들을 미리 읽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혼자서 책을 읽을 땐 문제는 염두에 두지 말고, 내용에 집중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현대 소설들은 별로 부담이 없고, 한 번 읽은 글은 아무래도 자신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배경지식이 있으니까 좀 더 편안하게 시험의 지문을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배경지식을 넓혀가는 책읽기

 아울러 다양한 방면의 교양이나 상식을 꾸준히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책도 OO이의 수준을 맞추어서 권해 주면 좋겠습니다. 또 그런 책을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로 익힌 단어는 조금 더 어려운 글을 이해하는데 밑받침이 됩니다. 국어에서도 새로운 낱말은 영어 시험에서 영어지문을 읽을 때 영어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공자님 같은 말씀이지만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사전을 뒤적여보아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읽는데 집중할 수 없으니까 문맥 속에서의 의미를 파악해 두어야 다음에 같은 단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정답입니다.

 그 외에는 문제집을 꾸준히 푸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가끔 국어를 잘 하는 학생에게 이 문제는 왜 이게 답이냐고 물어보면, 그 학생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답은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감’이라는 것인데요, 문제를 꾸준히 풀다보면 뭐라고 꼭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감이 생겨서 답이 보인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런 게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집 한 권을 하루 온종일 풀었다고 해서 감이 금방 생기는 것이 아니구요, 꾸준히 하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문제집을 푼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한 학기에 하나라도 끝까지 해 보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무엇을 가르쳤느냐를 기준으로 시험문제를 내거든요. 그리고 그 무엇이라는 것은 국가가 교과서를 발행하면서 미리 정해둔 기준이 있으니까 모의고사나 수능시험도 결국은 그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면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가 없는 것이죠. 뭐 꼭 이론적으로 다 되는 것 아니겠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수업시간입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결국 성적도 좋습니다. 이런 학생을 두고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하는 것이지요.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급한 마음에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모두들 다른, 뾰족한 방법을 찾는 거 아니겠습니까? 경우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기초 없는 누각을 허물어지기 십상입니다.

 

2. 수학 공부법

- 수학 실력 향상을 위한 7가지 충고-


1. 계획을 세워라.

입시준비는 길고도 짧으며 짧은 것 같으면서도 길다. 지금부터 입시까지라고 생각하면 멀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 하고 공부할 내용을 적어보면 시간이 별로 없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학 시간을 늘리되 가장 능률이 오르는 시간대에 넣어두라. 학습계획에 실패한 경우를 보면 자신의 성격, 환경, 체력, 실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을 세웠거나 그 계획을 실천하려는 적극적인 마음의 자세가 약한 경우이다. 그러므로 학습 계획에는 그것을 실천하려는 지속적인 인내와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 또 자신의 형편에 맞는 실현가능한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2. 기초를 확실히 하라.

고난도 문제의 해법에 대한 테크닉에는 열중하면서 기본적인 것이 몸에 붙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실제로 강의에서 조금 꼬인 문제를 해주면 학생들의 눈은 동그래지고 그 풀이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학생들의 수학을 향상시키는 데는 불필요한 쓰레기일 뿐이다. 기초가 단단하지 않은 것은 무너지기 쉽듯이(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수학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초반에는 한 걸음씩 단단히 다지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에게 맞는 책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부터 어려운 참고서를 보게 되면 힌트나 해답을 보고 외우게 된다. 이러면 해결능력을 늘리지도 못할 뿐더러 오래 계속 되지도 못한다. 우선 교과서부터 완전히 마스터해야 한다. 자기가 학습하기에 적당한 참고서는 60~70%를 자기 힘만으로 풀 수 있는 정도면 좋다. 수학 학습에서는 "생각 한다"는 것이 중심이지만 기초가 되는 정의, 정리, 공식 등은 암기하되 기계적으로 외우지 말고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확히 활용할 수 있도록 외워야 한다. 수학을 제법 하는 척 해도 문제를 푸는 근거가 되는 정의, 정리, 공식이 애매한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어떤 한계를 절대 넘을 수 없다.


3. 의문을 품어라.

의문을 가지고 그 의문을 추구하자. 이것은 수학을 배울 때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졌으면서도 쉽게 타협하고 넘어가든가, 적당히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의문을 가졌으면 그 의문을 해결하도록 연구하려고 해야 한다. 만일 자신의 능력으로 안 되면 여기저기 물어서라도 확인해야 한다.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감으로써 수학 실력이 한층 향상될 것이다.


4. 눈으로 풀지 말고 손으로 풀어라.

수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종이에 손으로 직접 푸는 것이다. (이 때는 가급적으로 작은 소리로 따라 읽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첫째, 계산 속도가 빨라진다. 고사장에서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같은 계산을 남보다 빨리 할 수 있다면 그 만큼 생각하는 시간을 버는 셈이다.

둘째, 계산이 정확해진다. 아무리 직관력, 분석력, 구상력 등이 좋다고 하더라도 계산이 정확하지 못하면 점수를 얻을 수 없다. 또 평소 계산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시험 때에는 초조한 생각이 앞서서 시험을 망치게 된다.

셋째, 평소 깨닫지 못하던 이해력이 길러진다. 눈으로 보는 방법이나 귀로 강의를 듣는 방법은 아무리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의시간에는 수학을 잘 하는 것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시험만 보면 꽝이다. 종이에 직접 써서 푸는 사람만이 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계산 능력을 기른 후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는 남은 기간에 많은 문제를 보아야 하므로 눈으로 읽어도 될 것이다.


5. 자기 힘으로 풀어라.

수학 공부법을 보면 많은 학생이 자기 힘으로 생각해서 풀려고 하지 않고 문제유형과 기계적인 해법을 외우려고 든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수학 실력을 올릴 수 없다. 수학 공부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으로 능력을 단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예습 중심의 학습법을 택해야 된다. 예습할 때 부딪히는 문제 가운데는 간단히 풀리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힌트나 답을 미리 보게 되면 실력이 붙지 않는다. 끈기 있게 끝까지 생각해 보겠다는 정신을 길러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길만이 실력을 늘리는 지름길이다.


6. 여러 가지 풀이방법을 찾으라.

응용력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은 한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풀이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개별 항목을 알고 있는데 그치지 말고 그들의 상호연관성을 생각하여 여러 각도에서 여러 가지 해법을 익혀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응용력이 생긴다. 세 문제를 푸는 것 보다 한 문제에 대해 세 가지 풀이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다. 풀어서 맞았다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내가 푼 방법과 책의 풀이방법이 같은지 다른지, 내가 푼 방법이 우연히 답만 맞은 것은 아닌지 또 다른 풀이방법은 없는지, 다음에 다시 풀 때는 어떤 생각으로 풀기 시작하면 되겠는지 정리한 뒤 다음 문제로 넘어가라.


7. 매일 조금씩 꾸준히 풀어라.

가랑비에 속 곶 젖는다는 속담이 있다. 가랑비가 온다고 비를 맞으며 가다가는 결국 흠뻑 젖는다는 뜻이리라.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일 문제를 풀어라. 쉬운 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습관에 젖어야 한다. 이것만이 성공의 비결이다.

 

3. 영어 공부법

① 교과서를 철저히 공부하라!

모든 과목이 다 그렇듯 영어도 교과서만한 교재가 없다. 교과서에 제시된 학습목표를 숙지하고 그대로 따라 예습에 들어가라. ‘자습서’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영어 학습은 읽기보다는 듣기부터 해야 한다. 지엽적인 것을 놓쳐도 전체 대의파악에는 문제가 없으니 끝까지 다 듣고 도대체 무엇에 관한 내용인지를 한 마디로 정리하도록 한다.


다음에는 읽기에 들어간다.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어휘나 한 번에 쉽게 이해가 안가는 문장이 있더라도 그냥 글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끝까지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처음에 듣고 난 후 대의파악을 해 본 것과 읽고 이해한 것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그런 다음 단락(paragraph)별로 끊어 듣고, 끊어 읽기를 하며 단락별 대의 파악을 해보자. 이때도 지엽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단락 전체의 큰 그림을 보도록 한다.


끝까지 이렇게 했다면, 이제 차근차근 세부적 읽기에 들어간다.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우선 표시를 하면서 앞, 뒤 문맥에 따라 추론부터 해보자. 그런 뒤에 사전을 찾아 추론한 뜻이 사전적 정의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자.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은 표시해 두고 다시 반복적으로 읽어 본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돼도 다시 읽어보면 이해도는 분명히 올라갈 것이다.


여기까지가 예습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말 해석이 다 되어있는 자습서를 들춰 보면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답 보고 푸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풀이과정을 보고 푼 수학문제는 절대로 실력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② 선생님의 수업을 최선을 다해 들어라!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의 가르치는 방법에 가능한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선생님이 가르치는 순서를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두가 함께 구두연습을 한 다음에 선생님이 요점을 칠판에 쓰면 노트에 기록하고 또, 테이프로 읽는 연습을 한 다음에 누군가를 지정해 시키는 것이 순서라면 이 순서를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한다. 가르치는 순서를 알면 모든 것을 신속하게 잘 따라갈 수 있게 되고,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이 머리 속에 쏙쏙 잘 들어오게 된다. 또한 교실에서 선생님이 여러 가지 사항들을 설명해 줄 때, 설명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듣고 그 자리에서 기억해 두어야 한다. 집이나 학원에 가서 복습하면 되니까 하는 생각으로 건성으로 들으면 안 된다.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어줄 때나 테이프로 들려줄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어 영어 읽기의 요령을 기억해 두자. 끊어 읽는 곳(/), 강하게 읽는 곳(′)에는 반드시 표시를 해두고, 올려 읽는 곳(↑)과 내려 읽는 곳(↓)도 표시해 두면 좋다. 시험의 출제자는 선생님이다. 수업 내용을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말할 것도 없다. 시험 전에 간혹 있는 자습시간에는 해당 선생님 과목의 범위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반드시 질문해서 해결해놓는다.


③ 다른 반 선생님의 수업내용까지 확인하라!

영어 선생님이 여러 분이라면 시험 출제도 공동으로 출제할 것이다. 시간이 있다면 진도에 맞춰 다른 반 친구들의 수업내용을 참조해 함께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④ 복습을 위해 교과서 본문을 틈날 때마다 읽고 가능하다면 통암기 하라!

집에 가서 복습을 할 때는 배운 부분을 10회 정도 소리를 내어 낭독해 본다. 발음이 잘 되지 않는 단어가 있으면 그 단어만 따로 몇 번이고 연습하여 입에 익히도록 한다. 교과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사이에 그 단어의 의미를 정말로 이해하게 되고 영어다운 발음이 몸에 배게 된다.

  이보다 더 좋은 영어학습법은 본문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내신 대비법은 없다. 암기하는 방법은 먼저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옮겨 노트에 기록한다. 그 다음에는 그 우리말을 보고 원래의 영어문장을 말해본다. 생각이 나지 않는 부분은 표시를 해두고 다음 부분으로 넘어간다. 두 번 연습이 끝나면 앞에서 표시해둔 부분의 영어 문장을 한 번 더 보고 연습한 다음, 우리말만 보고 영어 문장을 생각해 본다. 전부를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이번에는 우리말을 영어 문장으로 바꿔 써 본다. 쓰기가 끝났으면 원래의 문장과 비교하여 잘못 쓴 단어를 표시해서 정확하게 기억해 둔다. 1주일 정도 지난 다음에 다시 한번 우리말을 보고 영어 문장을 생각해 보고 잊어버린 부분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⑤ 수행평가를 절대로 소홀히 하지 마라!

중간고사에서 만점을 받아도 수행평가를 소홀히 하면 반드시 낭패를 본다.


⑥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내신을 준비하지 마라!

무엇이든 그렇지만 시험공부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끝까지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학원이나 과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스스로 문제를 푸는 능력이 향상될 수 없다. 삶의 과정은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다. 스스로 자신에게 알맞는 학습법을 찾아내고 그에 맞게 공부하는 것이 길게 볼 때 훨씬 도움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느티나무 > 수능 언어 영역 공부와 책읽기

 

수능 언어 영역 공부와 책읽기


송승훈선생님 (광동고)


   수능 언어 영역에서는 교과서에서 글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정해진 지식을 외우는 정도를 살피는 시험이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이어서 그렇다. 종종 국어 공부를 한다면서 참고서와 문제집에 나온 단원 요약을 열심히 외우는 학생을 보는데, 잘못하는 것이다. 그런 공부는 한 인간으로 사는 데도 도움이 안 되고, 입시에도 도움이 안 된다. 그보다는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공부가 필요하다.

   중학교 때는 국어교과서가 한 종류이지만, 고등학교는 여러 종류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이라고 해서 국어를 똑같이 한 교과서로 배우지만 고등학교 2-3학년이 되면 국어생활, 작문, 독서, 문학, 화법, 문법, 이렇게 여섯 가지나 된다. 과목마다 교과서가 한 권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권씩 있어서, 이 가운데서 선택해서 배운다. 문학 과목은 교과서가 열여덟 종류나 되어서, 가까운 진역에 있는 다른 학교에서 같은 교과서를 쓰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학교마다 쓰는 교과서가 다르기에 교과서에서 수능 문제를 내려고 하도 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입시에 성공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구나 수능 언어 영역 문제는 지금 60문제가 나오는데, 보통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20% 정도나 정해진 시간 안에 그 문제를 다 풀까, 대다수는 문제를 다 풀지도 못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교과서 바깥에서 처음 보는 글이 나오고, 외워서 푸는 문제가 아니라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이기에 짧은 시간에 문제집을 여러 권 푼다고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여기에 대한 준비로는, 일찍부터 책을 많이 읽어두는 수밖에 없기에, 책읽기가 강조된다.

   그러나 아무런 책이나 무조건 읽는다고  해서 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책을 제대로 읽어야 도움이 된다. 이때 제대로 된 책이 무엇이라고 여기는가에 따라 공부는 성취가 크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실패는 중학교 때부터 일제 시대 단편소설을 읽히는 시도이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좋지만, 그 책들이 그 나이 때의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서 권해야 한다. 학생들이 무슨 이야기인지를 알아듣지 못하는데, 이름난 책을 읽었으니까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그런 책읽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는 몇 마디 물어보면 금방 확인된다. ‘메밀꽃 필 무렵’을 읽은 학생에게 ‘그 소설을 읽고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면 좋겠니?’하고 물어보자. 어떤 대답이든지, 우리가 들어서 말이 되는 말이면 그 책읽기는 온전히 되었다고 할 테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학생들은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작품에 대해 참고서에서 외운 주제를, 그것도 ‘인간 본연의 속성으로서 애정’과 같은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대답한다. 이러면 그 책읽기는 별로 얻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 어떤 책을 읽고 나서 자기 언어로 그 의미를 정리하지 못하면, 그 책읽기는 수박 껍질만 훑은 것이다.


자기 주변의 삶을 이해하는 책을 읽자


   자신의 책읽기를 돌아보자. 혹시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비슷한 이름으로 된 책을 사다놓지 않았는가? 그런 책은 입시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지만, 사고 나면 막상 읽는 데 자체에만 의미를 두지, 읽으면서 사색하는 일은 잘 되지가 않는다. 시험에 나올 만한 글을 뽑아두었다는 선전을 보고 그 책을 사서 읽기에, 시험이라는 말에 눌려서, 인생이나 세상에 대해 도무지 생각이 펼쳐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대체로 그 책들은 학생들이 공감하며 생각거리를 얻어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글을 성의껏 뽑아놓았다기보다, 이름난 작품을 대충 모아둔 책들이어서 감동이 있기 어렵다.

   그런 입시용 책을 사서 읽고 자신이 감동을 느꼈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그런 사람은 5% 안쪽의 드문 경우에 속하는데, 자신이 하던 방식대로 계속 해도 좋다. 그러나 그런 책에서 책읽기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고달픈 심정만 느낀 다른 95%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책에서 벗어나자. 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가면 이때까지 나온 수능 문제를 공짜로 내려 받을 수 있으니까 살펴보라. 그런 책들에서 실제 수능 글이 몇 편이나 나왔는가. 살펴보고 나면 무시해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글을 읽으며 생각이 흔들리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책은 읽으나마나이다. 줄거리만 기억하는 책읽기, 읽었다는 확인만 남은 책읽기, 단편적 정보만 외운 독서인증제용 책읽기는 아주 작게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나는 여러분들에게 생각이 움직이는 책을 먼저 찾아 읽기를 권한다. 그런 책은 대체로 자기 주변의 삶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하는 책인 경우가 많다. 이게 입시에 나오니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맨 처음 시작할 때는 힘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책읽기를 지속하는 힘이 되기는 어렵다. 자기 삶의 주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들을 찾아 읽으면, 자기 주변과 책 내용을 견주면서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생각을 해야 머리가 좋아지고 능력이 높아져서 생각이 깊어지고 입시에도 성공한다.

   눈이 뜨이고 깨닫는 느낌이 있는 책읽기라야 재미가 붙는다. 이 때 재미는, 말초신경을 자극한다거나 억지스러운 연출로 황당한 웃음을 자아낸다거나 현실에서 억압된 욕망을 분출하는 데서 얻어지는 매혹이 아니라, 우리네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데서 얻어지는 깨달음의 즐거움이다. 책 대여점에서 주로 학생들이 빌리는 영웅 이야기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오락용 책에서 얻는 즐거움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고 달래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책읽기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세상이 왜 그런 모습인지를 알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삶의 문제를 풀어가도록 우리 자신을 튼튼하고 지혜롭게 하지 못한다. 그것은 설탕과 같아서, 적당히 쓰면 삶이 편안해지지만, 지나치면 환상에 취해서 삶이 무기력해진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그래서 우리의 머리를 저절로 쓰게 하는 책을 몇 권 적는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괴롭힘 당하는 이야기를 담은 <말해요, 찬드라>, 동성애자와 성전환자와 같은 소수자의 사연을 담은 <다르게 사는 사람들>, 방황하며 자기 길을 찾는 청소년들이 나오는 <못난 것도 힘이 된다.>, 가난한 처지에서 여러 가지 사고를 치며 고민하는 아이가 나오는 <푸른 사다리>, 차별에 대한 단편만화를 모은 <십시일반>, 지난날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 애쓴 이들의 오늘날 모습을 담은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 사형수의 이야기를 감동 깊게 담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찾아보기 바란다.

   책을 한 번 읽고 다 끝났다며 책을 저편으로 물리는 사람은 어리석다. 다 읽었다면 그 책을 만지작거리며 책 내용과 세상을 연관시켜서 생각해 보아라. 그리고 이 책읽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사색하라. 글을 읽기만 하는 책읽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6-06-0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아무래도 오래된 자료같은데요. 요즘은 아이들이 거의 다 풀 정도로 쉽게 출제되고 있습니다. 언어영역이 전반적으로 쉬워진 것이지요. 2005 입시부터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책을 읽는 것과 언어 영역을 잘 치는 것의 연관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글읽기를 즐겨하는 사람이 언어 영역에 강한 것은 불변의 사실이죠.
제 경험으론 언어 영역 문제집을 보다가, 읽고 싶은 책이 나오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방식이 가장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해콩 2006-06-0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꼭~ 전할게요. ^^
 
 전출처 : 바람구두 > 87년 민주항쟁과 고등학생운동, 청소년인권운동의 뿌리

[기획 - 청소년인권운동, 길을 묻다 ②] 민주화의 불꽃, 학교를 삼키다
87년 민주항쟁과 고등학생운동, 청소년인권운동의 뿌리
기사인쇄
전누리 
청소년인권운동의 맹아는 87년을 정점으로 타오른 민주항쟁의 불꽃과 이른바 ‘참교육 1세대’들의 참교육운동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전자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인 주>



1987년 12월, 150여명의 고등학생이 명동성당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들은 “노태우를 당선시킨 기성세대 각성하라!”, “군부독재 타도하여 민주교육 쟁취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19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때는 바야흐로 13대 대통령선거에서 군부독재 정권과 한 몸통이나 다름없었던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12월 16일)된 직후. 당시 농성에 참여했던 ‘서울지역고등학생연합회’(서고련) 학생들은 13대 대통령선거는 부정선거인 만큼, 비록 민정당이 승리했더라도 부정선거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87년 민주항쟁의 상징이었던 명동성당으로 찾아들었다.

민주화 세력이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일어설 것이라는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5박 6일간의 투쟁은 쓸쓸히 막을 내렸고 농성 참가자들은 제각각 흩어졌다. 그러나 이 농성은 80년대 중반부터 전사회적으로 확산됐던 민주화운동의 흐름 속에서 매우 주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87년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던 민주화의 불꽃이 미완의 불꽃으로 사그라질 위기에 처했을 무렵, 기성세대의 각성을 촉구했던 고등학생들의 외침은 그만큼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이처럼 당시 고등학생들의 운동이 좀더 조직화된 방식으로 학교의 변화를 넘어 정치의 중심으로까지 파고들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민주화라는 대격변이 열어젖힌 ‘인식과 실천의 해방구’가 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두환 신군부정권 하에서 강요됐던 억압적 입시체제 아래서 바로 옆 친구들과의 치열한 경쟁만을 강요했던 학교에 대한 저항의지는 그렇게 민주화의 열기와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학내 민주화와 인간다움을 찾아

80년 광주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삼청교육대 설치 등 이른바 ‘사회정화’ 조치를 통해 정권의 기반을 다진 전두환 군사정권의 폭압은 교육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7.30 교육개혁조치’ 이후로 강화된 입시경쟁, 학도호국단을 통한 군대식 통제도 고등학생들의 열망과 외침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8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는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학내 민주화와 인간다움, 비리 척결에 대한 열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청구상업학교 교사, 학생들이 서울시교위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중등 우리교육 90년 11월호>


85년 3월 의정부시 복지중고에서는 잡부금 징수 금지, 학교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수업거부와 인근 야산에서의 농성이 시작됐고, 같은 해 목포여상에서는 여고생들이 학교측의 교사 탄압에 항거해 수업 거부, 등교 거부, 시험거부 등으로 맞섰다. 85년 ‘민중교육지’에 대한 정권의 대대적 탄압 이후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타오른 교육민주화 운동은 고등학생운동의 성장에도 불을 댕겼다. 이듬해인 86년 5월에는 원주고를 시작으로 원주시 몇 개 고등학교에서 자율학습을 거부하고 학생들이 집단 귀가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고, 7월 서울의 중대부고에서는 2학년 학생 5백여 명이 두발자유화, 자율학습 폐지, 강제 보충수업 금지 등의 요구를 내걸고 운동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록 이들의 투쟁이 연속적으로 전개되지는 못했지만, 엄혹한 군사정권 하에서도 민주화와 인간다움에 대한 열망은 그렇게 전국 곳곳에서 학교의 빙벽을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반장에서 대통령까지 직선제로

87년에 접어들면서부터 학생들의 요구는 점차 학도호국단의 자리를 대신한 학생회의 직선제 쟁취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다. 학생 자신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공감대를 넓혀나갔고, 대통령 직선제 쟁취의 경험은 학생회 직선제 쟁취 운동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87년 3월 진주 대아고에서, 4월에는 서초고에서 직선제 학생회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6월항쟁 이후에는 그 움직임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경기도 파주여종고, 광주 대동고, 서울 석관고, 구로고 등 전국 학교에서 폭발적인 시위가 이루어졌는데, 민주적 학생회 쟁취라는 요구를 좀더 분명히 내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백일이 넘게 장기적인 투쟁을 벌였던 파주여종고, 2천여명이 수업거부에 들어간 이래 명동 가두시위와 시교위 농성 등으로 확대됐던 정화여상 등의 사례는 당시 고등학생 운동의 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는 좋은 보기이다. 그 결과 88년 말 서울 1백 여교, 전국 400 여교에서 직선제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 출처: 중등 우리교육 90년 11월호


학생회 직선제 요구는 고등학교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88년 서울 석관중학교에서는 ‘민주 돌곶이회’라는 소모임이 결성되어 간선제 학생회장 당선을 한동안 저지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또 교외에서 진행된 4.19 기념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모임을 이끌었던 권혜진 씨(88년 당시 중3)에 따르면 처음에 8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이 2학기에 들어서면서 60명으로까지 확대됐다고 한다. 혜진 씨는 “87년 6월 항쟁에서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자는 사회적 외침이 중학생이었던 당시에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시기였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옆 학교인 석관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 직선제운동을 했기 때문에 ‘종이비행기 날리기’, ‘아침이슬 부르기’ 같은 시위도 볼 수 있었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유인물을 만들어 뿌리고, 후배들도 만나 직선제하자고 설득하고 다녔다.”라고 설명한다.


민주항쟁의 경험, 조직화에 불 댕겨

이러한 학내 운동에 기반이 된 것은 각종 소모임들이었다. 87년의 사회적 격랑을 전후하여 사회모순과 교육모순을 함께 고민했던 학생들은 학교별, 지역별로 다양한 비밀 소모임을 꾸리게 된다. 용산고의 ‘용민민투’, 석관고의 ‘석민연’, 대원고의 ‘목마름’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소모임에서는 학교문제를 고민하면서 교내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벌이는 한편, 사회 문제에 대한 토론과 학습도 이뤄졌다. 고등학생 소모임은 87년 민주항쟁의 영향을 받은 고등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함께 고등학생운동을 고민해온 기존 활동가들의 결합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당시 KSCM(한국고등학생기독교운동총연맹) 활동가였던 강주성 씨는 “그때는 지역별로, 학교별로 소모임이 많았다. KSCM이나 푸른나무 이야기모임 같은 공개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언더에서 소모임으로 활동하던 학생들도 많았는데, 그런 모임을 지원하는 성인활동가도 있었다”라고 말한다.

당시 개별 학교 차원을 넘어 고등학생들이 참여했던 대표적 공개단체는 흥사단과 KSCM이 있다. 흥사단 서울지부가 개최한 87년 11월 학생의 날 행사에는 1천5백여 명의 중고생이 참석하여 공식적인 대중집회의 물꼬를 텄다. 흥사단은 그 후 고등학생아카데미(고아)를 통해 고등학생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했고, 특히 KSCM과 함께 4.19 기념행사나 학생의날 행사를 대규모로 열어 당시 학생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KSCM은 88년 2월 ‘자율적 학생회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이 공청회에만 4~5백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 공개단체들은 ‘학생회비 운영’, ‘소모임 운영’에 대한 공청회를 계속 이어가면서 고등학생 운동의 의제를 던지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푸른나무 출판사에서 만든 <푸른나무> 무크지를 통해 모인 ‘푸른나무 이야기모임’도 있다. <푸른나무>는 당시 진보적 교사와 학생들에게 알려진 청소년 잡지로 학생회 직선제와 자율적 학생회 운영에 대한 토론,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읽자는 주장 등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내용의 공개단체 활동은 90년대 초까지 지속되었다.

푸른나무 이야기 모임과 KSCM을 지도했던 강주성 씨는 87년을 기준으로 전후 고등학생 운동의 차이를 ‘대중성’에서 찾는다. 주성 씨는 “고등학생 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도 학생회 직선제 구호나 공개활동에 대해 ‘정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중운동이 되려면 대중들의 요구와 정서에 맞게 내용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당시 고등학생 운동으로 활발히 전개된 학생회 직선제 운동은 대중성에 기초한 활동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고등학교에서 흥사단 활동을 한 권혜진 씨는 ‘조직화’에서 특징을 찾았다. “87년 이전은 자발적 운동의 태동기라고 생각된다. 그러던 것이 87년 6월 이후 조직적 흐름을 가지게 됐다.” 87년 이전의 고등학생운동이 산발적이고 고립적으로 이뤄졌다면, 87년 이후의 도드라진 점은 바로 대중성에 바탕을 둔 조직화가 이루어진 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인권운동의 맹아이자 뿌리

당시 고등학생 운동은 민주화의 열기가 들불처럼 번져나갈 때 고등학생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독재정부에 대한 저항을 이어나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아가 모순으로 얼룩진 사회에 파열음을 내며 조금씩 열려지고 있던 변혁의 공간에서 고등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운동 의제도 찾아나갔다. 민주화와 자신들의 삶 사이에 가교를 놓으면서 독자적인 운동의 세력화를 꿈꿨던 것. ‘학생자치권 보장’, ‘두발자유화’, ‘보충.자율학습 철폐’ 등의 구호는 학교의 민주화, 학생 삶의 민주화를 요구했던 것이었다. 당시 터져 나온 구호들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생 청소년 인권운동에서 핵심적인 과제로 남아 있는 것으로서, 당시 고등학생운동이 지금의 청소년인권운동의 맹아이자 뿌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급작스런 성장만큼 한계도 존재했다. 개별 학교를 잇는 조직적 연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추어 상대적으로 운동의 경험이 적은 고등학생들에게도 너무 많은 짐을 지우면서 부담을 주었던 점도 힘겨움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용산고에서 ‘용민민투’ 활동을 한 서준섭 씨는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하면서 현재 인권운동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 고등학생 운동이 제 삶의 뿌리에요. 정신적으로 성장했던 고향이라고 생각해요. 그 어린 나이에 사회랑 부딪치면서 고생도 많이 했고 시행착오도 겪었고. 지금 친구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했던 친구들도 지금 와서 약간 회한 같은 게 있으니…. 그 나이에 움직이고 뭔가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게 하려면 강해야죠. 무척 강해야지 그것이 바탕이 되어 인생에 밑거름이 되고 계속 발전할 수 있고…. 청소년들이 많이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농성 시작일에 대한 기억의 혼재
* 신문 등 공식 기록상으로 농성 시작일이 19일로 되어 있지만, 농성 참가자의 증언 중에는 16일 대통령 선거 당일부터 명동성당에 모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준섭이 지금은 민주노동당에서 정책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작년에 창진이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18년만에 다시 만났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