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 茶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라오서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2월의 마지막 날 라오서의 <찻집>을 읽는다. 120쪽 남짓의 짧은 작품. 어젯밤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잠들어 아침 출근길에 읽는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소시민들 삶은 왜 이다지도 힘겨운가. 영하 10도 가까이의 이 추운 날에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밥벌이를 위해 나서는 이들의 모습이 <찻집>의 인간군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 그래도 오늘 이 땅의 사람들은 조금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랏일’에 대해서는 마음껏 말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허나 라오서의 <찻집>속 유태찻집에는 찻집 곳곳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 그것도 한두 해도 아니다 거의 50년 가까이 이 글귀는 찻집에서 떨어져 나갈 줄 모른다.

<찻집>은 1890년대 말부터 거의 50여 년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청나라 끝 무렵, 무술정변 시기부터 중화민국 초기와 항일 전쟁 승리 이후 중요한 세 역사 시기를 배경으로 중국의 격변하는 역사 흐름과 그로 말미암아 피폐해지는 민중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첫 시작 부분에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4쪽 가까이에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을 극이 진행되는 동안 잊거나 헷갈리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유태찻집’ 주인이자 <찻집>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왕이발’을 비롯해 찻집 단골 송대인, 상대인, 아편쟁이 ‘당철취’, 중매쟁이 ‘유마’, 건달두목, 찻집 건물주 ‘진중의’, 환관 우두머리 ‘방태감’, 아편쟁이 ‘당철취’의 아들 ‘소철취’, 중매쟁이 ‘유마’의 아들 ‘소유마’ 등등 캐릭터가 생생하고 인물마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금세 극에 몰입할 수 있다.  

제국 열강의 침략으로 (청)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 나라에서는 부국강병을 내세우며 개혁을 실시하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가고 북경의 소시민들의 삶은 전과 다름없이 흘러간다. 찻집에 모여 차를 마시면서 별것도 아닌 일로 말다툼을 벌이다 패싸움을 하기도 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난한 농부는 딸을 팔려고 찻집을 기웃거리고, 환관인 방 태감은 가난한 농부의 딸을 사서 아내로 삼으려 하고, 그 중간에서 중매쟁이 ‘유마’는 잔뜩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 2막과 3막의 배경도 여전히 찻집이다. 세월도 흐르고 찻집을 오가는 인간군상도 조금씩 달라지지만 격변하는 세상에 비해 그 찻집을 찾아오는 이들의 삶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아질 줄 모른다. 특히 세월이 흐를수록 유태찻집은 나날이 형편이 나빠지기만 한다.

왕이발은 자기 찻집을 시대에 맞게 ‘개량’하면 좀 더 나아지리라 생각하며 애를 쓰지만 그것은 그저 그의 소망일이다. 군벌 전쟁 속에서 찻집은 점점 기울어 가고 찻집을 찾아오는 이들은 예전에 비해 도덕적으로도 타락해 인신매매를 일삼거나 탈영병 둘이 한 여자를 아내로 삼으려는 수작도 거리낌 없이 의논한다. 그런 와중에 3막에 이르러서는 국민당 세력과 결탁한 외세(미군) 세력까지 들어오면서 세상은 점점 자본주의의 모순까지 뒤엉켜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찻집을 찾는 소시민들의 삶은 더욱 가열차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중에도 이 찻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란 구절이니, 정치색이 서로 달라 나랏일을 이야기하다 싸움이라도 날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섣불리 나랏일을 입에 담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목숨을 잃는 이들이 50년 내내, 제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계속 있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 그 한마디가 중국 사회의 경직성을 이 한마디로 알 수 있다.


왕이발 : 난 평생 어린 백성으로 살았어요. 누구든 보면 예를 올리고, 절하고, 읍하고, 그저 애들이나 잘 커서, 얼지 않고 굶지 않고, 병 안 나고 살기를 바랐죠! 그런데, 일본 놈들이 있을 땐 둘째 녀석이 도망 다니느라, 마누라가 그렇게 아들 생각으로 애를 태우다 갔고! 어렵사리 일본 놈들이 물러가고 한숨 돌리나 했더니, 웬걸요? (쓸쓸히 웃는다.) 허허, 허허, 허허!
진중의 : 일본 놈들이 있을 땐 무슨 합작이니 하면서 내 공장을 먹어 치우더니, 우리 정부가 들어서자, 공장은 어느새 반동의 재산이 되었더군, 창고 속에 있던 그 많던 물건 다 없어졌지!
왕이발 : 개량, 난 그래도 늘 개량하느라 애썼어요. 남에게 처지지는 않으려고요. 차만 팔아 안 되겠기에 하숙도 쳐보고 하숙이 없어지자 평서도 시켜 보고, (<찻집>, 111쪽)


잘 먹고 잘 살려는 욕심이 있기에 어느 정도 장삿속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보다 형편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냉정하고 외면하지도 못하는 왕이발은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하고 선량한 인물이다. 그와 말이 잘 통하는 찻집 단골 송대인, 상대인도 비슷한 성품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삶은 그들이 젊은 시절부터 거의 일흔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에 비해 환관이면서도 크게 위세를 부리는 방태감이나 아편쟁이 당철취와 그의 아들, 중매쟁이와 그의 아들 등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그런 세력에 빌붙어 자기 몫을 챙기는 자들은 자자손손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독자는 인생의 모순과 비애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아편쟁이의 아들인 소철취가 ‘도교’ 사제로 교주에 오를 꿈을 꾸며 큰소리를 떵떵 치는 모습에서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이 떠올라 씁쓸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마냥 우울하고 암담한 것은 아니다.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이지만 나름 그 삶을 웃어넘기려 애쓰고, 그러다 보니 극은 희비극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대 위에 올라 서민들의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라오서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반동분자로 몰려 홍위병들에게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뒤 자살(타살 의혹도 있다)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노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라오서가 만일 좀 더 오래 살아서, 아니 문화대혁명 시기 이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망명해 이 작품을 4막으로 늘려 문화대혁명 시기까지 다루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한결 더 비극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그때도 물론 유태찻집 곳곳에는 이 문장이 붙어있을 것이다.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12-31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출판한 민음사세계문학 희곡이군요~! 리뷰를 보니 ‘나랏일은 이야기 하지 맙시다‘ 라는 문장이 무섭게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니 표지도 좀 우울하고ㅎㅎ

하루만에 읽고 리뷰 뚝딱 쓰시다니 왠지 저녁 술(?) 약속 때문인거 같은 느낌 ^^

잠자냥 2022-01-01 01:58   좋아요 3 | URL
핫! ㅋㅋㅋ 맞습니다. 지금까지 술 마시다가 이제야 이 댓글 봅니다! ㅎㅎ

Falstaff 2021-12-31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 이름이 많이 나긴 했지만 사실 라오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별 다섯이라. 이거 점점 솔깃해집니다.

잠자냥 2022-01-01 01:59   좋아요 0 | URL
ㅎㅎ 폴스타프 님은 별 넷 예상해봅니다.

독서괭 2022-01-01 08:31   좋아요 0 | URL
엉?? 폴님 이름 바꾸셨어요? 아예 골드문트로?? ㅋㅋㅋ

Falstaff 2022-01-01 10:2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벌써 몇 달 전에 제 집 문패에 2022년 부터 골드문트로 개명을 하겠노라 광고를 했었는데, 안 보신 모양입니다. 사실 골드문트가 늙으면 폴스타프처럼 될 거 같지 않으셔요? 그래 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더 젊은 시절의 이름을 찾기로 한 겁니다.
물론 잠자냥 님을 비롯한 서재친구분들의 성원도 있었습지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1-01 11: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아침부터 큰 웃음 준 그대 골드문트여, 복 많이 받게나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1-01 21:24   좋아요 0 | URL
아니, 골드문트 님! 이 되셨군요! 반갑습니다!

coolcat329 2021-12-31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작가 마지막이 ㅠㅠ 라오서 이름만 들어봤는데 이런 슬픈 사연이 있는줄 몰랐어요.

잠자냥 2022-01-01 02:00   좋아요 1 | URL
휴… 작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참…. 광기의 시대는 무섭습니다.

coolcat329 2022-01-01 14:57   좋아요 1 | URL
위화 <형제>인가...작가의 말 중에 이런 말이 나와요.
유럽이 400년 동안 겪은 변화를 중국은 40년 동안 겪었다는... 끔찍합니다ㅠㅠ

독서괭 2021-12-31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말라니.. 우리의 군부독재 시절 분위기가 50년 내내 있었다는 거네요. 어휴 😣

잠자냥 2022-01-01 02:00   좋아요 1 | URL
제가 보기에 중국은 어쩌면 지금도 그런 거 같습니다.

mini74 2022-01-01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글 읽고나면 다 읽고싶어지고 막 다 가지고 싶어지는 ㅎㅎ 자냥님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

잠자냥 2022-01-01 02:02   좋아요 2 | URL
어이쿠 그런 말씀이야말로 가장 큰 칭찬아닌가요! ㅎㅎ 미니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실 12월 31일 밤 11시 59분 전에 저도 그 올해의 책 페이퍼 쓰려고 했는데 술 취한 바람에 그만 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2-01-01 0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히야. 역시 마지막날까지 긴 리뷰 올려주는 리뷰대왕 잠자냥님. 해피해피뉴이어~~~ 새해에도 남친이랑 냥이들이랑 행복한 삶 꾸려가시고, 플친들에겐 명품 리뷰 계속 쏘아주시와요.^^ 별 다섯이라 또 낚시질하고 갑니당^^

잠자냥 2022-01-01 02:05   좋아요 3 | URL
올해의 책 페이퍼를 쓰느냐 리뷰를 쓰느냐 고민하다가 아직 올해는 끝나지 않았다!! 리뷰를 쓰자 했는데 이제 새해네요! ㅎㅎ 책읽기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책 많이 만나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무리 작가와 작품의 명성이 자자해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있다. 그레이엄 그린의 <사랑의 종말>이 그렇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내가 그레이엄 그린의 무엇을 좋아했던 걸까? 그의 작품을 계속 읽어야 하나? 이런 고민까지 든다. 지금의 심정이라면 한동안 그레이엄 그린은 안(못) 읽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내게는 다른 의미의 하루키 작품 같았다. 내가 하루키 소설을 안(못) 읽는 이유는 그가 그리는 남자주인공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딱히 별다른 매력도 없는데 온갖 여자들이 그에게 몰려들어서 몸과 마음을 다 준다. 한두 명이 아니다. 하루키의 판타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다시 그레이엄 그린으로 돌아가서, <사랑의 종말>의 남주인공 ‘모리스 벤드릭스’. 정말 읽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지는 캐릭터이다. 하루키의 남주인공들을 능가하는 ‘개 멋+찌질이’ 종합 세트로, 온 세상을 증오한다는 이 중2병 환자는 날마다 한껏 똥 폼을 잡고는 세상에서 가장 우울하고 비관적인 척은 다 한다. 그러나 그는 오늘도 이미 헤어진 지 오래인 여자 ‘세라’에게 집착하며 그녀가 누구 다른 남자랑 자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지 홀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등신 중의 상 등신이다.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이다. 작가인 그(그러니까 그레이엄 그린과 모리스를 떼어놓고 생각하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다. 이 작품을 읽으면 자꾸만 ‘그레이엄 그린=모리스 벤드릭스’로 여겨져서 어느 순간 그레이엄 그린까지 싫어진다. 게다가 이 작품은 그레이엄 그린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모리스는 소설 글감을 찾아 고위 공무원인 헨리 마일스에게 접근한다. 헨리 마일스라는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그의 아내 세라와 가까워지는 방법을 택하고 유부녀인 그녀와 곧 불륜 관계가 된다.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던 그들은 우연한 일을 계기로 세라가 모리스를 피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관계는 끝을 맺는 듯했다. 그러나 2년 뒤 우연히 헨리를 마주친 모리스, 헨리는 심란한 표정으로 세라가 아무래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고 털어놓고, 헨리의 이 말에 모리스는 헤어진 지 무려 2년이나 흘렀는데도! 세라가 대체 누구를 만나는 것인가 분노하면서 질투와 호기심에 사로잡힌다. 그러고는 심지어 헨리가 시도하려다 그만둔 흥신소 직원에게 세라의 뒤를 밟으라고 요청하기까지 한다. 여기까지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는데도 다시금 모리스의 찌질함이 떠올라서 뒷골이 당긴다.

모리스는 한술 더 떠서 자기를 만날 때도 아마 세라가 다른 남자를 만났을 것이라고,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라고 그래서 남편이 있는데도 자기에게 그렇게 쉽게 넘어간 것이라고 세라를 헤픈 여자, 바람둥이 취급을 하면서 그녀를 향한 미움과 증오를 감추지 못한다. 뒷조사를 하면서 나름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소설가인 모리스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그가 자기 심정을(또는 자기변호를) 얼마나 절절히 묘사하는지 그의 시점(만)을 따라가다 보면, 유부녀인 세라는 남편을 배신했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불륜 상대인 모리스도 배신하고 누군가를 만났을지도 모를, 지금도 또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를, 나날이 가벼운 연애에 몸을 던지며 사는 불나방 같은 여자로만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나름의 반전이 있어서 흥신소 직원을 통해 모리스가 세라의 일기장을 손에 넣으면서 모리스 그 찌질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세라의 또 다른 면모를 알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라의 일기, 그러니까 일기를 통해 모리스 및 독자가 알게 되는 세라의 다른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도 딱히 공감이 가지 않는데, 그래 그것도 서로 몸을 탐하다 보니 사랑이 생겼다고 치자. 그런데 세라가 그토록 그 찌질이 모리스를 사랑했고, 그런 하찮은 남자 때문에 그런 ‘맹세’를 하게 되었고, 그 맹세를 지키려고 그토록 안간힘을 썼다는 사실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세라의 그 일기장은 모리스(또는 그레이엄 그린)가 바란 세라의 모습이지 않을까? 모리스의 판타지가 아닐까? 그렇게 늙었어도 여전히 중2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찌질이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평생 그리워한 순애보적인 여성! 아무리 봐도 이런 설정은 찌질이 모리스(또는 그레이엄 그린)의 판타지로만 여겨진다.   


저는 그이를 사랑합니다. 만약 당신께서 그이를 살려만 주신다면 저는 뭐든 다 하겠습니다. 나는 아주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이를 영원히 단념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셔서 그이한테 기회를 한번 주세요. (170쪽)


이런 기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너무나 간절하게 바라는 일이 있을 때. 꼭 신을 믿지 않더라도, 종교가 없더라도 그 어딘가에 의지하고 빌고 싶어져서 간절하게 중얼거리게 되는 그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이를테면 “~하느님, ~을 해주시면 앞으로 ~하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말들. 나 또한 내 고양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생명마저 위태롭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길을 걸으며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 우리 고양이 살려주시면 앞으로 ~ 하겠습니다.” 중얼중얼. 나는 기독교인도, 가톨릭교도도, 신의 존재를 믿지조차 않는데도 그런 순간에는 그렇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면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던 자신의 모습을 잊고 살아간다. 마음 한켠에 양심의 소리가 조금 찔릴지도 모르지만 서서히 “~하겠습니다”라고 맹세하던 자신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세라는 그 맹세를 철저히 지키려고 애쓴다. 그녀가 애초에 종교적인 신념이 남몰래 철저했던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었을 테지만 이 부분 또한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레이엄 그린이 <권력과 영광>, <브라이턴 록>, <사건의 핵심> 등 종교와 세속적 욕망 사이에 흔들리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다룬 문학에 천착하느라 그저 단순한 불륜, 사랑 이야기로만 끌고 갔어도 됐을 작품에까지 무리하게 종교 관념을 불어넣은 것은 아닌가 싶어진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세라가 죽은 이후로 나타난 그 일련의 기적................................은 정말 너무했다 싶어지는 것이다. 휴.


게다가 세라의 죽음 이후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도 지나치게 길다. 이 작품에서 세라는 죽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일기장을 통해 그려진 모습조차 모리스(또는 그레이엄 그린)의 소망이 반영된 허상일 뿐이다. 모리스, 헨리, 얼굴 반점남, 이 세 남자-아니 흥신소 직원과 그 아들내미까지 다섯 남자가 세라의 죽음을 두고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꼬락서니를 그토록 오래 지켜봐야 할 때는 이제 그만! 하고 책을 덮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탕녀인가 성녀인가 이러고 있을 때는 정말이지 어휴....... 모리스랑 헨리가 한 집에서 사는 그 설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게 가능해?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모든 걸 능가하는 모리스 벤드릭스의 찌질함은 가히 압도적이라 끝까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하느님과 자기가 세라를 두고 누가 진정으로 ‘소유’했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이를 바득바득 가는 인간, 세라의 장례식장에 가면서도 다른 여자의 몸이 닿자 욕정이 생각난다고 욕정 운운하는 이 인간, 자기는 하느님도 해보지 못한, 세라의 몸속에 들어가 봤고 그러므로 세라를 진짜 소유한 건 자기라고 주장하는 이 인간, 자기의 진심조차도 세라의 사랑을 확인한(일기장을 본) 후에야 털어놓는 이 비겁하고 비뚤어진 자존심으로만 똘똘 뭉친 이기적이고 쪼잔한 인물에는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단 1%의 호감도 생기지 않는다. 얼마나 얼굴을 찌푸리고 봤는지 책을 덮고 나니 얼굴이 아픈 지경이다. 이토록 심적으로 힘든 독서, 그럼에도 별 넷이나 준 까닭은 그레이엄 그린이 사랑하는, 욕망에 흔들리는 인간의 이기적인 심리를 이렇게도 흡인력 있게 그렸다는 점 때문이랄까..... 아무튼 나는 참 싫은 작품이었다........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모리스 벤드릭스.



요즘 알라딘 서재에서 유행하는 놀이로 나도 이 글을 마친다. 올해의 찌질남 상을 <불륜의 종말>의 ‘모리스 벤드릭스’ 수여합니다..... 이보게, 벤드릭스 씨, 당신은 다리보다 마음이 더 절룩인 것 같소이다.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12-28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등신까지읽고ㅋㅋㅋㅋㅋㅋ 책읽고 마저보려고 마지막 문단으로 쩜프했어요😆 잠자냥님 리뷰를 읽으니 걱정이되지만(브라이턴 록이 너무 좋았었는데 이번에 실망함 어쩔ㅜ) 제게는 어떨지 더 궁금해져요!

잠자냥 2021-12-28 12:53   좋아요 2 | URL
작품은 재미나고 흥미진진해요... 남주가 너무 짜증나서 그렇지;; ㅠㅠ

단발머리 2021-12-28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사두어서요. 안 읽고 좋아요!만 하고 가는데 이 책 넘 좋죠? 그거만 좀 말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2-28 12:5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저는 별 넷은 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2-28 12:56   좋아요 1 | URL
아하하!!! 접수되었습니다*^^

수이 2021-12-28 13:13   좋아요 2 | URL
저도 샀는데 잠자냥님 리뷰 읽기도 전에 제목 먼저 보고 앗뿔싸 했다가 에휴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독서괭 2021-12-28 1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궁금한데 저도 중간 점프.. ㅋㅋ 근데 요즘 서재에서 올해의 찌질남 상 주는 게 유행인가요?

Falstaff 2021-12-28 13:04   좋아요 5 | URL
저한테 올해의 찌질남은... 햐, 이거 이 책 좋아하시는 분 많아서 얘기하기가 좀 껄쩍지근한데요, 모라비아의 <경멸> 주인공 로베르토로 하겠습니다. 모라비아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ㅠㅠ

잠자냥 2021-12-28 13:10   좋아요 3 | URL
올해의 찌질남이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의~~~상’은 유행인 것 같아요. ㅋㅋ


미미 2021-12-28 14:23   좋아요 4 | URL
<경멸>의 로베르토가 찌질남인건 분명해요!!ㅋㅋㅋㅋ모리스 벤드릭스와 둘 중 누가 더 찌질한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ㅋㅋㅋㅋ

공쟝쟝 2021-12-28 17:33   좋아요 4 | URL
어.. ㅋㅋ 저 이거 물감님 페이퍼에서 말했습니다. 저에게 올해의 찌질남 왕은. 잠자냥님 추천 책 <하이피델리티>의 롭입니다. 근데 롭이 싫은데 안싫은게 함정임... 난 왜 너드에 관대한가... 아직도 벗겨져야할 콩깍지는 얼마나 많은가.

미미 2021-12-28 17:53   좋아요 3 | URL
갑자기 장칼국수만큼 이슈가 될것같은 찌질남 스토리ㅋㅋㅋㅋ바로 검색하러 고고!

공쟝쟝 2021-12-28 18:04   좋아요 2 | URL
닉혼비 잘써요 ㅋㅋㅋㅋ 입담 너무 오지고 자기가 자기 찌질한거 너무 잘알아서 미워할 수가 없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12-28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리스가 그린의 페르소나고, 개멋 찌질이임에도 불구하고 별 넷의 평점을 즐기고 있으니, 그린의 필력이 을매나 대단한 겁니까! ㅋㅋㅋㅋ
농담이고요, 전 그린이 이제 좀 식상해져서 말입죠. 제3의 사나이하고 현대문학에서 나온 단편집으로 충분한 거 같더군요. 이 책도 안 읽을 겁니다, 아마도.

잠자냥 2021-12-28 13:11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 님, 이 책은 분위기는 또 죽입니다. 그게 다 그린 필력이겠죠. 근데 저도 그린은 폴 님이 말씀하신 그 두 책이 훨씬 좋네요. ㅎㅎㅎ

건수하 2021-12-28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가 있다니 읽을까 말까 하다가… 어느새 다 읽었어요 ㅎㅎ

모리스의 판타지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뭐 여성들도 판타지 많이 갖고 있지만, 남성들의 판타지가 소설에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ㅎㅎ 자기고백적인가 ㅋㅋ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생각이 납니다 ㅎㅎ 이건 장례식장에서 남자 둘이 만나 찌질한 이야기 나누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예요.

잠자냥 2021-12-28 13:13   좋아요 2 | URL
이건 그낭 제 생각인데 이 작품은 남녀에 따라서 호불호도 조금 갈릴 것 같아요. 하루키 <상실의 시대>에 많은 남자들이 환장하듯이? ㅋㅋㅋㅋ

수이 2021-12-28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에 환장한 여성 1인 여기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거 읽고 별 다섯개 줄까봐 읽기도 전에 겁 잔뜩 먹은 거 아시죠? 잠자냥님 후달달달

잠자냥 2021-12-28 13: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것도 좋을 거예요. 이 리뷰는 제가 이 작품의 싫은 점만 나열한 거고요. ㅋㅋㅋ 저 아래 제 100자평이 더 객관적인 것 같아요. ㅋㅋ

새파랑 2021-12-28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종말까지 생각하셨는데도 별 네개나 주시다니 잠자냥님은 대인배? ^^ 저 설정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고 종교도 좀 그렇긴 하더라구요 ㅋ 그래도 전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경멸>도 그렇고 전 찌질남(?) 이야기를 좋아하는것 같아요 😅

잠자냥 2021-12-28 14:27   좋아요 4 | URL
네~ 저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ㅎㅎ
남주가 너무 스트레스 받게해서 으으윽...
<경멸> 저도 한번 읽어보고 누가 누가 더 찌질한가 비교해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21-12-28 14: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다 읽기도 전에 이런 문장을 적었었죠.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벤드릭스‘는 개자식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너무 싫어하는 인간 전형의 모습이었으므로 개자식이라는 욕도 후합니다. 진짜 너무 싫었고 흥신소 직원이 자기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도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도 저는 묘하게 이 작품이 싫지는 않더라고요. 다른 작가였다면 이 이야기를 이렇게 끌고 가지 못했을 것인데 어떤 종교적 숭고함을 담은게, 그게 저는 느껴져서 그 지점에서 이상하게 좋네.. 하게 되더라고요. 그 남성들의 고백 부분에 대해서도 창녀와 성녀라는 너무 전형적인 여성상을 지들끼리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하지만 그렇지만 어쩌면 그 .. 뭐라 해야할까, 그 신성함? 그런건 정말 있는거 아닐까 싶어지고요. 그래서 찌질한 남자들 나오는데 작품 자체가 싫진 않은, 그런 묘한 느낌의 책이었어요.

‘이언 피어스‘의 <핑거 포스트>를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다른건 기억이 안나는데, 제가 그 책 읽고서는 ‘어쩌면 누군가는 인류의 죄를 사하여주기 위해 희생당한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써놓고 나니 좀 부끄럽네요? 그런데 이 책 사랑의 종말 읽으면서 어쩌면 이런 신성은 있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참 묘한 책이에요.

잠자냥 2021-12-28 14:57   좋아요 3 | URL
네, 저도 다부장님의 그 표현을 읽었습니다요.
아마도 주인공은 너무 싫은데도 다부장님이 말씀하신 그런 지점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고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그래서 무턱대고 나 싫다고 별 하나 또는 둘 줄 수는 없던 그런 작품인데... 그래도 전 이 작품을 좋아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21-12-28 14:48   좋아요 3 | URL
쓰다말고 어디갔어요.....

잠자냥 2021-12-28 14:58   좋아요 2 | URL
‘없을 거 같아요.‘ 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까 다부장님 글에 댓글 단다는 게 밑에 제가 새로 댓글을 달아가지고 그걸 복사해서 붙인 게 다 복사된 게 아니었네요. ㅋㅋㅋㅋㅋㅋ 별말도 없던 것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ㅋㅋㅋㅋ

mini74 2021-12-28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찌질남 에 적극 동의합니다 ㅎㅎ *^^*

잠자냥 2021-12-28 22:49   좋아요 2 | URL
아휴 전 몇 년 동안 이런 인간 처음입니다! ㅋㅋㅋ
 
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알라딘 적립금 플렉서 잠자냥입니다. 오늘은 제가 리뷰를 한번 독특한(?) 아니, 독특하다기보다는 이제까지의 방식과 살짝 다르게 써보겠는데요. 지금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저도 공쟝쟝님의 유튜브 방송에 힘입어 한번 유튜브 방송 삘(feel)나게 음성 지원되는 듯한 느낌으로 최근 읽은 책 중 한 권을 소개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읽는 유튜브’라고 할까요? ‘그럴 거면 유튜브를 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MZ세대인 쟝쟝님에 비해서 기술적으로 뒤쳐진 세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초상권은 소중해서 유튜브는 좀 무리인 것 같고요. 게다가 우리 알라딘 서재 이웃들은 유튜브 볼 시간에도 책 보는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유튜브와 글로 쓴 리뷰를 적절히 혼합한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이 책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오늘 말씀드릴 책은 이탈리아 작가인 ‘밀레나 아구스(Milena Agus)’의 <달나라에 사는 여인>입니다. 작가는 1959년 이탈리아 제노바 출생으로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 한 사람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06년에 발표한 <달나라에 사는 여인>으로 스트레가(Strega), 캄피엘로(Campiello), 스트레사(Stresa) 등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고, 이 작품이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고 합니다.  2016년에는 무려 그 아름다운 여인, 마리옹 코티야르가 주연으로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는군요.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제가 그랬듯이 다들 이 영화를 보고 싶어질 텐데요, 마리옹이 그 관능적인 여인 역할을 하다니, 아, 아니 정말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신비와 열정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르몽드는 말했고, “놀랍고 놀랍다. 이 작품은 일종의 계시다.”라고 L’익스프레스가 말했다는데 일종의 계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오반니 파치아노라는 사람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떠올리게 하는 색과 따뜻함이 있는 작품이다!”라는 평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보시다시피 책이 참 얇습니다. 읽기에 부담이 없어요. 그리고 재미가 있다 보니 책장이 휘리릭 넘어갑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쾅! 놀라운 반전이 있는데, 그 반전을 알고 나면 이 작품은 또 다르게 읽힐 수 있어서 반전을 알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읽으면 더욱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의 화자는 젊은 여성입니다. 이 젊은 여성이 자신의 할머니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작품의 주인공, 즉, ‘달나라에 사는 여인’은 바로 화자의 할머니인 셈입니다. 영화에서 마리옹 코디야르가 맡은 역할도 바로 이 할머니입니다. 여기서 잠깐 이 작품의 원제를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국내 번역 제목은 ‘달나라에 사는 여인’입니다만 원제는 <Mal Di Pietre>라고 해서 이탈리아어로 신장 결석을 뜻합니다. ‘Pietre’에는 ‘돌, 결석, 돌과 같은’ 이런 의미가 있더군요. 그렇다면 여기서 영특한 어떤 독자는 우리나라 말로 ‘석녀石女’ 같은 의미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텐데 그것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할머니는 신장 결석을 앓고 있어서 아이를 낳지 못합니다. 임신을 해도 번번이 유산이 되지요. 그래서 신장 결석을 치료하려 온천을 권유받고 여행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신장 결석을 앓고 있는 재향군인을 만나면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아마도 영화에서 결혼한 마리옹 코티야르가 바람이 나는 재향군인 역할은 ‘루이 가렐’이 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달나라에 사는 여인>의 마리옹 언냐. 이 언냐가 소설 속 '할머니'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결국 신장 결석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행한 유부녀가 온천 여행을 떠나서 자신과 같은 질병을 앓는 남자와 바람나는 이야기인가! 그게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불륜 이야기는 넘치고 넘치지 않는가! 식상하다! 할 수 있을 텐데요. 같은 이야기를 해도 어떻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된다는 것, 거기에 또 문학의 힘과 재미가 있지 않습니까? 이 작품이 바로 그렇습니다. 앞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 있다고 했는데요. 그렇듯이 이 작품은 손녀인 화자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해 마치 옛날이야기, 동화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아, 그런데 이 동화는 19금입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이 작품의 장점 중 하나가 굉장히 에로틱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환상동화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 역할을 관능적인 마리옹 언니가 맡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불륜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화자의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뭇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돋보이는 미모를 지닌 여인이었고, 집까지 찾아오거나 청혼하는 남자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 남자들 발길이 드물어지더니, 아예 하나같이 발길이 끊는 겁니다. 이 이유도 나중에 밝혀집니다만, 아무튼 그랬더니 이 할머니의 엄마, 그러니까 화자의 ‘증조할머니’는 이게 다 당신 딸이 천박해서 그런 거라며 나무라고, 딸이 음란한 시를 쓴 탓이라면서 딸을 사탄 또는 미친년 취급을 하면서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이게 다 글을 가르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탄하지요. 부지런히 일도 잘하고 아름다워서 결혼을 쉽게 할 것이라 생각했던 할머니는 결국 시집도 못가고, 정신이 조금 이상한, 정신병을 앓는 여인 취급을 받으면서 집안의 수치가 됩니다. 여기서 잠깐 <여성과 광기> 같은 책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무튼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와중에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중년의 남자(화자에게는 할아버지가 되는)가 나타나고 이 두 사람은 할머니 가족들의 강요로 결혼을 합니다.

할머니는 애초에 사랑 없는 결혼이니까, 남편이 될 이 남자에게 제발 자기와 결혼하지 말아달라고 빌기까지 하는데요, 이 남자는 묵묵히 결혼하고 할머니와 기묘한 결혼 생활을 이어갑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할아버지라는 인물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신혼 초부터 할머니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손도 대지 않겠다더니 정말로 그러는 겁니다. 두 사람은 한 침대에서 잠을 자지만 어떤 접촉도 없이 떨어져서 자는 생활을 죽 이어가요. 물론 이 할아버지는 성적 욕망은 대단해서 사창가를 찾아가서 욕구를 해소하고 오는데요, 어느 날 할머니가 그 사실을 알고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줄 테니, 그 돈을 나에게 달라, 라는 조건을 달고 그때부터 두 사람의 화려한 육체 퍼포먼스가 시작됩니다. 이 지점이 바로 19금스러운 부분인데요. ‘게이샤 놀이’ 등등 온갖 사창가 놀이 목록을 만들어서 그날그날 그 놀이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장면 묘사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에로틱한 작품들의 묘사가 그렇듯이 노골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그러면서도 불쾌하지 않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참 신기하게도 놀이가 끝나면 언제 그렇게 뜨겁게 놀았냐는 듯이 서로 침대 끝에 떨어져서 잠들고는 합니다. 할머니는 이 놀이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면서 할아버지를 만족스럽게 해주는데요, 그럼에도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마리옹 언냐 뒤에 나오는 남자가 화자의 '할아버지'로 이 두 사람은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신장 결석을 치료하러 찾아간 온천에서 만난 재향군인..... '루이 가렐'이 그 재향군인 역할을 맡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어떨까요?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할머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그런 낌새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굉장히 무뚝뚝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할머니’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니까 당연히 이해가 됩니다만, 이 할아버지도 결국 할머니를 자기 나름대로 사랑한 게 아닐까 싶어지더라고요. 작품을 잘 읽다 보면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원치 않는 것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육체관계를 맺게 되는 지점도 결국 할머니의 제안 때문이고요, 오랫동안 온천 여행을 보내 줄 때도 할머니의 외도를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의심하고도 남을 만한 부분이 여럿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이 사람을 사랑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 책에서도 말하듯 “사랑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함께 하거나 친절하게 대하고 착한 행동을 해도” 찾아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열정적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던 할머니인데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이 다가오게 만들 도리가 없다는 것”도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다가도 사랑은 또 느닷없이 찾아와서 할머니는 신장 결석 때문에 찾아간 온천에서 거의 한눈에 반하다시피 재향군인에게 빠져듭니다. 그 재향군인도 마찬가지인데요. “사랑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랑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바라보지 않는다.”(61쪽) 이런 구절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결석을 배출하느라 함께 소변을 보는 일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구절입니다. 할머니는 그 당시 기준으로는 너무나 남다른 여성이라 “평생 달나라에 사는 여자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같은 “달나라 남자”를 만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돌아가야 할 집이 있고, 남편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이 사랑이 어찌될지 궁금하지요? 할머니에게 화자인 ‘손녀’가 있다는 사실은 할머니가 신장 결석 때문에 임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곧 치유되었음을 뜻하기도 하는데요. 이 임신에 관해서도 여러 놀라운 비밀 아닌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작품을 좋게 읽은 것 중 하나는 할머니 외에 또 다른 할머니, 즉 화자의 외할머니도 등장하는데요. 이 외할머니는 여러 지점에서 할머니와 대척점을 이룹니다. 손녀에게 자신의 지나간 인생을 모두 털어놓을 만큼 다정다감했던 할머니와 달리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 그러니까 화자의 엄마에게도 차가웠고, 손녀에게도 그리 살갑지 않습니다. 굉장히 금욕적이고 차가운 캐릭터인데, 알고 보면 이 외할머니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습니다. 공통점이라면 할머니와 외할머니 둘 다 그 옛날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기에 세상과 가족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여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달나라에 사는 여인>은 이 두 할머니들의 삶을 통해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 없었던, 그 옛 시절의 부당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짧지만 아름답고 강렬하며 에로틱한 데다가 재미있으며 놀라운 반전까지 갖춘 작품. 그리고 마리옹 코디야르의 동명의 영화까지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 바로 <달나라에 사는 여인>입니다.




마리옹 언냐 책을 이렇게 관능적으로 읽으시면 어떡해요- <달나라에 여인>은 이토록 에로틱하면서도 재미난 작품입니다-



댓글(33)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12-10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하 유튜브를 글로 읽는 느낌 맞네요. ㅎㅎ 전 유튜브를 잘 안보는데 잠자냥님 글 보니까 확실히 글로 쓰는 리뷰랑 어떻게 다른지 알겠어요.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잠자냥님 유튜브판 말고 원래 슬이 더 좋습니다. ㅎㅎ 마지막 사진의 에로틱한 책읽기 자세는 진짜 저의 바라는 바나 이루어질수 없는 바이군요. ㅠㅠ

잠자냥 2021-12-10 14:16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그러게요 저도 쓰다 보니 정말 다르구나 느꼈습니다. ㅎㅎㅎ 원래 쓰던 대로 써야 제가 할 말을 다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ㅎ
저 마지막 사진 저도 저 자세로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배가 아래로...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0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은 장바구니에 넣었고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싶은데 오호라~ 왓챠에 이 영화가 있네요? 깔깔. 저는 읽고 보고 씹고 즐기고.. 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만세!

근데 음.. 제가 집에서 책 읽는 모습과는 아주 딴판인 마리옹 님이시네요.-0-

잠자냥 2021-12-10 14:17   좋아요 2 | URL
아하, 왓챠에 있군요. 어쩐지 저는 넷플릭스로 검색했더니 없어서 여즉 못 봤어요. ㅎㅎㅎ

우리가 마리옹 님처럼 책 읽으면 배가 아래로 다 쏠린다는 함정이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1-12-10 14: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만큼 내용을 자세히 쓰셨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이런게 유튜브를 글로 한다는 것이군요 ^^

저는 책보느라 유튜브 못 본다기 보다는... 유튜브를 멍하니 계속 보고 있는게 너무 힘들어요. 요즘 애들이 15분 이상 집중을 못한다고, 그게 집중력이 유튜브에 맞춰져있어서 그렇다는데.. 저는 그 15분 보는게 넘 힘들더라구요. 책도 괜찮고 영화나 드라마도 괜찮은데. 유튜브는 너무 친절해서 (도입도 길고) 그런게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는데.. 잠자냥님표 읽는 유튜브는 넘 좋아요!

잠자냥 2021-12-10 14:23   좋아요 4 | URL
ㅎㅎ 전 유튜브를 안 보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사람이 떠드는 *목소리*를 싫어해서 그러는데요. 이렇게 읽는 유튜브(?)라면 음소거가 되니까 저 같은 사람에겐 괜찮을 거 같단 생각도 들고 ㅋㅋㅋ 아무튼 이 책은 짧고 재미나요. 꼭 한번 읽어보세용~

미미 2021-12-10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잠자냥님 음성지원이 되는듯 눈으로 듣는게 가능하게 쓰시다니 놀랍습니다.(물론 잠자냥님 목소리를 모르니 최근들은 성우톤) 저는 기계체라 이런 글을 좋아해요ㅎㅎ 책도 영화도 너무 보고싶네요👍👍

잠자냥 2021-12-10 14:28   좋아요 5 | URL
제 목소리는.... 음... 낮습니다. 암튼 듣기 좋다는 소리 몇 번 들은 적은 있습니다. 푸하하하. (민망하다)ㅋㅋㅋ

다락방 2021-12-10 14:35   좋아요 4 | URL
아아.. 우리 잠자냥 님. 자뻑에 이리 서툴러서 어쩝니까. 저한테 자뻑 가르침 좀 받으셔야겠어요. 엣헴-

페넬로페 2021-12-10 15: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는 유튜브, 넘 좋아요^^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슉 들어 옵니다.
책의 내용도 흥미롭고 누워서 책읽는 모습도 섹시하네요~~

잠자냥 2021-12-10 15:54   좋아요 4 | URL
ㅎㅎ 그럼 가끔(?) 읽는 유튜브 한번 해보겠습니다.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1-12-10 1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유튭..신선한데요?
분명 잠자냥님 목소리를 모르는데 귀에 성우톤으로 들린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진짜루 들리네요??ㅋㅋㅋ
개인적인 집중도가 있는 것 같아요.
공쟝님 유튭은 계속 미모를 훔쳐 보거나 고양이등 딴 곳 쳐다 보고 있고,미니님 유튭은 목소리를 느끼고, 손을 쳐다 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 했어요ㅋㅋㅋ
잠자냥님 읽는 유튭은 계속 읽고 있네요.??ㅋㅋㅋㅋ
영화 한 번 찾아 봐야 겠군요!!

잠자냥 2021-12-10 22: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럼 가끔 읽는 유튭하는 걸로 하겠습니다요. ㅎㅎ

coolcat329 2021-12-10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는 유투브 어찌 이런 생각을 다 하셨는지요? 이 영화 언뜻 본 거 같은데 이렇게 원작이 있었군요. 불륜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그게 궁금하네요~🤔
에로틱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말이죠🙄
19금 동화라니 역시~낚으시는 재주가 👍

잠자냥 2021-12-10 22:53   좋아요 2 | URL
에로틱도 여성 작가가 쓰면 좀 덜 거부감 들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ㅎㅎ

독서괭 2021-12-10 2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자냥님, 음성지원은 본래 목소리를 알아야 가능하죠~ 목소리 음원을 내놔라(내놔라)!
이책 재밌어 보여요! 자냥오별이고! 찜합니다!!

잠자냥 2021-12-10 22:54   좋아요 2 | URL
음.. 제 목소리는 음… 암… 음… ㅋㅋㅋㅋ 괭님 상상에 맡기도록 합니다. ㅎㅎ

mini74 2021-12-10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신장결석만 머리에 ㅎㅎㅎ 불륜과 신장결석. 뭔가 넘 독특해요. 오늘 다 읽은 책도 불륜이야긴데 ㅎㅎㅎ 잠자냥님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

잠자냥 2021-12-10 22:55   좋아요 1 | URL
신장 결석 저도 머리에 콕 박혔습니다. 책 표지 이미지도 멀리서 보면 달인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돌! ㅎㅎ

stella.K 2021-12-10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익스플로러 엣지가 음성지원이 되서 전 대체로 남의 리뷰를 읽지 않고 듣는 편인데
인타깝게도 지금은 안 되고 있네요. 가끔 이러더라구요.그럼 조금 더 유튭 분위기 날 텐데...
암튼 저도 잠자냥님과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재 버릇 개 못 준다고 늘 비슷한
스탈로 쓰고 있네요. 말 주변도 읎고.ㅠ
맨 마지막 사진 섹쉬하네요.ㅋ

잠자냥 2021-12-10 22:55   좋아요 2 | URL
와, 그렇군요! 놀라운 정보입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1-12-10 2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으아.. 모다? 이 빛나는 실험정신이 가득해서 가독성 오지는 페이퍼는?!!!! (나는 잠자냥님의 아름다운 페이퍼에 때때로 영감을 주는 영감공쟝쟝이다!!!) 루이가렐에 마리옹 꼬띠아르인데 영화 정보 자체를 몰랐네요? 그리고 소개해주신 관능 풀풀~ 스토리 넘나... 기대 되는 것... 일단 땡투로 화답한다!
그나저나 자냥님이 사람 떠드는 목소리 싫어한다고 하니까. 또 도전하고 싶다. 사람 떠드는 목소리가 없는 자냥님 전용 북튜브.... 구상해봐야지... .

잠자냥 2021-12-10 22:56   좋아요 2 | URL
ㅋㅋㅋ 우리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 헤헤헤

공쟝쟝 2021-12-10 22:56   좋아요 2 | URL
영가암~~

잠자냥 2021-12-10 23:00   좋아요 1 | URL
왜 불러~

공쟝쟝 2021-12-10 23:09   좋아요 0 | URL
좋아서(머리카락을 꼬며) 헤헤…

유부만두 2021-12-11 05:27   좋아요 2 | URL
뒷뜰에 메어놓은~~ (나만 아는 노래인가요?;;;;)

다락방 2021-12-11 07:26   좋아요 3 | URL
보았지~
어쨌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2-11 09:23   좋아요 2 | URL
이몸이 늙어서 몸보신 하려고 먹었지~~

2021-12-10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1-12-12 21:07   좋아요 1 | URL
와 제가 고민 끝에 선물한 책이 그토록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___^
 
라스트 울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구소영 옮김 / 알마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쉽지 않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그이의 작품을 나오는 족족 호기롭게 잘도 샀다. <사탄 탱고>, <저항의 멜랑콜리>에 이어 <라스트 울프>까지. <사탄 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둘 다 3분의 2쯤 접어들었을 때 일단 포기. 나가떨어졌다. 쉽지 않다. 그러던 중에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라슬로의 중편 두 작품이 실린 <라스트 울프>가 나왔으니, 반가운 마음에 이 책부터 읽었다. 일단 다 읽기는 했다. 그런데 책을 내려놓으면서, 아니 읽는 내내 생각했다. ‘이것도 쉽지 않네.’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아리송하하다.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 싶은데, 그러다가도 생각한다. 에라, 문학에 제대로 읽고 아닌 게 어디 있어,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감상하면 그만인 것을. 그런데도 궁금하다. 작가에게 묻고 싶다. “이보시오, 라슬로 양반, 당신 이거 어떤 의미로 썼소?” 표제작인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두 작품이 실려 있는데, <헤르먼>은 ‘사냥터 관리인(첫 번째 판)’과 ‘기교의 죽음(두 번째 판)’으로 나뉜다. 한 사건을 두 개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데, 그 관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이렇게 달라 보이구나 감탄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모두 사냥꾼과 사냥감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군맹무상(群盲撫象), 눈먼 사람이 코끼리 만지듯 그 뜻을 파악하느라 더듬더듬 읽었지만, 그럼에도 강렬하다는 인상만큼은 지울 길이 없다.

<헤르먼>의 사냥터 관리인 ‘헤르먼’은 덫을 놓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다. 숲에는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동물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위험한 동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중 정부에서는 솜씨 좋은 사냥꾼들에게 사냥을 권하게 된다. 장인의 솜씨를 지닌 헤르먼은 냉큼 이 일을 받아들이고 숲속의 야생 포식자들 퇴치에 전념을 다한다. 곧 숲은 그가 새롭게 빚어낸 질서 체제대로 잘 흘러가는 것 같다. 정부에서도 그를 기리고자 포상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헤르먼은 이런 의문에 휩싸인다. 유해한 동물과 이로운 동물은 누가 나누는 것인가? 이 거대한 숲속 동물들을 그 기준으로 나눠 죽이고 살리는 것 자체가 인간의 오만은 아닌가. 그는 한술 더 떠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제 삶이 이제까지 ‘아주 깊디깊은 무지 속에 푹 잠겨, 쥐락펴락 남들 휘두르는 대로 마냥 복종하고’ 살아온 것 같다. ‘신성한 섭리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고, 그렇게 세상이 해로운 세상과 유익한 세상으로 나뉜다고 굳게 믿으며’(95쪽) 참 순진하게도 살아왔구나, 깨닫는다.

그는 더 나아가 실제로 이 ‘양쪽 카테고리가 다 똑같이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참학(慘虐)에서 기원한 것을, 둘 다 깊은 곳에 지옥의 빛이 도사린 것’을 ‘인간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부서지기 쉬운 평화도 아니고’, ‘심장이 내리는 진정한 분부’도 아님을 깨닫는다. ‘그 모든 것은 그저 핏빛 혼돈에 뒤엉킨 대중’을 가리는 투명한 막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자 묘한 반발심이 인다. 인간의 법을 충실히 지키고자 자연 세계를 인위적으로 재배열하는 일에 앞장섰던 그는 이런 깨달음과 함께 이제껏 노예처럼 맹목적으로 인간의 법칙을 따랐던 자기에 강렬하게 반발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계산을 넘는 더 높은 법칙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에 ‘영원히 혼자 남을 수밖에 없는 경계’를 넘어버리고 만다. 유해한 포식 동물을 측은히 여기는 사냥터 관리인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고, 그 고립을 완성하고자 생각지 못한 방법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사냥감을 쫓던 사냥꾼에서 또 다른 사냥꾼(다른 인간들, 인간이 만든 사회와 법 체계 등)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스스로 사냥감이 되어 숲에서 고독히 은신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이전의 사냥꾼 시절보다 해방된 느낌을 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헤르먼의 이 반란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표제작인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사이에는 인간과 동물, 자연과 인간 사회, 문명과 반 문명, 사냥꾼과 사냥감의 대립 등의 유사성이 있다. <라스트 울프>보다 <헤르먼>을 먼저 소개한 까닭은 사냥꾼 ‘헤르먼’이 <라스트 울프>의 마지막 늑대, 잡히지 않은 그 늑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라스트 울프>는 한 늙은 철학자가 술집에서 푸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때 교수님이라 불리던 그는 이제 하릴없이 아침부터 베를린의 한 싸구려 술집에 앉아서 딱히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헝가리 바텐더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이 작품은 이 남자의 길고 긴 넋두리가 마침표 없이 쉼표로 죽 이어지다가 맨 끝에 가서야 드디어 마침표를 맺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을 조롱하듯 내뱉는 그 넋두리의 주된 내용은 그가 한 재단으로부터 스페인의 ‘엑스트레마두라’로 초청받고 그곳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그는 초청을 받았을 때부터 정말 자기를 부른 게 맞나 두려워할 정도로 의아해하는데, 그만큼 자신의 현재 처지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 재단은 그를 교수님이라 깍듯이 부르면서 무엇이라도 좋으니 ‘이 한때 역사적인 황무지, 수 세기 동안 견뎌온 인간 궁핍의 보금자리’가 새 출발하는 ‘엑스트레마두라의 개화기’에 관해 무엇이라도 좋으니 글을 써주기만 한다면 스페인의 체류와 두둑한 원고료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과연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의심하고 고민하는 끝에 마침내 스페인으로 건너가고,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는 스스로 엑스트레마두라에 있는 동안 그 고장에 대해서 어떤 것도 쓸 수 없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고 ‘사기를 당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지막 늑대 이야기를 접하고는 그 늑대에 관한 기록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도 그렇지만 이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있던 바텐더도 ‘늑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큼은 관심을 보인다. 늑대들로부터 위협을 받던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늑대 소탕 작전을 벌이고, 이제 한두 마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늑대는 사살되었다. 그런데 이 마지막 늑대를 쫓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이 마지막 늑대는 잡혔을까 아닐까?

책을 읽다 보면 <헤르먼>의 ‘헤르먼’도 <라스트 울프>의 마지막 늑대도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이 두 작품의 동물을 쫓던 사냥꾼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쫓는 동물을 닮아가고 제 스스로 동물과 자신 사이, 자연과 문명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무엇보다도 이 ‘마지막 늑대’는 인간에게는 어쩌면 이 황무지 같은 세상을 버티고 살아가게끔 하는 희망 또는 이토록 덧없는 삶을 살도록 부추기는 열정과도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낙오자처럼 느끼고 살아가던 철학자가 늑대 이야기를 듣고 한 가닥 열정의 불꽃을 일으키는 점, 마지막 늑대를 제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내내 쓰고 또 쓰고 뭔가를 쓴다는 행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런 생각은 더 굳어진다. ‘생각 없는 삶’ 가운데서도 그는 그 늑대로 말미암아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비록 엑스트레마마두라에 가느라 잠시 떠났던 데로 그가 돌아오긴 했어도 그에게 남은 것은 생각 없는 삶이다, 다른 말로 슈파쉬바인의 죽음처럼 메마른 황무지, 이런 춥고, 텅 비고 허허로운 광장, 그리고 그가 요청받은 대로 일을 해주고 일금 얼마얼마 유로를 벌지 못하긴 했어도, 대신에 엑스트레마두라를 그 자신의 춥고 텅 비고 허허로운 가슴에 담아두고서, 그 이후로 늘 그 끝을 만지작거리며, 바로 여기서, 매일매일 그는 머릿속에 호세 미구엘 이야기의 끝을 쓰고 또다시 쓰고 있다고.(《라스트 울프》,77쪽)


늑대의 출현에 사람들은 당연히 두려움에 떤다. 그런데 늑대를 직접 눈앞에서 봤기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그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늑대가 거기 있을 때 가장 절실히 두려운 게 아니라, 아직 도달하기 전의 시간이 두렵다”고. “늑대들이 내려와 도착할 조용한 사잇길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두렵다고. 이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어쩌면 인간을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 마지막 늑대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쫓을 대상이 사라졌을 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허무를 견딜 수 없기에, 그렇지 않아도 삶은 허무하기 짝이 없어서 무언가 쫓을 대상이 있어야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만든 질서에 반기를 들고 자연으로 돌아가 영원히 자연과 하나 되기를 꿈꾸는 사냥꾼 헤르먼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것을 찾아 끝없이 열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이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1-12-03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사탄 탱고> 책 디자인, 제목, 폴스타프님 별 다섯 보고 사 둔 책인데 잠자냥님이 나가떨어졌다니 ...어렵군요.
심지어 작가 이름도 어려워요.🤨
그래도 2/3 읽으셨으면 마저 읽으셔요. 아까워요.

잠자냥 2021-12-03 13:08   좋아요 4 | URL
내용보다도 문장이... 하하하하하하. 제 취향이 아니어서 그랬던 거 같은데요, 이거 읽었으닏 다시 도전할 생각이 듭니다요.

독서괭 2021-12-03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어렵다고 하시니 안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내용을 보니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마침표가 끝에 하나 있다구요?😐음….. 왜 어렵다 하셨는지 알 것 같….

잠자냥 2021-12-03 14:08   좋아요 4 | URL
이 작가 작품이 대체로 문장이 아주 길어요. ㅋㅋㅋㅋ 쉼표, 쉼표로 이어짐. 그런데 <라스트 울프는> 단 한 문장으로 이뤄진 작품. ㅋㅋㅋㅋㅋ 문장 따라가다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앞으로 올 때 많아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1-12-07 12:42   좋아요 2 | URL
이런 문체라면 제가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지금 제가 잠자냥의 요구에 힘입어 천자만자 평이 아니라 100자 평을 위해 트위터를 켜가면서 고심하며 애를 쓰고 있긴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긴 했지만서도 역시 저는 천자만자 투머치 토커 투머치 인포메이션 투머치투머치 한 사람으로서 점하나를 딱찍어버리면 그 글이 끝나는 것이 아쉽기도 하거니와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쓰고 있지만 그걸 왜 이렇게까지 쓰느냐 역시 점을 딱 찍는 법을 몰랐던 걸까.

독서괭 2021-12-07 14: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쟝쟝님은 길어도 재밌으니까 괜찮아요!!

잠자냥 2021-12-07 14: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쟝쟝은 길어도 긴 줄 모르는 재미. 그래도 쟝쟝 점 찍는 법을 배워보아요. ㅋㅋㅋ

Falstaff 2021-12-03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쿨캣님의 엄살에도 불구하고, 일단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딱 제 취향입니다. 기가 막히다니까요.
<라스트 울프>의 늑대도 꼭 진짜 늑대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언덕 위 성에 사는 인물일 수도, 갑자기 들이닥쳐 요제프 K를 잡아갈 요원일 수도 있고, 새벽같이 들이닥칠 빚쟁이일 수도, 저 광야 멀리 이젠 무너져 없는 종탑에서 들리는 종소리일 수도? ㅋㅋㅋㅋ

잠자냥 2021-12-03 14:09   좋아요 3 | URL
네, 저는 그 늑대를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Falstaff 2021-12-03 14:16   좋아요 3 | URL
윽, 고도요? 와와..... 백점 만점에 120점!! 역시 잠자냥님!!! ㅋㅋㅋ

mini74 2021-12-03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어렵고 내용도 어렵고 그런데 다들 좋다 좋다하시니 ㅎㅎㅎ 귀가 팔렁팔랑 합니다 ~

잠자냥 2021-12-03 17:00   좋아요 2 | URL
팔랑귀 한번 열어보세요~ ㅎㅎㅎㅎㅎ

2021-12-0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12-05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책은 질렀습니다.

근데 읽을 책들이 많아서
일단 뒤로 밀리게 되었네요.
빨랑 닐거 보겠습니다.

잠자냥 2021-12-05 11:47   좋아요 2 | URL
네~ 매냐 님은 어찌 읽으실지 기대해보겠습니다!

FLAKSUIT 2021-12-19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글을 보고 읽어보니 짧지만 강렬합니다.

잠자냥 2021-12-19 12:23   좋아요 0 | URL
즐겁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FLAKSUIT 2021-12-1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2021-12-19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FLAKSUIT 2021-12-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군요. 대부분 문학사상사판으로 읽으시나봐요.답변감사합니다.밀어두고 밀어둔 책인데 이제 읽으려고요

잠자냥 2021-12-19 22:35   좋아요 0 | URL
조금 더 수정을 해서 달았습니다. 아무튼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FLAKSUIT 2021-12-19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마음의 심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턴가 제아무리 맛난 사과라도 상자째 사지 않는다. 하나씩 손으로 직접 고른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상자 윗부분에는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운 사과들이 번듯하게 놓여 있지만 아랫부분은 곯거나 문드러지거나 알이 더 작은 것들이 담겨 있기가 일쑤이다. 명절이라고 특별히 만든 과일 세트의 사과들도 실상 맛을 보면 푸석푸석한 경우가 많다. 어디 사과만 그러할까. 위아래 두 줄로 배열된 딸기도 위쪽에 비하면 아래쪽에 놓인 것들은 문드러졌거나 위쪽의 그것들보다 볼품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겉보기에는 번듯하지만 실상 그 아래는 곯은 사과가 담긴 그럴듯한 사과 상자, 과일 선물 세트.

<마음의 심연>의 크레송 일가가 사는 대저택 ‘라 크레소나드’는 바로 그런 허울 좋은 사과 상자를 떠올리게 한다. 사업에 성공한 지방 재력가인 앙리 크레송과 그의 아내 상도르, 그들의 잘생긴 아들 뤼도빅 크레송과 그의 아내 마리로르- 이 네 사람은 경제적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가장인 앙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위도식하면서 권태에 찌든 삶을 어쩔 줄 몰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여기에 상도르의 남동생이자, 앙리 크레송의 처남인 필립이 찾아오는데, 그 또한 앙리의 눈에는 ‘멍청한 식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작품은 사랑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는 젊은 부부, 뤼도빅과 마리로르의 무심하기 짝이 없는 대화로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의 문제는 무엇일까 궁금한데, 곧 앙리의 아들이자 이 대저택의 유일한 상속자인 뤼도빅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이 년 전 겪은 자동차 사고로 거의 죽음 직전에 내몰렸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런데, 그 이후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고 (주변인들이) 판단했는지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전전하다 얼마 전 집으로 돌아온 터였다. 마리로르는 이런 남편의 존재가 참을 수 없다. 그는 더 이상 예전의 뤼도빅이 아니다. 하루 종일 몽롱한 얼굴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멍청이’일 뿐이다.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다. 뤼도빅은 그녀와 달리 아직도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기에.

어쩌면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부터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뤼도빅은 애초부터 마리로르를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주인공처럼 사랑을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문제로 여긴’ 그에게 마리로르는 그가 온 생을 걸어 사랑할만한 여자였고, 그렇게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그녀와의 진정한 애정을 주고받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마리로르는 그런 그와 달리 뤼도빅으로부터 사랑 대신 돈을 보았다. 그가 가진 배경과 재산이 그녀에게는 사랑보다 더 큰 의미였다. 사랑을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처럼 생각하는 뤼도빅의 순진함은 마리로르에게는 그저 ‘결정적이고 순전한 경멸만을 이끌어 낼 뿐’이다.  


그가 불행해진 것은 얼마 후 마리로르를 만나면서였다. 그는 사랑에 빠졌고 자신보다 상대의 삶이 더 중요해졌고 그래서 불행해졌다. 사랑하는 이와 삶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덜 불행했으리라. (40쪽)


뤼도빅이 집으로 돌아온 것은 마리로르에게는 재난과도 같았다. 그는 죽었어야 하는데,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쯤에서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야 하는데, 살아 돌아오다니! 재앙의 시작이다. 마리로르는 사람들의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과부 역할은 멋지게 해낼 수 있지만 그 멍청이의 아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얼마 하지 않았는데도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이 권태로운 삶이 지긋지긋해 죽을 지경이다. 아들과 며느리를 지켜보는 앙리 크레송의 심경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들은 머리가 좀 이상해진 것 같고 며느리는 속물에다 어리석다. 설상가상 못생기고 우둔한 아내 상드라에, 멍청한 객식구 처남까지 찾아와서 기생한다. 그런데다가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자꾸만 자기 아들이 이상해졌다고 수군거리는 것 같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그는 기막힌 생각을 해낸다. 아들이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되지 않겠는가!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그 파티를 위해서는 대단한 솜씨를 가진 사람이 안주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아내 상드라는 외모부터 하는 짓마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니 우아한 안주인 역할로서는 불합격. 어디 좋은 사람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는 과부가 된 자신의 사돈, 마리로르의 엄마이자 뤼도빅의 장모인 ‘파니 크롤리’를 초대한다. 파티 주최자로 그녀를 점찍은 것이다. 그리고 파니의 등장은 이 대저택에 뜻하지 않은 파란을 몰고 온다.

어쩌면 이 파란은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앙리가 파니를 떠올린 것은 그녀가 순전히 그의 아들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린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이 눈물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의문에 쌓인 교통사고, 그 사고로 죽음 직전까지 갔던 뤼도빅.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주위 사람들, 가장 가까운 가족마저 그를 얼빠진 놈, 정신이 조금 이상해진 사람 취급을 한다. 특히 가족들의 냉대는 더 심하다. 그들은 사고 이후 뤼도빅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진짜 뤼도빅은 이미 죽었다. 그래서 그들은 뤼도빅을 부를 때 이름이 아니라, ‘그’라고 칭했고, 그가 눈앞에 있는데도 마치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그런데 파니는 요양원에 있는 사위를 보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가 진정으로 멀쩡하다는 것을 믿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가 보기에 오히려 이상한 건 이 대저택의 별난 부르주아들이다. 그들의 성격은 정상을 벗어나는 무언가가 있으며, 자신의 딸 마리로르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더 심하다고나 할까. 파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뤼도빅만큼 불행의 중심에 접근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파니의 눈에 이 번듯한 사과 상자에서 그나마 건질 수 있는 사과는 뤼도빅이 유일했을지도 모르다. 뤼도빅 또한 이 허울 좋은 사과 상자 안에서 자신을 꺼내줄 수 있는 유일한 손길은 파니뿐임을 알아본 게 아닐까. 슈만의 음악에 감응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대저택에 파니와 뤼도빅뿐 아닌가.

<마음의 심연>은 모든 면에서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오히려 사강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참 묘한 작품이다. 애초에 이 작품이 세상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모든 독자의 예상을 벗어났으리라. 뤼도빅과 마리로르 사이의 영원히 소통 불가능한 고독한 사랑의 이야기일까 싶을 때 뜻밖의 전개가 펼쳐져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 그러나 그 섬세한 문체와 서정적인 분위기는 역시 사강 작품이구나 싶어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고 완벽하게 훔치며, 비록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그럼에도, 바로 그렇게 미완성으로 남았기에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사랑의 권태와 소통 불가능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랑의 강렬한 속성들-유혹과 열정, 매혹과 질투, 욕망, 시기-을 너무나 섬세하고 투명한 언어로 그려나간다. 그리하여 이 쓸쓸한 늦가을에 비록 그 끝을 알 수 없을지라도 그런 사랑에 빠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한다. 사강의 대다수 작품이 그러하듯이.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1-11-25 13: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상자 속 사과를 알아보듯 사람의 뒷면을 보는 눈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데 프랑스와즈 사강은 진짜 천재 맞는 것 같아요. 설계된 설정 자체가 천재스러운데, 그 이야기를 만지는 언어마저 섬세할거 같은 것이 리뷰에서 느껴집니다요 😩

잠자냥 2021-11-25 14:13   좋아요 4 | URL
사람의 뒷면보다 난 심연을 보는 눈이 있으면... 아니다 아니야. 그럼 인간관계 더 못맺을 듯. ㅋㅋㅋㅋ
이 작품은 사강이 언제 써놓았던 것일까 궁금한데... 비교적 노년에 썼고 파니에 감정이입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보았어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1-11-25 16:42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맞아요^^
스스로도 환멸을 느끼겠지만 상대방도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사람과는 가까이 하기 싫을듯요^^

공쟝쟝 2021-11-25 21:00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왜 사람은 일케 이케 복잡쓰럽고 속스끄러운 존재인 걸까요? ㅋㅋ 난 심연까지는 자신 없고 뒷면정도만 ㅋㅋ 너무 후진 사람은 좀 걸러내고파….

새파랑 2021-11-25 13: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강의 작품을 읽다보면 감성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과와 사강 왠지 잘 어울려요 ^^

잠자냥 2021-11-25 14:14   좋아요 5 | URL
그러게요, 가끔은 그녀의 감성이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아니, 제 무의식에 사강때문에 사과가?! ㅋㅋㅋㅋ
새파랑 님도 이 늦가을이 저물기 전에 이 책 읽으시라고 추천드립니다.

독서괭 2021-11-25 14: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과상자 속 사과에 비유하시다니 확 와닿네요. 전 사강 작품 딱 한권 읽어봤고 특별히 좋지는 않았는데, 이 책 궁금해집니다. 파니가 몰고 왔다는 파란이 궁금해요 ㅎ

잠자냥 2021-11-25 15:12   좋아요 6 | URL
전 사실 이 미완성 유작을 아들이 발견하고 내놓았다고 해서 아무래도 아들이든 편집자의 손을 분명 탔을 것이다... 이걸 과연 온전히 사강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읽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사강스럽습니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1-11-25 18: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 사과와 딸기상자의 비유로 읽어보지 않아도 이 소설의 배경과 전개가 한번에 이해될 듯 해요. 저는 아직 사강에 입문하지 않았는데 그냥 좀 소녀취향같다는 생각을 쓸데없이 했거든요~~
읽어봐야겠어요.
잠자냥님 대치동 1타 강사 같으십니다^^

잠자냥 2021-11-25 21: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대치동 1타 강사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 사강, 한 두 작품쯤은 읽어보셔도 좋을 거예요~~ ㅎㅎ

다락방 2021-11-26 0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 작품은 미완성이라는 거지요?

저는 사강 작품 한 권 읽고 영 별로여서 그 다음부터 관심 1도 안두고 있었는데 이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은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예전에 제가 보았던 프랑스 영화 <차가운 장미>도 생각나고요. 줄거리가 비슷한 건 아닌데, 거기에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자신의 며느리에게 ˝내 아들이 널 불행하게 만든다면 헤어져라˝ 고 얘기하거든요. 왜 이 리뷰 읽는데 그 영화 생각이 날까요?

읽어보고 싶은데 미완성이라니 읽을까 말까 이렇게 되네요. 줄거리는 흥미로운데...

잘 읽고 갑니다, 대치동 1타 강사 님!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1-26 09:39   좋아요 0 | URL
저도 한권 읽었는데 다락방님의 한권 뭔지 궁금해요! 전 <슬픔이여 안녕> 이었어요^^

잠자냥 2021-11-26 09:47   좋아요 0 | URL
네, 이 작품은 사강 죽은 후 아들이 우연히 발견한 원고랍니다. 그래서 미완성이고요. 미완성이라 저도 그 마지막에 아아, 어떻게 된 것일까! 궁금해죽겠는데, 제 나름대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미완성이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나고요. ㅎㅎㅎ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그 영화와 살짝 비슷한 면도 있는데, 이 작품의 아버지는 아마 ˝아들아, 며느리가 널 불행하게 만든다면 헤어져라.˝쪽일 거 같네요. ㅎㅎㅎ

사강 작품 그 한 권이 뭔가요? 저도 궁금... 전 사강 작품 번역된 건 다 읽었어요. 심지어 <리틀 블랙 드레스>라는 책도 ㅎㅎㅎㅎ 그리고 새 책<신기한 구름>도 사놨습니다요.

아아, 실제 대치동 1타 강사였음 제가 지금 40평대 아파트는 있지 않았을까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1-11-26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여기서 끊으시면…. ;ㅁ; 넘나 궁금해집니다.

저는 사강 첫 작품 <슬픔이여, 안녕>만 읽어봤는데… 궁금해진 김에 하나 더 ‘읽고싶어요’ 에 담아봐야겠어요. 언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독서괭 2021-11-26 09:40   좋아요 0 | URL
엇 다락방님댓글에 달고 보니 수하님이랑 읽은 책 한권이 겹치네요 ㅎㅎ

잠자냥 2021-11-26 09:48   좋아요 0 | URL
아아... 이 책 마지막에 제가 궁금했던 심정입니다. ㅎㅎㅎㅎ
이 책 글씨도 크고, 행간도 넓어서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락방 2021-11-26 09:51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한 권도 <슬픔이여, 안녕> 이었어요. 이거 읽고 선물 받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안읽고 팔아버렸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사강과 거리를 두고 있었죠. 하하하핫.

잠자냥 2021-11-26 10:02   좋아요 0 | URL
아, 다부장님 왜요;
사강 작품은 가을에 바바리 코트 입고 읽으면 제맛인데.....ㅋㅋㅋㅋ(단 바바리 안에 옷은 다 입어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1-26 10:22   좋아요 1 | URL
흐음.. 그러면 사강과 재회 해볼까요? 그렇지만...좀 더 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