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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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아주 인상 깊으면 도리어 원작을 읽을 욕망이 사라지기도 한다. <일 포스티노>로 널리 알려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그런 책 중 하나였다. 그래도 완전히 외면은 못하고 언젠가 읽기는 읽어야 할 텐데, 영화에 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 그때  읽어야지 하면서 미뤄오다가 최근 드디어 읽었다. 영화에서는 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 그리고 마리오의 사랑 등이 인상 깊었다면 책으로 읽을 때는 아무래도 이것이 ‘문자’의 힘인지 글쓰기의 힘, 말의 힘, 그리고 시(詩)가 지닌 위대함이 더 크게 와 닿는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어느 실패한 소설가, 아니 소설가를 꿈꾸지만 늘 소설 쓰기에 실패하고 마는 한 삼류 신문사 기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유명한 칠레의 작가들처럼 언젠가는 나도 멋진 작품으로 꼭 이름을 떨치리라! 야망은 크게 가졌지만 실제로 하는 일이라곤, 통속 극단 배우 인터뷰나 사립탐정들의 책에 관한 서평, 이웃집 자식 그 누구라도 쓸 수 있는 유랑 서커스단에 관한 기사, 그 주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터무니없는 예찬 기사 등등 그 자신이 보기에는 하나도 쓸모없는 권태로운 일 뿐이다. 그런 중에도 작가가 되고자 글을 써 보려고 애쓰지만 그런 그의  꿈은 ‘그 축축한 편집국 사무실’에서 매일 밤 사그라져 간다.

그러던 중 그는 드디어 기회를 얻는다. 칠레의 국민 시인이자, 온 세상이 칭송하는 시인 네루다를 취재하고 기사를 써 오라는 지령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취재라는 게 이름만 거창하지 실은 네루다가 살고 있는 섬에 잠입하다시피 하여 그의 화려한 여성 편력에 관한 너절한 기사를 써오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지만 이 기회를 한껏 이용하기로 한다. 네루다를 만나 자신의 책 서문을 써달라고 하리라! 그리고 그 서문을 이용해, 그러니까 네루다의 명성을 이용해 소설가로서 화려하게 데뷔하리라! 그런데 잠깐, 그에게는 아직 책이라고 부를 만한 원고가 없는 상태이다. 그의 글쓰기는 늘 실패, 실패를 거듭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있지도 않은 자신의 책에 서문을 받을 요량으로 이슬라 네그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사나이, 네루다의 전속 우편배달부 ‘마리오 히메네스’를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이 책, 그러니까 이 글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는 마리오에게 일종의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마리오도 네루다에게 자신의 시에 서문을! 써달라고 졸졸 따라다니던 철부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 우편배달부는 시를 쓰게 되었고, 또 어쩌다 네루다에게 서문까지 써달라고 조를 만한 사이가 되었으며, 그래서 우리의 세계적 대작가 네루다는 이 두 서문 스토커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글을 써주었을까? 그 과정이 흥미롭게, 또 때로는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작가인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도 네루다의 인간적이고 소박한 모습에 반했던 것 같은데, 이 작품에서도 마리오의 눈을 통해 네루다의 그러한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1970년대 초 칠레의 한 어촌마을, 십대 끝자락의 소년 마리오는 종일 빈둥거리는 한량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오직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 때문에 네루다의 전속 우편배달부가 된다. 이 마을에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읽을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능력을 갖춘 셈이다. 네루다에게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편지들이 도착하고, 마리오는 큰 자루를 지고 매일 같이 그의 집을 드나든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년에게는 네루다도, 그의 시도 큰 의미가 없었다.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목을 축이러 들른 동네 술집에서 시중을 들던 베아트리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 그는 그길로 네루다에게 달려가 소녀를 위한 시를 써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어린놈도 시의 위대함이랄까, 사랑에는 달콤한 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이 네루다와 이토록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고픈 일종의 허영, 허세도 깃들어 있다.

하지만 천하의 네루다가 알지도 못하는 여인, 단테의 베아트리체도 아닌 마리오의 베아트리체를 위해 시를 써줄 리 만무하다.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메타포’를 가르쳐주면서 시를 직접 써보게끔 유도한다. 시 한 줄 써본 적 없는 사람에게 ‘메타포’ 운운부터가 황당한 일일 텐데, 소박한 네루다는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처럼 마리오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을 예로 들어 그가 시의 세계에 눈을 뜨도록 이끈다. 그리고 이제 이 메타포의 왕자는 사랑의 언어를 발견하고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네루다에게 시를 써달라고 졸라대기 이전의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에게 반했어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언어가 없던 사람이다. 그런데 네루다의 시를 읽고, 메타포가 무엇인지 알고 나서는 자기의 마음을 표현할 능력, 비록 그것이 서투른 사랑의 언어일지라도 뜨거운 마음을 전할 방법을 알게 된다. 시인이 되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28쪽) 있으리라 외치는 마리오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아무리 배움이 짧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능력이 서툴렀을지라도 시의 언어를 익힌 마리오는 위험하다. 그 위험을 잘 아는 사람은 이 마을에서 네루다의 시를 읽을 줄 아는 베아트리스의 엄마이다. 그는 마리오가 자신의 딸에게 시를 읊으며 추근대는 게 영 못마땅하다. “우리는 아주 위험한 상황과 맞닥뜨렸어. 처음에 말로 집적대는 남자들은 다들 나중에 손으로 한술 더 뜨는 법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딸과 마리오 사이를 감시하며 딸이 마리오의 수작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갖은 애를 쓴다.


“번드르르한 말처럼 사악한 마약은 없어. 촌구석 술집 년을 베네치아 공주처럼 느끼게 만들지. 그리고 나중에 진실의 순간이 오면, 즉 현실로 되돌아오면 말이란 부도수표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 네 미소가 나비보다 더 높이 난다는 말보다 술주정꾼이 주점에서 네 엉덩짝을 치근덕거리는 게 천만번 낫지.”
“말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야. 허공에서 사라지는 불꽃놀이일 뿐이라고.”(63쪽)


베아트리스의 엄마는 시를 읽을 줄 알기에 시의 위험성, 언어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그것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그 마음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하고, 또 때로는 위험한 일에도 기어이 몸을 던지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엄마가 예상했듯이 그녀의 강력한 경고에도, 감시에도 마리오가 빚어낸 사랑의 말들은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활짝 열어버린다. 마치 시가 마리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어, ‘우표를 붙이는 데에만 쓰던 혀를 다른 데 사용하는 걸’ 알게 했고 어쩌면 사랑에 더 깊이 빠지게 한 것처럼..... 난생 처음 시를 읽고 멀미가 날 것 같던 한 소년은 처음에는 사랑을 얻기 위해 남의 시(네루다의 시)를 표절해 가며 시를 끼적이고, 그 언어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는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시인을 그리워하는 시를 직접 쓰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시를 쓴다. 그는 이제 우체부가 아닌 시인이고,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은 전과는 조금은 다르다. 평범했던 바닷가 소년 마리오가 위험을 무릅쓰고 네루다의 곁을 지키게 된 것은 단지 그와의 우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시가 열어준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때문이었을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이렇게 시와 말과 글, 언어의 힘을 칠레 한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굴곡진 칠레 현대사와 엮어 따뜻하고 해학적이면서도 결코 암담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어둡지 않은 어조로 풀어나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이야기를 ‘단지 실패로 끝난 네루다 취재 공세의 부산물일 뿐’이라고, 자조 섞인 투로 글을 써내려간 기자는 “작가 여럿이 연이어 성공의 술잔을 들이켜고 있을 때 나는 여전히 소설을 출판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라며 씁쓸히 말한다. 우편배달부 마리오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를 써서 어느 대회에 내보내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 그러나 그들의 이 진심 어린 글쓰기를 과연 실패로만 볼 수 있을까. 적어도 네루다는 이 두 사람에게,  한 줄도 쓸 수 없었던 이 두 남자에게 자기만의 작품을 남기게 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다.”는 네루다의 말은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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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9 12: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리뷰도 시같아요 ㅎㅎ 전 영화도 좋더라고요 *^^* 마리오역 맡으신 분이 영화찍고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ㅠㅠ

잠자냥 2022-04-29 12:36   좋아요 5 | URL
언제나 과찬을 해주시는 미니님~ ㅎㅎㅎ 감사합니다.
네, 저도 영화도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마리오 역 배우가 영화 찍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니 안타깝네요!!

새파랑 2022-04-29 1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극찬 책이니 요책 당장 사서 읽어봐야 겠어요 ㅋ 이번주말에는 간만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읽어야 겠습니다~!!

잠자냥 2022-04-29 16:45   좋아요 3 | URL
요것 정말 금방 읽습니다요~!

미미 2022-04-29 1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랴부랴 영화를 검색해보니 평점이 9.09점이네요!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는데 잠자냥님의 리뷰를 보니 꼭 읽어야겠단 생각이듭니다.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다˝마음깊이 담아갑니다~♡

잠자냥 2022-04-29 16:46   좋아요 3 | URL
영화도 책도 둘 다 보기 드물게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공쟝쟝 2022-04-29 13: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름답지만 뭔가 조금은 짜증나는 이야기! ㅋㅋㅋㅋㅋㅋ 네요! 이제 베아트리스, 너가 스스로 시를 쓰자!

잠자냥 2022-04-29 16:4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맞아요. 저 사실 이 작품에서 좀 마음에 안들던 장면도 있는데, 베아트리스 너무 성적 대상화함...... -_-

바람돌이 2022-04-29 22:47   좋아요 3 | URL
베아트리스가 성적 대상화되는 느낌이 좀 있지만 압권은 베아트리스의 엄마. 저는 이분 진짜 멋지더라구요. ㅎㅎ

잠자냥 2022-04-29 23:46   좋아요 2 | URL
엄마 욕 진짜 찰지죠. 그것도 한 편의 시입니다.

다락방 2022-04-29 13: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63쪽은 저도 밑줄 긋고 인용했었어요. 그러니까, 그 때가 아마도 싸이월드 시절이 아니었을지... 흠흠.

잠자냥 2022-04-29 16:46   좋아요 2 | URL
어머나 싸이월드 시절 읽은 것! ㅎㅎ 요새 싸이월드 복구되었다면서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5-04 0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물게 제가 자냥님보다 먼저 읽은 책이군요! ㅎㅎ 베아트리스 엄마가 반대하며 했던 말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언어의 힘…
이 소설 저도 참 좋았는데 자냥님 리뷰가 그 기억을 섬세하게 되살려주어 넘 좋네요! 전 영화는 못 봤어요.

잠자냥 2022-05-04 09:35   좋아요 2 | URL
괭님이 저보다 먼저 읽으신 책 엄청 많을 거예요! ㅎㅎㅎ
베아트리스 엄마 정말 찰진 욕 인상 깊습니다. 그리고 다 맞는 말...ㅋㅋㅋ

새파랑 2022-05-07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저 이책 구매했습니다 ㅋ 휴일에 잠자기 보다는 즐겁게 여행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2-05-07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봄의 제전 -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걸작 논픽션 23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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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하얗게 폭발하던 벚꽃도 봄비 한 번에 다 저물었다. 이맘때면 T.S 엘리엇의 <황무지 The Waste Land>가 떠오른다. 그 시의 1장 ‘죽은 자의 매장 The Burial of the Dead’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이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그리고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그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모드리스 엑스타인스의 <봄의 제전>을 읽으면 ‘황무지’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서 1, 2차 세계대전의 폭발 징조를 읽어낸 이 탁월한 책은 T.S 엘리엇의 황무지처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처럼, ‘봄’을 그저 새로운 시작, 탄생으로만 보지 않는다. 모든 탄생에는 소멸이, 죽음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생이 있음을, 그리고 그 희생에는 분명 폭력이 따를 수밖에 없음을 주목한다. 사실 처음에는 현대의 탄생을 알린 발레 작품과 세계대전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서 풀어낸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고,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 <봄의 제전>은 이런 의구심을 말끔하게 해소해준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13년 파리에서 초연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역동적인 에너지와 희생 제물의 죽음을 통해 삶을 찬미하는 작품이다. 오늘날, 현대 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과 달리 당시에는 의상, 안무, 음악 모든 면에서 그즈음의 상식과 어긋난, 아주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내용으로 그 시절 청중들에게 폭동에 가까운 항의와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을 창작할 당시 “나는 제물로 선택된 처녀가 쓰러져 죽을 때까지 춤추는 이교도 제사 의식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78쪽) 말했는데, 그 이미지가 무척 강렬했는지 자신의 작품에 애초에 ‘제전’이 아닌 ‘제물’이라는 제목을 붙이려 했다고 한다. 이 사실, 그러니까 ‘제물’의 이미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봄의 제전’의 테마는 탄생과 죽음, 거기에서 비롯된 에로스와 타나토스, 원시성과 폭력성이다. 그런데 이때 희생 제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새로운 탄생을 위한 죽음은, 그 죽음을 위해 바쳐지는 목숨은 정녕 아무런 가치도 없고, 새로운 탄생을 위해 죽어 마땅한, 그렇기에 숭고하고, 영웅으로 추앙받으면서 사라지는 것에 만족해야 할 그런 소멸일까?

엑스타인스는 ‘봄의 제전’ 테마에는 도덕적 목적이 결여되었다고 지적한다. 윤리가 존재하기 이전, 개인 이전의 원시적인 인간의 모습이 자연 속에서 그려질 뿐이며, 이 작품에서의 재탄생, 삶과 죽음은 뚜렷한 윤리적 논평 없이, 도덕적인 ‘양념 없이’ 그려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오직 넘치는 에너지와 환희, 피할 수 없는 숙명만이 있으며 희생양은 애도는커녕 영예롭게 기려질 뿐이라고 말한다. 희생양으로 지목된 처녀는 어떤 이해나 해석의 기미조차 없이 무조건 희생 제의에 합류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 희망을 찾는다면 그것은 도덕이 아니라 ‘삶의 비옥함과 에너지’(95쪽)에 있을 뿐이다.

스트라빈스키와 호흡을 맞추어 ‘봄의 제전’ 창작과 초연에 깊이 관여했던 다길례프 또한 예술가는 도덕과 무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예술가의 자율성과 도덕은 상호 배타적이라고 믿었다. 도덕과 같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행동에 집착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으며 예술가는 이상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 도덕은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아방가르드에서 흔히 말하듯 ‘도덕은 추(醜)의 발명품이자 추의 복수’(65쪽)였다. 이 관점, 그러니까 새로움에 대한 혁신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을 뿐, 도덕이나 윤리가 사라진, 그러므로 새로운 탄생을 위해 기꺼이 바쳐진 희생양의 죽음에 애도가 아닌 열렬한 영광만으로 칭송하는 분위기는 19세기 말, 20세기 전반의 현대적 의식 해방에 대한 강박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무렵 유럽의 정신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오늘날 일어나는 대부분의 전쟁은 한 국가가 자기의 막힌 체제를 돌파하고자 손쉽게 이용하는 수단임을 알고 있다. 체제에 빈틈이 생기거나 그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내부 단결을 꾀하고,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에 그 허물어진 폐허 위에는 새로운 시작, 출발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죽음과 소멸 후에 새 생명이 탄생하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종종 기존의 체제와 관습, 도덕 등을 타파하고 혁신을 외치면서, 이 폐허 위로 이제 새로운 삶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면서 전쟁은 이용된다. 1914년의 1차 세계대전도 처음에는 변화와 확립의 기회로 여겨지며 환영받았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대변하던 영국에 맞서 혁신과 쇄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독일은 20세기 초반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넘치는 활력과 기술적 탁월성의 화신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 독일이 보기에 전쟁은 부르주아 양식과 편리함의 위선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장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 무렵 독일은 뛰어난 ‘모더니즘’ 국가였다. 억압과 위선에 사로잡힌 구세대에 대한 반항의 일부로서 베를린은 해방 도시의 면모를 확고히 보여주었다. 이런 분위기는 영국 출신의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자전적 소설인 <베를린이여 안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셔우드는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 베를린으로 떠나 그곳에서 수년 동안 머물렀는데, 그런 선택에는 동성애자였던 그의 성정체성이 큰 역할을 한다. 그 무렵 베를린은 국제도시로서 독특한 활기와 매력이 넘쳤는데, 무엇보다 동성애와 동성애에 대한 용인은 사회 고정관념의 해체와 본능의 해방을 뜻했다. 세기말 독일에서의 성적 해방은 동성애에 국한하지 않았다. 코르셋과 벨트, 브래지어 등에서 몸을 해방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찬란한 해방구였던 베를린은 불과 30~40년 뒤 나치의 부상과 함께 가장 강력한 억압의 공간이 되고 만다.

이렇게 ‘해방의 추구와 반란 행위 뒤’에 자리하는 전위적인 충동들, 아방가르드적 개념은 해방과 반란을 문화 행위자 및 사회, 정치적 행위자, 반란 행위 전반에까지 과감히 확장해 나갔고, 모더니즘은 이 시대의 주요 충동으로 간주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14년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개입하게 된 물리적 충돌을 정신적 의미로 받아들인다. 전쟁은 단지 하나의 관념일 뿐, 영토 확장을 노린 음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에서 전쟁은 정신에 대한 궁극의 시험이자 활력, 문화, 삶에 대한 시험으로 여겨졌다. 즉 아방가르드가 전쟁 전부터 공격해온 물질주의의 진부함, 위선, 압제에 맞서 환기해온 그런 가치들을 전쟁이 구원해준다고 믿은 것이다. 전쟁을 해방과 자유와 연결 짓는 현상이 널리 퍼져 있었고 헤르만 헤세조차도 “전쟁의 가치들을 대체로 꽤 높이 평가한다.”(163쪽) 말하기에 이른다. 토마스 만 또한 전쟁을 부패하는 현실에서의 해방구로 여겼다. 전쟁은 새 시대의 창조에 이바지하며, 죽음이 아니라 삶의 문제, 생기와 에너지, 덕성을 확인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무렵 대다수 독일인에게 전쟁은 세계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미래로, 진보로, 혁명으로, 변화로 가는 통로’(227쪽)였다.

이러한 ‘풍요로운 창조의 발작 속에서 환상은 더 많은 환상’을 낳는다. 참상은 정신적 성취로 탈바꿈하고 전쟁은 평화가, 죽음은 삶이, 절멸은 자유가, 기계는 시가, 무도덕성은 진리가 됐다. 죽음을 삶과 연결 짓는 이런 태도는 ‘봄의 제전 속 희생 장면의 대규모 재연’(342쪽)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권태와 함께 병사 개개인에게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병사들에게는 아이러니와 환멸이, 소외감이, 기존 사회질서와 그 가치들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주변적 느낌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봄의 제전>은 이 전쟁의 희생 제물인, 이름 없는 병사들, 스트라빈스키의 ‘제물’이 틀림없는 그들의 정신적 변화를 추적하면서 빠르게 질주하는 현대의 삶과 더불어 속도와 새로움에 환호하느라, 가치와 신념 체계는 등한시 한, 그로 인해 전쟁이라는 ‘제전’이 어떤 제동장치도 없이 유럽 곳곳에서 질주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인류는 참으로 어리석어 새로움, 혁신에 대한 환호는 멈출 줄을 몰라 나치즘이 대두할 수 있는 싹을 틔우기에 이른다. 나치즘은 미래, 멋진 신세계를 향한 앞뒤 가리지 않는 돌진으로 다시금 인류의 눈길을 끈다. 나치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대한 볼거리였다. 다른 무엇보다 의식과 선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깃발과 휘장, 제복, 의전행사, 충성 맹세, 끝없는 구호 반복 등 컬트이자 숭배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주로 시각과 청각에 집중했고 말이 글보다 우위에 있었다. 드라마와 춤, 음악, 라디오와 영화는 문학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괴벨스의 라디오를 통한 선전선동이나 레니 리펜슈탈의 선전 영화 <의지의 승리>가 그 증거이다. 실업자와 원한에 찬 사람들, 현 체제에 분노하고 성난 사람들의 반란을 긍정의 상징으로 간주하면서 히틀러는 그들을 대변한다. 패배와 실패, 인플레이션과 불황, 국내의 정치적 대혼란과 국제적 굴욕 등 독일인의 마음속의 울분을 부추기며 ‘광란의 종교적 축제를 방불케 하는 나치 운동 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작은 클론을 수백만 명’(541쪽) 만들어 낸다.

이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의 아방가르드적 세계- 해방구로 인식되었던 독일 베를린의 풍경과 맞닿아 있다. 그때 아방가르드 집단은 하층계급과 사회적 추방자들, 매춘부, 범죄자들에게 매혹되었지만 그러한 관심은 ‘사회복지나 사회 재편에 대한 실제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저 인간 개성에 대한 제약을 제거하려는 욕망에서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하층민을 향한 관심은 단지 상징적이었고 “구속과 의무가 없는 도덕”(84쪽)이었을 뿐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제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꼭 전쟁을 떠올리기 위해 저 먼 나라까지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까. ‘원한에 찬 사람들, 현 체제에 분노하고 성난 사람들의 반란을 긍정의 상징으로 간주’하면서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그들을 대변했던 히틀러가 만든 체제가 인류에게 가한 엄청난 해악을 기억해야 한다. 독일인의 마음속 울분을 부추기며 히틀러는 자신을 닮은 수백만 클론을 양산했다.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거기에 동조하는 클론들이 많아지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도 ‘제전’ 중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희생양들은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아방가르드가 그토록 통렬하게 공격했던 정의, 존엄성, 예의범절, 절제의 관념, 법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들은 더는 새롭지 않고 낡은 것이기 때문에 전복해 마땅한 것일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도덕법칙은 영구한 명판에 새겨져 있다”(203쪽)는 액턴 경의 말도 “확고한 미덕을 갖춘 인간만이 완전히 자유롭다고 진실로 말할 수 있다.”(203쪽)는 J.S. 밀의 말도 도덕과 윤리가 길을 잃은 채 혁신만 부르짖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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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8 21: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게 명품리뷰인가요 자냥님 👍 하 ㅠㅠ 이 책 사고싶어지잖아요 ㅠㅠ

잠자냥 2022-04-18 22:39   좋아요 1 | URL
ㅎㅎ 글항아리책 책꽂이에 꽂아두면 왠지 배부른 느낌이 절로 드는 책이죠~

유부만두 2022-04-18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침 전 바이마르 문화 책 읽었는데!!!
이 책도 찜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2-04-18 22:38   좋아요 1 | URL
바이마르 문화 책과 함께 읽으면 더 고개가 끄덕여질 거 같습니다!

RLead 2022-04-18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04-18 23:33   좋아요 2 | URL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4-18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잠자냥님 이건 출판해야 될 글 아닌가요? <봄의 제전>이라는 제목 보고 소설인 줄 알았는데 역사책, 세계대전에 관한 거군요! 재밌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2-04-18 23:34   좋아요 2 | URL
아이고 출판은요, 원 책이 좋으니 리뷰도 좋아보이는 것이랍니다! ㅎㅎ 좀 두꺼운데 언제 한번 읽어보세요~~

초란공 2022-04-19 0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격리중에 뱃살이 좀 빠졌는데 다시 이 책 읽고 배부른 느낌이라도 느껴야 겠습니다^^

잠자냥 2022-04-19 09:44   좋아요 2 | URL
격리 중에 몸무게가 오히려 덜 나가더라고요? 신기하죠? 아마도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빠졌던 거같아요. 며칠 돌아다니니까 다시 그대로 돌아오더라고요. ㅋㅋㅋ 배부른 느낌에 초란공님도 동참하세요~!

수이 2022-04-19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보에서 볼 때만 해도 차마 읽을 생각이 안 났는데 정말 미니님 말씀대로 리뷰 읽고나니 사서 읽고 싶어지네요. 그대의 멋진 문장의 힘. 잘 읽고 갑니다.

잠자냥 2022-04-19 09:46   좋아요 2 | URL
ㅎㅎㅎ 읽을 생각 없던 책, 제 리뷰 읽고 읽고 싶어진다는 말만큼 듣기 좋은 소리도 없는 거 같아요! 비타 님 감사감사~! ㅎㅎ

coolcat329 2022-04-20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노리스랑 베를린도 지금 대기중인데 이 책도 꼭 읽어야겠네요.
이 책 중고 알림 신청해놨는데 새걸로 사야겠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님~

잠자냥 2022-04-20 10:55   좋아요 1 | URL
이셔우드의 베를린 읽기 전에 이 책 읽으면 더 그 작품이 더 잘 이해되실 것 같아요.
저는 반대로 읽었지만 ㅎㅎㅎㅎ

FLAKSUIT 2022-04-2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예술입니다.

잠자냥 2022-04-24 13: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4-28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읽다가 흘리듯 읽으면 안될 거 같아서 ㅋㅋㅋㅋ 일단 이친구도 킵😝

공쟝쟝 2022-04-29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잠자냥님 알고보면 이렇게나 글을 단정하게 잘 쓰시는 지적인 분...* (평소에는 EDPS마왕.. 제가 몰라뵙고.. 죄송죄송!)
저는 항상 약한 것은 보호해야 한다- 는 어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주입된 윤리(?)의식 같은 걸 체화해서 살아와서,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로 불리는 이들의 분노와 공격성(?)에는 매우 관대한 편이 었는 데 (하지만 정작 가장 낮은 약자의 위치에 여성이 있었다...)- 그건 좀 순진한 생각이었고, 자신의 나약함과 비루한 처지가 방패가되어 (물론 그러기 쉽지만) 쉽게 타자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천천히 조금씩 저 자신의 이입(?)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을 분리해 나가고 있어요. 쉽지는 않지만. 누가 또 알려준 것도 아니라서. 이 이야길 왜 쓰냐면 마지막 문단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떤 사회적 정동을 개인적으로는 나 스스로에게 시선을 돌려서... 그렇게 해석합니다. 제겐 이게 클론이 되지 않는 방식 ^^? 음! 잘 읽고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헤헤.

잠자냥 2022-04-29 16:50   좋아요 0 | URL
아니, 평소에 EDPS마왕인지 어케 알았대?! 그토록 감추었거늘..... ㅋㅋㅋㅋㅋ 여기서 들킴?!
쟝쟝 님의 클론이 되지 않는 방식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 글 아이패드 노리고 쓴 건데, 아이패드는커녕 적립금 2만원에 그쳤어요...흙;;ㅠ-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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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락방 님의 리뷰를 보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에세이, 그것도 과학 에세이라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락방 님의 리뷰가 무척 매혹적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극찬도 이어져서 궁금해졌다, 흠, 그래 어디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초반에는 저자 룰루 밀러가 글쓰기 대상으로 삼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남자에게 흥미가 일었다. 어릴 때부터 이토록 소소한 자연에 관심을 두고 그 자연에서 흥미를 느끼는 대상을 수집하고, 제 나름대로 분류하는 일에 푹 빠진 소년이라니, 주변에서 자기를 어떻게 보든 아랑곳하지 않고 외골수처럼 제 갈 길 가는 소년의 이야기라니, 누군가가 몰입해서 그의 생애를 들여다보기에 적합한 인물이구나 하며 책장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 책은 3가지 지점에서 내게 혼돈과 카오스를 안겨주게 된다. 그 지점마다 나는 고민했다. 음? 이 책을 계속 읽을까 말까....

책을 읽을수록 조던이라는 이 남자에게 쎄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고비였다. 이 남자의 이야기를 계속 듣느니, 차라리 저자 룰루 밀러의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데이비드 조던은 됐으니, 이 비호감 남자 이야기는 그만! 당신 이야기를 해봐요,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자기 가족과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는데, 그 이야기에서도 나는 또 고비를 만났다. 허, 저자도 딱히 호감은 아니네, 저자가 관심을 가진 대상도, 저자도 딱히 호감 가지 않는 인물들이라면 이걸 어떡하지? 읽어도 기분이 좋지 않은 책을 왜 굳이 읽고 있는 걸까? 고민이 깊어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가 좀 이상하다 싶었던 첫 번째 부분은 아내를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 결혼했다는 지점이었다. 2년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물론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고 나서 곧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2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결혼까지 한다는 건 글쎄... 내 기준으로는 너무 빠른 것이다. 그런 데다가 그 새로운 젊은 아내와 그는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넣고는 분류학 연구를 위해 곳곳을 돌아다닌다. 자기 삶의 전반부를 이루었던 사람들(전처와 그 자식들)을 너무 쉽게 지워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그가 새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것도 눈에 거슬렸다. 그가 그 자식을 예뻐한 기준도 약간 마음에 걸렸다. 조던은 다른 자식들에 비해 똑똑하고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 아이를 더 예뻐한다.

무엇보다 이 싫은 남자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 사건이 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스탠퍼드대학 초대 총장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주변을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그 사람들 중 그의 오랜 벗 ‘찰리 길버트’- 그의 제자에서 출장 동료가 되었다가 다시 스탠퍼드대학 동물학과의 학과장이 된 찰리. 이 찰리에게는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스탠퍼드의 한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어느 날 찰리와 그 여성은 한 사서에게 발각되고, 이 사서는 데이비드를 찾아가 부적절한 짓을 한 찰리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무리에서 찰리를-그 총명한 분류학적 정신의 소유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그 자리에서 ‘기지를 발휘’한다. 이 책에서는 ‘기지를 발휘’했다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남자의 수법에 치가 떨렸고, 이 지점에서 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책을 일단은 덮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의 방법은 너무나 비열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렇게 말한다. 이 사실을 만약 누구에게라도 발설하면 “성도착(동성애를 나타내는 암호로 자주 사용되던 말이다)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감금”하겠다며 사서를 협박한 것이다. 그 협박으로 사서의 입을 막는 데 성공한다. 다른 것도 아닌 사서의 성적 취향을 빌미 삼아 비열하게 협박한 것이다. 그것도 자기 무리, 자기의 견고한 성(城)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업적이 뛰어나다 해도 이런 비열한 사람을 옹호하고, 그런 사람이 자기의 명성과 업적을 쌓아가는 일을 나열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까 현타가 오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고비는 저자의 외도와 관련된 지점이었다. 룰루 밀러는 이 책에서 내내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절절하게 호소한다. 툭하면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잃고 난 자신의 아픔을 자기 연민 어린 시선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갈색 곱슬머리 남자가 뭘 잘못했는가?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 것은 룰루 밀러 그 자신이다. 그녀는 그토록 사랑한다는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두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 묘사 방식이 눈에 거슬린다. 어떤 소녀를 만나 잠깐 한눈을 판 것처럼 쓴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성별을 몰랐기 때문에 갈색 곱슬머리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 이어 한 소녀와 또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서 연달아 혼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런데 룰루 밀러 자신은 곱슬머리 남자와 먼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자신을 이성애자로 ‘범주화’하고 있어서 그런지 동성과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뉘앙스로 글을 쓴다. 어, 그건 잠깐 내가 실수한 거야, 난 이성애자라고, 동성과 사랑에 빠지는 건 그러니까 그건 외도라고 볼 수 없어, 그건 뭐랄까 잠깐 바람이 스쳐 지나간 거야 뭐 그런 태도랄까? 그래서 나는 저자에 대해서도 좀 싫은 생각이 들었다. 동성과 외도하면 그건 외도가 아닌가? 그건 사랑이 아닌가? 그건 가벼운 건가? 자기변명, 자기 합리화 쩐다.... 싶었다.

세 번째 고비는 저자 룰루 밀러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 그러니까 룰루 밀러에게, 그 어린 나이의 딸에게 무려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을 시니컬하게 내뱉는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54쪽)-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상상이 가는가? 안 그래도 살기 빡빡한 세상, 사실 세상은 의미가 없어, 너도 아무 의미가 없어! 그냥 그건 다 살기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달래려고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일 뿐이야! 내 부모가 나 어릴 때 이렇게 말했다면 난 정말 충격받았을 것 같다. 룰루 밀러도 그랬던 것 같고, 그의 언니도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심리적 내상은 더 커 보인다. 그런데 아버지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57쪽). 너도 중요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다고, 그러나 ‘중요한 것처럼’ 행동은 하면서 살아가라는 말....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의 중간, 그러니까 7장에서 8장 정도를 지나면, 내가 느낀 이 세 개의 고비들, 세 개의 쎄한 느낌들이 합쳐져서 절묘한 이야기를 빚어낸다. 저자가 의도하고 초반에 이런 배치를 했다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세 가지 쎄함이 만나서 이런 시너지를 내는구나, 마치 식스센스나 유주얼서스펙트급 반전을 만난 것 같다. 물론 그 반전을 통해서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이 우주에서 작은 티끌 같은 존재인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아무 의미 없는 존재들일 것이다. 이 진실을 무시한다면 룰루 밀러가 지적했듯이 자기 자신이 너무나 우월하여, 자신은 늘 선(善)이라고 믿는 행동으로 악(惡)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222쪽)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민들레는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아님을 안다. 그렇기에 그렇게 바람에도 가볍게 흔들리고 여기저기 가벼이 날아가 흩어진다. 그러나 민들레가 아닌 존재, 자기 자신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처럼 남들보다 뛰어나고, 사다리의 맨 위에 있어 그에 마땅한 능력을 지녔으며, 그렇기에 모든 것을, 모든 혼돈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 자기기만의 착각’에 빠져 사는 존재들, 민들레의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민들레는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말에 과연 귀를 기울일까. 그들은 여전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낙천성의 방패’에 휩싸여 ‘어떤 거부나 모욕이나 실패도’ ‘칭찬의 꽃다발로 바꿔’놓고,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정보는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재주를 키워 여전히 사다리 꼭대기에 위치하면서 사다리 아래 세상을 배열하고 범주화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일에 앞장서지 않을까? 희의적인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내가 요즘 정말 싫어하는 한국 정치인이 있다. 젊지도 않은 인간을 젊은이라고 계속 치켜세워주면서 부패 언론은 날마다 그의 혐오와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대서특필해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보면서 그가 떠올랐다. 그 인간도 ‘긍정적 착각 지수’가 굉장히 높은 사람일 거 같은데, 그가 연일 쏟아내는 혐오의 발언을 보면 이 책의 다음 구절이 더 와닿는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며, 이에 대한 증거는 민족주의적 제국주의, ‘지배자 민족’ 이데올로기, 귀족들의 결투, 학교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들, 길거리 깡패들의 언어 구사 등에서 볼 수 있다.”(150쪽)- 이런 인간들에게 민들레의 중요성을 말한다 한들 씨알이라도 먹힐까.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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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4-05 15: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읽으셨군요!
참 절묘한 책입니다.
저자가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글에 힘이 있고 무엇보다 구성이 넘 훌륭한거같아요. 스포일러 될까바 댓글도 자제하게 됩니다. 이런 말들도 다 스포일이에요 ㅋㅋㅋㅋㅋ 이 책은 그냥 무지의 상태에서 읽는게 최고라는 생각! 😆

잠자냥 2022-04-05 16:19   좋아요 4 | URL
네~ 이 책 읽으실 분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반전 있다 이거 자체도 스포일러 ㅎㅎㅎㅎ

다락방 2022-04-05 17:0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이 싫다고 적어두신 부분들 다 제가 넘나 싫어했던 부분입니다. 저 역시 아 뭐야, 이러면서 덮어? 했던 고비들을 만났던 지점이에요. 크-

아 근데 잠자냥 님이 마지막에 싫다고 한 정치인이 저도 너무 싫어서 진짜 미치겠어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요. ㅠㅠ 그리고, 맞아요. 그에 대해서라면 저 역시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 2022-04-05 18:17   좋아요 6 | URL
휴 증말 건국 이래 가장 해로운 정치인 아닌가 싶어요. 그런 괴물도 저기 바다 건너 대학 나온 엘리트라고……. 휴

테레사 2022-04-05 17: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 백배 공감 ㅜㅜㅜㅜ 어찌 같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할지...ㅜㅜ

잠자냥 2022-04-05 18:18   좋아요 2 | URL
앞으로 몇십 년을 더 봐야한단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아아아———

책읽는나무 2022-04-05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읽고 싶은데 아직 책 초반부분만 읽고 있는터라...스포 때문에 읽질 못하겠군요ㅜㅜ
거의 대부분의 리뷰어들의 리뷰는 읽지 않았어요.
이 책은 특히 다들 절대 내용을 미리 읽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던 책이라서, 지금 엄청 기대 하면서 읽을 준비중입니다.
근데 며칠 전 초반 좀 읽다가 응??🤔🤔
중입니다. 기대한 것과 좀 다른???
그래도 다락방님이 꼭 끝까지 읽어 보라고 하시니....^^
잠냥님 리뷰는 아직 읽진 않았어도 별 다섯이 왠지 믿음 가네요.
일단 좋아요 먼저 누르고 책 다 읽음 그때 리뷰 읽어 보겠습니다^^

잠자냥 2022-04-05 18:19   좋아요 3 | URL
ㅎㅎㅎ 네 저도 다락방 님 리뷰 초반까지만 보고 책 다 읽고 속시원히 읽었어요. 이 책은 책을 다 읽고 다른 분들 리뷰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ㅎㅎㅎ

건수하 2022-04-05 18: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될까봐 말하지 못했는데 잠자냥님 리뷰 읽으니 속이 시원하네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어서 하고싶은 이야기 하는 것 좋은데 조던 얘기가 그렇게 자세하게 나오고 힘들게 돌아가야 할 길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저는 본인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사람의 글에서 (내용은 별로 관계없는) 찾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전혀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 한국 정치인은 말이죠 정말.. 처음부터도 비호감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르는 사람이 비호감일 수가 있나.. 어디까지 심해질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잠자냥 2022-04-05 18:25   좋아요 4 | URL
저도 이 책 스포 발설 안 하고 리뷰 써볼까 했는데 저런 의아한 기분을 표현하지 않고는 쓸 수가 없더라고요. 속시원히 쓰니 좀 시원하네요. 요르다니 그 인간 넘 싫고 한국의 요르다니 닮은 그 정치인 진짜…. ㅠㅠ 으으…. ㅠㅠ 암담합니다.

독서괭 2022-04-05 18: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마이갓.. 초반 조금 읽고 후루룩 내린 다음
자냥오별 접수! 나머지는 책 읽게 되면 그 후에 읽을 거예요! 라고 댓글 달려고 했는데 댓글에도 스포가!! 얼른 넘겼지만 조금 읽고 말았다.. 내 나쁜 기억력을 믿어보자. 잊어라 뇌야, 레드썬!!🤪

잠자냥 2022-04-05 18:2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잊어라 잊어라! 뿅!!

건수하 2022-04-05 18:47   좋아요 5 | URL
아아 제 댓글이 스포일러가 된듯 ㅠㅠ 죄송해요 독서괭님. 혹시 다시 보실까 싶어 수정했어요. 레드썬~~

다락방 2022-04-05 21:33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다 읽고 운다에 한 표!!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05 23:21   좋아요 2 | URL
오, 괭님 울지 안 울지 궁금하네요…; 전 그럼 안 운다에 한 표.

독서괭 2022-04-06 03:37   좋아요 2 | URL
수하님/ 괜찮습니다. 전 벌써 잊었어요! ㅋㅋㅋ 읽은 분들끼리 시원하게 이야기 나누셔야죠~^^
오잉 이 책 슬퍼요?? 운다고요?? 저 잘 안 우는데요. 전 안 우는 거에 한표.. ㅋㅋ

다락방 2022-04-06 05:41   좋아요 1 | URL
앗 독서괭 님 잘 안울어요? 저는 독서괭님 저랑 비슷한줄 알았는데 .
저 슬퍼서 운 게 아니라 아름다워서 울었어요. 인간이 아름다워서요.

독서괭 2022-04-06 07:38   좋아요 2 | URL
감정이입을 잘하긴 하는데.. 다락방님만큼 잘 울진 않는 듯요 ㅎㅎㅎ 눈물샘 자극 포인트가 있는데.. 이 책 주문했으니 읽고 알려드릴게요 ㅋㅋ 아 원래 이거 주문하려던 거 아닌데 두분께 넘어갔다.. ㅠ 땡투도 두분께~😘

독서괭 2022-04-18 18:15   좋아요 2 | URL
저 어젯밤 피곤한데 이 책 펴들었다가 자기 싫었잖아요(그래도 덮고 잤지만) 절반 정도 읽었는데 전 전반부도 재밌던데 후반부는 얼마나 재밌다는 거예요? 아 궁금하닷!

mini74 2022-04-05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끝부분만 봤습니다 ㅋㅋ 그 정치인 누군지 알 거 같은 ㅎㅎㅎ 온 맘으로 좀 안 보고 살길 바랍니다. 저자의 아버지로 인해 겪눈 딸들의 혼란, 조던 뭔가 쎄하다 생각하며 읽고 있습니다 ~

잠자냥 2022-04-05 19:41   좋아요 1 | URL
ㅎㅎㅎ 미니 님의 리뷰도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2-04-05 21:33   좋아요 1 | URL
오 미니님 리뷰 기다릴게요~

햇살과함께 2022-04-05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리뷰와 댓글들은 꾹 참고~ 책 읽고 보겠습니다 아 궁금하네요!

잠자냥 2022-04-05 23:15   좋아요 0 | URL
네~ 잘 참으셨어요! ㅎㅎㅎ 책 읽고 보세요~

포스트잇 2022-04-05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흥미로운 책이죠. 이 책이 얼마나 잘 썼는지는 브리지트 밴캐민의 ˝에르메스 수첩의 비밀˝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됐습니다. 어쩔수 없이 비교되더라구요. 피카소의 뮤즈였다는(뮤즈가 얼마나 문제적 개념인지 요즘은 다들 아시겠지만) 도라 마르의 삶을 추적해가는 일종의 전기인데 연이어서 읽게 된탓에 어쩔수 없이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잠자냥 2022-04-05 23:16   좋아요 0 | URL
오, 안그래도 <에르메스 수첩의 비밀> 좀 궁금했는데 비교되는군요?! 읽을까 말까 망설여집니다. ㅎㅎㅎ 흠~

꼬마요정 2022-04-05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 보니 모두가 아는 정치인이네요. 특정한 것 같지 않은데 완전 특정됩니다. 저도 싫어요!!

저도 이 책 다락방님 때문에 사서 읽을 예정입니다. 난관들 다 넘어 볼게요. 뿌수고 싶지만 우아하게 넘을게요.^^

잠자냥 2022-04-05 23:19   좋아요 1 | URL
그 정치인 좋아하는(?) 분들은 일부 남성들 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단 한 번도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적도 없는 주제에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원…;;

아무튼 이 책 꼭 읽어보세요~~ ㅎㅎ

2022-04-07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04-23 1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드디어 시원하게 이 리뷰를 읽었다..!!!

잠자냥 2022-04-23 11:48   좋아요 2 | URL
괭님 리뷰도 기대할게요~~

공쟝쟝 2022-07-04 09:50   좋아요 0 | URL
나도.,..,. 아 시원해.... 한여름에 맛보는 시원함 ㅋㅋㅋ

2022-04-29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9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04-29 12:44   좋아요 1 | URL
그쵸 영어에서 girl이면 꼭 미성년은 아니니…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만일~ 을 생각하니 없던 정도 떨어지려.. 더 생각하면 뭐하겠습니까마는…

잠자냥 2022-04-29 12:43   좋아요 1 | URL
네, 그 만일은 생각하지 말자고요...ㅠㅠ 읽은 시간이 아까워지니까;;; ㅠㅠ

건수하 2022-04-29 12:46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앞에 지식 부분이나 괜찮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뒷부분의 인상이 너무 큰 거 같아요. 잠자냥님 괜히 불편하게 했나 하는 생각이 ㅠㅠ 댓글 감사해요.

잠자냥 2022-04-29 12:59   좋아요 1 | URL
네, 아닙니다. 불편하기는요. ㅎㅎㅎ

공쟝쟝 2022-07-04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었더라고요? 전 이게 반전..... 헤헤.... 이 책은 다른 의미에서 끝까지 읽어봐야하는 책인 거 같네요.ㅋㅋㅋ 사람말을 왜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것 처럼 책을 왜 끝까지 읽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ㅋㅋㅋㅋㅋ
미국 사람들에게는 좀 읽혀야 할 책인 것 같은 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네요? ㅎㅎㅎㅎ 근데 룰루 밀러 잘쓰긴 했네요. 왜 전교1등이라고 하는지 이해 너무 갈 것 같아요. 남들 리뷰 읽으면서... 응? 이게 의도한 거였구나... 이러면서 ㅋㅋㅋ 오.... ㅋㅋㅋ 이렇게 다시 봐지는 지점 ㅋㅋ

잠자냥 2022-07-04 12:05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자고로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내 생각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 책... ㅎㅎ
룰루 밀러 잘 쓰긴 했어요. 허나 나는 역시 마음으로 좋아지지는 않는데, 아마도 어떤 지점에서 작가의 비겁한 면(외도에 관한 변명, 특히 그 상대가 여성이기 때문에 가볍게 취급한 부분)을 보아버렸기 때문에 그 찝찝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공쟝쟝 2022-07-04 19:56   좋아요 1 | URL
잠자냥 가만보면 생칸트 다락방보다훨씬 도덕주의자라니깐 ㅋㅋㅋㅋ

잠자냥 2022-07-04 22:04   좋아요 0 | URL
아니 난 그냥 편애주의자 ㅋㅋㅋ

공쟝쟝 2022-07-04 22:07   좋아요 0 | URL
후후 제가 한 건 햇군요 🤭 편애주의자!!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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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염세적이다. 인간관계도 좁고 사람에 대한 희망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사회에 대한 희망도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세상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이 참 대단해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나를 알기에 언젠가 엄마는 진지하게 내게 편지를 써서, 이 세상에 그래도 무언가 하나쯤은 남겨두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무언가’란 바로 아이였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그로써 자기의 핏줄, 자기의 대를 잇는다. 나는 이 세상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고 그것이 나를 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케르테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를 읽는 내내 인간이 자기의 핏줄을, 자신의 유전자를 이 세상에 남기고 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별다른 큰일을 겪어보지 않은, 그저 다만 염세적인 사람도 이 험난한 세상에 아이를 태어나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하물며 케르테스야 어땠을까 싶어진다. 그는 잘 알려졌다시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이다.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삶이 과연 제대로 살아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 그중에서도 가장 참혹하다는 유대인 ‘절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케르테스는 그 참혹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글로 남겼다. 이른바 ‘운명 4부작’ 시리즈를 통해 살아남았으나, 여전히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고발한다. <운명>에서 나치의 절멸 수용소에서 겪은 끔찍한 기억들로 고통받는, 그리하여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십대 소년은 어느덧 노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면서 작가로서 명성도 얻는 등, 사회적으로는 그럭저럭 한 사람 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얼핏 보면 이제 고통은, 참혹한 기억은 그의 삶에서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어느 날, 한 늙은 철학자의 질문, 정말 무심하게 던진 질문이 그의 삶을 뒤흔든다. 철학자는 그저 그에게 아이가 있는지 무심코 질문을 던진 게 전부이다. 어떤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줄 전혀 모르는 채 사적인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사람들처럼, 그 철학자 또한 아이가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그런 질문도 어찌 보면 무례한데, 거기에 그는 또 덧붙인다.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일종의 의무태만 행위’(18쪽)이라는 생각이 든다거나, ‘이 땅에서 개인적으로 또 초인적인 일을 제대로 해냈든지 아니 오히려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하다면 대를 잇는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19쪽)라거나 ‘삶에 반해서 매우 현실적인 인간의 의무라는 것은, 스스로를 불구이자 쓸모없는 존재로 궁극적으로는 생식 불능의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하는 것’(19쪽)일 거라는 말들….

철학자의 이런 말에 그는 생각해 본다. 자신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떠올려본다. ‘혹시 네가 검은 눈동자를 가진 딸아이로 태어나지는 않을까? 너의 작은 코 주위에는 주근깨가 엷게 흩어져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네가 고집 센 아들인 것일까? 너의 눈은 회청색 조약돌처럼 근사하고 힘찰까?-물론 나의 삶을 너의 존재의 가능성으로 생각할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말이다.’(25~26쪽) 그날, 그는 밤이 새도록 오로지 이 생각에 골몰한다.

왜 그는 아이가 없을까? 그가 홀로코스트 생존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대부분의 독자는 그 까닭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지옥 같은 현실을 겪고 살아남았는데, 그런 세상에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하는 생각. 한편으로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으니 아이를 낳아 그 예쁜 웃음을 보며 이 세상 시름을 잊는 것은, 그러니까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안 돼!”를 말한다. “인간의 가장 큰 범죄는 태어난 것”(133쪽)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아내에게.

그와 아내는 열정적으로 사랑한 사이였다. 그럼에도 그 두 사람의 결혼은 실패로 돌아가 둘은 이혼한 사이이다. 어쩌면 모든 것이 아이, 아니 아이로 치환할 수 있는 그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이다. 아내는 그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는 단호히 “안 돼!”라고 말한다. 심지어 태어나는 것이 가장 큰 인간의 범죄라니….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 이런 말은 독약과도 같을 것이다. 화목했던 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집을 사거나 가구를 사거나 등등 어떤 소유물에 관한 취향 때문에 다툼이 생긴 것이 아니다. 이것은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다. 아주 큰 차이. 아내 입장에서는 아이를 갖는 것이 삶에 대한 본능의 발현인데, 그는 그것이 곧 범죄라고 하지 않는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싶은데 그의 처지에서 보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는 유대인 절멸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이전부터, 세상이 한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추악한 곳인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의 부모도 그가 어릴 때 이혼했으며, 왜 이혼하느냐는 아이의 질문에 부모 누구도 납득할 만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기숙학교에서도, 그 이후의 아우슈비츠에서도 사람들은 누구하나 믿을 수 없었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학살자들, 삶을 훼손한 자들이 큰 소리로 스스로를 생명의 길로 선언하는 것을 질리도록’(127쪽) 목격한다. 그런 일들은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어 그 안에서 반항심을 다시 불러일으키지도 못할 지경이다. 끔찍한 일이지만 그는 “삶을 훼손하는 자들 때문에 삶을 혐오”하게 돼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인간, 자연 그리고 그 자신과도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기울이지 않게 된다. 변변한 주거지를 마련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소유물, 모두를 살게 하고 모두를 움직이며 모두를 미치게 만들기도 하는 소유물’(85쪽)은 사실상 실재하지 않으며 실재한다 해도 오로지 부정적인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수용소 생활에서 셋방살이로 생활이 연장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영원히 치욕을 직면한 채 살아야 하는 것일까?’(135쪽)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삶 속에서 그는 오로지 글을 쓰며 살아갈 뿐인데, 거기에서는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것은 오래전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려움에 떨며 구덩이를, 무덤을 파고자 삽질을 하던 것과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구름 속에, 바람 속에, 허공에 파기 시작했던 저 무덤을 계속 파는 일, 끝까지 파야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170쪽)을 깨닫는다. 때문에 그것은 그에게 은밀한 발버둥이자 은밀한 희망이다.

그러나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태어났다. 그런데도 그녀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는 아우슈비츠라는 표상 안에 있다. 그녀의 부모님도, 고모와 같은 친척들도 아우슈비츠를 거친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성장하는 내내 유대인의 감정들과 유대인의 생각들로 들어찬 또 다른 ‘게토’ 아닌 게토에서 살아간다. 이 또한 힘겨운 일이 아닐까. 아내는 유대인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 그곳에서 잠시 자리를 뜨곤 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이렇게 만난 사람이 여전히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 유대인이라니, 그녀의 인생도 어찌 보면 가련하다. 게다가 아이를 낳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안 돼!”라고 단호히 말하는 남편이라니…. 그의 고통도 그녀의 고통도 모두 이해되기에 이 부부의 헤어짐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헤어진 뒤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그녀가 현재의 남편은 “유대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부분은 이 부부의 그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마음이 아파온다.

‘절대로 나는 다른 한 인간의 아버지, 운명, 신이 될 수는 없’다고,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일을 또 다른 한 아이가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끝끝내 울부짖는 그. 그는 정말 철학자의 말처럼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써 ‘의무태만 행위’를 저지른 것일까? 철학자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에게 아우슈비츠는 어떤 말로도 설명될 수 없다. 그에게 아우슈비츠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는 일평생을 ‘독일인들은 언제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이런 형별과도 같은 삶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할까.  그의 절절한 외침, 고통스러운 절규가 머릿속에 오래도록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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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31 1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것도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작가의 뜻이 아닌가 싶어요.
아우슈비츠 뿐만아니라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도 한 몫했군요.
케르테스 책은 표지들이 다 이런 분위기에요. 읽기 전부터 숙연해지는...

잠자냥 2022-03-31 13:24   좋아요 5 | URL
네 기숙학교에서의 경험도 그렇고 이 작가는 인간에 대해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ㅠㅠ

새파랑 2022-03-31 11: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 책도<케르테스>의 자전적 이야기 같군요~ 저런 비극을 경험하면 세상에 대한 믿음이 절대 안생기겠죠 😅 이 책도 상당히 괴롭게 느껴질거 같아요~

잠자냥 2022-03-31 13:24   좋아요 6 | URL
네, 이 책도 완전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읽기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문장 자체가 의식의 흐름…..

2022-03-3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31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2-04-01 1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진짜 범죄 같은데… 가끔 금쪽같은 내새끼 보면 생각 없이 번식하는 어른인간들 다 절멸시켜버라고 싶어요… 는 다행이도 이시대에 태어나 그걸 보고 있는 나니까 그런거고…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숭고해지려고 하는 모습도 대단한데.. 꼭 인간이 숭고해져야하는가… 암튼 저는 뭘 남길 생각은 거의 없고 쓰레기나 좀 덜남기고 가야할텐데…. (염세주의자2)

잠자냥 2022-04-01 14:37   좋아요 3 | URL
엄훠, 내가 쓴 댓글인 줄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01 20: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속닥속닥) 우린 어쩔수 없나바..

독서괭 2022-04-01 1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이 그런 의미였군요.. 마음 아픕니다 ㅜㅜ 저는 어릴 때부터 결혼해서 애 둘 낳고 살기를 꿈꾸던 사람인데도 이번 코로나 겪으면서, 이걸 미리 알았다면 애를 안 낳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물며 아우슈비츠를 겪은 사람이라면..
잠자냥님은 남기고 가셔야 할 거 하나 있습니다. 책이요, 책.

잠자냥 2022-04-01 14:40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래도 또 이렇게 힘든 세상에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낳고 돌본다는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전 도무지 그럴 자신이…. 제 괭이들 돌보는 것도 때론 엄청 지치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책! ㅎㅎㅎ 남길 만한 책을 남겨보도록 애써보겠습니다~

mini74 2022-04-01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가 여러 이유로 딩크인데 그 어머님이 똑같은 말씀을 하셨대요. 그래서 친구가 난 사리를 남길태니 엄마는 탑을 하나 쌓아줘 ㅠㅠ 했다가 머리 밀릴뻔 했지요 ㅠㅠ 전 지금 운명 읽고 있는데 이 편도 읽고 싶네요 ~

잠자냥 2022-04-01 16: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진심 크게 웃었습니다. 친구분이 정말 명언을 남기셨네요! ㅋㅋㅋ <운명> 읽고 이 책 읽으면 더 잘 이해되실 것 같아요!
 
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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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 중 《회색 여인》과 《사악한 목소리》두 권을 먼저 읽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조금 실망하고 심드렁 하던 참에 이디스 워튼의 《석류의 씨》를 읽기 시작했다. 표제작인 <석류의 씨>부터 읽을까 하다가 순서대로 보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 단편 <편지>를 읽기 시작하고 몇 쪽 지나지 않아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아, 역시 이디스 워튼이구나, 참 잘 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묘하게 비아냥대는 듯한 문장! 소설의 즐거움은 단지 줄거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역시 문장의 맛에도 있지! 이디스 워튼, 그녀는 어쩜 이렇게 심리 묘사에 탁월할까, 그런 생각들이 든다. 게다가 <편지>는 어쩜 이야기도 이렇게 재미난지.
 
리지 웨스트는 가정교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여인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유명한 미국 화가인 빈센트 디어링 씨의 딸 줄리엣을 가르친다. 줄리엣을 가르친 지는 2년 째. 그런데 아이는 리지의 뜻대로 잘 되지 않고, 아이의 부모는 화가인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딸의 교육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견디다 못한 리지는 그래도 딸에게는 관심이 있어 보이는 디어링 씨에게 어느 날, 큰맘 먹고 줄리엣에 관한 교육 상담을 신청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를 가르치는 일의 힘겨움을 토로하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아니 그런데, 그 틈을 타 이놈의 디어링 씨는 갑자기 리지의 손을 잡으며 그녀를 위로하려 드는 게 아닌가! 여기서부터 웬만한 독자들은 오, 안 돼 리지! 그러지 마! 하는 심정이 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이 여자가 또 불구덩이로 들어가는구만 혀를 쯧쯧 찼다. 아니나 다를까, 이 디어링 씨는 이윽고 흔한 래퍼토리를 읊는다. ‘어린 줄리엣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은 위층의 어머니 때문’이며 ‘자기 아이에게 무익한 충격만 주고 그런 충격을 다독일 적절한 돌봄을 베풀어주는 것조차 아까워한 어머니’라는…. 물론 아내가 “병자” 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면서 아픈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며, 걱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는 하지만, 그놈 말에 따르면 결국 딸의 교육이 엉망인 것은 다 아내 탓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디어링 씨의 아내는 왜 위층에만 있는 것일까? 왜 아픈 것일까? 혹시 그녀도 집안에만 갇히다시피 한 건 아닐까? 그녀가 아픈 건 디어링 씨 때문은 아닐까? 원치 않는 결혼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 이런 것들과 담을 쌓고 싶어서 위층에서 내려오지 않는 건 아닐까, 아니 내려 올 수 없는 상태인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고, 그렇기 때문에 디어링이라는 남자와 리지가 더 가까워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독자의 걱정을 저버리고 안타깝게도 리지는 디어링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왜냐하면 그는 잘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화가라서 예술을 알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말도 잘 통해! 그러니 먹고사는 것에 급급해서 가정교사로 이집 저집 떠돌며 일하느라 연애라고는 해보지도 못했던 리지가 이 남자에게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독자는 아무래도 디어링에 대해 못미더운 감정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리지, 도망쳐 이 여자야! 하고 외치고 싶은 순간이 또 한 번 더 찾아온다. 딸과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빈센트 디어링! 그동안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리지는 빈센트가 돌아오자 기쁜 마음으로 그의 집을 찾아가는데, 이상하다! 딸과 아내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무거운 얼굴로 아내가 사망해서 상속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아닌가. 아내가 죽었는데 어린 딸은 친척 집에 맡겼다?! 아내는 왜 급작스럽게 죽었을까? 아무리 병을 앓고 있었다하더라도 너무나 뜻밖의 일이다. 게다가 딸은 왜 그대로 놔두고 와? 정상적인 상태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모든 정황이 이상하다고 한번쯤은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리지는 그를 사랑했기에, 그의 잘 생긴 얼굴에 폭 빠졌기에 빈센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를 미국으로 떠나보낸다. 편지해요, 꼭 편지해.....!

리지는 그에게 편지를 수없이 보낸다. 그러나 그로부터 답장은 점점 뜸해지더니 이윽고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는다. 그녀는 그를 이해해보려 애쓴다. 아내의 사망 때문에 정신이 없겠지, 어린 딸을 홀로 돌보느라 힘겨울 거야. 미국에서 다시 정착하기 어려울지도 몰라 등등. 때로는 분노에 차서 냉정하게 거의 헤어지자는 투로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답이 없다. 그래, 이렇게 끝인 거로구나. 리지도 체념하기에 이르고, 독자들도 그 희멀건한 남자 빈센트란 놈은 그렇게 젊은 처자를 농락하고는 미국으로 튀었구나 한심한 놈, 하고 혀를 차면서 이렇게 그들의 관계는 끝이 나는가 보다 싶다. 이 무렵 리지의 마음 상태를 이디스 워튼은 이렇게 쓴다. 나는 이 구절을 보면서 또 한 번 워튼에게 감탄한다.


자신의 고뇌에 마음껏 빠져들 여유가 있었다면 이런 사념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일어나서 일을 해야 했다. 세탁부에게 요금을 치르고, 마담 클로팽의 청구서대로 매주 돈을 지불해야 했고, 검소한 습관에도 감당해야 할 온갖 소소한 ‘잡비’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언젠가 병들고 일할 능력이 없어질 날이 온다는 두려움이 일할 수 있는 동안 일하도록 그녀를 몰아댔다. 그런 두려움 없이 지내본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 단조로운 불행 속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병들고 ‘자기 한 몸 거둘 수 없게’ 되는 데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편지>, 《석류의 씨》, 35쪽)


가난한 처자는 애인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다. 먹고살아야하는 공포가 그녀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다가 그에게 버림받고도 그 슬픔에 폭 젖어 있기보다는, 이제 또 혼자라는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언젠가 병들고 일할 능력이 없어질 날이 온다는 두려움’이 그녀에게는 더 크다. 그 먹고사니즘의 공포는 그녀를 압박하지 않은 적이 없다. 리지는 그런 ‘두려움 없이 지내본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보다도 언젠가 병들고 ‘자기 한 몸 거둘 수 없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욱더 크다. 그런 공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100여 년 전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제 한 몸 돌봐야 하는 여성들의 공포를 뉴욕 상류층 출신의 이디스 워튼이 이처럼 빼어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포는 10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여성들도 여전히 고개를 끄덕일 절대 공포이다.

어쨌든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리지는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는다. 아, 물론 리지가 로또를 산 건 아니다. 이 무렵 가난한 처녀나 청년에게 로또란 얼굴도 모르던 부자 친척이 갑자기 죽으면서 그녀 또는 그에게 유산을 남기는 일이다. 리지에게도 뜻하지 않은 그런 행운이 주어지고, 그녀는 이제 물질적으로 더는 쪼들리지 않는다. 먹고사는 것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부유하게 지내다 보니 주변에서는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리지도 이제는 다즐링인지 디어링에 관한 기억도 서서히 잊혀가, 그 새 남자를 만나볼까 싶어진다. 그런데 그는 아, 너무나 잘 생긴 다즐링과 비교가 된다. 그의 이름은 벤.... ‘어깨가 좁고 각진 체형’에 ‘희미한 감정의 흔적에도 전혀 변치 않는 둥그런 얼굴’, ‘아기 같은 뺨과 직각의 칼라 위로 드러난 푸른 사각턱’ 등등 리지에겐 너무나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벤 씨..... 리지는 그래도 ‘기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그의 눈과 귀에 집중’(40쪽) 하려고 한다. 나는 이디스 워튼의 이런 문장에서도 포복절도한다. 아무튼 그런 찰나에 리지 앞에 다시 나타난 그 썩을 놈의 다즐링! 그는 예전과 달리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 잘생긴 얼굴은 어디 가지 않았다(어디 좀 가지 좀...). 그리고 리지는 그가 자신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지 않았음을, 답장도 씹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또 다즐링의 늪에 폭 빠져서는... 결국 독자들의 온갖 만류와 잔소리와 반대와 결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국 결혼하기에 이른다. 리지는 ‘항상 물질적으로 너무나 가난했기에 잔돈까지 세어가며 여윳돈을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적어도 감정을 아낌없이 쓰는 즐거움은 알았’고 ‘부자가 물 쓰듯 돈을 쓰듯이 자신의 마음을 아낌없이’(26쪽) 다즐링에게 줘버리고 결국 그와 결혼까지 하고 만 것이다! 그 후 그녀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이자 재미는 디어링(이라고 쓰고 다즐링이라 부르고 있는 그 남자)과 리지의 행복해 보였던 결혼 생활이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그 ‘나락’의 계기가 되는 사건에 있다. 디어링은 여러 차례 이상한 놈이라는 신호를 리지에게 보냈다. 한발짝 떨어져서 그들을 지켜보는 독자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위층에만 있는 병든 아내, 딸의 교육에 관한 상담을 하는데 느닷없이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남자, 엄마가 죽었는데도 딸을 친척집에 그냥 놔두고 오는  남자, 갑작스레 아내의 죽음을 핑계로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편지 한 장 없는 남자. 이런 단서만 조합했어도 다즐링은 충분히 멀리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아니 다시 만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리지는 벤 씨의 ‘어좁’에 ‘아기 같은 얼굴’ 대신 어디지 음울해 보이는 잘생긴 예술가형 다즐링을 선택하고 만다. 그리고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을 알고 박차고 나갈 수 있었음에도, ‘집이 무너지면 폐허에서 도망’(66쪽) 친다는, ‘이보다 더 단순할 수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저앉고 만다. 그 무렵 여성이 무너진 집, 폐허가 된 집을 떠나기 쉽지 않았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제 폐허 위에서 거짓된 삶을 살아갈 리지의 인생에 절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편지>는 이 책에 실린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가장 현실적이다. 살인이 일어나지도 않고, 유령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나머지 세 작품보다 이 작품, <편지>가 가장 무서웠다. 현실에서 너무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여성들이 리지처럼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갈 것이다. 그런 남자와 함께, 그런 남편과 함께. 그 삶이 더 공포이지 않은가?

<석류의 씨>, <하녀의 종>에서도 이처럼 잘못된 선택으로 그다지 권장하기 어려운 남자들을 남편으로 맞아 살아가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 남자들에게는 숨길만한 과거가 있거나(<하녀의 종>의 ‘브림프턴 씨’), 굳이 숨기지는 않지만 불쾌한 과거(<석류의 씨>의 ‘케네스 애슈비’)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전처이거나 현재의 아내들은 병을 앓거나 그로 인해 일찍 세상을 떠나거나, 그 아내들과 가까이 지낸 사람들은 결국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 남자들로 인해 병들었거나, 세상을 떠난 아내들로 인해 현재 고통 받는 사람들은 또 공교롭게도 현재의 아내(<석류의 씨>의 ‘샬럿 애슈비’)이거나 그 아내를 모시는 하녀(<하녀의 종>의 ‘하틀리’)이다. 여자들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삶과 보호를 받지만, 사실 그 보호는 속박일 수 있으며 그것은 곧 자유를 감금당한 고립과 유폐라는 것을,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끔찍한 삶은 이 여인으로부터 저 여인에게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석류의 씨》의 세 단편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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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25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 책이라니 읽어봐야 겠습니다 ^^ 수수께끼 이야기 같아요 ㅋ

유령보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그것은

사람이겠죠? 옷장에서 갑자기 귀신이 나오는것 보다는 사람이 나오는게 더 무섭다는 애기를 어디서 들어본거 같습니다 ^^

잠자냥 2022-03-25 14:09   좋아요 2 | URL
네, 역시 재미납니다. 유령보다 귀신보다 잘못 만난 사람이 더 무섭죠! 현실에서도 그렇고, 소설에서도 그렇더라고요- ㅎㅎㅎ

다락방 2022-03-25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이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말이죠, 제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리뷰를 봤다면, 이 리뷰만 봐도 너무 재미있어서 기꺼이 책을 샀을것 같습니다. 후훗.
저는 그 남자 특유의 게으름과 무심함이 진짜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자신은 비록 유부남이지만 사랑에 빠져 그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어쩐지 어깨 으쓱해지는 그 감정도 너무 잘 전해지더라고요. 너는 이런 사랑이란 감정, 남자와의 사이에 오고가는 이 교류 잘 모르지? 하는 그 어떤 젠체함 이랄까. 하여튼 재미납니다. ㅎㅎ 저도 이디스 워튼 워낙 재미있게 읽긴 하지만 이 책도 참 재미있네요. 후훗. 저는 아직 단편 두 개 더 읽어야 해요.

잠자냥 2022-03-25 16:38   좋아요 1 | URL
네, 정말 몰입도 최고에요! ㅎㅎㅎ
어우 그 남자 정말....... 휴 그 남자에 관한 묘사도 정말 압권이죠. ㅎㅎㅎㅎㅎ
나머지 두 편도 재미나게 읽으세요. 전 마지막 단편도 정말 재미나더라고요. 짧은데 강렬!

다락방 2022-03-25 16:51   좋아요 2 | URL
저는 읽으면서 <징구>랑 <로마의 열병> 생각도 나더라고요. ㅎㅎ

mini74 2022-03-25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썩을 놈의 다즐링! 에서 자냥님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ㅋㅋ 자냥님 리뷰 읽음 다 읽고 싶어집니다 ㅋㅋ 저 자냥님 글 보고 금색 사서 읽고있어요 ~~

잠자냥 2022-03-25 17:54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다즐링 좋아하는 분들께는 좀 죄송하네요. ㅋㅋㅋㅋ 이 책 재미나요! 언제 읽어보세용~

독서괭 2022-03-26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 너무 재밌어요!! 은근슬쩍 다즐링이라고 이름 바꾸신 것도 넘 웃기고요ㅋㅋㅋㅋ 읽으면서 느끼신 감정들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전 이디스워튼 순수의시대 사놓기만 하고 계속 못 읽고있는데 얼른 읽어봐야 할텐데요..🙄

잠자냥 2022-03-26 11:58   좋아요 2 | URL
깨알 웃음 포인트 알아봐주셔서 감사해요! ㅋㅋ 책은 더 재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