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우리 교실까지 올라 오려면 3층이나 4층을 뽀작뽀작 올라와야 한다.

새 학년이라 엄하실 선생님. 그래서 옛 선생님이 더욱 그립다.

쉬는 시간마다 올라와서는 나를 보고는 그대로 다시 도망치던 아이 하나는 문 뒤에 빼꼼히 숨어서 "선생님~" 하고 부른다.

그러더니 "선생님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어요." 한다. 얼마나 뛰어 왔는지 아이의 머리는 땀 범벅이다.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선생님 보러 올라와서 함박웃음꽃을 던져주고는 가는 아이들. 말 안 듣던 아이도 내 반을 떠나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 아이도 그 마음을 눈치챘는지 식당에서 만나니 먼저 아는 척을 하고 예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아, 지나고 보니 또 이렇게 아쉽다. 조금 더 잘 해 줄걸.

1학년 동생들을 받는 순간 2학년은 더 이상 귀엽지 않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더만, 우리 아이들은 왜 이리 귀염덩어리들일까!

작년 동학년 선생님 만나서 이구동성 하는 말. 작년 아이들 예뻐 죽겠다고. 너무 예쁘다고.

우리는 정말 서로를 사랑했나봐.

이 아이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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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3 1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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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3 1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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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3 1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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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2012-03-0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이 되니 1학년3반 선생님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오늘 은하가 학교 다녀와서 한 이야기랍니다
학년초라고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기강 잡으신다고 좀 엄하게 하시나봅니다
"은하야 2학년이 되었으니 2학년된 만큼 어젓해야고
이젠 학교규칙도 잘 지켜야 한다걸 선생님께 가르치고 계시는것 같은데"
"몰라 몰라 1학년3반하고 싶어"
희망샘께서 야단치시는건 당연한거고(잘못했으니) 지금 담임선생님은 무섭기만하다고 징징거린답니다^^
그래도 2학년선생님께서도 도서부장선생님이시라 책읽기 강조하실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2012-03-06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년 전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절반까지는 아니지만, 그 때 가르쳤던 아이들 중 참 많은 아이가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익숙해서 좋을까, 나쁠까? 새학년의 긴장은 덜하겠지만, 친숙함으로 적응은 빨리 할 수 있겠지!

4교시 수업을 하고 급식 후 하교 했으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제법 많은 일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 일도 못하고, 회의를 마치고 나니 퇴근 시간이다.

아이들은 학원을 갔으니 일을 조금이라도 하고 가자고 맘 먹고 있는데, 후배가 먹고 하잔다. 그럼 일도 못하는데... 했지만, 다 먹자고 하는 일이니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 먹고,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마신다는 커피까지 한 잔 먹고 나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자리에 앉아 일하려고 하니, 나이스 새 업무 담당자가 찾아오겠단다. 2월말에 있었던 연수가 올해 아직 있지 않아서 새로 업무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참 답답도 하겠다. 내가 처음 일을 맡았을 때의 고충이 생각나서 정말 친절히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러고 나서 진짜 일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내가 뭘 하나 싶다.

이렇게 몸 바쳐서 일할 필요가 있을까? 갑자기 속상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 없이 아빠랑 맨날 밥을 사먹으면서 지내고 있고, 놀아달라는 아이 떼어놓고 일하러 다녀도 일은 끝이 없고... 그래서 집에서 하자며 주섬주섬 챙겨 왔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학습준비물 안내서와 가정환경 조사서를 쓰는데 갑자기 짜증이 밀려 온다.

최대한 간단하게 꼭 필요한 조사항목만 넣자던 울 부장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 이해가 된다.

그동안 긴긴 편지글과 긴긴 가정환경조사서로 나는 참 많이도 학부모님을 괴롭혔구나 싶다.

내가 준비하라고 알려줄 때는 힘들고 많은 줄 몰랐는데, 두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려니 힘이 든다.

그 동안 풀어 둔 학습지도 하나도 체크를 하지 않아 꾸벅꾸벅 졸면서 체크 하면서 또 짜증이 밀려든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고 있나?!

이제 조금 쉬어야겠다.

우리는 단거리를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1년이라는 긴긴 시간을 지치지 않고 달려야 하는 장거리 선수! 전진을 위한 잠깐 후퇴, 그 미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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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03-0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이에요. 저희도 오늘 입학식 준비도 못하고 아이들 L자 화일에 넣어줄 가정통신문(주로 방과후 관련) 15장을 일일이 세어서 끼워 놓느라 1시간 30분을 꼼짝도 못하고 그 일만 가내수공업처럼 했어요. 정작 중요한 입학식 리허설은 해 보지도 못하구 말이죠. 그런 상태로 입학식을 하니 교장님은 빵빵하게 들렸다는 배경음악이 저희 1학년 교사는 1분 빼고는 전혀 듣지 못했다는 이 어이없는 일을 어떻게 말할까요?
정말 잔무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해마다 쓰는 가정환경 조사서도 1학년 때 한 번만 써도 되잖아요. 뭐가 해마다 달라진다고 해마다 쓰는 건지....

2012-03-03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2-03-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딸도 오늘 우체통에 9장인가 들고 왔던데,,가정 통신문을 그런데 얼마나 꼼꼼히 읽는 엄마들이 있을까 싶어요,,
오늘부터 4교시에 점심을 먹는 줄몰랐었어요,,
일찍 올줄 알고 기다렸는데,,
4교시에 점심까지 먹고 오더라구요,
올해는 주5일제를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이 많아지고,
힘들겠더라구요,,
그래도 아자아자 화이팅해야지요, 뭐 선생님들도 아자아자 화이팅하세요,,

희망찬샘 2012-03-03 07:07   좋아요 0 | URL
주 5일 수업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정작 아이들도 줄어든 방학, 늘어난 수업으로 힘들고 지친다는 말도 보이더군요. 또한 아이들이 다녀야 할 학원만 1~2개 더 늘었다는 말도 보이고요. 우리도 희망이가 너무 좋아하는 가야금 수업이 덜커덕 토요일로 하루가 옮겨가서 걱정이 되네요. 이거 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가정통신문을 어머님들이 잘 읽으셔야 아이들이 학교에서 좀 더 편안한데... 울보님은 잘 읽으시지요? 저처럼 투덜투덜 하시더라도 꼬옥 끝까지 읽으셔야 해요. 류의 새학년 진급을 축하 드려요. 우리 희망이랑 같은 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도 같이 홧팅이에요.

2012-03-03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3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3-03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하, 교사분들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지는 안타깝지만 감사한 글입니다.
가정통신문은 학생들도 귀찮아하고 선생님들도 힘드실텐데 뭣하러 계속계속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정작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집에 전달할 학생들은 아마 몇십분의 일도 되지 않을거고
막상 가져다 드린다 해도 정확히 그 내용을 이해하실 부모님은 더 적으시겠지요.
그래요 저도 울보님 따라 아자아자 화이팅이에요! ^__^

2012-03-03 0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3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학년 셋팅을 마쳤다.

아이들에게 나누어질 징검다리 파일에 이름을 다 붙여 놓아 두었고

가정환경 조사를 깔끔버전으로 만들어 두었고

아이들 방과후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플래너를 만들어 두었고

오리엔테이션 할 안내문을 만들어 두었고,

뒷판의 타이틀을 달아 두었고

첫날 할 학습지를 정말 괜찮은 걸로 찾아서 복사 해 두었고

따뜻한 마음까지 준비 해 두었다.

어제는 집에 있어야지~ 했지만, 이 일을 다 하려니 어제까지 나왔어야 했다.

샘님들이랑 함께 교무실에서 복사까지 마치고 나서 불을 끄고 나오는데 깜깜하다.

"오, 내 전화기 어디 갔지? 샘님, 전화 좀 해 줘요." 했더니 가방에서 띠리리~ 한다.

아, 잘 있구나.

그리고 집에 도착

습관적으로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가 떠 있다.

아니, 방금 헤어졌는데, 왜 전화를 했지?

"샘님 뭐, 또 잘못 된 것 있어요?" 하고 전화해서 물으니

"아뇨, 아까 전화기 없어졌다고 전화 하려고 하셔서..."

에효~ 맞다. 바로 그거구나.

요즘 한참 깜박병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시작되었다.

그만큼 집중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하며 나를 위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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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를 넘겼으니 어제 일이 되어 버렸다.

새벽 6시 30분, 수학여행단이 출발하는 그 시간에 맞추어 답사를 떠나자는 울 부장샘 말에 우리 모두는 부비부비 일어났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나는 무언가 싸 와서 우짜돈동 먹여 보려는 총무 덕에 배가 더욱 불러 다른 분들이 휴게실 우동으로 아침을 해결 할 때, 죄송한 맘으로 구경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숙소 문제와 식사 문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을까를 고심하면서,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질이 좋은 환경에서 조금 더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3년 전의 우리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여행사를 끼고 여행을 갔는데, 답사라는 것도 형식일 뿐, 음식이 나쁘다, 잠자리가 나쁘다 아무 불평도 없이 여행사에서 잡아 둔 장소를 그저 눈 도장 찍고 오고 말았는데, 지금은 온 발로 뛰면서 일일이 다 확인을 하고 돌아왔다.

2월말에 수학여행을 해결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여러 문제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2월의 마지막 날에 떠났는데, 이미 많은 학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더라.

숙소도, 음식도 모두모두 너무 좋은 환경으로 잘 정해질 듯하고,

문경새재에서 우리가 밥을 먹고 싶은 장소에서 먼저 예약한 팀이 있어 곤란하다고 하는 사장님 내외분께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공들인 것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허락을 받아내는 일까지 해 냈다. 아이들에게 석탄박물관에서 레일 바이크라는 것을 태워주고 싶은데, 그 시간이 딱 점심 시간 밖에 안 되기에 밥을 좀 더 일찍 먹든지, 늦게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서 조금 더 일찍 먹자고 이야기를 모으고 나니 일은 쉽게 해결되었다.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부장샘이 항상 한 말은 "사장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인데,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아이들을 위한 거잖아요."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학급경영 목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감동있는 수업이 목표라 했고, 한 분은 따돌림 없고 대화할 수 있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줄 알도록 해 주고 싶다고 했고, 한 분은 수업 진도 늦지 않고 따라가는 거라고 하면서 우리끼리 웃었다. (그녀가 가장 열심히 잘 할 거라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했다.

작년 1학년 동학년을 같이 하면서, 책에 관해서 조금 더 안다고 나서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내가 권하는 책에 함께 감동하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선생님. 잘 해 주고 싶은데 잘 몰라서 어렵다고 하는 선생님에게 그 마음만 있으면 절반의 성공임을 이야기 해 주었다. 책을 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생님께 다양한 방법으로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책 고르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는 이렇게 앞으로도 소통하면서 근사한 일 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말이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오늘 하루 정말 제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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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2-03-0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선생님들이세요. 새학년에도 화이팅입니다!!

희망찬샘 2012-03-02 05:49   좋아요 0 | URL
잘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수퍼남매맘 2012-03-01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수학여행 답사를 다녀오셌네요. 학년말 방학 내내 바쁘신 것 같아요. 전 그래도 조금 여유롭게 보내는데..... 서울은 보통 경주로 고적답사를 가더라구요. 동학년 샘들끼리 화합이 잘 되어 올 한 해 무슨 일이든 잘해내실 것 같아요. 고생스럽다는 6학년! 화이팅 입니다.

희망찬샘 2012-03-02 05:49   좋아요 0 | URL
이제는 학년말 방학은 없다~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는 조금 방학이 길어 쉬어보나 생각했는데 더 많이 바빴어요. 왜 그렇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어요.

처음처럼 2012-03-0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야무진 선생님들 덕분에 6학년 아이들은 기억이 생생한, 즐거운 수학여행을 갔다 올 것이고 학부모들은 한시름 덜지 않을까요? 선생님을 비롯 6학년 선생님들 멋지십니다..

희망찬샘 2012-03-03 07:4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자라면 선생님들이 저희들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물론 그 은공을 기려 달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저희를 위한 야단을 들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첫 날을 지내고 나니 드네요.
 

부산에서는 교육과정 계획을 짜기 위해 맞춤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처음만 고생을 많이많이 해 놓으면 이걸로 매주 주학습계획안도 쉽게 작성할 수 있다.

학년에서 대표로 한 명이 짜면 그 내용을 받아서 자신만의 학급 교육과정을 짜게 되는데, 작년에는 이 내용이 나이스에 도입되어 이 엄청난 일을 나이스에서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날벼락 같은 말을 듣고 급흥분했더랬다. 맞춤은 부산에서만 하는 거고, 나이스는 중앙에서 하는 거니까 중앙을 따라가지 않으면 감사에서 지적될 수도 있다는 거다.

나이스 담당자인 나는 더욱 가슴이 무너졌다. 맞춤도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나이스 주간학습 계획을 해 보고 그걸 안내해야 하는 입장에서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주간학습을 나이스로 작성하느냐고 묻는 공문은 그 전해부터 왔으나 개정교육과정의 교과 내용도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 작성이 무의미하여 실로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맞춤팀에서 나이스와 맞춤이 절대 연동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니만 나중에는 컴도사들이 그 길을 뚫어주어서 연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일이 한결 수월해졌으나 그 일만도 어마어마한 업무였다. 안 되는 오류를 잡아서 취합하여 게시판에 묻고 그거 보고 또 오류 수정해 가면서 한 학기 작업을 힘겹게 마쳤다. 더군다나 작년에는 차세대 나이스가 처음 도입되면서 중앙에서부터 작업 도중 초기화를 하는 바람에 권한주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느라 진땀 꽤나 흘렸다. 그러다 결국 올해는 나이스에 주안을 굳이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그 다음 연수에 가서 듣고는 지금까지 한 일이 속상했지만, 2학기 때 이 번거로운 일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서가는 부산(?) 만이 가지는 고민이라 했다.

올해 맞춤 팀에서는 작년과 같은 상황으로 갈지, 나이스 입력은 안 해도 된다고 결정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어쨌든 어제는 이 맞춤 작업을 위해 토요일이지만 학교에 출근했다. 당장 주안 작업을 해야 하는데 기본내용을 입력해 두지 않으면 주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부장샘이 전화해서는 아이들이 지금 다른 학교 아이들이랑 흉기를 들고 패싸움을 하고 있다는 거다.

거론되는 이름이 내가 가르쳤던 아이 이름인지라 놀라서 밑으로 내려 가 봤더니 아이들이 정말 떼로 몰려 있었다.

웅성웅성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들을 수 없다.

이리저리 교통정리하면서 대충 정리해 보니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던 아이들 중 일부가 분식점에 간식을 사 먹으러 갔는데, 입구에 자전거가 세 대 세워져 있었고 그 자전거의 주인인 다른 학교 아이들이 자전거에 침도 뱉지 않았는데 왜 침을 뱉냐며 자기들 폰을 빼앗아 가서 막 폰 번호도 뒤지고, 겁을 주고 했다는 거다. 그리고 또 웅성웅성~ 학년별로 모여 봐라 해도 도대체 진정이 안 된다.

밖에 있는 다른 학교 아이들을 불러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까 우리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말만 한다. 서로 문제를 일으킨 아이는 있다고 말하는데 그 아이가 누군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

그러고 있는데 7~8명의 예비 중학생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들어온다. "야, 누구야, 누가 그랬어?" 하면서 당장 동생들을 팰 기세다. 선생님이 앞에 있는 것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너희들 뭐하는거냐고, 왜 이러냐고 물으니 "우리 학교 동생이 맞았다 그러잖아요." 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한 아이가 누군가가 던진 (누군지는 모른다고 한다.) 돌에 맞아 너무 아파 형아들을 불렀단다. 자기들은 동생들의 싸움을 말려 주려고 왔다고 하지만 혼내 주려고 온 기세다. 그러고 있는데 또 우리 학교 졸업생이 등장했다. 형아들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는지 덩치 좋은 녀석이 나타난 거다. "야, 너는 가라~" 하니까 그래도 얼굴 안다고 그 아이는 말 듣고 얼른 간다.

카리스마 짱, 포스 작렬인 울 부장님이 아이들 불러다 살살 달래서 보냈다. 동생을 사랑하는 너희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일을 이렇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모두 집에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먼저 내 보낸 5학년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오겠단다. 축구를 하겠다고. 안 된다고 집에 가라고. 위험하고 다칠 수 있으니 가라 했더니 또 고함을 지른다.

선생님이 뭔데 우리가 놀 권리를 빼앗느냐는 기세다. 또 불러서 지금 그게 아니잖아. 니가 위험하고 다칠 수 있어서 널 위해서 집에 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거 아니냐고 조근조근 말해서 달래서 보내고 돌아서니 또 서너명의 덩치 좋은 무리가 긴 꼬챙이를 들고 닫아놓은 문을 열고 입장하신다.

"야, 너희는 왜 왔노? 가라, 가~" 했다. 이 마지막 장면은 다소 코믹했다. 자기들 말은 그냥 왔다고 하지만, PC방에서 게임하다가 누군가가 전한 소식을 듣고 중3 형님아들이 등장한 거다.

아, 간 떨려~ 무서워라.

교실을 벗어나면 우리는 더 이상 선생님이 아니고, 아줌마일 뿐이며 이 아이들에게는 이 아줌마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듯하다. 아이들의 눈빛이 무서웠다.

그 와중에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가 모여라 해서 모였던 6학년이 될 아가들은 "선생님 무슨 반이에요? 나는 가반인데, 나는 나반인데..."한다. "야, 지금 상황 파악 좀 해라. 그 이야기 할 때가 아니잖아."

무모한 군중심리를 잘 잡지 않으면 이 아이들에게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아래 학교에서 온 아이는 원래부터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자기들에게 괜히 시비도 걸고 해서 평소에 감정이 안 좋았다고 한다.

"얘들아, 사이좋게 지내라. 중학교 가면 다 함께 지낼 친구잖아."

새 학년 그들과의 싸움이 걱정된다.

참, 처음에 흉기를 들고 싸웠다는 아이는 그게 아니라 이 심각한 상황을 먼저 신고 해 준 참 고마운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학기가 되면 다시 찾아서 고맙다고 인사해야겠다.

결국 일도 마무리 못하고 이 일을 포함한 다른 사건 수습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새 학년 마음 무장을 단단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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