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학예회 시즌이다.

학급 학예회를 하는 다른 학년과 달리 강당에서 학년 학예회를 하는 우리 6학년은 어제 풍선을 열심히 불어 무대장식을 했다.

오늘 하루만 잘 견뎌주면 되는데... 풍선 한 쪽에 바람이 빠져서 찌그러져 있으면 어떡하나, 테이프의 접착력이 약해서 떨어져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된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방송부 어린이들.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지 않고, 무대 구성을 기획하고, 소리 파일들을 점검한다.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믿음직스럽기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5시가 넘어서 철수하는 우리들 보다도 더 오래 남아서 뒷정리를 한다.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 10000원씩 태워서 밥을 먹이기로 했다. 자장면과 탕수육 큰 녀석으로 시켜 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동생들이 방송부 한다고 하면 하라고 이야기 할 거냐고 물으니 그냥 웃는다.

힘들어서 하지 말라고 하겠다는 아이, 폼 나서 좋았다는 아이...

방송부가 학교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상당하다. 심지어 강연이 있는 날은 수업 시간에도 지장을 받는다. 일을 너무 잘 하는 경우의 아이는 그 결손이 더욱 심하다.

희망이가 방송부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하라고 할 수 있을지 그 아이들의 시간 투자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아마 요녀석이 하려고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게 마련인 것도 같다.

방송부 아이들, 공부를 무척 잘 한다. 이번에 올백 받은 아이도 있고. 맡은 바 책임도 다들 강하다. 일 추진 능력이 뛰어나다. 웬만한 어른보다도 낫게 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아이들 너무 훌륭해서 우리 모두 감탄하면서 본다. 이름만 부르면 알아서 척척 도와준다.

우리가 강당 학예회를 무사히 치른다면 이 아이들 공이 절반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

 

강당학예회.

난 반대했다. 일이 커지면 더 많이 힘들거라서. 그런데, 다른 선생님은 오히려 학급 학예회가 일이 더 많고 강당 학예회는 같이 준비해서 더 낫다는 거다. 수업 결손도 적다시며 강당에서 하자고 하셔서 내 주장 더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역시나 해 보니 학급 학예회 준비보다 더더 많이 힘들다. 그래도 다 준비하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기쁨의 크기가 더 많이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5시 가까이 춤 연습을 하겠다고 남아있는 아이들 보면서, 조금만, 조금만 더 연습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 보면서...

녀석들 공부를 저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노(나도 선생이다.) 했더니 웃으시며, 공부가 저리 재미있지 않잖아! 하신다.

열정을 바쳐 시간을 들일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각 반 별로 춤을 한 팀씩 추기로 했는데 (한 반만 안 했네!) 그 과정에서 각 반마다 삐걱거림이 보인다. 춤을 잘 못 춘다는 이유로 벌어진 싸움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또 화해도 보여서 다행이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우정도 더욱 돈독해진 듯하다.

 

6학년 마지막 추억, 아니다, 계절 체험학습이 한 번 더 남아있기는 하구나.

오늘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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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12-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교사 팀웍이 대단한 것 같아요. 당연히 학급학예회보다 학년학예회가 손이 갈 거라고 저도 생각해요.
교사가 힘든 만큼 무대는 더 빛나겠죠.
방송부 아이들도 한 몫 단단히 하네요. 저도 매번 방송부 아이들 보면서 진짜 프로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폼 나기도 하고,자기들끼리 유대감도 있어 보이더라고요.
모든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믿어요.
몇 명을 위한 학예회가 아니라 전원 참여하는 학예회로 기획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희망찬샘 2012-12-13 15:5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빛나게 잘 해 주었어요. 전원 참여!!! 당연하지요. 6학년은 정말 6학년이더군요. 교사들이 더 좋아하면서, 감동하면서 봤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좋은 추억을 만들었지요. 부장님이 사진기사님 오시라해서, 마지막에는 무대앞에서 단체 촬영까지 부탁!!! 요즘은 아이들 졸업 선물 구상중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의미있는 선물을 할까 하고요. 학교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데, 보통 도장을 하잖아요. 그거 말고 뭔가 의미있는 것을 고민중이지요. 어떤 분은 중딩의 필수품, 빗과 손거울을 강력 추천하시던걸요. 벌써 빗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보여요. ㅋㅋ~

순오기 2012-12-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부는 학교의 꽃~ 방송부는 엘리트의 집합이라 시험도 1.2.3차는 치르던데...
우린 큰딸만 했어요, 아들은 신청도 안했고 막내는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ㅠ
기회만 온다면 당근 해야죠~ ^^
선생님들의 수고가 있어 빛나는 학예회~ 짝짝짝!!

희망찬샘 2012-12-17 11:43   좋아요 0 | URL
엘리트들의 집합! 그런 것 같아요. 책임감도 어찌나 강한지!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이 해를 보내고 싶은 생각.

또한 학교를 옮기려 하니 맘도 싱숭생숭~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교내 연수.

어제 연수를 알리고 희망자를 받고 보니 절반 이상의 선생님께서 신청해 주셨다. 기분좋은 말, 말, 말들!!!

 

알림글 

안녕하세요. 존경하옵는 선배님, 그리고 멋진 후배님.

학교가 정신없는 날은 언제일까요?

그 정신이 돌아오는 어느 날, 선생님들을 모시고 작은 모임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일시 : 2012. 12. 14(금)

시간 : 1시간~1시간 30분(오후 3시부터 6의 3 교실에서)

내용 : 독서지도로 하는 학급경영


왜 이렇게 용감한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요...

얼마 전 이** 부장님의 추천으로 **초 동호회 선생님들께 독서관련 연수를 하였습니다.

'아, 이런 내용이라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알려드려도 좋아하실 것 같다.'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런 쪽지 보냅니다.

연수를 들으면 항상 어느 부분에서 정말 저것은 이용하면 참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제 이야기 속에서도 그런 것이 있을 수도 있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무료 연수라는 점.

게다가 따뜻한 차 한 잔도 함께 한다는...


참석 희망하시는 선생님께서는 답장 주세요. 연수물 만들려면 인원 확인이 필요하네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희망의사 알려주세요.


날마다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기분좋은 답장들


-선생님~~ 저 신청합니다~

6학년 학기말에 여러 행사로 시간이 많이 없으실텐데

귀한 시간을 내셔서

너무나 듣고 싶고 필요했던 연수를 들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도울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편집도 잘하고, 인쇄도 잘하고, 커피도 잘 탑니다~~~^^


-굿~

후배님 때문에 하는 연수입니다. ^^


-정말이요?? 선배님~넘 감동입니다~ㅜㅜ

제가 꼭 열혈 후배가 되어

가르쳐 주신거 열심히 아이들에게 실천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꾸뻑~~


-연수 적극 희망합니다.^^


-감사해요. 연수 준비에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함께 해요*^^*


-당신은 정말 멋쟁이!!!


-강추입니다. 참석은 물론. 이런 생각하는 자체가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후배님

 

-역시 훌륭한 선생님은 다르십니다. 저 신청합니다.

-부장님은 안 들으셔도 되는디요... 안 보낼까 하다가, 부장님 덕분으로 하는 연수라서 보내 드렸습니다. 그래도 어르신의 마인드도 중요하니까 부장님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저 또한 영광이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넹! 저도 배워야지요. 항상 감사합니다. (교감 발령 나실 부장님)

 

선생님들이랑 즐거운 한 두시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거다.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반의 아이들은 몇 백명이지만,

10명이 넘는 교사들이 모여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들은 몇 천 명이 될테니까 말이다.

이성희 선생님의 교사에 대한 투자,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오늘 받은 한 통의 전화!!! 내 책을 읽고 블로그를 방문한, 지금 휴직 중이신 선생님이 이 연수에 함께 하고 싶으시다는 것!!! 와우!!! 대박이다. 정말 멋지고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렇게 찾아서 연수를 듣겠다고 갈 수 있을까??? 그 분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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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12-0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용감하시고 멋지세요.
따지고 보면 같은 기관안에 있는 동료들이 가장 먼저 변화의 대상인데 강사들 보면 다른 곳 부터 연수를 하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너무 잘 알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님이 가지신 재능 마음껏 나눠주시고 많은 동지들이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열심히 응원할게요. 진짜 서울에 한 번 초대하고 싶어요.
벌써 학교 옮기실 때가 되셨군요. 책이사가 걱정이시겠어요. 둘 다 잘 되시길.....

희망찬샘 2012-12-06 06:46   좋아요 0 | URL
그걸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짐을 조금씩 싸야 할 것도 같고...
차를 부르는 것이 좋을 것도 같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요?
 

동학년 선생님들이 책을 사기 시작했다.

책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를 하신 거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책 소개해 드리기.

알라딘에서 중고책을 포함하여 10권 정도씩 산 후,

보림 리퍼도서 할인전을 소개 해 드리니 그것까지 또 10권 이상씩~

나랑 같이 있을 때 좋은 책이 뭔지 듣고 부지런히 사겠다고 이야기 하신다.

내일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면서 함께 읽자고 이야기 하실 거란다.

 

 

 

 

 

 

 

 

 

 

보림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벤트 클릭하면 리퍼도서(반품도서)를 55%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거기서 고른 책들, 정확하게 생각은 안 나지만 대충 옮겨보자면

 

 

 

 

 

 

 

 

 

 

 

 

 

 

 

 

교과서에 나오는 전래동화도 여러 권 포함했고, 어려워서 아이들은 읽기 힘들 것 같다는 한양도 사겠다고 해서 클릭해 주었다.

로그인을 해야만 화면이 열리니 회원가입이 필요하겠다. http://www.borimpress.com/shop/event_views.asp?ev_no=247

책이 올 때까지 두근두근 하는 그 마음~

내 돈 안 쓰고 고맙다는 말 많이 듣고, 덩달아 기분 좋으니 참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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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11-13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독서운동이네요.
짝짝짝! 참 잘하셨어요. 저도 제 주변을 물들이는 게 꿈인데....
욕심 내지 말고, 한 해에 한 분씩 물들이자로 정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보림에 들어가 봤는데 대부분 집에 있는 책들이라서 건너뛰었네요.

희망찬샘 2012-11-13 10:26   좋아요 0 | URL
저도 다 보림 책, 좋은 것은 거의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께 소개 해 주었답니다.
이성희 선생님 강의 들으니 학생들에 대한 투자와 아울러 교사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대요. 그러면 독서활성화에 가속이 붙는다고요. 가만 생각하니, 선생님이 바뀌면 아이들이 바뀌게 되어 있더라구요. 선생님 변화에도 힘을 쏟아야겠어요. 이 좋은 것을 먼저 알았으니, 알리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몫이에요. 아자!!! 수퍼맘님은 한 해 한 분이 아니라 올해만 해도 이미 여러 선생님을 포섭하셨던걸요. 멋지세요. ^^

은이혁이 2012-11-2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 리퍼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주위분들께 알려드려야겠어요~~^^

희망찬샘 2012-11-21 17:20   좋아요 0 | URL
건질 책이 많이 있을 거예요.
저도 이 곳에서 제법 샀고, 많은 분께 추천해 드렸답니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내내 동학년 선생님들과 마음을 잘 맞추어서 일하고 있다.

4년 동안 함께 근무한 살신성인 울 부장님.

3년 동안 함께 근무한 맘씨 좋으신 전 부장님.

2년 동안 함께 근무한 너무 근사한 예쁜 동생님.

 

이번 주에 실시할 현장체험학습을 애초 계획은 누리마루로 가기로 했는데,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가면 틀림없이 추운 것 상관하지 않고 발을 담그고 놀고 싶을 것 같아서

뒷감당이 자신없다.

뭐, 좋은 놀이활동 없을까?

그렇게 해서 알아본 것이 단체영화관람.

새로운 세계 백화점에서 조조 단체 관람을 4000원에 하고, 근처의 나루공원에서 놀기로 했다.

일반 시내버스를 탔을 경우,

"도대체 선생은 아이들 지도를 안 하고 뭐하노?" 하는 민망한 멘트를 꼭 들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이들보고 40여분을 걸어서 백화점으로 가자고 했더니 다들 좋다 한다.

돌아올 때는 원하는대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아이들이 걸어 오겠다고 한다.

음... 그러면 우리는 영화관람-놀기-도보 이동이다.

 

사실, 이렇게 정해지기까지 예쁜 동생님이 정말 애써 주었다.

그냥, 우리 영화보러 갈래? 음 좋아. 그럼 가자. 고고씽~

이렇게 일이 마무리 되지는 않는 법이니 말이다.

자료 검색부터 시작해서 일의 마무리, 나아가서는 더 좋은 장소의 고민까지!

그리고 나온 말, 우리 보물찾기도 할까?

조그만 종이에 적힌 문구는

보물을 2장 이상 찾은 친구는 친구에게 나누어 주세요.

쓰레기를 3개 이상 주워 오세요.

보물과 쓰레기는 상품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선물은 모두에게 기념품 형식으로 하나씩 돌아갈 수 있어야 할 것.

아이들에게 줄 기념품으로는 테이프형 화이트(수정 테이프)를 정했다.

작년 1학년 때는 1학기에는 굉장히 잘 지워지는 지우개(이 딴 거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아이 땜에 상처 하나 받고ㅜㅜ)

2학기 때는 고체 형광펜이었다.

 

아이들 수만큼 물건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예쁜 후배님이 홈플 2군데를 쓸면 가능할 거라 하면서

어차피 장을 볼 거니까 자기가 사 오겠다고 한다.

 

그리곤 전화가 왔다.

수가 안 돼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걸로 섞어 사야겠다고.

참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는데 그건 원플러스원이라는 상품명이 맘에 걸린다고.

개별 포장되지 않고 3개씩 묶여져 있는 것은 아이들이 왠지 안 좋은 것 받는다는 느낌 들 수 있으니 낱개 포장할 수 있는 비닐도 사야겠다고.

낱개 포장된 것은 한 반으로 몰아주어야겠다고 해서 우리 반이 가지고 가겠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어제 선생님의 고생을 충분히 설명하면 될 것 같다고 자기가 가지고 간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돈은 1인당 1000원 정도밖에 배당이 안 되지만, (우리 주머니 조금만 털고)

그래도 준비하면서 겪은 여러 우여곡절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작은 기쁨으로 승화된다.

혹 있을지도 모르는 조금 성격 안 좋은 (?) 아이들의 까칠 항변이 걱정되어 이런저런 세심한 배려까지 하는 모습이 마음 짠하다.

아, 재미있게 다녀와야지.

6하년 마지막 소풍이니까.

함께 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 보장(팝콘, 음료수 금지)은 못 해주지만, 그래도 애쓰는 우리 마음 한 가닥 정도는

아이들이 느껴주기를~

하지만, 이것도 어쩜 욕심일지 모른다는 생각.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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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혁이 2012-10-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것 하나까지도 정성 쏟으시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영화보러 가서 팝콘과 콜라를 못먹게 한다고 저희 아이도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건 그냥 해 보는 소리죠~~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아마 선생님의 아이들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한마디 해야 좀 으쓱해지는 그런 기분~~ 아시죠^^ ㅋㅋ

희망찬샘 2012-11-03 07:03   좋아요 0 | URL
영화보기 대성공이었답니다. 몰래 과자, 음료수 먹는 아이까지는 뭐라고 하지 말자 약속했는데, 나중에 나와서 물어보니 몇 명은 먹었더라구요. 그래, 너희들은 이 다음에 세상을 잘 살아가겠다~ 하면서 웃고 넘어갔지요.
 

독서란 무엇인가?

그것을 행복이며 소통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학교 도서관 하면 아주 유명하신 이성희 선생님.

그 분이 전국을 돌며 투어(?)중이시다.

인천 지역에서 주경야독 연수를 하시고 가까운 창원에서 연수를 하셨다.

그 때 창원까지 달려가나 마나로 아주 살짝 고민을 해 봤었는데,

이번에 부산에서 연수가 열린다하니 우리 집에서의 거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일단 후배 둘을 꼬셔서 함께 가자고 연수비를 입금했는데, 당일날 한 명이 못 간다고 해서 살짝 아쉬웠다.

미리 연락 주었으면 다른 분이라도 섭외를 했을텐데...

일요일 하루를 온통 바쳐 연수를 받으시는 가슴 뜨거운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강사님과의 특별한 만남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다.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나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주었다.

학교 도서관이 교육의 희망이니 학교 도서관만큼은 분회에서 꼭 지키자고 했고, 그래서 일을 자처해서 맡고 있다는 선생님,

연세는 있어 보이셨는데, 이 쪽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지만 나이가 걸림돌이라 이런 연수를 많이 받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하시는 선생님.

연수를 주최하신 부산 모임에서 이런 저런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부산모임 회장님이 준비하셨다는 맛있는 간식도 감사드린다.

이성희 선생님은 꾸러기가 많은 학교들만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14년 간의 교직 근무 동안 4번의 학교를 돌아다니셨고, 도서관 리모델링만 3번. (숫자가 하나씩 많았던 것도 같고???) 학교 도서관에 사서가 있어서 학교 도서관 운영과 독서 교육을 분리하고 싶으시다는 소망을 가지고 계시단다.

고립된 섬인 도서관에서만 있으면 자칫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을 수도 있기에 계획적인 만남을 시도한다는데...

아이들을 바꾸고 싶으면 먼저 선생님이 바뀌게 해야 한다는 것.

그 분들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작전들! 쪽지 띄우기, 맞춤형 책보따리 들고 가서 찾아뵙기, 이벤트로 책선물 드리기...

그리고 도서관에 아이들을 오게 만드는 협력자로 그 분들을 포섭한다는 이야기. ㅎㅎ~

선생님 한 분의 마음을 빼앗아 오기는 참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는데,

이성희 선생님처럼 하면 웬만해서는 다 넘어오실 듯.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가장 오래 머리에 남아 있는 말은

꾸러기, 영혼이 맑은 아이들. 이라는 말이다.(문제아라는 말은 쓰면 안 돼욧!) 

선생님은 교직에 나와서 한 다짐이 3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들 이름 외워 부르기란다.

아이들은 책을 좋아해서 왕따가 되는 것일까? 왕따여서 책을 좋아하는 것일까? 물으셨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교실에서 그림자 같은 아이들, 갈 곳이 없어 찾는 곳이 도서관일 때가 많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게 이름을 알고 다가가 불러주는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책을 권한다면?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도서 선정 권한을 주면 아이들은 더욱 신나한단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들, 만화책만 보는 아이들에게 그 분야의 책을 선정하게 하면

아주 좋은 책으로 정확하게 잘 가려 온단다.

그 아이들도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는 알기 때문에 이상한 책을 선정하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아이들을 1:1로 만나 다른 류의 책을 살짝 권해보면서 한 명 한 명 포섭해 나가야 한다고.

 

자신의 에고그램을 통해 모둠을 편성하고 고른 성향의 아이들이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시면서

우리들도 에고그램으로 모둠을 나누어 활동하도록 하셨다.

(우리 반 아이들의 마지막 모둠 구성은 에고그램으로 해 보고 싶다.)

나는 합리적, 판단적, 안전 지향적인 a 유형으로 나왔다.

내가 그런가? 했더니 후배는 딱 맞는 것 같단다.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단다.

각 유형별로 먼저 앉아서 성격유형에 대한 해설을 들은 후, 다 다른 유형이 섞여 활동하도록 모둠을 구성하였다.

모둠 이름을 정하고(도서관과 관련되면 좋을 이름으로), 가장 동안인 사람으로 모둠장을 정하면서부터 놀이가 시작되었다.

몇 살처럼 보이냐고 해서 차이가 많이 벌어지면 많은 점수를 가져가는 것. 단, 더 많은 나이로 보이면 감점! ㅋㅋ~

 

도서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고,

책을 쓰다듬고, 책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많은 활동들을 보면서

'어, 내가 했던 활동들도 있네.'하며 신기했다.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어떤 자료를 언젠가 본 것이 무의식에 잠재해 있다가

마치 내가 생각한 것처럼 기억하고 활동을 구상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도서관에 와서 주제어를 주고 책을 찾게 하고, 가장 두꺼운 책 찾게 하고, 가장 짧은 시 찾게 하고...

이런 비슷한 활동으로 제목이 가장 긴 책, 공룡이 가장 많이 나오는 페이지 찾기 등을 해 보았다.

여러 가지 놀이 중, 가위바위보로 점수 보정하기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놀이의 목적은 경쟁이 아님을 아이들이 몸으로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는 말씀.

흥미를 위해 경쟁 방식을 도입했을 뿐~

다양한 놀이 중 북딩고 놀이와 할리갈리 놀이가 참 재미있었다.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해 보아야겠다.

같은 시 찾아서 카드를 없애고, 마지막에 남은 시 모둠원이 함께 외우기,

문제에 맞게 책 표지 순서대로 배열하기,

단서를 보고 책제목 검색해서 찾기,

그림책의 장면 보고 그 장면 따라 연출한 후 사진 찍기,

돌발미션(모둠원끼리 하트를 만들어 사진을 찍어 선생님께 전송) 수행하기,

지는 가위바위보하기 등... 너무 많은데 활동하느라 바빠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 며칠 지났다고 고새 까먹어 버렸다.

 

참 좋은 방법 하나,

연체자에게 어떻게 하냐고?

도서 대출 정지 하지 않냐고? 도서관의 목적이 뭐냐고?

아이들 책을 읽게 만들어야하는데 읽지 못하게 하는 벌이 옳은가 물으시면서

연체일만큼 페이지 수를 늘려 책을 읽게 하고,

그것을 해내면 연체를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기억해 두어야겠다.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게 만들라 말씀도 다시 되내어 본다.

바다를 그리워 하는 아이들이라면 어떤 아이는 수영선수로,

어떤 아이는 배를 만들어,

어떤 아이는 비행기를 만들어 그곳을 가지 않겠는가 하는.

 

이 많은 일을 담당할 곳이 학교 도서관이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임을 생각하게 한 참 좋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신 나는 일은

선생님이 지금까지 모아두신 방대한 자료를 다 줄테니

많이많이 써서 도서관을 살려보자고 하셨다.

14년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그 많은 자료를 언제 다 읽겠냐마는

아직 받지도 않았건만, 주신다하니

생각만으로도 맘이 든든하다.

 

다음에는 심화연수도 계획하고 계신다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 연수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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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혁이 2012-10-3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과 에너지가 글에서 느껴집니다~~ 학교 도서관이 정말 더 발전해서 아이들이 가장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에 아이들이 많아지면 그리고 도서관이 더 커지면 친구를 괴롭히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늘 발전하시는 선생님~ 화이팅입니다^^

희망찬샘 2012-11-03 07:04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도서관이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책 잘 읽는 아이들 보면 감성이 풍부하고 마음이 따뜻해요.

수퍼남매맘 2012-11-0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존함을 처음 듣지만 학교도서관이야말로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전국도서관담당자 모임에서 열정을 가지고 하시고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저도 지난 학교에서 3년간 도서관 담당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긴 하였지만 도서관 일이 진짜 많은 곳이라
다시 하라 그러면 선뜻 나설 용기는 없네요.
그냥 담임으로서 열심히 아이들 도서실 보내는 일만 하고 있어요.
연수 자료 받으시면 저에게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2012-11-04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