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재덕이 작은도서관 24
이금이 지음, 성병희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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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가 국제 신문사에서 하는 독서 행사에 참여 한다고 자랑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이금이 작가의 팬사인회가 있다길래 교실에 있는 책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를 주면서 꼭 사인 하나만 받아 달라고 했다. 저자 사인책이 주는 색다른 느낌을 아이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 하면 책을 더욱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그런데, 야시같은(?) 우리 반 지영이가 지난 달에 <<내친구 재덕이>>가 우리 반 필독서로 정해졌는데, 학급에도 도서관에도 책이 없어 아이들이 읽지 못한 것을 기억하고 어머니께 말씀 드렸는지, 어머님께서 책 한 권을 사서는 저자 사인과 함께 선물 해 주시는 거다. 아니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책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굉장히 얇았다. 그러나 그 감동은 책의 페이지와 무관하게 무척이나 오랫동안 맘에 남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동네 재덕이-내 친구 재덕이-내 마음 속의 재덕이로 구성된 이야기는 '나'에게 재덕이가 어떤 모습으로 들어오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해서 바보로 불리는 재덕이를 "야, 인마,  바보야"가 아닌 "재덕아"라고 부르기까지의 나의 마음 갈등을 참으로 잘 집어 내 주었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바보 재덕이랑 어울려 논다는 이유로 같이 놀림을 받기가 더 이상 두렵지 않은,재덕이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마음결이 참으로 곱게 느껴진다. 재덕이의 얼굴을 씻겨주고, 머리를 감겨 주면서 '나'의 맘 속에 남아 있던 재덕이에 대한 그릇된 감정도 물에 다 씻겨 내려간 듯하다. 재활원에서 우리 학교 희망반으로 컴백홈한 재덕이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이 있을지를 헤아려 보는 '나'의 마음이 곱기만 하다. 조금 지저분하고, 외모로 풍기는 느낌이 깔끔하지는 않더라도 재덕이의 맑은 눈망울을 읽을 줄 알게 된 주인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3학년 교실에 보결 수업 하러 가서, 첫 장인 '우리 동네 재덕이'를 읽어 주었다. 나름 진지 모드로 제법 잘 듣다가

"친구를 때리다가 친구의 사촌 형에게 딱 걸려서 맞고 있던 나에게 쨘 하고 나타나 형아를 대신 때려 준 사람이 누굴까?" "재덕이요." "왜 재덕이는 내가 사탕을 줘도 받을 수가 없었을까?"하는 질문에 "롤러블레이드 때문에요."하고 신나게 답하는 3학년 꼬마 아이들에게 도서관 가서 나머지 부분은 찾아 읽으라 그랬다.

이 정도의 동화라면 돈도, 시간도 하나도 아깝지 않다. 게다가 그림이 제법 많이 곁들여진 72쪽 짜리 동화니 읽는 것은 뚝딱!!! 사실적인 그림도 무척이나 맘에 드는 동화였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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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둑 호첸플로츠 1 비룡소 걸작선 7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요제프 트립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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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왕도둑 호첸플로츠니 주인공은 호첸플로츠???

하지만 아닌 것 같다. 호첸플로츠가 책 말미에 마법이 풀리고, 달아나고... 해서 다음 이야기를 연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인물은 호첸플로츠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소년, 카스페를과 제펠이 아닐까?!

카스페를네 할머니가 호첸플로츠에게 노래가 나오는 커피 가는 기계를 도둑 맞고, 그 기계를 찾으려고 카스페를과 제펠이 도둑의 소굴로 찾아 갔다가 잡히는 신세가 되고... 그리고 제펠 모자를 쓴 카스페를은 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인 페트로질리우스 츠바켈만의 멍청한(?) 머슴이 되고 만다. - 여기서 모자가 이 이야기의 전개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꼭 기억하시라.

열심히 마법사의 감자를 깎던 제펠 모자를 쓴 카스페를은 마법에 걸려 두꺼비의 모습을 하고 갇혀 있는 요정 아마릴리스의 말을 따라 요정의 약초를 구하러 떠난다. 마법사가 집 주위에 쳐 둔 마법의 원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몸에 걸친 어떤 것을 그 곳에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제펠의 모자를 벗어 두고 떠난다. 카스페를이 없어진 것을 안 마법사가 모자의 주인을 마법으로 불러 오려 하지만 마법사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그동안 마법사의 감자를 깎던 제펠 모자를 쓴 카스페를이 아니라 진짜 주인인 제펠이다.  

요정의 도움으로 마법사를 물리치고 요정도 구해주어서 요정으로부터 소원을 들어주는 반지를 받아 든 카스페를이 빈 세 가지 소원은 뭘까? 좀 더 제대로 된 소원을 빌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이런 소원을 빌어야지 이 책에 좀 더 어울릴 것 같은 생각도 든다.

1. 서로 바꾸어 썼다가 사라져 버린 둘의 모자를 원했다. 모자는 원래의 모습으로 주인에게 돌아오고.

2. 호첸플로츠에게 도둑 맞은 (호첸플로츠네 집에 보관되어 있던) 할머니의 커피 기계를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불러 온다. - 좀 부지런히 걸어서 직접 가지러 가지, 그리고 좀 더 근사한 소원을 빌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3. 피리새가 되어 버린 호첸플로츠를 새장에 넣어진 채로 경찰서에 데리고 가지만 호첸플로츠임을 절대 믿지 않는 경관을 위해 호첸플로츠를 마법에서 풀려나게 하는데 마지막 소원을 빌고 만다. -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결국 다시 사람으로 돌아 온 호첸플로츠는 또 다시 다른 모습으로 <<호첸플로츠 다시 나타나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 책은 남편이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며 옛날을 그리면서 산 책이다. 내용도 똑같고 그림도 똑같다며 어찌나 이 책을 사가지고는 좋아하던지, 내가 예의상 안 읽어 줄 수가 없었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62년이라고 하니,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 중의 하나인 셈이다.(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책이라는 가정 하에) 이렇게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내 아이가 자라 읽어 주기를 소망하는 것이 부모의 맘일테고, 이 말은 옮긴이의 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이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라 할 수 있겠지?) 지금은 책이 워낙 많이 나와 있고, 그 책들도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라 이 책이 정말정말 재미있는 1등 책이라 말하기는 뭣하지만. 술술 읽히는 정말 재미있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고, 시리즈 도서 2권도 마저 사 보고 싶은 맘이 든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비슷한 마법의 소원이 나오는 <<영리한 공주>>가 여자 아이들의 취향이라면 이 책은 남자 아이들의 취향에 적합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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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미래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지유 해설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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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없는 그림책은 생각거리를 더 많이 줍니다. 글이 없으니 그림을 더 많이 들여다 보고 그림의 의미를 새겨보게 되지요.

자연사 박물관에 날아든 작은 새 한 마리, 모든 공룡 화석은 모형일 뿐이니 무서울 것이 없지요. 겁없이 공룡의 이빨 위에도 앉아보는 여유만만! 그러다가 그만 진짜 공룡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변화된 환경을 아직 인식하지 못한 탓인지, 그만 공룡 주위에서 알짱거리다(?) 공룡에게 꼴까닥 잡아 먹히고 마네요. 공룡의 뱃속으로 날아날아 오다가 다시 뼛속으로 들어와서는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와서는 자신의 세계로 훨훨 날아갑니다.

글자를 모르는 우리 아이도 진지하게 혼자서 책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으로 가슴 따뜻해 집니다. 하도 울길래, 이 책 보여주며 울음을 달랬더니, 나중에는 슬며시 자기 혼자 책을 보고 있는 거예요. 기특도 하여라. 인상적인 그림! 글없는 그림책들이 가지는 매력은 글의 무게보다도 더 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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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파티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3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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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아침독서 학교에서 강백향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권의 책을 추천 받았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였고, 꼭 하나 사서 읽어야지 하고 표를 해 두었다. 그리고 책을 사서는 읽지 못한 채로 9월 생일 잔치에 아이들에게 이 책 정말 재밌다더라며 고르라는 압력을 넣었건만 다른 책에 밀려서 선택되지 못했다. 이 책을 바라보며, "이 책 정말 재밌다던데... 여학생들이 껌뻑 죽는다던데..."하며 아쉬움을 표하자 아이 하나가 쪼르르 책꽂이로 가더니 책 하나를 가지고 온다.

"선생님 이 책하고 그림이 똑같아요."한다. <<공룡 도시락>>!!! 아~ 나는 왜 그걸 알아보지 못했을까?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공룡 도시락의 글작가, 그림작가가 이 책을 함께 만들었다니!

이 책은 잡자마자 후딱 읽어지는 그런 책이다.

알파벳클럽의 다섯 명의소녀 Amy, Bella, Chloe, Daisy, Emily는 생일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잠옷 파티(친구 집에 모여 하룻밤을 지내는 파티)를 연다. 장애인 언니를 둔 주인공 데이지는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이 무척 곤란한 입장. 차례차례 친구들의 집에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자신의 생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럽기만 하다. 클로에는 시시때때로 데이지를 골탕 먹이고, 괴롭혀서 미운 아이가 되어 버린다. 나는 책을 읽다가 어떤 계기로 데이지처럼 클로에도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 동병상련의 맘으로 화해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아픈 언니 때문에 항상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딸아이에 대한 애처로운 맘이 든 아빠, 엄마는 데이지의 멋진 잠옷파티를 열어 주신다. 항상 트집만 잡으면서 데이지의 생일파티에서 "따분하다"를 연발하던 클로에가 밤중에 화장실을 가는 길에 릴리언니가 내는 이상한 소리에 너무나 겁이 나서 옷에 오줌을 싸 버리는 바람에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데, 굉장히 통쾌하다. 101마리 달마시안의 비디오 테이프에 무서운 유령 이야기를 담아와서 생일 선물로 내밀고, 그걸 아이들이 보게 하고, 무서운 유령이야기만 잔뜩 하던 클로에는 아마도 릴리 언니의 상태를 제대로 몰랐기에 언니가 내는 소리를 유령소리로 착각하고 무척이나 무서웠을 것이다. 데이지를 공격하고 데이지를 알파벳 클럽에서 몰아내고 싶었겠지만, 친구들의 마음은 클로에에게서 떠나서 절교를 하고 싶은 맘이 가득했는데 고맙게도 클로에가 제 입으로 절교를 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비밀(옷에 오줌을 눈)을 알고 있는 4명의 소녀가 그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할까봐 못마땅하지만 C빠진 알파벳 클럽을 무시할 수 없다.

다 읽고 나니 정말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하다. 그리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지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따뜻한 이해도 더불어 선물로 받을 수 있어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로에를 제외한 에이미, 벨라, 에밀리가 릴리 언니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줘서 참 다행이다. 언니에 대한 애틋한 맘이 있긴 해도 데이지는 아직 어리니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언니가 밉고 언니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자신의 삶이 고달플 것이고, 엄마의 모든 관심을 언니에게 빼앗긴 데 대한 박탈감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데이지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가 자라면 생일날 이렇게 단짝 친구들을 모아서 잠옷파티라는 걸 한 번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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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하고 안 놀아 -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6
현덕 글, 송진헌 그림, 원종찬 엮음 / 창비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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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 영이, 똘똘이, 그리고 기동이까지 어느 새 정다운 친구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면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말을 믿고 무작정 읽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이 오랜 시간 학급문고에 꽂혀 있었는데, 그 가치를 모르고 제가 지금까지 읽지 않았거든요. 정작 읽어보려고 하니 책이 사라지고 없어서 다시 하나 샀답니다. 처음 조금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아이들에게 매일 국어시간에 한 편씩 읽어주리라 맘 먹었지요.

그런데, 반응이 반반이네요. 무척 재미있어 하는 아이와 그저 시큰둥한 아이~ 반응이 폭발적이리라는 제 예상이 빗나가 버렸습니다. 제가 실패의 원인을 짚어 보니 순서대로 읽어주려 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책을 쭉 읽어보면 제대로 느낌이 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좋았을 듯합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는데, 조금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2부가 저는 훨씬 좋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의 놀이는 문방구에서 산 딱지도 없고, 게임기도 없고, 유희왕 카드도 없지만, 살아있는 진짜 놀이였고, 그 속에 어느 순간 저도 노마가 되어, 영이가 되어, 또 똘똘이가 되어 함께 합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도 다 가진 아이가 있군요. 기동이도 그러나 밉지 않은 우리의 친구가 되네요.

이 시대에 쓰여진 글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담고 있어도 왜 이리 하나같이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아기자기 재미있는 동화가 가슴에 아름답게 박히면서도 또한 가슴을 아리아리하게도 하는군요.

오늘 아이들에게 너희들 반응이 시원찮아서 책을 읽어주다 말았지만, 이 책 정말 좋더라 이야기 하니 자기들도 좋다고, 읽어달라고 하더라구요. 못 이기는 척 하며 "그럼 슬픈 이야기 읽어줄까? 웃긴 이야기 읽어줄까?"하니까 "웃긴 이야기요."합니다. 그래서 <조그만 어머니> 대신 <삼형제 토끼>를 읽어 주었습니다.

현덕 동화나라에 들어 와서 노마, 똘똘이, 영이, 기동이와 함께 재미나게 놀아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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