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우리말 사전 - 초등.중학생용
김선철.김원희 지음, 김순효 그림 / 열린박물관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참으로 반가운 책을 만났다. 우리말에 익숙치 못한 아이들에게 우리말에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여 이 책이 무척 기대 되었다.
나는 현재 우리말 사전을 두 권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짜장 알아야 할 고운 우리말 100가지>>, <<우리말 사전-초등6학년까지는 꼭 알아야 할>>이라는 책이다. 이 책들은 작년에 아이들에게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에 대해 알게 해 주고 싶어 10월의 권장도서로 정하고 돌려 읽었다. 마침 교과서 진도상 우리말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내어 주었더니 공책空冊, 연필鉛筆 이라는 한자어를 조사해 와서 이게 무슨 우리말이냐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note book, pencil이라는 외래어(외국어) 대신 한글로 적힌 글이니 우리말이고, 교사의 의도는 순우리말을 찾아와야 우리말이었다. 그 중에 우리말 사전을 접한 아이들은 그래도 책에서 봤노라 하면서 몇 가지 아름다운 우리말을 조사해 온 기억이 새롭게 난다.
순우리말이면서도 마치 외래어 같은 말들, 너무나 당연시 쓰고 있어서 외래어지만, 순우리말인 듯한 느낌이 드는 말들도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도록 강요할 필요는 없겠다.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으면서 그 뜻을 음미하고 덮어도 좋겠고(읽은 곳까지 표시할 수 있는 줄이 있어 참 좋다.), 중간중간 펼쳐서 마음에 와 닿는 단어들을 새겨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단어 수도 내가 읽었던 다른 책에 비해 많다. 특히 부록편에는 순우리말이 가나다순으로 4,500개가 있으니 웬만한 것은 다 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모르는 말을 찾아볼 수 있는 사전의 역할에 있어 부족함이 없으리라 본다.
각 단어들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함께 친절하게 풀어 두었고, 사전적 의미는 빨간 색으로 도드라지게 표시 해 두었다. 또 그 낱말이 사용되는 예를 2~3가지씩 들어 두어 이해하기에 참 좋게 구성되어 있다. 곁들여진 그림들도 글의 이해를 충분히 돕고 있다.
사이사이에 소개되어 있는 18개의 쉬어가기도 읽어볼만하다. 걸음의 종류, 눈〔雪〕의 종류, 눈썹의 종류, 머리 모양의 종류, 바람의 종류, 바위의 종류, 벼락의 종류, 볕의 종류, 비의 종류, 서리의 종류, 숨의 종류, 얼음의 종류, 웃음의 종류, 이의 종류, 잠의 종류, 추위의 종류, ‘치’로 끝나는 물고기 이름이 그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넘겨봐도 한 개를 찾을 수 없다. 머리말에 적힌 수는 18갠데... 혹 찾으신 분 계심 댓글이라도!!!^^) 이를 통해 국어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던 비의 종류에 대해서 그 굵기에 따라 는개<이슬비<가랑비임을 다시 정리 해 본다.
또 부산에서 흔히 쓰던 ‘새실 떨다’, ‘사부지기’, ‘추리하다’등의 표준어는 ‘새살 떨다’, ‘사부자기’, ‘추레하다’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정리 해 보면
61쪽 : 그림 속 말주머니에서 쓰인 후덥지근은 후텁지근이라고 고쳐야 할 듯하다.
후텁지근하다[형용사] 조금 불쾌할 정도로 끈끈하고 무더운 기운이 있다.
후덥지근하다[형용사] 열기가 차서 조금 답답할 정도로 더운 느낌이 있다.
하다는 뜻으로 장마철 끈끈한 무더위는 ‘후텁지근’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알고 있다.
121쪽 : 이 책의 구성에 의하면 빨간색 표시 부분은 단어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이다. 따라서 ‘그 돈이 그 돈이다’, 즉 ‘네 것 내 것 가릴 것 없다’는 표시 부분은 ‘주머니돈이 쌈지돈이다’라는 말의 뜻에 대한 풀이이니, ‘쌈지’에 대한 뜻으로는 둘째 줄 ‘남자 어른들이 담배, 돈, 부시 따위를 싸서 가지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라는 부분에 빨간 표시를 하는 것이 옳겠다.
155쪽 : 주니의 뜻풀이에서 ‘두렵거나 확고한 자신이 없어서 내키지 아니하는 마음’, ‘주저하는 마음’이라는 것도 주니의 또 다른 뜻이니 같이 빨간색으로 표시 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넣어 두었던 감투밥, 꽃물, 안다미로 같은 단어들을 200개 단어에서는 만날 수 없었지만, 부록에서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꽃물’이라는 말이 너무 예뻐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른 책이나 국어 사전에는 그 뜻 중 하나가
꽃물 : 곰국, 설렁탕 따위의 고기를 삶아 내고 아직 맹물을 타지 아니한 진한 국물.
이라고 나오는데 이 책에 나오는 ‘중요하고도 아슬아슬한 고비’라는 뜻은 찾을 수 없다. 이 뜻이 사용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다면 많이 쓰이는 뜻이 아닐텐데, 좀 더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뜻을 표현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지적한 이유는 이 책이 다른 종류의 책과는 다른 ‘사전’이기 때문이다. 사전이기에 좀 더 책임감있게 틀린 부분이 없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독자의 욕심이 출판사에 잘 접수되면 좋겠다.
전체적인 느낌은 학교에서, 혹은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줄 참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책 한 권 집에 들여 놓아도 손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