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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쟁탈기 ㅣ 보름달문고 63
천효정 지음, 한승임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천효정 작가의 글은 재미가 있다.
교사 작가 중 '영'한 분이라 그런지 문장들이 통통 튀는 느낌이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사춘기에 접어 든 초등 6학년 아들을 위해
이성교제 관련 동화를 한 편 추천해 달라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이금이 작가의 <<첫사랑>>을 추천해 준 기억이 있다.
만약 지금 책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누군가 이야기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주인공 김세라가 좋아하는 아이는 조금 특별한 아이다.
내로라 하는 이들(?)의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로 전학 온 김세라는
얼굴이 예쁘기도 하지만, 영악하기까지!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 나름의 전략을 세워 학교 생활을 뜻한 대로 착착 풀어간다.
그런 세라의 눈에 든 아이는 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아이가 아닌 다소 부족한 아이 명구다.
다른 아이들처럼 부자 부모를 둔 것도 아니고(명구는 보육원에 산다.),
-보육원에 사는 아이가 사립초등학교라니? 그 이유는 책에 설명되어 있다.-
지적 장애까지 있어서 특수반 입급 아동이기까지 하다.
그런 명구에게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게다가 영악하기까지 한 세라가 마음을 빼앗긴다는 설정이 살짝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느낄 법한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잘 녹여 두어서
즐거운 책읽는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이 첫사랑 쟁탈기니까!
명구를 사이에 두고 세라는 누구와 쟁탈전을 벌이게 될까?
-이것도 책을 통해 만나보면 좋겠다.
어른 중 추억하는 첫사랑의 감정이 초등학교 어느 시절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교실에서는 어김없이 누군가의 사랑이 무르익고 있다.
작년, 2학년 우리 반 아이 하나는 생일축하 편지를 다른 친구들에게는 괴발개발 쓰더니,
여자 친구라고 공표한 아이에게는 온 정성을 다해 주옥같은 문장으로 깨알같은 글을 써서 주었다.
그 때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 마음 먹으면 뭐든 할 아이구나! 하고 말이다.
이렇게 잘 쓰면서 지금까지 다른 친구한테는 왜 그렇게 써 주었냐고 하니
"걔는 제 여자친구잖아요."라고 당당히 말해서 풋~
사랑은 이렇게 용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좋은 감정을 키워가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랑, 그 중에서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함께 누려보는 시간이었다.
"아버지가 의사랬지? 그럼 개인 병원 운영하시니?"
9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굽으로 실룩대며 앞서가던 담임이 뒤돌아 보며 물었다. 가늘고 높은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메이크업 솜씨가 제법 괜찮긴 하지만 뿔테 안경 너머 눈가에 주름이 서너 줄 잡히는 걸로 봐선 서른 후반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