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하는 교실 - 여희숙 선생님의 토론지도 길라잡이
여희숙 지음 / 노브16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토론 관련 연수에서 참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었다. 강사님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사회과 교과서 작업도 하셨다는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토론을 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동시에 어떤 소리(환청)를 듣는다는 거다. "얘들아, 지금부터 놀아봐봐봐봐~~~~" 그러면 아이들은 그 소리에 응답하느라 열심히 논다는 것이다. 아! 바로 그거였구나. 나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토론은 어떻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혀 알려 주지 않은 채 그냥 토론 해 보라고만 했구나, 하면서 가슴을 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토론에 관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전반적인 이야기가 넘쳐 나지만, 찬반토론의 형식과 절차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울쪽 초등 토론 대회의 동영상을 보았다. 논제는 "초등학교에서의 한자 교육이 필요한가?"라는 것이었고, 아이들의 찬반 토론과 질의응답을 보면서, 아 이렇게 하는구나. 작전시간은 이래서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아주 어렴풋이 깨달았다.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의 진도를 이제는 좀 빼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독서토론 지도교사 직무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실제로 토론에 참여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교육과정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먼저, 바람직한 독서교육의 구체적인 방법들이라는 논제로 피라미드 토론을 실시하였다. 세 개의 카드를 준비하여 나의 의견을 쓰고, 두 사람이 만나서 1:1 토론을 하였다. 그 결과 여섯 개 중 세 개를 버리고 다시 2:2로 만나 세 개 버리고 세 개 선택... 4:4로 반복하여서 남겨진 세 개를 가지고 전지에 종이를 붙이고 제목 붙이고 꾸미는 거다. 아이들과 사회과 수업 하면서 적용 해 볼만한 방식이다. 역피라미드 토론법.

그리고 원탁모둠 토론을 거쳐 패널을 선정한 후 직소우 토론 형식으로 책에 대한 자유 토론을 실시하였다. <<연을 쫓는 아이>>라는 할 말 많은 소설을 선정하여 실시한 패널 토론은 패널들이 많이 나와서 3분씩 모두 3회를 실시하는 바람에 조금 지겨운 감은 있었으나, 독서토론이 이렇게 진행되나 보다는 감을 확실히 잡게 해 주었다.

<<유진과 유진>>을 읽고서는 찬반토론 형식의 'CEDA토론'을 실시하였는데, 논제는 '건우가 큰유진과 사귀려 할 때, 건우 엄마가 취한 태도는 자식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였다. 이 때 찬성, 반대는 자기 의사가 아니라 주어지는 거라는 것이 묘미가 있는 것 같다. 반대를 하고 싶지만, 찬성을 하게 된 경우 토론 진행을 위해 자신과 다른 입장을 이해 해 보는 것, 이것이 바로 토론이 주는 교육적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토론이라는 것은 경쟁해서 이기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면서 남의 의견을 수용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에서는 서울대 이병민 교수의 말을 빌어 토론의 전제를 '타인에게 설득당할 자세를 갖추는 것'이라 했고, 여희숙 선생님은 다른 말로 '토론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옮기셨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왜 여희숙 선생님의 책 이야기를 하다가 토론 연수를 끄집어 냈냐면, 솔직히 참 좋은 책일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잡은 책이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배경 지식이 부족하여 책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토론 연수를 받고 나서 책을 계속 읽으니 책에서 이야기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주 쉽게 이해가 되어 진도가 쑥쑥 나갔기 때문이다. 책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다 충족 된 상태에서 읽는 것이 책의 이해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참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토론 학습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2장은 토론의 기초와 기본 내용을, 3장은 토론 지도의 실제 내용을, 4장은 토론 수업 따라하기로 정리 해 두었다. 그리고 후기와 토론하기 좋을 논제와 수업 지도안 등이 실려 있는 부록까지.

토론을 지도할 때는 여희숙 선생님처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만드는 6가지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평소 토론 가능한 주제의 안건에 대해 *자신의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찾아 그것을 제시하고, *이유의 옳음을 설명하고, 즉 논증을 하고 *나의 결론에 반대 또는 대조되는 의견(반론)이나 생각을 고려하여 내 생각과 견주어 그것이 비논리적임을 보여주거나 잘못됨을 지적하고 *예외를 정리하여 보여준다.

이를 쉽게 다시 적으면, 안건, 결론, 이유, 설명, 반론에 대한 고려(반론꺾기), 정리가 되겠다. 아이들에게 이것부터 지도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 제시 된 토론의 절차는 이번 연수에서 받은 토론의 절차와 조금 차이가 있다. CEDA토론에서 그 순서는 찬성 토론자가 시작해서 찬성 토론자가 마무리 한다는 것, 또 상대측에 질문(교차심문)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전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는 것은 같다. 물론 토론의 유형과 형식은 진행자가 잡기에 따라 그 모형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안내 받은 교실 CEDA모형이 맘에 들어 잠깐 옮겨 본다.

*토론자는 찬성, 반대 각 4명이며 교실수업 모형으로 총 소요시간이 40분 주어지면 순서는 다음과 같다.

긍정측 1토론자의 입론(2분)--->부정측 3, 4 토론자의 교차심문(5분)--->작전타임(2분)--->부정측 2토론자의 반론(2분)--->긍정측 2 토론자의 반론(2분)--->긍정측 3 토론자의 입론(2분)--->부정측 1, 2 토론자의 교차심문(5분)--->부정측 3토론자의 입론(2분)--->긍정측 1, 2 토론자의 교차심문(5분)--->작전타임(2분)--->부정측 4 토론자의 반론(2분)--->긍정측 4 토론자의 반론(2분)   ================복잡하다!!! 하지만, 이 순서에 맞게 실제로 한 번 해 보면 감이 확실히 잡힌다. 정해진 시간과 순서를 지켜서 찬반토론을 할 경우 논제만 잘 잡으면 참 재미있는 토론이 될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참으로 막연한 토론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참고할 만한 도서도 많이 소개 되어 있다. 그리고 독서 지도로 무언가 부족하다는 목마름에 대한 약간의 갈증 해소가 되었다. 독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논술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토론 지도는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많이 공부해야 할 영역이 되겠다.

여담이지만, 여희숙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두 번 뵈었는데, '참 따뜻한 분이시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곱고 단아한 외모와 잔잔한 미소, 그것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허스키한 중성적인 음성이 묘한 매력을 내는 분. 남을 먼저 배려하고, 그리고 말 한 마디에도 큰 친절이 배어나는 분. 보고만 있어도 참 편안한 그런 분. 이 책에는 여희숙 선생님의 사인도 들어있어 더욱 값지게 보관하고 있다. 이 다음에 토론을 정식으로 하게 될 때 참고하느라 책을 많이 열어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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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2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봐야겠군요~~~ ^^

bookJourney 2008-08-2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 이런 책이 어린이용으로도 있으면 좋겠어요. ^^

희망찬샘 2008-08-29 06:47   좋아요 0 | URL
혹시 그런 책 먼저 발견하심 제게도 꼭 알려 주세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편해문 지음 / 소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어린 시절 손발이 부르트도록 놀았다. 바쁘신 부모님은 그만 놀아라 하지 않으셨고, 나는 온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밤 늦은 줄도 모르고 놀았다.

진돌, 자치기, 오징어 달구지, 딱지치기, 재기차기, 고무줄 놀이, 호박따기, 사방치기, 비석치기(우리는 씨차기라 했던 것 같다.) 공기놀이(살구, 많은 살구), 여우야 여우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이름도 열거할 수 없는 그 많은 놀이를 하면서 정말 열심히 뛰어 다녔다. 지칠 줄 모르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놀이를 모른다. 그래서 놀이를 가르쳐 주려고 해도 나도 그 놀이들을 잊고 산 지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놀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곤 책을 펼쳐 본다. 그래도 놀이의 맛을 전달 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놀이를 가르치려 하면 동시에 재미는 달아난다는 것이다. 놀이는 그 속에 웃음이 묻어나야하는데 재미가 달아난 놀이 속에서는 웃음을 발견할 수가 없다. 저자는 놀이는 끝없는 시간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잘 놀지 못하거나, 편을 먹을 때 짝수가 되지 않으면 짝이 안 맞으니 너는 빠져라가 아니라 "그럼 넌 깍두기 해라."며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감싸 안을 줄 알았던 우리, 지치지 않고 놀고 또 놀았고, 져도 아무도 울지 않았던 그 시절의 놀이는 돈이 들지 않았다.

학교에 나오니 아이들이 딱지 놀이를 하는데 그 딱지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달력을 뜯어, 잡지책을 뜯어, 혹은 신문지로 큰 딱지, 작은 딱지 많이 접어 따고 꼬르고(잃고)를 반복하던 우리와 달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딱지라는 것이 문방구에서 거금 100원을 주고 산 것이라니(10년 전의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보고 우리도 만들어서 놀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만들어서 가지고 오면 아이들이 안 배워 주는데요.(안 놀아 주는데요.)"한다. 돌 주워 많은 살구(공기)하던 우리와 달리 아이들은 공기를 문방구에서 사고, 비석치기는 멋진 돌을 주워 나서는 수고는 애초에 할 필요도 없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잘 제작되어 교구로 만들어져 체육창고에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놀이를 준비하는 그 과정 자체가 놀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벌써 그 놀이 한 단계를 잃어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거리에 쏟아져 나와 길놀이, 땅놀이를 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진 놀이들을 저자는 인도에서 발견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져 가슴이 뛰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많던 놀이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왜 저자는 놀이를 찾아 다른 나라를 갔어야만 했을까?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범인은 학원인 것 같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과외 금지령이 내려, 아이들은 애터지게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피아노, 미술 학원도 잘 사는 집 아이들 몇 만 다녔을 뿐-아이들은 그저 놀기 위해 세상에 온 것처럼 아무 간섭을 받지 않고 놀 수 있었다. 예전처럼 지금도 저소득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은 바쁘지만, 그 부모를 대신할 보모로 컴퓨터와 TV가 떡 하니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고단한 부모의 삶과는 무관하게 예전의 아이들은 밖에서 실컷 뛰어 놀아서 놀이치료 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점점 병들고 있다는 그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돈 들이지 않고 신나게 땀흘리면서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그 놀이들이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체육시간에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로 돼지불알놀이, 열발놀이, 오징어 달구지 놀이를 할 때, 옷이 찢어져도 다음에 한 번 더 하자던 그 환한 미소를 기억하면서 가끔이지만 그렇게 뛰어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놀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요즘 아이들은 놀 줄 모른다고 "쯧쯧쯧~"하던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했던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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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1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반성을 하게 하는 리뷰입니다.

다 쓴 노트나 신문지를 겹겹이 모아 만들어 놀던 딱지치기, 머리핀(실핀)을 옷핀에 줄줄이 꿰어 가지고 다니며 하던 핀치기, 땅에 선그어가며 하던 땅따먹기, 교복치마 속에 반바지를 챙겨입고서까지 하던 고무줄 놀이, 동글동글 예쁜 돌을 모아 하던 공기놀이, 온갖 종류의 팔방~ 모두 그리운 놀이들이에요.
요즘 어른들은 ...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큰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요?

희망찬샘 2008-07-11 06:19   좋아요 0 | URL
끝없는 놀이의 계발은 못할지라도, 우리 놀이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교사라는 위치가 어느 정도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순오기 2008-07-12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시간도 안 주지만 애들이 모여도 같이 놀줄을 모르고 TV나 컴에 매달리는 현실~~ㅜㅜ
놀이는 가르치는게 아니라 저절로 습득 진화되어야 하는데...안타깝죠!

ktj9279 2009-01-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소나무 출판사입니다.
책을 만드는 노동이 궁극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과 지식, 정서, 마음을 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나아가 삶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꾸리고 있습니다.
놀 시간과 공간과 마음을 되살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맘껏 놀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항상 함께 하시는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리뷰라 마음에 더 와닿네요.
더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나무 홈페이지로 퍼갑니다.
http://www.sonamoobook.co.kr/
들어오셔서 글과 마음을 나누는 마당을 함께 만들어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희망찬샘 2009-01-06 12:07   좋아요 0 | URL
영광입니다.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 두 교사의 교실 기록으로 들여다 본 초등학교
박남기.박점숙.문지현 지음 / 우리교육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남자들 모이면 군대 이야기 신나게 한다. 모두들 어찌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여자들 모이면 애기 낳은 이야기를 신나게 한다. 애기 낳기까지 사연 없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나 또한 거기에 힘을 보태어서 아기가 거꾸로 있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사들이 모이면 아이들 이야기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이야깃거리다. 오늘은 이런 일로 신이 났고, 또 이런 일로 속상했다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많은 교사들이 교단일기에 담고 있다.

나 또한 나의 첫 제자였던 98년 6학년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교단일기를 같이 써 가면서 내가 그들의 일기를 검사하듯, 그들도 나의 일기를 검사하게 했던 일이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고, 그 때의 일기장은 나의 재산목록 1호가 되어 있으며, 그 일기장은 나에게 뿐만 아니라 그 때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다.

이 책은 두 교사의 교단일기다.

이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어서 새내기의 좌충우돌의 수련기를 극복했을 문지현 교사와 세월과 함께 부지런히 자신을 갈고 닦아 나름의 노련함을 지니게 된 박점숙 교사의 이야기. 그리고 그 두 교사의 딱 중간시점에 서 있는 독자인 나.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 교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지나 온 할말 많았던 나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아이같은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새내기 교사의 이야기는 나는 잘 하고 있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문교사는 정말 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깊은 사랑을 베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간혹 어리버리했던 나의 초임 시절과 달리 요즘 후배들은 너무나 자신을 잘 단련해서 잘 갖추어진 교사의 모습으로 교단에 선다는 느낌이 들고, 상대적으로 나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 속상할 때가 있었다. 나도 부지런히 하는데, 왜 후배의 교실이 더 질서있고 멋져 보일까? 생각하면서도 후배에게서라도 배우자 맘 먹어 본다. 문교사의 글을 읽으면서도 그런 묘한 질투심-너무 행복해 하고, 실패없는 성공만 이야기 되는 것 같아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아이들과 겪은 갈등, 학부모와의 갈등 등을 잘 엮어 내어 주어 현장 교사로서의 모습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고, 우리는 모두 비슷하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박교사의 글은 지나온 시간과 아울러 노련함이 많이 느껴졌다. 학급경영에 관해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선배 교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나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되돌아 보는 자세 또한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고, 참고할 만한 내용들도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영악하기 그지 없는 요즘 아이들(모두가 그렇진 않더라도 한 반에 골머리를 앓게 하는 아이가 한 둘 있을 법도 한데...)과 달리 6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순한 양같다. 내 속을 썩이는 법이 없다. 아직까지는. 그 아이들 덕에 나의 학교 생활도 참 편안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매일 예쁘다.

하지만, 자기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아이들을 보면, 참 많이 속상하다. 오늘도 알림장 제대로 보지 않고, 숙제 제대로 해 오지 않고 그저 생각없이 사는 것 같은 아이들 보며 많이 속이 상했다. 매는 들지 않겠다 약속을 했고, 그 매를 통해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을 거라는 것은 알지만, 매를 들지 않아서 아이들이 이렇게 과제와 준비물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정말 많이 든다. 야단을 맞으니 교실 분위기도 촥~ 가라 앉아 버렸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쉬는 시간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우렁찬(?) 가위바위보 소리를 시작으로 열심히 딱지 따먹기 놀이에 집중! - 야단 들으면 우울해지고 기분 나빠지는 것이 정상 아닌가?! 싶다가도 어쩜 꽁~ 하지 않고 빨리 잊어주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잘 하고 있나 한 번 더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지닌 교사가 되기 위해 힘써 노력하리라 맘 먹어 본다. 아이들과 되도록이면 좋은 이야기를 나의 교단일기에 가득 메꾸어 나가도록 하기 위해 좀 더 부지런하게 노력하여 이 땅의 희망찬 교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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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단일기를 써 아이들이 검사했던 선생님의 경험담이 제겐 확~ 꽂히는군요. 이제 교대1학년이지만 우리 큰딸이 교단에 섰을때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 기회되면 봐야겠어요.

희망찬샘 2008-07-04 06:05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서 생각한 점 하나는요, 우리 모두는 교단일기 하나만 써도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거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출판 안 해 주면 개인 출판이라도. ㅋㅋㅋ~ 사이버 세상의 일기 보다는 공책에 쓰는 일기가 확실히 더 정감있는 추억을 남겨 주네요. 근데 이제는 자판 두드리는 것이 더 익숙해져서. 1학년인 따님~ 학교 생활이 많이 바쁘지요? 근데 뒤돌아 놓고 생각해 보니 그 때 조금 더 많이 배우고 애쓰지 못했던 점들도 후회로 남습니다. 좋은 추억과 함께 좋은 공부 많이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어머님이 알아서 다 도움 주시겠지만.

순오기 2008-07-05 07:09   좋아요 0 | URL
손으로 꾹꾹 눌러 쓰는 일기를 써야 하는데...애들 어려서 육아일기 쬐금 끼적이다 말고...ㅠㅠ
그러게요. 지나고 나면 다 후회되는데, 우리 딸은 방학이라 만날 빈둥빈둥~~~ 오늘은 중3동생 데리고 서울 시청앞으로 촛불집회 갑니다. 10대 동생을 역사 현장에 서게 한다는 취지로...
 
5분의 기적 EFT - 건강ㆍ행복ㆍ성공의 테크닉
최인원 외 지음, EFT Korea 감수 / 정신세계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소개 받고 처음에 읽기를 무척 꺼렸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쉬운 책만 주로 읽는 편이라... 어려운 책 읽다 힘들면 맘이 조금 괴로워서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아주 좋은 책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그 책 읽으니 책에 집중이 안 되고, 엉뚱한 생각들만 떠올라 책의 진도를 낼 수 없는... 뭔 말이 뭔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뭐 그런 책들. 그런 책 참 안 좋아하는데, 이 책도 왠지 분위기가 딱딱하고 전문적이고, 그래서 저를 무척이나 힘들게 할 그런 책으로 보였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정말 쉽게 잘 적혀 있고, 진도 쭉쭉 잘 나갑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가득 한 이 책 내용의 대부분이 무척 신뢰롭다는 점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책 제목대로 EFT를 이용해 5분 정도에 기적의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나, 책에서 말한대로 아직 두드려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동영상도 보지 못해서, 그걸 다 보고 저도 한 번 두드려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요, 책에서는 무척 쉽다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게 사실 그렇게 쉽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가령 신체적인 아픔이 있는데, 그걸 EFT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면 그 이면에 숨어있는 숨겨진 감정을 찾아내어 치료를 하라고 되어 있는데, 그 숨겨진 감정을 찾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증상보다 더 깊고 큰 감정적 문제를 알아 낼 수 없다면 치료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물론 저자는 그래도 걱정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방해하는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한 안내도 책에 잘 안내되어 있으니, 책을 읽으면 아픈 주변 사람들을 의사가 아닌 내가 치료해 줄 수도 있지 않겠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위에 아픈 사람들 많은데, 말이지요.

손날을 세워 타점을 두드리는 것이 바늘을 사용하지 않는 침술과 같다는 말, 그리고 핵심 주제들을 잘 찾아내어 수용확언을 함으로써 고통지수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말은 무척이나 공감이 갑니다. 그런 과정에서 몸의 에너지 체계들이 다시 정렬되어 우리를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두드리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면 정말로 몸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 안 들고, 힘 안 들고. 그러면서 치료효과까지 있다고 하는 EFT를 저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무지 신기했습니다.

동영상도 보고 책도 다시 살펴 보면서 이제 정말 두드려 보아야겠습니다.

선무당 사람 잡을 수도 있다는데... 다른 사람에게 응용해 보다 실수 하면 어쩌나 걱정 살짝 했는데, 부작용이 전혀 없으니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어 두어도 된다고 합니다.

익숙해 진다면, 불안해 하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평화로움을 선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봅니다. 주위 분들에게 사서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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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8-06-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가 아프다 해서 "나는 지금 많이 아프지만, 곧 나을 겁니다."하면서 두드리면 낫는다며 두드려 주었더니... 아무렇게나 두드렸다는 게 문제지만, 지 혼자 막 두드립니다. 다섯 살 꼬마 아이의 자기 암시. 그걸 보고 제대로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더군요. 좋은 책을 많은 분들이 사서 읽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교실 속 딜레마 상황 100문 101답 1 - 초등 지혜로운 교사 2
우리교육 편집부 엮음 / 우리교육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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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서툴렀고, 그리고 지금도 서툰 교사인 내게 이 책은 참 고마운 책이었다.
초임 교사가 이책을 만나면 우왕좌왕 기간에 참 반가운 책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도 참 많은 도움이 된 무척 고마운 책이 되어 주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주 편안했고, 기분이 좋았으며, "그래, 맞아."하면서 무릎을 쳤다. 또, 이제 나름의 경륜이 생겼기에 나도 저자가 되어 각각의 질문에 답도 해 보았다. 하나같이 귀하고 소중한 답변들로 아직도 남아있는 우리 교육의 희망을 본다. 가슴 따뜻한 선생님,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는 교사가 있기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나도 더욱 굳건한 이 땅의 교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부담없이 읽기에도 참 좋다. 신규 교사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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