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를 믿지 마라! - 아이들과 교사를 바보로 만드는 초등 교과서의 비밀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학기 아이의 수학 성적에 함께 많이 좌절한 나는 이 마음을 다른 곳에서 위로 받고 싶었다.  

3학년 선생님들에게 "왜 이렇게 수학 교과서가 어려운가요? 예전에 3학년 할 때 아이들 공부 시키기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왜 우리 아이 공부 가르치는 것은 이렇게 힘든 걸까요?"(겨울 방학 동안 내 일을 하느라 아이의 공부를 꼼꼼히 돌봐주지 못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나 보다 생각하면서 자책했다.) 하면서 투덜거렸다. 선생님들이 뭔 죄가 있담?

동기 모임 가서, 3학년 맡고 있다는 수학과의 우등 졸업생 동기에게 수학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하소연을 했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한다 싶다고, 둘이 또 한참을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했다. 실컷 가르치고 난 후 온화한 미소를 띄며 "알겠나?" 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열을 확 내면서 설명한 후 멍하니 쳐다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목소리톤을 올려서 "그래도 모르겠나?"라고 이야기 하는 자신의 모습이 괴롭다 했다.  

초등에서 수학의 고비는 4학년이라 했다. 갑자기 나온 큰 수의 쓰기, 읽기, 셈하기가 아이들을 실수라는 이름으로 실력발휘하게 하면서 수학 잘 하는 아이와 잘 못하는 아이들을 갈라 두었었는데, 이제 그 위기가 3학년으로 넘어 온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맡고 있는 학년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희망이 학년 교과서에 대한 불만으로 툴툴거리며 지난 학기를 보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가졌던 그 불평불만들이 다른 엄마들이 가진 불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교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비밀은 어려워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더 많은 능력을 가지도록 요구받고 있고,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지만, 더 낮은 성과를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책에는 각 학년별 교과서의 문제점과 각 과목별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해 두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경우는 이런 해석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했지만,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은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내게도 반드시 고민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임을 생각하게 한다.  

문제가 있다면 보고 있지 말고 문제를 제기하라고 한다. 그러한 문제 제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드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려워진 교과서에 아이들 수준을 맞추기 위한 고민 보다도 좀 더 쉬운 교과서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길을 위해 누군가가 선구자적인 안목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교사라면 한 번 읽어보아야할 것 같다.  

이 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읽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도 느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이지만, 어려운 교과서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재미있게 가르칠까 하는 고민, 많이많이 필요하겠다. 

초등 1, 2학년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속에서 2007 개정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총론만 바뀌었지 교과서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교사들도 잘 모르는 많은 사실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초등 전학년이 2007 개정 교과서 체제에 들어 갔으며 교과서 개정으로 인한 학습결손은 보충 교재로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학습공백을 메우는데는 많은 문제점들을 낳게 될 것이다. 이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으려 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은 아이들의 고통지수를 높이고 있다. 이 아이들의 학습을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그 책임을 모두가 조금씩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덧붙여) 작년 4학년 개정 교과서로 가르쳤던 사회 1학기-지도, 축척... 시험을 치고 나서 아이들의 점수에 충격받았던 우리 동학년은 이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께 얼마나 호되게 꾸중을 들을까를 생각하면서 시험 문제가 너무너무 어려웠으니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는 긴긴 편지를 썼더랬다. 우리 학교만 사정이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부산에서 쟁쟁하다는(? 과연 그곳이 어디일까 마는...) 학교도 같은 일들을 겪었다 하니... 이후 4학년의 사회 교육청 문제는 난이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 같고, 시험 문제 출제에 있어 다른 교과보다도 더 세심한 검수를 하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주욱 쉽게 나왔더랬다. 교과서를 알지 못하는 부모들은 교사가 잘못 가르쳐서, 아니면, 문제를 잘 못 내서, 혹은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고 얼마나 속상해 했을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퍼남매맘 2011-09-04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 학년에 비해 학습 부담이 확실히 커져서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당황하는 학년이 바로 3학년이 되어버렸어요. 교과서 글씨도 갑자기 작아지고.... 저희 딸도 수학이 약해요. 미술을 잘하니 약한 부분도 있겠다 생각하죠. 그래도 충격적인 점수를 받아 오면 평정심을 잃고 야단을 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죠. 수학은 매일 연습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한 번 읽어 봐야겠네요.

희망찬샘 2011-09-04 07:22   좋아요 0 | URL
꼭 읽어 보세요. 아이들 가르치는데 많은 이해를 가져다 줄 거예요. 강추, 강추!!!

BRINY 2011-09-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고등학교 간에도 교과서 내용 연결이 잘 안되는 거 같아요. 갑자기 용어 같은 것도 어려워지고요. 필수과목이 아니면 시수배당에서도 밀려서 진도도 제대로 나갈 수 없구요. 제가 지도하는 과목은 주3회 수업을 기준으로 교과서가 만들어졌는데, 전 주2회밖에 수업을 못하거든요. 1년동안 교과서 진도 절반밖에 못할 거에요.

희망찬샘 2011-09-04 13:56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가 그럴진대, 중고등학교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아요. 교과서 개정 때마다 내용을 줄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방학하는 날까지 바빠지는 걸로 봐서 교과 내용이 결코 줄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각종 행사가 넘쳐나는 것도 문제지만 말이에요.

캔디 2011-09-0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보기에서 목차를 보고 오~읽고 싶은 유혹이 생기네요
저 역시 대학생이 있는 학부모라 목차만 봐도 동감이 되네요
딸래미 유학간지 4년이 되어 가고 있는데 처음 가서 하는말이 학교공부 진도는 너무 느려 문제가 아닌데
책읽기가 많이 부족했다는 말에 조금 놀랬지요
우리딸이 영어는 정말 잘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가?'문제는 SAT랍니다
전에 입시학원10년을 했기에 책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욱 중요성을 실감했지요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 큰아이의 초등친구(아직도 모임을 갖고 있죠)아이들보니
공부가 목표인 아이들은 입시에서도 많이 깨어져 있었어요
저도 한번 무너지는 경험(반수해서 다시 대학을 )했지요
친구들 중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다르더군요
문제는 공부습관과 시간 투자인것 같습니다
지난해 문과 수능수석은 사교육 받아본 적 없는 시골마을 고3여학생,
얼마전 중학생이 토플만점받아 신문에 났는데 영어책 읽기라네요(이건 정말 동감합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정말 학습이해도(수학도)가 대단한 걸 많이 봤어요
엄마들은 학원을 보내면 다 해결되는 줄 착각하는데
함정은 있어요 눈앞에 성적.
문제있는 공부방식을 대학을 보내본 학부모들은
뒤 늦게 알게 되지요
정말 학원이 필요할때도 있겠지요 부족된 부분 필요할때,초등학생은 엄마가 봐 줄 수 없을때
엄마들이 학교보다 학원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 교과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읽는 아이들은 다르더군요
초등성적은 엄마성적임을 실감한 엄마라서
전 은하가 모든 학습의 기초인 책읽기습관으로 밀고 갈겁니다^^
토요일 은하가 우리선생님께서 숫자 읽는 법을 아주 쉽게 가르쳐 주셔서 이제 자신 있다고 혼자 숙제하겠다고
큰소리치며 해 갔어요

2011-09-05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5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6 0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6 0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6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고은우 외 지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표지의 그림이 재미있다. 뽀개진 '력'자를 보면서 찬이가 "엄마, 폭력은 나쁜 거니까 없애버려야 한다는 뜻이지요?" 한다.  

어리버리 초년 교사 시절 나는 빨리 제자를 갖고 싶어서 6학년을 자진해서 맡겠노라 이야기 했다. 아이들을 잘 다루지 못해 눈물도 많이 뿌렸지만, 그들의 특별한 사랑을 담뿍 받았던 거 같다.  

그 때 새학년 첫날 아이들에게 우리 반에서 누가 가장 싸움을 잘하냐고 물었다. 의외로 덩치가 큰 남학생보다도 중간 정도의 키인 한 아이를 친구들이 지목했다. 이전 해에 중간발령을 받아 간 교실에서는 내 통제의 힘이 닿지 않은 아이들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날마다 싸우는 아이들(유독 한 아이가 매일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했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나의 능력이 너무나도 미숙했다는 생각이 든다.)과 나름 힘을 과시하는 아이들은 4학년이었지만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힘을 평정하는 것이 참 중요할 거라는 생각에 짱이라는 그 아이를 우리 반의 '보디 가드'로 임명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을 잘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랬다. 6학년 정도가 되면 나름 힘의 순위가 매겨져 있어 싸움이 오히려 적게 일어난다. 이전에는 힘겨루기를 하느라 싸우던 아이들도 나름의 순위에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머리가 커서 내 이야기를 잘 알아 들었는지,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내 부탁을 일 년 동안 정말 잘 들어 주었고, 밖에서 축구를 하다가 크게 싸웠던 날도 "선생님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 속상해 하신다."고 말해 가끔 싸우기도 했다는 사실(그 때 제법 크게 싸웠다는데...)을 졸업 후 한참 지나서 알게 되었다.  

초등 교사들의 커뮤니티에서 고민의 글을 읽을 때면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의 일탈행동 때문에 고민하는 교사들, 아이들의 잘못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아프거나, 다른 길을 모색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교사들을 만나곤 하는데,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교사로서 받는 끝없는 도전은 고민하게 하고, 연구하게도 하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 내 무능을 실감하는 것 보다 좋은 아이들을 만나서 힘들지 않게 지내는 행운을 바라는 나약한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게 한다. 감당할 영역을 벗어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참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아이의 문제행동은 그 아이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일인데, 그 문제가 가정환경에서 부터 비롯되었다면 해결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더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연구의 결과물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쓴 사실의 기록이다. 책을 통해 만난 다양한 폭력의 유형과 그것에 대처해 나가는 때로는 미숙하고 때로는 노련한 교사들의 이야기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아이들의 센척하기와 얕보이지 않기 위해 때론 비겁하지만, 자신이 당한 것을 다른 아이들에게 보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를 생각해 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들과 소통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한 교실에서 폭력으로 인해 (그것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마음을 다친 아이들의 상처는 치유된 듯하더라도 뿌리깊은 흉터를 남긴다. 이런 아이들이 없도록 도와주기 위해 교사는 안테나를 뻗어 교실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함께 하루종일 생활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참 읽기가 어려운데, 중등학교의 생활지도는 정말이지 어렵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이야기는 <나이팅게일의 일기>였다. 동시에 참 재미있게 본 일드 <여왕의 교실>이 생각난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 선생님은 정말 멋졌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갈등을 대화의 영역으로 끌어내 화해시켜야 할 책임이 교사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더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피드 컴활용 - 수업사례 교직실무 사용설명서
황정회 지음 / 테크빌교육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 현재 가장 가지고 싶은 책이다. 인디스쿨의 책읽는 선생님 코너를 운영하고 계시는 소금별 선생님은 소금별의 스피드 컴활용이라는 코너 또한 운영하시는데, 이번에 부산에도 아주 잠깐 연수를 오신다길래 오후 연수를 신청 해 두었다.  

교실에서 활용하는 컴퓨터쪽으로는 전문가시니까 이 책을 쓰셨겠지만, 선생님은 책 또한 무척 좋아하셔서 아이들과 책읽기 후 그 느낌을 사이버 세상에서 공유하시는 걸 살짝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아, 이 책 너무 비싼데... 그래도 무척 갖고 싶다. 책도 사지 않고 리뷰쓰기를 클릭하는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이렇게 비싼 책에 리뷰가 아직 안 달려서 땡스투 적립금을 쓸 수 없음이 안타까워 주저리주저리.... 

그럼 주문하러 고고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 2010 새로고침판 자꾸자꾸 빛나는 1
이상석 지음, 박재동 그림 / 양철북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도 참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못 하는 일이지만, 큰일을 하시는 분들 뵈면서 조금이라도 따라 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이지만 아이들에게 "우리 선생님, 참 좋다."는 칭찬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런 맘을 먹고 있는 제게 또 하나의 스승이 되어 주는 책입니다. 20년 전에 쓴 글들을 다시 엮었다고 하지만,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글은 시간을 넘어서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온 몸을 던져 투쟁하셨던 선생님의 20년 전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무슨 불의한 일이 있으면 전교조가 나서야 하지 않냐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전교조 활동을 꺼려 합니다. 어느 교장 선생님은 부장교사 보직을 줄 때 전교조 탈퇴를 먼저 권하기도 하신답니다.

전교조 명단이 공개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누가 그런 거 조회 해 보고 있냐고,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데 그런 거 뒤적이고 있냐고 했더니 울 언니는 왜 안 보냐고 나도 열어 보았다고, 너희 학교에 전교조 샘 3명이더라고 이야기 합니다. 학부모들은 내가 전교조 샘이라서 좋을까, 싫을까 아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제가 전교조 활동을 하는 것은 투쟁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교육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시고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의 활동에 제 회비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올해도 재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일제고사 반대투쟁과 민주노동당 찬조금을 내었다는 이유로 해직의 위기에 처한 선생님들을 위한 안타까운 마음은 사실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마음먹는 것 말고는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요. 그래도 전교조가 추구하는 참교육을 위해 제가 할 일을 찾아보면서 항상 궁리하는 것으로 그분들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신 이상석 선생님은 부산 분이시네요. 성모동산의 이야기도 나오고, 부산대학 넉넉한터 이야기도 나오고, 그리고 익숙한 구수한 부산 사투리도 나오니 책을 읽으면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제자들과 겪은 일들을 읽으며 눈물이 울컥 날 뻔하였습니다. 이런 분께 배운 아이들은 참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료 교사들이 표현했던 불편한 감정들 또한 다른 시선으로 이해가 되니 저도 제법 나이가 먹었나 봅니다.

살아있는 글쓰기를 위해서,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노력하셨던 선생님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커다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선생님이 들려 주셨던 은사님 이야기는 제게도 저의 선생님을 떠올려 보게 합니다. 제가 교사가 되었을 때 우리 동생은 스승의 날마다 좋은 선생님 되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곁들인 말이 지금까지 배워 오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혹시 울 동생이 좋은 학생이 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좋은 교사가 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선생을 해 보면 해 볼수록 더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의 수고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면서 그 일에 앞장서지 못하고 누군가가 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누군가가 하려하니 그 누군가는 힘이 듭니다. 이제는 모두가 하나 되어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한 10년 뒤쯤 나를 찾아왔습니다. 나는 쉰을 바라보고 있겠군요. 그런데 내가 아주 힘없는 늙은이가 되어 교직에 자신감도 없고, 돈이나 밝히고 교육이야 되든지 말든지 시간이나 때우는 교사가 되어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내가 여러분을 떳떳이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교사로 남아 있는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내가 어찌 여러분을 반기겠습니까. 슬슬 피하거나, 괜히 나를 과장해서 헛된 말이나 하지 않을까요.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 잘못한 것을 반성하고 좀 더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 있다면, 교사로서 원숙한 경지에 들어서서 부끄럼없는 교사가 되어 있다면, 나는 여러분 앞에 나서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416쪽)

중요한 것은 헤어져서 다시 만났을 때 지난날 함께 있었을 때 추억 말고는 이야기할 게 없다면 그건 불행입니다. 추억도 좋지만 그것은 두세 시간 얘깃거리밖에 안 됩니다. 그 뒤의 발전한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417쪽) 

감동적인 시간을 선물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12-3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전에 나온 책으로 읽어 개정판은 뭐가 다른지 모르지만, 참 감동스럽게 읽었던 책이에요.
모두가 할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기를 바라는 우리 마음부터 바꿔야 되는데 그게 잘 안되죠.ㅜㅜ

희망찬샘 2010-12-30 17:47   좋아요 0 | URL
양철북 책은 이렇게 저를 또 감동시키네요. 크~ 데쓰조의 감동이 아직도 맘에 남아 있거든요.

오월의바람 2011-01-0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도 좋지만 그것은 두세 시간 얘깃거리밖에 안 됩니다. 그 뒤의 발전한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멋진 말이네요. 발전하는 교사의 모습이 있어야겠죠. 감동입니다.

희망찬샘 2011-01-03 15:26   좋아요 0 | URL
바람님도 한 번 읽어보심 좋을 책이에요. 강추입니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이런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고 해서 제목을 머리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오래 된 책의 책장을 넘기며(2000년 출간물이지만 이 책이 쓰여진 것은 1972년이다.) 묘한 충격에 휩싸였다. 

어린이 공화국의 창시자 : 헤수스 실바 멘데스 신부와 15명의 아이들 

언제? : 1956년 

어디서? : 에스파냐의 오렌세 

이 곳은... 인종과 종교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진정한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며 완성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어린이 공화국의 공식 이름은 벤포스타 나시온 데 무차초스로 '벤포스타 어린이 나라'라는 뜻이다. 무차초스 서커스단은 전 세계에 벤포스타를 알리는 역할을 했는데, 이곳의 독특함을 책에서 인용해 보자. 

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을 믿는 어른은 드물다. 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책임을 맡길 만한 용기를 지닌 어른들이란 무척 적다. 실바 신부는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이었고, 벤포스타가 1956년부터 걸어온 발전의 역사는 실바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37쪽) 

실바는 현실이 꿈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말한다. 현실이 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오물에 무릎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현실을 아름답게 마주할 마음이 되어 있는 사람만이 꿈을 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41쪽) 

아이들에게 세상의 잘못된 모습을 보여 주되,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실바의 교육 방침이다.(42쪽) 

이 어린이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어른은 실바 한 사람밖에 없다. 이런 특권은 아마도 실바가 자기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자기들을 인정해 준 것에 대해 아이들 쪽에서 한 보답일 것이다.(43쪽) 

실바는 '완성된' 벤포스타는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 실바는 벤포스타가 완성될까 봐 걱정한다. 완성이란 움직임이 멈추는 것이며 틀 속에 갇히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43쪽) 

무차초스의 좌우명 '삶의 기쁨과 형제애'(56쪽) 

벤포스타는, 조숙한 아이들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삶과 동떨어진 낡은 생각을 어른들로부터 이어받아 되풀이하는 성인 세계의 축소판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궤도 위에서 스스로를 만들어 나가는 독립 조직이다.(67쪽) 

어린이 공화국의 기본 이념은, 이미 만들어진 지금의 사회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변화시키고, 극복하고, 개선하는 것이다.(98쪽) 

좋지 않은 성적이 학생의 자의식이나 그 학생에 대한 가치 평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여기 아이들을 만나 본 사람이라면 이 아이들의 엄청난 '호기심'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이 아이들은 얌전한 노력가와는 거리가 멀다. 끊임없이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그리고 토론한다.(107쪽) 

무차초스의 학교 생활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규정은 아이들이 '수업시간 급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수업에 한 시간 참여한 학생은 작업장에서 한 시간 일한 것과 똑같은 급료를 받는다. 어린이 공화국에서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주유소에서 일하는 것과 똑같은 가치를 지닌,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여긴다.(107쪽) 

(이곳에서 사용되는 화폐의 이름은 코로나인데) 코로나가 없으면 식권을 살 수 없다.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굶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다른 화폐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가정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107쪽) 

(범법 행위에 대한) 심리에 들어가면 법정과 방청객들은 범법자 개인의 행위를 확인하고 따지는 데에만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심리는 공동체 전체가 저지른 잘못을 밝히는 절차이기도 하다. 개인이 공동체의 길에서 벗어나는 일은 공동체가 어떤 까닭으로든 그 사람을 무시하고 소홀히 할 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15쪽) 

모두들 벤포스타가 바깥 세상의 정치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는 공상의 나라가 되지 않도록, 거친 바깥 세상과 단절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117쪽) 

(서커스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점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연습에 몰두했다.) 그런데 교사들, 어른들은 어디에 있는 걸일까? 보통 같으면 어른들의 조직력과 지식, 시범, 지도가 없으면 아이들끼리는 아무것도 못 하지 않던가?(145쪽) 

"벤포스타는 학교가 아니라 아주 자유로운 도싱예요. 다른 학교들은 아이들이 교사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그냥 학교일뿐이고요.(149쪽)  

(벤포스타에서는 큰모험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일 년 안팎의 교육 기간 동안 아이들은 일반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은 물론이요 인간 행동의 잘못된 모습들까지 두루 보고 겪게 된다. 적어도 열다섯 살은 되어야 참가할 수 있다.(161쪽) 

모험가들은 이 교육에서, 벤포스타는 온실이 아니며, 현실을 잘 알려면 현실과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것을 겪게 된다. 딱딱한 침대에서 싸구려 담요 한 장을 덮고 자며, 끼니는 스스로 지어 먹아야 하고, 하루에 30분씩 두 차례를 빼고는 종일 침묵을 지켜야 하는 석 달의 준비기간을 보낸 후 한 달 동안 병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간다. 그 다음 한 달 동안은 철에 따라 일하는 곳이 다르다. 그 다음에는 파냐 소년 교도소에서 죄수의 몸으로 고통스러운 4주를 보내게 된다. (물론 전과 기록은 되지 않는다. 죄짓지 않은 아이들을 감금할 수 없다고 하자 실바 신부는 지인이랑 짜고 아이들에게 특정 장소에 둔 자전거를 훔치게 하고, 감옥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한다. 오 마이 갓~)그 다음 한 달은 에스파냐 대도시 빈민가에서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활동을 한다. 또 한 달 동안 아이들이 셋씩 짝을 지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며 지낸다. 실제로 가진 것이 하나도 없을 때 심정이 어떠한지,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멸시하는지 체험하기 위해서다. (실바 신부는 소년 둘과 함께 이 모험 사항을 직접 체험 해 보고 실행 가능성을 따져 보았다고 한다. 그는 가능성이 없는 일들은 아이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모험가들은 나머지 기간을 가까운 항구의 부두에서 배 청소부로, 나중에는 건설 현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며 보낸다. 모험가들에게 이 시간은 몹시 힘겹고 충격으로까지 다가오지만 이 모험이 앞으로의 삶을 대하는 자기들의 태도를 결정해 주는 체험, 사람다운 체험이 된다. 실바는그들이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린이나라 출신임을 밝히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완전히 일 년 동안 익명으로 이 시기를 겪어야 하지만, 특별히 힘겨운 사정이 놓일 때 둘씩 또는 셋씩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작은 위로가 된다. 이들은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웃의 얼구을 더욱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이웃이 있는 곳에서 하느님을 찾도록 선택된 사람들이다. (161~173쪽)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 체계, 그것은 아마도 이념의 무덤일 것이다.(175쪽)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일이 일어난 시기다. 그리고 이 일이 일어난 시기의 에스파냐의 상황이 아주 비민주적이었다는 거다. 또, 아이들이 스스로 이 많은 을 해 냈다는 거다. 물론 그 일이 가능하게 했던 어른의 놀라운 힘에 가장 큰 감탄을 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보라. 희망이 없이 살다가 이 곳으로 들어 와 새 희망을 얻은 아이들도 있고, 자신을 잘 찾아 사회의 유용한 도구가 된 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이 나라의 입국을 스스로 결정하였고 부모들은 그것에 동의하면서 실바 신부에게 자식의 양육권을 넘겨 주었다. 실바 신부는 이 아이들에게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시장을 선출하고, 스스로 시장이 될 수 있으며 점원이 되어 가게를 관리하기도 하고, 전문가(교사가 될 것이다.)로부터 도제 수업을 받는다. 무차초스(어린이나라) 서커스단이 유명한 이유는 실바 신부의 집안이 서커스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아이들은 세계공연을 한 무차초스 서커스단에 반해서 어린이 공화국의 입국을 희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공화국의 모든 일은 아이들의 문제며 아이들은 이 문제를 어른의 도움없이 자치적으로 잘 해결 해 나간다. 그러기까지 들였던 엄청난 시간과 헌신적인 누군가의 노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일에 끊임없이 간섭해야만 하는 나는 이 놀라운 나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상 소설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나라의 신선한 충격은 오래도록 남아 나를 구성해 주는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

벤포스타는 아직도 미완성인 채로 아름답게 남아있을까? 벤포스타의 오늘이 궁금하다. (2000년까지의 보고는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