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이야기를 갑자기 늘어놓고 싶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엊그제 월요일은 모처럼 영화를 보러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놓치고 말았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정오 조금 지나면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특기교육을 받으러 가는 바람에,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영화를 보러 나가는 즐거움마저 원천봉쇄된 상태. 그런데 그날은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가서 오후 네 시경에나 돌아온다는 것이 아닌가!  조카도 두시 반경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데 그날은 세시 반에 보내달라고 쪽지까지 써서 원아수첩에  붙여보냈으니 외출을 하기에는 만사 오케이였다.

아침부터 일어나 샤워를 하고 서둘러 김밥을 싸서 아이를 보낸 후 지아장커 감독의 <플랫폼>을 볼까,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를 볼까 인터넷으로 시간을 좀 알아보려는데 전자레인지 앞에 두고간  도시락 주머니가 눈에 띈다. 순간 가슴이 철렁. 시간을 보니 아홉시가 다 되어가고 조카 녀석도 어린이집 버스를 타야 할 시각이다. 미친 듯이 아이를 안고 도시락 주머니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학교 가는 길에 어린이집이 있으니 버스를 중간에 만나든가 안하겠나! 다행히 모퉁이 길에서 차를 만나 아이를 태워 보내고 나는 3,4백 미터의 길을 정신없이 달렸다. 집에서 신는 통굽구두가 유난히 불편하고 발이 아팠다.

다행히 어린 종다리 같은 아이들이 반별로 줄을 서서 인원 점검 같은 걸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5,6십 명쯤이나 자기 아이를 배웅하느라 웅성거리고 서있었다!  마이 도러의 담임 선생님은 사십대 후반의 여성으로 새빨간색 캐주얼한 옷을 아래위로 한 벌 입고 계셔서 내 눈에 금방 띄었다.

선생님과는 눈인사만 하고 아이 이름을 부르니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는 배시시 웃는다. 아이의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주는데 서너 명의 아이들이 나를 에워싼다.

"아줌마가 주하 엄마예요?"

"그래."

"얘가 주하 짝꿍인데요, 주하를 괴롭혀요."

"어떻게 괴롭히는데?"

"때리기도 하고요, 꼭두각시 춤출 때 바닥에 누워버려요."

두세 명의 아이가 주하를 대신하여 녀석의 비행(?)을 내게 일러바친다.  주하의 짝이라는 녀석을 보니 개구져 보이지만 어질게 생겼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잘 다녀오라고 아이에게 인사한 후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오는데 갑자기 엄청난 피로가 몰려들었다. 설마 아침부터 김밥 좀 쌌다고,  3, 4백 미터쯤 달렸다고 그렇게 피곤할까? 정신적인 피로였다. 마을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서울에 가 영화를 보는 일도, 봄옷을 좀 사는 일도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세탁소에 전화를 해 겨울옷들 드라이크리닝을 맡기며 아이의 한복치마도 무릎 위 길이로 바느질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린이날 전날 운동회가 열리는데 꼭두각시 춤을 춘다는 것이다. 알림장에 보니 그게 준비물이라고 써있었다. (참고로 나는 바느질, 다림질 이런 건 완전 젬병이다.)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갔는데 오후에 주하 남자친구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꼭두각시 의상을 문방구에서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탁소에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바느질 중지를 부탁하고.(하마트면 큰일날뻔했다. 새 한복치마를 못 쓰게 만들 뻔!)

어제 오후엔 조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픈 바람에 병원 문 닫을까봐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다녀왔고. 밤에는 학교앞 문방구에 꼭두각시 의상을 사러 갔다. 저고리가 아이에게 너무 커서 작은 사이즈가 없냐고 물었더니 밤 열한시 경에 가져오기로 했단다. 그리하여 아이를 재우고 혼자 밤길을 걸어 다시 문방구로 갔다. 아이에게 꼭 맞는 저고리를 살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오늘은 처음으로 녹색어머니회 활동이 있는 날,  2단지와 3단지 사이의 건널목에 노란조끼를 입고 어깨띠를 두르고 한 시간 가량 서있다가 왔다.  내 맞은편 길에서 나와 마주보며 깃발을 들고 서있는 이는 학부모 회의 때 인상이 좋아 내가 제일 호감을 느꼈던 바로 그 여성이었다. 알고봤더니 왜소증 아이의 엄마.  고3, 중2의 아들들이 있다고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아이가 키가 클 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해 준다. 중간에 담임 선생님이 일부러 내려오셔서 수고가 많다며 내 어깨에 손을 잠시 얹어주셨는데 나는 그 손길이  그렇게 황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겸손한 인간이었다니! 학부모의 심정이란 이런 것인가!

여덟시 오십분쯤 되자 거짓말처럼 아이들도 출근길 차량도 딱 끊겼다. 오늘 당번이었던 엄마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네 명.  우리는 학교측에서 마련해놓은 조그만 콘테이너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낸 건 큰 수확.

그런데 오늘 한 시간 동안 내가 그 건널목에서 본 것은 막연하게 상상했던 활기찬 등교길이나 출근길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표정은 대부분 침울했다. 날씨 탓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아이들도 사는 게 많이 힘든가 보다. 배가 아프다고 울며 집으로 돌아가던 고학년 여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쯤 괜찮아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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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서재에서 보고...ㅎㅎㅎ

날개 2005-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일간 정신없으셨네요.. 그럼 주하 소풍 비슷하게 갔다온건가요? 도시락을 빠트릴뻔 했다니 제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ㅎㅎ
하기야, 울 성재는 멀쩡히 넣어준 도시락도 못찾아서 '엄마가 도시락 안싸줬어요'라고 말하고선 다른 애들꺼 얻어먹은 전력이... 얼마나 화가 나던지..-.-;;
녹색어머니회도 드셨군요.. 굉장히 힘들어보여 감히 한번도 신청 못했던건데..존경스럽습니다..^^

로드무비 2005-04-2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정신없었던 건 아니고요.
한마디로 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버겁게 느껴지고 피곤하다는 거죠.
녹색어머니는 1년에 두 번만 활동하면 된다해서 면피용으로 들었답니다.^^

urblue 2005-04-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드셨겠구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저 움직이는 머리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푸헐~

2005-04-2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커피는 드셨남요?
택이 좋아요. 민이만큼은 아니지만...ㅎㅎ
따우님, 냉면 먹고 밤에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요.
야밤에 쥐포튀김 해먹었죠 뭐. 흑.
블루님,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힘들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남들은 저보다 서너 배 일을 하면서 암시랑토 않게 살아가는데...

sooninara 2005-04-2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군요^^ 저도 다음달에 녹색 서는데...
왜소증아이가 셋째군요..주변에 힘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으신데..
그런아이를 키울만큼 마음이 넓으신 엄마들에게 그런 아이가 가더군요..
저처럼 못된 엄마에겐 그런 아이가 안오구요..

바람구두 2005-04-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타이틀 바꿨네요.
이제 네 사람 남았다.

깍두기 2005-04-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첫소풍을 도시락도 없이 보낼 뻔 했네요. 그래도 건네줘서 다행!^^
로드무비님, 사람이 지치는 건 카운터 펀치가 아니라 잽인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자잘한 일이 쌓이고 또 쌓이고....저도 그게 힘드네요.

인터라겐 2005-04-2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이 막힐정도로 치열하게 보내셨네요....그래도 한복입고 꼭두각시 춤을 출 주하는 상당히 귀여울것 같아요...딱입니다요.... 아이들의 축처진 어깨는 부모님의 욕심이 누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해방(?)이 되어서 제 어릴때 처럼 골목에서 땅따먹기도 하고 색깔찾기도 하고...다방구도 하고.... 공부와 상관없이 튼튼하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요...흑흑

로드무비 2005-04-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그러게요.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와 너무 달라서요.
부모들이 대오각성해야 하는데......저부터 자신이 없으니......
깍두기님, 님은 가끔 깜짝 놀랄만큼 멋진 말을 구사하십니다.
그거 아세요?^^
바람구두님, 저건 어디까지나 임시!
님이 주신 건 조금 있다가 다시 꺼내 걸 거예요.
다시 빼앗아 가려는 것 아니죠?(양해 못 구해 죄송!)
수니나라님, 님 페이퍼 유심히 봅니다.
특히 학교 관련.
한수 배우려고요.^^
맞아요. 하나님은 능히 감당할 만한 사람에게...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너무 멋진 여성이었거든요.^^

로드무비 2005-04-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학교앞 문방구와 계약이라도 맺을까 봐요.^^;;;

바람돌이 2005-04-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학부모는 엄청 바쁘고 힘든거군요. 헉~~

난티나무 2005-04-2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듯이 아이를 안고 도시락 주머니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아, 미치겠어요... 로드무비님 너무 재밌으신 거 아니어요???^^
이 구절 얼마 전에도 한 번 본 거 같아요. 크크크...
초등학생 뒷바라지가 엄청나네요.. 미리 겁이...--;;

로드무비 2005-04-2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저는 괴로워 죽겠는데 재밌으시다뇨.ㅎㅎ
제가 정신머리가 좀 없습니다.^^
(로드무비도 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노릇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새벽별님, 정신 바짝 차리고 매일매일 챙겨줄래요.
맞벌이로 바쁜 주부나 저래야 할 듯.^^;;
바람돌이님, 사실 별거 아닌데요. 제가 좀 과장이 심한 인간이어서...^^;;

줄리 2005-04-2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한말이 생각나더군요. 애들이 아기때는 몸이 피곤하더니 애들이 좀 크니 정신이 피곤하다구요. 애들 키우는 일 쉽지 않나봐요...

로드무비 2005-04-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저는 아이가 아기 때나 지금이나 항상 몸도 마음도 피곤하니 별일이죠?
언니 아이는 다 컸겠네요?^^
 
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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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요일 밤에 하는 텔레비전 모 시사 프로를 보다가 불끈불끈 치솟는 울화를 참기가 힘들었다. 고급 민영 아파트와 바로 이웃한 임대 아파트 주민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다루었는데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자기 아파트 앞을 지나지 못하도록 민영 아파트 주민들이 돈을 모아 담을 만들어 막아버린 것이다. 갑자기 가장 가까운 단거리 통학 코스를 잃어버린 임대 아파트 아이들은 바쁜 통학 시간 어찌어찌 뚫린 개구멍인가를 통하여 뛰어넘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그 아파트 앞을 통과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막 화가 치솟았다.

가난도 보면 상대적인 가난이 있고 절대적인 가난이 있다. 인간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조금 엉뚱한 예지만 마이 도러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우리 부부는 키작은 아이가 1,2,3,4번 말고 제발 5번 정도만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2번이라고 자랑을 했는데 알고봤더니 1번은 왜소증 아이였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우리 부부는 아이의 키가 작아서 큰일이라느니 하는 말은 되도록이면 입에 올리지 않는다. 

가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가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끔찍한 사고로 드러나는 어떤 참혹한 가난 앞에서 평소 쓸 돈이 없다고  징징대던 우리들은 할 말을 잃는다. 오늘 읽은 공선옥의 연작소설  <<유랑가족>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이 작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가난한 사람들 혹은 밑바닥 인생에 대한 일관된 관심과 천착으로, 여배우를 능가하는 세련된 화장과 차림으로 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으며 고독이니 허무니 사랑이니 입만 열면 나불대는 몇몇 여성작가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의 다섯 편의 연작소설들은 모자이크식 구성으로 등장인물들을 스치게 하고 엇갈리게 하고 또 결정적으로 만나게 한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이 그 모자이크 속의 중심인물로 그가 어느 사보에 실을 사진을 찍으러 간 시골에서 만난 아이들과 주민들 그리고 꾀죄죄한 그 사돈의 팔촌들이 주인공이다. 한  시골 마을로 시집 온 조선족 여인의 꾐에 빠져 서울로 도망간 여인, 아내를 찾아 상경하여 공사판을 떠도는 남자, 그 조선족 여인의 기구한 사연, 쫓고 쫓기는 그들이 떠도는 가리봉동 노래방과 여인숙과 싸구려 식당 풍경......'가리베가스'라는 웃기는 이름의 초라한 환락가.

특별한 개성을 부여받지 못한 인물들의 인생은 하나같이 엉망으로 꼬여 있고 남자건 여자건 늙었건 젊었건 그들이 툭하면 내뱉는 말은 낮이고 밤이고 "에이, 술이나 한잔하자!"이다.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착하고 조금 더 성실하다고 해서 달라질 인생이 아니다. 그것만큼 사람을 절망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용을 써봤자 뛰어봤자 벼룩인 인생이라니! 이 세상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는 이데올로기도 이들 앞에서는 무색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내가 죽겠는걸. 어떻게 입에 풀칠을 하느냐의 문제로......

왜 인생은 밑바닥을 힘겹게 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우려했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일까? 그런데 어쩌면 소설뿐만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않나?

"어디서들 오셨습니까?"

"천지사방 헤매는 자들이올시다."

"지금은 어디로 가시는데요?"

"천지사방 헤매어봐도 우리가 살 땅 한 뼘을 찾지 못했소이다. 카아, 허면 바다는 우리를 받아줄까 하여 지금 그 바다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던 참인데 차가 멈춰버리네여,  껄껄."(250쪽)

<유랑가족>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도 이렇게  꽤나 서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하나같이 거칠고 신산스럽기 짝이 없는 주인공들의 삶의 풍경보다  '한 '의 예전 직장(잡지사)  동료로서 지금은 신문사 기자로 대학 강단에도 서고 한다는 '정'이라는 인간이 보여주는 꼬락서니가 제일 인상깊었다. 할머니마저 죽어 고아가 돼버린 소녀 영주의 친척을 찾아주기 위해 나선 길,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찾아갔더니 우국지사연하면서 온갖 똥폼 다 잡고 술을 마시는데......한의 눈에 들어온  고급가죽소파랑, 골프채 가방이랑, 조기유학 보낸 자식 사진......

모두가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못 지나다니게 담으로 막아버린 민영 아파트 주민들 중에도 분명 그런 놈과, 또  백화점 문화센터에 나가 수필 강좌를 듣는 것이 자부심이라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한자리에 모인 이웃 주민들을 눈아래로 내려보며 떠들지만 사실 쓰레기도 분리하지 않고 몰래 내놓는  샘밭아파트 605호 여인 같은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하나도 흥분하지 않고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고 빠안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이 작가의 균형감각이 꽤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소개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 나는 가난한 작가일 뿐.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처럼 나 또한 가난한 유랑작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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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4-2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장 찍고 갑니다,,

Phantomlady 2005-04-2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이란 작가 어쩌면 이리도 징글징글한 지.. 마음이 가난한 작가도 죄인처럼 살아가는 거겠죠.. 추천 누르고 갑니다..

클리오 2005-04-2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체 리뷰 내용과 관계없이 키 작은 이의 비애만을 구구절절이 느끼면서, 키 순서대로 번호를 정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흔적만을 남기는 뜬금없는, 밤입니다..!! --;;

2005-04-24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2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읽으셨군요. 사려고 보관함에 넣어 두었는데, 살 때 님께 땡스 투 할게요. 공선옥 책은 제가 거의 다 읽었죠 아마. 이 책도 예전과 비슷한 풍인 것 같네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2005-04-25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혹하는 리뷰임다...;;; 결국 보관함에 넣어요~^^;;

깍두기 2005-04-2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의 소설을 하나도 읽지 않은 제가 무지 죄스러워지네요. 꼭 사서 읽을게요.
(아파트의 그 미친 것들은 저도 아주 꼴보기 싫었어요)

바람돌이 2005-04-2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나온 공선옥의 책, 어떨까 궁금했는데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같은 공씨인데 공지영과 공선옥은 어찌나 다른지.....나는 공선옥편.

urblue 2005-04-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이뉴스에 공선옥씨 기사가 실렸더군요.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걸, 다른 여성 작가들과 다르다는 걸 몰랐습니다.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5-04-2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의 글들을 좋아해요. 소설도 산문도......
추천해 주시고, 또 댓글 남겨주신 분들 고맙습니다.(_ _)

인터라겐 2005-04-2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에 길을 나서다가 공선옥님과 만난 첫번째 글이었어요.. 표지의 투박한 할머니 손처럼 공선옥님의 글은 웬지...밑으로 가라앉을것만 같아요...

하루(春) 2005-04-2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 전 이 분의 이름.. 처음 봅니다. 공옥진님과 이름 비슷하네요. 다음 말은 생략할게요. ^^;

로드무비 2005-04-2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그래도 이상하게 공선옥 책을 읽고나면 이상하게 힘이 나요. 저는...^^
하루님, 이 사람 소설들 좋아요. 산문집 <마흔에 길을 나서다>도 괜찮고...
공옥진...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05-04-2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 책 읽으셨어요? 크아..저, 공선옥 좋아해요! 건조하지만 담담하게 현실을 서술한 공선옥의 작품들..좋죠. 로드무비님이 리뷰를 잘 써주셔서 더 신뢰가 가요. 물론 땡스투, 직격탄으로 날립니다!

로드무비 2005-04-27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님도 공선옥 작가 좋아하실 줄 알았네요, 뭐.^^
직격탄 땡스투도 고마워요.^^

플레져 2005-04-2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의 생과 소설을 축복합니다.
로드무비님과 공선옥은 조금 닮은데도 있는 것 같아요.
공선옥은 털털하게 보여주고, 로드무비님은 애교스럽게 보여준다는것...
공통점은 두 사람 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때때로 눈물 흘리게 한다는 것...

로드무비 2005-04-2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런 칭찬을 해주시다니! 헤헤.^^
저야 뭐 사실 입만 나불대는 엉터리죠.^^;;;

2005-04-28 0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2005-04-2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작가에 대한 리뷰만 세 편을 읽었어요. 산문집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눈물과 흥분, 분노, 신랄함..... 덕분에 공선옥을 만날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04-2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 몽상님, 오랜만이에요.
물만두님이 산문집 앞에 읽고 울었다 하시더니 벌써 리뷰 올리셨나보죠?
아무튼 전 이 작가 글은 좋아해서 모두 읽어요.
우울과 몽상님도 그녀를 즐겁게 만나게 되시길.^^

비로그인 2005-04-2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 보기가 두려워요. 아무래도 사는 게 거짓말 같을때, 때문에 그런 것 같고, 로드무비님 리뷰 때문에도 그렇지요. 이거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로드무비 2005-04-2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도 되는데요.(정말.)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저도 주문했어요.^^

실비 2005-05-0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기회되면 한번 읽어볼려구여^^

로드무비 2005-05-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고맙습니다.^^
 
뽈랄라 대행진
현태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01년 9월
절판


두꺼운 누런 마분지에 직접 쓰고 그려서 묶은 듯한 표지가 정겹다.

저자 현태준의 인생철학인 듯.
1.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2.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3. 아무리 급해도 뛰지 않는다.

흐흐, 저 비장한 뒷모습을 보라.

행복한 가정 꾸미기 운동 포스터 -- 매월 18일은 바람 피는 날
대낮에 키쓰하여 밝은 사회 이룩하자 (불건전 키쓰방지협회)

외로운 영희와 불쌍한 철수의 옷 갈아입히기.
(미성년자는 클릭해서 읽지 마세요.)

'읽거나 말거나' 영희와 철수와의 인터뷰가 재미있다.

--아저씨, 꿈 깨세요.
왜 사람이 그 모양이에요?

--아줌마, 꿈 깨세요. 사람이 왜 그 모양이에요?(환청^^;;)

저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인형. 몇 년 전 신설동 무슨 문방구에서 2500원 주고 샀다는데 정말 깜찍하고 예쁘다.

희망 -- 영희야, 망가질꺼니?

땀에 흠뻑 젖은 등판, 나달나달한 티셔츠의 늘어진 목 부근, 터져나가는 청바지 차림으로 쪼그리고 앉아 무얼 그리 깊이 생각하시는지?

아저씨의 흘러간 보물 대공개~~

중3 겨울방학 때 친한 친구에게 받은 직접 그린 성탄카드, 캔디만화책, 그 옛날 100원 주고 샀던 컨닝 겸용 포켓단어장......그것이 잡동사니인가 보물인가는 순전히 그것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 마음에 달려 있을 터. 나는 그의 컬렉션이 무지 마음에 든다.


현태준의 알몸 그대로의 솔직함을 보면 "뭐 이런 생쑈를 공개적으로 하나?"하면서 헛기침을 하게 된다....그의 왕성한 도착증(?)은 우리의 음식, 포르노물, 장난감, 만화, 누추한 골목문화로 끝없이 펼쳐진다.
--김민수(디자인 문화비평 편집인)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이 책, 유쾌하고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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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4-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티비에 이 사람 나온 거 봤는데... 굉장히 엉뚱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진중한 면도 많더라구요. 암튼 이렇게 재미나게 사는 사람 부러워요...

인터라겐 2005-04-2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미나게 사시는 분 이야기네요... 버릴것 안버릴것 구분못하는 제게 좋은 모델이 될것같아요... 촌스럽다고 버렸던것들이 이렇게 다 추억 이란 이름으로 기억된다는게 좋아요.. 안버리고 살면 일이 잘 안풀린다는 책을 보고 나선 싹 쓸어버린걸 후회하고 있어요...흑~

icaru 2005-04-2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저 인형 아가씨 진짜 이뿐데요오~~~

인터라겐 님 혹시...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이라는 책 읽으신거 아닌지용^^?

플레져 2005-04-2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저 인형이랑 꼭 닮은 흑인 인형을 갖고 있었어요.
이름은 꽃네라고...안경까지 걸치고 있었는데...
저 요염한 다리라니~ 버리는게 다 좋기만 한 건 아닌가봐요.
누구는 책까지 내니 말여요...ㅎㅎ

2005-04-21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포토리뷰는 왜 추천수가 얼마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다 함께 재밌자고 하는 장사인데, 쩝.;;
추천 둘 중 한 개는 님이 쏘신 거죠?^^
꽃네...아, 아깝네요. 왜 버리셨대요? 흑.
복순이 언니님, 저 인형 정말 예쁘죠?
저도 허름한 문방구 그냥 못 지나치는 사람인데, 쟤 꼭 갖고 싶네요.^^
(그리고 그런 제목 책이 정말 있어요?)
인터라겐님, 남이 모아놓은 거 보니까 부럽죠?
저도 부럽긴 한데 저이 집에서 살고싶진 않아요.(누가 살라고 했나?;;)
스노드롭님,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여행기 읽으셨죠?
저도 보관함에 넣어놨어요.
알고보니 이 아저씨 아내와 함께 지식공작소라는 장난감 가게도 했다네요?
저도 그곳에서 병뚜껑 부로치 산 적 있어요.^^

날개 2005-04-2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참..^^;;

stella.K 2005-04-2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재밌을 것 같아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포토리뷰 짱입니다.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
그러게 이런 쌩쑈를 공개적으로 하니 책이 만들어지네요.

로드무비 2005-04-2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책을 보면 음, 이건 포토리뷰닷! 하는 책이 있어요.
이 책 재미있겠죠?ㅎㅎ
그나저나 추천수가 많아서 흡족하네요. 감사.^^

2005-04-23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
이흥재 사진, 안도현 글 / 실천문학사 / 2000년 2월
품절


1990년 운봉장.

장날 한 귀퉁이에서 주막집을 하는 할머니. 은쌍가락지를 낀 굵은 손마디, 갈망하는 듯한 눈빛이 무엇보다도 강한 흡인력을 느끼게 한다.(151쪽 사진 설명)

이 사진 한 장으로도 나는 책값이 아깝지 않다.
일체의 엄살이 무색해지는 단호하고 엄정한 할머니의 저 눈빛.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세요!)

1992년 대산장 노가리의 합창.(153쪽 사진 설명)

나는 가끔 삶이 악다구니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저 노가리의 쫙쫙 벌어진 주둥이들을 보라!

1992년 강진장.

겨울 장날 뜨끈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의 국수 한 그릇과 소주 한잔 주막집의 풍경이 정말 좋다.(154쪽 사진 설명)

나는 뜨거운 김 자욱히 서린 겨울 국밥집 들창문 풍경이라면 평소에도 환장을 한다. 황석영 원작의 <삼포 가는 길>이라는 TV 문학관을 본 이후부터......

1994년 장계장.

할머니 할아버지가 장에 오셨다가 다정하게 앉아서 외식을 하고 있다. 속바지 위로 치마를 걷어올리고 먹는 팥칼국수 한 그릇 맛이 진하다.(155쪽 사진 설명)



1992년 고창 해리장

파,가지, 머우대, 토란대. 고구마순을 직접 벗겨서 팔고 있다.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구마순 다발을 묶고 있는 아주머니.(152쪽 사진 설명)

야채나 채소를 다듬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을 보면 神氣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저 눈부신 프로페셔널리즘이라니!

1996년 강진장.

손님도 없고 점방에서 막걸리 한 병 사다 밥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 - 좌판을 감싸도는 정이 오일장마다 열리는 강진장의 맛이다.(153쪽 사진 설명)

이흥재의 장날 사진에 시인 안도현이 글을 썼는데 시인이 묘사한 장날 풍경이 뭔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혹시 시인은 이 장터 사진집에 참가할 때 잠시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1996년 임실 강진장.

장을 보고 배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양하다.(134쪽 사진 설명)

강진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내가 알기로 '버스터미널'을 옛날에는 '차부'라고 불렀는데......
아무튼 버스든 기차든 집으로 데려다줄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엔 피로와 설레임이 교차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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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사진 몇 장 더 찍어올릴게요.
포토 리뷰 올리다 보니 없어진 사진이 몇 장 있네요.^^;;;

icaru 2005-04-2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포토 리뷰를 보고 있노라니...

이 책이 생각나는데요....


인터라겐 2005-04-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가리의 합창...저게 뭔가해서 한참을 봤어요..
이런 옛사진을 보면 자꾸 돌아가고 싶어요...그래도 그땐 정이란게 있었잖아요...제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엔 동네아이들이 나와서 시끌시끌하게 놀았는데 요즘 골목은 너무 삭막해요...

로드무비 2005-04-2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장터는 흥겨워서 좋고, 대형마트는 편해서 좋고......
갈등이에요.^^;
복순이 언니님 그 책 보관함에 집어넣습니다.
재밌을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5-04-2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품절인것이 한스럽네요.
제목도 맘에 들고 노가리의 악다구니도 맘에 들어요.

로드무비 2005-04-2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책 품절이라고 추천도 안 눌러주시고 미워요오.
사진들이 그냥 본문 종이 허름한 상태인데요.
이런 사진들을 호화판으로 찍어 비싸게 받으면 더 웃길 것 같아요.^^

깍두기 2005-04-2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가리 환상!^^

숨은아이 2005-04-2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머니들의 손길을 보면 神氣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씀을 읽고 10개들이 두루마리 휴지 봉지도 머리에 이고 가던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동네에서 보고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웠어요. ^^

하루(春) 2005-04-20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2년, 1996년 하필... ^^;

바람돌이 2005-04-2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참 먹먹해지네요. 저 속의 풍경들이 옛날 내가 서있던 우리 동네의 모습이기도 하고 사진속의 아줌마들이 내 할머니 엄마의 모습이기도 한데.... 그냥 저런 사진을 보고 '좌판을 감싸는 정' 뭐 이런식으로의 말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어요. 참 힘들게들 살았는데 그걸 지나치게 감상화하는 것 같아서요. 제가 지나치게 삐닥한 걸까요?

불량 2005-04-2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설명의 글보다 로드무비님의 글이 더 땡기네요..(책 다시 만들자!) ^^

내가없는 이 안 2005-04-2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저 풍경 속에 로드무비님이 훌쩍 뛰어들어, 할머니 담뱃재 떨어지겠수, 하실 것만 같은... ^^ 추천이요. ^^

로드무비 2005-04-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 "할머니, 막걸리 한 사발 저도 주세요" 하겠죠 뭐.^^
추천 고맙습니다.^^
불량유전자님, 호호 고마워요.^^
바람돌이님, 그러니까 옛 풍경이나 가난을 너무 미화시키지 말자,
그런 말씀이시죠? 물론입니다.^^
하루님 1992년과 1996년에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궁금.
숨은아이님, 옛날 연탄집 아저씨들 연탄 던지고 받는 것 보면
장난 아니었던 것처럼요.^^
깍두기님, 노가리 무더기 멋지죠?^^

플레져 2005-04-2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포 가는 길... 소설 너무 좋죠?
저 노가리 사진은 끔찍하다 못해 처절하게만 보이네요.
나도 어딘가를 향해 저렇게 입 벌리고 있는 것만 같아요...

dslkjlsd 2006-06-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장날이라는 이름으로 판형이 크게 해서 재출간됐어요 ~
 

<씨네 21>이 어느덧 창간 10주년이란다. 

나는 한겨레신문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한달도 빠트리지 않고 구독한 애독자로서  어느 날  한겨레신문을 통해  <씨네21> 창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창간을 앞두고 한겨레에서 좀 흥분했던가, 내가 보기엔 정기구독자를 끌어모으려는 것치고는 좀 비열하고 지나친 광고문안을 실었다.

<씨네21>  애독자의 조건으로 1, 2, 3, 4, 이런 식으로 자기들이 생각하는 문화인의 조건을 나열해 놓았는데 네다섯 번째 조건으로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이를 대문짝만하게 명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문안을 보는 순간 컴맹이었던 나는  열을 팍  받았다. 그때만 해도 마음이 가는 대부분의 영화를 개봉일 극장에 직접 가서 보았고, 그뿐인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홍은동 어느 비디오숍에 가서 명화들을 한꺼번에 일고여덟 편씩 빌려다 볼 때였다.

나는 당장 항의 편지를 써서 창간호 편집장으로 내정된 이에게 팩스로 보냈다. 고급잡지를 표방하는 것도 좋지만 컴퓨터 사용 여부로  애독자의 자격 유무를  논한다는 건 너무 건방진 자세 아니냐고......잡지를 읽고 말고는 우리 독자들이  판단한다고......

웃기게도 나는 '한독자'라는 이름으로 그 편지를 보냈다. 나의 항의가 먹혀든 것인지 어쩐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수상한 광고는 딱 한 번으로 그치고 말았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난 < 씨네21>을 정기구독하진 않았다. 당시 나는  영업을 뛰시는 한 장기수 어른의 부탁으로 <말>지를 5,6년째 정기구독하고 있었는데 나의 형편상 두 잡지를 모두 구독할 순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실 그때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비서실 소속으로  본사에서 따로 나와 있었는데 모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98년인가 그 다음해 동생네 부부가 결혼하면서 연남동 단독연립의 우리 옆호(301,302호)에 둥지를 틀었다. 나는 나의 게으른 모습과 지저분한 살림솜씨를 올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극구 뜯어말렸는데 남의 속도 모르는신랑신부는 막무가내로 밀고들어왔다.(그때부터 지금까지 따라다니며 바로 옆에 붙어 산다. 내 팔자야!^^)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올케가 "형님, 형님!" 하고 벽 저쪽에서  불러서 건너가봤더니 광고회사에 다닌다는 매력적인 여성이 올케의 친구라고 놀러와 있었다.  털퍼덕 주저앉아 한잔 얻어마시다 보니 그녀가 <씨네21>  편집장의 시누라는 게 아닌가!  그녀의 올케(편집장)를  약간 의식하며 주거니 받거니 영화 이야기를 열나게 하다보니 나중에는 엄청 취해버렸다. 영화 이야기에 취하여 우리는 늦게 퇴근한 남동생까지 데리고 홍대 앞 클럽으로 진출했고......그때는 테크노댄스가 유행일 때였다.  내가 놀기엔 너무 서구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여서 취한 중에도 좀 머쓱했던 기억.

그건 뭔지 좀 부끄러운 기억이다.  지금 생각해도......부끄러움의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림님이 몇 달 전 <씨네 21> 엄청난 분량을 방출하셨을 때 나는 덥석 집어왔다.  이 자리를 빌어 서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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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9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네 맞아요.
뭐 인연이랄 것은 없고 한번 그렇게 어울린 건데요, 뭐.^^

날개 2005-04-1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씨네21>을 한번도 정기구독하지는 않았겠군요..^^ 하기야 정기구독을 안하더라도 인연이 있어 손에 들어올 책은 들어오나봅니다..

2005-04-19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4-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조선희 편집장의 시누이인가요? 창간호부터 5주년 기념호까지 만들고 그만뒀으니까... 그렇군요.

인터라겐 2005-04-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21이 창간10년을 맞는동안 한번도 안본사람도 있답니다...ㅎㅎㅎ 문화예술쪽으론 담을 쌓고 지내는지라...

2005-04-2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4-2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22555 

전 한때 키노를 끼고 살았었습니다. 키노에 실린 영화들 중 상당수를 보진 못했지만.. 가끔 애들 끌고 갔다가 비난 받은적도 있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시절이었는데... ^^;;;


내가없는 이 안 2005-04-20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치카님처럼 씨네21보다는 키노를 더 좋아했어요. 혹자는 관점의 차이를 들어 얘기를 하던데 전 관점은 모르겠고, 훨씬 폼나게 만들어지길래요. ^^ 지금도 책장에 고~이 보관하면서 즐거워하는. ^^ 그런데 로드무비님은 언제나 의견개진에 적극적이세요. 혼자서 주먹 불끈하는 부류와는 참 다른 길을 걸으시네. ^^

로드무비 2005-04-2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저도 물론 <키노> 꽤 사봤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좀 현학적인 체하는 분위기는 거슬리더군요.
결론적으로 전 <씨네 21>이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전 엄청 수줍은 인간인데요, 가끔 아지못할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치카님, 지금도 재밌게 사시면서 과거완료형으로 말씀하시다니요!^^
속삭이신 님, 좀 추어주려고 예쁜 글이라 했더니...아무튼 알았어요.^^
인터라겐님, 호호 그럼 님은 뭣과 벗하며 청춘을 지내셨을까나요?^^
하루님, 그렇게 이름을 밝히실 것까지는......ㅎㅎㅎ

비로그인 2005-04-2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귀챠니즘 환자 중의 환자라 신문도 구석구석 읽을 때가 거즘 없다고 봐야 해요. 영화에 열광하던 적이 별로 없어서..음악 잡지두 그림만 보구..암튼 죄다 별루구..활자하고 친해질려면 신문이라도 제대로 봐야 하는데..부끄럽습니다..근데 한독자, 라는 가명으로 꼰지른 거..그건 잘 하셨네..우오우오, 쫙쫙쫙..

2005-04-20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4-2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짝짝짝.

로드무비 2005-04-2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제 귀차니즘도 장난 아니에요.
그런데 그동안 바쁘셨나봐요. 궁금했는데...
저 성질 불뚝하면 무섭습니다?ㅎㅎ
사실은 솜방망이예요.^^
숨은아이님 고마워요. 짝짝짝 박수쳐주셔서......^^
속삭이신 님, 제가 님 방에 갈게요. 심야에......

하루(春) 2005-04-2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니라고 부인하시지 그러셨어요? ^^;;

2005-04-2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