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라는 MBC 최장수 드라마가 끝난 지도 한참 되었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겨울, 전원일기를 보다가 마침 통화가 된 친구 때문에 신촌의 그녀 집으로 달려가 술을 퍼마신 일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새해 새날을 이틀인가 사흘 앞둔 날. 애인도 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게 되는 게 무지 심란하던 때.

그날 전원일기의 주인공은 노총각 응삼이었다. 지지리도 가난한 한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농사 짓고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장가도 못 가고 속절없이 늙어버린 응삼이. 남동생은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며 방을 얻어 자취하고 있었다. 학비며 책값이며 용돈이며 모두 형인 응삼이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당연지사.

노처녀라는 것말고는,  남동생과 함께 자취를 할 때였으니 가끔 술자리에서 소녀가장임을 사칭하긴 했지만,  응삼이와 나의 공통점은 사실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해가 바뀌기 직전의 묘한 기분에다가 동병상련의 눈물을 철철 흘리며 그 드라마를 보았다. 나쁜 놈의 시키! 글쎄 그 동생놈이  못배우고 못생긴 형 응삼이를 그렇게 구박하고 무시하는 거다.

동생이 제대로 뭘 끓여먹고 사는지 걱정이 되어 자기가 가진 옷중 제일 좋은 것을 꺼내어 입고 서울 자취방에 올라온 응삼.  애인과 시시덕대던 동생놈은 형의 방문에 화들짝 놀라는데 글쎄 응삼을 애인에게 형이라고 소개도 안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술을 퍼마시고 친구 어머니인 복길 할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응삼이.

눈물콧물을 짜고 있는데 가까운 동네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전원일기를 보고 내 생각이 났닸다. 남편이 출장을 갔는데 집에 몇 년된 더덕주가 있으니 응삼이 동생 욕하며 한잔하자는 얘기였다. 나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택시를 잡아타고 그 집으로 갔다.

꽤 큰 유리병 속의 그 귀한 더덕주 한 병을 그날밤 우리 둘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셔버렸다. 얼마나 향기롭고 혀에 착착 감기는지......응삼이 동생놈을 향해 친구와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번갈아가면서 해주었다. 욕설의 카타르시스를 나는 그날 처음 경험했다. 평소에 얌전하고 우아하던 친구의 입에서 별 희한한 욕이 다 나오니 너무 우스워 나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내가 한 욕 중 제일 웃겼던 건 '똥물에 튀겨 죽일 놈"이었다!)

신촌 아저씨 낙지찜 옆, 자신이 다니는 출판사 건물 2층에 세들어 살던  그 친구의 좁은 집이 생각난다. 집은 좁아터졌지만 소설가 김승옥 선생이 그려준 내 친구의 초상이랑 이제하 선생의 말 그림이 걸려 있던 세상 어느 저택이 부럽지 않던 안방.

새벽에 일어나 보니 더덕주 병이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쓰러진 병을 일으켜세우고 친구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 새벽, 그 골목 풍경을 잊을 수 없다.

 

결국 부부가 된 응삼이와 가겟집 숙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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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5-05-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옛날 이야기는 언제나 너무 재밌다니깐요. 근데 "똥물..."이 욕이라니.. 저같은 어둠의 혓바닥들은 숙연해 집니다. -_-;

물만두 2005-05-1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말 울 엄니가 잘 하시는데^^;;;

클리오 2005-05-1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물에 빠뜨려도 아니고, 튀겨서 죽일려면 끓여야 되는건가요? 아앗! 쓸데없는 말 해서 죄송합니다.. ^^;;;; =3=3=3 (마음속 뭔가를 줄이고 그냥 도망가버릴랍니다)

산사춘 2005-05-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울컥! 했어요. 뒷야그에서 더욱요. 날이 궂어서 그런가봐요.

로드무비 2005-05-1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반가워요.
그런데 어느 대목에서 울컥하셨을까나?
쓰러진 술병 부분이요?ㅎㅎ
클리오님, 저 욕 정말 웃기지 않아요?
상상을 해보세요, 똥물에...ㅎㅎㅎㅎ
그런데 왜 자꾸 도망을 가시는지?
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으련만.=3=3
물만두님, 정말이에요?
소녀같은 물만두님 어머니가.....ㅋㅋ
올드핸드님, 님 서재에 진득하니 계신 거 정말 오랜만에 뵈어요.
님도 계시니 페이퍼 하나 더 쓸까요?ㅎㅎ(무궁무진)

날개 2005-05-1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물로 로드무비님과 클리오님이 본격적으로 얘기하시는 광경이 보고파요~ ^^*

인터라겐 2005-05-1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그물에 튀기려면 손수 불을 지펴야 하는데 전 안할래요...ㅎㅎㅎ

추억할께 많은 사람은 복받았다고 하잖아요...ㅎㅎ 로드무비님께 걸리면 재미없는 이야기도 재미있어 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장수님께 힘을 좀 써달라하셔서 로드무비님이 책을 하나 내심이..교정교열 로드무비 저자 로드무비..감수 알라디너...표지사진 마이도러....

파란여우 2005-05-1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삼이....사무실 노친네 별명이기도 했던.
그러나 분명 이 응삼이는 그 응삼이하고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로드무비님의 응삼이는 쓰러진 술병 땜시롱....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이 아니라.^^

비로그인 2005-05-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삼이 만세-.-/ 로드무비님 만세-.-/

클리오 2005-05-1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똥물을 끓인다는 말을 하다가 냄새날까봐 도망갔습니다. 다음엔 좀더 길~게... ^^;;;

하루(春) 2005-05-1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글입니다. 똥물에 튀겨죽일 놈이라니... 한번 타이핑해보고 싶었어요. ^^;

조선인 2005-05-1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원일기를 참 좋아한답니다. 응삼이 아저씨가 그립네요.

로드무비 2005-05-1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대로 고스란히 한번 옮겨보고 싶은 문장이 있지요?
그런데 그게 똥물이라니!(항상 고마워요, 하루님^^)
클리오님, 생각보다 비위가 약하신 분이군요.
으윽=3 그런데 가만히 그 장면을 상상해 보니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요.^^;;
비숍님, 엥? (저도 따라서) 비숍님 만세-.-/
파란여우님, 그러고 보니 님의 사무실 페이퍼에서 응삼이 이름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알라딘에도 응삼이 있는데......ㅎㅎㅎ
인터라겐님, 안 그래도 옆구리 찔러봤는데 안된다네요.;;
언젠가 책 한 권 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교정교열비도 안 드는데 좀 내주면 안되나? 그죠?ㅎㅎ)
날개님,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클리오님이랑 똥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다정한 모습 다시 보셨죠?^^

로드무비 2005-05-1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조선인님이...
전 응삼이를 아저씨가 아니라 이성으로 좋아했답니다.^^

sooninara 2005-05-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덕에...이밤에 떵.냄새가 집안에 퍼지는듯 하여이다..
철없는 동생도 나중엔 응삼형의 고마움을 알까요?
오늘 다음뉴스에서 형은 동생 가르치고 도와주느라 22평 분양 받고..기자인 동생은 34평인가 분양 받은 이야기 읽고 거시기했는데..로드무비님이 뭐시기하게 만드시는군요^^

killjoy 2005-05-1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 글썽~

인터라겐 2005-05-1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책내시면 제가 일착으로 사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세요.... 아 그러기에 앞서 로드무비님 마태님처럼 사인하나 연습하고 계셔야 하지 아닣을까요?
사인받기 위해 책을 사는 분들도 있나고 하잖아요...

로드무비 2005-05-1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날개님과 가위바위보, 하세요.(거만거만^^)
사인은 마이 도러에게 맡길까요? 요즘 사인 연습하고 있던데.....
새벽별님, 아마 그럴걸요?
결혼식 장면은 못 봤지만 핑크빛 무드가 조성됐었잖아요.^^;
killjoy님, 혹시 빈농의 장남(혹은 장녀)으로 태어나셨나요?
눈물 글썽~하셔서요.;
수니나라님, 떵 냄새 구수하죠?
아무튼 형이나 누나 능가하는 동생 없다니까요!^^;;;
(제가 바로 장녀입니다요.)

비로그인 2005-05-2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중독자예요, 무비 언니! ^,.~;
신촌의 그 친구 분은 지금 뭐 하실까, 궁금하네요. ㅎㅎ

로드무비 2005-05-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분은 지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출판사의 발행인이에요.
^,.~; 너무 재밌다!^^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빨리 읽고 리뷰를 쓰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최영미의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그리고 심지어는 주문해놓고 그렇게 기다리던 공선옥의 <사는 게 거짓말 같은 때>가 토요일에 도착했는데 뒤로 미뤄두고 이 책을 먼저 집어들었다.

리뷰 전에 자랑질

클래식 음악애호가 김갑수,  1989년 그의 첫 시집 <세월의 거지>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지금은 출판평론가로 명성이 자자한 모 씨가 나와 같은 출판사에 다니다가 <출판저널> 기자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독자서평 원고를 맡았는데 원고 들어온 게 없다며 급히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얼마 안되긴 하지만 원고료도 있다길래 방금 사서 재밌게 읽은 김갑수 시인의 <세월의 거지> 서평을 얼렁뚱땅 써서 넘겼다. 일로 알게 되어 꽤 친하게 지낸 원로소설가 한 분이 출판저널에서 그 글을 읽었다며 한국일보에 실린 어느 원로화가의 인터뷰 기사를 화가의 자전적인 수필로 바꿔 써달라고 내게 부탁하셨다. 그걸 써드리고 원고료를 10만 원 받았다. 그리고  웅진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내 친구가 어느 날 우연히 그 회사 복도 자판기 앞에서 만난 김갑수 시인에게 독자서평을 쓴 친구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접선이 되어 딱 한 번 술도 거하게 얻어마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김갑수 씨의 시집을 읽음으로 인하여 나는 꽤 많은 경제적인 이득과  더불어 시인과 술을 마시는 영광을 누려봤다는 것이다. 에잇! 리뷰의 서두가 뭐 이래! (죄송.)

처연하면서도 심상한 자기고백

이 책이  음악책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에는 지나간 사랑의 사연과 젊은날의 방황과 고뇌,  마흔을 훌쩍 넘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시인의 처연한 자기고백이 그의 영혼을 매료시킨 클래식 음악의 선율과 함께 실려 있다. 자신의 한쪽 눈이 완전히 멀게 된 사연도, "한번도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 애인에 대해서도 그는 참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심상하게 말한다. 나는 그의 담담한 어조가  좋다.

십몇 년 전 전문 음악실을 방불하는 광화문의 그의 아지트에 대해 소문이 무성했는데 내가 조금만 뻔뻔하거나 용감했다면 그 곳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경 못한들 그게 뭔 대수겠는가. 이 책은 나같은 클래식 음악의 문외한도 아무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재밌게 쓰였다. 

오래 전  <음악, 귀로 마시는 황홀한 술>(제목이 정확히 기억 안 난다)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작곡가와  음악과 명반을 소개하는 책을 읽고 당장에 살 명반 제목을 수첩에 빼곡하게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남의 입을 통해 듣는 음악의 감동은 읽을 때뿐이었다. 송영 선생의 비슷한 책도 마찬가지. 재밌게 읽고 호감은 가졌지만 그 당장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지진 않았다.  어쩌면 나는 선물받은 말러의 교향곡들과 카잘스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 외에는 이렇다 할 명반 한 장 가져보지 못하고 인생을 끝내게 될지도 모른다.

음악이 안겨주는 전존재의 떨림이라!

--인생이 너무나 별게 아니라는 생각에 진저리치며  음악 속으로 도망을 친다. 거기 모든 것이 다 있다.(18쪽)

리스트와 바그너, 연애 문제로 악명이 높은 두 작곡가에 대한 저자의 이해가 막힘이 없고 참 명쾌하다. 연애 문제로 그 자신도 마음고생을 많이 한 눈친데 저자는 이를 결코 숨기려는 기색이 없다.

--그들은 사기친다고 드러내면서 사기쳤다. (...) 두 예술가는 그런 삶으로 충분히 화려했고 또한 충분히 고생을 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작품을 남겼다.  나는 그런 리스트,  바그너를 사랑한다.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25쪽)

삶이 괴로워서 음악으로 도망을 쳤다는 시인 김갑수는 음악에 빠져 시도 쓰지 않고 아예 클래식 음악 전문가로 방송 진행자로 나섰다. 이 책에서 30대, 40대, 50대 독신 트리오였다는 편집자 시절의 시인을 포함한  광화문 3인조 이야기가 나는 제일 재밌었다. 무명의 음악 애호가들의 삶, 나도 한번 그렇게 미친듯이 살아봤으면......

그리고  캐슬린 페리어니 벨라 바르톡 등 생전 처음 듣는 가수와 작곡가의 이름, 시인 김정환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음악이라며 그의 작업실에 놀러오면 청하여 듣는다는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몇 번 곡 등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시인의 음악 소개는 정말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 그의 책을 읽다가 언젠가 비오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듣고 무지 좋았던 에릭 사티의 곡명을 알게 됐으며, 작가 최인호의 딸 다혜 양이 초등학생일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듣고 너무 슬퍼서 펑펑 울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접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국어 선생을 하는 내 친구 딸은 두 살 때 방문에 걸어놓은 아기 그네 위에 앉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듣는 것이 취미였다. 그 곡을 들을 때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아이의 모습이 결혼도 하지 않은 나는 신기하기 짝이 없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마이 도러는 음악적 재능이 없는지 몰라도 그런 애창곡이 없었다. 요즘은 운동회 준비를 하며 배운 학교 교가를 고래고래 악을 써가며 시도때도 없이 부르는데......

나는 오래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어떤 음악회에서 이탈리아 가곡은 악보도 보지 않고 열창하더니 한국 가곡을 부를 때 소절마다 악보를 보면서 부르는 어느 소프라노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클래식 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미워했던 적이 있다. 그 무렵 또  윤호진 연출의 뮤지컬 <겨울나그네>를 예술의 전당에 보러 갔다가  겉멋만 잔뜩 든 그 엉터리 뮤지컬에  실망해  끝까지 보지 않고 일행과 함께 중간에 나오는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내 돈으로 음반을 열심히 사지 않았을 뿐 이렇게 저렇게 주워듣고 좋아라 했던 곡들은 꽤 되는데......

본격적인 클래식 음악 이야기만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든 클래식 매니아 독자라면 어쩌면 조금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 클래식 외에도 록이나 분노의 하드 코어, 밥 딜런 30주년 기념 콘서트장에서  사회자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나갔다는 시네이드 오코너의 소식까지 뭐 하나 내 구미를 충족시키지 않는 것이 없었으니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는 내가 모르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테리 리드,  할리 니어 등 그의 소개를 듣기만 해도 호감이 가는 대중가요 뮤지션들의 이름을 내 수첩 귀퉁이에 옮겨 적게 했다. 그것이 앞으로 무슨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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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5-05-1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거리도 풍부한 로드무비님,
이런 저런 사연 읽기도 재미있었구요. 책소개도 잘 읽었습니다.
그가 라디오도 진행한다구요...
보관함에 넣고 추천도 잊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빡빡한 글씨에 맘 놓고 읽지 못 하였다가 저녁에 다시 와 차분히 읽었습니다. ^^

릴케 현상 2005-05-1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려하게 사셨군요^^아니 사시는군요...오늘 택배를 보냈습니당

날개 2005-05-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을 몰라도 재밌다니, 조금 용기가 생깁니다..ㅎㅎ

로드무비 2005-05-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얼마전 <사색기행>을 재밌게 읽고났더니 책 읽는 즐거움을
어느새 회복한 것 같아요.
이 책도 단숨에 읽었습니다.
저처럼 클래식 몰라도 충분히 재밌으니 나중에 빌려드릴게요.^^
자명한 산책님, 동작도 빠르셔라.
내일 받는 대로 메모 남길게요.^^
그리고 저 화려하게 안 살았습니다.
어쩌다 얻어걸린 공연이며 생각잖은 두둑한 원고료였어요.
그러니 제가 잊지 못하고 자랑질을 하죠.ㅎㅎㅎ
미누리님, 추억거리는 풍부한 편인데 요즘 제가 왜 이리 시들한지 모르겠어요.
아, 제가 이 리뷰 너무 빽빽하게 썼나요?
재밌게 읽어주시고 추천까지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Phantomlady 2005-05-1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는 촌스러운 믿음이 있는데 작년 봄 우연히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 김갑수 시인을 본 적이 있어요. 물론 인사도 못 하고 스쳐지나갔지만요. 이 책 읽고서 클래식 음반도 몇 장 샀더랬죠. 얼마전 알라딘에서 이수정과 조지아에 관해 쓴 글도 본 거 같은데 로드무비님이었나..

깍두기 2005-05-1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의 수필집 같은 건 절대로 집어들지 않는 사람인데, 이책 읽고 싶네요. 로드무비님의 글빨에 속는 거 아닌지 몰라....

로드무비 2005-05-1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전 남의 수필집 좋아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님도 이 책 좋아하시지 않을까!^^
스노드롭님, 이 책 읽으니 사고 싶은 음반이 얼마나 많은지......
음반에 뒤늦게 필 꽂히면 절대 안될 형편이라 아쉬운 대로 두 개 정도만 사려고요.
그런데 님은 이 책 읽고 뭐뭐 사셨어요? (궁금)

하루(春) 2005-05-1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정말 새콤달콤한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요.

2005-05-17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1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예전 제가 다니던 직장 덕에요.
지금 생각하니 꽤 재밌게 지낸 것 같은데 그땐 왜 그렇게
인상 쓰고 다녔을까요?^^;;
하루님, 들척지근한...이라는 표현이 더 맞아요.
님도 재밌는 추억 많이 만드시길......^^

2005-05-17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nemuko 2005-05-1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독서의 스펙트럼이 정말로 넓으세요. 게다가 어쩜 그리 소설처럼 사신건지.. 옛 이야기들 하나씩 꺼내 놓으실 때마다 정말 부러워요^^

로드무비 2005-05-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뭐 그렇지도 않아요.
아무래도 출판사에 다니다보니 문인들 마주칠 기회가 좀 있었죠.^^

Phantomlady 2005-05-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의 구구절절한 고백을 듣고나니 브람스와 슈베르트를 피해갈 수가 없었어요. 아마 읽어본 분들은 다 아실 듯 ^^ 추천곡에 나오는 브람스 현악 6중주는 똑같은 앨범으로 사구요.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는 한스 호터 노래가 없어서 제가 좋아하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곡으로 샀어요. 그리고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가 뭐야, 궁금해서 존 할로웨이 바이올린 연주로 사구요.

코마개 2005-05-1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김갑수씨 매우 좋아하는데...그 분의 생각들과 글들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그 담담한 어투.

로드무비 2005-05-1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수선님 방에서 간혹 마주치던 분이군요.
김갑수 시인의 생각과 글, 담담한 어투를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로드무비 2005-05-1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는 처음 듣는 얘긴데...
그 부분 읽을 때 잠시 졸았나보다.;;;;
슈베르트와 브람스 정말 안 살 수 없게 써놓았죠?
님의 목록 참고하겠습니다.^^

hanicare 2005-05-1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쌩스 투 누르고 구입했습니다. 예전에 이순열씨의'음악, 귀로 듣는 황홀한 술'을 샀었어요.그런데 한 귀절도 기억이 안나는군요.(이젠 검색조차 안되네요. 얼마나 되었다구.) 그런 책들은 결국 종이재활용으로 보내버립니다.저는 책의 육체성에도 굉장히 집착을 하는 고로 로드무비님처럼 중고서적은 통 정이 가지 않습니다.중고는 커녕 예전엔 초판만 사기도 했지요.은어낚시통신을 누구에게 주고 나서 판이 바뀐 책을 사려니 남 먹다남은 밥 먹는 것 같은 불결함(?)마저 느껴지던 기억.(어쩐지 쓰면 쓸수록 내 인간성이 나쁘다는 광고를 하는 것 같습니마만,흠흠.)
로드무비'님'이라고 술술 잘도 씁니다만, 처음에 서재나들이할 때마다 타 서재에 가서 '님'자 붙이기가 어찌나 어색하던지요. 남편을 여보라고 못 부르는 입을 달고서 '님'이라고 치지 못하는 손가락까지 겸비했지 뭡니까.(투덜)
* 저 책 살까 말까 계속 망설이던 겁니다. 작가들이 쓴 음악책 영 나른했거든요.
* 아 그나저나 저번에 파니 핑크랑 도리스 되리 책이랑 김광석을 패키지로 묶어 팔던 그 이상한 가게 귀뜸해주지 않으면 인제 추천이고 썡스 투고 다 떼 먹을 거에요.

로드무비 2005-05-1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님, 참 이순열 씨가 쓴 책이었죠?
전 인간성 나쁜 사람이 좋으니까 님이 그런 말씀하셔도
더 매력적으로만 보입니다.
이 책 일단 님도 재밌게 읽으실 거예요. 음악 취향하곤 상관없이.....
아, 그나저나 파니핑크랑 도리스 되리, 김광석을 패키지로 묶어팔던
이상한 가게를 아직 기억하시다니!
님 너무 재밌는 분이에요.ㅎㅎ^^

비로그인 2005-05-1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유명인들과 친분도 나누시고..로드무비님, 이거 은근슬쩍 잘 보여야겠습니다. 흠흠..그나저나 이거 또 제가 읽어야 할 필독서구만요. 조그만 무식함도 용서하지 않는 로드무비님 서재..아이고, 벱새가 황새 따라갈려면 가랭이가 찢어진다고..저, 로드무비님 따라댕길라다 깁스하게 생겼습니다. 우..웁T^T
 
도로시아 랭 Dorothea Lange 열화당 사진문고 8
마크 더든 지음, 김우룡 옮김, 도로시아 랭 사진 / 열화당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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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들 파트리지가 찍은 도로시아 랭(1895^1965)

샌프란시스코의 최상류층과 부호들을 주로 찍던 그녀가 대공황기, 자신의 스튜디오 근처에서 구호물품을 타기 위해 줄 서 있는 실업자들을 찍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인생과 작품세계의 획기전인 전환이었다. 이때는 그녀 자신 화가인 남편과 파경을 맞는 등 개인적으로도 아주 어려운 시기였다.

화이트 앤젤급식소, 샌프란시스코, 1933.

랭이 거리로 나가 첫 촬영에서 얻은 사진.
급식소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여러 사람들과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이 늙고 수심에 찬 사람의 곤경이 생생하게 읽힌다.

랭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라도 그 대상의 내면적 힘과 탄력성을 포착하고야 마는데 이 이상의 우정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바퀴수레 옆의 남자, 샌프란시스코, 1934.

"여기의 이 사람은 머리를 묻고 벽에 등을 댄 채, 뒤엎어진 수레처럼
그의 삶 자체가 엎어져 있는 것으로 찍혔다."
랭이 후일에 한 말이다.

절망의 이콘...

이주민 어머니, 니포모, 캘리포니아, 1936.3.

임시천막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 여인의 가족. 주위의 밭에 흩어져 있는 언 채소와 아이들이 잡은 새로 연명한다고 말했다는 이 여인의 나이가
서른둘이란다.

나이에 비해 엄청 늙어보이는 여인의 저 표정은 그러나 영국 여왕 못지 않게 단호하고 결연하다.

장애아, 섀크타운, 엘름 그로브, 오클라호마, 1936.

1960년대, 랭의 조수로 일했던 랄프 깁슨은 이 사진에 대한 재밌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을 찍은 지 30년 정도 지났을 때, 프린트를 다시 하기 위해 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던 랭은, 의지할 곳 없던 이 지체아가 당하던 학대에 대해 얘기하면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한다.

증오와 체념과 독기...무시무시하고 슬픈 아이의 눈빛!

길 위의 가족, 중서부, 1938.

애리조나로 가는 길에서 마주친 이주 농업 노동자 가족. 오클라호마를 떠나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서 감자와 목화 수확 일을 따라 이동하는 중이었다고.

길가 더러운 천막촌에서 지내다 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속출했다니...

여행중의 어머니와 아이들, 튤레이크, 시스카유 카운티, 캘리포니아, 1939.

그녀의 사진 속 가난한 이들은 무력하고 비천하며 가련한 희생물이 아니라,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어떤 위엄과 용기를 지니고 있는 당당한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씻지 않아 꼬질꼬질하고 황망한 표정의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무력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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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5-05-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이 더 가슴을 찌릅니다...

로드무비 2005-05-1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님, 페이퍼가 아니라 포토리븁니다.^^

날개 2005-05-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부 흑백인가요? 흑백이 참 잘 어울리는 사진들이군요..

인터라겐 2005-05-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좋은책을 많이 갖고 계시네요...아 부럽다..

비로그인 2005-05-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사진은 문정현 신부님 같아요. 전 사실, 무섭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나라를 보면서 암담한 미래가 보여줄 우리들의 비참한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어요. 아, 저 사진 속의 나라가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 아니고..경제공황도 마찬가지겠지만요..무서버요..으..

2005-05-1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저도 무서버요.^^;;;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저 사진 속의 남자 문정현 신부님 같기도 하네요.^^
인터라겐님, 사진집 좋아하는데 비싸서 살 수가 없어요.
열화당 사진집이 예전에 3000원이었는데 지금은 만 원이 넘는답니다.;;
날개님, 예. 흑백사진들이에요.^^

하루(春) 2005-05-1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화당 책 모으시나 보군요. 아니라면, 그저 좋아서 사다 보니까 그러셨을 수도 있겠죠? 좋은 사진과 님의 해설 혹은 감상 잘 보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5-05-1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몇 권밖에 없어요.
그리고 얼마 전 오랜만에 큰맘먹고 세 권 샀답니다.
사진 상태가 별로 안 좋은데 잘 보셨다니 제거 되려 고맙네요.^^

릴케 현상 2005-05-1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민 어머니 사진은 많이 본 것 같네요. 타인의 고통 표지였던가요?(음 아니네-_-그럼 뭐지?)

로드무비 2005-05-1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산책님, 저 사진집 표지예요.
그래서 눈에 익은 거 아닙니까?^^

icaru 2005-05-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화당 사진 문고 시리즈 중에서 하나인가보네요... 몰랐던 작가예요...
서점에 가면 도로시아 랭 꼭 찾아봐야겠어요 ^^
님 덕에 또 한 작가를 알고갑니...
 


**스포일러 만땅 페이펍니다. 이 영화를 보실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민병국 감독의 첫 영화 <가능한 변화들>을 비디오로 보았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이 영화는 우선 제목으로 나의 시선을 끌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뭔가 변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만 할 뿐 나날이 인간성이며 뭐며 나빠지기만 아는 나로서는 이끌릴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더구나 감독은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연출부 일을 했단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한편 경멸하면서도 한편 무지 좋아한다. 인간성  나쁜 거는 아는데 나도 모르게 끌리는 남자 내치지 못하는 심리랄까? 몇 년 전  홍상수 감독의 제자였다는 말만 듣고 무조건 보러 갔던 박경희 감독, 추상미 주연의 <미소>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된 것처럼 어젯밤 나는 기대를 잔뜩 하고 이 영화를 보았다.

책을  읽거나 책상 앞에 앉은 꼴을 한번도 볼 수 없는 전업작가 문호(정찬)는 몇 년 전 갑자기 쓰러져 다리를 심하게 절게 된 종규(김유석)와 아주 오래 된 둘도 없는 친구이다.  문호는 얌전한 아내와 일고여덟 살의 딸아이가 있지만 총각 행세를 예사로 하고 다니고,  종규도 무슨 연구소 말석 자리라도 제 몫의 책상이 있고 미스 김이라는 말 잘 듣는 애인도 확보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럭저럭 모양을 갖춰 사는 두 사내,  그런데 뭐가 문제지?

제주도의 넓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벼랑 위에 둘이 앉아 담배 피는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기세좋게 시작한 이 영화는 누가 더 희망이 없고 누가 더 야비한 것인지 내기라도 하듯 두 남자의 엽색행각을 보여준다. 심지어 둘은 라면집에서 한 테이블에 동석한 여자랑 여관에 들어가 2 대 1의 섹스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해치운다.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고 여자가 옷을 입고 나가려 하자 머리통을 사정없이 내갈기는 문호.

문호가 집에서 아내나 딸을 얼마나 짜증스럽고 재미없는 표정으로 대하는지, 싼 이탈리아 식당에 모처럼 외식을 하러 나가기 전 마루에 벌렁 드러누워 이빨 좀 닦아달라는 어린 딸아이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모습은 가관이다.  아이는 아빠의 거절에도 일곱 번인가 여덟 번쯤 같은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식당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잠시 궁둥이를 붙인 대기석에서는 아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계속 심하게 떤다.  그는 그런 딸이 걱정도 안되는가, 모처럼 가족과 외식하러 나왔으면서도 잠시를 못 참고 밖으로 나와 채팅으로 알게 돼 작업중인 아가씨와 약속을 잡는다.

 


이제보니 식당 문을 빼곰히 열고 아빠가 뭐하나 내다보는 딸래미가  마이 도러를 좀 닮은 것 같기도.

밤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큰 우산을 들고나온 문호. 결국 채팅녀와 만나 동침하는 데 성공하는데 임신을 걱정하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임신해버려, 임신해버리라구!"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고 다니는 인간의 저 쓸쓸한 얼굴을 좀 보라지.

그 볼품없는 우산(도대체 무얼 상징하는 것일까?)을 들고 다음날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개기던 그, 비가 무진장 쏟아지는 동네 골목길에서 우산을 펼치지 않고 땅바닥에 패대기쳐 작살을 낸다.  나름대로는 절망의 표현이리라!  엉망으로 젖어 돌아오는 남편을 집 앞에서 기다리고 섰는 아내. 누군가 "이 영화 속의 남자들은 홍상수의 인물이라기엔 조금 더 거칠고 조금 덜 귀엽다"고 말했다는데 절묘한 표현이다. 그러고보니 <강원도의 힘>에서의 장면과 놀라울 정도로 겹친다. 집에서 그렇게 따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내,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밖으로 나와 딴 여자랑 논다. 거기다 우산까지 손에 들었으니......(대단한 발견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의 존재감은 이상하게 희미하다. 버젓한 직장에 다니는 채팅녀 윤정(윤지혜)도, 종규의 첫사랑인 대학교수 수현(신소미)도, 종규와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를 떼고 나와 삼계탕을 먹으며 식당 텔레비전을 보며 낄낄 웃는 미스 김(옥지영-'고양이를 부탁해'의 지영이었던)도, 유령 같다. 

첫사랑과의 동침을 위해서는 무리해서 최고급호텔 스위트룸을 빌리고, 자신의 아이를 떼고 나온 여자가 한강이 보이는 방에서 아침을 맞고 싶다고 말하자 허름한 여관으로 데리고 가는 종규의 파렴치함.  거기다 그 새벽 곤히 잠든 애인을 기어코 깨우고 자신의 절망한 낯짝을 들이대는 무신경함이라니!

이 영화는 스토리라 할 게 별로 없다. 뭔가 변해야 하지만 변할 가능성이 1프로도 안 보이는 두 친구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들의 후줄근하고 더티한 일상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두 남자의 열연 탓인가 내게는 꽤 괜찮은 영화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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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김유석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흥행 못하고 내리더군요. 제가 김유석의 오래된 팬이거든요. ^^

로드무비 2005-05-1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김유석 연기 정말 좋았어요.
저도 극장 가서 보려고 했는데......

날개 2005-05-1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니 무지무지 마음에 안 드는 남자들이잖아요...ㅜ.ㅠ
근데, 저 애 진짜 이쁘게 생겼네요.. 저런 이쁜 딸이 눈에 안들어올까?

클리오 2005-05-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홍상수 영화 자체가 너무 힘들고 후줄근하고 더티해요... T.T 아아~ 오늘이 우울한 날이어서 더욱 우울해지네요.... 이 영화 안봐야겠어요...

Phantomlady 2005-05-1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상수표 영화를 마음에 안 들어하면서도 은근히 끌리는 나머지 흥흥 그렇단 말이지, 혀를 차면서 결국에는 보고 만다는.. (마치 연애심리같군요..) 저는 정찬 때문에 보고 싶은데.. ^^

로드무비 2005-05-1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바로 그거 아입니꺼.^^;;
저 정찬, 김유식 둘 다 좋아해요.
정찬은 언제 갑자기 사내 냄새를 물씬 풍기게 되었죠?
<로드무비> 전만 해도 소년이었는데......
클리오님, 전 그 점이 마음에 듭니다.
후줄근하고 더티한......
그런데 오늘 왜 우울하실까요?;;
날개님, 저도 극중 인물들은 마음에 안 듭니다.
하지만 두 배우는 괜찮다고요.^^;;

플레져 2005-05-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순이의 시아주버님이 나오는군요, 김유석.
이 영화 보고 싶었어요. 비디오로 나왔다굽쇼? 흠... 님의 리뷰가 영화보다 더 맛난 건 아녀요? 헤헤~ 추천해요 ^^

poptrash 2005-05-1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식으로 뭔가 적나라하다는 느낌이 드는, 불쾌하다 싶을 정도로 눈앞에 들이대는 영화나 책들은... 무서워요 너무. 흑흑.

마냐 2005-05-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쭈글쭈글함이 눈에 보이는 거 같슴다. 많이는 아니고, 좀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로드무비 2005-05-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내용이 좀 불쾌한데도 이상하게 보고나면 기분이 약간 개운해요.
(내가 변태일까요?^^;;)
poptrash님, 끔찍하지만 그게 또 재밌잖아요.^^;;
플레져님, 이 페이뷰가 재밌다굽쇼?
역시 전 님의 댓글이 없으면 안돼요.^^
 

요 며칠 속이 괜히 부글부글 끓었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그런데 원인 없는 일이 어딨겠는가!  사안은 두어 가지. 그 중 하나는 우리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나의 만화를 빌려다 읽는 모 여인 때문.

나는 너무 재밌게 읽은 만화는 메모해 두었다가 좋은 기회가 있으면 사는 편이다. 20세기 소년도 갤러리 페이크도 그렇게 샀다. 항상 읽을 책이 밀려있으니 그렇게 배달된 책은 래핑도 뜯지 않고 주구장창 책꽂이에 꽂혀있기도 한다. 처음에 책을 빌려갈 때 조심스럽던 그녀. 이젠 내가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책까지 예사로 집어간다.  1년 정도에 걸쳐 우리집 책꽂이의 만화를 대부분 읽은 그녀. 급기야 며칠 전엔 내가 부산 여동생에게도 아직 빌려주지 않은 히로카네 겐시 모 전집을 준비해온 쇼핑백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살 수도 없는 책이다!)

나는 속으로 "어어!" 비명을 질렀을 뿐 나머지 책을 꺼내어 그녀의 쇼핑백에 직접 넣어주기까지 했다.

그녀가 가고 나서  무척 허탈했다.  만화를 빌려다 읽으라고 먼저 제안한 건 나였다. 래핑 뜯지 않은 책도 먼저 가져가서 읽는 판에 그리고 그것은 하나도 속상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는데 정말 무지하게 속이 쓰렸다.

"xx 엄마, 그 책은  빌려주기 싫어! 나도 그런 책 하나쯤은 있어야지!"

아니 웃으면서 왜 그렇게 말을 못했단 말인가!

내가 인간관계에 두려움을 갖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별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일이 꼬투리가 되어 불편해지고 어색해지는 것.  원인제공자가 누구이든 간에......

그녀는 지금 죄도 없이  나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  나는 '그깟 책, 닳는 것도 아닌데 좀 빌려가 읽으면 어때?'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중이다. 만화 문제만이 아니다.  사람과 친하게 지내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장면에서 꼭 이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어쩌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너무 없는 나의 허무와 퇴폐 때문에 만화책 스물몇 권에 그렇게 혼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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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5-05-10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애시당초 책빌리겠다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팍팍 쓰고 노려본다, 2) 어떤 책을 빌려달라면 아예 사서 던져준다(-.-;) 등등의 신공으로 대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책이 네 책이고 책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만류귀종, 원전부단의 신공을 익히지 않는 이상 말이지요.

릴케 현상 2005-05-1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로드무비님 넘 귀여워요*,.*

야클 2005-05-1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마음이 여리시군요. 정신과 의사 이시형씨나 김정일씨 책 읽어 보면 나중에 후회할듯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웃으면서 No를 씩씩하게 외칠수 있어야 한다네요. 저도 연습중~ ^^

날개 2005-05-1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친한 관계는 너무 허물없어지는 바람에 가끔 속상하죠.. ㅠ.ㅠ 그럴땐 차마 매정하게 하지도 못하고....
허물없는 관계라도 한번씩 예의를 차려주고, 긴장감을 가져주면 서로서로 좋으련만....

panda78 2005-05-1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무리 로드무비님이 먼저 권하셨다 하더라도.. 남의 책 빌려갈 땐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빌려주기 싫은 책도 있는 게 당연하니 말이에요.
저도 NO말하기 연습 중! 담번엔 꼭 웃으면서 말씀하시기를- 아자!

nugool 2005-05-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어쨌거나..** 엄마께 문제가 좀 있긴 있네요. 아무리 친한 사이지만.. 비닐도 뜯지 않은 책을 빌어 간다는 것은 좀 지나쳤어요. 음..친한 사이일 수록 예의를 지키는 일은 어렵고도 쉽지 않은 일...

미누리 2005-05-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대 놓고 하기 어려운 말이 안되요!라는 말이잖아요.
저도 거절 잘 못 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많이 냉정한 사람이 되가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해져요.
그리고 또 이상한 것은요. 싫은 소리 좀 해 줄 걸 하여 다음에 맘 먹고 싫은 소리 했다가 속 시원하기는 커녕 오히려 싫은 소리 한 것이 마음에 걸려 내내 불편해 하게 되니 말예요.
정말 부드럽게 웃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방법을 아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정말 그야말로 오묘모호?합니다.^^;;

클리오 2005-05-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말을 해야할지,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잘 안나오는 것 같애요..

겨울 2005-05-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일 허다합니다. 내 마음보다는 상대방의 민망함이 먼저 신경이 쓰이는 일요. 적당히 에둘러 기분 상하지않게 말하기를 몇 번 연습해도 정작 그 말을 할 땐 표정이 장난아니게 굳어지거든요.

깍두기 2005-05-1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로카네 겐시 모 전집>이 보고 싶어요......(뜬금없죠?^^ 로드무비님이 빌려주기 싫어하는 책은 어떤 것일까?)

실비 2005-05-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놓고 말 못할때가 많죠.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말이 자꾸 입에서 맴돌아요.^^: 말하기도 모하고 말안할려니 속이 끓고.^^:;

2005-05-10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5-1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성정으로 봐서 아마 싫다고 말했으면 또 그것땜에 내내 속상해 하실 것 같네요. 에구 좀참을걸 하면서 자학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

stella.K 2005-05-1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저에게 보내주시겠다던 책 외에 갤러리 페이크를 덤으로 보내주셨던 로드무비님이 생각나요. 화끈하고 오지랖 넓은 로드무비님이 그대로 느껴져서 저는 좋은데...히히.

숨은아이 2005-05-1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가라고 자리에 앉히시는 건 어떤지... ^^

chika 2005-05-1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을 잘 안빌려주는 얌체예요. ㅠ.ㅠ
그리고 책쥔장이 읽지도 않은 책을 내가 먼저 보는 건 좀 실례인거 같아요. 그런거 무시하고 먼저 읽으라는 녀석을 둘 알고 있는데, 그런 녀석들은 좀 특이한 녀석들이고 대부분은 그리 좋아하진 않쟎아요. 가족에게도 지킬 예의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친한사이라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죠?

난티나무 2005-05-1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죄가 있네요. 죄도 없이 미움을 받다니요. 미움 받을 짓을 했구만요...
저도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저도 읽지 않은 제 책을 빌려줘 남이 먼저 읽는 꼴(!)은 못 봅니다.ㅠㅠ
로드무비님께서 벌써 그렇게 빌려줘 버리셨으니 조금 난처한 입장이긴 하나, 담번에도 또 그런다면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놓으심이 어떨지요?
아마도 그 분은 빌려가도 괜찮나 보다 하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Phantomlady 2005-05-1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땐 저건 선물하려는 책인데 다른 거 빌려가면 안 돼? 같은 액션이라도 취하셔야죠. ^^; 저도 같이 사는 친구가 제 껄 빌려가면 아끼는 책의 경우 (안 된다는 말은 못 하고) 조마조마하답니다 깨끗히 읽는 편이 아니거든요. 시디도 빌려가서는 케이스에 보관하는 게 아니라 책상에 굴러다니는 걸 보면 혼자 화를 삭히는 수 밖에 없죠.

문제는 빌려가는 사람은 이런 걸 전혀 모른다는 거예요. 성격상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그 모 여인도 전혀 생각이 없을 걸요. 그런 타입은 얘기를 해봐도 문제자체를 인식 못하기 때문에 의만 상하기 쉽상. 저도 이 글 읽으니까 너무 화가 나서 댓글도 길어 지네요.. ^^;

2005-05-11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5-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전 이렇게 대처하죠.
"아, 미안, 그거 파본나서 반품해야되는 책이거든?"이라고 말한 뒤, 손님이 돌아가면 침대 밑에 숨깁니다. -.-;;

urblue 2005-05-1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조선인님 대답이 더 재밌습니다.
어쨌거나 내가 손도 대지 않은 책을 다른 사람이 먼저 보는 건 정말 싫어요.

인터라겐 2005-05-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렇게 해서 책 몇권 돌려받지 못했어요... 그러고 나면 얼마나 속상한지...
그래도 아직 뜯지도 않은 책을 가져간다는건 그사람이 이상한것 같아요..
조선인님처럼 대처를 해보심이.... 스트레스 받다 보면 병납니다..

oldhand 2005-05-1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절하게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대단한 스킬인것 같아요. 특히 책 빌려 달라는 사람들 뿌리치는 것은 정말 어렵지요. 빌려주고 회수하지 못 한 책들만 해도 얼맙니까. 흑흑.

로드무비 2005-05-1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역시 알라딘 사람들은 돈 떼인 거보다 책 돌려받지 못하는 걸
더 마음아파하는 것 같아요.
아기 쑥쑥 잘 자라죠?^^
인터라겐님, 병날 정도로 속상한 건 아니에요.
네, 저도 조선인님의 지혜를 한수 배우겠습니다,
블루님, 님은 제가 읽지도 않은 책 먼저 빌려드린 거 아세요?흥=3^^
조선인님, 침대 밑 말고 상자에 넣어 베란다에 숨길게요.^^

starrysky 2005-05-13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런 말 절대 못해요.
속은 썩어 문드러져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그거 재미있어요~" 정도로 끝났을 듯.. ㅠㅠ
인간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때로는 속병을 낳습니다요. 히잉.

로드무비 2005-05-1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 스카이님,
님은 저보다 정도가 심하시군요.
앞으로 저에게 기술 좀 배우세요!(큰소리!)
인간관계는 영원한 숙제이지만 전 그것에 휘둘릴 생각없어요.^^;;;
(조금 덜 바쁘세요? 아아, 아까운 청춘. 이제 서재에 글도 좀 올리시지.)

비로그인 2005-05-1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속 상하셨겠어요. 그 사람 되게 염치없네..주인의 손길이 닿지도 않은 새 책을! 그 사람이랑 놀지 마요!

urblue 2005-05-1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왜 이러세요, 저도 읽지 않은 책 먼저 빌려드렸다구요.

로드무비 2005-05-1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어머 그랬어요? 몰랐네!('')(..)
복돌이님, 이거 다음 페이퍼 안 읽어보셨구나!
저 이 동네에서 아는 학부모 그 사람 한 명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