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지난주 서울 형님댁에 가서 시아버지 제사를 마치고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각에 전철을 탔다.
형님이 싸준 식혜에 동그랑땡에 깍두기까지 냄새가 폴폴 나는 묵직한 가방을 손에 들고,
잠이 들어 천근만근 무거운 아이는 남편이 안았다.

술냄새를 물씬 풍기는 중년의 여성 둘이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얼굴도 불콰했고 목소리도 높았다.
입을 열 때마다 소주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내 입에서도 자주 풍기는 냄새지만
맨정신에 맡으려니 좀 괴로웠다.
그들은 다른 승객은 안중에도 없는지 그날 술자리에서의 일을 떠들기 시작했다.
만화책에 코를 박고 있던 나의 뇌리를 스친 생각.

--내 또래 같은데, 저들은 결혼을 안했을까? 그러니 이 시간에 술을 마시고......

나는 좀전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중년여성은 이 시간까지 술 마시면 안되는겨? 로드무비, 니가 언제부터?!

참 별꼴이다.
사회적인 통념상 '적령기 혹은 적령기를 놓친 여성'으로 산 세월과 기혼으로 산 세월이 비슷한데
어느새 나는 철저하게 기혼여성 혹은 주부의 포지션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너무 큰 목소리로 떠들어 내 새끼의 잠과 나의 독서를 방해받는 상황이  
좀  마음에 안 들었다 하더라도......
인간이 이렇게 간사할 수 있을까!

'언니네'라는 사이버 커뮤니티가 있다는 이야기는 얼마 전 어느 님의 페이퍼로 알았다.
'성적性的'으로 무진장 솔직하고 자유로운 이야기들이 오고간다는 것이다.
솔깃하여 한 번 꼭 방문해 봐야지 해놓고는 까맣게  잊어먹고 있다가
어제 오늘, 이렇게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수위와 내용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일까,
내게는 대부분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집으로 침입한 강간범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한 여성의 어조와 그 내용은
이상하게 깊숙이 내 마음속으로 파고들었지만.
그런데 대부분 섹스, 성 정체성, 나쁜 남자들,  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성性과 관련하여
언니네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는 얘기 등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들을 묶은 거라는데 여성잡지 특집기사를 읽는 정도의
감흥밖에 없었으니......

나는  잘난체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엉터리고 가소로운 족속인지 잘 알고 있고,
여성이 비혼으로 사노라면 얼마나 피곤하고 열불 나는 일이 많이 생기는지
주르르 꿰고 있을 뿐 아니라,  딴에는 솔직하겠다고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 면전에서는 칭찬을, 돌아서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다는 것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모든 걸 짐작하고 있는 여성이든, 세상과 사랑에 대해 아직 환상을 품고 있는 여성이든,
자신의 현재진행형 연애에 대해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
어쩌면 이 남자는 진짜고 내가 기다려온 일생의 사랑인지 모른다는 미련과 기대.
그래놓곤 그 사랑이 깨어지고 난 후에는 또 이렇게 탄식하는 것이다.

--어째서 저 새끼는 예외라고 생각했던 걸까?(92쪽)

좀 의아했던 건 남자와 잘 때 좋기는커녕 괴로워 죽겠는데도 즐거운 척 연기를 했던 건
상대남성에 대한 배려의 차원도 있겠지만 자신의 미숙함이나 실수도 분명 있는 것일진대
몽땅 상대 남성에게만  죄를 뒤집어 씌운다는 것.

그리고 참다못해 무능하고 불성실한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어느 여성이
시어머니의 집을 팔아서 반을 위자료로 받아야겠다고 결심하는 부분.
(부모나 시부모는 봉인가?!)

내가 모르는 무슨 사정이 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함과 당당함을 지향하는 여성의
생각과 발언으로는 좀 걸리는 부분이 군데군데 보였다.

전철 속의 여성들이 큰 목소리로 떠든다는 이유로 그들을 잠시 얕잡아봤던 것처럼,
그동안 내가 변한 것일까?  10년도 안 되는 세월을 아줌마로 살면서?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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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6-04-1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읽지 마라구요...농담=3=3=3

바람돌이 2006-04-1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에서는 여자로 산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늘 무언가와 싸워야 하는 일이지만 그런 자각이 또 나와 내 주변의 삶을 좀더 나아지게 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그 켭켭이 쌓인 여성으로서의 자각과 피해의식이 가끔이지만 오히려 올바른 사고를 방해하는 내 안의 또하나의 벽이 되는걸 볼때도 있네요. 이래 저래 여자로 사는거 참 힘듭니다.

로드무비 2006-04-1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님이 이 책 읽고 리뷰 쓰시면 좋겠어요.
저보다 훨 잘 쓰실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산책님, 특히 남성들 한 번 꼭 읽어볼 만합니다.
제가 인생을 너무 험난하게 살아서인지(ㅋㅋ) 기대에는 좀
못 미친다는 뜻이었고요.^^

Mephistopheles 2006-04-1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철속의 그 중년 여인네들이 그 시간에 술을 먹는 건 잘못된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해가 될 정도로 떠들었다면 그건 잘못된 거겠죠..^^
그 사람이 남자건..여자건..애건..어른이건 간에요..
남자가..한번 꼭 읽어볼 만하다고 하시니 또다시 보관함으로 골인 하는군요..
로드무비님은 삐끼삼총사의 두목인 찰리삐끼랍니다.=3=3=3

부리 2006-04-1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이 변한 게 아니라, 책 내용이 설득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겠지만요^^

로드무비 2006-04-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그런 면도 조금 있겠죠?^^

메피스토님, 그러니까요. 저도 예전에 술퍼느라 날밤을 새고 다녔으면서.....
제가 평소 저를 욕하는 게 그런 점 때문입니다.
그리고, 삐끼든 뭐든 두목이라니 좋기만 하네요. 호호~

플레져 2006-04-1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은데! 로드무비님, 저두요, 저두요!

로드무비 2006-04-1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님은 절대 그럴 리가 없을 듯한데!
아무튼, 우리 함께 노력하자고요. 내가 싫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nada 2006-04-1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예전에 제가 들었던 말이 생각나네요. "넌 정말 이게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은 정말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말해주고 싶어도 말해줄 수가 없네요.

로드무비 2006-04-13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auliflower님, 지나간 건 지나간 거죠.
저도 그런 말이 있어요. 전해 줄 수 없는......
그러려니 합니다.

왓 감사님, 원하시면 이 책 보내드릴 수도 있는데.....

치니 2006-04-1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마지막 부분에 성감 연기랑 시부모 위자료 부분에 대한 로드무비님 의견에 공감입니다.
내가 하는 것은 당당하게 주장가능한 것이고, 상대가 하는 것은 권력에 의지한 주장이라고 밀어부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로드무비님이 변해서 그런건 아닌거 같아요. ^-^

2006-04-13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1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책님, 저도 그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동상제막식날의 연설은 정말 찌르르했어요.
그리고 며칠 후 돌아가셨잖아요.
덕분에 정말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책들을 그러면 이 기회에 장만해 볼까요?
고맙습니다.
줄지어 기다리는 일 하나하나 지혜롭게 잘 해결하실 거예요.^^*


치니님, 그렇죠. 이상한 건 이상한 거예요.
제가 늙어서 변한 게 아니라.ㅎㅎ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리광이나 또다른 종류의 횡포를
부리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왓, 또 감사!님
얼굴도 마음도 그리 어여쁘셔서.^^


2006-04-17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1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님, 두통은 좀 나으셨는지요?
가끔은 좀 불성실해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공부에도요.
ㅎㅎ 건강 해치실까봐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죠.
그리고 기뻐하시는 기색에 덩달아 마음이 즐겁습니다.^^

icaru 2006-05-1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로드무비 님 서재에서 언니네와~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리뷰 보고, 책까지 꼴인 해서 읽었거든요. 음, 로드무비 님처럼 저도, 집으로 침입한 강간범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젤 인상 깊었거든요.. 영화 오아시스를 보면서, 감동적이긴 한데... 이상하게 불편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 여성분 이야기를 통해서 실마리를 얻은 기분이었달까. 정말 글을 잘 썼더라고요, 그죠?
 
러브캣 모이스춰라이징 트리트먼트 파우더팩트 - 16g
러브캣코리아
평점 :
단종


평소 예쁜 깡통에 관심이 있는 저로서는 러브캣 파우더팩트의 포장용기인
엷은 인디언핑크(?) 색의 원형 케이스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시계 보관함으로 그만이군요.

그런데 화장품 용기는 젊은 여성들은 어떤지 몰라도 좀 낯간지러운 디자인이라고 느꼈습니다.
뚜껑을 열면 동그란 거울에 자기 얼굴이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 더 반갑고
정답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뭐 화장품 용기 전체가 번쩍번쩍한 거울이어서야......
하지만 그런 걸 더 반기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죠.

밀착력은 정말 우수합니다.
이틀 전 러브캣 파우더팩트를 처음 바르고 꽤 긴 시간 외출했는데요,
거울을 보니 "화장을 했구나!"하는 느낌이 오랜만에 들더군요.
시장 보러 갈 때 스킨과 로션 다음에 바로 묵은 딱분을 몇 번 두드리는 게 평소의 화장법이다 보니
솔직히 화장을 해도 했는지 마는지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아주 곱게 피부결에 스며드는 느낌이었고, 너무 들뜨는 건 아닐까  망설이다
21호 라이트 베이지를 골랐더니 얼굴이 한결 뽀얀 것이 화사했습니다.
지속력도 괜찮습니다.
몇 시간 후에 거울로 봤더니 자연스럽게 화장이 남아 있더군요.

'봄인데 화장을 좀 신경써서 해볼까나!' 하는 마음이 정말 오랜만에  든 것이
러브캣 파우더팩트 사용 후의 제일 큰 수확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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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4-0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출전 아침에 화장하고 나면 립글로스 바르는 거 말고는 덧칠(?)은 안하게 되는데
요건 아침에 한 것처럼 오후에도 그렇단 말이죠...흠~
시계 보관함, 딱분이 로드무비님표 리뷰라는 걸 말해주는군요 ㅎㅎ

로드무비 2006-04-0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공짜로 얻어 쓴 딱분이지만 마음에 들더군요.
잘 안 지워져요.
깡통이 예뻐서 2만 원짜리 요즘 애용하는 시계,
신주단지 모시듯 보관해 놓았습니다.^^

하루(春) 2006-04-0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분이 파우더팩트를 말씀하시는 거죠? 참 정감있네요. ^^

로드무비 2006-04-0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제목에도 '딱분'이라고 쓰고 싶었는데.
동동구리무 같은 말처럼 정답죠?^^

날개 2006-04-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나~ 화장하고프게 만드는 글이군요..^^
오케바리~ 지금 쓰고 있는거 다 쓰면 요걸로......

로드무비 2006-04-0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이 파우더 팩트 괜찮더군요.
깔끔한 맛이 있어요.^^

kleinsusun 2006-04-0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품 리뷰도 재미있을 수가 있군요.놀라워요!!!
로드무비님은 마술사! 호홋

로드무비 2006-04-0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호호~ 제 말투가 워낙 구수하다 보니.=3=3=3

검둥개 2006-04-10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젠 화장품 리뷰도 이렇게 재밌게 쓰시는군요. ^.^

로드무비 2006-04-1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재밌게 쓴 것 같진 않은데?!
요 아래 아쿠아 디 지오 향수 리뷰는 좀 심혈을 기울여 썼습니다만.ㅎㅎ

2006-04-10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11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5-0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아디지오 리뷰 쓰러 들어갔다가 님 글 봤지요 ㅎㅎㅎㅎ 재밋게 잘 봤었어요 심혈을 기울이신 티가 납니다.
 
식객 11,12권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어제 오후 서울에 볼일이 있어 외출하면서 차 안에서 읽을 책으로 <식객>을 골랐다.
짐도 있고 아이도 대동했으므로 11권 한 권만 달랑 넣었는데, 결과는
가는 길에 한 번, 오는 길에 한 번, 모두 두 번 읽었다. 
신기한 건 같은 날 전철 안에서 두 번 읽는 건데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사실.

미아리 역 부근을 지날 무렵에는 눈물을 쏟을 뻔했다.

--나는 51세입니다. 물론 결혼했지요. 직업은 건축가입니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로 시작하는 52화, '장마' 편.
친구와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고 특히 재즈 음악을 사랑해 밤을 지새운 날이
수없이 많았다는 이 남자는 대대적인 치과 치료를 받은 후 대젓가락에 돌돌 만
세발낙지도 마음껏 뜯고 한마디로  그렇게 즐거울 수 없는 날들을 보낸다.
평소 먹는 걸 무지 좋아하는 독자라면 듣기만 해도 어깨춤이 나고 입에 침이 고이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어느 날......

허영만의 초기 작품 제목 중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칫솔 한 개> <담배 한 개비>.
"소주 한잔 합시다"하고 다짜고짜 말을 거는 사람의 화법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귀가 솔깃해지는 제목이었고, 작품도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52세 건축가의 덤덤한 진술이 마음에 들어 자세를 바로하고, "어디 앞으로 당신이 맛보는 음식을
나도 죄 먹어주리라!' 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비오는 날의 부침개 이야기와 함께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으니......

얼마 전 올케의 생일에 아웃백하우스에서 난생 처음으로 '립'이란 걸 먹어보았다.
너무 맛있어서 부모님이 생각났던 나는 마침 며칠 후 텔레비전 홈쇼핑에서
유명한 외식업체의 이름으로 양념한 립을  세트로 판매하는 걸 보고 주문해 드렸다.
효녀하고는 거리가 먼 내가 '이렇게 맛난 걸 아버지 엄마도 드셔보아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들 정도로 설에 뵌 부모님은 갑자기 많이 늙어 있었던 것이다.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그리고 사실 '맛난 것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는 그때'는 나이를 떠나서 누구에게 갑자기 닥칠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53화 '도시의 수도승'은 1년 365일 거의 닭가슴살만 먹고 버티는 보디빌더의 세계를 다루었다.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보디빌더들이랑 수도승은 언뜻 보기에
안 어울리는 조합 같지만, 허영만의 만화 속에서는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쌀이면 쌀, 청국장이면 청국장, 설렁탕이면 설렁탕, 관심이 가는 주제이면 달려들어
아주 뽕을 빼놓고 보는 이 작가의 완벽주의도 신뢰감이 간다.
음식 이야기에 이렇게 인생을 담아내다니! 호들갑 떨지 않고......

각 에피소드마다 친절하게 달린 '취재일기 못다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허영만의 요리일기' 팁도
아주 요긴해서 수첩에 그대로  베껴 쓰고 싶을 정도이다.
(<맛의 달인>은 저리 가라!)
 
특히 11권의 뒤에는 만화가가  팬으로서 부푼 가슴을 안고 강화도로 찾아가 만난
시인 함민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초로로 넘어가기 직전인 작가의 순정이라니!

함민복 시인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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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51세입니다. 물론 결혼했지요. 직업은 건축가입니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이 부분 때문이라도 추천은 필수.....^^

하늘바람 2006-04-0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식객 좋지요 저도 11권 접수해야겠습니다

로드무비 2006-04-0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사실 책값이 좀 비싸잖아요.
4권까지 빌려서 읽고 중단한 만화인데 전부 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손이 부들부들.^^;;

메피스토님, 저 부분 읽으며 제가 누구 생각했게요?
나이는 다르지만......ㅎㅎㅎ

플레져 2006-04-0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서 몇 번 봤는데, 김치찌개 편이었던가... 이미지가 언뜻 떠오르네요.
차안에서 두 번이나 보셨다니 구미가 확~ 땡깁니다 ^^

로드무비 2006-04-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사실 11, 12권 함께 사면 <오래 된 식당>이란 책을 주더라고요.
맛집 가이드북.
김치찌개 편도 읽어보고 싶은데...
부대찌개 편 보고 의정부까지 갔잖습네까.ㅎㅎ


urblue 2006-04-0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그 부대찌개 편은 봤는데. 정말 맛있던가요?

로드무비 2006-04-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정부 오뎅식당?
정말 맛납니다.
가끔 생각이 날 정도로......

mong 2006-04-0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의 댓글에 한표~ㅎㅎ
리뷰가 아주 구수하니 진한맛이 납니다 ^^

sudan 2006-04-0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는 비오는 날의 부침개였는데. 그새 설렁탕 추가.
식객 전 안봤어요. 남들 다 재미있다 하니까 괜히 보기 싫더라구요. 근데 로드무비님이 재밌다하시면 막 궁금해지는거 있죠.

로드무비 2006-04-0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또 한 접시 추가할까요?ㅎㅎ
수단님, 요즘 컴이 걸핏하면 다운되어 리뷰든 페이퍼든
급히 써갈겨서 일단 올리고 봅니다.
그러니 댓글 달러 들어왔다가도 고칠 게 자꾸 눈에 띄네요.
수단님, 제가 재밌다 해서 샀다가 실망했던 게 분명 있을 텐데.
제 땡스투의 절반을 수단님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너무 꿈이 야무지죠?ㅎㅎ

mong님, 구수하고 진한 맛, 제가 좋아하는 맛입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서 어느 처자도 떠올렸다우.)

oldhand 2006-04-0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북 출신의 시아버지와 김장 김치에 대한 에피소드.. 땡스 파파 였나요? 암튼 이 에피소드도 찌릿 했어요.

로드무비 2006-04-0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그게 몇 권에 실렸을까요?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도 오래 되어서리. 쿨럭.
(기억했다가 꼭 보렵니다.^^)

플레져 2006-04-0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ik.paran.com/
여기 가보시면 김치찌개편 보실 수 있어요.
궁중떡볶이 편은 넘 외롭고 외로워요..흑.

oldhand 2006-04-06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좀 초반이었는데요, 1권은 아니고, 2권이나 3권 중에 있을 듯 합니다요. ^^

로드무비 2006-04-0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제가 4권까지는 읽었거든요.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플레져님 땡큐!^^
궁중떡볶이 너무 먹고 싶네요. 흑.

nada 2006-04-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장인들.

비로그인 2006-04-06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물론 바디빌더는 아니지만 수도승과 같다는 말에 백프로 공감합니다..
정말 고난의 길이예요..ㅜㅜ(맘대로 술도 퍼마시는 애가 왜 우는지..ㅎㅎ)

에로이카 2006-04-0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 한 마리에서 삼겹살을 베어내려면 돼지 립은 포기해야 한다고 얼핏 들었어요. 그래서 돼지갈비 집에서 쓰는 고기들은 대부분 허벅지 살이라는 것도. 입에 침 고입니다. 로드무비님의 효심에 또한 감동합니다.

로드무비 2006-04-0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aco님, 저도 그렇게 들은것 같아요.
허벅지살을 갈비에 붙이다니 절묘한 기술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주 맛있다고 하시니 저는 만족합니다.
'효심' 종류는 아니고요, 자기만족적인 차원이랍니다. 헤헤~

사야님, 정말, 왜 우시는지?=3=3
매일 달리기를 하시는 부분만도 엄청 존경스럽습니다.
하프마라톤 거리는 달리시잖아요.
존경스럽습니다.^^

cauliflower님, 정말 멋집니다. 장인들.^^

2006-04-08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04-0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저도 빌려서 5,6,7권만 읽었었어요..
앞권을 안봐서 찝찝해 했었지만, 그렇게 읽어도 재밌더라구요...^^
기회되면 이 책 살까 생각중입니다..

로드무비 2006-04-0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저도 살 생각입니다.
홍콩에서 배가 들어오면......^^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초 신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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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캄캄한 구덩이 속에 개가 빠졌습니다.

"로쿠베, 바보!"

짖는 소리로 로쿠베인 줄 알게 된 아이들은 속이 상해 개를 욕합니다.

손전등을 가져와 구덩이 속의 개가 로쿠베임을  확인하고, 아이들은 힘을 내라고 외칩니다.
로쿠베도 큰 소리로 짖어서 아이들에게 화답해 줍니다.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온 엄마들은 와글와글 시끌시끌 떠들기만 하다가
남자가 없어서 안되겠다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칸이 구덩이 밑으로 내려가 보겠다고 하자 칸의 엄마는 위험하다며 눈을 부라립니다.
아니, 무슨 엄마들이 그럴까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골프채를 든 아저씨는 그 부근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도와달라고 하자,

"사람이었으면 큰일날 뻔했네!"

한마디 하고는 그냥 가버립니다.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로쿠베를 구했을까요? 혹은 구하지 못했을까요?
이야기가 자못 흥미진진합니다.

궁둥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구덩이 앞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와글와글, 시끌시끌, 후우후우,  등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하여 아이들의 동작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책을 읽어내려 가는 이도 바로 그 구덩이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뿐인가요,  바구니가 구덩이에 내려가는 장면에서,

                     
                        우
                            뚱

이라고 정말 활자를 기울여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센스라니!

상냥하고 어른보다 현명한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떠들기만 하다가, 남자가 없어서 안되겠다고 그냥 가버린 엄마들이
마음에 영 걸리긴 하지만요.
오래 전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들을  읽으며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동화작가 권정생을 떠올렸는데,
이런 대목에서는 글쓴 이의 시각이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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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4-0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기우뚱에 마음이 기우뚱 흔들렸어요...ㅎㅎ
로드무비님의 센스도 하이타니 겐지로 못지 않으셔요 ^^

mong 2006-04-0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떠들기만 하다가, 남자가 없어서 안되겠다고 그냥 가버린
엄마들이 저도 마음에 걸려요~우씨이-

히피드림~ 2006-04-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069461

원래는 100에서 잡았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저 여태까지 알라딘 이벤트 가짜상품 찾기 하다 왔어요. 기진맥진~)

그러잖아도 이 책 서원이 사주려고 곰곰히 생각 중이었는데,,, 혹시 글씨가 많지 않으면 사고 싶네요.^^ 어떤가여?


로드무비 2006-04-0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엄마들이 내뺀 것 빼곤 그림도 내용도 괜찮았어요.
글자수도 많지 않고요.
알라딘 이벤트 가짜상품은 뭡니까?
기진맥진하셨다니......^^
(토요일 치고 방문객이 많네요.ㅎㅎ)

몽님, 마음에 걸리는 정도가 아니라 이해를 못하겠어요.
일본 엄마들은 저런가? 그럴 리가 없는데......

플레져님, 기우뚱 글자가 제맘대로 안됐어요.
제가 가끔 센스가 좀 있는 편이긴 하죠? 음화화화~=3=3=3



페일레스 2006-04-02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책 리뷰는 처음 해봐서 좀 거시기했는데, 원문과 대조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더군요. 번역하면서 뺀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자세한 건 제 서재에 있사와요 ^_^

kleinsusun 2006-04-0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호떡 집에 불난 것처럼"이란 표현을 보고 호떡이 먹고 싶다니....
아...어제, 오늘 하루 종일 잠만 자고, 호떡이 먹고 싶은건 또 뭘까요?ㅎㅎㅎ

로드무비 2006-04-0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책이나 드라마 보다가 먹는 장면 보면 꼭 침을 삼킵니다.
어떤 때는 당장 사러 나가기도 하고요.ㅎㅎ
잠만 자는 것 을매나 피곤한 일인 줄 아세요?
제가 수선님의 그 피로를 알지요. 흑.

페일레스님, 님의 하루키 번역 참 좋던데 그쪽 방면
욕심 내는 건 어떨까요?
다른 원대한 뜻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께.ㅎㅎ
안 그래도 님 리뷰 읽고는 아차, 해갖고 부랴부랴 책 읽고 쓴 거랍니다.
고마웠어요. 까먹고 있었는데.^^
 
공허의 1/4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확실히 나는 뭔가 불안정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는 편인가.
관리사무소 앞 차량에서 영광굴비인지 꽃게인지를 딱 30분 동안 정가의 절반에 싸게 판다는
방송으로 처음 내 귀에 잡힌 우리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청년의 목소리.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 청년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는 사람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심하게 상기되어 떨리어 나온다.
며칠 전 아파트 주민 무료진료를 알리는 방송에 귀기울이던 나는
순전히 그 청년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하자보수 신청서를 가지고 관리사무소에 가볼까, 하는
생각을 슬며시 했다.

간결하고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이 책을 골랐다.
2004년 오늘의 작가상 공동 수상작인 한수영의 장편소설 <공허의 1/4>은 
작은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오래 전부터 앓고 있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그녀는 엄청 비대해져
걷는 것도 힘겨울 정도다.
늙어도 사나움이 조금도 가시지 않은 어머니는 휴지뭉텅이를 얻어오는 재미에
약장수 패거리 주위를 얼씬거리다가  어마어마한 액수의 옥매트를 몰래 사들고 온 날,
난생 처음으로 상냥하고 비굴한 모습을 딸에게 보여준다.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이 월급의 3분의 1을 축내는 먼 도시의 요양소에 있는  언니 등
그를 둘러싸고 있는 생활이란 건 한마디로 갑갑함 그 자체이다.

주변 인물은 어떤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는 초로의 관리소장과,
청소와 쓰레기 정리서껀 하루종일 아파트를 돌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잡역부 김씨,
좀 머리가 모자란 그에게 술을 먹이고 지분거리는 청소부 아줌마들의 골방,
죽은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엄마가 있다는 먼 행성 안드로메다로 떠날 것을 꿈꾸느라
수업을 밥먹듯 빠지는 어린 소년.

어찌 보면 좀 작위적인 설정 같기도 한데 내가 몰라서 그렇지 바로 내 주변에
한 명씩은 꼭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어쩌면 내가 그들 중의 한 명일 수도.......
유사시 음독을 하기 위한 독약을 몸에 지닌 기분으로 항시 사무실 책상서랍 속에
소주 한 병을 숨겨두는 그녀.

--몇 년 동안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도 있었다.
(...) 해마다 1월 1일이면 나는 가판대에서 사온 신문을 옆에 놓고
목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불판 위의 목삼겹살을 보며 나는 울었다.
정말이지 삼겹살 같은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비계와 살코기가 기가 막히게 어울려 있는 조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목삼겹만큼만 쓰고 싶었다.
불판 앞에서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관절염까지 찾아들었다. 볼펜을 오래 쥐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새천년을 몇 달 앞에 두고 나 혼자 절필을 선언했다.(53쪽)

나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본 적도 없고 신춘문예에 응모해 본 적도 없지만
락스 냄새가 희미하게 떠도는 어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더러는 마이크를 들고 방송도 하고
온갖 잡무를 처리하고 다니느라 절룩대는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내가 꼭 그녀인 듯한
쓸쓸하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공허의 4분의 1'은 류머티즘 관절염에 최고라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쨍쨍한  햇볕, 거기서도
룹알할리라는 사막  이름이다.
그곳에 가서 차도르로 얼굴을 가린 채 평생을 살면서 몸속의 습기를 모두 말리고
어긋난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나도 빨래처럼 바위에 널어  바싹 말려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세상이 너무 완벽해 보여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는 것이 젊은 날의 고민이었다면,
끼어들고 싶은 곳이 더이상 없는 중년의 날들도 공허의 4분의 1은 차지하지 않을까.
함께 실린 '개와 늑대의 시간'과 ' '십일월' 두 단편도  빨려들어가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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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6-03-2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륭같다고 최승자시인이 썼었지요. 나이먹을수록 공허도 점점 뚱뚱해지는 것 같습니다.

로드무비 2006-03-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을수록 안 뚱뚱해지는 게 있어야 말이지요.
하니케어님.^^;;

Mephistopheles 2006-03-2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이 너무 처참한 것 아닌가요....!!

blowup 2006-03-2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미한 락스 냄새는 힘겹게 관리되는 일상의 체취 같아요. 조금씩 부패해가는 일상을 은폐하려는 노력 같은 것일까요.

mong 2006-03-2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리 사무소 청년이 뚱뚱하고 볼이 몽실몽실하면
재미있을것 같아요 ㅋㅋ

로드무비 2006-03-2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불현듯 제 머리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는데
님이 말하는 분이 혹시?ㅋㅋ

namu님, 딱 그거예요.
힘겹게 관리되는 일상의 체취라는 표현이 멋집니다.
왠지 리뷰 제목에 락스 냄새를 꼭 넣어주고 싶더라니......^^

메피스토님, 얼핏 보면 그런 것 같지만 또 곰곰 생각해 보면
처참,이라는 단어를 쓸 것까진 없을 것 같은데요?
저보다 애달픈 사정이 워낙 주변에 널렸지 않습니까.;;

kleinsusun 2006-03-28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나는 뭔가 불안정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는 편인가."
- 제게 관심이 엄청 많으시겠군요. ㅎㅎ

삼겹살 비유는 진짜 딱이네요. 아...저도 삼겹살 같은 인생을 살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6-03-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님은 그런 관심이 아니고 다른 종류의 관심의 대상이죠.
아심시롱.^^
(삼겹살 먹고 싶네요. 새벽 댓바람부터.ㅎㅎ)

2006-03-29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시장을 보고 오는데 그이로 추정되는 청년을 봤어요.
관리사무소 바로 앞에서.
속삭이신 님, 님은 님대로 관리사무소 이야기 써보세요.
변두리 동네 비디오대여점만큼이나 흥미로운 소재여요.
흥미롭다고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흥=3 이 리뷰는 왜 그리 늦게 보신 거예요?
괜히 좋아서 앙탈 한 번 부려봤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