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당 차림표에는
열 가지가 넘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인데
가령, 낙지볶음은 한 접시에 기껏 오천 원이다

홀 한쪽에는
주방으로 쓰는 싱크대와 장탁자가 있고
식탁은 세 개
의자는 열세 개 있다

손님은 하루 평균 여남은 명인데,
어쩌다 술손님을 한 팀 받기라도 하는 날이면
주인아줌마는 기꺼이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그 식당이
텅, 텅, 비어 있던 어느 날
나는 거기서 짠 국밥 한 그릇을
신김치와 콩나물무침으로 먹은 적 있다

어쩌다 이렇게 조용한 주택가 길목에
이런 식당이 허술하게 문을 열고 있담,
생각하는 것이 상식, 그 상식을
보기좋게 뒤집으며 식당은 거기 있는 셈인데......
한번은 세무서에서 나온 젊은 주사가
조용히 업종 전환을 권유한 바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식당 아줌마는 늘 준비해 놓은 반찬 중에서
날짜를 못 이겨 상하기 직전인 것만으로
자신의 식사를 해결하곤 하는데,
그 처연한 혼자만의 식사를
그 앞을 지나다니며 무심히 몇번 보았다

삶이란 게 그런 것은 아닌가,
쉬어빠지기 직전의 음식을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느릿느릿 씹어대는, 어떤 말로는 다 못할
무심함 같은 그런 나날들의 이어짐......

                                    -- 시집 <물방울 무덤> 중에서, 2007년, 창비 刊

 



--------------------------------------

얼마 전 인간극장에서는 혼자서 환경미화원 일을 하며 어린 세 자매를 키우는
씩씩한 젊은 여인의 생활을 보여주었다.
갓 서른.
자신의 직업도 처지도, 그녀에겐 도무지 당당하지 못할 것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구역에서 죽은고양이를 만난다.
어떤 더러운 것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치우는 그이지만,
죽은 동물의 몸뚱이는 아킬레스건.
망설이다 울며 부들부들 떨며 진저리를 치며 그 무서운 것을 치우는 그녀를 보며
함께 가슴 졸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산다는 건  자신에게 가장 무서운 것을 번쩍 들어 치울 수 있기까지의
지난한 단련, 혹은 수행 과정이 아닐까?

낡은 '잠바'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소읍을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던
엄원태 시인의 시집이 12년 만에 나왔다.
그의 정다운 눈길과 발길은 여전히 그 소읍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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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2-1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속으로 달리는 일상생활에서도 그래도 가끔은 한턴씩 쉬어주면서
사소한 것일지라도 느끼고 뒤돌아보는 생활을 지향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2007-02-10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2-10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은 일이 삶을 지속하는 일 같습니다.

로드무비 2007-02-1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어빠지기 직전의 음식엔 토마토 케첩을 듬뿍 뿌리면 최고지요.
국물 쪽 음식이라면 마늘과 고춧가루를 팍팍.
그런 에너지가 없어서 버리는 쪽입니다. 저는 가차없이.....

물만두 님,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고, 그죠?

뭐라 말할 수 없이 님, 고달프고 울적하고,
어제 저는 <느낌으로 아는 것들>이란 책을 읽고 원기를 좀 회복했습니다.^^
(리뷰 쓸까봐요.)

메피스토 님, 광속으로 달려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전 한 번이라도 꼭 그렇게 살아보고 싶군요.=3=3=3
(님은 한 턴 아니라 두 턴씩 쉬어주시는 분 같은데요? 가끔!^^)

에로이카 2007-02-1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도, 인간극장 얘기도... 참.. 가슴 깊이 남습니다... 혼자 밥 먹는 일이 많은 저는... 볼이 터져라 밥을 쳐넣고 눈물 흘리는 게 가장 서러운 눈물이라고 생각하는 저는... 시인의 시각이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그 처연한 혼자만의 식사"라니... 혼자 먹는 밥도 오래 먹다 보면 괜찮은데 말이예요... 어쩌면 시인이 '무심히' 몇번 보았다고 썼지만, 그 아주머니는 그 눈길에 오래 노출되고 싶지 않아 허겁지겁 먹었을지도 모를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괜한 자기동일시입니다.. 헤헤..

로드무비 2007-02-1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제가 새끼손톱만한 금붕어도 죽으면 못 건져올리는
위인이거든요.
그러니 고양이는......으으으......
사람마다 속으로 무서워하는 게 다 다를 것이고.

그리고, =3 혼자 먹는 밥이 뭐 어때서요.
시인이 그 아줌마의 밥상을 오해했을 수도 있는 일이고.
혼자 먹는 밥도 맛나고 여럿이 먹는 밥도 맛나고,
그것이 저는 도리어 문제여라.^^


2007-02-12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12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12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1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없는 말, 전화, 참 딜레마지요.
현명하게 잘 판단하시길.
반신욕 끝났죠?
지금 반짝반짝 무지 예쁘시겠어요.^^*
 

지극히 시시한 발견이 나를 즐겁게 하는 야밤이 있다
오늘밤 우리의 현대문학사의 변명을 얻었다
이것은 위대한 힌트가 아니니만큼 좋다
또 내가 '시시한' 발견의 편집광이라는 것도 안다
중요한 것은 야밤이다

우리는 여지껏 희생하지 않는 오늘의 문학자들에 관해서
너무나 많이 고민해 왔다
김동인, 박승희 같은 이들처럼 사재를 털어놓고
문화에 헌신하지 않았다
김유정처럼 그 밖의 위대한 선배들처럼 거지짓을 하면서
소설에 골몰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덤핑 출판사의 20원짜리나 20원 이하의 고료를 받고 일하는
14원이나 13원이나 12원짜리 번역일을 하는
불쌍한 나나 내 부근의 친구들을 생각할 때
이 죽은 순교자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우리의 주위에 너무나 많은 순교자들의 이 발견을
지금 나는 하고 있다

나는 광휘에 찬 신 현대문학사의 시를 깨알같은 글씨로 쓰고 있다
될 수만 있으면 독자들에게 이 깨알만한 글씨보다 더
작게 써야 할 이 고초의 시기의
보다 더 작은 나의 즐거움을 피력하고 싶다

덤핑 출판사의 일을 하는 이 무의식 대중을 웃지 마라
지극히 시시한 이 발견을 웃지 마라
비로소 충만한 이 한국문학사를 웃지 마라
저들의 고요한 숨결을 웃지 마라
저들의 무서운 방탕을 웃지 마라
이 무서운 낭비의 아들들을 웃지 마라


                      -- 박영근의 시읽기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실천문학사 刊) 중 김수영의 시



-----------------------------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라는 시집을 빌려 읽고
그 시집을 빌려준 같은 과의 남학생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치 그가 그 시집의 시를 쓴 것처럼.
그는 우리학교 그룹사운드의 리더싱어였다.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말할 수 없는 흥분을 느꼈고, 나는  그때부터 소설 아닌 시에도
흥미를 느꼈다.
시집을 빌려준 남학생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어느 날 미팅을 나갔는데 나의 짝이 된 콧수염을 기른 불량스런 외모의 남학생이 자신을 소개하기를
'송도의 밤안개'라고 했다.
걸핏하면 밤새 퍼마시고 새벽에 자췻방 들창을 타고 기어든다고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라고 했다.
그후 그가 이틀 걸러 학교로 보낸 일곱 통의 엽서.
첫 엽서는 황명걸의 '때로'라는 시의 전문이었다.


때로
유행가 조박이라도 청승맞게 뽑아대고 싶은 때가 있다
약해져서 약해져서
때로
젓가락 짝이 부러지도록 술상을 두드리고 싶은 때가 있다
서러워서 서러워서
때로
주사 있는 술꾼마냥 아무나 붙잡고 주정을 해대고 싶은 때가 있다
억울해서 억울해서  (<시집 <한국의 아이>,  '때로' 중에서)


일곱 통의 이상한 엽서를 받고 단 한 통의 답장도 보내지 않았는데
가끔 송도의 밤안개가 생각난다.
우리가 3학년 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가 질펀한 황명걸의 시가 아니라 깍쟁이 김수영의 시를 적어 보냈더라면
만남이 이어졌을까?

박영근 시인이 생전에 묶고 해설을 쓴 시집을 읽는데
김수영의 이 시가 제일 먼저 입에 착 달라붙고,
언젠가  친구들과 황명걸 시인이 운영하던 양평 근처의 카페 무너미를 찾아갔던 날이 떠올랐다.
오만 가지 생각이 뭉게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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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7-01-17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들러서 시 한편을 읽고 갑니다.
이밤처럼 잘 익은...

로드무비 2007-01-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 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워요. 잘 지내셨죠?
송도의 밤안개 씨 혹시 아세요?
이름이 양서언인데......=3=3=3


가끔이나마 시 생각을 님, 열흘 전인가 이 시집을 읽고 오늘 다시 몇 편 읽었는데
김수영, 고은, 김지하, 김영승의 시가 특히 좋더군요.
님도 어여 읽어보시길.
어떤 시에서 눈길이 멈추실까?^^

얼음장수 2007-01-18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참 멀게만 느껴집니다만,
야밤에 읽는 시는 제게도 시 읽는 재미를 주네요.
잘 읽고 갑니다.

2007-01-18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1-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 님, 님의 리뷰 두어 편 읽고 왔습니다.
꼼꼼하고 성실한 정통리뷰를 쓰시는군요.
감탄했습니다.
앞으로 가끔 들를게요.
이 시에서 제일 파고드는 단어가 바로 '야밤' 같아요.^^


로드무비 2007-01-1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을 오며가며 님, 어젯밤 치킨을 시켜놓고 급히 시를 옮겼더니
몇 줄 빠트린 것도 있고, 덧붙인 글도 웃기고.ㅎㅎ
급히 몇 자 적어넣었습니다.
질펀과 깍쟁이를 지적해 주시니 놀라운데요?
가끔 느끼는 거지만 아주 샤프한 데가 있으세요.
오랜만에 보니 무지 반갑습니다. 궁금했거든요.^^

혜덕화 2007-01-1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밤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시집이 50여권 있는데 그 시를 다시 봐야겠다구요. 매일 한편씩 외워야지 하는 기특한 생각도. 너무 불교 경전 중심으로 내 생활이 흘러가서 휴식이 필요한 건지도 몰라요.
님이 올린 시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먼지 묻은 시집을 다시 꺼내봐야겠어요.
이사한 집은 마음에 드시나요? 살림도 건강도 불길처럼 일어나길 바랍니다.

건우와 연우 2007-01-1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학년때쯤 만나셨더라면 지금쯤 우리는 송도의 밤안개와의 추억이 듬성듬성 묻어있는 찰진 술자리 페이퍼를 더 많이 만날수 있지 않았을까요?
로드무비님의 다채로운 과거가 살짝 궁금해요.^^

2007-01-19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7-01-20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들도 우아하셔요. 넘 아름답습니다. 전 '이런 띠바'라고 외칠만한 것들 뿐인데... 다 사람 탓이겠지요. 추억이 그런건지 기억이 그런건지는... 안타까운 중생인지라 항상 무비님을 통해서나 시를 읽어봅니다.

2007-01-20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3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1-2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려우면서도 신나는 일상 님, 우와, 정말 부럽습니다.
그 깨달음과 결기.
망발이 아닐 거예요.
좋은 글로 꼭 언행일치 이루시기를!^^

동물원 나들이 님, 나들이는커녕 딸아이가 남친 가족이랑
스키장에 가고 없어서 허전한 주말을 보냈답니다.

산사춘 님, 저 요즘 욕이 늘었습니다.
띠바, 소리가 예사로 나와요.
산사춘님께 좋은 시를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불끈. =3

탁 트인 마음 님, 그거이 절대 아닙니다.
부끄러워서 댓글 보고도 못 썼답니다.^^;

건우와 연우 님, 옛날 이야기 풀어먹는 것도 좀 질리는 감이 있어서.ㅠ,.ㅠ
제겐 좀 질펀하고 흥건한 술자리 추억이 많답니다.
님이 좋다 하시니 곶감 빼듯 하나씩 상에 올릴까요?^^

혜덕화 님, 예, 집은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그 속에 사는 저라는 인간이......
어떤 시들은 오랜만에 꺼내 읽으면 처음 보는 듯한 시들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서일까요?
전 그래서 가끔 누런 시집들을 무작위로 꺼내 펼쳐 본답니다.
혜덕화 님이 그렇게 만나시는 시들도 페이퍼로 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올 한 해 건강하고 편안하시길......^^




 

정종 한 병 사들고 할아버지 제사에 갔지요
아버지 목소리가
집 앞, 옥수수 키처럼 높아졌지요
그래도 장남이 따라주는 술을 제상에 올리는 아버지는
오랜만에 장승처럼 커보였지요


"아비가 못 먹히고 못 입혀서
네 놈이 운동하는 것 같아
항상 맘이 편치 않다"
아버지의 삶은 소금꽃,
제 삶의 첫 선물이었어요
흉터 같은 첫사랑이었어요


"능력이 서로 다른데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가질 수는 없다
사회주의는 땀 흘리지 않고 돈 벌려는 도둑놈 심보가 아니냐
이철이나 김문수 같은 놈들 봐라
한때 운동한다  동네방네 떠들다가도
운동권 경력삼아 여당 야당 들어가서
입 다물고 있는 꼴 좀 봐라
저렇게 운동하려면
일찌감치 때려치워라"


- 아버지
사회주의는 현실의 모순에 눈 돌리지 않는 거예요
아버지의 삶처럼 벼랑 끝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거예요
이건희의 얼굴이 김영삼의 얼굴을 닮아가듯
사회주의는 이 땅 아버지의 모습처럼
정치권력을 바꿔내는 거예요
수십 년을 하루로 압축한 날들이 와요 아버지!

"내 그런 날이 생전에 살아 생전에 올지 모르겠다만
이제 네 나이도 서른인데
운동을 하더라도
네 살 궁리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굳이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엄마 마음 고생하지 않게 해라"


아버지는 제사상처럼 오래도록 말이 없었지요
말없이 술을 드시던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제 살을 태워 길을 낸 지방처럼
말씀했지요


"그리고 네 놈이 詩를 쓴다고 하니
한 마디만 덧붙이자
詩는 우주만물을 몇 문장 안에 표현하는 일이다
시는 무한히 크고 또한 작은 것이다
말장난하지 말고 영혼으로 써라!
詩에 네 운명을 표현해라!"

                      
                               -- 조성웅 시집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중
                                       '詩에 네 운명을 표현해라'  全文,  2001년, 도서출판 갈무리 刊

 

감옥에서 나온 지 벌써 3개월
쉴만큼 쉬었다
그러나 눈썹 밑을 파고드는 이 불안함은 무엇인가
활동은 온전하게 내 것이었는가?
칠순 아버지는 갈수록 술주정이 심해지고
아버지의 술주정을 피해 시간을 보내려던
칠순 어머니는 매일 양말공장으로 출근한다

                    (조성웅詩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중에서)

 

도서출판 갈무리의 '마이노리티 시선' 11권.
시인의 칠순 술주정뱅이 아버지 말씀보다 남편의 술주정을 피해 양말공장으로 출근한다는
어머니의 삶에 시선이 꽂힌다.
"이철이나 김문수 같은 놈 봐라"는 아버지의 말도 통쾌하고.
갖은 핑계를 대며 현재의 자신을 합리화하지만 그게 어디 통해야 말이지.
그나저나 시인의 말처럼 '수십 년을 하루로 압축시킨 날'이 올까?

새벽에 일어나 정신을 번쩍 깨우는 찬물 한 사발 같은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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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12-1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은 드셨어요? ^^
덕분에 좋은 시 읽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6-12-1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님, 이 누꼬!
반가워라.
아니요, 좀 있다 먹으려고요.
님은 벌써 출근하셨겠네요.

큰 기대 없이 주문한 시집인데 시들이 좋아서 흐뭇합니다.^^

2006-12-14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12-1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로드무비 님.
이런 시들을 어쩜 그리 잘 찾아내시는지.
찬물이 아니라 얼음물처럼 얼얼해요.

urblue 2006-12-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인데 일이 많으신가봐요. 다행인가 불행인가. ^^

에로이카 2006-12-1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십년을 하루로 압축시킨 날"과 "우주 만물을 몇 문장 안에 표현하는 일" 간의 댓구가 인상적입니다. 이런 시들은 가볍고 얄팍하니 하루하루 사는 제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죄책감과 미안함이 눈썹 밑으로 파고들지요.. 잘 봤습니다.

플레져 2006-12-1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송전차, 샀어요. 어제 조금 읽었는데 회송전차의 의미가 너무도 맘에 들었어요 ^^
(페이퍼와는 다른 댓글이지만...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ㅎㅎ)

짱꿀라 2006-12-1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랫만에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가네요.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를.....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 시였습니다.

니르바나 2006-12-1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시인들은 로드무비님 같은 독자가 있어서 행복하실 듯 싶어요.
이름이 보이는대로 시인 성함 몇 분만 적어도
조성웅, 이병률, 박흥식, 우영창, 이재무...
시인협회에서 상 주겠다는 이야기는 없으신가요.ㅎㅎ

로드무비 2006-12-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 앞으로도 좋은 시들 꾸준히 소개할게요.
그리고, 글쎄말입니다.
상을 준다고 하면 덥석 받을 텐데......^^

santaclausly 님, 많은 것이 불쑥불쑥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연말이라 그럴까요?
님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플레져 님, <회송전차>는 오래 전에 사두고 최근에 읽었어요.
책을 읽는 시기도 보면 정해져 있더라고요.
그런 산문들을 저도 쓰고 싶어요.

에로이카 님, 가볍고 얄팍한 하루하루라면 저를 따라올 사람이 있을라고요.
그래도 저 반성 안합니다.
시를 열심히 읽는 것으로 시인들에게 최소한의 보답을......^^*

블루 님, 일이 많기는요. 게을러서 그렇죠.
그래도 이번주에 책장수님이 책들을 싹 정리했어요.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먹지 않고도 배가 부릅니다.^^
(연말이라 바쁘신가요?)

namu 님, 나어릴때 님 페이퍼를 보고 알게 된 시인입니다.
시들이 참 좋아요.
든든합니다.^^

속삭이신 님, 시가 마음에 드신다니 흐뭇합니다.
선이 굵으면서도 섬세한 결을 갖춘 드문 시인 같아요.^^






2006-12-15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15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6-12-1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퍼갑니다.
좋은 시입니다.

로드무비 2006-12-1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 님, 퍼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침마다 보따리 님, 아이고, 그렇군요. 짐작은 했지만.
제 남동생도 아버지에게 '빠따'를 맞고 책들을 압수당한 적 있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생활이 조금 더 쾌적해지길 바랄게요.^^

반가운 분이 누구일까요?( '')
버선발로 달려가겠습니다.^^


2006-12-17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17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십육 년 동안 구멍가게의 주인이었던 어머니 아버지는

가게를 정리하시며

따로 나가 사는 아들을 위해 따로 챙겨둔 물건을 건네신다


검은 봉지 속에는

칫솔 네 개

행주 네 장

때수건 한 장

구운 김 한 봉지


치르려 해도 값을 치를 수 없는 검은 봉지를 들고

흔들흔들 밤길을 걸었다

문 닫힌 가게 때문에 더 어두워진 거리는

이 빠진 자리처럼 검었다

검은 봉지가 무릎께를 스칠 때마다 검은 물이 스몄다

그늘이건 볕이건 허름하게나마 구멍 속에서 비벼진 시절이 가고

내 구멍가게의 주인공들에게서

마지막인 듯

터질 것처럼

구멍의 파편들이 가득 든 검은 봉지를 받았다

 

                                       -- <바람의 사생활>  이병률,  창비, 2006년 11월 刊



하나같이 변변찮은 허름한 옷가지 상자를 한꺼번에  마루에 부려놓고 보니
과장해서 1톤 트럭 분량이었다.
대학 다닐 때 남포동(신창동) 옷 골목에서 사입은 고동색 모직 투피스도 끼어 있었다.

며칠 전 그 난장  속에 철퍼덕 주저앉아,  방금 도착한 모르는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그렇게 읽는 시의 맛이라니!
'거인고래' 등 몇 편의 빼어난 시가 눈에 들어왔는데,
오늘 새벽 정색을 하고 다시 읽자니 페이퍼로 옮기고 싶은 시는 따로 있었다.
검은 봉지 속의 내용물처럼 수수한 이 시.


-- 칫솔 네 개
  행주 네 장
  때수건 한 장
  구운 김 한 봉지


'고척동 이쁜이네'를 찾아 아버지와 함께 낯선 서울의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 
옛날옛날  어느 날이 생각난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사정사정하여 빌리고
1년인가 이자를 꼬박꼬박 부치다가 잠적했다는 돈의 액수도 생각난다.
영등포에서 건대 부근 화양동 뒷골목까지, 물어물어 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그녀가 이사 갔다는 곳을 찾아다녔다.
아버지도, 나도, 고척동 이쁜이네도, 인생이 그렇게 초라할 수 없었다.

"아버지, 제발 그 돈은 잊으시지요! 그 아줌마도 오죽하면 떼먹고 달아났겠습니까!"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꿀꺽 삼켰다.
그때 나는 대학에 갓 입학한 남동생과 함께 상경하여 고모 집 문간방에 잠시 기식하던 처지.
미우라 아야꼬의 에세이에 의하면 "아버지의 정강이를 파먹고" 있는.

딸네와 아들네가 함께 이사를 했으니 이모저모 궁금하기 짝이 없는지
우리  부모님,  이번 주에 올라오신다고 한다.
울 아버지, 얼마 전 한쪽 눈 수술을 받았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은 듯.
고속 타고 오시라 했더니 차를 몰고 오는 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부득부득 손수 운전을 고집하신다.

이번에는 또 검은 비닐봉지에 무얼 주섬주섬 담아 오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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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4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2-0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동주네도 같이 이사하셨구나 ^^
모처럼, 간만에 마음에 드는 시집을 만나 저도 기뻐요.
로드무비님이 골라주신 시를 보니까 맛이 또 다르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2006-12-04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6-12-0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듣는 시인인데요... 이것이 씸플이네요... 하지만 저 검은 비닐봉다리 속 가득든 "구멍의 파편들"(잘 모르지만 정말 기막힌 시어인듯..)을 씸플하다고 하기에, 그 씸플이란 말은 참 속알머리가 없네요... 잘 봤습니다.

2006-12-05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잊으셨을까요 님, 까맣게 잊으셨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워낙 야무진 분이라, 그런 부분에.......
부모님과 정말 속깊은 얘길 많이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만나도 딴청을 부리게 되지요.
예전 일(혹시 그런 게 있다면)은 잊고 부모님껜 무조건 엉겨붙으세요.
그게 부모님이 바라는 겁니다.
나이가 좀 드니 알겠어라.=3=3=3

벌건 대낮에 님, 아아, 그러셨어요?
냉철하게 쓰느라고 썼는데도 그러셨다니.
네, 알겠습니다.
때때마다 님 말씀을 기억하고.^^

플레져 님, 두어 분께 댓글로만 썼으니 아실 리가 없지요.
기뻐해 주시는 게 느껴지네요.
이 시집 좋았어요. 시인의 마스크도 멋지고.^^

이사는 돈 많이 드는 대청소 님, 맞아요.
부모님이 아직 젊으시죠?
60대는 무조건 젊다고 생각합니다.ㅎㅎ
글루코사민도 사드리고 곰탕도 자주 사드리고
그러셔야겠네요.
님은 아마 무척 살뜰하고 다정한 따님일 듯.^^



 

1.

눈깔사탕을 사주고 싶은데
나에겐 딸이 없다

가을의 구멍가게

20.

잘못 살았다
잘못 살았다

비 오다 말다 하는 유성온천


27.

해가 진 다음
이제 죽어도 좋다고

저문 마당귀를 쓸다


109.

미안하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오일장 국밥을 사먹는다


142.

초라한 남자 백조담배라도 꺼내면
초라하게 불을 빌려주고 싶은 대전역


158.

옷소매 떨어진 것을 보면
살아왔구나! 살아왔구나!


                                         
               -- <고은 시전집> 1권,  '旅愁' , 1983년 刊, 민음사



노벨문학상 유력한 후보로 올랐다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하면서
보여주는 시인의 행동이나 내뱉는 말은 좀 석연치 않지만, 
깊어가는 가을에 다시 꺼내어 읽는 그의 옛시들은 기가 막히다.
'절창'이란 단어는 아무데나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
국민배우나 국민가수라는 말을 아무에게나 갖다붙이면 안 되는 것처럼.

오전에 일본 하이쿠 선집을 주문하고 나서 문득 고은 시인의 '旅愁'라는
독특한 형식의 시가 생각나 책꽂이에서 꺼내들었다.
(10여 년 전에 나온 소설가 서영은의 <그리운 것은 문이 되어>라는 소설 제목도
알고보면 이 시에서 나왔다.)

어제는 모처럼 동생과 함께 밖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2차로 간 맥주집에
부득부득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남편의 동네 조기축구회 멤버들.
하루 전인 토요일 밤, 남편은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고 보쌈집에서 한턱을 냈다.
그리고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고 들어와 자고, 또 아침에 나가 공을 차고 점심을 함께 먹고
오후 서너 시에나 들어왔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보고 싶다고, 전화를 발발이.....

그 중 유난히 어질게 생긴 꽃집 주인 남자가  주하와 동주를 데리고 나가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뗄 줄을 모른다.

지난번 이 맥주집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아내들도 함께여서 합석을 했는데
내 또래의 조기축구회 회장님 부인이 인상이 너무 좋았다.
남편이 그 말을 전하니 우리 회장님 입이 찢어지며 전화를 걸어 부인을 불러낸다.
그래서 또 판이 커져버렸다.

꽃집 주인이 자기 집에 가서 한잔 더 해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겨
할수없이 우리 동생과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그집으로 몰려갔다.
그의 아내는 자다가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주하는 웬일로 회장님의 주문에 따라 멋지게 태권도 시범을 해보여 박수를 받고.

집주인 부부는 마흔 중반인데 알고보니 아이가 없었다.
맥주를 마시다 술김에 두 부부를 토요일 저녁 우리집에 초대했다.
남편이 지난주 그렇게 부탁할 때는 단칼에 잘랐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조금 후회가 되지만 어쩌겠는가.
모처럼
솜씨를 발휘할 수밖에........

이 시에서 눈깔사탕을 사주고 싶은데 딸이 없다고 썼던 고은 시인에게는
몇 년 후 차령이라는 예쁜 이름의 딸이 생겼다.

아무튼 그의 옛시들을 다시 찾아 읽는 맛은 각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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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10-3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뭉클해요. 그냥 시만 읽는거랑 로드무비님 얘기 듣고 다시 읽는 거랑 느낌이 달라요. 이 기회에 솜씨 발휘도 하시고 모쪼록 좋은 주말 되세요.(아침에 쪼금 후회됐다는 말 재미있어요. ^^ )

혜덕화 2006-10-3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부도 토요일 저녁, 심심하면 슬리퍼 끌고 내려가거나 올라올 이웃이 있었는데 이사가 버렸어요. 부부가 함께 잘 가던 송정의 횟집을 어젠 어머니 모시고 갔다 오면서, 그 부부를 11월엔 한 번 만나야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셨군요. 고은님의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로드무비 2006-10-3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유안진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군요.
슬리퍼를 끌고 만나는 친구라고 하니......
송정 횟집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옛날에 송정 바닷가에 '플레이보이'라는 유명한 술집이 있었어요.
(나으 착각입니다. 송도였어요.)
바다 속에 둥둥 뜬 듯한 기분을 주던.
이사 가고 나서도 2주에 한 번씩 놀러와야 한다고 다짐을 하더군요.
그 풍경이 너무 정겹게 느껴졌답니다.
11월에 그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길.^^

sudan 님, 그, 그런가요? 히히~
솜씨가 녹슬어 잘 될랑가 모르겠지만....
님의 응원에 힘입어. 불끈=3
(지금도 사실 약간 후회돼요.)

sooninara 2006-10-3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은님의 시를 읽어 본적이 있던가???
하이쿠같은 단순한 시가 좋네요. 눈깔사탕을 은영이에게 사주고 싶어집니다.
좋은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평소 로드무비님의 음식 솜씨라면 상다리가 부러질것 같네요. 주말 초대 잘 보내세요^^

하늘바람 2006-10-3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시네요

mong 2006-10-3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멍가게집 딸은 공짜 과자를 더러 얻어 먹게 된다지요
^^

2006-10-30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10-3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꽃집 부부, 선한 분들 같아요. 그래두.. 참, 부러워하시지 말지. 마음 아프잖아요.

비자림 2006-10-3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이쿠가 참 좋답니다. 몇 마디 말에 인생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6-10-3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고도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감동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0-3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저녁에 꼽사리 끼면 안될까요..조용히 로드무비님표 음식만 먹고
조용히 나오게습니다..ㅋㅋ

2006-10-30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10-3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가을에 시집 한권 안 읽고 지나가면 왠지 섭섭할 것 같아요. 전에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인상적인 시집 있었는데, 다시 한번 뒤적여 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6-10-3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우영창 시집 아닙니까?
식어가는 찻잔의 시간, 이란 제목으로 리뷰를 썼는데.
왠지 그런 예감.^^

주소 그대로 님, 주소는 그대롭니다만 20여 일 뒤엔 바뀌어요.
그런데, 왜, 왜요오?^^

메피스토님, 호호, 오세요.
환영입니다.=3=3=3

배혜경님, 감동일 것까지야. 헤헤~~

비자림님, 하이쿠 선집 받으면 좋은 걸로 올릴게요.
저도 무지 좋아합니다.^^

꽃양배추님, 아이가 없으니 또 부부간에 묘하게 신선한 분위기가 있더군요.
그런데 누가 부러워 한다고 했습니까?( '')

사건의 순서 님, 어떤 공상이 머리를 스쳤을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어느 동네 사세요?
님 사시는 동네로 이사 가고 싶네요.^^
(제가 그리 반죽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뚱하게 있다가
술이 좀 들어가면 발랄해지는 그런 타입.ㅎㅎ)

mong님, 어릴 때 구멍가게집 딸이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황해집은 더 부러웠고요.^^

하늘바람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수니나라님, 은영이가 눈깔사탕을 좋아하나요?
굵은 설탕이 박힌 옛날 눈깔사탕 맛이 그립네요.
토요일엔 조촐한 메뉴로 두어 접시와 얼큰한 소고기국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모임 결과 보고할까요? ^^

에로이카 2006-10-3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든 이웃이든 누군가를 집으로 불러 밥을 멕이는 일은 가장 원초적인 호의인 것 같아요. (원초적이기 때문에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지 않고 밥을 멕인다고 썼습니다.) 그만큼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성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또 뭐가 있을까요. 퍼준만큼 받는 세상인 것 같아요. 이 가을 로드무비님 가족과 이웃 모두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

waits 2006-10-31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간택'을 거치면 심드렁했던 사람에게도 어쩐지 고운 눈길을 주게 됩니다. 그거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말예요. 저는 언제쯤에나 사심없이, 나를 바라보듯 다른 사람도 바라볼 수 있을까 싶네요.
이사가 다가오는 건가요? 다음 동네에서도 좋은 이웃 만나시기를 바래요. 글 읽으니 이웃 없이 살아온 20년이 새삼 무상하게 느껴지네요. ㅎㅎ

건우와 연우 2006-10-3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보다는 이전모습이 더 좋을때, 그사람의 현재가 서글픕니다.
가을은 자꾸 깊은데, 이전에는 좋은 사람이었노라고 토닥이다보면 비루한 내모습이 등을 내밀며 위로해달라네요...
시인의 옛시는 참 좋습니다.^^

2006-10-3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3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이전에 좋은 사람이었다는 사실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이 대목에서 철도청장 이철이 뜬금없이 생각나는 건 왤까요?)
도처에서 위로받고 싶습니다.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평택, 나어릴때 님, '간택'이라는 단어가 너무 재밌어요.
'관계'에 대해 고민 안하고 산 지 꽤 됐어요.
'좋은 건 그냥 지켜보고, 싫은 사람 붙들고 씨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언젠가부터 내린 싸늘한 결론.
편하지만 그만큼 외롭지요.
나이 들수록 여유가 어쩌고 하는 것 전부 허튼 말이라 생각해요.
제 마음꼴을 보아하니......
참, 우리 동네 시인도 몇 주 전 우리가 앞으로 살 동네로 이사 갔어요.
집에 들렀더니 무척 반가워하며 돼지갈비를 사주더군요.
이웃 1인 확보되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말씀이야 그렇게 하시지만 님이야말로 좋은 이웃을
정말 많이 가진 분이라 생각합니다.^^
(꼭 옆에 살아야 이웃인가요?)

에로이카님, 옛날엔 다들 우리집에 온 사람 맨입으로 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요즘은 알아서 식사시간 피해 방문하고 그러잖아요.
차와 과일 한 접시 정도의 산뜻한 응대.
그만큼 가볍디가벼운 관계.
에로이카님도 보면 끈적한 정서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굳이 '밥을 멕인다'고 표현하시는 걸 보면.
c에게 책갈피 선물 하실 거죠?^^





로드무비 2006-10-3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모 밑의 더부살이가 로망인 님,
아무튼 누가 님을 말려요.
전 부잣집 외동딸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망해 단칸방으로 몰리는
그런 삶을 동경했어요.
워낙 평범해, 잃을 재산도 없었으니......
정말 철딱서니 없었죠?ㅋㅋ

2006-10-31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31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0-3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읽다가 가만가만 웃기도 하는데, 로드무비님과 속삭이신 어떤분(계모밑의 더부살이가 로망?)과의 대화를 엿보곤 실쭉거리며 웃었습니다.
다들 그만때 그만큼씩 비슷하고 황당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면서요...^^

로드무비 2006-10-3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누군지 짐작되시죠?
그런데 저만 독특하게 그런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군요. 히히~~


2006-10-31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3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6-11-02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하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오일장 국밥을 사먹는다

이 부분 너무 뭉클하네요. 어찌 저리 짧은 문장에서 이런 느낌이 전해질까요. -_ㅠ

로드무비 2006-11-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가시장미님, 오랜만이어요.
'오일장 국밥'도 좋지요?
'나 같은 것'이라는 표현에 뭉클하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