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내가 사람들에게 함부로 했던 시절 위로 내리는지 모른다

어느 겨울밤처럼 눈도 막막했는지 모른다

어디엔가 눈을 받아두기 위해 바닥을 까부수거나
내 몸 끝 어딘가를 오므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피를 돌게 하는 것은 오로지 흰 풍경뿐이어서
그토록 창가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애써 뒷모습을 보이느라 사랑이 희기만 한 눈들,
참을 수 없이 막막한 것들이 잔인해지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비명으로 세상을 저리 밀어버리는 것도 모르는 저 눈발

손가락을 끊어서 끊어서 으스러뜨려서 내가 알거나 본
모든 배후를 비비고 또 비벼서 아무것도 아니며 그 무엇이 되겠다는 듯
쌓이는 저 눈 풍경 고백 같다, 고백 같다



----------------------

지난주엔 KBS <인간극장>의 주인공 두 할머니에게 푹 빠져 살았다.
충남 공주의 이인순 할머니(78세)와 그의 사돈 박장임 할머니(74세).
장임 할머니가 7,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하자
인순 할머니가 그녀를 자기 사는 시골로 모셔왔다.
맞벌이를 하는 딸과 사위을 도와주고 싶었던 것.

인순 할머니가 몸이 좀 아파서 장임 할머니를 부천 딸네 집에 잠시 보냈는데,
장임 할머니 하루종일 빈 아파트에서 창 밖만 내다보고 있다.

제작진이 왜 창밖만 내다보느냐고 묻자 어눌한 목소리로,

"외로와! 외로와! 보통이 아녀."

골목 앞을 지나는 모르는 사람도 반가워 손을 흔들며 장임 할머니가 하는 대답.
심술궂고 고집센 이 전라도 할머니가 귀여워서, 나중에 '쿡'으로 다시 챙겨볼 생각이다. 
(인순 할머니는 보살 같다. 살아 있는 보살.)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3-09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9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9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 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

             - 詩 '수조 앞에서',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창비 刊






딸아이가 며칠 전에 물었다.
"야시장 언제 열려?"
"토요일마다 서잖아."
"그거 말고, 금붕어도 팔고, 엄마아빠삼촌 술도 마시는 야시장..."
"아아, 그거! 글쎄다. 봄에는 열리지 않을까?"

2년 전 봄밤, 우리 동네 공터에 섰던 야시장.
딸아이는 금붕어 네 마리를 투명 비닐봉지에 담아 데려왔는데
지금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

그 아이들 때문에 급구매 했던, 인테리어 효과를 고려한 비싼 어항만 덩그러니  남았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니 2010-01-2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로드무비 2010-01-21 11:09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최양일 감독의 <퀼> 보셨어요?
극장에서 나도 모르게 치니 님을 생각했나이다.
그리고 사진 속의 저 의젓한 아이.^^

치니 2010-01-21 11:44   좋아요 0 | URL
봤어요 봤어요!!! 아아아, 눈물을 머금고 차마 떨어뜨리지 못한 채(엉엉 울까봐서) 2시간을 봤더니 눈이 알알했던 영화.
이 영화 생각보다 안 알려져서 안타까워했었는데, 역시 로드무비님은 짱!

로드무비 2010-01-21 12:33   좋아요 0 | URL
치니 님도 역시 보셨구나. 안심.^^

2010-01-21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3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4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5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처>

              마종기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젊었던 나이의 나여.
사고무친한 늙은 나를
초라하게 쳐다보는 젊은이여,
세상의 모든 일은 언제나
내 가슴에는 뻐근하게 왔다.
감동의 맥박은 쉽게 널뛰고
어디에서도 오래 쉴 자리를
편히 구할 수가 없었다.



새해는 세 권의 시집으로 시작하였다.
송경동 시인의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최승자 시인의 <쓸쓸해서 머나먼>
그리고 <마종기 시전집>.

언제부턴가 가슴 뻑적지근한 시를 읽고 나면 시인의 나이가 몇 살인가
확인해 보는 버릇이 붙었다.
이것도 나이 들어가는 징조.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인다는 시인의 말을 콩떡같이 알아먹겠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최승자 시인의 다음 시는 쓸쓸하면서도 참 유쾌하다.
시인의 건재함이 반가워서 몇 번을 되풀이 읽은 시편들.



<참 우습다>
           
              최승자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1-20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1-2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곧 최승자님 시처럼 될 것같아서 조금 마음이 아프네요

로드무비 2010-01-20 15:23   좋아요 0 | URL
저런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이 부러운데요, 저는.^^

글샘 2010-01-2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르 흐르르...

로드무비 2010-01-21 10:59   좋아요 0 | URL
호르르호르르...

2010-01-2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4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10-01-2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 할 수 없이 반가워요.
최승자 시인도, 로드무비 님도^^

로드무비 2010-01-24 12:21   좋아요 0 | URL
rainy 님, 반갑습니다.
님 방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만난 김에...
 

한번도 와본 적 없는
광주시 북구 우산초등학교 교정에서
접시만한 별들을 올려다 본다
풀벌레 소리도 자고 동네는 불켠 집이
몇 집뿐

왜 별들은 밤마다 불을 켜고
제 몸을 사르는 것일까
빈 운동장에서 나는
어떤 불을 켜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일까
나는 한걸음도 걷지 못했다

낯선 운동장까지 온 것은 산책이 아니었다
실은 그것은 밤도 아니었고
별나라 장난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살아가자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해야겠다는
연민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내가 아는 별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는 별이 되고자 했다

빈 운동장 같은 별은 비록 쓸쓸하겠지만
시원해서 좋을 것이다
모든 시야가 별처럼 총총거리고
이제부터라도 나는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대폿집을 찾아갈 것이다
첫 잔은 빈 운동장을 위하여 그러고는
이 낯선 서성거림을 위하여
목을 축일 것이다

다시 올려다보니
하늘에는 더 많은 별들이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바람이 싸늘하게 등을 밀었다


         - 정철훈 시집 <살고 싶은 아침>, 詩 '말할 수 없는 그리움' 全文




12월 말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그동안은 아무리 가족여행이라 하더라도 1박 2~ 3만 원 정도의 민박만 고집하다가
이번에는 유명 펜션에서 두 밤을 내리 묵는 호화판 여행이었다.

참 좋았던 곳은 외돌개와 쇠소깍.
인상적이었던 곳은 울울창창한 비자림과 심야의 용머리해안이었다.
해가 슬슬 질 무렵 비자림은 혼자 걸어 들어갔다.
아이가 너무나 곤한 잠을 자는 바람에 남편이 주차장에 남은 것이다.
그날, 평일 저녁의 비자나무숲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점점 어둠이 밀려오는 비자나무숲에서 한 시간여
나는 느긋하게 노닐다 왔다.
혼자인 것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 없었고
한편으로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저 바깥에 있다는 사실에 또 안도했다.

용머리해안은 돌아오는 날 비행기 시간이 남아 표지판을 보고 잠시 들른 곳이다.
아무 생각 없이 멈춘 곳에서 일생의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눈바람 끝에 갑자기 찾아든 추위와 사나운 파도와
저멀리 인간들의 기척인 불빛이 자아내는 풍경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잊었다.

서귀포 항구 제주할망뚝배기집의 오분자기뚝배기 맛도 기가 막혔다.
가수 양희은이 들러 맛있게 식사를 하고 사인을 한 장 남길까요 했더니
그런 것 필요없다고 단칼에 거절했다는 무뚝뚝한 주인 할머니다.
장염 때문에 여행 이틀 전 링거까지 맞은 아이의 사연을 말하고
맑은국이 없냐고 했더니 5분도 안되어 맑은 된장국을 끓여내 왔다.
주하는 오랜만에 정말 맛있게 밥 한 그릇을 국에 말아 뚝딱 비웠다.

바로 세 밑이었지만 어떻게 살아가자는 결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
무엇무엇을 달라는 기도도 하지 않았다.
어깨를 살짝 치고 지나가는 생각은 더러 있었다.



(......)

세상을 다 바라볼 필요는 없으리
다만 그때 상처 하나 입을 열어
오늘을 오늘답게
오늘을 오늘로써 중얼거리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모두 썩은 얼굴을 하고서도
그것을 받아먹을 것이요
말귀 알아듣는 몇몇은
눈물이라도 글썽거릴 것이니
그런 날은 세상이
하나도 불쌍하지 않겠네(정철훈 詩 '오늘' 중)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01-08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8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9-01-0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제주도 여행 참 좋으셨던 듯.
한 때 제주도에서 살아야겠다 오부지게 마음을 먹었는데, 5년 내 간다간다 해놓고 아직 이러구있어요.
양희은씨 , 계면쩍었겠는데요. 후후.

로드무비 2009-01-08 16:22   좋아요 0 | URL
양희은 씨가 계면쩍기나 했을라고요.
되려 (할머니의 그런 반응을) 좋아했겠죠.ㅎㅎ

제주도, 정말 좋더라고요. 말할 수 없이...^^

조선인 2009-01-0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자림이 제일 기억 나요. 그 앞 초등학교에서는 애들처럼 흙놀이하며 놀기도 했고.

로드무비 2009-01-08 16:13   좋아요 0 | URL
비자림 주변이 어땠는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성읍 민속마을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하고 들렀는데...
알라딘 비자림 님이 생각나더라고요.

무해한모리군 2009-01-0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이런 느낌이군요. 저는 혼자 걷고 밥먹고 걷고 책보다 또걷고 숙소는 이장님민박이나, 카톨릭피안처 등등을 다녔는데요. 오분자뚝배기 정말 맛있지요 호호..

로드무비 2009-01-08 16:08   좋아요 0 | URL
그 '면형의 집' 표지판은 오며가며 유심히 봤습니다.
혼자만의 여행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아요.
그걸 깨달았습니다.^^



2009-01-08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8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1-0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질 무렵 혼자 독차지하신 비자림,
비자림은 또 님을 독차지했겠죠.^^
전 5년전 여름 한낮이었죠. 엄마랑 옆지기랑 셋이서..
제주할망뚝배기집은 기억해둬야겠어요.

로드무비 2009-01-08 23:31   좋아요 0 | URL
몇 달 전 읽은 놀멍쉬멍 책을 가지고 갔는데
가본 곳은 저 식당과 이중섭미술관뿐이었습니다.
여름 한낮의 비자림도 환상일 것 같아요.^^

2009-01-0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1-08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돌개, 쇠소깍, 비자림... 너무나 좋은 곳 갔다오셨네요!!! 부러워요.

로드무비 2009-01-08 23:39   좋아요 0 | URL
사라진 님, 님의 서재 이미지 사진이 이 페이퍼와 님의 댓글과
잘 어울립니다.^^

바람돌이 2009-01-09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랑쉬오름.
바다도 좋지만 바다는 늘 보고 살아서 그런지 산쪽이나 오름쪽이 더 좋더라구요.
겨울 제주도 아 가고 싶어요. ^^

로드무비 2009-01-09 14:53   좋아요 0 | URL
- 가출하게 되면 제주도로 날라야지.
하는 생각을 몰래 했습니다.ㅎㅎ

오름을 중심으로 한 제주올레 코스도 터덜터덜 모두 걸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나저나 바다는 바단데 모두 왜 그렇게 다를까요?^^

인터라겐 2009-01-0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는 모든게 쉬엄쉬엄가는 도시 같아요... 서울의 꽉막힌 도로도 없고.... 모든게 평화롭게 느리게 가는 도시요...

가족여행이 너무 즐거우셨겠어요..

로드무비 2009-01-09 14:49   좋아요 0 | URL
인터라겐 님, 그러니까요.
신호등도 있으나 마나 태연한 얼굴로 휙휙 다니는 차들, 사람들.

아픈 끝이라 주하가 골골거려서
실컷 못 마신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ㅎㅎ

니르바나 2009-01-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제주도 다녀오셨군요.
결심과 기도가 없는 여행길, 무명무실무감한 무목여행이셨네요.
저도 붙잡는 사람만 없으면 또 가고 싶어요.

한라산은 잘 있던가요.
전철안 애물단지인 휴대폰으로 백록담이 주는 감동을
실시간으로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년에 백록담에서 드린 전화 아직 못 받으셨죠. ㅎㅎ



로드무비 2009-01-09 14:55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한라산이 포근한 눈이불을 덮고 있더군요.
극세사라나 뭐라나. 새로 장만했다고요.ㅎㅎ
친구 니르바나 님께 꼭 안부 전해달라고 했는데
제가 그만 깜빡했습니다.

작년에 백록담에서 주신 전화는 받아서 잘 저장해 뒀습니다.
핸드폰치고 화질이 얼마나 좋던지...
백만 년 동안 간직할게요.^,.~


니르바나 2009-01-0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托宿
못 보던 한자가 택호앞에 붙어 있네요.
뭔 말씀인가요?

로드무비 2009-01-09 14:56   좋아요 0 | URL
<술몽쇄언>을 옆구리에 끼고 자기 전 몇 장씩 읽었습니다.
어제 결국 다 읽었는데요.

가설라무네 '托宿'은 알라딘 방에 잠시 몸을 의탁한다는
심오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3=3=3


rainy 2009-01-0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끈한 점심 잘 먹고
지인과 한바탕 전화수다 잘 떨고
맛있는 커피까지 앞에 놓고 있는데
문득 눈물이 주루룩 (왜) 흐르게 만들어버린 로드무비님 글..

로드무비 2009-01-09 14:36   좋아요 0 | URL
rainy 님, 저도 친구가 편지에 옮겨 적어준 '오늘'을 읽고
울컥했습니다.
그 당장 시집 두 권을 주문했었지요.
'말귀 알아듣는 몇몇은 눈물이라도 글썽거릴 것이니'에
바로 우리 둘이 포함되는 걸까요.=3=3=3

oldhand 2009-01-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시죠?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광주 우산 초등학교는 예전 부모님 사시던 동네 바로 옆에 있는 학교라서 시의 첫머리가 아주반갑네요. 자주 보던 그 운동장의 풍경이 시인의 눈에는 달리 보였을까요.
게다가 저도 지난 10월에 뒤늦게 얻은 휴가에 가족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답니다. 이번에 처음 가본 쇠소깍이랑 비자림 저도 정말 좋았어요. 오후에 찾았던 비자림은 어찌나 한적한지, 우리 가족들 밖에 없었답니다. 아, 지금까지 사무실에서 궁싯거리고 있자니 그때 그 시간이 너무나 그리워 질라고 하네요.

로드무비 2009-01-10 12:26   좋아요 0 | URL
oldhand 님, 좀 전 님 방에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놀란 가슴은 진정시키고.ㅎㅎ
맞아요. 그쪽이 고향이라 하셨죠.
몇 년 전 제주도 여행길에는 우도 마라도 테디베어박물관
뭐 이런 식으로 들렀는데
올해는 얼핏 들은 풍월로만 갔는데 되려 아주 풍성했습니다.
비자림은 혼자라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가끔 정말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거등요.

돈 많이 벌고 여유있게 일하셔서
어여쁜 콩주 자매와 함께 더 좋은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2009-01-11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1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6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웅성거리는 삶 헤매고 떠도는 삶 술에 취해 주정도 하
고 실수도 하는 삶이 세계입니다 고상한 영혼 따윈 없죠
형이상학도 없습니다 모두가 언어죠 후회도 언어 기쁨도
언어 모래도 언어 지금 저리는 팔도 언어 어제 들른 카페
도 언어 당신도 언어입니다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이
고 당신의 한계죠 당신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입니다 당신
은 당신의 눈을 볼 수 없고 당신은 지금 추운 들판, 거리,
마른 나무를 보는 게 아니라 당신의 시야 속에 있습니다
당신의 시야가 세계이고 세계의 한계죠 사유는 결국 미친
짓이죠 무슨 영혼, 진리, 본질 따윈 버리세요 잊으세요 망
각하세요 세계와 거리를 두지 마세요 그저 사세요 영혼
따위에 속지 마세요 진리를 찾지 마세요 삶이 그대로 진
리입니다 당신의 진리가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진리죠
오전엔 눈이 오고 오후엔 해가 납니다
         
 - 이승훈 詩 <우리가 할 일은 웃는 것이다> 全文




좀전 달걀을 꺼내려 냉장고 문을 여는데 냉동실 앞에 붙은 이상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삶.은.  나.물.

인생은(삶=나물) 나물이라고?
이게 뭔 소리여?
깜짝 놀라서 잠시 냉장고 문을 여는 것도 잊었다.
뒤이어 나의 메모가 속속 눈에 들어왔다.

분홍새우살
밥 한 공기
매생이 
...

며칠 전 나물을 삶고 보니 양이 너무 많아 밀폐용기에 반 덜어 얼려두었다.
텔레비전 모 프로그램에서 본 살림의 달인인지 여왕인지가 문득 생각나
냉동실에 보관된 식품과 식재료 목록을 적어 붙여두었던 것.

시인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저 살라는데, 
나는 '삶'자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니......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8-12-2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 나물이면 오히려 편안하지 않을까..잡생각 좀 해봅니다.
삶은 수육이나 삶은 머릿고기는 너무 헤비한 삶일 것 같고...
차라리 가볍고 건강에 좋은 나물이.....(역시 잡생각.)

로드무비 2008-12-29 15:30   좋아요 0 | URL
긍께요.
생각은 삶이 나물 같으면 좋겠는디
입맛은 역시 수육 쪽입니다.=3=3=3

balmas 2008-12-29 16:26   좋아요 0 | URL
나는 삶은 고구마 ... 3=3=3

로드무비 2008-12-29 21:58   좋아요 0 | URL
삶은 달걀.=3=3=3

(발마스 님, 반가워요.^^)

poptrash 2008-12-2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어쩜 이승훈 선생님 시 답네요. (말장난이 훨씬 더 줄었긴 하지만) 벌써 연말이에요... 행복한 새해 되세요!

2008-12-29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8-12-2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어요~~ ㅋㅋ
아궁. 나물하니깐 생각나네요. 고사리를 사두었는데, 어제 무쳐야지 했는데..안 했거든요.
오늘도 하기 싫은데.. 어쩌죠.-_ㅠ

많이 웃으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랄께요! :)

로드무비 2008-12-29 21:5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 님, 제 기억이 맞다면 전 고사리를 한 번도 안 사봤습니다.
(아, 글고 보니 몇 년 전 대보름에 한 번 샀던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저녁 상엔 고사리나물이 오르는 건가요?ㅎㅎ

가시장미 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치니 2008-12-2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에 이런 뒷글이라니, 정말 로드무비님은 천재에요. 하하. 덕분에 유쾌하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로드무비 2008-12-29 21:51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 때문에 치니 님이 유쾌하시다니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하는 짓이 하도 띨해서 책장수님께 반푼이 취급을 받고 있는데
님의 댓글이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3=3=3


2008-12-3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9-01-0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랑하시는 로드무비님의
로망이 될 만한 서재그림을 보았습니다.
한번 보세요. 벌써 보셨는가 모르겠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shelf/story.nhn?startmonth=200901

로드무비 2009-01-01 22:28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덕분에 멋진 서재를 구경했습니다.
오오래 전 신경숙 작가가 독신일 때 자취방에서 찍은 사진 중
뒷배경의 책 무더기에서 <죽비소리>라는 책을 발견하고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 책은 끌렸어요.

서재가 크고 훌륭하니, 책이 자세히 안 보이는 단점은 있네요.^^









roadmovie 2009-01-02 12: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곰 생각해 보니 죽비소리가 아니고 장군죽비네요.ㅎㅎ
갑자기 생각나 달려왔습니다.=3=3=3

2009-01-01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1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