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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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기록하는 일은 귀중하다. 특별한 목적을 위한 기록은 물론이고 단순한 일상의 기록은 더욱 그렇다. 보잘것없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는 그 하루 전체가 되고 훗날 마주했을 때 한 시절의 한 조각이 된다. 그러니 기록은 일부이자 전체가 된다. 누군가 남긴 기록을 읽으며 우리는 기록 너머의 삶을 상상한다. 소소한 일상의 나열에 웃음 짓기도 하고 상처에 아파하고 눈물을 흘린다. 차마 설명할 수 없는 감춰진 감정들이 글 속에서 뛰쳐나오고 단어를 통해 어떤 결의나 다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배리 로페즈의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과 그것들과 화해하려 애쓰고 노력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나가가려는 그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아니었다. 내게는 그랬다. 삶의 기록이 분명했지만 그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은 ‘캘리포니아를 그리며’나 ‘하늘 한 조각’이란 제목처럼 아련한 추억이나 그리움이 아니었다. 나 같으면서 떼어내거나 잘라버리고 싶은 기억의 한 덩어리였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잔인한 폭행,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도움이 간절한 이들에게 의사라는 지위의 선한 천사 인양 가면을 쓰고 접근한 악마의 행태를 읽는 동안 모든 욕이 쏟아져 나왔다. 그랬다. 그의 기록은 어린 로페즈가 지소적으로 당한 성폭행이었다. 어린 소년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혼한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참는 게 어린 남동생을 보호하는 거라 믿었을 소년의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자신을 지켜주고 편이 되어줄 어른인 새아버지에게 털어놓으며 그가 기대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시간이 지난 탓인지, 형사들은 이미 도주한 의사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고 수사의 진척을 묻는 로페즈에게 새아버지는 의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았다. 나이가 들었다고 노인이 되었다고 그 상처가 깨끗이 치유되는 게 아니니까. 로페즈는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직접 그를 아는 지인을 찾아 나섰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야 이렇게 모든 걸 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삶의 예의로 다시 데려다줄 타인이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최종적으로 얻은 교훈이었던 것 같다. 타인의 포용을 용서나 우호적인 판단이 아니라 인정으로 받아들여 환영하는 것. 누구나 때때로 남들이 모르는 각자의 삶에서 잔혹한 역경을 맞기도 하며, 어떤 식으로든 공동체를 이루는 서로가 없다면 이 악몽은 언제든 되살아날 기회를 노리며 도사리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 (117쪽)


삶을 포기하지 않고 절망의 순간마다 그를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쓰다 나는 울컥해진다. 침잠했던 시절이 떠오르며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가족에게도 냉담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무엇인가. 나에게 무엇인가 묻게 되는 것이다. 배리 로페즈가 견디고 겪어야 했던 그 상처와 비교할 수 없지만. 살아가면서 겪게 될 상처와 상실을 치유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조심스럽지만 로페즈에게 그것은 자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거대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자연이 아니라 그가 느끼고 경험하고 생활한 장소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그러니 한 편으로는 이 책은 그가 다닌 여행의 여정을 담은 기록, 탐사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인생이라는 여행, 이곳이 아닌 그곳으로의 여행, 선주민을 만나는, 낯선 이를 만나는 사람 여행이라고 할까.


알래스카 북부와 중부 각지를 야영한 날들, 남반구에서 머문 겨울밤, 극지 고원에 위치한 캠프, 딸과 함께 남극 크루즈 선박에서 보낸 시간, 이 모든 여행에서 그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씨를 기록하고 동물을 더 많이 보고 관찰하려 애쓴다. “여행은 매일매일 우리에게 이제껏 보지 못한 무언가를 소개한다.” (276쪽)는 로페즈의 말은 그저 풍광을 보려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세계 각국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 나서는 여행객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 매일매일 다르게 변화하는 자연, 그 안에 거하는 모든 생명을 놓치지 말라고.


내게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어렵고도 아름다운 책이다. 기록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할까. 무언가 쓰는 일, 쓰면서 생각하고 쓰면서 돌아보고 쓰면서 정리하는 일. 쓴다는 행위는 살아있다는 증명이었다. 살아내고 있다는 다짐이었다. 로페즈가 남긴 기록을 읽고 그의 생각과 느낌을 모조리 흡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흡수라니, 가당치도 않은 바람이라는 걸 안다. 그가 여행한 곳들의 지명이나 특색을 검색할 수 있으나 그 안의 고유한 감정은 알 수 없다. 그러나 1970년 여름부터 줄곧 그가 살아온 오리건 서부 로페즈의 집은 상상할 수 있다. 아니, 그려보는 것이다. 치누크 연어가 산란하고 물수리 울음이 들리는 강, 엘크와 퓨마가 사는 숲, 흑곰의 발톱 자국을 발견하는 공간. 그리고 이런 겹쳐지는 이런 문장.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좋았다. 왜 이리 좋은지 설명할 수 없지만 알고 알려지는 교감이라니. 그것은 장소와 나의 관계가 아닌 모든 존재와의 관계에도 필요한 말이라 생각한다.


나는 자연의 모든 장소가 ‘알려짐’에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의 어디쯤에선가 인간은 자신들이 ‘알려지고’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하고, 그렇기에 그들이 아는 장소에서 그들의 존재가 사라질 때 장소는 그들을 그리워한다. 서로가 알고 알려지는 이런 교감이야말로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한다. (197쪽)


나는 제법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치유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상처와 반갑게 인사할 수 을 정도로 무감해진 것도 맞다. 그러나 여전히 삶이라는 게 버겁고 힘들다. 살아가는 게,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마 많은 이들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페즈의 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삶의 모든 것과 화목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그 앎을 우리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미지의 것이 두렵지 않다. 이곳의 많은 동물들이 집에서 몇 발짝 벗어나면 죽음이, 때로는 더 무시무시한 것이 도사린 가운데 살아가지만, 나는 이제 그런 것과 화목하다. 이 앎이 있기에 나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각오를 얻는다.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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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30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의 예의로 다시 데려다 줄 타인이 필요하다”는 구절 저도 참 좋았어요! 그 타인이 사람일 수도 있지만 글쓰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던…

자목련 2024-03-31 14:17   좋아요 1 | URL
네, 글쓰기는 그런 힘이 있어요.
나를 쓰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쓰고 싶고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우아 2024-03-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과 비인간을 모두 생명으로 보면서 삶을 구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나침반이었습니다.

자목련 2024-03-31 14:18   좋아요 0 | URL
나침반이자 어둠을 밝혀주는 등대 같은 책이었어요.
 
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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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잘 마실게!
언니가 보낸 문자를 읽으며 커피향을 느낀다. 책과 커피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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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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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을, 좋아하는 책을 가까운 이에게 추천하는 일은 설레면서도 떨린다. 그러면서도 다음에 선배언니랑 이 책에 대해 말할 순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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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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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료하고 지루할 때 드라이브는 괜찮은 일이다. 직접 운전하지 않더라도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단순하게 비워준다. 어쩌면 욘 포세의 장편소설 『샤이닝』 속 남자도 그런 걸 바랐을지도 모른다. 초겨울 차갑고 날카로운 공기를 가르며 운전을 하고 돌아오면 지루함이 사라질 거라고. 그러나 그는 깊은 숲속 눈밭에 갇히고 말았다. 처박힌 차를 꺼낼 수가 없었다. 차를 꺼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를 도와줄 누군가 말이다. 모든 게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이 숲에서 나가야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언가 생각하다 길을 되짚어 나가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고 어딘가 마을이 있으지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점점 어두워지는 숲을 헤매는 기분을 상상하자니 나에게도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래서 제발 이 남자가 숲을 빠져나가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야생동물의 위협을 피하고 조난이 아닌 생존으로 끝나기를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묘하다. 아니 욘 포세의 글이 묘하다고 하는 게 맞다. 쉼표로만 길게 이어진 문장으로 독백이나 다름없던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 느꼈던 것처럼. 소설을 이끄는 한 남자, 그는 마치 연극 무대에 올라서 배우 같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고, 거기에 몽환적인 눈 내리는 숲 속이라니. 알 수 없는 흰빛과 우연하게 발견한 바위에 앉은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고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는 어떤 편안을 발견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고요함의 소리를 듣고 싶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주 조용히 서 있다. 사방이 완전하고 고요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고요함의 소리를 듣고 싶다. 침묵 속에서는 신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적어도 누군가 그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내 귀에 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귀를 기울인다, 내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을 때, 나는 들을 수 있다. (59쪽)







더 놀라운 건 홀로 있던 숲속에 느닷없이 등장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와 노부부다. 분명 이건 환영이어야 맞다. 심지어 노부부는 남자의 부모였다. 그렇다면 신이 그를 구하기 위해 그들을 보냈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어떤 감격이나 기쁨을 보이지 않는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죽음이 따라온다. 그가 맞이한 세계는 죽음이 아닐까. 사실, 이 소설은 뭔가 해석하기보다는 욘 포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그의 문장에 물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정말 그것은 가능할까. 그럼에도 부단히 나를 찾기 위해 내면의 소리를 듣고자 애쓰고 노력하는 게 생이라는 사실.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나는 반짝이던 그 존재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지금 그 존재는 더이상 순백색 빛을 발하지 않지만, 그렇다, 그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고 있다, 반짝인다는 말, 순백색이라는 말, 빛을 발한다는 말의 의미도 사라진 것 같다, 마치 모든 것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다, 의미라는 것, 그렇다, 의미라는 것 자체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모든 것은 단지 거기 있을 뿐이고, 그것들은 모두 의미 그 자체다, (79~80쪽)


우리는 맨발로 무의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한 숨 또 한 숨, 어느 순간 숨이 사라지고,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호흡하는 무를 빛처럼 뿜어내는 반짝이는 존재뿐이고, 어느새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우리다, 각각의 순백색 속에서. (80~81쪽)


한 편의 아름다운 풍경화 같고 한 편의 웅장한 시 같은 소설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욘 포세의 문장에 빠져들고 그 숲에 혼자 남은 그 남자는 곧 나 자신은 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 가만히 눈을 갚고 순백색이란 뜻의 원제(kvitleik)를 떠올리며 숲속을 그리게 될 것이다. 내게는 무대의 막이 내리고 배우가 퇴장하는 모습이 겹쳐진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소설. 우리의 인생에서 산다는 것과 죽음이야말로 그런 게 아니겠는가.


책에 수록된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 침묵의 언어>를 통해 욘 포세가 추구하는 소설에 대해 만나고 나면 『샤이닝』을 다시 읽고 싶을 것이다. 두 번 읽는다고 더 쉽게 다가오고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의 글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가 듣고자 하는 게 무언인지, 나는 무엇을 듣고자 노력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삶을 불가해한 것으로 채워진 삶을.


내게 글쓰기는 귀를 기울여 듣는 일입니다. 글을 쓸 때 나는 결코 사전에 준비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오직 듣기만 할 뿐입니다. (95쪽)


그리고 고요를 생각한다. 묵연한 그것. 어쩌면 순백일지도 모를 그것을 생각한다. 80쪽의 짧은 소설이 품은 웅장하고 깊은 고요를, 오직 고요함만이 낼 수 있는 신비로운 소리를 마주하기를 소망하게 된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고요를, 이제껏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고요의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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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22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 그리고 저녁>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욘 포세의 소설을 읽으면 왠지 북유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소설 속 분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자목련 2024-03-25 13:28   좋아요 1 | URL
네, 죽음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까요.
눈으로 가득한 숲 속의 명징한 차가움, 말씀처럼 북유럽의 풍경을 떠올립니다.
 

딸기와 책,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딸기가 금값이라고 하니 금을 먹는 기분이다. 붉고 단 맛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진한 딸기향이 좋았다. 마트에서 구매를 할 때부터 향이 좋았는데 냉장고에서 보관하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달달한 향이 퍼져 나오는 게 기분이 좋다. 딸기처럼 달콤한 소설을 기대하지만 소설을 읽기 전이니 아직 모른다.


장편소설 한 권과 단편집 한 권이다. 책을 고르는 일, 신중하게 하려고 그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나름 만족스럽다. 집중해서 읽으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딸기만큼 아니 이 봄의 나를 설레게 하는 책들, 소설이다.






지넷 윈터슨 장편소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얀마텔의 에세이를 읽고 궁금했던 책이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민음사 모던 클래식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 기회에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사실 이 책 때문에 오렌지와 책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도 있었으나 냉장고 오렌지는 없었다.


문지혁 소설집 『고잉 홈』은 장편으로만 만난 문지혁의 단편을 만나보고 싶어서 구매했다. 단편도 장편에서 느낀 분위기와 감성이 전해질 것 같은 게 고잉 홈이라는 제목이 한몫 거들었다. 김윤아의 노래 Going Home을 좋아하기도 해서 같은 제목이라 더 끌린 이유도 있다.


강원도에 내린 폭설을 스케치한 뉴스를 보면서 그곳은 겨울이구나 생각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은 봄의 절기인데 봄이 아닌 겨울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겠구나 생각한다. 봄에 맞게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삶의 시간표를 작성했을 이들의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한숨이 들리는 것만 같다.


예측할 수 없는 하루, 단순하게 살려고 해도 복잡할 수밖에 없는 삶이 돼버렸을 것 같다. 그러니 가장 단순한 것들, 할 수 있는 것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 돌아보게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건 눈의 늪에 빠진 것 같은 누군가의 바람이 아니라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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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20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딸기 아주 맛나 보입니다^^ 오렌지책 저도 궁금하던데, 자목련님 즐거운 독서 하세요!

자목련 2024-03-22 08:32   좋아요 1 | URL
딸기 맛있었어요~ 아껴서먹느라 더 달콤했다는...
오렌지는 기대하고 있고요!

거리의화가 2024-03-21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주말 코스트* 갔다가 딸기를 사 와서 먹었답니다. 비싸서 그런지 먹을 때 아껴먹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순삭했지만 딸기를 먹는 순간은 역시 행복하다 싶었습니다. 두 책 모두 즐독하셔요^^

자목련 2024-03-22 08:33   좋아요 1 | URL
가격 생각하지않고 많이 사서 많이 먹고 싶은 딸기입니다 ㅎ
화가 님, 금빛 같은 금요일 보내세요^^

은하수 2024-03-22 15:42   좋아요 1 | URL
저두요~~~
코스트코 딸기 향이 정말 장난 아녔어요.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지 뭐예요^^

자목련 2024-03-25 13:29   좋아요 0 | URL
진한 딸기 향, 먹고 있어도 딸기가 그립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4-03-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의 모클 시리즈가 다 죽을 줄
알았는데 열심히 표지 갈이해서 다
시 내고 있어서 신기하더라구요.

새 책은 내지 않고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걸까요.

저도 책이 궁금하긴 한데, 마침
집에 오렌지가 있으니 ㅋㅋ
근데 책이 없네요.

자목련 2024-03-27 08:48   좋아요 0 | URL
저는 과거 표지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
책은 도서관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
매냐 님 베란다의 튤립은 피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