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를 곁에 두면 조금 든든해진다. 그래 나는 이 책을 읽을 거야, 읽어야 할 책이 있지 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여기저기 꽃놀이 같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찍은 자목련도 속속 도착한다. 나는 꽃과 조금 멀리 있고 책과 조금 가까이 있다. 그러니까 살짝 거창하게 말하자면 문학 읽는 봄이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그리고 시집을 읽을 것이다. 읽는 속도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읽을 것이다. 수많은 책 가운데 고른 책들, 어떤 책보다는 조금 더 궁금하고 어떤 책보다는 조금 빨리 읽고 싶은 책들이다. 김지연의 단편집 『마음에 없는 소리』는 왠지 허심탄회한 솔직한 이야기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제목 때문일 것이다.


단편 「미조의 시대」가 무척 좋았기에 이서수의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는 기대가 좀 크다. 시스터는 기분 좋은 단어이고 나에게도 그런 시스터가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내가 기대하는 그런 소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많이 궁금한 소설이다.





젊은작가라 언급되는 작가들의 소설은 점점 읽기가 어렵다. 그들이 다루는 주제도 그러하고 형식도 따라잡기가 버겁다. 그래서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이나 문학과지성사의 소설보다 시리즈로 만나는 단편 중에는 취향이 다르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 소설이 많아진다. 이번 소설보다 2022 봄에서도 이주혜의 단편이 우선 궁금했다. 장편소설 『자두』의 느낌이 남았기 때문이다. 단편이 장편보다 더 좋은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이서수와 이주혜는 둘 다 좋으면 좋겠다.


신철규의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는 무거운 슬픔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 같다. 얼핏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모두 상처와 고통이다. 시인이 끌어안은 상처와 고통으로 빚어낸 게 아닐까 싶다.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

손목 위쪽은 닫히지 않는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서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

불붙은 커튼


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는 슬픔


물속에 손을 넣으려고 하면

손을 잡기 위해 떠오르는 손이 하나 보인다


시계는 물이 찼다

기도가 끝났다 (「불투명한 영원」, 전문)


4월은 거대한 슬픔의 시다. 그런 생각이 든다. 신철규의 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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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4-08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인데 소설 보다. 봄이 벌써 나왔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눈에 익은 작가도 있고, 처음 보는 작가도 있군요.

울 아파트에도 자목련 꽃이 한아름 피었더라구요. 이젠 자목련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자목련님이시네요.
어떤 물체를 보고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기이하면서도 소중한 인연 같아 보여요. 이곳의 세상이란....
소중한 봄, 자목련님께도 늘 함께 하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2-04-11 11:02   좋아요 1 | URL
자목련을 보고 저를 떠올려주시는 나무님이 계셔서 자목련이라 행복한 봄입니다. ㅎ
새로운 작가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나무 님의 봄도 환하고 맑게 채워지기를 바라요^^
 

산다는 게 허무하게 느껴질 때 무엇을 해야 좋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몰려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 극단적이지만 삶의 마지막을 생각한다. 존재와 부재를 생각하면 모든 게 확실해진다. 존재의 이유 따위는 없다는 것. 나를 스스로 증명할 이유를 찾지 말고 그저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에서 죽음과 직면한 이들을 만나는 동안에도 그랬다. 때로 어처구니없는 경로로 찾아오는 죽음,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생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디 에센셜: 헤밍웨이』는 한 권으로 헤밍웨이의 단편과 장편에 이어 에세이까지 만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니 누군가는 가장 익숙한 「노인과 바다」를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끌리는 제목의 단편을 먼저 선택할지도 모른다. 나는 에세이 「F. 스콧 피츠제럴드와 함께 떠난 리옹 여행」 을 읽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과 헤밍웨이가 친구였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더욱 궁금했다. 가장 위대한 작가로 남은 두 작가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 스콧과 헤밍웨이가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스콧은 충동적이고 헤밍웨이는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감기에 걸린 스콧과 엄살이 심한 그를 돌보는 헤밍웨이. 두 사람이 리옹의 호텔에서 대립 비슷하게 의견을 조율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헤밍웨이가 스콧의 소설을 읽고 그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걸 말하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다. 작가와 글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생각한다.


그 책을 읽고 난 나는 스콧이 무슨 짓을 하든, 그가 어떻게 처신하든 그것은 일종의 질병과 같은 것이니 할 수 있는 것이니 할 수 있는 데까지 그를 도와주고 그의 좋은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에게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그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그의 좋은 친구 중 하나가 되기로 했다. 그가 『위대한 개츠비』처럼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작품도 얼마든지 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383쪽)


그건 헤밍웨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온 그의 삶과 마찬가지로 소설에서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등장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삶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과 바다」만 바도 그렇지 않은가. 망망대해에서 느끼는 고독감, 거대한 고기와의 사투, 예상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공포. 그 모든 게 담겨 있다. 김욱동 교수의 번역은 무척 섬세하다고 할까. 노인가 고기가 대치하는 장면이 하나의 생생한 수채화로 다가온다.






고기는 큼직한 꼬리만을 움직이며 무척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둥글게 맴돌면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은 고기를 가까이 끌어들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줄을 잡아당기려고 애썼다. 한순간 고기는 약간 옆쪽으로 기우뚱했다. 그러더니 금방 다시 몸을 똑바로 하고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290쪽)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노인과 바다」에서는 희망에 대한 이런 문장이 가장 좋았다. 미풍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했고, 배는 미끄러지듯 달렸다. 고기의 앞쪽 부분만 보고 있으려니 희망이 조금 되살아났다.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305쪽)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바람처럼 희망도 그러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소설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더한다. 그러니까 헤밍웨이는 소설에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죽음을 말하는 듯하지만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헤밍웨이의 소설은 삶과 죽음의 균형 잡힌 사유를 던진다고 할까. 그의 소설이 많은 시간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난산인 인디언 여자의 출산을 돕는 아주 짧은 단편 「인디언 부락」에서는 신비로운 탄생과 함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죽음을 대비시킨다.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이에게 삶은 어떻게 다가올까. 아이가 알지 못하는 삶의 비밀은 무엇일까. 삶에 대해 알아갈수록 고통과 허무를 마주할게 될지도 모른다.


죽음을 곁에 둔, 아닌 죽음을 경험하는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도 죽음 앞에서 아무런 존재도 아닌 인간을 만난다. 극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부재를 선택하는 남자. 헤밍웨이는 이 소설에서 죽음을 경험하며 죽음과 하나가 되는 과정,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마치 그 모든 걸 경험한 사람처럼.


그것은 여전히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고, 이제는 그것에게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말을 못 하는 것을 알자 죽음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이제 말도 하지 않고 그것을 물리치려고 했지만, 그것은 그에게로 바짝 조이며 다가와 몸무게로 그 가슴을 짓눌렀다. (182쪽)


어둡고 무거운 소설에서 벗어나는 일은 생각처럼 쉬지 않다. 현실이 소설처럼 무겁다면 더욱. 어쩌면 소설을 읽는 일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현실에 익숙해지려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소설 밖으로 나올 때 현실도 다르지 않다는 게 위안이 될 수 없겠지만 미약한 희망의 바람이 존재할 거라는 믿음을 버릴 수는 없다. 그 바람이 언제 어디서 시작될지 도무지 알 수 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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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3-16 14: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는 스콧 피츠제럴드를 지지했고 그의 작품도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사생활적인 면에서 젤다 피츠제럴드에겐 가혹한 평가를 했지요. 이런 책, 종합선물세트처럼 ㅎㅎ 관심갑니다. 자목련 님 오늘 유난히 봄햇살이 따숩네요. 누리시길요.

자목련 2022-03-18 14:5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진짜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근사한 선물이에요.
오늘은 무척 춥습니다. 따뜻한 시간 이어가세요^^

새파랑 2022-03-16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는 읽을때마다 좋더라구요 ㅋ 이 책도 사보고 싶은데 중복되는거 같아 망설여지네요~! 전 헤밍웨이 작품중에 <무기여 잘있거라>가 가장 좋더라구요 ^^

자목련 2022-03-18 14:47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은 헤밍웨이의 작품을 많이 읽은 분보다는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새파랑 님, 좋은 시간 보내세요^^

캐모마일 2022-03-16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를 소장하고 있어서 고민했는데, 다른 작품들도 읽을 만하네요. 스콧 피츠제럴드와의 기행문이나 다른 단편들도 흥미롭습니다.

자목련 2022-03-18 14:39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다른 단편과 에세이가 있어 좋았어요.
케모마일 님, 포근한 오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3-16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늘색이 좋아서 구입한 책! ㅎㅎ

자목련 2022-03-18 14:3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반할 수 밖에 없는 민트!!

희선 2022-03-16 2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 소설은 예전에 《노인과 바다》밖에 못 봤군요 다른 소설도 많은데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네요 소설을 만나는 게 괴로운 현실에 익숙해지려는 걸지도 모른다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밝은 이야기도 있지만 어두운 이야기도 많죠


희선

자목련 2022-03-18 14:38   좋아요 2 | URL
저도 대표작을 시작으로 단편을 조금 더 읽었는데 이 책으로 에세이도 만나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현실과 소설이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해요. 다시 추워지고 있어요. 희선 님 건강하고 따뜻한 오후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2-04-0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자목련 2022-04-12 08:5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새파랑 2022-04-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 너무 좋죠 ^^ 좋은 작품으로 당선되신거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2-04-12 08:56   좋아요 1 | URL
제가 알지 못했던 헤밍웨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감사드리며, 새파랑 님의 당선 축하드려요.
맑은 하루 보내세요^^
 

한겨레출판사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은 기획이 참신하면서도 영리한 기획이다. 시집이라는 게 호불호가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문학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 참 좋다. 요즘 시류를 제대로 파악한 제목으로 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끌림이고 시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나 제목 그대로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시는 점심을 이야기하는 시가 된다. 물론 참여한 9명의 시인을 보면 그 가운데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면 그의 시를 찾게 된다. 참여 시인이 각각 5편 이상의 시를 썼고 안미옥 시인의 시는 조금 더 많다.


여자는 오후 열두 시가 되면

언제나 혼자서 이곳에 온다


메밀국수 한 그릇 주문하고

대부분 벽을 응시한다


벽 속에서 아는 사람의 글씨체를 보았다고


어느 날에는 중얼거린다


미래의 언어를 쓴다는 그 사람은

자신의 시대가 아직 오지 않음을 슬퍼하며

먼 곳으로 떠났다는데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강혜빈의 시는 마치 열두 시, 점심에만 만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듯하다. 혼자 같은 장소에서 점심을 먹는 여자, 오롯이 그곳에서만 마주하는 어떤 이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점심을 먹는다는 행위처럼 같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마주하면서도 한 번도 말을 건네지는 못하는 이들, 그들에게 점심시간은 너무 짧고 다가가기에는 너무 멀다.


그러나 여자에게

가벼운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

오늘분의 점심시간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문득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점심시간은 누구나 똑같이 가질 수 있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점심에 하루가 열리는 이들에게는 점심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건 같지만 그 삶의 시간은 다르니까. 백은선의 시에서 그런 다름을 느낀다. 결코 우리의 점심은 될 수 없는 삶의 시간들.


나의 점심은 네게 한밤이었다

전화를 걸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난다고


어린 새처럼 너는

칭얼거리곤 했는데

그럼 나는 가끔 내가 봤던

좋은 시를

때로는 노래를

읽어주기도 불러주기도 했다 (백은선의 「향기」, 일부)


그런가 하면 잠시나마 모여 말을 나누는 순간이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황인찬의 이런 시는 조금 더 일상으로 파고들어온 기분이다. 대화가 아닌 의미 없는 짧은 수다가 모이고 흩어진다. 그 안에는 농담 섞인 진심도 담겼다. 긴 하루 동안 조금은 여유롭고 자유스러운 모습이다.


사람들은 어디 먼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죠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또 금방 돌아오죠 식당과 공원은 너무 가깝고

공원은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황인찬의 「만남의 광장」, 일부)


하나의 테마로 묶였지만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시를 쓴다. 어떤 시는 어렵고 도통 알 수 없고 어떤 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점심을 대해 오래 생각한다. 그러니까 혼자 점심을 먹는 이들의 사정이라든가,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마주했던 풍경, 혼자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 같은 것들을 말이다. 다가오는 점심에는 무얼 먹을까. 혼자 점심을 먹을 친구에게 맛있게 먹으라는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점심에 나는 걷는다

어디에나 음악이 들리듯 쏟아지는

사람들의 활기· · · 희망· · ·

인간은 혼자서 혼자가 될 수 없고

음식에는 죽음과 고통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꽃집에서 남미 식물을 보며

사라지는 판타날을 떠올린다

세계를 메우고 있는 비참함· · · 비참함· · ·

나는 소음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빛을 피하며 걸으려 한다

길가에 개여뀌 꽃마리 작은 풀들을 본다

꽃에는 꽃말이 있다

꽃말은 꽃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내 이름은 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단지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하다

언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누가 자신인지 알고 있다 (성다영 「점심 산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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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3-10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집도 나왔군요?
산문집도 눈길이 가던데..시집까지??^^
저도 애들 개학하고 이제 종종 혼자 점심 먹고 있어요. 확실히 혼자 먹으니 대충 먹게 되네요.
이럴 때 이런 책들이 조금 친구가 될 듯 합니다.
자목련님도 혼자 점심 드셔도 맛나게 드시길^^

자목련 2022-03-11 09:16   좋아요 1 | URL
기획이 신선해요. 산문도 궁금한데 우선은 시부터 만났어요.
혼자 먹는 점심, 그래도 조금 신나게 먹어요^^

레삭매냐 2022-03-1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심에 맛난 게 먹고는
싶으나... 장소가 아무래도
한정적이다 보니 그 나물
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네요.

자목련 2022-03-11 09:15   좋아요 2 | URL
요즘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특별한 점심 드시길 바라요^^
 

몸과 마음이 봄을 향하는 걸 느낍니다. 자꾸만 화사한 옷들을 검색합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말 거라는 걸 알면서도 검색을 멈추지 않습니다. 제법 자란 머리카락을 묶을 머리끈을 한 번씩 찾아봅니다. 저 멀리 초미세먼지가 달려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활짝 창을 열어 바람을 맞고 싶은 날들입니다. 아직 겨울은 우리 곁에 머물지만 다가서는 봄의 기운을 느낍니다. 아마 당신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이런 문장을 함께 읽고 싶어졌습니다. 당신과 나누고 싶은 문장이라도 해둘까요. 박준의 『계절 산문』에는 그런 문장이 참 많습니다. 편안하게 안부를 건네는 문장들입니다. 추위가 달아나지 않은 이 계절에 여름의 서늘한 온기를 느낍니다.


낮이 분명하게 길어졌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저의 하루를 살아가느라 이렇게 지쳐있는데 어둠은 조금 전에야 막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허정허정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초입에는 어느 집 담장 너머 만발한 능소화들이 이정표처럼 서 있습니다. 이 길이 제 집으로 가는 길이 맞는다는 듯이, 혹은 지금부터가 여름이라는 듯이.


능소화는 바람에 흔들리고 덩달아 능소화가 만들어낸 그림자도 흔들립니다. 발끝으로 그림자를 따라 몇 번 따라 짚어보다가 그만둡니다. 온통 흐르는 것들을 지나 드디어 제 방으로 돌아옵니다. 제가 누우면 하루와 어둠과 가난도 따라 눕습니다. 함께 잠이 듭니다. 벌써부터 방은 덮고 새벽쯤 땀을 흘리며 잠이 깬 저는 일어나 물을 마십니다. 물을 마시고 살금살금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다시 눕습니다. ( 「여름 자리」, 전문 84~85쪽)


바람의 길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입니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차분하게 이런 글을 마주해도 좋겠지요. 다정한 그리움, 송곳처럼 솟아난 날카로운 미움과 분노를 가만히 안아주는 커다란 손길을 느낍니다. 뽀족한 송곳의 마음을 다 뭉그러뜨리지는 못할지라도 한두 개쯤은 사라질 것 같습니다.





덮어두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갓 지은 밥을 공기에 퍼두었는데 반찬도 따로 담아 상 위에 올렸는데 아직 그 사람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 그래도 언제라도 저 문을 열고 웃으며 들어설 것 같을 때, 그릇 뚜껑이나 보자기를 올리듯 덮어두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 덮어두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고 네가 다시 그 말을 어떤 식으로 받아쳤으며 그사이 숨어 있는 잘못의 세목들, 이런 것들은 들추어 밝히는 대신 그냥 덮어두는 편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또 덮어두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마지막과 그 사람의 마지막을 같이 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중간에서 그 사람의 마지막을 보거나 아니면 그가 중간쯤 왔을 때 나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덮어둔다는 것은 어느 낮은 시간을 그냥 흐르게 하는 것이고, 그곳으로 흘러오는 것들을 마다하지 않고 반긴다는 뜻이며 한참 세상이 지나 그 위에 무언가 쌓였다 해도 변함없는 것들을 다시 찾아내는 일입니다. (156~157쪽, 「크게 들이쉬었다가는 이내 기침이 터져나오는 겨울밤의 찬 공기처럼」, 전문)


서로 다른 계절이 만나고 헤어지는 날들, 어떤 이는 환절기를 앓기도 하지요. 그래서 짧은 몸살이나 감기로 며칠을 고생하기도 하고요. 헤어질 계절과 온전히 이별하지 못해서 생기는 통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계절과 헤어지듯 그 안에 담긴 나의 시간과도 헤어지는 일. 반성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후회의 순간과 마주하니 안에서 탈이 난 밖으로 나타나는 건 아닐까요. 그러니 마음이 쉬어야 몸이 편안해지겠지요.


‘쉬다’라는 낱말은 여러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몸을 편안히 두다. 일이나 활동을 잠시 그치다’라는 의미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미의 ‘쉬다’가 우리에게 없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조금 부정적인 의미의 ‘쉬다’로 변하는 것이지요. ‘탈이 나서 목소리가 거칠고 맑지 않게 되다’의 ‘쉬다’ 혹은 ‘음식 따위가 맛이 시큼하게 변하다’ 할 때의 ‘쉬다’. 더불어 ‘쉬다’라는 말에는 ‘빛깔을 곱게 하려 뜨물에 담가두다’ 하는 뜻도 있습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천천히 숨을 쉬어보았던 시간 같은 것으로 긴 겨울날이 기억되기를 희망합니다. (「쉼 쉼 쉼」, 전문 170~171쪽)


‘빛깔을 곱게 하려 뜨물에 담가두다’ 란 뜻이 참 예쁩니다. 더 곱고 빛나기 위해 쉼이 필요하고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박준이 제게 알려준 것처럼 말이에요. 박준의 유려한 문장은 읽을 때마다 어떤 맑고 고운 힘을 불러옵니다. 두 권의 산문집과 두 권의 시집이 그러합니다.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이런 먹먹함 때문인지 저는 여전히 그의 첫 시집의 이런 시가 제일 좋습니다. 봄이 오고 있어서, 자꾸만 마음이 들썩입니다. 정작 봄이 와도 달라지지 않을 일상이 이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습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의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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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6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7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2-02-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자목련 2022-02-17 09:34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 님, 즐겁게 만나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았다면 훌륭한 삶이라 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분명 후대의 많은 이들의 삶에 긍정적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그녀를 떠올리면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일이 먼저 생각난다. 흔히 말하기를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람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조금 읽었다. 에세이 『자기만의 방』은 읽을 때마다 완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는 스스로를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과 삶에 더 가까이 더 깊게 다가가는 시간으로 말이다. 분명 그녀와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전에 느꼈던 감정과는 다르게 강력하고 힘차게 다가왔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버지니아 울프를 원한다는 건 여전히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에서는 네 편의 짧은 단편과 대표 에세이 「자기만의 방」과 「런던 거리 헤매기」를 수록했다. 단편을 살펴보면 아내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그녀에 대해 알아가는 「유산」은 결혼에 대한 시대적 관념과 그 안에서 여성 스스로의 삶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생각한다. 3장 안 밖의 짧은 소설「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은 존재했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다. 우리 곁에는 얼마나 많은 V양이 존재했을까. 우연하게 발견한 벽의 자국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벽에 난 자국」과 식물원이란 한정된 공간 그 안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을 묘사하는 「큐 식물원」은 색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소설도 좋았지만 특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싶은 건 그녀의 에세이다. 그녀를 영원한 여성의 멘토, 시대를 거슬러 만나고 싶은 작가로 만든 글 말이다. 어렵지만 집중하게 만드는 글.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79쪽)


버지니아 울프가 강연을 했을 당시에는 여성과 픽션에 대한 주제였겠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나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그녀가 말한 ‘500파운드’,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돈과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1920년대에는 여성에 해당된 주제였지만. 그 시대를 상상하면서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으로 연결된다. 글을 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전부였을 삶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가부장 제도에 매여 살았다. 문득 생각나는 두 명의 여성. 뛰어난 재능을 지닌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방식도 그렇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글을 썼는지가 아닌 허난설헌은 허균의 누이로 신사임당은 율곡 이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니 버지니아 울프가 가상으로 만든 셰익스피어의 누이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애통하기까지 하다.


픽션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워 준 어느 부모의 아들에 딸린 노예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영감이 풍부한 말들, 심오한 생각들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녀는 거의 읽을 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152쪽)


책은 어떻게든 육체에 적응해야 합니다. 따라서 여성의 책은 남성의 책보다 더욱 짧고 더욱 응집되어야 하며, 지속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장시간의 독서가 필요하지 않게끔 꾸며져야 한다고 나는 과감하게 말할 것입니다. 여성은 언제나 방해를 받을 테니까요. (215쪽)


모두의 공간인 거실만이 유일하게 허락되었고 가사와 육아에 시달려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삶. 설령 무언가를 쓰다고 해도 비밀로 써야 했던 시대. 여성은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였다. 시간을 흘렀고 세상은 달라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가 직시해야 할 점은 현재 여성의 삶이다. 차별과 평등은 사라졌을까. 온전하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 사회적 제도는 마련되었을까. 보호 받는 성이 아닌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더욱 나가야 한다.


「자기만의 방」의 강연을 통해 단단하게 접힌 마음은 「런던 거리 헤매기」를 만나면서 부드럽게 펼쳐진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소개했던 아름다운 문장들, 지금 이 계절과 너무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문장들. 시간은 저녁 무렵, 계절은 겨울이어야 한다. 겨울에 샴페인 색으로 빛나는 공기와 거리의 친화력이 상쾌하기 때문이다. 여름날처럼 그늘과 고독을 바라고 풀밭의 달콤한 공기를 갈망하며 시달리지 않는다. (287쪽)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런던 곳곳을 거니는 즐거움에 빠진다.


한 권의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어려운 책이었지만 놀라운 발견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소설과 강연,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각각의 매력은 그녀를 더욱 알고 싶게 만든다. 그녀가 바라고 원했던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읽고 쓰고 고민했던 흔적은 우리 곁에 남았다. 책장에서 든든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격려로 다가올 것 같다.


언제쯤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 올까.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에게 나쁜 세상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 공감과 연대가 필요한 지금,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야 할 이유다.


그녀에게는 아직도 싸워야 할 유령과 극복해야 할 편견이 많이 있습니다. (중략) 그 방은 여러분의 것이지만, 아직 휑하니 비어 있습니다. 그곳에 가구를 비치하고 장식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453쪽)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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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2-13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알라딘에서도 판매하나요?!
디에센셜 판매하네요
진작 하지...!

자목련 2022-02-14 08:54   좋아요 1 | URL
네, 아마도 교보문고와 단독 판매 계약이 1년이 아니었나 싶어요.

mini74 2022-03-08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닮은 단정하고 좋은 글들 ~ 당선 축하드려요 *^^*

자목련 2022-03-10 11:20   좋아요 2 | URL
^^*
꽃 같은 하루 이어가세요^^

새파랑 2022-03-08 1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당선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2-03-10 11:20   좋아요 2 | URL
^^*
맑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3-0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자목련님

자목련 2022-03-10 11:20   좋아요 1 | URL
^^*
환한 하루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2-03-08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자목련 2022-03-10 11:2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항상 감사드려요.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