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유희경의 시 「심었다던 작약」은 아니지만 내가 주문한 작약이 월요일에 도착했다. 첫날은 꽃봉오리 5개였는데 하루가 지나고 환하고 탐스러운 작약으로 피어났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자꾸만 같은 듯 다른 작약 사진을 찍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실물을 그대로 전할 수 없도 담을 수도 없는데 말이다.


어느 해부터 작약을 보러 가는 대신에 작약을 주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이렇게 뒤늦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작년에 가까이 지내는 선배 언니가 보낸 작약이 아니었다면 나를 위한 작약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과 친구에게는 해마다 작약을 보냈지만 나에게는 인색했다. 가까운 곳에 수목원이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갈 수 없으니 이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작약을 주문하는 것이다.




꽃을 주문하고 택배 송장을 따라 꽃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그때부터 나는 행복했다. 꽃이 도착하는 순간, 화병에 물을 붓고 꼭 다문 5개의 봉오리를 보는 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깨어나듯 기지개를 켜는 작약들. 밤에는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더 피어났을까 궁금하고 기대해서다.


아주 짧은 이 시기가 내게는 작약이라는 계절이 되었다. 꽁꽁 숨겨왔던 자태를 조금씩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좋다. 작약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좋다. 저마다의 색마다 향기도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았다. 이제 지는 모습을 보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이 하나도 아쉽거나 속상하지 않다. 꽃이 피고 지는 걸 가까운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이제 곧 작약의 계절은 사라질 것이고 나는 또 내년을 기대할 것이다. 작약의 자리에는 수국이 도착할지도 모른다. 작년에 꽃술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서 올해는 수국을 주문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작약을 보고 나니 올여름에도 수국을 주문할 것 같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우는 소쩍새처럼 이 작약을 만들고 키우고 위해 농장주의 손길은 얼마나 분주했을까. 내가 장바구니에 담고 쉽게 클릭하여 내게로 올 수 있도록 도와준 그 모든 손길을 기억하고 싶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키우고 보살피는 일은 아름답고도 숭고하니까.





나만의 계절, 작약이라는 계절을 산다. 작약을 보는 내내 나는 달콤한 기분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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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5-18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약 정말 예쁘네요. 저도 저를 위해 작약을 주문하고 싶어질 만큼...

자목련 2022-05-19 17:17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을 위한 작약 주문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라로 2022-05-19 0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약이라는 이름만 듣다가 미국에서 작약 정원으로 유명한 곳을 가게 되었는데 완전 뿅 갔어요. 그 이후로 누가 무슨 꽃 좋아하냐고 하면 작약이라고 말하네요. 아주 이쁘네요. 작약의 계절이 지는 군요. 뭐가 이리 바쁜지 꽃 제대로 못 보고 지나네요. 고맙습니다.

자목련 2022-05-19 17:15   좋아요 2 | URL
아, 작약 정원이라는 말만으로도 뽕 갈 것 같아요!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라로 님과 함께 작약을 볼 수 있는 봄이라 좋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5-19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약 사랑합니다.
작약을 처음 본순간 우아함에 할말을 잃은 후, 저도 그 후부터 좋아하는 꽃은? 하면 작약이라고 서슴없이 말하죠. (아..때론 다른 꽃이름도 말하긴 하지만요. 이를테면 수국, 라넌큘러스등등이라고!!! ㅋㅋㅋ)
작약은 너무 좋아서 그림으로 그려서 지지 않는 작약을 소장중이기도 합니다.
요즘 <서른 아홉>이란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도 손예진이 작약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선물하고, 선물받고 식탁에 한 송이 꽂아 두던데...아, 예뻤어요^^
작약은 역시 서서히 피는 생화 작약이 제일 이쁜 것 같아요^^
덕분에 눈호강을 아침부터 하고 가네요. 저도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2-05-19 17:13   좋아요 3 | URL
작약과 수국은 사랑입니다!
맞아요, 세상에는 너무 아름다운 꽃들이 많아요. 저는 이름을 외우지도 못해요. ㅎ
나무 님의 그림 작약 궁금하네요. 작약처럼 고운 시간 이어가세요^^

페넬로페 2022-05-1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약이 넘 예쁘네요^^
꽃을 배송받으면 작은 꽃몽우리만으로 도착하는데 점점 꽃망울이 커지며 꽃이 피는게 신기하더라고요^^

자목련 2022-05-19 17:12   좋아요 2 | URL
그쵸? 생명이 있다는 건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워요!

mini74 2022-05-19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약이 이렇게 예쁜 꽃이군요. 여리고 청초하고 ~~ 저는 좋아하는 꽃이 수국 불두화 등등인데 작약도 이제 들어갈듯 합니다.

자목련 2022-05-19 17:38   좋아요 1 | URL
작약 만나고 수국을 만나요. 꽃들은 다 곱고 예쁘지만 그래도 작약과 수국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한 번쯤 초능력에 대한 상상을 해봤다면 투명인간의 삶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상대는 나를 볼 수 없고 나만 상대를 볼 수 있다면 뭐든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과연 그럴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투명인간을 만난다면 우리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할 수 있을까. SF 소설의 고전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은 투명인간의 삶이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상상이 아닌 투명인간의 실체라고 할까.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감쌌는데, 부드러운 중절모 챙이 반짝이는 그의 코끝을 제외한 얼굴 전부를 빈틈없이 가리고 있었다. (13쪽)


아이핑 마을에 도착한 낯선 이방인. 수상해 보였지만 숙박시설에서 그게 무슨 대수랴. 객실 요금만 밀리지 않고 내주면 그만이었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며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그의 이름을 아는 이도 없었다. 그러나 작은 마을에서 그의 등장은 특별한 관심사였고 붕대를 감은 모습에 의료인 커스는 그를 찾아갔고 이방인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가 투명인간이라는 사실을 누가 믿어줄까. 객실 요금이 밀리면서 여관 주인과 사소한 다툼이 시작되고 그 사이 마을에서는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모든 사건의 단서는 이방인을 향했고 사람들은 힘을 합쳐 그에게 수갑을 채우려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사람들의 눈에는 악령이 씌어 가구가 움직이고 알 수 없는 힘이 목을 조르는 공포에 휩싸일 뿐이다. 여관에서 나온 이방인은 조력자가 필요했다. 투명인간이지만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입고 자야 할 공간이 필요했으며 여관에 두고 온 자신의 소중한 책과 짐을 가져와야만 했다. 그는 자신의 보이지 않는 능력을 악용해 마블이란 남자를 조종한다. 이제 세상은 투명인간의 횡포를 알게 되었고 그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그 과정에서 운명처럼 과거의 친구 켐프를 만나게 되고 이방인과 투명인간이 아닌 ‘그리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가 어떻게 투명인간의 몸을 갖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과학자로 색소와 굴절을 연구했던 일과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하고 벌어진 일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런 그리핀에게 켐프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리핀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 주위를 돌 수 있는데, 그가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건, 시점을 골라 내가 원할 때 타격을 가할 수 있소. 내가 원할 때 피할 수도 있소. 내가 원할 때 달아날 수도 있소. (중략) 우리가 투명인간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사람들도 투명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점이요. 그래서 그 투명인간이, 켐프, 이제 ‘두려움의 정치’를 펼치는 것이오. 그렇소, 의심의 여지없이 놀랄 거요. 하지만 나는 그걸 의미하는 거요. 두려움의 통치. (243~244쪽)


전도 유망했을 과학자가 한순간 늪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이다.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모든 걸 공개하고 협력했더라면 그리핀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스스로 파괴하는 결말에 이르렀으니까. 반대로 투명인간인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크다. 혐오나 비난이 아닌 있는 그대로 대하고 그가 원하는 도움을 주려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투명인간인 그를 인정했더라면 서로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소설 곳곳에서 그리핀이 세상을 향한 분노는 불신과 절망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소설이 발표된 시점이 아닌 현재 투명인간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아니, 선한 목적으로만 투명인간의 기능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1897년 발표된 소설이지만 대단한 장르소설뿐 아니라 그토록 사랑받은 고전인 이유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에 있다. 인간의 심연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궁금하다. 기존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과 이 책에서 특히 세심하게 다루는 부분의 번역을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조금 더 허버트 조지 웰스가 말하고자 한 부분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투명인간을 만나는 일도 나쁘지 않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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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슬픔에 관할 수 있는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설령 슬픔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해도 그건 그의 고유한 영역이다. 슬픔을 달래고 이겨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슬픔을 달래고 이겨내는 방법이나 방식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오수영의 에세이 『긴 작별 인사』 은 그런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상실과 애도에 대해 어떤 말이나 행동이 아닌 기록으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며 개인적인 고백이다. 그러나 상실과 애도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기에 누구도 피해할 수 없는 일이기에 모두의 기록이 될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책에서 지칭하는 ‘그녀’는 저자의 어머니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간의 기록이다. 처음 ‘그녀’의 등장에 나는 연인이 아닐까 섣부른 짐작을 했다. 그러나 곧 글에서 등장하는 ‘그’가 저자의 아버지라는 걸 눈치챘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자 남겨진 아버지와 아들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슬픈 세상의 풍경, 하루가 음소거 상태로 흘러간다. 소란스러웠던 세상이 고요하다. 차들이 빼곡한 도로와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나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다. 다채롭던 세상에 흑백만 남는다. (19쪽)


상실의 아픔과 슬픔은 어떻게 표출되는가. 큰 울음으로 요란스럽게 공간을 메울 수도 작고 오랜 흐느낌으로 바닥에 내려앉을 수도 있다. 저자처럼 고요한 짧은 메모와 사유로 일상을 채울 수도 있다. 그 슬픔은 너무도 차분하고 내밀해서 읽는 내내 숨소리도 크게 내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예감하지 못한 이별, 부정하고 싶은 작별, 코로나로 인해 병원 면회를 할 수 없는 현실. 장례식장에서 집으로 돌아봐 그녀의 흔적이 가득한 공간을 마주하는 일은 이제껏 일어난 일들이 꿈이 아닌 실재라는 걸 알려준다. 곳곳에 남겨진 어머니의 메모, 쉽게 치워버릴 수 없는 것들. 경험한 이들은 경험한 대로 유품 정리에 대해 조언하고 남겨진 삶에 대한 당부를 건넨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실감하는 건 다르기에 그것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리할 거라며 자꾸 미루는 아버지를 탓할 수 없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먼저 겪어본 사람들.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다 잊은 것처럼 웃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서 언뜻 슬픔이 비치는 건 각자의 ‘그날들’이 남기 흉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49쪽)


직장으로 돌아온 저자가 아무렇지 않게 일에 적응하고 춤을 배우고 취미 생활을 하는 아버지가 일상에 복귀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어머니와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서로가 느낄 수 있다. 셋이 차지했던 공간에 둘이 앉아 밥을 먹고 셋이 함께했던 자리에 둘이 나타났을 때 상대는 그들을 기억하지만 한 사람의 안부는 묻지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부재를 인식시킨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내고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이다. 다만 가까운 이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구태여 의식하지 않을 뿐. 슬픔은 늘 곁에 있었다. 우리가 외면한 슬픔의 세상을 배회한다.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봐 주기를 기다리면서. (103쪽)

결국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녀의 물건과 흔적들은 조금씩 정리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부재를 인정하고 살아간다. 슬픔이 작아졌거나 사라진 건 아니다. 천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하는 소중한 이의 자리는 우리의 곁에 있다.


죽음을 알리는 소식을 자주 접하는 날들이기에 저자의 글은 누군가의 시간이 된다. 지난 나의 시간과 겹쳐진다. 절대 회복될 것 같지 않았던 절망으로 채워진 시간들. 


한 사람의 개인적인 슬픔과 상실의 기록인 오수영의 『긴 작별 인사』를 읽노라면 델핀 오르빌뢰르의 『당신이 살았던 날들』이 자꾸 겹쳐진다. 슬픔이 남긴 상실과 애도의 시간은 어떻게 채워질까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때로 두렵고 공포스럽지만 어느 죽음도 하찮게 여길 수 없음을 느낀다.


부재로 인해 존재를 증명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역시 언젠가 부재로 존재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부재가 되기를 바라면서 살아간다. 어디에도 당연한 죽음은 없고 모든 죽음은 사고라고 했던가. 절망과 고통에 익숙해져 살아간다는 건 슬픔이다.


아무도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다. 죽음은 말을 벗어나는데, 죽음이 정확히 발화의 끝에 도장을 찍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자의 발화의 끝일 뿐 아니라, 그의 뒤에 살아남아 충격 속에서 늘 언어를 오용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발화의 끝이기도 하다. 애도 속에서 말은 의미작용을 멈추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것이 더 이상 없음을 전하는 데에만 종종 쓰일 뿐이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 139쪽)


시간이 지나 우리는 조금씩 잊는다. 마치 그게 당연한 삶의 진리인 것처럼.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와 바람은 끊어지지 않는다.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 작별을 생각한다. 나의 부모, 나의 형제와 나눈 작별. 쓸쓸하고도 외로운 작별을 생각한다.


의도하거나 그렇지 않은 이별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작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헤어짐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죽음을 연기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단호한 죽음 앞에 모든 건 부질없다. 다만, 우리는 끝나지 않을 애도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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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8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5-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두번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리뷰는 슬프지만 오늘은 즐거우시길 바라겠습니다~!!

자목련 2022-05-09 09:11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처럼 파랗고 맑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5-0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자목련 2022-05-09 09: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읽을거리를 곁에 두면 조금 든든해진다. 그래 나는 이 책을 읽을 거야, 읽어야 할 책이 있지 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여기저기 꽃놀이 같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찍은 자목련도 속속 도착한다. 나는 꽃과 조금 멀리 있고 책과 조금 가까이 있다. 그러니까 살짝 거창하게 말하자면 문학 읽는 봄이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그리고 시집을 읽을 것이다. 읽는 속도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읽을 것이다. 수많은 책 가운데 고른 책들, 어떤 책보다는 조금 더 궁금하고 어떤 책보다는 조금 빨리 읽고 싶은 책들이다. 김지연의 단편집 『마음에 없는 소리』는 왠지 허심탄회한 솔직한 이야기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제목 때문일 것이다.


단편 「미조의 시대」가 무척 좋았기에 이서수의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는 기대가 좀 크다. 시스터는 기분 좋은 단어이고 나에게도 그런 시스터가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내가 기대하는 그런 소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많이 궁금한 소설이다.





젊은작가라 언급되는 작가들의 소설은 점점 읽기가 어렵다. 그들이 다루는 주제도 그러하고 형식도 따라잡기가 버겁다. 그래서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이나 문학과지성사의 소설보다 시리즈로 만나는 단편 중에는 취향이 다르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 소설이 많아진다. 이번 소설보다 2022 봄에서도 이주혜의 단편이 우선 궁금했다. 장편소설 『자두』의 느낌이 남았기 때문이다. 단편이 장편보다 더 좋은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이서수와 이주혜는 둘 다 좋으면 좋겠다.


신철규의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는 무거운 슬픔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 같다. 얼핏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모두 상처와 고통이다. 시인이 끌어안은 상처와 고통으로 빚어낸 게 아닐까 싶다.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

손목 위쪽은 닫히지 않는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서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

불붙은 커튼


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는 슬픔


물속에 손을 넣으려고 하면

손을 잡기 위해 떠오르는 손이 하나 보인다


시계는 물이 찼다

기도가 끝났다 (「불투명한 영원」, 전문)


4월은 거대한 슬픔의 시다. 그런 생각이 든다. 신철규의 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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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4-08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인데 소설 보다. 봄이 벌써 나왔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눈에 익은 작가도 있고, 처음 보는 작가도 있군요.

울 아파트에도 자목련 꽃이 한아름 피었더라구요. 이젠 자목련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자목련님이시네요.
어떤 물체를 보고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기이하면서도 소중한 인연 같아 보여요. 이곳의 세상이란....
소중한 봄, 자목련님께도 늘 함께 하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2-04-11 11:02   좋아요 1 | URL
자목련을 보고 저를 떠올려주시는 나무님이 계셔서 자목련이라 행복한 봄입니다. ㅎ
새로운 작가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나무 님의 봄도 환하고 맑게 채워지기를 바라요^^
 

산다는 게 허무하게 느껴질 때 무엇을 해야 좋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몰려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 극단적이지만 삶의 마지막을 생각한다. 존재와 부재를 생각하면 모든 게 확실해진다. 존재의 이유 따위는 없다는 것. 나를 스스로 증명할 이유를 찾지 말고 그저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에서 죽음과 직면한 이들을 만나는 동안에도 그랬다. 때로 어처구니없는 경로로 찾아오는 죽음,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생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디 에센셜: 헤밍웨이』는 한 권으로 헤밍웨이의 단편과 장편에 이어 에세이까지 만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니 누군가는 가장 익숙한 「노인과 바다」를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끌리는 제목의 단편을 먼저 선택할지도 모른다. 나는 에세이 「F. 스콧 피츠제럴드와 함께 떠난 리옹 여행」 을 읽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과 헤밍웨이가 친구였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더욱 궁금했다. 가장 위대한 작가로 남은 두 작가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 스콧과 헤밍웨이가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스콧은 충동적이고 헤밍웨이는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감기에 걸린 스콧과 엄살이 심한 그를 돌보는 헤밍웨이. 두 사람이 리옹의 호텔에서 대립 비슷하게 의견을 조율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헤밍웨이가 스콧의 소설을 읽고 그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걸 말하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다. 작가와 글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생각한다.


그 책을 읽고 난 나는 스콧이 무슨 짓을 하든, 그가 어떻게 처신하든 그것은 일종의 질병과 같은 것이니 할 수 있는 것이니 할 수 있는 데까지 그를 도와주고 그의 좋은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에게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그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그의 좋은 친구 중 하나가 되기로 했다. 그가 『위대한 개츠비』처럼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작품도 얼마든지 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383쪽)


그건 헤밍웨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온 그의 삶과 마찬가지로 소설에서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등장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삶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과 바다」만 바도 그렇지 않은가. 망망대해에서 느끼는 고독감, 거대한 고기와의 사투, 예상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공포. 그 모든 게 담겨 있다. 김욱동 교수의 번역은 무척 섬세하다고 할까. 노인가 고기가 대치하는 장면이 하나의 생생한 수채화로 다가온다.






고기는 큼직한 꼬리만을 움직이며 무척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둥글게 맴돌면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은 고기를 가까이 끌어들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줄을 잡아당기려고 애썼다. 한순간 고기는 약간 옆쪽으로 기우뚱했다. 그러더니 금방 다시 몸을 똑바로 하고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290쪽)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노인과 바다」에서는 희망에 대한 이런 문장이 가장 좋았다. 미풍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했고, 배는 미끄러지듯 달렸다. 고기의 앞쪽 부분만 보고 있으려니 희망이 조금 되살아났다.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305쪽)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바람처럼 희망도 그러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소설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더한다. 그러니까 헤밍웨이는 소설에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죽음을 말하는 듯하지만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헤밍웨이의 소설은 삶과 죽음의 균형 잡힌 사유를 던진다고 할까. 그의 소설이 많은 시간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난산인 인디언 여자의 출산을 돕는 아주 짧은 단편 「인디언 부락」에서는 신비로운 탄생과 함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죽음을 대비시킨다.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이에게 삶은 어떻게 다가올까. 아이가 알지 못하는 삶의 비밀은 무엇일까. 삶에 대해 알아갈수록 고통과 허무를 마주할게 될지도 모른다.


죽음을 곁에 둔, 아닌 죽음을 경험하는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도 죽음 앞에서 아무런 존재도 아닌 인간을 만난다. 극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부재를 선택하는 남자. 헤밍웨이는 이 소설에서 죽음을 경험하며 죽음과 하나가 되는 과정,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마치 그 모든 걸 경험한 사람처럼.


그것은 여전히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고, 이제는 그것에게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말을 못 하는 것을 알자 죽음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이제 말도 하지 않고 그것을 물리치려고 했지만, 그것은 그에게로 바짝 조이며 다가와 몸무게로 그 가슴을 짓눌렀다. (182쪽)


어둡고 무거운 소설에서 벗어나는 일은 생각처럼 쉬지 않다. 현실이 소설처럼 무겁다면 더욱. 어쩌면 소설을 읽는 일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현실에 익숙해지려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소설 밖으로 나올 때 현실도 다르지 않다는 게 위안이 될 수 없겠지만 미약한 희망의 바람이 존재할 거라는 믿음을 버릴 수는 없다. 그 바람이 언제 어디서 시작될지 도무지 알 수 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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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3-16 14: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는 스콧 피츠제럴드를 지지했고 그의 작품도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사생활적인 면에서 젤다 피츠제럴드에겐 가혹한 평가를 했지요. 이런 책, 종합선물세트처럼 ㅎㅎ 관심갑니다. 자목련 님 오늘 유난히 봄햇살이 따숩네요. 누리시길요.

자목련 2022-03-18 14:5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진짜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근사한 선물이에요.
오늘은 무척 춥습니다. 따뜻한 시간 이어가세요^^

새파랑 2022-03-16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는 읽을때마다 좋더라구요 ㅋ 이 책도 사보고 싶은데 중복되는거 같아 망설여지네요~! 전 헤밍웨이 작품중에 <무기여 잘있거라>가 가장 좋더라구요 ^^

자목련 2022-03-18 14:47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은 헤밍웨이의 작품을 많이 읽은 분보다는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새파랑 님, 좋은 시간 보내세요^^

캐모마일 2022-03-16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를 소장하고 있어서 고민했는데, 다른 작품들도 읽을 만하네요. 스콧 피츠제럴드와의 기행문이나 다른 단편들도 흥미롭습니다.

자목련 2022-03-18 14:39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다른 단편과 에세이가 있어 좋았어요.
케모마일 님, 포근한 오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3-16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늘색이 좋아서 구입한 책! ㅎㅎ

자목련 2022-03-18 14:3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반할 수 밖에 없는 민트!!

희선 2022-03-16 2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 소설은 예전에 《노인과 바다》밖에 못 봤군요 다른 소설도 많은데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네요 소설을 만나는 게 괴로운 현실에 익숙해지려는 걸지도 모른다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밝은 이야기도 있지만 어두운 이야기도 많죠


희선

자목련 2022-03-18 14:38   좋아요 2 | URL
저도 대표작을 시작으로 단편을 조금 더 읽었는데 이 책으로 에세이도 만나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현실과 소설이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해요. 다시 추워지고 있어요. 희선 님 건강하고 따뜻한 오후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2-04-0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자목련 2022-04-12 08:5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새파랑 2022-04-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 너무 좋죠 ^^ 좋은 작품으로 당선되신거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2-04-12 08:56   좋아요 1 | URL
제가 알지 못했던 헤밍웨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감사드리며, 새파랑 님의 당선 축하드려요.
맑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