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주체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면 독립을 떠올릴 것이고 같이 살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 유행을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삶을 생각할 수도 있다. 역시 자유와 책임이 함께 온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시민 불복종』을 읽으면서 주체적인 삶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이웃으로부터 1마일 떨어진 숲속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나는 메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수의 가장자리에 손수 집을 지었고, 내 두 손으로 직접 노동하여 생계를 유지했다. 나는 그곳에서 두 해 두 달을 살았으나 지금은 문명 생활의 일시 체류자로 다시 돌아와 있다. (11쪽)


소로가 월든 호수에서 혼자 살아가면서 기록한 글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았다. 1900년 대의 삶이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사고와 철학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주제별로 쓴 글은 때와 장소를 바꾸어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가치도 변화하니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 가운데 필요한 노동을 회피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소로의 말처럼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건 중요하다.


인간에게 필요한 노동을 조직적으로 회피함으로써 탐욕스러운 여가를 얻은 학생은 치욕스럽고 실익 없는 여가를 얻는 것이며, 인간의 여가를 유익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체험을 자신인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중략) 처음부터 끝까지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생활 실험을 직접 해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젊은이들이 인생을 더 잘 살아낼 수 있겠는가? (72쪽)





누군가는 현재는 소로처럼 살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의도적인 삶을,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공부하기에 현대인은 너무도 바쁘고 철학적 사유에 집중할 수 없을 테니까. 역설적으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여전히 소로의 삶을 원하고 소로의 글을 찾는다.


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 (121쪽)


얼핏 자연과 하나 되는 평온한 삶을 꿈꾼다면 그건 착각이다. 생각해 보라, 혼자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밭을 일구고 집을 보수하고 겨울이면 난방을 위한 노동이 필요하다. 한 번씩 찾아오는 지인과 여행객들의 질문에 답도 해야 한다. 소로를 찾는 이들에게 소로는 어떤 사람으로 보였을까.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으로 여겨겼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타인의 삶에 대해 너무 관심이 많다. 혼자의 삶을 위해 선택한 삶에 방문객은 반갑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연에서의 삶은 계절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 경이로운 장면을 소로는 세밀하게 기록한다. 월든 호수가 어떤 모습인지 그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연관찰 그 이상으로 훌륭하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서 얼었던 호수가 녹기 시작한다. 봄의 호수를 직접 볼 수 없지만 소로는 우리를 그곳으로 부른다.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 표면의 파문을 쳐다보는 것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환희와 젊음으로 가득 찬 호수의 맨 얼굴은 그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가장자리에서 반짝이는 모래의 즐거움을 대변하는 듯하다. 호수 표면은 물고기 비늘처럼 은빛으로 반짝거리는데 마치 호수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 같다. 이것이 겨울과 봄의 극명한 대조다. 월든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412쪽)


월든은 읽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평범한 에세이라 하기엔 너무도 비범한 소로의 사유가 담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월든은 한 번에 읽을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시민 불복종」은 뭐랄까 정치적인 글이다. 소로는 주민세를 납부를 거부해서 구치소에 감금되기도 했다. 단 하루 동안이지만 그 안에서도 소로는 평온하다. 이어지는 그가 바라는 정부, 권력에 대한 글은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력이 국민의 손에 있을진대 그들 중 과반수가, 그것도 지속해서, 통치하도록 허용하는 실제적인 이유는 그들의 정의롭다거나 소수에게 가장 공정할 것처럼 보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물리적으로 가장 힘이 센 자들이기 때문이다. (「시민 불복종」, 449쪽)


나는 노예제를 지지하는 정부를 한순간도 나의 정부라고 인정할 생각이 없다. (「시민 불복종」, 452쪽)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정부 발전 형태에서 가장 나중의 것일까?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가갈 수는 없는가? 정부가 개인을 한층 더 높고 독립적인 힘으로 인정하고, 그 힘으로부터 정부의 권력과 권위가 나오며, 또 개인을 그런 위상에 걸맞게 대우해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자유고 개명(開明) 된 국가라 할 것이다. (「시민 불복종」, 477쪽)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로의 정부에 대한 비판과 민주주의 대한 통찰은 귀한 지침이다. 우리가 왜 소로의 글에 이토록 놀라고 감탄하는지 한 번 더 확인한다. 어떤 삶을 선택할지, 우리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때로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소로라는 등대를 따라가도 좋겠다.


*현대지성의 월든은 풍경 사진 66장이 함께 있어 더욱 풍성한 월든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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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관왕 축하드려요 *^^*
pc로 자목련님 사이트 들어오니 고양이가 딱 ! 고양이는 언제봐도 예뻐요 *^^*

자목련 2022-02-11 09:55   좋아요 1 | URL
미니 님의 2관왕 저도 축하드립니다.
야옹이는 사랑이에요^^

thkang1001 2022-02-10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2-02-11 09:54   좋아요 1 | URL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2-10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관왕 축하드려요 ^^ 다시보는 사진도 예쁘네요~!!

자목련 2022-02-11 09:54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감사드리며 저도 축하드립니다.
야옹이는 언제나 예뻐요.
날씨가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2-02-1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자목련 2022-02-11 09:5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다름을 환대하는 일은 온전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공개가 전제가 필요하다. 그 과정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등장한다. 그런 모든 것들을 통과한다는 건 결국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나와 다른 모습, 다른 생각, 다른 곳에서 태어난 이들이 모두 어울려 살아가는 일은 김초엽의 단편집 『행성어 서점』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김초엽의 짧은 소설 14개는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가까운 미래, 혹은 현실에서도 이미 누군가는 경험했을지 모를 일상,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상상 속 우주의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기이하면서도 낯선 설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김초엽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연대와 환대라는 걸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든다. 거기다 소설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의 역할도 훌륭하다. 이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다 그림을 보면 훨씬 이해가 쉽다.


현실이 아닌 공상의 한 장면을 마주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소설 속 행성어 서점이 궁금하고, 이끼 같은 먼지 뭉치인 외계에서 온 식물 코코를 곁에 두고 싶고 미래에는 버섯과 공생하는 인간을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뿐인가. 내가 잘 안다고 믿는 이가 혹시 외계의 다른 행성에서 온 우주인은 아닐까 상상하게 되고 연구를 목적으로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공권력을 의심한다. 말 그대로 짧은 소설인데도 잘 짜인 스토리에 감탄한다.


최고의 건축가였던 「선인장 끌어안기」의 ‘파히라’는 수술 후유증으로 몸에 닿는 모든 것에 고통을 느끼는 접촉 증후군을 앓고 있다. 모든 물체와 접촉을 피하는 ‘진공의 집’을 설계해 그곳에 선인장과 살고 있다. 그저 닿기만 해도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선인장이라니. 보조 로봇인 ‘나’는 그가 지난 로봇에게 보인 괴팍한 행동의 원인을 찾는 지시를 받았다. 외부와 단절하고 살아가는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그와 같은 접촉 증후군이 있는 아이 소영과 함께 지냈던 시간, 고통과 통증을 이해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소영에게 배웠다. 자신과 파히리가 선인장 같다고 말한 소영. 다른 병으로 죽음을 앞둔 소영이 파히라를 안아봐도 되냐는 부분에서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을 알면서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던 소영.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어.” (「선인장 끌어안기」, 30쪽)


우리가 끌어안는 선인장은 무엇일까.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그의 고통까지 전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사랑 가운데 진정한 그것은 얼마나 될까. 파히라와 소영은 서로가 같았고 같았기에 사랑하면서도 가까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을 꺼려 한다. 아니,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건 완곡한 표현일 뿐, 김초엽이 전하고자 하는 건 약자와 장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라는 걸 느낀다.


같은 지구에 사는 존재에게도 그런 대우를 하는 지구인이 우주에서 온 생명체에게는 어떻게 대할까. 사고로 3년 동안 혼수상태였던 「우리 집 코코」속 ‘나’는 그 사이 외계에서 온 식물 코코를 처음 만났다.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변화시킨 것이다. 어쩌면 미래엔 인간보다는 다른 종의 무언가가 인간을 더 따뜻하게 포옹하고 격려하는 위대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린 예전보다 행복해요. 이 작은 친구들이 우리의 옆에 머물러주기에, 인류는 더 이상 우주의 외로운 먼지 조각들이 아니에요. (「우리 집 코코」, 149쪽)


그런 미래에는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처럼 행성과 행성을 오가며 여행하거나 정착하는 이들도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속 다른 세계에서 같은 얼굴로 살아가는 존재도 많을 것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의 이가 다른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미래의 지구는 수많은 행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도 지구를 떠나지 않고 다른 행성에서 온 누군가는 정착하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는 그런 미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포항에서 강릉의 연구소로 가는 중 ‘다현’은 폐업 직전의 휴게소에서 식당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초미각자’ 주인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맛에 대한 감각이 둔한 다현은 뛰어난 미각 기능으로 음식을 즐기기 어렵다는 주인의 말에 공감하면서 그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쨌든 이곳이 다른 미각을 가진 거주자들에게 더 환대를 베풀 수 있는 행성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206쪽)


소설을 읽으면서 감각은 개별적이고 고유하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짜고 맵고 쓴맛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다르게 느끼는 이도 있을 거라는걸. 그런 의미로 미래의 지구에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나와 다른 이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태도의 삶이어야 한다. 중대하고 위중한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공존하며 연대하는 삶 말이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미 변형되었고,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어요.’ (「가장자리 너머」, 215쪽)처럼 삶은 변화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다름을 환대하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공존의 삶을. 


김초엽의 소설은 언제나 그런 미래를 지향한다. 다가올 미래가 소설 속 모습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우리에겐 김초엽이 소설에서 보여준 연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힘이 필요하다. 낯선 생명체와 이웃이 되어 살아갈 수도 있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계로의 왕래를 통해 더 넓은 우주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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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6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초엽작가가 다름에 대해 참 잘 다루는 거 같아요. 본인의 다름에 대한 철학도 화고한 것 같고. 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글들. 자목련님 글에 공감합니다. 이 젊은 작가 저도 응원합니다. ~

자목련 2022-01-07 10:24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거겠지요.
미니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온라인 서점에서 해마다 나의 책 구매 이력을 알려준다. 이런 책을 샀구나 싶고, 이런 책을 샀나(?) 싶다. 책과 떨어질 수 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내가 모르는 책은 무진장 많다. 일부러 신간 알림을 예약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책들, 때로는 그래서 나만 모르고 지나치는 책들이 많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만 모르고 지나쳐도 사실 무방하다. 하지만 그래도 책 욕심은 그게 아닌지라. 언젠가는 읽겠지, 아니 읽지 않더라도 지금은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또 몇 권의 책을 들인다. 연말이니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게 하지 않았으니까. 이런저런 부침에도 나름 잘 견디고 버티었으니까. 아, 구차한 변명이 길어진다.


김초엽의 짧은 소설(지난 번 단편집은 읽어냐고 묻지는 말길) 『행성어 서점』 은 평이 다 좋아서 덜컥 구매. 책 제목에 서점이 들어갔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까. 최승자 시인의 첫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는 처음 나왔을 때 몰랐으니 이제라도 읽어야지 하는 타당한 이유로, 카렐 차페크의 장편소설 『평범한 인생』은 문학의 고수 이웃님이 추천하니 그 세계를 경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겨우 세 권이지만 언제 읽을지 알 수 없다. 아무튼 책은 좋고 나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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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30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모르고 지나쳐도 조금 늦어도 상관없는데 책 욕심은 그게 아니죠^^

자목련 2021-12-31 09:21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책은 왜 이리 우리를 유혹하는 걸까요 ㅎ
그레이스 님, 건강하고 기쁜 새해 시작하세요^^

잠자냥 2021-12-30 1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지 시집을 배경으로 하니 앞의 책탑이 더 예뻐보여요!

자목련 2021-12-31 09:20   좋아요 3 | URL
이런 댓글 기대하고 사진 찍었습니다. ㅎㅎ
잠자냥 님이 소개해주신 좋은 책과 귀한 글로 풍요로운 시간이 많았습니다.
내년에도 멋진 글 많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cott 2021-12-30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문지 시집 제목을 이어보니
한 편의 시가 되네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물속의 피아노
단지 조금 이상한
불가능한 종이 역사
슬픔 치약 거울크림 ...
자목련님의 2021년 독서 이력은
반짝 반짝 빛나는 ^ㅅ^

자목련 2021-12-31 09:18   좋아요 3 | URL
앗, 그런 센스까지!!
올해 좋은 음악을 많이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쁨과 충만이 가득한 새해 맞으시길 바라요^^

프레이야 2021-12-30 1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겹쳐서 더 반가워요. 책은 늘 좋지요. 이틀 알차고 따스하게요^^

자목련 2021-12-31 09:17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책은 늘 좋아요!
프레이야 님, 따뜻하고 건강한 새해 맞으시길 바라요^^

오거서 2021-12-30 1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은 아무튼 용례 중 최고인 것 같아요. ^^

자목련 2021-12-31 09:17   좋아요 3 | URL
우와, 정말요?
오거서 님, 연말 잘 보내시고 즐거운 새해 이어가세요^^

mini74 2021-12-30 1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책은 좋고 나는 즐겁다 ! 자목련님 이 문장 참 좋아요. 책도 즐거워해주면 좋겠어요 ㅎㅎ

자목련 2021-12-31 09:16   좋아요 3 | URL
책도 그렇겠죠?
미니 님,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기쁨으로 가득한 새해 맞이하길 바라요~~

coolcat329 2021-12-30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은 책탑 조차도 어딘지 단정한 느낌입니다.

자목련 2021-12-31 09:15   좋아요 3 | URL
음, 사진은 위장이라는 거 아시지요? ㅎ
그래도 단정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쿨캣 님, 향기로운 날들 이어가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1-12-31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있으면 언젠가 읽겠지요 2021년에 샀지만 2022년에 만날 책이군요 그때 만날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겠습니다

자목련 님 2021년 마지막 날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자목련 2021-12-31 09:15   좋아요 3 | URL
언젠가 꼭 읽어야 하는데, 자꾸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ㅎ
희선 님, 항상 감사드리며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희선 2022-01-02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새해네요 첫날이 지나고 둘째날이 왔어요 자목련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하는 해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자목련 2022-01-02 14:55   좋아요 2 | URL
희선 님, 새해 인사 감사해요. 올해도 잘 부탁드리며 많이 웃는 한해 시작하시길 바라요^^
 

매서운 추위를 뚫고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러했다. 평소의 주일과 다름없이 제 시각에 나와 차량 봉사를 해주시는 분을 기다렸다. 추우면 얼마나 춥겠나 싶었는데, 어이쿠 정말 추웠다. 추위에 제법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상한 건 항상 오시는 시각이 지나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리다 연락을 드렸더니 시동을 걸고 계시다고 하셨다. 그래서 금방 오시겠지 싶어 아파트 입구 계단에서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뒹구는 낙엽은 소리까지 동반하며 바람의 세기를 전해주었다. 그 와중에 만난 고양이. 평온해 보였는데 내 착각일까. 아무튼 오늘따라 장갑도 끼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귀까지 아팠다.





드디어 도착한 차에 올라타서 어젯밤 추위에 방전이 되었다며 미안해하셨다. 그분은 어젯밤 새벽 송을 돌았다고 하니 피곤함도 크셨을 텐데. 누군가의 봉사의 마음을 받아 나는 안전하고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쌓일 것 같지는 않았고 바람 따라 어디론가 착지할 곳을 찾아 달아나는 눈처럼 보였다.


성탄 예배에는 귀여운 아이들의 율동이 있었다. 예전처럼 크리스마스이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일까. 사실 이 시골에는 아이들이 귀하다. 단상에 올라온 네 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율동을 하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항상 유아실에서 예배를 드리는 아이들이라 누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모두 키가 훌쩍 자라있었다. 건강하게 크는 아이들이 보배라는 걸 조금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작은 선물을 받고 과자로 채워진 선물 가방을 끌다시피 하며 내려오는 아이들은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매년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지만 작년과 올해는 더욱 남다르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예배를 드리는 분들이 적었지만 그래도 서로를 축복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말이 참 따뜻하고 포근했다. 친구와 나누는 크리스마스 인사도 마찬가지다. 뜸했던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인사를 건넬 수 있고 그동안의 사정도 들을 수 있으니까. 친구 하나는 오늘 생일이다. 음력으로 챙기는데 올해는 예수님과 생일이 같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연락을 취하면서 모임의 언니의 사고 소식도 들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다고 했다. 많이 다친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하루를 맞는 일도 감사하고 매년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모두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고 축복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냈으면 한다. 건강한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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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2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추운가요?
저는 춥기도 하건와 이틀 연속으로 교회를 갈수있을까 싶어
오늘은 인터넷으로 드리고 내일은 교회를 나서 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어이쿠 하셨다니 내일도 인터넷으로 드려야하나 고민되네요.ㅋ
중국 어디는 영하 48도라는군요. ㅠ

자목련 2021-12-27 10:45   좋아요 1 | URL
어제, 주일은 성탄절보다는 덜 추웠어요.
말씀처럼 이틀 연속으로 예배를 드리니 주일인데 주일 같지 않았다고 할까요. ㅎ
오후부터는 날이 풀린다고 하니 다행인가 싶어요.
스텔라 님, 건강한 한 주 시작하세요^^

프레이야 2021-12-25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하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자목련 2021-12-27 10:45   좋아요 2 | URL
겨울은 추워야하는데, 올해는 유독 추위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프레이야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2021-12-26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가 지고 눈이 날릴 때 밖에 나갔다 오다가 길고양이 만났어요 길고양이가 따듯한 곳을 찾아갔기를 바랐습니다 여전히 추운 날이네요 자목련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자목련 2021-12-27 10:46   좋아요 2 | URL
희선 님도 길냥이를 만나셨군요. 저 고양이는 아파트에 어딘가에 집이 있는 듯해요.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항상 받기만하네요.
따뜻한 월요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2-27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이 케잌 좋아하는데...^^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복된 새해 맞이하세요~

자목련 2021-12-28 08:59   좋아요 1 | URL
심하게 달지 않고 맛난 케익지요.
그레이스 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소설의 세계는 방대하다. 나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 소설 읽기는 그 세계로의 초대에 응하고 발을 내미는 일이다. 한국소설과 마찬가지로 몇 권의 소설을 꼽는다. 올해에 출판된 책 가운데 좋았던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잘 모르는 작가, 제목만 익숙했던 작가, 처음 만났지만 반해버린 작가. 먼저 고전이다. 읽었지만 다시 읽으니 새로운 단편, 아니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할까.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집 『가든 파티』,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 『자고 싶다』, 넬라 라슨의 『패싱』이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하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여성의 삶, 차별과 혐오, 인간 존엄성, 마음에 대하여.













그런가 하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들, 그러니까 사랑을 말하는 소설들. 단순하게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인간 전체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은 인간과 로봇의 우정을 그렸지만 그 안에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있다. 먼 미래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윌리엄 트레버의 『펠리시아의 여정』은 추리와 스릴러를 겸비한 소설이다. 소설 속 펠리시아는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다. 가장 기본적인 사랑, 배려, 존중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프랑수와즈 사강의 『마음의 심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이미지, 인간의 욕구,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미완이라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려보는 즐거움이 있다. 세 편의 장편소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문장, 섬세한 묘사도 탁월하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클라라와 태양』 중에서)












공교롭게도 나머지 소설들은 모두 한 출판사의 책이다. 세 권의 공통점은 성장소설이라는 점도 있다. 이 출판사를 내가 좋아하는 걸까. 단정 짓기는 어렵다. 아무튼 세 권의 소설이 모두 좋았다. 핍 윌리엄스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단어를 수집에 사전을 만드는 이야기다. 단어, 내가 사용하는 말들의 역사라고 할까. 그 안에서 두 여성의 우정과 사랑이 아름답다. 테디 웨인의 『아파트먼트』는 반대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기에 충분한, 한 시절을 통과하는 수많은 질문과 추억. 가장 최근에 읽은 시그리드 누네즈의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이 단어들 말이에요.” 트렁크 속으로 손을 뻗어 쪽지를 한 움큼 꺼내며 내가 말했다. “이것들은 숨어들려고 나한테 온 게 아니었어요. 이 단어들은 바람을 쐬어야 돼요. 읽히고, 공유되고, 이해되어야 해요. 어쩌면 거부당할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요. 스크립토리엄에 있는 다른 단어들처럼요.” (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중에서)


‘사랑’만큼 이형異形이 많은 단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그 단어가 가슴속 깊이 울리는 걸 느꼈고, 그것이 내가 지금껏 듣거나 말해본 그 말의 어떤 이형과도 다른 무언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중에서)











소설을 읽는 일은 다른 삶을 경험하고 내면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단순한 재미와 감동을 넘어 그 이상의 사유를 안겨준다. 인간의 심연에 닿을 수 없기에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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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1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말에는 참 이런 페이퍼 읽는 재미가 커요. 그쵸? ㅎㅎ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보관함에 담아두기만 했는데, 내년에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자목련 2021-12-22 10:1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좋은 책들이 너무 많구나 싶어요.
잠자냥 님의 페이퍼 보면 더욱 그렇고요. <평범한 인생>도 리스트에 담겼어요. ㅎ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잠자냥 님도 좋아할 것 같은데, 그랬으면 좋겠어요^^

scott 2021-12-21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말씀처럼 소설 속 타인의 삶을 통해 내면을 성장 시켜나가고 살아 보지 못한 삶을 공감해 나가는 재미와 감동을!!
올려주신 페이퍼 속 소설
저도 🖐전부 다 읽었요 ! 뿌듯 ^^

자목련 2021-12-22 10:14   좋아요 1 | URL
스콧 님과 함께 읽은 시간이네요. 어쩜 같은 시간 같은 책을 펼쳤을지도 몰라요. ㅎ

새파랑 2021-12-21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그래도 자목련님이 선정한 아홉권 중 네권(가든파티, 클라라, 펠리시아, 사강)이나 읽었네요 ㅋ 완전 뿌듯함~!! 다 제가 좋게 읽은 작품이었어요 ^^
다른 작품도 좋다고 하시니 찾아봐야겠군요~!!

자목련 2021-12-22 10:15   좋아요 1 | URL
즐겁게 신나게 책을 읽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다른 책들도 새파랑 님께 좋은 책이길 바라요^^

mini74 2021-12-21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세 권 ~ 자목련님과 세 권의 교집합이 있다니 넘 좋아요 *^^*

자목련 2021-12-22 10:17   좋아요 1 | URL
교집합에 속하는 책들이 있어 반갑고 좋습니다.
내년에도 겹치는 책이 있다면 더욱 좋겠어요. 즐거운 책읽기 이어가요, 우리!

책읽는나무 2021-12-21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저는 한 권도 읽질 못했습니다ㅜㅜ
편독이 심하다는 걸 또 깊이 깨닫는 시간입니다^^
눈에 익은 제목들도 보이고, 처음 보는 제목들도 보이네요. 자목련님은 한국소설 매니아라고 여겼는데 꾸준히 외국소설도 많이 읽으셨군요?^^ 역시 소설에 대한 공평한 사랑꾼이셔요ㅋㅋ
내년에도 더 좋은 소설들 많이 듣고,읽고 싶네요^^

자목련 2021-12-22 10:18   좋아요 1 | URL
에구, 부끄러운 일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모르는 책들을 많이 읽으셨겠지 싶어요.
세상에 책은 많고 책을 선택하는 마음도 다르고 호불호도 다르니까요.
동지,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coolcat329 2021-12-2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쩜 단 한 권도 읽은게 없어요.ㅠㅠ

자목련 2021-12-22 10:20   좋아요 0 | URL
없을 수도 있지요. ㅎ
다양한 책들과 만나는 기쁨이 이 즈음 페이퍼의 즐거움 아닐까요?

희선 2021-12-22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권밖에 못 봤네요 소설을 좋아하는데 서양이랄까 영미 소설은 잘 안 보는군요 어쩌다 한번 보는 듯합니다 어디에 살든 사람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자목련 2021-12-22 10:2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시대가 다르고 공간이 달라도 사람 사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따뜻한 하루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