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팩션 류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역사'시장'이 주춤한 것도 벌써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담당 MD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안타까운 마음에 인공호흡을 하고 손발을 주물러도 보았지만 이미 그런 시도도 접어가는 시기가 왔다는 이야기다. 그게 '시장'의 법칙 아닌가? 그 외에도 건사할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가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역사시장의 팽창과 수축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분석이 있어왔고, 그 대부분은 "'흥미위주'의 몸집 불리기가 시장을 망쳤다"라는 문장으로 압축 되겠지만 그것 이상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역사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 아무도 그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 때 역사는 '흥미거리'의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흥미는 질리게 마련이고 이 글은 일반론이다.

그치만 시간은 흐르고, 흐름과 유행은 돌고 또 돌아 우리 앞에는 또 다시 묵직한 역사책이 놓이게 되었다. 이른바, 역사서의 부활? 사실 내가 이 책들에 대해 해야 할 말은 "반갑다" 한 마디면 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반갑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므로, MD의 본분을 다해 소개해보자면-  

<콜디스트 윈터>는 '뉴저널리즘'의 창시자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마지막 유작으로(핼버스탬은 <콜디스트 윈터>의 원고 탈고 후 닷새 만에 다른 취재를 위해 이동하다가 자동차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전쟁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10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실제 참전했던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든 책은 마치 소설처럼 흥미롭다. ('한국전쟁'을 다룬 책을 단지 '흥미롭다'고 말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는 일일까?)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원제 : Stalingrad)>의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 역시 830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한다.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이라는 부제에서도 느껴지듯 수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참전을 이끌었던 '가장 열정적으로 수행된 이념 전쟁'을 명쾌하고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해서는 저명한 영국의 사학자이자 비버의 스승인 존 키건의 한 마디면 충분할 듯하다. "스페인 내전에 관해 더 덧붙일 것이 없는 책"!

<암흑의 대륙>은 아직 우리에겐 낯선 마크 마조워의 저작으로 20세기 유럽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유럽 현대사에 대한 매우 독창적인 주장을 담은 연구를 통해 해외에서는 에릭 홉스봄(!), 닐 퍼거슨(영국을 다룬 <제국>이 번역되어 있다)과 함께 현대 유럽사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20세기 유럽의 역사가 민주주의, 진보, 자유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기존의 견해와 달리 그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폭력과 증오, 잔혹함을 주목하며 새롭게 역사를 해석한다.  

<정조어찰첩>은 참 뜻깊은 책으로, 위에 나열된 4권의 책 중에서 유일하게 알라딘 '웰컴 페이지'에 프로모션 된 책이기도 하다. 내용은 이렇다. 2009년 2월, 정조의 비밀편지 297통이 새롭게 발견된다. 여기서 핵심은 '비밀'에 있는데, 그 모든 편지는 다름아닌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였던 것. 심환지가 누구던가? 노론의 거목으로 정조와 정치적 적대 관계에 있었다고 평가되는 인물이 아니던가?  따라서 이 편지들은 기존의 역사해석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씀.    

물론 연구자 아닌 '일반독자'인 우리들은 "그래서 뭐?"라고 되물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 책을 먼저 접한 일반독자의 대표로서 말씀드리자면, 이 편지들은 재미있다. 많은 비밀 얘기가 그러하듯. 꾸밈 없는 정조의 소탈한 문체와, 가감 없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심환지의 부인과 조카의 건강을 묻고, 속상한 일들을 털어 놓으며 소소한 국정을 챙기는 임금의 모습은, 고금을 막론하고, 노소를 불구하고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간밤에 잘 지냈는가? 나는 밤에 더워서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하였다. 새벽이 되자마자 빗질하고 세수한 뒤 지금까지 수응하고 있으니 얼마나 피곤한지 알 것이다. 껄껄 웃을 일이다.  

여기 적어놓은 사람들은 이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다시 살펴보고 적어 보낸다. 경의 생각이라고 하면서 이조 판서와 상의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것은 지극히 공정한 마음으로 하는 일이니, 코가 붙은 곳이야 내가 어찌 알겠는가? 껄껄. 이만 줄이다.  

- 정사넌1797 7월 8일 저녁에 받은 편지 중에서 (* 심환지가 받은 날을 이른다)

 

 

 

 

 

 

 
조금 '무게'는 덜하지만 여전히 주목할 만한 역사책들도 함께 소개하자면-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는 <십자군 이야기>의 김태권 씨의 새 책이다. 단독 작업으로는 참으로 오랜만. 제목 그대로 르네상스 미술사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라는 이력답게) 재구성하고 있다. (참고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어린왕자'라는 컨셉의 책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교양만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사실 해당 분야의 기반이 전무한 상황이라 절로 응원하게 된다. 힘내세요!  

<황제의 무덤을 훔치다>는 얼마 전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 당시 '여고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책이라고 한다. 30대의 남성들을 독자로 예상했던 출판사에서는 깜짝 놀라셨다고. 아마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마치 소설을 연상케 하는 표지 때문이 아닐까. 제목 그대로 황제의 무덤을 파헤치던 '간 큰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은, 전설의 고향을 보듯 흥미진진하니 일찍 찾아온 더위에 지치신 분들이 읽기에 안성맞춤.  

케네디와 닉슨의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은 제목부터 <라이벌의 역사>다. 세계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라이벌 23쌍을 들어 그들의 관계, 대결의 초점, 과점, 결과, 승자와 패자, 그들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분석이라고 하니 좀 딱딱하게 들리지만 '라이벌의 대결'이란 언제나 흥미진진한 주제가 아니던가? 트루먼 vs 맥아더, 장개석 vs 모택동, 스탈린 vs 트로츠키, 나폴레옹 vs 웰링턴, 엘리자베스 1세 vs 여왕 메리 등 흥미로운 라이벌들의 이야기가 가득.   

마지막으로 소개할 역사 신간은 바로 <조선왕조실록>. 한 권으로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 쉬운 일은 물론 아니지만, 역사에 약하다면 이 책으로 역사에 흥미를 붙여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제목의 많은 책들이 있지만, 가장 최근의 책 답게 연산군을 비롯한 인물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특징.   

 

 

나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개論'을 길게 풀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개 같은 인간들의 연대기, 犬人주의의 역사 같은 것… 고작 그런 것을 소망으로 품고 있다.

언젠가 이야기했지만 한국에서 '개' 같은 인물형을 말할 때 가장 으뜸은 김훈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논하는 '개'의 정의는 이렇다. 언젠가 썼던 페이퍼를 빌자면 "과거의 신화 속에 존재했던 영웅들, '맹수' 같은 인간들이 멸종된 자본주의 사회에는 대신 '개 같은' 인간들이 존재한다. '개'는 살아가나 화해할 수 없기에 불행하고 그것을 결코 잊지 않지만 또한 끈질기게 살아간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김훈을 '개'로 지목했고, 나름의 '개'론을 펴왔지만 정작 이 책은 나의 고유한 '개'론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 같아 부러 피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결국 이 책을 폈고, 한숨에 읽었으며, 책을 덮고 이렇게 묻고 싶어졌다.  

"이 책은 자서전입니까?"

나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 자꾸만 입술을 달싹거리지만 그에게 물을 수 없음을 알고, 설령 그에게 대답을 듣는다 해도 그것이 나의 대답이 아님을 이미 알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살아보려 노력한다. 어린 개는 이렇게 자란다.  

* 고맙습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이번 주도 기어이 만선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쟈는 하나의 경이다" - 천정환 교수
로쟈의 인문학 서재
이현우 지음 / 산책자 


로쟈라는 텍스트

"온다 리쿠는 한 명입니까?"  

얼마 전에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 온다 리쿠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던 질문이란다. 슬며시 미소짓게 되는 농담. 대답은 물론 "하하하, 그렇습니다"였다지만 그 질문이 나온 배경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게 정말 한 작가가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의 양인가? 라는 경탄. 우린 이미 '듀나'와 그/그녀(들)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로쟈'는 한 명입니까? 아마도 대답은 '그렇다'가 될 것이고,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바로 그 증거다. '로쟈와의 만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발문에서 천정환 교수는 "외양으로 드러난 것에 의하면 그는 진중하고 말수 적은 일종의 '아저씨'"라고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웅숭깊은 눈매를 가진 일종의 미남자"라는 부언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책날개에는 '미남자'의 사진 대신 일러스트를 사용함으로써 다소간의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천 교수의 발문은 "그는 하나의 경이驚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그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으리라고 쉬이 상상하기 힘든 무궁무진한 앎에 대한 경탄이다. 그의 서재를 보고 있자면 온갖 텍스트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연상이 될 정도다. 하지만 물론, 그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공들여 직조한 서재를 통해 우리가 도착하게 되는 곳은 조금은 낯선 세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텍스트와, '듣도 보도 못한' 텍스트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텍스트가 종횡으로 연결된 세계다. 문학, 철학, 사회과학,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온갖 '앎'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다.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가 된다. 보르헤스의 정원을 닮은 그런 텍스트가.

어찌보면 그는 능숙하지만 장난끼 많은 배관공을 닮았다. 어떤 지식이나 사상의 흐름을 훑어 가는데 막막함을 느낄 때 그의 서재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과 '접촉'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물론 즐거운 일이다. (점점 늘어나는 보관함의 책들을 보면,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페이퍼에서 책으로...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그래, 알라딘에 있는 그의 서재가 그런 데라는 건 알겠는데… 그럼 책은?  

솔직히 그의 '서재'가 책으로 엮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조금 놀랐다. '무한히 확장하는 도서관'을 닮은 '공간'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 걱정. 하지만 앞에 놓인 <로쟈의 인문학 서재>은 그런 걱정들을 날려 버린다. 적절한 표지에 꽤나 공들인 편집, 적당한 볼륨감을 가진 새로운 '집'에 그의 글은 너무나도 쏙 어울리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긴 시간을 도둑처럼 그의 서재를 훔쳐 봤던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여전히 기묘한 경험이긴 하지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문학 노트, 예술 리뷰, 철학 페이퍼, 지젝 읽기, 번역 비평의 다섯 꼭지에 담긴 글들은 서재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대부분 익숙한 글들일 것이다. 김훈의 문체…? 아. 텍스트의 즐거움? 지젝? 김기덕? 아, 그래… 뭐 이런 식으로. (물론 모두 새로 손을 보았고, 서재에 없는 글도 있다)  

하지만 직접 책장을 넘기며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컴퓨터 화면 위로 마우스를 스크롤하며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다. 나처럼 그의 서재를 즐겨 찾았던 당신이라면, 그리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이해할 테지. 잡힐 듯 잡히지 않던 화면 위의 글들이 한 손에 꼭 들어오는 기분이란! ('복습효과'도 있다…) 

여기 실린 글들이 '로쟈의 저공비행'의 고갱이는 아니다.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글, 너무 말랑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글'이 수록기준이라고. 그렇다면 삼겹살 정도에 비유하면 어떨까? 하여 아직 로쟈를 모르는 당신이라도, 인문학이 낯선 당신이라도 걱정할 것 없다. 자고로 삼겹살이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위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한 권의 책으로 묶인 로쟈의 글에는 '따듯함'이 있다. 그것은 때론 무의미하고 구질구질한 일상에 대한 긍정이다. "매일 변기에 물을 갖다 부으면서, 세상을 밥 먹듯이 구원하면서, 읽고 쓰고 떠들면서, 속쓰림을 참아가면서, 사랑하면서 실연하면서, 가끔은 못살겠다고 도망치면서, 저항하면서 이를 갈면서, 이빨을 갈면서, 즐겁게 아주 즐겁게" 살아가리라는 다짐 같은 것. (생각해보면, 그런 다짐 없이 어찌 그런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대중지성이 어떻니, 국내학문풍토가 어떻니 할 처지는 전혀 아니므로 다만 이렇게 말해야겠다. 좋은 책을 팔게 해줘서 고맙다고. 사실 알라딘의 블로거이고, 알라딘의 MD라는, 별것 아닌 인연일지 모르지만. 결국 세상 자체가 보르헤스의 정원이나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 책 어디에도 '알라딘'이란 말이 없어서 별 하나 빼요. (아, 별 다는 게 아니었지…)
   

 책속에서

젊은 날, "나이가 좀 어리기 때문에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늙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집어 넣어준 돌자갈 같은 관념들을 바닷물 속에 비스듬히 쏟아버린 후로는 늘 멍청해서 거리를 걸어 다닌다"(이제하)는 문구를 모토처럼 되뇌고 다녔다. 그때 나는 30세 이후의 삶이란 왠지 부도덕하다고 여겼고(이반 카라마조프도 그런 생각을 한다), 따라서 30세 이후의 '여생'에 딱히 무얼 해보리란 계획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한때 나는 다만 멍청했던 것이고, 아무런 믿는 구석이 없다는 것이 은근한 자랑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 40쪽

 

구입하기

이 책을 함께 추천합니다
책읽기의 괴로움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텍스트의 즐거움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동문선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닉네임을뭐라하지 2009-05-2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애정이 담뿍 담긴 글이네요. 잘 봤스빈다~ ㅎ

활자유랑자 2009-05-22 13:06   좋아요 0 | URL
훔쳐보다 정들었다.. 이런 걸까요? ㅎㅎ

로쟈 2009-05-2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덕분에 즐찾이 여섯 명 늘었습니다!). 저도 읽고 싶어지는데요.^^; '알라딘'은 '로쟈의 독서문답'에 나옵니다.^^

활자유랑자 2009-05-22 13:13   좋아요 0 | URL
'늘 멍청해서 거리를 쏘다니고 있다' 보니 그걸 미처 못봤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루체오페르 2009-05-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D님 재밌네요.ㅎㅎ
저도 팬이 될듯 합니다.^^

활자유랑자 2009-05-22 13:14   좋아요 0 | URL
혹시 로쟈 님 서재에 늘어난 즐찾 여섯 분 중에 1人 이신가요? :)

gkfk333 2009-07-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글을 읽으면서 자꾸 속도감이 붙어요ㅎ
그런데 쉽게 읽히지는 않는 단어들을 구사하신달까ㅋㅋ
아무래도 제 어휘력이 딸리는 거겠죠?^^
암튼 이것저것 보면서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지네요^^
종종 들를께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활자유랑자 2009-07-20 13:1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무덥고 습한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
 

강상중 교수, 라는 말에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이런 것들이었다.

1.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인물
2. 일본에선 100만 작가로, 아줌마 팬이 많은 미중년
3. 번역된 <고민하는 힘>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 

하지만 사실 이 정도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편이라고 해야겠다. 요즘같은 세상에 타인의 삶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다른 서점의 담당MD들 역시 이보다 더 알지는 못한다는 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 하지만 강상중 교수를 인터뷰 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치 동태탕에 들어가는 '고니'처럼. 그게 '오릿과의 물새'인지 동태의 '뇌'인지 '내장'인지 알지 못해도 먹고 사는 데 하등 지장 없지만, 동태탕 집을 차리려면 문제가 되고야 마는 것이다.  

5월 5일 11시 40분 입국, 5월 6일 17시 출국이라는 '도깨비 여행' 같은 일정. 다른 인터넷 서점들은 물론, 여러 유력 매체들을 제치고 잡아낸 단독 인터뷰는 강상중 교수의 금쪽 같은 시간을 베어내는 일임에 분명했다. 나는 준비를 해야했다. 그런데 무엇을? 고민은 그렇게 시작된다. 물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왜 고민할 시간은 항상 이렇게 부족한 거냐'라는 존재론적인 고민까지 하기엔 벅찼다. (실은 그게 정말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들었다)  

인터뷰 당일 강상중 교수의 일정은 이랬다.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기자 간담회, 12시 30분까지 점심식사, 2시까지 고려대 강연회장으로 이동. 내 일정은 이랬다. 11시 30분에 기자 간담회 장에 잠입, 12시 30분까지 섞여 점식식사를 하고, 고려대 강연회장에 가기 전까지 인터뷰를 해낸다. 그렇지. 이건 거의 '해낸다'의 수준이었던 것.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잘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11시 25분에 프레스센터에 도착할 때 까지는.  



이런 식이었다.  

내가 자리에 앉는 순간 강상중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아소 일본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나는 큭, 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과연 기자의 세계란… 분명 저 말은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위트있는 멘트였으나, 쉽게 끝나진 않았다. 그러니까 "거 대답을 굉장히 길게 하시는데, 그러지 말고 좀 짧게 답변해주세요. 도대체 대안이 뭡니까?"라는, 절대 쉽게 끝날 수 없는 질문이 날아왔던 것. 아마 그 신문사에서는 기자를 뽑는데 '단답형'으로만 뽑는 모양이었다.    

그 대안은 이랬다.  

"발전주의적인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 연매출이 30~40%가 축소되었습니다. GDP도 연간 -5%에서 -6%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 이상의 타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은 미국의 해지펀드를 통해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제도 역시 그런 식의 인력공급을 위한 제도가 되어갔지요.  

박정희 정권의 모습은 일본 고도 성장기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70년대 이후 지속된 달러의존경제는 IT화가 뒷밤침하게 되었지요. 이제 노동력을 세계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회피하게 되었지요.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스템의 파괴로 이어졌습니다. 자본 - 개인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모든 부가 일부에 집중 되었고 빈곤층이 확산 되었습니다.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기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분명 주주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바마가 이야기하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기업의 국유화를 불과 몇 년 전에 누가 상상했을까요? 세금을 투자하지 않으면 살릴 수 없다는 현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상중 교수는 짧게 답변하지 않았고, 나는 팔이 아파 연필을 내려 놓아야 했다… (대안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짧게' 브리핑하자면 결국 '고복지고부담'의 유럽식 모델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고, 한국의 경우에는 독일의 경우를 참고해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자원과 한국의 자본 및 인재의 결합 + 내수시장의 확대) 

결국 몇 차례 더 이어진 질문 끝에 기자간담회는 예정을 20분 초과한 12시에 끝났고, 뒤에 있는 병풍을 걷어내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우오오… 물론 놀랄 만한 일이었으나(거의 국회의사당 뚜껑이 열리고 태권브이가 솟아오르듯) 사실 일전에 한겨레문학상 수상식 자리에서 한 번 겪은 일이기에 나는 의연하게 내 몫의 접시를 챙겨올 뿐이었다.  


(프레스센터 19층의 모습. 이른바 '간담뷔페복합체')   

음식은 훌륭했으나 넘어가질 않았다. 나는 아직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9년 전에 교양일어 시간에 D+을 맞고 재수강도 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물론 통역이 계셨으니, 이는 그냥 해본 고민에 불과하다) 한 접시를 겨우 비우고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보낸 점심 시간.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신 사계절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담소도 나누었는데, 그건 대개 이런 식이었다.  

사계절 : 강상중 교수님 모시고 오는데, 일본에서 관광오신 아줌마 팬들이 알아보시고 줄 서서 사인을 받으시더라고요! TV에도 많이 출연하시고 그래서 인기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깜짝 놀랐어요.  

알라딘 :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본의 윤무부 교수님 같은 셈이군요.  

사계절 : ......  

드디어 찾아온 인터뷰 시간!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장소를 옮기던 시각이 12시 45분. 본디 1시 30분까지 예정된 인터뷰였으나, 나는 이때 이미 더 짧아질 것만 같다는 예감에 사로잡혀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었던 것도 같다… 



 

 

 

 

 

 

 

 

 

인터뷰는 대략 이런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강상중 교수님, 통역을 맡아주신 BC에이전시의 이주희님 그리고 웃느라 목에 핏대가 서있는(;) 인문MD와 그에 가려있는 일본측 출판사 관계자 오치아이 씨.  

뚜렷한 고민의 결과를 낼 수는 없었지만, 일단 '고민하며 살아가는 20대의 젊은 독자'로서 질문하기로 마음 먹고, 그 다음 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준비한 몇 가지 되지 않는 질문도 채 소화를 못하고 끝내야 했다. 교수님, 답변이 너무 길어요… 아래는 짧은 인터뷰의 전문.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불안이 만연해 있다"


알라딘 : 일본에서 100만 독자가 읽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강상중 : 사실 100만 권이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현재 80만 권이 조금 넘게 팔렸는데 실제 ‘독자’로 따지면 100만 명이 되지 않을까 추산은 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꾸준히 팔리고 있는 중이니 아마 올해 안에 100만 권이 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렇게 많은 사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제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고민 끝에 답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불안이 만연해 있습니다. 고용 문제, 경제 불황, 가족 혹은 대인문제 같은… 이런 점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라딘 : 한국과 일본이 닮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고민하는 힘>의 경우 근대라는 하나의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러 역사적, 사회적인 특수성이 있지요. 전근대적인 문제와 근대의 문제, 탈근대의 문제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 책과 한국사회에는 어느 정도의 낙차가 있지 않을까요?

강상중 : 물론 그렇습니다. 문제점들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책에서 말하고 있는 문제들은 결국 젊은이들이 살아가며 느낄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은 식민지 문제, 남북문제, 독재문제, 압축근대의 문제, 세계화의 문제 등등 너무나 다양한 문제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젊은이들은 실업문제, 교육문제 등으로 고통 받으며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버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말한 고민은 개인적인 고민이 아닙니다. 사회와의 연결고리, 사회와 나의 관계를 묻는 고민입니다. 이를테면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같은 것들. 물론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같은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저는 요즘의 젊은이들이 그저 소비되는 ‘인스탄트 노동력’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니다. 그렇기에 젊은 친구들이 더욱더 답을 갈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줌마' 팬이 많다는 것은 편견"

알라딘 : 일본에서 특히 ‘아줌마’ 층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웃음) 하지만 오늘 대답은 줄곧 ‘젊은이’들을 향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 대상을 놓고 쓰셨나요?

강상중 :아줌마 팬들이 많다는 건 선입견입니다. (이때 동행했던 일본 측 기획편집자 오치아이씨가 “사실입니다. 실제로 인기가 많습니다”라고 말해 일동 웃음) 물론 많은 여성분들이 제 책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있지만, 실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양합니다. 고민은 남녀노소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알라딘 :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너무 에둘러간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본문 중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사용하고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의 논리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나요?


강상중 :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사실 자본주의의 실체를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모습이 자본주의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얼굴의 자본주의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70년대, 사회주의가 위기를 맞았을 때도 똑같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가능한가?”라는 고민이지요. 지금처럼 공적인 영역을 책임지지 않는 체제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현재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얘기일 겁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그런 자본주의를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가 아닐까요.

실업자를 줄이고 사회적 안전망을 넓힐 수 있는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기적인 자본주의가 아니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들의 모델을 고려할 수 있겠지요. 한 마디로 하자면 ‘고복지고부담’입니다.

케인즈의 경제학은 복지를 생각합니다. 그런 케인즈의 이론이 비판을 받으며 부상한 것이 지금의 자본주의에요. 이것을 수정, 보완한 자본주의 또한 나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격심한 시기입니다만, 자본주의 자체가 고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 그렇다면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해 밥벌이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강상중 :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선거에 참여하기. 두 번째는 친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경우에 따라, 데모에 참여해야합니다.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렇게 해나가다 보면, 꼬뮌과 같은 자발적 네트워크들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19세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영국과 프랑스에 다양한 꼬뮌들이 있었습니다. 엥겔스가 제시했던 유토피아의 모습에는 구체적인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지역화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지역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합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 농업지역에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며 사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할 시기입니다.

"소통 없이 자기만 생존하려 한다면 누구의 생존도 없다"

알라딘 : 소통이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지금의 20대들은 모두 10대에 IMF를 겪은 세대입니다. 선생님의 세대와 달리 양극화 사회 혹은 격차사회로 불리는 승자독식구도에서 학습한 세대이지요. 경쟁 그 자체를 내면화 한 청춘들에게 소통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가 되기 위한 경쟁에 내몰린 청춘 대부분은 무력감, 자괴감에 빠지고마는 건 아닐까요? 자본주의의 다른 모습을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느껴집니다.

강상중 : 일단 오바마 정권의 예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바마 정권에 대해서는 금융 자본의 음모니 해서 여러 설이 있지만, 분명 젊은이들의 힘이 있었다고 봅니다. 한국의 노사모와 상당히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미국의 소통문제도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의 1% 경쟁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특히 노사모와 촛불시위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촛불시위의 경우, 처음에는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하여 확산된 것이지요. 한국의 젊은이들은 고립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른들의 가치관이 얼마나 쓰러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지요. 소통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결국 경제파탄과 같은 결과만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소통 없이 자기만 생존하려 한다면 누구의 생존도 없습니다. 


마땅히 마무리 짓는 질문은 "한국의 '고민하는' 젊은이 들에게 한 말씀?"이 되어야겠지만, 2시에 강연회가 잡혀있는 고려대로 출발해야 한다는 출판사 분의 안타까운 재촉으로 이쯤에서 끝맺어야 했다. 사실은 지금 있는 저 질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미 시간 압박이 들어왔으나, 강상중 교수는 천천히, 신중하게 대답을 했고 마지막엔 나를 보고 웃으며 "괜찮습니까?"라고 묻기도.  

사실 난 괜찮지 않았다. 묻고 싶은 말이 아직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저 뱅뱅 돌고만 있던 고민들이 이제야 비로소 언어의 형태로 쏟아지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약속된 시간이 다 지났고, '알라딘'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강연회장으로 그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야 강연회장은 물론 일본에라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사무실로. 그곳에는 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있으니까. 기다리고 재촉하며 이만큼 쌓여 있었으니까. 뭐, 그런 것이었다.  



참고로 고려대 강연은 이런 식으로 진행 되었다…기 보단, 강교수님의 뒷태 감상.  

짧은 만남 끝에 내가 강상중 교수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처음에 열거했던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을 정도일까. 그것은 아마 이렇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4. 남자가 보기에도 멋있더라…  

하지만 '고민'에 대해서는, '고민' 그 자체에 대해서는 좀 더 할 말이 생겼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을테니 한 마디로 줄이자면 결국, 아무도 해결 해주지 않는다는 것. 내 스스로, 끝도 없이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지금도 고민 중이다. 정말이지, 고민 중이다.  


* 마지막 보너스 컷  

 

 

개인적으로는 표지가 이렇게 바뀐다면,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믿으세요! 책만 파는 실무 MD의 의견입니다!  

 

 

 

  

 

* 절찬 판매중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arla 2009-05-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자고로 옆모습이나 내려깐 시선이나 하여간 각도를 준 사진이 더 팔리는 것입니다.
헛소리 해서 죄송하고, 과연 멋지시네요.
내 고민은 내가... 그것 참 옳은 말이죠.

활자유랑자 2009-05-20 17:26   좋아요 0 | URL
'여대생들이 사랑하는'(출판관계자 분의 표현) 조국 교수의 책도 나왔는데요... 역시 잘생기고 봐야겠죠?
고민대행업체가 생긴다면 떼 돈을 벌겠어요.

소나기 2009-05-21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표지나 모양도 ...무슨무슨 스프..무슨무슨 방법...류와 같이 생겨서
주문하고 책을 받으니 잠시 곤혹스러웠다는....
읽고나서는 책이 주는 무게에 비해 디자인이 좀 가벼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가볍게 읽히는 것 같지만...울림은 무거운 것 같다는 갠적인 생각.

활자유랑자 2009-05-22 13:18   좋아요 0 | URL
요 근래 일본에서 '무슨무슨 력(力)' 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인기가 있었나봐요. 우리나라에도 몇 권이 번역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컨셉으로 대중친화적으로 다가가되 내용은 무게있는('울림'이 더 적당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기획이었나봐요. 저는 나쁘지 않은 기획인 것 같아요. ^^

슈가소울 2009-06-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 그래도 좋으셨겠어요. 강상중 교수님 장황어법도 들어보고 싶네요^^;

활자유랑자 2009-06-02 16:51   좋아요 0 | URL
정말 언제 한 번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

느린산책 2009-06-0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직접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글구 마지막 제안 재밌네요~ ㅋ

활자유랑자 2009-06-04 17:54   좋아요 0 | URL
한 번 읽어보세요. 쉽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 근데 정말 표지가 저렇게 바뀌는 게 더 낫겠죠? :)

juhin 2009-07-0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후후~ MD님 말씀에 100% 동감합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하는 것 '듣고' 구입한 책이라 사진에는 관심도 없었고 -> 책 구입 후 읽기 불편해 껍질을 버렸고 -> 오늘 다 읽은 후 삘 받아 인터뷰 후기까지 보게되었는데 -> 우와 날카롭게 생긴 미남이시군요.

활자유랑자 2009-07-10 00:18   좋아요 0 | URL
역시... 곱게 늙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신우선 2010-02-2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기..... 인터뷰잘읽었습니다 .. 앞으로 더좋은책쓰시기바랍니당 ㅋㅋㅋ
 

* 지난 4월 30일, 홍대에 위치한 꾸리에북스 출판사에서 진행된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인터뷰의 2부입니다.
* 아마미야 카린과 함께한 1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왼쪽부터 : 우석훈 교수, 다큐멘터리 감독 스치야 유카타, 아마미야 카린)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지나고 MBC 촬영을 위해 아마미야 카린 씨를 보내드려야 했지만 어쩐지 허전한 마음에 '한가한' 우석훈 씨를 붙잡았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밝히자면 실은 우석훈 선생님은 무척이나 바빴지만, 이 날만은 '상대적으로' 조금 시간이 남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날의 만남을 전해 들은 모 출판사 부장님께서는 "원고나 좀 빨리 주지"라고 말씀하시기도… 힘내세요!)  

원래 인터뷰를 진행하던 아래 사무실은 MBC에 양보하고 '프랑스 영화에 나오는 옥탑방' 같은 꾸리에북스 옥탑방에서, 한국 사회와 젊음과 빌어먹을 삶(이크!)과…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우석훈 선생님과 준비되지 않은 방담을 나누었습니다.


알라딘 : 아마미야 카린 씨가 일본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라는 표현을 <성난 서울>에 해주셨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롤 모델이 있을까요?  

우석훈 : 아마미야 카린은 작년 여름에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든 생각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거. 카린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그게 카린의 힘이에요. 복잡하지 않고, 독립적이죠. 하지만 한국은 복잡해요. 얽혀 있으니까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거에요. 여기 눈치도 봐야 하고, 저기 눈치도 봐야 하고… 만약 우리사회 20대 문화예술인들이 개인적인 이야기 외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한국에서도 나오겠죠.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는 말이 있잖아요(웃음). 일본의 경제위기가 만든 영웅이 아마미야 카린이죠. 운동하는 사람들도 아이콘이 필요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제가 다양한 일본 매체들하고 인터뷰를 하는데 그쪽 사람들이 하나 같이 아마미야 카린을 거물로 대우하는 거였어요. NHK나 아사히 같은 데서! 아마미야 카린은 우파들도 인정해요. 일종의 '키 퍼슨key person'인 거죠. 그런 힘은 사회적 발언의 영향력에서 나오는 거죠. 한국에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애기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비정규직 운동은 아직 크지 않았어요. 더 커지면 누군가 마이크를 들고 나서겠죠. 제가 주목하는 것은 아마미야 카린이 인디밴드 출신이라는 거에요. 문화 분야에서 그런 인물이 나왔다는 게 중요한 거죠. 80년대와 지금이 다른 점이, 학술은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한국에서도 예술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죠.  

알라딘 : 그렇지만 <88만원 세대>는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어느덧 출간 2년이 되어 가는데요,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자기평가를 한다면?   

우석훈 :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 운동이 당사자만으로는 안 되는 거거든요. 지지하는 그룹이 분명히 필요하고, 저는 그런 역할을 했던 거죠. 벌써 2년이 흘렀지만, 사실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사자 운동이란 말이 더이상 어색하지 않지요. 일본의 당사자 운동은 지금 '양산박'(* <수호지> 108 두령들의 본거지)이랑 비슷해요. 소개되지 않은 이들이 무척이나 많아요. 영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한 거죠.   

알라딘 : 한국에서 살아가는 젊은이의 하나로서, 계속해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현실이 있고, 당위가 있습니다. 현실은 싫지만 그렇지만 그 당위가, 이상이… 가능할까? 가능할까? 그런 생각. 모두들 불안하고, 일단 저부터도 불안해 죽겠으니까요.  

우석훈 :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불안을 먹고 살아요. 결국엔 다 불행해지는 시스템이죠. 그러니까 그걸 깨고 나가는 게 중요해요.

알라딘 :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5대 0. 왠지 익숙한 스코어인데요. (웃음)  

우석훈 : 흐름이 바뀌는 징후라고 봐야겠지요. 밀물과 썰물이 바뀔까 말까 하는 그런 미묘한 순간. 그때는 순간적으로 물의 흐름이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잖아요. 지금 반MB 정서가 만연해 있어요. 하지만 그런 정서가 어디로 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죠. 이명박도 민주당도 싫은데, 투표율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알라딘 : 어느덧 촛불 1주년이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우석훈 : 지금은 비록 잠잠해 보이지만, 실은 심화되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그때 거리로 나섰던 사람들이 어디 가거나, 이민 가고 이런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이 아직 다 여기 있습니다. 여전히 분노하고. 그래서 에너지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봐요. 문제는 어떻게 더 세게 막는 힘을 뚫고 나갈 것이냐겠죠. 그 에너지들을 모으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알라딘 : '우파'는 물론 일부 '좌파' 진영에서 내리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 한마디 하신다면?  

우석훈 : 그건 결국 자기 말 안들으니까 그런 거죠. (웃음) 촛불 들고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이라도 '무슨무슨당'에 가입해라, '무슨무슨단체'에 가입해라 한다고 가입하진 않거든요. 왜냐하면 생각이 다른데. 이 부분은 공유해도, 이 부분은 공유할 수 없을 수도 있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지로 프레카리아트 운동 하는 사람들과 기존 좌파 간에 갈등이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변환이 있을 거에요. '이즘ism' 체인지라고 표현할 만한. 정치가 아니라, 사회의 흐름 자체가 바뀌는 거죠. 이념으로 공고히 무장된 단체가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임시거점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알라딘 : 얼마 전 "사회과학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고 단언하셨던 기사를 봤습니다. (웃음) 사회과학 분야 담당자로서 묻겠습니다. 옵니까? 오나요?  

우석훈 : 네, 제 생각엔 그래요. 분명히 옵니다. 작년에는 장하준 교수와 폴 크루그먼의 책들이 널리 읽혔는데… 그렇게 시작되는 거죠. 실제로 외국은 사회과학 분야의 담론들이 굉장히 활발해요. 책도 많이 나오고, 또 많이 읽히고. 과거 70년대 등을 보아도 그렇죠. 문제는 중간중간 우리 이야기가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저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르네상스는 원래 많은 창조성, 수많은 담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를 가리키는 거잖아요. 저마다의 목소리가, 저마다의 담론이 필요하고, 그걸 하나로 모을 이유는 굳이 없다고 봐요. 역사적으로 공황 땐 그런 게 있죠. 활발한 담론들. 그런 게 없으면 정말 망하는 거니까. (웃음)  

금융위기는 길게 봐야 5년에서 10년, 그 사이에요. 그걸 좀 더 줄이고, 늘이는 것은 물론 그 후에 전환 될 사회에 대해서 '분석서'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번 전환에서도 과거처럼 외서, 외국의 이론들을 통해서 한국을 디자인 할 거냐는 거죠. 그건 말도 안되는 거에요.  

알라딘 :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저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 혹은 '20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우석훈 : 글쎄요. 직장인이라면, 서로 생각들을 비교적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동료들끼리 정치적 논의 그룹을 만들 수도 있겠죠. 금융위기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얘기하고, 토론하고, 공유하고… 비록 작은 행동이지만, 그런 것들이 결국 균일화된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 같아요.  

20대에 대해 얘기하자면… 제가 볼 때 20대의 문제는 기획력이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 이런 것에 대한 감각. 결국엔 경험이 없다는 거죠. 한 번도 일탈 행위를 해본 적도 없고, 그냥 순응하며 시스템에 맞춰 자라왔으니까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선 아마추어 정신도 사라졌어요. 돈은 안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서툴러도 내가 즐거운 일을 한다… 이런 것들이. 진짜로 사랑하는 무언가를 빼앗겼다고 해야할까요? 대신 남은 건 연애인데… 연애도 결국 일종의 계약관계잖아요?  

문학이나 음악 같은, 진짜 사랑해야 할 대상을 잃어버리고 그 자리를 돈으로 채운 게 지금의 한국사회에요. 돈은 영혼을 빨아 들이죠. 한국은 굉장한 상징사회에요. 돈이라는 심벌을 통해서만 상상할 수 있으니까. "1억이 생긴다면?"이란 질문에는 수많은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정작 악기를 앞에 두고 상상해 보라면, 무얼 할 수 있겠어요.  

60년대 사람들은 나뭇잎을 놓고 상상했죠. 생각해보세요. 그때 그 어려웠던 시절에, 문학소녀들이 나뭇잎을 보고, 새를 보고, 구름을 보고 상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대작가가 탄생하고 어떻게 지금의 문화가 가능했겠어요? 그때 이미 돈으로만 상상했다면, 지금 한국에 '문화'란 없겠지요. 상상력을 회복해야해요.  

알라딘 : 상상력 회복… 좋은 말씀입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책 추천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임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우석훈 : 일단, 영화.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 쉽잖아요.  

알라딘 : 영화요? 하지만 점점 더 헐리우드 영화 외에는 볼 기회가 차단되는 현실인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책 추천을…)

우석훈 : 헐리우드 영화라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그 물량에 빠져서 열심히 보다가, 또 많이 보고 나면 다른 영화를 찾아 보고, 그렇게 되잖아요. 사실 요즘엔 예전처럼 친구들끼리 모여서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이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지요. 굳이 날 잡아서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러가진 않잖아요? 요즘엔 DVD도 있고, 컴퓨터도 있으니… 그래도 친구들이랑 가끔 집에라도 모여서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아무래도 인터넷의 발달이 영향이 있겠죠?  

우석훈 : 네, 뭐, 영향이 있죠. 온라인에서 아무리 많은 블로그 이웃들이 있고 해도… 사실 우리한테 절실하게 필요한 건 '접속'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이에요. 얼마나 외로우면 자살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고 그러겠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고 위로할 수 있는 공동체가 절실하다고 느껴요.  

알라딘 : 공동체가 중요하다… 생태경제학 4부작을 계획 중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곳에서 공동체의 문제가 비중있게 다루어지겠네요?  

우석훈 : 네, 결국 생태 논의와 공동체는 뗄 수 없는 문제니까요. 지금처럼 고립된 개인은 소비 말고는 갈 데가 없어요. 마음을 줄 곳도 없고. 그러니까 자꾸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데… 자신의 존재를 소비로 찾으려 한다면, 결코 답이 있을 수 없겠죠.  

알라딘 : 드디어 MD 다운 질문을 하게 되었네요! 생태경제학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우석훈 : 제가 지금 마무리 중이니 곧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한 두 달 정도?  

알라딘 :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다시, 비슷한 논의에서 먹거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데, 요즘 '돼지독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석훈 : 사실 몇 해 전부터 역병이 돌거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지금 같은 대량사육체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질병들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국가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문젠데… 사실 현재 MB정부는 보건맹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건에 대한 개념이… 그래서 또 한 번 정치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이건 뭐, 몇 명쯤 죽어도 상관 없지 않냐는 식이라… (웃음) 보건·생태 감수성이 지독할 정도로 없는 거죠.  

보건·생태감수성이 가장 높은 건 30, 40대 여성 그리고 10대에요. 그런데 50대 60대 할아버지들이 통치하다보니(웃음), 감수성이 다른 거죠. 소통이 안되는 거예요. 이건 기존에 있었던 좌와 우, 성장과 분배 같은 대립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대립이죠. 꼭 돼지독감이 아니라도,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거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그럴 때 초기 조치가 중요해요. 시스템적으로.  

(이때, MBC 측에서 우석훈 선생을 찾았다. 쳇, 공중파면 다냐!) 

알라딘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방황하는 20대 청년들에게 한마디!  

우석훈 : 한 두 번 실패해도 안 죽어요. 사회를 끌고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상,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상, 부모님들이 말해주는 상과 실제 한국의 상은 다르죠. 일본은 굉장히 촘촘한 사회에요. 하지만 한국은 아직 얼기설기, 약간 엉성한 사회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그만큼 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고,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틈이 있어요.  

하다가 실패해도 안죽습니다. 진짜 굶어죽는 일은, 한 100번쯤 실패하면 일어날까? 쫄지 말고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알라딘 : 뜨끔!! 


그리고 길을 나선 4월 30일의 오후. 햇살이 쏟아지던 홍대 앞은 참 눈이 부셨고 난 그늘 속을 걸어 회사로 돌아왔다.

 

 책소개 :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과 일본 ‘프레카리아트 운동의 잔다르크’ 아마미야 카린이 분노한 서울의 한복판에서 만났다. 이들은 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 단연 1위, 20대의 절반이 무직인 한국의 20대에게 미래는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희망과 연대의 사회학을 모색한다.

시급 3천원으로는 살 수 없다! 초콜릿으로 사고파는 연애 자본주의 타도하자! 절박한 삶의 구호를 외치는 독특한 여성이 일본에 나타났다. 그녀의 이름은 아마미야 카린. 어렸을 때부터 왕따와 자살미수를 경험하고, 우파에서 좌파로 전향한 아마미야 카린은 자신의 고단한 삶의 뒤에는 사회의 병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아마미야 카린의 목표는 “위협받지 않고 일하며 살 수 있는 사회”이다. 무직과 가난은 ‘자기 책임’이며 정신과 도덕,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정신적 우익들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다닌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애국’은 없다. 조국을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더욱 전가시키는 국가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국가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고, 귀 기울이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찾아간다. 그녀의 주특기는 사운드데모이고 노이즈액션이다. 카린의 복장이 요란하고 그녀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것은, 가난한 사람들은 비가시적인 존재이고 그들의 목소리는 강요된 침묵이기 때문이다.

카린은 생존이 걸린 빈곤 앞에서 좌와 우가 없다고 명쾌히 정리한다. 어떤 이들에게 아마미야 카린의 행동은 천방지축이고 좌충우돌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녀의 새로운 화두는 연대(連帶)이고, 빈곤과 차별이 있는 사회라면 어디든 “아마미야 카린이 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06-1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지난뒤에 읽었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

활자유랑자 2009-06-16 23:32   좋아요 0 | URL
왠지 뜨끔!! 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네요. :)
 

당신의 삶을 바꾸는 글쓰기, 아직 늦지 않았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글쓰기 공작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많은 글쓰기 책들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시장의 법칙. 업무를 위한 '실용적 글쓰기'에서 블로깅 등 취미를 위한 글쓰기, 시나리오 작법, 소설작법, 시작법 등 보다 '전문적인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꽤나 다양한 책들 사이에서 우리는 필요나 취향, 추천에 의해 '나만의 글쓰기 책' 목록을 추린다. 오늘 소개할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당신의 리스트를 갱신할 가장 따뜻한 신간이다.   

물론 저마다 다른 이유와 필요, 욕망이 있다. '파워 블로거가 되고 싶은데', '부장님이 기안 좀 똑바로 쓰라고 하는데', '시인이 되면 여자가 생길 것 같은데', '부커상을 받고 싶은데', '쏙이 답답해서 못살겠는데'…  하지만 그런 '저마다'들을 통칭 '사람'이라고 부르듯, 결국 그 모두는 '글쓰기'라는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는 법.  

하여 소설가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기교가 아니다. 김훈의 문장, 체홉의 묘사, 챈들러의 직유, 줄리언 반스의 수다… 물론 멋지고 부러운 것들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손 끝의 비즈니스가 아니고, 쓰는 이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누군가의 삶을 살 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글을 써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 공작소의 '공훈(工訓)' 혹은 '작훈(作訓)'이다. 

글쓰기 혹은 나를 바라보기

피아노 학원에 처음 간 사람이 베토벤을 치려고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미술학원에 등록하자마자 고흐가 되려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상식이 글쓰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이만교는 말한다. 많은 이들이 첫 습작부터 레이먼드 카버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글자'를 처음 배운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해온 일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막연한 자신감 혹은 자신에 대한 기대는 대부분 독이다. "나는 재능이 없어"라는 레토릭의 근원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자. 정말로 '재능이 있는' 사람이 혹은 '천재'가 그런 말을 하는 일은 없다. ('입치료'라는 친숙한 별명으로 불리는 이치로는 언젠가 "사람들이 나에게 천재라고 하는 것을 들으면 화가 난다. 그들은 내 노력을 알기나 알까?"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천재가 아닌 사람들이 천재를 정의하는 이상한 상황. 그것은 결국 글을 쓰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라고 책은 말한다. (물론, 신고할 것이 없냐는 세관원의 질문에 "내 천재성뿐"이라고 대답했던 오스카 와일드는 예외다)

그렇지만 나는 글을 잘쓰고 싶다! 집안을 살리기 위해 상금 1억원이 필요하다! 글쓰기 비법 A to Z 를 내놔라! 라고 소리치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이만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일단 써라, 그대신 솔직하게. 1억원을 타려는 욕망에 당신은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전혀 아니고, 글쓰기를 추동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그건 왠지 올바른 작가의 모습이 아닌 것 같으니 뭔가 다른,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서 1억원을 타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그건 틀렸다는 것이다.

당신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 보는 것. 그래서 그냥 "1억원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당신의 욕망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것을 토대로 글을 써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글쓰기라고 글쓰기 공작소는 가르친다. 도박빚에 찌들었던 도스토옙스키가 돈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그토록 처절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고, 그렇기에 글쓰기는 삶과 뗄 수 없다. 세상에 쉬운 삶이 어디 있던가? 

글 안쓰면 개고생이다!?

삶의 층위에서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책에는 그래서 폐부를 찌르는 구석들이 많다.  

"나를 종종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앗, 뜨끔! 이래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 결과 작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쓰면 된다. 조금 끄적이고는 '나는 왜 이럴까', '재능이 없어', '악마에게 팔 영혼이 있었으면' 하며 자괴감에 빠져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럴때 바로 이 책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책 답게 보도자료에도 좋은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아래 부분.

짜증이 난다. 우울하고 괜시리 화가 치민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뭘까. 술? 수다? 노래방?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바로 그런 순간에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낱낱이 파헤치고, 고민을 끝까지 밀고나가야만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고민과 갈등을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것. 그래서 자신의 삶 또한 치열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바꾸고 삶을 바꾸는 진짜 글쓰기다

"짜증이 난다. 우울하고 괜시리 화가 치민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지? 당신의 고개가 끄덕이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이 책과 함께 글쓰기를 시작할 순간이다.

책속에서

“이렇듯 실질적 정직은 글쓰기의 기본정신이다. 실질적 정직 없이는 글감 자체가 생겨나지 않는다. 반대로 실질적 정직을 유지한다면 삶의 모든 것이 글감으로 변한다.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적 목소리가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끝없이 자기 마음속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잠을 깬 순간 밤새 꾼 꿈을 차근차근 되새김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낮 동안의 머리와 마음속에 떠오른 크고 작은 미망과 생각과 행위 하나하나까지도, 다가오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느낌과 상상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 36쪽
구입하기

이 책을 함께 추천합니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로버트 그레이엄 외 지음, 윤재원 옮김 / 베이직북스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글쓰기 공작소>출간 기념 이벤트
이만교와 함께하는 글쓰기 워크숍에 초대합니다!

기간 : 2009년 5월 11일 월요일 ~ 2009년 5월 24일 일요일
이벤트 자세히 보기

댓글(6) 먼댓글(1)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글쓰기는 어렵다?! 글 못 쓰는 블로그 운영자의 고민
    from 그린비출판사 2009-05-12 18:53 
    글쓰기는 어렵다?! 글 못 쓰는 블로그 운영자의 고민―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지난번에 “나는 왜 책을 못 읽을까?”(바로가기)에 대해서 포스팅했었죠. 오늘은 “나는 왜 글을 못 쓸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아.. 제가 좀 못 하는 게 많군요. 흠;)# 글쓰기의 어려움 "나에게 글쓰기란?" 이벤트 댓글보러 가기 얼마 전, 그린비 홈페이지에서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미니북 증정 이벤트로 “나에게 글쓰기란?”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Leipiel 2009-05-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항상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알리딘 인문MD님도 글을 재미있게 잘 쓰시는 것 것아요.

활자유랑자 2009-05-15 13: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롱이 2009-05-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쓰기 공작소 읽으면서 리뷰를 쓰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차 올랐습니다. 여기 더 멋진 리뷰가 있네요~~ㅎㅎ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활자유랑자 2009-05-20 17:27   좋아요 0 | URL
이번 주에 인터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혹시 이만교 씨에게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고맙습니다. :)

미달이아빠 2009-12-0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서 볼 순 없지만 빌려서 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ㅎ

활자유랑자 2009-12-13 04:25   좋아요 0 | URL
강력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