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7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7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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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읽기를 해다마 연례행사로 만들어낸 김난도 교수의 2017 예측서이다.

2017을 예측하면서 주요 키워드로

YOLO, - 한번뿐인 인생 

1코노미 -1인분

캄테크 - 조용히 나를 도와주는 기술

B+ 프리미엄 - 가치를 높여 만족도를 높이는 상품

등등이 놓여 있다


사회적 배경으로는 디플레이션의 장기화, 개인화가 놓인다.

디플레이션 덕분에 얇아진 주머니는 계속 우리에게 좋지만 더 싸게 라는 <가성비> 프레임을 요구한다. 이는 일본의 지나간 잃어버린 20년의 사회적 흐름과 똑같다.

매번 다가오는 트렌드책 보다는 오히려 일본이 지금까지 흘러온 걸 살펴보는 쪽이 좋겠다고 나는 여러번 주장해왔다.

이번 책에서도 내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주었다.

B+프리미엄은 일본에서 난다지유가오카라고 해서 지유가오카 풍으로 놀아보자, 작지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트렌드와 똑 같다.

작은 사치라고 최근 유행했던 트렌드의 변형물이다.


또 하나 주요한 1인분화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혼밥,혼술,혼영(혼자영화보기 혹은 여행하기) 등.. 혼자의 놀이가 점점 많아진다.

혼밥은 도시락 매출을 급상승시키고, 그것도 편의점에서.. 백종원과 김혜자는 모두의 건강과 영양을 책임지는 국민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버렸다.  이것도 사실 일본과 비슷한데 일본에서 불황기에 특히 성장한 기업 중 하나가 편의점이고 아이템으로 저가커피와 도시락이 들어간다.


영화에 있어서 최근 개편된 메가박스 점포에서 1인이 아주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좌석 설계를 다시해서 배려했다는 소식은 재밌다.

말고도 여기저기서 홀로족을 위한 배려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도 가족 등 사람과의 연대가 줄어든 공간의 대체물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사회적인 분해 속에서도 기술의 발전은 혜택을 늘려간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활용한 애플뮤직,삼성뮤직 등은 매우 싼 가격으로 3개월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준다. 이것이 가능하게 되는 조건은 바로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이고 저변에는 다시 반도체 기술이 발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 사업은 망해가지만 SSD는 조욯이 우리의 컴퓨터를 빠르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작고 강해진 컴퓨팅 파워를 이용한 디지털 소품들이 곳곳에서 우리의 삶을 도와준다.

이번 CES에서 하이라이트를 차지한 아마존의 가정용 비서 알렉사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 한다. 책과는 별도로 약간 기술 이야기를 덧붙이면 CHATBOT이 인공지능의 발전에 힘입어 성큼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성장해서 콜센터를 대체하려고 노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LINE이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가 더 비싼 선진국일수록 자동화 욕구 또한 매우 강하다. 한국이야 옆사람 툭 치면 답이 나오지만, 미국처럼 띄엄띄엄 살고 인건비도 비싸고 도움 준 것은 반드시 청구하는 사회에서야 말로 기술에 의한 대체가 더 중요해진다.


해마다 이렇게 트렌드를 잘 추려서 보여주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일군의 학술집단의 노력에 감탄을 늘 한다.

그러면서도 조금 아쉬운 건, 트렌드라는 1년 단위의 시각을 넘어서서 사회학과 역사학, 일본학의 협업을 통한 보다 장기적인 조망도 같이 해봄이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일본의 궤적만 쭉 따라가도 꽤 많은  시사점이 나온다. 여기에 대해서는 앞서 일본 언론인의 책에 리뷰를 달면서 이야기 했었고 사실 꽤 오랫동안 블로그에서 주장했던 바이다.


김교수도 반복에 지쳤는지 이제 실무적인 일이나 대외강의도 전미영 교수를 앞세운다고 보인다. 그렇기에 더욱 이제 시점을 높이고 시야도 넓혀보면서 그걸 기존 작업에 한차원 높여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약간 비꼰다면 띠에 맞추어 동물 잡고 여기에 키워드 배열하는 게 어째 영어 단어 놀음 같다는 허무개그가 떠올라서 일허게 주저리 이야기를 늘어 놓아 본다. 


그럼에도 늘 우리에게 새로운 현상을 단어로 포착해서 어휘를 늘려주어 뇌의 신선도를 높여주는 노력에 대해서는 감탄과 경의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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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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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1만개 시대라고 한다. 

골목 곳곳에 툭툭 팝콘 처럼 튀어 오르는 편의점들이 그렇게 많아졌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 또한 계속 늘고 있다.

들어갈 때마다 만나는 사람, 간혹 점주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르바이트(알바)생이다. 그들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물어보게 된다.


조건은 존재를 규정한다.

농장이 농부를, 대농장은 농노를, 공장은 노동자를 만들어내듯이 편의점이라는 업태는 알바라는 새로운 직종과 인간유형을 만들어낸다.

사람에게 입혀지는 제복은 그 사람의 행위에 규칙성을 부과하고 일정한 경향성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편의점인간>은 탄생한다.


이 책은 일본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일한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자신의 아주 오랜 체험이 켭켭이 쌓여 독특한 소감으로 바뀌어진 문장들을 내놓고 또 모아졌다. 

이러한 문장들은 평소 내가 보던 편의점이라는 정형을 상당히 다르게 보도록 흔들어 댄다. 가령 빛으로 가득한 <투명한 수조>라는 공간이 편의점이다. 수조라면 물이 담긴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속에서 일상 보다는 편하게 움직이는 물고기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의 경험 또한 규칙의 체화와 반사적인 자동화가 이루어진다. 편의점 주변을 걸을 때는 항상 어떤 가게가 새로 생겼는지 살피면서 고객인가 경쟁자인가 보게 된다. 

날씨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온도차이에 따라 제품의 매상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혹은 오뎅 등 상품의 판매에 늘 연결지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는 서로 섞이게 된다. 말투가 전염되고 업무습관이 모방되어 체화된다. 그렇게 점점 틀이 만들어지고 그 틀에 박혀간다.

그 시간이 무려 16년이나 흘러가게 되어가면서 자연스러움이 너무 익숙해지는데 하나의 해프닝이 발생한다.

아주 아주 이상한 신입점원이 들어오게 된다. 스스로를 부정하는 불만 많은 사회 부적응자, 일본의 고대인 조몬시대와 똑 같다고 불만 가지지만 그렇다고 이 시대의 규칙에 적응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쎄게 한대 맞으면서 조건이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아주 오래되면서 결혼하지 않은 삶, 그냥 알바라는 일에 머물러 있는 부자연스러움 등 타인이 만들어 놓은 규율이 담긴 시선과 말이 밀려온다.

일시에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가만 보니 자신은 이물질인지도 모른다고 되 묻게 된다. 그리고 또 이물질은 제거 되는 건지 하면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 명의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존재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추상화되었기에 독자에게 더 강한 물음을 던진다.

거대한 프랜차이즈 속의 작은 지점에서 다시 세분화된 하나의 가벼운 일을 아주 오랫동안 반복하는 건 바람직한가?


한 외부인이 주인공에게 쏟아내는 

"알바와 백수가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하려고요. 정말 그만두세요. 당신들 같은 유전자는 남기지 말아주세요. 그게 가장 인류를 위하는 길이에요." 

그 썩은 유전자는 죽을 때까지 혼자 품고 있다가, 죽을 때 천국으로 가져가서 이 세상에는 한 조각도 남기지 말아주세요. 정말로"

178쪽

거친 말투는 충격적인 파도로 밀려온다.


사회에 분명 가치를 주고 필요도 하면서도 꼭 이렇게 까지 대접받아야 하나 하는 물음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거야 말로 더 냉정한 현실인지 모른다.

그렇게 여기서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커져간다.


사회를 보면 구성원들은 그냥 봐도 한 점이다. 하지만 점인 듯 하면서도 선이 있고 면이 있다.알바가 아닌 비정규직,프리터 그리고 정규직은 이 연결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정규직은 빽빽한 선으로 묶여서 면을 이룬다. 뭔가 다른 행동을 하면 사방에서 자신을 잡고 있는 줄들이 댕겨지면서 중심도 잡아주고 위로 이끌어도 준다. 

납품업체와 같은 하위 구성요소들은 이 끈이 더 느슨하고 비정규직은 아주 약하디 약하게만 작용한다.

편의점인간은 그냥 점에 가까울 뿐이다.


그래서 느슨하게 머물다가 보낸 시간들의 기회의 상실이라는 복수로 변모해서 자신을 덥쳐온다. 가족도 점장도 다 흔들어댄다.


결국 관건은 연결이다.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은 차이가 나고 수조라는 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하면 약한 선에 묶인 점에만 머물게 된다.

바람직한 것인가? 답은 주관적 가치에 따라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무언가 변화는 필요하다. 

16년이 지나도 알바는 알바이고, 이렇게 머무는 쳇바퀴 처럼 돌아가는 공간은 일종의 루프로서 시간이 멈추어진 셈, 즉 성장, 발전이 멈춰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종종 거칠고 힘들지만 더 강한 질문이 필요하다. 

너는 누구인가? 그곳으로 다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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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파편들 - 도널드 그레그 회고록
도널드 P. 그레그 지음, 차미례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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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은 혼돈속에서 항해중이다.


불안 속에서 후회가 밀려오는데, 선장이 이 모양이었다는 걸 다들 몰랐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화제가 된 2007년 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정보보고서에 나온 <최태민에게 X와 마음을 다 지배당했다>라는 글을 생각하게 된다.

역시 강대국은 다르구나 하는 격차를 느끼면서 그들은 여기서 어떻게 해서 그렇게 핵심을 압축해서 알수 있었을까 궁금하게 된다.


답은 그들의 정보기구에 있다. 

한국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잠재적 전시상태이고 그 군대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은 CIA가 활약하도록 하고 있다.


이 책 <역사의 파편들>은 CIA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한국책임자와 대사를 역임한 도널드 그레그의 회고록이다.


성취욕 많은 젊은이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다양한 공작에 몸 담았다가 나중에는 미국의 안보협의 기구 NSC에서 중책을 맡았다.

예전에 한국정보부KCIA를 다룬 김당 기자의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는 원조인 CIA를 알게 된다.


그레그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양하다고 한다.

미국이익을 최우선하는 정보요원에서부터 한국에 대한 높인 이해로 인연깊은 지한파, 아예 친북인사로까지도 이야기된다고 한다.


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지는 책에서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정보요원으로서의 활약상이다.

책을 보면 베트남전쟁 중에 적의 군사간부를 납치해서 정보를 취득해내고 이를 통해 대규모 폭격을 전개하는 활약상(?)이 나온다. 이 과정을 찬찬히 보면 저자는 심리에 상당히 능통한 인물이다. 그리고 상대를 알기 위해 베트남의 고전 소설을 탐독해낸다. 

이렇게 그는 근무지마다 현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노력한다. 일본에서는 술집을 드나들며 아가씨를 상대로 일어를 익힌다. 이렇게 익힌 일본말로 박정희와 골프를 칠 때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잘하네 하는 칭찬까지 들었고 개인적 유머감각 등을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그의 지한파로서의 인연이다.

유능한 정보전문가 그레그가 한국에 있을 때 잊지 못할 활약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바로 김대중이 납치되어 바다에 떠 있는 상태에서 목숨을 건지도록 도와주게 된다. 당시 대사였던 하비브와 공조를 통해 KCIA의 공작을 중단시킨 이 사건은 소신과 순발력을 알게 해준다. 

베트남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역할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반대라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그는 한국의 민주화에 쉽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래서 김대중과는 오래 오래 깊은 인연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그레그의 지한파로서의 활약은 이어진다.

남과 북의 관계가 가장 진전된 건 노태우시대의 남북협상이다. 이 과정은 박철언과 노태우 회고록에 꽤 자세히 나오는데 여기에 더할 것이 있다. 바로 그레그가 미군사령관을 설득해서 팀스피리트를 중지시켜 준 점이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이 사건을 통해 남과북은 화해를 위해 커다란 발걸음을 디디게 되었다.

이는 후기에 나오는 문정인 교수의 평론의 내용들인데 한국외교사에서 참고할만한 성공사례일 것이다. 


이외에도 그레그의 한국과의 인연은 다양하다. 대사시절 관저로 침입한 대학생들을 해병대를 동원하지 않고 조용히 경찰력만으로 처리한 점도 그렇다. 정보요원하면 우선 권총이 떠오르는데 그는 남한의 역사를 잘 이해하기에 되도록 선처를 부탁했다. 그 중 한명이 정청래 국회의원이었고 나중에 그레그는 대학생들의 사과를 흔쾌히 받았다고 한다.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그의 발길이 닿게 되었다. 

처음 접촉 시도에 대한 북의 지도자들의 반응은 까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고 거친지에 대한 항의가 많다. 그레그는 그들에게 찬찬히 북한이 미국의 첩보활동이 철저하게 실패한 지역이라는 점을 주지시켜주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안보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주면서 역으로 미국정책의 불규칙한 행보에 대한 납득을 시켜준다.

상대를 깊게 이해하면서 특히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자신의 이해관철을 해내는 솜씨가 대단했다. 협상가는 힘을 뒤에 가지고 있지만 앞에서는 항상 존대를 해야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아쉽지만 이런 노력들은 남의 정권교체, 아들 부시의 아버지 부시와는 전혀 다른 성격 등 여러 요인으로 큰 성취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6번에 달하는 그의 방북을 통한 노력은 한반도를 사는 우리들에게 기억할만한 친절로 남게 된다.


혼돈속의 한국, 아니 한반도 전체가 긴 혼돈이다.

혼돈을 헤쳐나가려면 냉철한 시선이 필요하다.

마치 미국이 박근혜의 실체를 매우 일찍 알고 있었듯이 우리 또한 남과 우리를 냉철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은 좋으나 싫으나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다. 남과북의 화해 또한 미국을 끌어가면서 진행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시각으로 우리를 보는지 잘 알게 해주는 책은 드물었다. 

이제 한반도는 남한의 탄핵정국을 넘어 트럼프의 중국과의 대립 및 북핵 대응을 앞에 두고 있다. 더욱 거칠어지는 파도를 넘어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 또한 상대를 알고 설득해내는 힘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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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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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교수 류철균이 구속되었다.

필명 이인화, 베스트셀러 작가로 문단에서도 지가를 올렸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재밌는 경력이 있는데 바로 게임 리니지의 군주다. 

이렇게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고 노력파라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왜 법조인 김기춘과 우병우는 활보하는데라는 형평성 문제도 떠올랐다.


그러다가 특검의 구속 청구 사유를 보니 안타까움이 더 해진다.

내용은 제자들인 조교에게 정유라 리포트 대필을 특검에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고 말을 안 들을시 <논문 심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한다.

처음 개인의 이익 추구를 넘어 지위를 이용한 겁박이라는 죄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이인화의 출발은 국문학도였다.

최루탄 자욱한 캠퍼스에서 그는 도서관을 향했다. 꾸준히 쌓은 독서는 그에게 무수한 책들의 파도를 만들어 내었다. 그 파도는 흐름으로 만들어져 그의 문장속에 흘러들어가 읽다 보면 꽤 현학적이구 할 정도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런 노력파지만 그에게도 고민이 많았다.

예술이라는 불멸에 다다르는 문학의 길은 배가 고프고, 평론가를 통한 학자의 길은 평온하지만 덜 만족스럽다는 행복한듯한 고민이었다.

저자의 필명 이인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창작도 하고 비평도 하는 대단한 이중플레이고 재주 많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인은 말 그대로 둘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기에 최근 리니지 군주까지 더 하면 삼인화라고 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저자의 독특함은 또 다른 책 <인간의 길>이 보여준 박정희 찬가에서 드러난다.

박정희 시대의 해석은 한국사회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긴 논쟁거리다. 저자는 대구 출신 답게 박정희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보였고 이를 고스란히 드러내 책을 펴냈다.

문학이 스토리텔링이고 그 주인공이 영웅이기에 박정희라는 영웅의 탄생과 국가만들기는 꽤 재미있는 소재가 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는 문학의 위험성을 경계하게 된다. 일찍이 플라톤은 이상국가에서 호메로스와 같은 시인이 만드는 병폐를 없애야 한다고 시인추방론을 주장했다.

문학은 현실의 전체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원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다. 

지금의 역사논쟁에서도 이 문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정희 시대의 한 면은 놀라운 경제성취였지만 다른 면은 억압이었다. 저자는 이 중 빛에만 초점을 맞추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박정희 시대가 성취는 컸다고 해도 수단에 대해서 잔혹했다.

저자의 연구실이라는 작은 학술공간에서 제자를 겁박하는 교수의 모습은 마치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의 행태로 보인다. 폭력을 통한 정신적 고통.


저자가 추구한 여러 삶이 모였다가 흔들린다. 리니지 군주라는 점은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셈이다. 문학은 종종 과거의 영웅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인간 이인화는 과거와 현재,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자유인이었다. 마치 전우치라는 기인 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학술공간에 박정희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한 행위는 결국 시대착오다. 

리니지 군주는 휘하 누구든 자유롭게 명령하는데 그 행태가 반영된 셈인가?

문제는 그의 시대착오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세상은 박정희 시대의 유물인 추억이 박근혜를 불러내고 다시 박근혜가 만든 국정파탄이 모든이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스토리라는 행위가 그저 껍데기인 혈통에 껍데기를 씌워 우상을 만들고 그 우상에게 키를 맡긴 배가 좌초 직전에 이르는 게 지금 상황이다.


플라톤이 이야기한 문인의 패악은 지금 이인화를 통해 분명 현실이 되버린 셈이다. 

천재 노력가 다능인 이인화가 수십년의 세월을 통해 이렇게 추락하는 건 아쉬움과 슬픔이 크다. 소설은 오래 남고 누구에게나 가치를 줄 수 있었지만 이제 그 소설과 현실의 교차와 혼동은 우리에게 엄청난 비극이 되고 만다. 

스스로 추락함으로써 비극을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 사회 자체도 비극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이 시대의 문학의 실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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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 - 잃어버린 20년이 던지는 경고
타마키 타다시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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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대 집을 사고 해외나갔다 3년뒤에 오니 반토막이 났다.

놀랄일이지만 일본의 경제신문 기자인 저자가 90년대 초반에 실제 겪었던 일이다.

금리 7%대로 낸 큰 빚을 30년간 갚아나가면서 어지간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저자는 30년간 일본에서 출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경제 뉴스를 만들어왔다. 그래서 긴 안목에서 일본의 경험을 가지고 한국에 도움 될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비교가 되었다. 88올림픽 때는 한국이 일본의 언제쯤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서로간에 몇년이라는 격차를 가지고 보다가 15년 10년 이런식으로 줄어드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일본의 잃어버리는 20년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고민 어린 질문이 늘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 경제전반,개인의 삶,기업 등 여러 차원에서 이야기를 정리해준다.

우선 경제전반을 보자,

두 나라를 비교하는 간단한 방법은 오가는 사람들 손에 뭐가 들렸나이다. 한국인들이 최근 일본에서 각종 소비재를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돈키호테와 같은 잡화점, 편의점, 문방구 등을 들러 와 싸다고 하면서 물건을 산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이 물가가 비싼 것이고 이는 유통구조의 과점화가 가져온 비정상이라고 본다. 이 주장은 간단히 납득이 간다. 롯데 등 제과회사들의 거품포장과 이에 맞서는 해외과자 직수입의 대결이 그렇다.

유통의 과점화는 오래가기 어렵고 정당화되기도 어려우니 거꾸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된다고 지적도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오마에 겐이치가 10년전에 냈던 책에서 <생활자 대국>을 만들자고 외치며 했던 주장과 맥이 통한다. 


그리고 가장 우려를 던지는 건 한국의 부동산이다. 아무리 봐도 상식적이지 않고 결국은 무너질 것으로 저자는 예단한다.


경제 다음으로는 개인의 삶이 있다. 불황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거꾸로 <돈만 추구하던 삶>에서 벗어나 매사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노벨상이 2000년 이후 16개가 나온 것도 한 분야에 천착하는 집념과 사회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한다.

반면 한국은 이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은 장인정신 추구형이 아니고 오히려 지위추구형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명퇴하고 치킨집인데 그 결과는 현재로서는 넉넉치 않다.

저자는 이런 변화 속에서 개인도 2막을 살면서 적응을 잘 해야 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과거의 지위를 내려놓고 공부를 새로하면서 사람들에게 실용적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라고 한다. 한가지 예는 요리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일본기업의 재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디카와 스마트폰으로 필름 산업이 쫄딱 망했다. 코닥의 파산은 늘 강의의 화두가 되는 바보같은 짓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경쟁사 후지필름은 어떻게 되었을까? 잘 살아남았다. 이유는 키워놓은 자회사가 의약품으로 성과를 내었다고 한다. 

이렇게 기업이 재생하고 변모하는 일들에 대해서 저자는 여러 분야의 대표기업들을 소개한다.

파나소닉 같은 전자기업은 B2B로 변신하고 있고, 히타치 등은 종합 솔루션으로 진화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이토추 상사였다. 한국의 상사들은 최근 몇년간 구조조정뿐이다.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도 왕년의 명가 전통은 사라져가고, 물산도 그렇고 LS에 인수된 네트웍스는 곡소리가 난다. 

이에 비해 이토추는 직접 패밀리마트를 인수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프라이드 치킨 공급 등을 일관화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다. 조달,생산 공급 모두를 일관화시키는 전략이고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취급 아이템도 도시락 등으로 다양화 된다. 연 이익은 거의 2조원을 낸다. 대단한 성과다.

확실히 상인 전통은 일본이 앞서고 한국의 유통은 여전히 뒤져있는 듯 보인다.

앞으로 주는 시사점이 많은데 이런 예들은 책에 많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한국과 일본의 비교

다 보면서 저자가 언론인으로서 갖춘 안목이 뛰어나다는 감탄을 하게 된다.

가까운 선생 일본의 경험이 앞으로 한국의 방향 잡기에 도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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