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힘들다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
노임, 각종 규제에 대해서 규정대로 다 지키고 중국시장에 상품을 내놓으면 중국 기업이 더 싸게
밀고온다는 것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싼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원인은 크게 보면 중국기업이 자기 나라의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이를 자국 정부가 일정 부분
방조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 중에서도 월마트가 그렇게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트타이머 등 인력 채용시 의료보험 지불 가능성 여부를 꼼꼼히 살펴서 회사 의료비 지원을
최소화하고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불법이민자의 채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결과는 역시 고객에 대한 싼 가격 제공을 통한 매출의 성장인데 규정대로 지키고 사회에 충실히
봉사하려고 노력하는 타 기업들의 몰락세는 뚜렷히 나타나 서로 대조가 된다.

이렇게 규정지키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여 비판하는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 기업에는 아직도 개인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다.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기업 문화는 심야 및 주말에 쉼 없는 작업을 통해 각종 건설공사를 조기에
완성한 한국 건설기업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 대표적인 한국의 일류 산업인 반도체에서도 똑 같이
나타난다. 제품 개발 및 공장 건설 모두 신속히 처리하는데 그 저변에는 애국심과 애사심으로
똘똘 뭉친 개개인들의 자기 희생이 있었다.

또한 아직 사회적 통념이 가족에 대한 존중이 적은 편이다. 임신 3개월 휴가를 부담스러워
여성 인력의 채용을 꺼려하는 것도 한 예다. 해외 출장을 내보내는 경우 경비 최소화를 위해
본국의 가족을 보도록 주기적으로 귀국 시키는 제도를 잘 시행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이렇게
되면 개개인이 이혼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한국에서는 참아라 하고 말할 뿐 더 이상 조치는
없다.
이런 비용은 분명 개인의 여러 측면의 희생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사회가 초과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싼 가격과 높은 이익 그 속에서 휘둘리는 구성원의 삶.
가깝게 한국에서 멀리 중국과 미국까지 우리를 옥죄어오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바람구두 > 강풀 “‘29만원밖에 없다’ 전두환씨 말듣고 구상”

강풀 “‘29만원밖에 없다’ 전두환씨 말듣고 구상”
하니Only 김미영 기자
» 만화가 강풀씨
[관련기사]
온라인 인기만화 ‘26년’ 끝내는 강풀씨 인터뷰
5·18 정면으로 다뤄 “독자들에게 ‘그날’ 기억 의미”

‘순정만화’ ‘바보’ 등의 인기만화가 강풀(33·본명 강도영)이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했던 ‘26년’이 25일 31회로 5개월의 여정을 마감한다. 이 만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시민군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려온 대기업 회장 김갑세(47)가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시민군의 자녀인 경찰관 권정혁, 건달 곽진배, 조각가 이치영, 사격선수 심미진 등과 함께 법이 심판하지 못한 당시 최고책임자를 단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30회에서 전직 대통령의 집에 침입한 주인공들이 경비원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까지 그려졌고, 25일 마지막회를 앞두고 결말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강풀을 작업실에서 만났다. “결말이요? 제 만화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작품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고 강풀은 말을 아꼈다. “거사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독자들이 5.18을 기억하게 됐다는 사실과 대중만화가도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의미를 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올 초 2~3년간 작품활동을 쉬겠다던 그가 5.18을 정면으로 다룬 만화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역사적 사건’을 다룬 만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대중성을 가미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애초 26살 동갑내기로 설정했던 주인공들의 나이를 27살, 31살, 32살 등으로 변화를 줬고, 주인공의 직업들도 건달, 경찰관,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각가 등으로 구분했다. “건달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데 있어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건달을 미화한다고 볼 수도 있고. 하지만 총·칼 앞에서 당당할 수 있고, 단죄작업에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직업이 건달밖에 없더라고요.” 그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폭발적인 누리꾼 반응 하루 조회수 200만건, 매회 댓글 2000개

» 연재 끝나는 온라인 인기만화 ‘26년’
<26년>은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하루 조회수만 200만건을 훌쩍 넘겼으며, 매회 2천여개 남짓한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내용은 “감동스럽다. 눈물이 난다”에서부터 “5.18 책임자를 단죄해야 한다”로 다양했지만, 5.18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누리꾼에게 이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그냥 기억하게만 하고 싶었어요. 5.18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소망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둔 셈이다.

그가 이 작품을 구상한 건 3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다. 직접 광주로 내려가 관련자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했다. 연재하는 내내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자료 수집, 사진 촬영, 사투리 번역, 무기 전문가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

<26>년은 그에게 있어 커다란 실험이었다. 5.18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5.18을 알리는 일이 태어날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 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대중만화에서 역사적 사건은 금기시되어 있는 소재들이죠. 하지만 이런 ‘팩션(fact+fiction=faction) 만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특히 5.18 같은 경우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이 시점에서 알려야 했어요. 올해 못하면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 같았고요.”

작품 구상 동기는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는 전두환 말 직후

그는 지금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굉장히 큰 숙제를 끝낸 느낌이라고도 했다. 실제 그는 연재하는 동안 바깥 외출과 인터뷰를 사절하며, 작품에만 매달렸다.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싶었는데,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아요. 연재하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지만, 최선을 다했고, 많은 사람들이 5.18을 기억하게 됐으니까요.”

그는 당분간 팩션 만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힘이 든다”고. 11월 7살 연하의 신부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그는 얼마간 휴식을 취한 뒤 공포나 호러, 순정만화로 독자들을 찾아뵐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언제쯤이냐?”는 질문에 그는 “후속작품은 내년 봄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1달 쉬면 좋은데 2달이 넘어가면 심심해서 환장한다. 변덕이 심해 팩션 만화를 다시 할 수도 있고, 후속작품 공개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앞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만화를 보여줄 수 있고,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예요. 만화가 너무 좋아, 만화가를 꿈꿨고 만화를 그리지 않으면 인생 정말 재미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만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행복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처단하자” 인터넷 화끈…영화로도 나올 예정

인터넷에서는 ‘26년’을 본 <다음> 누리꾼을 중심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법정에 다시 세우자는 청원운동 [바로가기]에 들어갔다. ‘cool-girl’은 “강풀의 만화는 이제 더이상 만화로 남아서는 안된다”며 “마지막 1회를 남겨놓고 있는 이 시점에서, 네티즌들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자”며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20일 오후까지 4000명에 가까운 누리꾼이 서명에 동참했다. ‘한사람으로서’는 “역사와 국민을 더이상 우습게 생각하게 놔 두면 안된다”고 말했고, ‘안녕하세요’는 “권력이란 이름으로 더럽고 무자비한 짓들을 가리고 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며 서명에 참여했다.

» 아고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심판을 요구합니다’ 청원운동

한편에서는 <26년>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는 청원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아크바르’는 “마지막회 결말은 꼭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결말을 부탁한다”며 청원을 제안했고, 현재 9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강풀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만화를 그리면서 모방범죄나 인터넷 서명운동 같은 것들을 기대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그냥 5.18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26년>은 ‘괴물’의 제작사인 청어람이 이미 판권을 구입, 조만간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 인기만화 ‘26년’ 가운데 일부

» 2004년 3월 노대통령 탄핵무효 관련한 강풀의 ‘광화문 스케치’

» 2005년 부천국제만화축제 대상 수상한 강풀의 ‘아파트’

[동영상] 만화가 ‘강풀’의 일상 /온라인뉴스팀 김소향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전두환!
정말 이젠 그만 듣고 싶다.
당신의 이름...
아니,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신의 이름은 기억되어야 하지만
그 뻔뻔함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누구냐?
사면한 자, 타협한 자, 용서한다고 말한 자들...
신년 모임에 초대한 자들...
전직 대통령들...
감히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배신한 자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하이드 > 신의물방울 저자 타다시 아기 인터뷰 (펌)

화재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저자 타다시 아기와의 단독 인터뷰 
 

최근 와인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떠들썩한 만화가 있다.  일본 만화신의 물방울’(원제神の滴’ = 카미노시즈쿠)” 2005 11월 말부터 거의 평균적으로 매월 1편씩 연재되면서 입 소문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된 대형 베스트 셀러이다. 5편이 연재될 7-8월 당시 누적 판매수가 10만권을 돌파하고 9월초를 기준으로 6편에서는 16만부를 육박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만화책에 등장한 모든 와인들이 모두 다 팔려버렸다는 것. 많은 와인 동호회 혹은 모임에서는 신의 물방울 속에서 등장한 와인을 시음한다든가 혹은 뜨거운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한번 읽고 버리는 단순 만화책 이기 보단 이젠 와인 참고서가 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장하면서 2-3번씩 읽어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작가가 던지는 해박한 와인 지식과 꼭 알아두어야 할 와인상식이 이 만화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와인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매료되고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그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고,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와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와인을 접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게 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강한 돌풍을 일으킨 신의 물방울의 누적 판매부수가 7권째(9월 말 한국어 판으로 출시예정)에 이미 55만 부수가 넘었으며 만화책 속에 등장한 와인들은 모두 품절된 상태이다.  이 만화 속에 등장했던 프랑스의 잘 알려진 어느 샤또(Chateau)의 경우 아직 제대로 출시도 되지 않은 2004년산 와인들까지 아시아인들에 의해 모두 판매가 되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  현재 이 만화책은 대만과 홍콩에서도 번역판으로도 나오고 있으며 프랑스 번역판 까지도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신의 물방울의 내용은 이러하다.  일본의 최고 와인평론가인 칸자키 는 친아들인 칸자키 시즈쿠와 양아들로 입적된 유명 와인 평론가 토미네 잇세에게 자신이 명하는 최고의 “신의 물방울” 과 최고 서열의 “12사도”를 찾는 자에게 자신의 재산과 엄청난 와인 유산을 남긴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다.  평소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친아들 “칸자키 시즈쿠”는 어릴 적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로부터 훈련 받은 최고의 와인 서빙 기술과 엄청난 미각의 소유자이며, 그와 대적하는 양아들로 입적된 “토미네 잇세”는 일본 최고의 와인평론가이다.  엄청난 와인유산을 둔 이 두 사람의 와인게임은 시작되는데 작가의 해박한 와인지식은 이 만화책의 내용 속에 정확하게 표현된다는 점과 와인에 대한 표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그 내용을 읽어 본 사람은 와인을 마시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좌측 그림: 타다시아기의 작업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생림 속을 나는 지금 걷고 있다. 버섯그리고 이끼 낀 지면과 나무들에서 풍겨오는 냄새깊은 숲의 습기를 머금은 냄새꽃 향기다. 수많은 붉고 작은 꽃. 하얀 꽃도 있어  아아, 이 얼마나 화려한 열매인가. 블루베리? 라즈베리? 신선한 체리와 딸기도 있다.  여기는 비밀의 샘이며 화원이기도 하다. 연인? 말할 수 없는 관능…. 이것은 완성된 한 폭의 그림이다. 아니, 사랑 이야기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샹볼 뮤지니’(Chambolle Musigny)를 맛본 만화 주인공칸자키 시즈쿠의 와인 표현이다.  이 샹볼 뮤지니는 만화 속에 등장한 제 1 사도 였다.

 

이 화재의 만화책 속에 담겨있는 와인관련 정보에서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대립된 의견들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일부는 동감했고 일부는 과장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분명 해답은 작가만이 가지고 있었다.

'신의 물방울 (원제神の滴’ = 카미노시즈쿠)” 의 작가인 타다시 아기(44) 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서는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했다.  인터뷰요청을 수락 받고 일정을 정하는데 에도 1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으며 적지 않은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었다.  언론에 노출을 싫어했던 작가는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언론 매체에 공개하지 않았으며 웬만한 인터뷰는 대부분 거절했을 정도이다.   어쩌다 한번씩 와인모임 정도에 나타나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 후에 관계자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우연히 미국 소노마의 어느 와인행사에서 알게 된 일본의 꽤 큰 규모의 와인수입상인 “FWINE” 사의 부사장의 도움으로 결국은 작가의 인터뷰를 얻어냈다.   물론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을 수락해야 했다.  작가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다는 것과 작업실을 보여줄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와인 마니아라면 그리고 그 만화책을 읽어 보았다면 꼭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픈 작가였기에 그러한 모든 조건들을 감수하고 작가가 희망하는 일정에 서둘러 맞추어 일본 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의 중심지인 시부야 역에서 지하철로 약 20-30분 가면 키찌조오지라는 동내가 나온다.  작업실이 근처인 듯한 이곳의 어느 일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물론 점심값도 내가 부담해야 했다.  만화책의 발행인인 모닝 망가 잡지의 Associate Editor Muneoki Hirokawa 씨와 의학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와인친구였던 친 누나인 Yuko Kibayashi, 인터뷰가 가능하도록 도와준 와인수입업체인 FWINE 사의 부사장 Hiroshi 와 그의 마케팅 직원, 홍보회사의 관계자 그리고 통역을 도와줄 일본에 거주하는 친한 후배와 함께 한 자리였다.   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위해 총 7명이 동원된 셈이다.

 

다부지고 약간 마른 체구의 타다시 아기는 어깨까지 길어 보이는 회색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묶었으며 흰색 바지와 검은색 티셔츠의 깔끔한 용모, 예술가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의 팔찌, 은색 안경태 너머로 쌍거풀이 없는 눈빛은 맑고 예리하게 반짝였다.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으면서 그는 말한다.  죄송하지만 저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싶습니다.  저의 프라이버시와 가족들을 위해 저의 얼굴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타다시 아기는 필명(Pen name) 으로 무려 6가지의 필명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의 요청에 의해 본명을 여기에서밝히지 않겠습니다).   아마기, 안도유마, 아오끼유야, 아리모리조지, 아기타다시, SK Produce 가 그의 필명이다. 한국에도 이미 그의 작품 중 3가지의 작품 (사이코 닥터, 켓베커스, 탐정학원 Q) 들이 각기 다른 필명으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고 한다.


<타다시 아기와의 단독 인터뷰 내용>

필자: 와인은 언제부터 접하게 되셨나요?

 

아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였으며 와인을 수집하기 시작한지는 약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와인의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을 정도인데 본인의 집과 여러 곳에 와인을 모아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 수량이 너무 많아 심지어 조그마한 맨션을 빌려 온도를 맞추기 위해 하루종일 에어컨을 돌리면서 그 공간을 와인셀러로 사용하는데 와인이 너무 많아 심지어 화장실에도 와인이 놓여져 있을 정도 입니다. 

 

필자 :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실존인물인가요 ? 

아기 : 3명의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 중 와인 평론가로 등장하는 주인공 토미네 잇세는 한국의 영화배우 배용준 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윤석호 감독님의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당연히 그의 작품인 겨울연가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모두 좋아합니다.  지금은 “봄의 왈츠”가 일본어 판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태리 와인을 칭송하는 혼츠케는 실지로 도쿄백화점 내의 와인샵에서 메니저로 근무하는 아투시 혼마(Atushi Homma)를 모델로 하였는데 다른 곳에서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제의가 들어와도 귀 기울이지 않고 꿋꿋히 한곳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 이지요.

 

필자 : 신의물방울 의 내용을 가지고 드라마화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 

아기 :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만 아직은 너무 초기 단계입니다.  드라마는 책이 모두 완성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 이죠.   드라마의 소재로 이용되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완성하도록 해야겠지요.

 

필자:  언제쯤 이 책이 모두 완성될 것 같은가요?

아기:적어도 앞으로 3년 혹은 5년 까지도 생각하고 있지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완성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 :  신의 물방울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아기 : 개인적으로 와인을 너무 좋아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만화를 집필하였습니다.  완벽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天) * 지(地) * 인(人)”의 절묘한 조화가 필요한데 그러한 메시지가 이 만화 속에 담겨있습니다.  모든 와인 속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단지 붉은 액체인 와인 속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이야기로 표현한 저의 이야기 입니다.
와인 속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가와 언어에 상관없이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적인 언어와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필자: 제1사도로 선정된 와인은 어떠한 특징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나요?

아기: 12사도 중 1번째 사도로 소개한 와인은 2001년산 샹볼 뮤지니였습니다.  세계적인 와인거장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가 2002산의 샹볼 뮤지니에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저는 오히려 2001년에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 병을 따보면 2001년산이 2002년 보다 훨씬 훌륭할 것이라 강조하고 싶습니다. 

로버트파커는 미국인들에게 팔릴 것 같은 와인에 대한 평가를 하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주로 마시기 좋은 와인에 후한 점수를 주지만 우아한 와인에는 점수가 짜다는 것을 느낍니다. 즉, 와인을 상품으로 인정하고 잘 팔리는 와인대한 평가를 좋게 하는 편입니다. 사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파커의 평가가 상업적으로 변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필자:  신의물방울에서 등장하게 될 최고서열의 12사도 와인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정하게 됩니까 ? 

아기 :  12사도는 모두 본인이 정하고 있습니다.  빈티지의 특수성과 떼루아(Terrior)에 더욱 신경써서 만들어진 와인들이 될 것입니다.  프랑스의 떼루아가 주는 복합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꽤 매력적이고 그에 따라 와인메이커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와인을 더욱 좋아합니다.   만들기 쉬운 그러한 와인은 인정하지 않으며 “천지인” 이 제대로 조합될 그러한 와인을 높이 평가합니다.  쉬운 예로 미국의 경우 수확 철에 비가오면 비닐을 씌우지만 프랑스는 자연의 섭리 그대로 맡기는 편이지요.

 

필자 : 평소 어떠한 와인들을 주로 좋아하나요 ?

아기: 숲의 향기가 많이 느껴지는 부르고뉴의 와인들을 좋아합니다.  보르도 지역중에서는 그라브의 페삭레오냥 지방의 와인들을 좋아합니다. 

빈티지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레오빌라스까스의 경우 80년산 와인은 지금 마시기에 훌륭하지만 90년대에 생산된 와인은 지금 마시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셀러에 넣어두고 좀 더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자:   자신이 콜렉션하고 있는 와인은 총 몇 병 정도 되나요?

아기:  몇병인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군데에 보관하고 있는데 와인이 넘쳐서 이젠 와인만 보관하고 있는 맨션의 화장실에도 넣어서 보관할 정도입니다.  수량은 약 2000-2500병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필자: 가족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아기 :  아내와, 9살이 된 큰딸이 있고 그 아래 아들이 2명 있습니다. 

 

필자 : 아이들에게도 와인 맛을 보게 하나요?  혹시 신의 물방울의 이야기 처럼 아이들에게 와인교육을 시키는지요? 

아기: 아이들에게 와인을 냄새를 맡아보게는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후각은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제대로 와인의 향기를 알아 냅니다.  그 동안 모았던 와인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의향도 있습니다.

 

필자 :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와인들이 모두 날개 솟듯 판매되고 심지어 품절이 될 정도인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기: 아마도 그 대표적인 예가 당시 시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했던 샤또 몽페라 (Chateau Montfera) 였을 것입니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은 좋지만 인기도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도 샤또 몽페라가 3000-4000 엔대의 와인이었는데 지금은 2001년 산이 만엔 대에 판매가 될 정도인데 사실 그 가격대에도 좋은 와인들은 아주 많습니다.

 

필자 :  잊지 못할 와인이 있는지요 ?

아기 :  1999 년산 로마네꽁띠에서 만든 에세죠 였습니다.  저에게 강한 충격을 준 와인이었죠.  이러한 와인들은 보통 오랜 기간 보관했을 때 훌륭한 맛을 내는데 호기심에 받자마자 열어보았는데 예상 이외로 와인의 심오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97년산과 98년산의 앙리 자이에의 에세죠 또한 너무 좋았으며 85년산 로마네꽁티에 버금가는 와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99년산 로마네 생비방 호랑 아르부제는 마치 장미꽃 꽃다발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필자:  곧 제3 사도의 와인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약간 힌트를 줄 수 있나요 ?

아기:  이 와인은 일본에서는 인기 없는 론(Rhone) 지방의 와인입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옥션에는 올라가 있습니다.  약 20,000 ~30,000 엔 정도하는 와인입니다.  우연히 추천받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와인인데  아주 훌륭했습니다.  와인라벨을 보면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저렴한 와인일거라 생각하고 오픈 했는데 너무 훌륭했습니다.  생산량이 아주 작으며 포도나무 수명이 모두 100년 정도된 그런 와인입니다.

 

필자 : 12사도와 신의 물방울은 이미 내정되어 있나요 ?  아마도 많은 와인생산자들이 자신의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의뢰도 많이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아기: 여러 곳에서 와인을 가지고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좋은 와인이라면 조그만 스토리로 등장 시킬 수 있습니다. 12사도는 대충 정해져 있지만 집필 중에도 더욱 좋은 와인이 나타난다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의 물방울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만화책 1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 본다면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의 스토리 속에 신의 물방울에 대한 암시와 힌트가 나오니까요.   참고로 신의 물방울은 본인의 취향 보다는 만화의 캐릭터에 맞추어 만들어 진 신의 물방울 입니다.   이 와인은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봄 직한 와인입니다. 

 

필자 : 이태리 와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기 : 수퍼토스카나 와인의 경우 등급에 상관없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이태리의 와인들은 바로 따서 마시는 파티용 와인들이 많은 듯 합니다.  숙성해서 마시는 와인들은 오히려 수퍼토스카나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프랑스의 기술을 모방한다고 해서 프랑스 와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술과 개성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와인들은 보다 폭넓고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고 10년 숙성되었을 때와 20년 숙성되었을 때 표현하는 맛과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샤또마고의 경우 와인을 만들 때 50년 이후의 와인 맛을 미리 예상하고 만듭니다.  또한 그에 따라 와인의 가격도 달라지죠.  와인 메이커는 분명히 와인을 만들 때 그 맛의 변천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태리의 와인들은 바로 마시기 좋은 와인들을 만들기에 그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이태리 와인을 숙성하여 마셨을 때 달라지는 느낌이 별로 없었습니다. 

미국이나 신세계의 경우 또한 금방 마시는 와인들을 만들어 냅니다.  1990년산 도미너스(Dominus)는 작년에 맛 보았는데 1983년산 프랑스의 샤또 라스까즈가 생각 나더군요.  분명 캘리포니아의 와인들은 숙성이 빠르다고 생각됩니다.  칠레의 와인은 3000 엔 이하의 와인을 구매했을 때 가장 잘 샀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알마비바는 사실 샤또 몽페라와 비교했을 때 저는 몽페라가 더욱 맛있다고 느꼈습니다.  알마비바는 분명히 가격이 3배 이상 비쌌는데도 말이죠.   저는 고가의 칠레와인인 경우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은 일본의 와인전문가들과 함께 2001 년산 샤또 몽페라와 2000년산 미국의 오퍼스 원을 가지고 비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샤또 몽페라를 선택했습니다. 

가끔 미국산 와인에서 훌륭한 쉬라를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Torbreak 이라는 와인이었습니다. 

 

필자 :  현재 집필중인 다른 작품도 있습니까 ?

아기: 지금은 Night in the Area 라는 만화책을 쓰고 있습니다.  와인과는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이상>

 

인터뷰를 시작할 때의 딱딱한 모습은 어느덧 사라지고 점심시간 인터뷰로 인해 와인도 마시지 않았지만 우리는 마치 와인을 마신 사람들처럼 웃음과 와인의 훈훈한 향기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한다.  저의 작업실이자 우리 집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모습을 찍도록 허락하겠습니다.  , 죄송하지만 저의 뒷모습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의 뒤를 따라 약 5-10분 정도 가니 일본의 어느 조그마한 집과는 전혀 다른 조그만 정원이 있는 유럽풍의 단독주택으로 안내했다.  목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로 오른쪽으로 꽤 큼직한 작업실이 열렸다.  중간 책상을 기점으로 주변은 책들로 가득하다.  2층으로 연결되는 한쪽 벽면 전체는 모두 만화책이었다.  잡지사 의 편집장으로 있다가 약 10년 전부터 책과 만화의 작가로 활동하였는데 본인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써냈다는 것이다.  그리곤 그는 지하로 안내 했다.  평소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가족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장소라고 한다.  마치 와인셀러가 연상되는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루바닥이 벽면 따라 모래 위 조개가 바닷가를 연상한다. 그 위에는 두꺼운 유리로 마감되어 걸을 수 있게 했다.  작가가 중요시하는 와인의 떼루아(Terrior)가 느껴졌다.  책상 위에는 돌과 조개들이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고 한쪽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져 있다.  홈시어터의 역할도 한다는 이 방의 천장에는 커다란 빔이 설치되어 흰 벽을 겨냥하고 있다.  방의 한쪽 구석 또 다른 나무문을 열어보니 와인들로 가득 찬 조그마한 와인 전용 셀러 룸이 나온다.  그 속에는 본인이 아주 아끼는 와인들이 있다는 것.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
독자 분들에게 있어서, 신의 물방울이 와인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저(작가)에게 그 이상의 명예는 없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와인을 실제로 꼭 드셔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작품 중에 등장하는 와인들은 그 모두가 틀림없는, 훌륭한 와인들로 그야말로 작품 이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책에서 소개된 와인이 갑작스런 인기로 가격이 올라 가게 되는 경우를 보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 가격대라면 분명 더욱 좋은 와인들이 주변에 많을 것입니다. 

 

한동안 우리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버트 파커의 와인 평가에 대한 그의 의견이라든가 혹은 자신을 놀라게 했던 어느 부르고뉴의 와인이야기, 이태리와 신세계 와인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밤새도록 이야기를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다음에는 꼭 와인을 함께 마시며 이야기 나눕시다.”

함께 와인을 마시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그는 셀러에서, 책 속에 이미 소개되었던 그러나 이젠 모두 품절이 되었다는, 와인을 선물로 건네 주었다.  그것은 프랑스 론(Rhone) 지방의 묵직하지만 소박한 와인으로 스테이크와 잘 어울린다는 샤또 생콤(Chateau Saint Cosme) 이었다.

 

분명 와인 속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와인 이야기 만으로도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 속에 숨어있는 많은 영상들을 떠올리고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땀을 흘린 농부의 노력과 열정이 묻어난 와인메이커의 철학을 읽었던 것이다. 


와인은 마치 사람과도 같다.  똑 같은 포도를 가지고 만든 와인에는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한다.  아름답고 우수에 젖은 여인의 눈망울을 연상하게도 하고 시골의 어느 안개 낀 숲 속을 거닐기도 한다.  풍요로움과 낭만이 넘쳐나는 이 가을, 한국의 어느 조그마한 시골에서도 지금쯤 까맣게 익은 포도가 와인으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성순 -와인21닷컴

 

 

 

작가의 소장 와인들
 

작가의 집이자 작업실
 
 
 
좋은 글 이라 데리고 왔습니다(wine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동생이 형을 모살하고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신하가 왕을 죽이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하던 연인을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시름하게 되는 아들,
나이든 신하를 두들겨 패 목숨을 빼앗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다툼
혹은 권력을 활용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이다.

그럼 이 이야기는 새로운 것일까?
절대 아니다. 중국사만 놓고 보아도 시대를 앞과 뒤로 옮겨보면 무수한 사례가 나온다.
삼국지의 조조의 아들 조비가 한나라 왕조를 끊는 것이나
당태종이 동생을 죽이는 것이나
서태후가 아들을 죽이는 것 모두가 다 권력의 다툼이다.

중국만 그러할까?
조선으로 오면 영조가 아들을 죽이고
태종은 동생을 죽였다. (당태종과 비슷하지 않은가?)
한국으로 와서도 쿠데타로 얻어진 권력을 마음껏 행사하다가
측근에 의해 죽게되는 박정희 스토리는 또 어떠한가?
결국 권력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추구하여 쟁취하고 이를 누리다가 비극을 맞게 되면 맥베드 이야기가 되고
천수를 누리면 왕자의 출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들의 세계는 범인들의 세계와 다르다. 한 걸음 물러서면 목숨을 그대로 잃어버리는
냉혹한 세계다.

영화 야연은 기본 스토리 구조를 햄릿에서 차용했다.
갑자기 죽어버린 아버지의 뒤를 동생이 이어서 황제에 오르고
어머니는 그와 재혼을 하게 된다.
아직 황자의 자리에 있지만 아들은 방황하고 아들에 연심이 있던
어머니는 갈등을 보인다.

중국판 햄릿은 이 이야기 구조를 당나라로 옮겨서 전개시킨다.
아버지가 아들의 애인을 빼앗는 장면은 현종과 양귀비의 이야기가 되고
동생이 형수를 취하는 것은 당고종이 아버지의 후궁 측전무후를 부인으로
삼았던 것과 비교된다.
영화 말미에 장쯔이가 여황제에 오르는 것은 더욱 측전무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진행을 채워가는 scene 들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느리게 순간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싸움 장면들을 보면 와호장룡의 쾌감을 살려보려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느림은 어째 만만디로 상징되는 중국의 여유가 느껴지는데
빨리빨리라는 한국적 가치에 익숙한 내눈에는 흡족하지 못했다.

싸움은 과잉이고 그리 감동도 주지 못한다면 다른 측면은 어떨까?
장대한 성의 모습을 외곽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주었고
내부도 장대하게 만들어 보여주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스케일이 크다는 것은 자금성에서도 만리장성에서도 느껴보았지만
이 영화도 새삼 그런 측면을 느끼게 해준 점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당대의 복식, 춤과 음악을 보여주는 것은 아마 벽화에서 차용한 여러 이미지를  통해서
생동감을 더한 것 같다. 영화에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와호장룡 비슷한 면은 또 있다.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를 다각도로 시도한다.
모두가 권력다툼에 치중할 때 유일하게 권력과 무관하게 사람 하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더해서 자신의 목숨을 개의치 않고 연인과 의무를 오가며 고민하는 태자의 모습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마지막에 독배를 마시는 황제의 모습은 무언가 어색하다.
결국 인물 대부분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만다.

점수를 주자면 C+ 수준. 아쉬움은 많이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주변에 꽤 성공했다고 치는 여자 동료들이 있다.
선후배를 모두 제치고 팀장에 올라서 부러움을 받는 J라는 친구도 있고
컨설팅 회사에서 이사 타이틀까지 올라간 G라는 친구도 있다.
그 외에도 팀장을 하거나 컨설턴트, 전문가로 이름을 꽤 날리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당시 회사에서 여사원들을 대거 채용했고 되도록 공평하게 대우하면서 오늘까지 왔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결혼이 늦거나 독신이다.
일찍 결혼하면 출산을 하게 되고 아이를 돌보다보면
칼퇴근 하는 쪽으로 직무전환하기 십상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남보다 못하다는 건 아니지만 꼭 남을 앞서기는 어렵지 않은가?
야근을 하지 않더라도 저녁 시간에 사람을 꾸준히 사귀는 것이나 경조사 따라가는 것도
꽤 큰 업무인데 이를 못하는 것도 한계가 된다.

그래서 결혼이 늦거나 해도 아이를 적게 낳고
한걸음 나아가 누군가 확실히 아이를 돌보아 줄 수 있어야 성공의 조건이 된다.
아마 이미 시집보낸 딸아이의 아이까지 떠 맡아야 한다는 게 친정어머니로서는
부담의 연속이지만 어쩌랴 그래야 출세한다는데.

여기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생긴다.
이들과 식사하다보면 스타벅스와 같은 독한 커피를 tall사이즈로 마시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커피를 왜 사무실에 갔다 놓는지 아는가?
공짜로 그런 도구가 비치되는 이유는 몸과 정신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업무강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더 열심히 더 열심히 자신을 몰아세우다 보니 커피도 이왕이면 스타벅스와 같이 중독성 강하고
자극성 강한 쪽으로 선택한다. 점점 더 많은 양을.

슈퍼우먼은 스타벅스 커피를 즐긴다.
아니 그녀들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06-09-2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닥 제가 수퍼우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제 책상의 그란데 사이즈( 톨사이즈를 신한체크카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스타벅스 커피.를 보니 왠지 한숨이 나네요. 스타벅스 사약같은 오늘의 커피.는 대략, 제게는 자동차의 연료와 같습니다.

한잔의여유 2006-09-2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스타벅스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가격대비의 효율때문이 아니라,충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없다는 점에서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긍정적인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맛도 아직은 멀었지만,스타벅스전에는 대충 만들면 팔린다는 자리세의 개념이었는데 보다 업글됐다고 생각되네요.(특히 패스트푸드의 커피들...) 다만 FTA부정적효과중 하나처럼 많은 커피숍이 사라졌고 그쪽으로는 창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도 생각되네요.사마천님의 말을 생각해보면 전에 생각했던 소비는 만들어진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사마천 2006-09-2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자동차 연료라는 표현도 재미있네요. 요즘 자동차 연료가 친환경 디젤로 바뀐다던데요. ^^
로토님
스타벅스 커피의 중독성 논란은 화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2001년에 미국에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최근에 점점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더군요.
소비는 만들어진다. 정말 맞습니다. 개척정신 없는 사람들이 늘 시장이 포화되었다고 이야기하죠. 김치냉장고,한국형애니콜 아이디어는 많이 있는 것 같아요.

perky 2006-10-22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딴길로 새는 글이지만..
한국은 스타벅스 내부 인터리어가 분위기있고 휴식 취하기 좋게 꾸며져있기라도 하지요. 미국 스타벅스는 어두침침하고 좁고 안락한 소파도 없을 뿐더러, 대부분 사람들이 to go 개념으로 사가기땜에 공간도 진짜 좁고 엉성해요. 저한텐 한국 스타벅스 커피숍이 진짜 많이 그립더라구요.

사마천 2006-10-2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님 잘 지내셨어요. 삶이 몰려서 푹 쉬다가 갑자기 다시 몰아서 헤치워버리시는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몸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