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열린책들 세계문학 96
샬럿 브론테 지음, 배미영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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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샬롯 브론테의 첫 소설로 <빌레뜨>의 원형이 된 소설이라는데 확실히 남자 주인공 윌리엄은 <빌레뜨>의 여주인공 루시와 비슷한 성격으로 느껴진다. 윌리엄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야생 딸기 프랜시스는 샬럿의 소설 중 제일 당차고,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제인 에어>에 비하면 조금 몰입도가 떨어지지만, 작가의 첫 소설인 걸 감안했을 때,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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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2-26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제 샬럿의 책은 단 한 권 남겨두신 겁미꽈?? 우와~~ 대단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12-26 17:00   좋아요 1 | URL
<셜리>는 안 읽었고(번역책이 없어서 아싸~ 했구요.ㅋㅋ) 빌레뜨 2 권 아직 완독은 못했어요ㅜㅜ
막내 동생 에밀리 브론테 소설도 아직 못 읽었구요.
다미여도 이제 반 정도? 읽었구요.
한숨 푹푹 나옵니다ㅋㅋㅋ
이번 주 일주일동안 한 번 하는데까지 해봐야죠^^
지금 아니면 이 책들 다시 잡고 읽진 못할 것 같네요.
근데 샬럿의 책은 읽을 때는 지겨운 듯한데, 읽고 나서 되새겨보면 좀 괜찮은 것 같고??? 묘하네요???

라로 2022-12-26 17:15   좋아요 1 | URL
웅 그렇군요. 저는 빌레뜨2를 읽으시고 이 책을 읽으신 줄 알고 저렇게 댓글을 달았어요. 암튼 빌레뜨 저도 읽으면서도 좋다고 느끼지만 너무 자세해서 지쳐요. 지금 2권 51% 읽었다고 나오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다 읽으려고 발악중입니다여.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2-26 17:17   좋아요 0 | URL
우리 발악하여 꼭 성공합시다!!!ㅋㅋㅋ
파이팅입니다^^
 
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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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던 그 남자가 지키고자 했던 불멸의 사랑이 꺼져 버리니 줄곧 폐인의 삶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릴 때는 오로지 불륜의 어둡던 연애소설로 각인되었었는데 지금은 무모한 사랑으로 읽힌다. 하지만, 무모하되, 격정적인 사랑은 역시 <폭풍의 언덕>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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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12-20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폭풍의 언덕만 잡으면 잔단 말이죠ㅜㅜ 왜 초반의 그 칙칙함을 못 넘기는 지 모르겠어요. 앞장만 주구장창 읽다가 딴 책 잡고...ㅠㅠ 엄청 재밌을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저 격정적 사랑 완전 사랑하는데!!!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책읽는 나무님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2023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scott 2022-12-21 11:34   좋아요 3 | URL
요정님

황유원 번역본으로 읽어 보세요
언덕위로 부는 바람 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유려합니다

분명 작품 속 인물들 전부 정상에서 벗어나서
영화도 보고 나면 불편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2-21 20:54   좋아요 2 | URL
요정님...저도 그랬어요^^
초반에 몇 번을 졸다가 일어났어요ㅋㅋ 고전소설은 거의 대부분 초반을 넘기는 게 힘든 것 같아요. 한 중반은 넘어서야 진도가 확 빠지는 것 같아요. 전 다미여 소설 대부분 초반엔 꾸역꾸역 참고 읽었어요. 사실 인물 관계도 기억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도 하구요.
격정적 사랑!! 아마도 언덕 위에 부는 폭풍의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다미여에선 히스클리프와 캐서린과 한 몸으로 생각하고 있대서 전 정말 놀랐어요. 소설의 모든 면들이 은유라 읽으면서 눈이 띠용~ @.@
폭풍 언덕 읽고, 다미여 읽음 잠은 안 오네요ㅋㅋㅋ
그게 그런 뜻이었어? 하게 되더군요.

요정님도 서달 축하드리구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작년 이맘 때도 요정님 잘 부탁드린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럼 우리 친구 해도 되나요?
우린 여적 친구 사이가 아녔더라구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2-21 20:58   좋아요 1 | URL
스콧님....황유원 번역이면 어느 출판사인가요?
소설 속 인물들이 죄다 근친상간에, 얽히고 설켜 이게 뭔가? 싶었고, 그리고 왜 다들 병약해서 일찍들 죽는지?? 이상하다?? 싶었었는데 다미여 책을 읽으니 좀 이해가 갈 듯 하더군요.
영화가 두 편이나 있던데, 소설 읽고 나니 폭풍 언덕 영화는 이상하게 좀 꺼려져 아직 안 보고 있었어요.
연말 지나가면 그때나 봐야겠군요^^

꼬마요정 2022-12-21 21:02   좋아요 2 | URL
우리가 친구가 아니었어요??? ㅋㅋㅋ 우린 늘 친구였던 것 같은데 형식상 친구가 아니었나봐요 ㅎㅎ
스콧님 추천인 황유원 번역이 이번 흄세더라구요. 다시 도전해보렵니다!!

scott 2022-12-21 23:36   좋아요 2 | URL
휴머니스트 출판사 입니다

제가 앞장만 번역 비교를 해 보았는데 나무님,요정님 참고로 읽어 봐 주세요.
[원문- 1801.—

I have just returned from a visit to my landlord—the solitary neighbour that I shall be troubled with. This is certainly a beautiful country! In all England, I do not believe that I could have fixed on a situation so completely removed from the stir of society. A perfect misanthropist’s heaven: and Mr. Heathcliff and I are such a suitable pair to divide the desolation between us. A capital fellow! He little imagined how my heart warmed towards him when I beheld his black eyes withdraw so suspiciously under their brows, as I rode up, and when his fingers sheltered themselves, with a jealous resolution, still further in his waistcoat, as I announced my name.]

[김종길 번역본-1801년 -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말을 타고 다가가는 나를 보고 그의 시꺼먼 두 눈이 눈썹 아래에서 미심쩍게 찌푸려지는 것을 봤을 때, 그리고 내가 이름을 대자 그의 손가락들이 잔뜩 경계하며 조끼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을 때, 내 가슴이 얼마나 그에게 호감을 품었는지 그는 상상도 못 했으리라.]
[김정아 번역본-1801년. 방금 주인 양반 댁에 다녀왔다. 이제 그는 내가 신경 써야 하는 유일한 이웃이다. 경치 좋은 시골인 것이다! 영국 땅을 전부 뒤져본들, 이다지도 완벽하게 세속잡사에서 동떨어진 곳이 어디 있으랴. 더할 나위 없는 염세가의 천국이로구나. 적막강산을 반씩 나누어 가질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너무나도 어울리는 한 쌍이로구나. 대단한 친구다! 내가 말을 세우자 의심이 가득한 그의 검은 눈은 눈썹 뒤편으로 움푹 들어가고, 내가 이름을 댔는데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그의 손은 조끼 안쪽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니, 그는 상상도 못했겠지만 나는 그에 대해 적잖이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유명숙 번역본-1801년. 집주인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다. 나를 성가시게 할 유일한 이웃인 셈이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고장이다! 잉글랜드를 통틀어 세상의 소란에서 이보다 더 동떨어진 곳을 골라잡을 순 없었을 것 같다. 염세가(厭世家)에게는 다시없을 천국인 듯. 더구나 히스클리프와 나는 이러한 적막감을 함께 나누기 딱 알맞은 한 쌍이다. 멋진 친구다! 내가 말을 타고 다가가자 검은 두 눈이 의심쩍다는 듯 눈썹 뒤로 물러서고, 이름을 밝히자 손가락이 단호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조끼 속으로 더욱 깊숙이 숨어드는 것을 보고 얼마나 큰 호감이 솟아났는지 그는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황유원 번역본-1801년, 방금 집주인을 만나고 돌아왔다. 앞으로 나를 성가시게 할 유일한 이웃인 그를, 이곳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 전역을 뒤져본들 이보다 더 세상의 소란으로 부터 완벽히 동쩔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으리라. 염세주의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이다. 더군다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러한 황량함을 나누어 갖기에 참으로 어울리는 한 쌍이다. 아주 멋진 친구가 아닌가! 말을 타고 다가가자 그의 검은 두 눈이 몹시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썹 뒤로 푹 꺼지고 내가 이름을 대자 그의 손가락이 단호한 경계심을 보이며 조끼 속으로 더욱더 깊이 숨어드는 것을 보고 내가 얼마나 마음이 끌렸는지 그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책읽는나무 2022-12-22 08:41   좋아요 2 | URL
아침에 눈 떠서 번역본 읽어봤어요.
느낌이 좀 다르군요?
전 민음사걸로 읽었는데 장황하여 책이 두꺼웠던 건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황유원씨 번역이 좀 깔끔해 보입니다.
김정아, 유명숙씨 번역은 조금 시적인가? 싶기도 하구요.
읽으면서 문장이 좀 어지러우면 이해가 좀 힘들기도 하더라구요.
전 당분간 폭풍 언덕은 읽긴 힘들겠지만, 요정님은 살펴보시고, 맘에 드는 번역가님 책으로 선택하셔서 즐독하세요^^

scott 2022-12-21 1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서재의 달인

굿즈 요정 ^^

책읽는나무 2022-12-21 20:47   좋아요 2 | URL
요정???
요정이라면 다~~ 좋네요^^
늙은 요정도 요정 범주에 속할 수 있는 거죠?ㅋㅋㅋ

mini74 2022-12-21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모하고 격정적인 사랑....에 끌려 한때 꿈꾸곤 했지요. 그러고보면 소설 속 남주 인기투표하면 상위권인거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12-21 20:46   좋아요 2 | URL
언제 인기 투표 했대요?^^
히스클리프가 상위권이었다니..ㅋㅋㅋ
로체스터도 의외로 상위권이 아녔을까? 싶기도 하네요^^
히스클리프는 다미여에서 캐서린과 한 몸이래서 깜놀했습니다.

독서괭 2022-12-23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폭풍의 언덕> 재독 시작했는데 넘 재밌어요. 결론을 아는데도 재밌다니 참 신기합니다 ㅎㅎ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한 인물이라니 그런 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따.. ㅠㅠ

책읽는나무 2022-12-23 13:27   좋아요 2 | URL
이 책 저도 의외로 재밌더군요?
앞부분에선 좀 졸았지만요ㅋㅋ
어릴 때 동화로 읽었을 때는 뭔가 음산하면서 히스클리프 엄청 무섭고 히스클리프가 뭔가 불륜과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나의 기억이 왜곡되었었고, 불륜이 아닌 근친상간이 문제였더군요?
히스클리프도 알고 보니 불쌍한 인간!!ㅜㅜ
이거 읽고 에밀리 브론테부분 다미여 읽어 보세요. 오잉? 할거에요ㅋㅋ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한 몸 분신같은 존재라고 하던데 억지스러워 보이는데도 또 맞는 말 같기도 하구요?
해석하기 나름이긴한데 저렇게도 해석이 되는구나!! 신선했었어요^^

은하수 2022-12-23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독까지 했었는데 그것도 너무 오래전이네요
다미여 읽기 전에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한몸일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시 또 읽으래도 재밌게 읽을수 있어요 정말!^^
삼독하고 다미여 읽고 싶어져요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7
에이드리언 리치 지음, 허현숙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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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나요.‘(185 쪽)
고요하지만 단호하고 처절하게,
여성 시인이 바라본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일깨워주는 시집.
어렵지만, 역시나 고요하고, 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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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2-16 1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대는 100자평 달인!

책읽는나무 2022-12-16 13:48   좋아요 2 | URL
100자평 좋아하시는 sui님도 달인!!

억울한홍합 2022-12-16 11: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멈출 것이어요 ㅋ;;

책읽는나무 2022-12-16 13:49   좋아요 2 | URL
그죠? 여자들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 여자들 없는 대한민국도 상상할 수가 없죠!!
암만요~^^

그레이스 2022-12-16 1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어떻게 리뷰하지 했는데, 백자평 너무 좋네요^^ 저도 앞으로 시집은 백자평으로?

책읽는나무 2022-12-16 13:54   좋아요 2 | URL
시집 리뷰가 정말 어렵네요?
에밀리 디킨슨 시집을 어떻게 써보려고 했는데, 시간 지나면 읽은 시 다 까먹고, 완전 새로운 시가 되어 있고,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좀 헷갈리고...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오늘은 에이드리언 리치님의 리치한 시집은 권해드리고자 백자평 썼는데...이건 아닌 것 같은데? 생각 들지만, 그럼 우리 시집도 백자평으로 가봅시다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2-16 1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믿고 보는 나무님의 백자평^^

책읽는나무 2022-12-16 13:57   좋아요 4 | URL
이 시집은 믿고 읽으셔도 될 것 같아요. 에이드리언 리치님의 시집은 에밀리 디킨슨 시집과는 좀 다르네요? 이 시집도 무척 어려운데 여성들을 위해 쓴 시집이어 약간의 울림은 분명 있어요. 어려운데도 울림 있어서 저도 이게 맞나? 싶긴 하지만요ㅋㅋㅋ
 

4장-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와 5장- 제인 오스틴의 겉 이야기(와 비밀 요원들)의 두 개의 장은 제인 오스틴 작가의 소설을 집중 분석하여 비평 또는 공감한 글이다.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란 그 시절 영국의 관습과 법의 위용에 따라 오스틴의 소설은 신분을 박탈당한 젠더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오스틴은 자신의 모든 소설에서 여주인공의 인물을 통해 재창조 되어야 하겠지만, 때론 소설 속 인물들을 침묵시키고, 회피하고, 거짓말을 하게 만들어 산문 속에서 종종 입을 다문 경우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시선집 중 288 편의 시에서 ‘난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시오?.....유명인이 되는 게- 얼마나 처량한지!‘ 라는 시에서 ‘나는 무명인‘이란 말을 인용하여 빗대고 있는 장면도 인상깊었었는데, 산문(소설 또는 시) 속에서 무명인(침묵하거나, 회피하여 존재를 감추는)이 되어버리는 것은 곧 산문 속에서 입을 다물어버린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스틴의 작품 속에서 그 역할(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을 배당받은 인물들은 오스틴이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었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비꼬아 놓아 독자 스스로 가려내 읽고, 생각해 주길 바란 뜻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분명 오스틴의 숨은 뜻을 파악해야 할 그런 점이 있었을 게 마땅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호~ 이런 뜻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워하며 읽은 대목들이 무수하여 역시 평론가는 다르구나! 깨닫게 되었다. 평론가의 해석대로 읽고 흡수한다는 건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는 독서의 위험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깨닫지 못했으면 뻗지 못했을 그 잔가지들 방향의 자유로움과 전구에 불이 번쩍 들어오는 그 느낌을 깨닫지 못할 아쉬우이 분명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니까, 오스틴의 소설을 안 읽어서 아둔하게 이 책이 읽히는 것처럼, 읽은 소설이었어도 작가의 해석을 읽으며 비로소 감탄하는 내 모습에 또 아둔함을 느끼는 이중의 무지의 세계는 그리 기분 나쁘진 않고, 조금 재미는 있다.
아마 소설이어 가능할테고, 여성 작가의 숨은 뜻을 파악하여 새롭게 알게 되니 더 신기하고 재미있다.

암튼 자꾸 옆길로 새기 전에 얼른 오스틴의 소설로 다시 돌아와,
먼저 오스틴의 초기 작품인 <레이디 수전>을 이야기해 보자면,
읽으면서 무척 어리둥절했던 소설이었는데 비평을 읽고 나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작가의 여느 소설 속 주인공들은 현명하고(‘설득‘의 앤 엘리엇처럼), 당차고(‘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처럼) 조신하고(‘맨스필드 파크‘의 패니 프라이스처럼) 성숙(‘이성과 감성‘의 앨리너 대시우드처럼‘)한 모습이었는데 레이디 수전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잔꾀가 많고, 속물적인 여성으로 줄곧 그려진다. 결말 부분에서는 회개하여 딸과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예상을 깨고 딸에게 결혼 시키려 했던 남자와 결혼을 해버리는 엄마라니?
이해가 안갔으나, 오스틴의 초기작품이라고 하니 신인 작가의 모험심에 기댄 작품이어 그러한가보다.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몇몇 비평가들은 레이디 수전의 런던식 태도가 시골을 사랑하는 그녀의 딸과 어떻게 대조되는지, 어머니의 수다스러운 생기와 섹슈얼리티가 딸의 침묵 및 정결함과 어떻게 비교되고, 예술과 자연이 어떻게 대립되는지 탐색했다. 그러나 레이디 수전이 혈기왕성하게 쾌락을 좇는데 반해, 그녀의 딸은 활기 없고 연약하다. 사실상 레이디 수전의 딸은 자연을 적절하게 대변한다기보다 훨씬 수동적으로 사회화되어 있는 듯 보인다. 사실 그녀는 수전의 매력 없음(그녀의 딸에게 잔인한 면)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할 따름이다. 매력 없음은 레이디 수전처럼 교활한 여자들에 대한 흥미를 억누르려는 오스틴의 반사작용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레이디 수전과 프레데리카(수전의 딸) 의 관계는 교활한 여성과 천사 같은 의붓딸 백설 공주의 관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디 수전은 거의 편집증적으로 딸에 대한 증오에 사로잡혀 있다. 딸은 자아의 확장이자, 사회적 추방의 위험을 무릅쓰고 파괴하거나 초월하려고 애쓴, 피할 수 없는 여성성의 투사물이기 때문이다.
(311 쪽)

속으로 이상한 여자라고 욕 했던 수전은 왕비였고, 엄마에게 괴롭힘을 당하여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딸 프레데리카는 백설 공주였다니?? 그러니까 오스틴 작가는 극적 고조를 위해 딸을 침묵시키고, 회피시켰던 것이다.
옳다고 보아 온 역할이 곧 모두 정당하고, 다 옳은 게 아녔던 것이다.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충격이었고, 놀라웠고, 실은 재미도 있었다.
악녀로 둔갑된 여성의 악역은 실은 관습적 문화를 깨부수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악역에 여성을 대입시키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남성 악역보다도 부러 더 악랄하고, 더 자극적으로 나타내는 듯해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연기자들의 연기가 한몫 했겠지만 이상하게 내겐 좀 불편해 보였다. 헌데 이런 나의 시선도 어떤 틀에 갖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악녀는 실은 악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착한 역의 주인공은 어쩌면 유리관 속에 갖혀 있는 대중이 원한 그래서 더한 발전이 있을 수 없는 현재에 머물러만 있는, 실은 감금되어 있는 여성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맨스필드 파크‘ 이야기 속 패니와 노리스 이모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맨스필드 파크 소설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나는 노리스 이모를 욕했었다. 주인공 패니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계속 눈엣가시였었다. 노리스 이모는 과부가 되어 금전적으로 의존할 곳이 사라질까 늘 전전긍긍하여 자신의 신분에서 인색하게 재정을 관리하고, ‘토머스 경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얄미웠었는데, 노리스 이모가 패니를 그토록 뿌리깊게 증오하는 이유는 패니가 토머스 경 이모부의 보호를 원하는 경쟁자, 또 하나의 무력하고 유용한 의존자로 보기 때문(334 쪽)‘ 이었던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버트램 이모(나는 버트램 이모도 한 번씩 의문스러웠었는데, 무관심한 건지? 착한 건지?)는 선량한 역할을 자처하는데 이 인물은 ‘죽거나, 죽어가기 때문에 수동적인, 오스틴 소설 속에 나오는 ‘선량한‘ 어머니들처럼 레이디 버트램의 순종의 필요성과 재정적으로 안전한 결혼의 절대적 중요성, 그리고 이런 가치에 어울리는 무지를 가르친다(335쪽)‘고 한다.
패니는 어쩌면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침묵시키고, 회피하게 만든 산문 속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인물이 아녔을까? 싶다. 그리하여 노리스 이모가 더 못된 악역으로 돋보였던 것 같다.
메리와 헨리 인물도 각각 세속적이며 뻔뻔한 캐릭터로 만들어 버려 패니는 더욱 동정을 받고, 특히 메리는 저주받은 이브가 되기도 했다.
‘선량한‘ 어머니의 모습과는 달리 나쁜 노리스 이모의 모습은 여성의 힘, 노력, 정열이 생존과 즐거움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335 쪽)하고 있고, 메리는 패니와 대조적인 인물로 대립시킴으로 저주받은 이브였지만, 실은 현실을 직시하여 솔직하게 할말을 하는 역할이었는데 책에선 오스틴 작가를 가장 닮은 역할이 메리였다고 한다.

<오만과 편견> 을 펭귄북스로 읽었는데 그 책의 서문이 무척 인상적이다. <오만과 편견>은 <첫인상>으로 1790 년도에 세상에 먼저 나왔었다. 완성된 시점은 1797년 정도라고 하니 꽤 오랜시간 집필을 한셈이다. <오만과 편견>을 처음 구성할 당시 프랑스 대혁명 직후, 영국이 프랑스와 교전 중이었다. 당시 피트가 이끄는 강압적 정부는 영국에서 혁명 활동을 근절하려 했다고 한다. 이것은 제한적으로 성공하였고, 개인적인 것이 그야말로 정치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에드먼드 버크의 반혁명 저서 <프랑스에 혁명에 대한 고찰>은 온정주의, 세습 재산, 귀족 정치로 대표되는 봉건 전통을 유창하게 옹호하였고, 성 관련 습속 및 가족을 정치적 의제에 핵심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버크는 ‘우리의 공적인 충심은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하면서 ‘귀족 여성에 대한 도량 넓은 충절‘을 볼 수 없게 됐다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1766 년에 출간되어 1790 년과 1810년 사이에 여러 번 재출간된 제임스 포다이스의 <미혼 여성들을 위한 설교집>이 유행하다 못해 귀족 여성들에게 필독서로 읽히는 분위기였던 듯 하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의 어머니인) 는 <여권 옹호>에서 포다이스의 설교집을 강력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오스틴 작가는 에둘러 비판을 했는데 소설에서 콜린스라는 못난 인물을 통해 엘리자베스 자매들 앞에서 포다이스 설교집을 읽으며 조롱당하는 형식으로 비판했다.

오스틴 작가는 역사를 전혀 모르는 외계인 취급을 당하는 여성작가였지만, 그녀는 결코 역사를 외면하며 결혼에 집착하여 소설을 쓴 작가가 아니었다.
‘오스틴은 역사란 남성의 가식으로 구성된 한결같은 드라마인 동시에 고딕적인 로맨스와 마찬가지로 허구(그것도 매우 해로울 수 있는 허구)일 뿐이란 것을 암시한다. 또한 여성이 역사에 참여할 수 없고 역사의 장에 거의 완전히 부재해왔기 때문에 이 역사라는 허구는 결국 여자에게 무관심할 문제일 뿐임을 오스틴은 암시하고 있다.‘(277 쪽)고 한다.
오스틴의 각각의 소설에서 남성 지배적인 역사를 외부자의 각성하는 반항하는 관점으로 보는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은 점도 흥미를 끈다.
그리하여 오스틴 작가는 어쩌면 소리 없이 강한,
진정 페미니즘 작가가 아니었을까? 생각에 머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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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5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15 21: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님도 물론 서달 북달 하셨겠죠??
축하합니다.
좋은 선물 기다려봅시다^^

햇살과함께 2022-12-15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스틴 완독! 하신 겁니까?!! 멋지십니다~

책읽는나무 2022-12-15 21:56   좋아요 1 | URL
오스틴 완독은 아닙니다^^;;
저만큼만 읽었네요.
못읽은 책이 몇 권 더 있긴한데, 시간이 없어서 나머지는 패스했습니다.
읽은 소설만 정리하려고 해도 양이 너무 많아서 안되겠더군요ㅜㅜ
리뷰 하나 쓰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려 이제부터는 읽고 정리하는 것도 패스할까? 싶네요ㅋㅋㅋ~무조건 다미여랑 관련 소설만 읽어야 할판입니다.
 
레이디 수전 외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시공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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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전>은 서간체 형식으로 오스틴 작가 초기 작품답게 캐릭터들이 기존의 여주인공들과 달라 신선하다. 그래서 오스틴 작가가 달리 보인다. <왓슨 가족>과 <샌디턴>은 본격 풍자소설인가? 싶게 재미난 요소들이 곳곳에 있는데 미완성 작품이라니 아쉽다. 제2의 <맨스필드 파크> 이야기가 탄생했을지도 몰랐을텐데...여러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다양하고, 도드라지게 표현하였기에 영화가 많이 만들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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