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적초 - 비둘기피리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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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금은 특이한 단편집이다. 세 명의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각기 다른 세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초능력만 따로 모아 단편을 만들 정도로 이런 소재에도 관심이 많나보다. 하긴 그녀가 뭐에는 관심이 없겠는가. 하지만 이 작품들은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결코 가벼운 작품들은 아니다. 이 중 한편인 <번제>는 <크로스 파이어>의 전편격이다. 어쩌면 <구적초>도 경찰 소설이니 다른 작품에서 혼다 다카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러질때까지>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찍은 비디오를 보며 자신이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그러니까 일상의 미스터리로 보면 되겠다.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부모님 얼굴도 기억 못하고 살다가 집을 정리하던 도중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던 것의 봉인을 풀게 되는 아소 도모코의 잃어버린 능력을 찾아서가 되겠다. 

<번제>는 나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을 십대 범죄자들의 살인 유희에 잃고 복수를 생각하던 다다 가즈키가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아오키 준코라는 여성이 자신은 장전된 총이나 마찬가지니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사용하라는 말을 듣고 뻔뻔하게 법을 우롱하고 매스컴을 이용해 스타처럼 행세하던 아이들을 살해하기로 결심하지만 막상 그들과 같은 살인자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 도중에 그만둔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목표, 자신에게 그런 초능력, 염화력이 생긴 이유가 이런 범죄자를 응징하는데 있다고 믿게 된 아오키 준코를 말릴 수가 없어 헤어지게 된다. 그때 그녀는 신문을 보라고 했다. 그리고 신문에 그녀가 한 일이 실리자 다시 한번 다다는 준코를 찾아 나선다.  

이 단편이 <크로스 파이어>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짧지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외치는 준코의 목소리가 마음 아프게 와닿았고 다다의 모습도 우유부단하게 그려지지 않고 보통 사람의 모습처럼 묘사되어 읽는 내내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이 작품을 읽은 뒤 <크로스 파이어>를 읽는다면 그 작품을 좀 더 잘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표제작 <구적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이코매트러, 손만 대면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그 자질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경찰이 된 혼다 다카코가 나온다. 작품은 혼다 다카코가 포함된 경찰서 경찰들이 자잘한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짐잔 그것과 함께 초능력이 점차 사라져감을 느끼는 다카코의 불안하고 막막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결국 초능력이 있던 없던 인간의 고민은 같다는 걸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능력이 사라지기 전까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사건에 도움을 주려 애를 쓰고 능력이 사라져도 경찰로서의 자질을 입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저나 일본에도 우리나라처럼 바바리맨이 있군. 비록 하얀 우비를 입는 우비맨이지만 어디나 변태까지 똑같다니 사람 사는 곳은 에휴... 

작품은 세 명의 주인공인 초능력자외에 그들 이외의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도모코 부모의 아이가 꿈을 꾸고 난 뒤 머리가 아프다는 걸 어떻게 할 줄 모르면서도 도와주려 애쓰는 모습, 준코의 자신은 장전된 총이라는 생각에 그 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그녀를 안쓰럽게 찾아 헤매는 다다의 모습, 자신의 능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는 다카코의 옆에서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애쓰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초능력자에 대한 여러 시선을 접하게 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편견에 대한 일반인의 자세에 대한 문제 제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적초라는 꽃이 있다고 한다. 뭐, 다카코와 그와 같은 능력자가 붙인 이름이지만 어쨌든 노래를 부르는 꽃이란다. 들은 적은 없지만. 꼭 내가 들어야만 수긍한다는 건 웃기는 일이니까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건 초능력자를 못 봤다고 해서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이 초능력을 얻는 대신 사람들과 다른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한다. 그 능력만 볼 뿐 그것 없이 살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한다. 더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버릇때문이다. 이 세 단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미스터리를 통해 깨달음을 준다.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그녀의 작품을 사랑하고 계속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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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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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는 다양한 작품을 쓰고 있다. 일상의 미스터리도 선보이고, SF작품도 쓰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 미스터리도 쓰고 있다. 여기에 초능력과 미스터리를 합한 작품도 선보였다. 이젠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찰도 포함시킨 거대한 소재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작품에서 작가가 빼놓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사회를 통찰하는 능력이다. 독자는 작가의 눈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그녀는 어떤 작품에서도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임을 잊지 않고 있다. 그 점이 미야베 미유키가 대단한 점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용은 잠들다>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소재로 사용한 적이 있어 초능력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 작품에서는 염력 방화 능력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불을 낼 수 있고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사회악을 응징한다는 내용은 마치 만화 <데스노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흉악 범죄를 참기 힘들어졌다고 작가는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듯이 말이다. 

아오키 준코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경찰이 잡지 못하는 범죄자, 소년법에 의해 잡을 수 없는 범죄자를 응징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범죄자를 찾아다닌다. 범죄자를 찾지 못할 경우 자신의 안에서 아우성치는 방화력을 풀어줘야 한다. 그래서 어느날 밤 폐공장을 찾게 된다. 힘을 방전시키기 위해서. 그런데 그때 한무리의 사람들이 폐공장으로 들어온다. 숨어 지켜보는데 살인을 하고 사체를 묻기 위해 온 범죄자다. 준코는 일단 세 명은 처치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피해자가 살아 나고 범인 중 한명이 총을 쏘는 바람에 한명을 놓치고 그 총에 피해자는 결국 숨지게 된다. 숨지면서 그 남자는 자신의 애인이 납치됐음을 알리고 살려달라고 부탁한다. 이제 준코는 자신의 능력을 쓸 범죄자를 찾아 나선다. 

같은 시기 납득하기 힘든 예전 방화 사건과 이번 사건이 동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치카코는 옵서버 자격으로 사건을 돌아보다가 독특한 관점을 가진 마키하라 형사를 소개받아 함께 아오키 준코를 쫓게 된다. 치카코는 초능력을 믿지 않는 상태에서, 마키하라는 아오키 준코가 초능력자임을 믿는 상태에서. 마키하라는 경험에 의해 초능력을 믿게 되었지만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할 일이 초능력이라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농담이나 엉뚱한 발상으로 치부된다. 그러던 두 사람은 콤비가 되어 그녀의 자취를 따라 가다가 또 다른 이해할 수 없는 방화를 일으키는 가오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작품은 브레이크가 없이 범죄에 탐닉하고 더 악해지는 소년들의 행동을 보여주고 또 다른 공감할 수 있는 범죄자의 이야기로 범죄에 대해 경찰만으로, 기존의 법만으로 부족함을 먼저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준코를 통해 그 능력이 점차 무고한 사람에게까지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하며 폭주하는 모습을 통해 저런 단죄를 원하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동생이 어린 나이에 죽는 모습을 목격하고 일생을 동생의 원수를 찾기 위해 경찰이 된 마키하라를 통해 개인적 복수의 무상함을 일깨워준다. 이런 이야기들 사이에 나이 든 경시청 방화반에 있는 치카코 형사의 모습은 모든 것을 감싸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내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범죄자를 응징해줄 슈퍼맨같은 능력자가 있다면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아오키 준코 스스로도 자신이 하는 일이 정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하지만 회의를 갖는 것처럼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런 능력은 잘 써도 위험하고 잘못 써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잘 쓴다고 해서 법죄자를 내 마음대로 골라 응징한다고 치면 그건 곧 내가 법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끔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얼마나 그런 생각이 위험한 발상인지를 깨닫게 된다.  

전쟁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무고한 희생자를 내면 안된다. 마구잡이로 살인을 해서도 안된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피는 피를 부르기 때문이다. 범죄는 범죄를 낳고. 세상 살기 참 힘들다. 그렇다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화풀이하듯이 산다는 것은 더 힘들게 사는 방법이다. 자신을 장전된 총으로 생각한 아오키 준코가 좀 더 냉정하게 처신하고 그 총이 오발될 수도 있음을, 거기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면 그리고 누군가 그녀에게 그런 일에 대해 잘 가르쳤더라면 다른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다 읽고 뒷 맛이 쓴 작품이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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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21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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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이 돌아왔다. 반전의 제왕! 스탠드 얼론의 대가가 또 한번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며 우리를 놀라게 한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을 읽어 본 독자들은 사실 그가 반전을 많이 구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놀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처음 시작을 마치 나레이터가 읇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그 남자의 다음 사연이 궁금해지도록. 그리고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잔잔하고 정지된 느낌에서 빠른 전재는 컬러 영화를 보는 느낌을 전달한다. 그의 반전은 여전하다. 하나의 단서 아래 부비트랩처럼 반전을 심어두고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다시 흑백 영화와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평범한 인생의 평범함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가치가 아니냐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누구나 그렇게 저지르게 되는, 또는 말려들어가는 일이 일어난다. 그걸 우리는 불행이라 부른다. 맷은 술에 취해 싸움을 말리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 죽일 의도는 없었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전과자가 된 그는 그래도 삶을 이어간다. 올리비아라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오래 기다리던 아이도 갖게 된다. 직업도 있다. 비록 변호사 보조이긴 하지만. 그런 그에게 이상한 동영상이 카메라폰으로 날라온다.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있는 모습이다. 방 안에서. 그는 그 여자가 아내임을 알아보다. 하지만 누가, 왜 이런 것을 보낸 걸까? 그리고 얼마 뒤 누군가 그를 미행하는 걸 감지한다. 또 한번 그에게 불행이 찾아오려는 걸까? 그는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한편에서는 맷의 초등학교 동창 로렌이 한 수녀의 죽음을 조사한다. 이상한 수녀다. 유방 확대 수술을 한 수녀라니. 여기에 특별히 그녀가 다닌 카톨릭 학교하서 교장 수녀님이 은밀히 그 수녀의 신분 조사를 의뢰하신다. 그러다 단순한 자연사가 아닌 살인으로 밝혀진다. 수녀의 방에는 온통 전직 경찰의 지문이 묻어 있는데 그 경찰은 살해된 채 발견되고 수녀의 통화 기록 중 눈에 띄는 한 통이 맷과의 연관성을 알려준다. 그는 전과자다. 친구였지만 전과자였기에 그가 변했으리라 생각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때 FBI가 자신들과 관련된 사건이라며 사건을 장악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올리비아의 과거는 또 한번의 반전을 예고한다. 

두번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맷의 심정이 잘 표현되고 있다. 정말 전과자라면 무조건 의심해야 하는 것일까? 전과자가 아닌 사람은 그럼 결백하다는 뜻일까? 아들을 죽인 맷을 스티븐의 부모는 여전히 용서하지 못한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게 반대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죽은 자와 죽인 자가 분명하고 죽인 자는 그래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죽을 때까지 살인자라는 멍에를 쓰고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충분한 죄값이 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 이외의 다른 죄를 덮어 쓸 이유는 안된다. 사회가 의심을 하는 것은 그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댓가이겠지만 그들도 사는 동안은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난 꼭 주인공 편이라 중심을 못 잡는게 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맷 헌터가 그가 죽인 스티븐의 엄마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장면이다. 그들은 만나서 사는 이야기를 한다. 맷은 그녀를 만나 올리비아에게서 온 동영상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조언을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졌을 때 그녀를 찾아가자 그는 그의 사정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다. 결국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의식이었는지 모른다. 맷은 그 만남을 그래도 조금 자신을 용서하려는 것은 아닌가 내심 바랐고, 그녀는 그를 만나 아들을 잊지 않게 각인시키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기묘한 살인자와 피해자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아마도 이성은 놓아주고자 해도 감정은 그럴 수 없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아이들을, 가족을 지키고자 애를 쓰는 사람들이 사는 뉴저지의 모습과 대비되는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리퍼들의 사연은 그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맞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누군가는 태어날때부터 행복하고 누군가는 태어날때부터 불행하다. 누군가는 가족이 애지중지하고 누군가는 어린 나이에 팔려간다. 그리고 늪에 빠진 것처럼 원치 않는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런 스트리퍼 중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입양 보낸 뒤 죽은 여자가 있다. 맴 처음 그녀의 딸이 친엄마를 찾아 오며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것은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 일도 있는 법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더 큰 불행을 예고하는 서막인가? 마치 불행을 누군가는 타고 나는 것 같이 느껴지게 만드니. 그래서 인간은 늘상 '만약에...'를ㄹ 달고 사는 모양이다.     

작품은 할런 코벤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어떻게 별개의 사건들이, 별거 아닌 이야기들이 이어지게 되는 지 그는 능수능란한 기교를 변함없이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퍼즐을 풀면 또 하나의 퍼즐이 나오고 그 퍼즐을 놓치면 무수한 단서들 사이에서 길을 잃게 된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내를 끝까지 믿는 맷 헌터만 따라 가면 된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세상에 진정 결백한 자가 있는 지 생각하게 되고 불행을 극복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것이 전형적인 미국식 스타일일지라도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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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11-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재미있는 작품은 소개받은 거 같네요. <고백>도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물만두 2009-11-24 11:49   좋아요 0 | URL
할런 코벤은 기본은 하는 작가니까요^^

좋은날 2009-11-2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안녕하세요..
오늘 영화 백야행 보고 왔어요.
영화 도움주신분에 물만두님 이 제일 앞에 있던데..
물만두님 맞죠?
아는 이름 보니 무지 반갑더군요..
맞는거죠?

물만두 2009-11-26 11:0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별 도움드린 게 없는데^^;;;
맞습니다.
 
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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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 자체가 눈길을 확 끌어 당긴다. 한 여자가 차를 타고 가다 접촉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가다 경찰에 잡힌다. 여자는 경찰에게 순간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만다. 30년전에 일어난 베서니가의 실종 사건의 헤더 베서니가 바로 자신이라는. 그러고 그녀는 변호사없이는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기를 거부한다. 경찰은 그녀를 믿지 않는다. 그녀의 말을 믿기에는 그녀가 너무 비밀을 많이 갖고 있고 교묘한 거짓말장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녀는 도대체 누구고 베서니가의 사건은 30년만에 해결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제목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무슨 말일까? 

작가는 작품을 단순한 실종 사건, 그에 따르는 잔인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달라지지 않은 점과 달라진 점을 보여주고 각각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조각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의 사건과 두 자매의 삶의 발자취, 남은 사람들의 인생까지 돌아보게 한다. 그로 인해 또한 아무 관련없어 보이는 이의 삶까지 관심을 갖게 만든다. 마치 그때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끼어들었듯이 말이다. 인간의 삶이란 이렇듯 혼자 만들고 감당할 수 없고 고립되기도 쉽지 않고 그 반면 고립당하기 또한 쉬운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30년전 서니와 헤더가 실종되던 날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슬로우 비디오를 보여주듯, 비가 내리는 흑백 영화를 보여주듯이 설명을 한다. 그 관점이 모두 제각각이다. 그날 동생 헤더를 데리고 가야 했던 서니의 심정과 언니를 따라 가고 싶고 언니의 우둔함을 비웃는 영악한 헤더의 심술굿음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날 하필이면 바람을 피우던 엄마 미리엄과 장사가 안되서 괜히 아내 탓만 하며 이상한 종교에 더 몰두하는 데이브의 서로 다른 행보, 아이들의 실종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끝까지 아이들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한 나이 든 경찰의 허무함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볼티모어의 경찰들의 현재의 모습까지 각 인물들을 생생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발로 뛰어 다니는 인판티가 인상적이다.  

실종 사건은 가장 가족을 힘들게 하는 사건이라고 한다. 살아 있는 지 죽었는 지 알 수 없어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자니 거기에만 매달리기에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 그들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한 가족에게 일어난 실종 사건은 그들 가족의 시간을 아이들이 실종된 시점에서 멈추게 만든다. 그렇게 그들은 고인 삶속에 황폐화되고 서로 어긋나게 된다. 물론 이 작품에서 미리엄과 데이브의 이혼이 아이들과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사건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작품은 이렇듯 실종 이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실종된 후 아이들만을 기다리며 살다 죽은 데이브, 아이들이 죽었다 생각하고 멕시코로 떠나 새 삶을 산 미리엄,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실종된 뒤 혼자 살아남은 헤더가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읽다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가 툭툭 튀어 나와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 모두가 합쳐져서 하나의 현실성을 띤 작품을 만들어 냈다. 정말 희생자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 지 교묘하게 요소 요소에 배치해두고 있어 마지막에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된다. 정말 열다섯, 열둘이라는 나이는 삶을 빼앗기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작가는 그것을 독자가 공감하게 하면서도 침착하게 읽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스릴과 서스펜스, 속도감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이 작품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은 뒤 많이 생각하게 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이 작품은 분명 만족을 줄 것이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 찾아내는 단서와 반전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주 단순한 사건 -실제 있었던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에 대한 작가의 폭 넓은 관점과 사회의 문제점, 가정의 문제점,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 자신, 인간 개인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모두가 너무 늦게 깨닫게 되는 잘 되거나 잘못 된. 많은 추리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무성하던 작품이다. 읽게 되어, 작가를 알게 되어 영광이다. 볼티모어 경찰 시리즈만이라도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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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1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늘 저로 하여금 보관함을 누르게 만든다는..흑!
추천도 함께 꾸욱입니다~

물만두 2009-11-19 13:55   좋아요 0 | URL
헤헤헤 그게 제 목표일지도 몰라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또 땡투 보관함에 쓱~

물만두 2009-11-20 10:11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어요^^

stella.K 2009-11-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연속 2주 마이리뷰 당선이라!
이런 일도 있군요. 이런 일 알라딘은 절대 안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알라딘이 그대만 좋아하는가 봅니다.
암튼 잘된 일입니다. 축하해유!^^

물만두 2009-11-30 15:02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제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저도 깜딱 놀랐답니다.
감사합니다^^

요구르트소녀 2009-12-1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너무 재미있게 쓰셔서 꼭 책을 사고싶게 만들어요..
만두님께서 리뷰를 계속 잘 쓰셔서 저의 우상이 되어주세요~~! ^^

물만두 2009-12-17 10: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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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 소유의 박물관 앞에서 미치광이를 만난 경관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사건에 관여된 인물들이 펠 박사를 찾아왔다. 캐러더스 경사, 그 박물관 소유주와 막역한 사이인 부국장 버트 암스트롱 경, 해들리 총경이 각기 겪은 이야기와 사건에 등장한 증거물들을 가지고 기데온 펠 박사에게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치 천일야화를 패러디한 일일야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흰수염을 단 미치광이는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이상한 남자가 박물관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된 뒤 기절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후 박물관을 조사하다 시체를 발견하게 되어 살인 사건 수사를 하게 된다. 그곳의 경비원은 모르는 이라고 하고 우연히 만난 그곳의 딸인 미리엄 웨이드를 만나 박물관 큐레이터를 찾아 간다. 그가 사는 곳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미리엄의 친구와 오빠, 오빠 친구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그곳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그곳에서 그들과 대화를 하던 중 가짜 경찰 제복을 입은 그들의 다른 친구가 등장해서 사건은 기묘해진다. 

누군지 모른다던 피해자는 그들이 잘 알던 자였다. 잘못하면 미리엄에게 큰 타격을 줄 스캔들을 일으킬 남자였고 그들은 그가 죽던 시각에 박물관에서 미리엄의 약혼자를 놀려주기 위한 연극을 준비중이었음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 시체는 마차 안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캐러더스는 서막을 장식하고 뒤를 이어 자신이 살인을 목격했다는 목사가 버트를 찾아온다. 여기에 사건은 해들리 총경에게 넘어가 범인을 다 잡는가 싶었는데 순식간에 사건은 뒤집어진다. 

그 시대, 이 작품이 쓰여진 1936년을 작품속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이라크가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러면서 그들 아랍인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던 시대에 아일랜드인, 잉글랜드인, 스코틀랜드인이 머리를 모아 피부색이 조금 다른 남자, 조금의 동정의 가치도 없는 피해자를 죽인 살인범을 찾기에 힘을 모은다. 그들이 외치는 건 정의가 아니다. 그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손에서 벗어난 범인을 응징하고 싶을 뿐이다. 

작품은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을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릴레이 서술 구조를 가지고 하나의 사건에 세 사람이 이어서 살을 붙이고 조사를 더해 하나의 사건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일목요연하게,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겪은 이기를 잘 전달함에 무리가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하지 않고도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전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오컬트적이지 않은 딕슨 카의 정통 추리소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그 한정된 공간에는 방이 너무 많고 또 용의자도 너무 많다. 그래도 그들의 알리바이만 제거하면 된다. 그리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는 지도 가려내야 한다. 모두가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자발적으로 경찰을 찾아와 증언하고 눈물로 호소하고 여인의 매력을 발산할 지라도 흔들림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모든 것을 명백하게 말이다. 지문도 조사하고 비밀 계단도 조사하고 그들의 말에서 무심코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심사숙고하는 진지함과 냉철함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기데온 펠 박사가 필요한 부족한 2퍼센트가 있었던 것이다.    

이 한밤의 광란의 이야기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펠 박사를 잠 못들게 한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조목조목 짚어줄 뿐이다. 언제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나 기다렸는데 기데온 펠 박사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잠깐 등장한다. 사건을 총 정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잠을 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마지막 마무리는 좀 황당했다. 하지만 기데온 펠 박사는 정곡을 찌르고 있고 그것은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 역시 고전 추리소설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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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1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필독해야 될 작품이죠.만두님 리뷰를 보니 당장 읽고 싶어지는데요.
근데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물만두님은 만두를 좋아하세요?
오늘 찾아라 맛있는 TV를 보니 변씨 만두가 맛있어 보이던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네요^^

물만두 2009-11-14 14:2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은 응당 읽으셔야죠^^
만두를 예전에 밥처럼 먹었답니다. 지금은 그냥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