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 여섯 명의 작가가 바라본 한국인의 여섯 가지 공포
김다은 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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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제가 <여섯 명의 작가가 바라본 한국인의 여섯 가지 공포>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밀접한 것들 가운데 공포로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을 쓰고자 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내가 원한 공포의 이야기, 밀도 있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생활에서 이런 것이 더 쉬운 공포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다은의 <마담>이라는 작품은 거짓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 젊은 시절 자신의 과거를 속이고 결혼한 여자가 자신이 한때 룸사롱에 다녔다는 걸 남편이 안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과 사생활 노출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사회가 금기시하고 자신조차 용납할 수 없는 것을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노력의 대가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공포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예수께서 죄 있는 자 돌로 쳐라 라고 하셨을 때 아무도 돌을 던지지 않았다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과 사회구조로 봐서는 자신의 거짓과 위선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돌을 던져 하나의 희생양을 만들고자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단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인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들춰내는 행동은 관음증과 더해서 어디선가 우리 내부에서 심하게 썩어 들어가고 있는 병리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박덕규의 <비밀의 방>은 좀 더 세련되게 썼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든 어떤 사회든 인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세 지향적이라는 건 공통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일등만능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일등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은 스포츠 스타를 응원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언제나 금메달에 조명이 맞춰지는 것, 은메달이나 동메달 따기는 쉬운 줄 아는 것처럼 그들의 노력은 무시하는 현상들을 보면 꼭 다른 나라는 안 그런데 우리나라만 이라는 말이 따른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이미 일정 선에 도달했기 때문이고 우린 아직 그 선까지 가고 있는 과정이라 채찍질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것의 근본은 따져보지 않은 채 그들만큼 크고 싶고 가지고 싶은 국민 모두의 마음과 정부의 부추김이 오늘의 사태까지 몰고 온 것이다. 결국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올라야 하는 우리의 공포를 왜 우리는 아직도 인식 밖으로 애써 밀어내고 있는 것일까...

 

박성원의 <긴급피난>은 이 작품에서 내가 바란 공포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다. 운전사고로 한 남자에게 구조된 남자, 그런데 남자는 그를 집에 데려가고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의아하지만 눈이 많이 내려 고립된 거라 생각하며 애써 납득하려 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남자는 사라지고 그의 앞에 펼쳐진 공포는... 결국 어떤 상황에 쳐하더라도 인간에게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겪을 공포를 생각하는 것이 타인이 겪을 공포를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고 당연하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이고 믿을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정말 긴급피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박철우의 <신라의 달밤>은 아파트에서 자주 일어나는 층간 소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것이 무슨 공포가 되겠냐 싶겠지만 사회 문제가 될 만큼, 그리고 잦은 싸움과 고소, 살인까지 이어질 만큼 대단한 일이다. 우리는 작은 소음도 참아내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경적을 울린 남자를 쏜 남자가 정당방위가 인정된 예도 있다. 너무하다 싶겠지만 그 남자가 판사 집 앞에서 매일 경적을 울렸다고 한다. 내가 내는 소리가 얼마나 심각하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그 소리는 살인을 부를 수도 있는 위험한 공포 소리임을 명심하고 모두가 조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다.

 

김나정의 <우리 모두 천사>는 입양된 아이, 고아원에 있는 아이,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그들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입양은 공포일 수도 있다. 모두가 빨강머리 앤처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폐쇄적인 혈연과 가족 구성에 대한 맹목적 유대가 어떤 비극적 공포를 낳을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천사도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천사가 어떤 천사인지 알 수 있는 건 우리 마음에 들어 있다.

 

이정은의 <먹어 봐>는 한미FTA가 타결된 시점이라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나는 모르지만 조류독감이 한번 발생하면 뉴스에 어떤 것들이 올라오는지는 안다. 그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그 어떤 공포보다 더한 공포일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공포,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는 공포, 나이가 주는 공포,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다시 시작할 나이가 아닌 사람이라면 그것은 치명적이 될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 국민의 생존권에 대한 보호는 국가에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의 생존권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와 정부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 그 어떤 작품보다 사회성 있고 지금 우리가 읽고 지켜야 하는, 그래서 물리쳐야 하는 공포가 아닌가 생각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인데 대비책이 없다는 사실이 더 공포다.

 

내가 생각한 공포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용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6명의 작가가 끄집어낸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공포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와 공포의 기원이나 구조의 양상에 대해서는 보여준 것이 없는 것 같다. 내용이 너무 짧았다. 또한 아주 세련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쯤 보고 생각할만한 작품들이라는 생각은 든다. 작품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내 안의 잠재하고 있는 공포를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도. 이 단편들을 읽으며 그런 자신의 내면 속의 공포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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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5-0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소설은 읽지 못하는데, 리뷰를 보니 굉장히 호감가는데요. 보관함에 넣어야겠어요. 항상 물만두님덕에 제가 몰랐던 소설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감사해요 :)

물만두 2007-05-0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같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생각하면 할 수록 좋더군요. 글이 아닌 거기에 담겨진 것들이요^^

sayonara 2007-05-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나온 공포 단편선을 읽었는데... 한국공포소설의 신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더라구요. 그동안 선입견 때문에 너무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도 한 번... -_-+

물만두 2007-05-0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이 단편들은 그 단편들과 공포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으로써 글솜씨는 좀 그렇지만 주제의식은 썩 괜찮은 내용들입니다. 감안하고 읽으세요^^

sayonara 2007-05-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을 보니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려는 칭찬만두의 음모(!?)같은데요... -_-+
글솜씨와 주제의식을 굉장히(!) 많이(!!)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같은 기분이... -_-;;;

물만두 2007-05-0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아무래도 공포에 대한 시각차이가 있거든요^^;;;

비로그인 2007-10-3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별 하나가 더 반짝거리고 있군요. 그런데 긴급 피난이 저도 가장 좋았습니다.가장 아닌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비밀의 방'을 택했겠지요. 무섭기는 커녕 지루했으며 긴급 피난의 경우 뒷페이지를 얼른 넘기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이것이 과연 `한국인이 느끼는 공포'인가, 라고 반문해 본다면 별 자신이 없어요. 기획의도는 참신했는데, 작품이 뭔가 의도에서 벗어난 것 같다, 라고 계속 생각이 납니다.

물만두 2008-06-03 09:51   좋아요 0 | URL
이제 댓글을 봤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다 다르지 않나 싶어요. 보편적인 공포도 있고 자기만의 공포도 있고... 부제를 안썼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행복을 찾아서
크리스 가드너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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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리스 가드너라는 한 남자의 성공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이다. 에세이를 거의 읽지 않는 내가 이 작품을 읽은 이유는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영화는 못 봤지만 포스터 속에서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이 함께 걸어가던 뒷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흔히 성공이라고 하면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부자들은 돈이 전부는 다가 아니라고 말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아들과 함께 노숙까지 하면서 악착같이 열심히 돈을 벌 생각을 안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돈과 성공을 빼고 생각해보자. 우선 이 책은 자식의 소중함을 아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은 두 종류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자식을 버릴 수 있는 아버지와 자신의 아픈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절대 자식을 버리지 않는 아버지. 크리스 가드너는 후자를 어린 시절 맹세했고 그 맹세를 지켰다. 비록 노숙자로 화장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자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볼만 하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고 제일 먼저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늘고 이혼하면서 서로 맡지 않겠다고 싸우는 세상이 되어버린 요즘 그래도 제 자식 끓어 안고 살려고 애를 쓰는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해본다.

 

또 하나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배우려고 했고 배울 때 최선을 다해 배운 크리스 가드너의 정신은 오늘날 여전히 학벌 지향주의를 타파하지 못하고 대학만을 외치며 사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배우게 놔두라고. 스스로 배우지 못한 것은 절대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

 

188쪽에 이런 말이 나온다. ‘불운처럼 보였던 것은 가면을 벗겨보니 축복이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삶을 산다면 누구에게든 행복은 찾아올 것이다. 크리스 가드너처럼 대단한 부자가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누가 이 사람처럼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예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는 아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 아닐까. 이 5월, 가정의 달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부모였는지, 부모가 될 수 있는 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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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과 함께 영화까지 보고 싶어져요. 뭘 먼저 봐야 하나.......... ^ ^;;;;;

물만두 2007-05-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둘 다 보세요^^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알랭 마방쿠 지음, 이세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깨진 술잔이라 불리는 전직 교사출신의 주당에게 ‘어림없지’의 술집주인이 공책 한권을 주며 글을 써보라고 하면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시작되자마자 ‘어림없지’의 탄생비화를 풀어내는데 이렇게 기막히게 재미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재치가 번뜩이는 작품은 처음 본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를 가지고 콩고의 정치 현실을 그렇게 쉽게 이해시키는데 정말 감탄하고 말았다. 농업부 장관의 그 명언이 유행하자 대통령이 자기의 대필가들에게 그와 같은 명언을 지어 바치라고 한다. 그리고 탄생한 말이 ‘여러분을 이해합니다.’다. 가히 정치인들이 할 만한 쇼라 할 수 있는 얘기였다.

 

깨진 술잔은 ‘어림없지’에 드나드는 주당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는데 그들이 왜 술독에 빠지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 속에서 변화하는 콩고의 모습과 여전히 콩고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의 허울 좋은 말 속에 감추어진 가면과 그들 스스로 흑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흑인이 해야 하는 행동 사이의 갈등, 가치관의 혼란과 나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살아감에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콩고, 나아가서는 아프리카인들이 겪는 일상의 단면을 조금은 알아가게 된다.


또한 깨진 술잔의 말 속에 들어 있는 뼈도 느낄 수 있다. 어느 그리스의 한가한 노인이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벌거벗고 나온 것이, 심심해서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과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는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침 먹으면 점심 끼니가 아니 저녁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 인류에 대한 업적이라는 나부랭이들이 무에 중요하며 그것을 안다고 지금의 현실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지 나도 알고 싶다. 그 한가한 사람들이 그런 일을 발견할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굶주림에 절망 속에 사라져갔을까. 그러니 깨진 술잔에게 천국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가 술에 절어 산 것이 죄가 되어 그렇다면 옆의 깨진 창문이라도 넘어 들어가게 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비단 아프리카 콩고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깨진 술잔에게서 넘치는 블랙 유머는 우리의 선술집의 질펀한 삶의 얘기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작가가 작품 속에 다른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삽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 흐르듯 그 작품들은 이 작품 안에서 녹아 이 작품을 빛내고 있다. 그런 뛰어난 언어적 유희와 재치가 작품을 읽는데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책이 단순히 한 권의 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가와 작품, 독자를 엮어주는 다리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다른 작품에서 사용되어 왔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자연스러움을 주지는 못했고 오히려 그 책에 기대는 감마저 주었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작품과 확실한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글쓰기와 글장난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고 할까...

 

아무튼 내 짧은 소견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라면 이렇게 다양한 문화의 책을 골고루 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더 좋은 여러 나라의 접하지 못했던 책들이 출판되기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자. 정확하게 말하면 콩고 술집이다. 콩고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나라도 두 나라가 있다고 하는 걸 이 작품을 읽고 처음 알았다. 콩고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중국인이냐, 일본이냐를 들으면 기분이 안 좋듯이 아프리카인들도, 아니 어느 나라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부가 까만 사람은 모두 아프리카인으로 뭉뚱그려 말하면 안 된다. 이들도 각기 나라와 부족에 대한 차이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또한 백인이라고 모두 미국인은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 적어도 ‘콩고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로 제목을 정했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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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4-2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아프리카 문학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 만땅이었는데 서평단에 똑 떨어졌어요. ㅠ.ㅠ 일단 님들의 리뷰 올라오면 보자 했는데 지름신이 슬슬 오느것 같은것이... ^^

물만두 2007-04-2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ave25님 재미있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바람돌이님 그죠. 지르세요~^^
dave25님 그분이 오심 지르셔야합니다^^

짱꿀라 2007-04-2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고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갑니다. 너무 재미있게 리뷰 읽었어요. 주말 잘 보내시고요.

물만두 2007-04-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저도 이 책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프레이야 2007-04-3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 보여요. 님의 뽐뿌질 리뷰에 한표!

물만두 2007-04-3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제 리뷰는 늘 호객 리뷰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로그인 2007-05-0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좋은 리뷰 읽고 갑니다. (웃음)

물만두 2007-05-0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감사합니다^^

다락방 2007-05-1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어요. 제목도 멋지잖아요, 글쎄. :)

물만두 2007-05-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가시도치 회고록도 좋답니다^^
 
신원 미상 여자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조용희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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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순간 자신이라는 존재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여기 세 명의 여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제 막 십대를 졸업하게 된 열여덟의 금발머리 여자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열여섯의 갈색 머리 소녀와 실연을 당하고 낯선 도시에서 고독을 느끼며 외로워하는 좀 더 성숙한 여인이.

 

이들은 모두 떠난다. 금발머리 여자는 모델이 될 수 없음에 좌절하고 무작정 파리로 떠나와서 한 남자를 만나지만 그 만남은 정체불명의 남자와의 한 달 간의 만남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뒤로 오래도록 그 시간을 기억하며 살고 있다. 이제 그녀는 신원 미상의 여자가 되었다. 그녀는 그 남자처럼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열여섯에 수녀원 기숙학교를 과감히 떠나 자립을 선택한 소녀는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 사람들은 그녀가 잘될 거라고 말을 하지만 그녀는 결코 잘 되지 않는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두려움 가득한 세상에 홀로 던져진 외로운 소녀의 고단한 삶은 자신을 찾을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다. 다만 과감한 결단력만을 가르쳤을 뿐이다.

 

말발굽소리를 싫어하던 여인은 좀 더 남아 있기로 한다. 아직 더 있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역시 좀 더 나이를 먹은 사람이 자신에 대해 여유를 갖게 되는 모양이다. 자아 찾기라... 과연 그들의 자아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마치 가족이, 사회가 이들을 세상에 내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느낌을 갖게 한다. 버려진 사람에게는 보호가 되는 울타리가 없기 때문에 자신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쩌면 평생 찾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울타리가 있는 사람이든, 울타리가 없는 사람이든 찾지 못하면 절대 찾지 못하는 법이다.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읽는 내내 사라지고 싶습니다. 떠나고 싶습니다. 누군가 저를 안아주세요. 나를 좀 바라봐 주세요. 하는 것 같은 그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았다.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고 고단한 세상 어디에나 있을 신원 미상의 여자들이 지금 구원의 손길을 뻗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전히 이들은 신원 미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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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소설가의 사회
호영송 지음 / 책세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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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서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작가는 작품마다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단편들은 우리나라의 소설사를 파노라마처럼 훑고 지나간다. 소설가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배고픈 연극인, 연출가도 등장한다. 작가는 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사실주의 소설이 통하지 않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와 사회를 원망하는 것을 뒤로 하고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SF소설을 쓴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소설은 조국이다. 모국이다. 그렇다고 변변히 세계 속에 내놓을만한 것은 또 아니다. 끼어 버린 소설가의 고뇌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또 한 장르에 국한해서 읽는 사람이 이런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이 땅에서 오늘도 자신의 신념 하나만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 작가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가 오죽 답답했으면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세계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할까 싶기도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국내 독자도 잘 안 읽는 소설을 국외 독자가 읽을까? 공감대를 국내에서도 형성하지 못했는데 영어로 쓴다고 통할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모두가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번역서를 읽듯이 그들도 번역서를 읽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인 모두가 원하는 것을 우리나라 소설가들이 아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부터라도 어떤 것에 안주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에서 좀 벗어나서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 일을 좀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떤 장르는 폄하한다거나 어떤 작품은 도외시하거나 문제시하는 일 없이 넓은 마음으로 소설가들이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되어야만 글을 읽는 독자도 읽을 준비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서글픔과 쓸쓸함이 전해지면서 마지막에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투지가 아직 남아 있음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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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님의 의견에 공감하구요, 소설가님의 투지에 저 역시 응원합니다.

물만두 2007-04-1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잘 안 읽던 소설을 읽어서 부족한 리뷰입니다.

stella.K 2007-04-1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로 소설을 써야 한다는 한심한 인사가 있단 말입니까? 말마따나 한국어로도 못 쓰는 소설을 영어로 쓰면 나아진 답디까? 패배주의는 아닐까 싶기도 하구려. 리뷰 마음에 들어요!

물만두 2007-04-1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소설속에서의 이야깁니다.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stella.K 2007-04-1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심각했구료. >.<;;

물만두 2007-04-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한번 읽고 제게 조언을 해주세요^^

짱꿀라 2007-04-1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하신 리뷰 잘 보고 갑니다. 한국에서 소설가로 살기란 매우 힘이 드는가봐요.

비로그인 2007-04-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설가가 아닌게 다행입니다.
물만두님,리뷰 잘 쓰셨어요.

물만두 2007-04-1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아직 사회가 독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갭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승연님 감사합니다^^

stella.K 2007-04-2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생각은 있는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소.

물만두 2007-04-20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우리가 늘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