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번역돼 나온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문학동네, 2007)을 가방에 넣고 오면서 이번주 시사인을 전철역에서 집어들었는데, 마침 <대성당>에 대한 리뷰가 실려 있다. 카버의 표현을 빌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우연이다. 덕분에 지난 1학기 책사랑 강좌에서 다룬 책들의 목록이라도 만들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바람직한 건 강의안을 책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런 형편을 만들어내기가 쉽진 않군(가장 편한 핑계는 게으름을 드는 것이지만). 일없이 또 한해가 저무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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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이광수 장편소설
이광수 지음, 김철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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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문학이란 何오'(1916)를 푸는 일부터 강의를 시작한 듯하다. '문학'이란 개념 혹은 역어에 대한 몇몇 국문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무정>으로 넘어갔다. 올해는 발표 9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고.
바로잡은 무정
김철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9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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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건 교재가 아니라 소장본이다. 나도 아직 구하지 못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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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단편작가로 체홉-카버-하루키를 다루었다.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충실하게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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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집사재에서 나온 전집 중 두 권이 품절되어서 교재를 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대성당>이 연초에 나왔더라면 주저할 일이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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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6 00:35   좋아요 0 | URL
카버 좋아해요! 로쟈님 글을 읽다보니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란 작품 생각나요.^^

로쟈 2007-12-26 00:53   좋아요 0 | URL
네, 김연수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고 옮겼더군요...

따우리~* 2008-01-13 12:58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한번 파고 들어야겠다 싶어서 오래된 정원을 사서 읽고있던 차에 로쟈님께서도 이책을 추천해주셨군요.ㅋ 추천이라고 말하기엔 좀 뭐하지만.
정말 로쟈님의 말이 딱인 것 같습니다. 80년대를 읽기엔 미흡하지만 황석영이라는 작가를 읽기엔 딱인것 같습니다. 솔직히 한 400페이지 짜리 한권 소설로도 끝낼 수 있었을 것인데 황석영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나 봅니다. 하권은 소설의 형식을 빌린 황석영씨의 자서전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경험 내면의 갈등 그리고 주변의 정세. 책을 읽으니 영화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원작만 보면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인데 왜 망했는지 꼭 보고 싶습니다.ㅋㅋ 앞으로도 좋은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근데 이 강좌는 서울대에서 하시는 것 입니까>?

로쟈 2008-01-13 21:43   좋아요 0 | URL
대학 강의는 아니고요, 일반인 대상의 외부 강좌입니다...
 

최근에 출간된 서구 정치사상서/정치사상사 두 권에 대한 소개가 발 빠르게 올라와 있기에 옮겨놓는다. '정치 혐오시대'를 성찰해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월린의 <정치와 비전> 원서의 목차와 해제는 http://press.princeton.edu/chapters/s7767.html 참조).

경향신문(07. 12. 25) 정치 혐오시대 비전은 없는가…서구민주주의 비판서 잇단 출간

“대의제도는 더 이상 유권자들을 대변하지 않는다. … 선거는 기업들이 지배하는 언론매체를 통해 걸러진 국내외 정치 정보를 갖고 있는, 기껏해야 절반에 불과한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어왔던, 엄청난 정부예산의 지원을 받는 ‘행사 아닌 행사’가 되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사상가 셸던 월린(85)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막 시작됐던 2003년 5월 ‘더 네이션’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이듬해 월린은 자신이 1960년에 써서 서구 정치사상사의 고전이 된 ‘정치와 비전-서구정치사상사에서의 지속과 혁신’을 반세기 만에 대폭 증보해 다시 내놓았다. 이 책에서 월린은 지금의 미국 민주주의를 ‘전도된 전체주의’로 규정했다. ‘전도됐다’는 것은 나치 독일의 경우 전체주의 성향의 난동꾼들이 ‘거리’를 점령했으며 민주주의적인 것은 오직 정부뿐이었던 반면, 현재 미국의 경우 진정한 위험은 구속받지 않는 정부에 있고 민주주의가 가장 살아있는 곳은 ‘거리’라는 통찰에서 나왔다.



-“오늘의 미국 전도된 전체주의”-
월린의 ‘정치와 비전’(후마니타스)이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 등이 총 3권 분량 중 1권을 먼저 번역했다. 1권에는 철학에 대한 정치철학의 관계, 플라톤 정치철학, 로마공화정의 공간과 공동체, 루터와 칼빈 시대의 정치적인 것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월린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은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 되는 지지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씨가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2위 후보와 최다 표차로 당선된 후보’로 연일 회자되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연 선거는 민주적인가, ‘데모스(Demos)’가 ‘시민’에서 ‘간헐적인 투표자’로 전락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2500년 전 이래의 서양 정치사상의 현재적 의미는 물론 ‘정치에 대한 혐오’를 벗고 어떻게 ‘비전’을 상상할 것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사상가 월린 제도밖 참여 강조-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쓴 샹탈 무페나 ‘어떤 민주주의인가’를 쓴 최장집과 마찬가지로 월린의 과제 역시 ‘정치적인 것’의 재활성화다. 다만 앞의 두 사람과 달리 월린은 제도나 체제 밖의 운동적 참여를 강조한다. 그는 ‘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자본이나 기업이 가진 ‘사적 이익 추구 속성’이 아닌 ‘공통적이거나 일반적인 것’ ‘공적인 것’과 같은 것으로 보지만, 대의제 민주주의나 헌정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현대 서구 민주주의가 진정한 시민됨의 가치를 살리지 못한다고 본다. 그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적 경험은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가 패하기 전까지 실현된 기원 전 5세기쯤 아테네 민주정과 17세기 영국 내전 당시 민주적 반란기, 19세기 미국 민중주의자들의 경험, 1960년대 미국 신좌파의 경험 등이다.



-근대 정치철학 망라 개론서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서양 근대 정치사상사-마키아벨리에서 니체까지’(책세상)도 ‘정치 혐오의 계절’에 읽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강정인·김용민(한국외대)·황태연(동국대) 교수 등 12명의 국내 학자들이 니콜로 마키아벨리,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이마누엘 칸트, 에드먼드 버크,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등 근대국가의 권력을 논했던 21명의 정치사상을 각 장별로 알기 쉽게 소개한 정치사상 개론서다. 지금은 폐간된 ‘계간 사상’에 실렸던 16편의 논문에 3편을 새로 추가해 펴냈다.

특히 ‘근대 보수주의의 원조’로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에 대한 글은 이명박씨의 당선으로 ‘신보수 시대’로 접어든 한국사회와 관련해서도 음미할 부분이 많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미국 연방 헌법을 비준하기 위해 해밀턴, 매디슨, 제이가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묶은 ‘연방주의자 논설’을 미국 헌법이 얼마나 다양한 정치철학적 유산에 빚지고 있는지의 관점에서 분석한 ‘페더럴리스트’에 대한 분석 등이 담겼다.(손제민기자)

07. 12. 25.

P.S. 월린의 책으로 <정치와 비전>과 함께 눈에 띄는 건 <토크빌>이다(http://press.princeton.edu/titles/7132.html). <두 세계 사이의 토크빌: 한 정치적 이론적 삶의 역정>(보급판 2003) 정도가 원제다. 664쪽 분량이니까 '토크빌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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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 2007-12-26 18:40   좋아요 0 | URL
기사중에 두번째 문단에 '구속받지 않는 정부'에 눈이 걸리네요. 구애나 '구속되지' 않는 정도로 읽히는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닌데 ^^;;

로쟈 2007-12-26 21:35   좋아요 0 | URL
원문은 어떤지는 나중에 확인해봐야 알겠습니다...
 

2007년을 한주 남았다. 다행히 지난주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지나갈 수 있었다. 지갑을 털어갈 만한 책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은 탓이다. 대신에 전쟁에 관한 책 두 권 정도는 눈도장을 찍어두도록 한다(사랑에 관한 페이퍼를 올려놓고 나니 왠지 전쟁에 관해서도 몇 마디 해야 균형이 맞을 듯해서). 도서관에 들어오면 혹 챙겨볼지도 모르겠다. 한권은 너무 두툼하고(때문에 비싸고) '전쟁과 젠더'를 다룬 다른 한권은 적어도 소개상으론 너무 나이브하다...  

중앙일보(07. 12. 23) ‘올바른 혁신’ 군사력보다 강하다

#1. 컴퓨터는 현대 첨단기기의 상징이지만 사실 제대로 된 첫 전자디지털 컴퓨터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나왔다. 암호해독과 포탄 탄도측정 등에 필요한 미국은 애니악, 영국은 클로서스를 개발했다. 그런데 영국은 전후 보안을 이유로 이를 파기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더욱 키워 마침내 정보혁명 시대를 열었다. 반대로 영국은 산업화 시대에 누렸던 우위를 정보화시대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그만 놓쳐 버렸다.

 

 

 

 

 

 



  

 

#2.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 전차군단은 기동전으로 영국·프랑스·소련 군대를 유린했다. 하지만 이 ‘혁명적인 무기체계’는 1915년 영국이 창작물인 것은 물론, 기갑사단의 원형인 기계화사단도 27년 영국군이 처음 창설했다. 하지만, 영국은 유화정책에 젖어 혁신을 중단하는 바람에 30년대 들어 히틀러의 독일에 우위를 내줘버렸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의 국가안보분야 선임연구원인 지은이는 이런 사례들을 들면서 역사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라의 흥망과 전쟁의 승패는 지도자가 변화의 맥을 정확히 짚고 정부와 군대를 제대로 혁신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대로 읽고 변혁의 바람을 주도한 자는 승자나 강국이 됐고, 이를 놓친 이는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쟁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비범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제대로 적용했는지 여부도 국가의 흥망과 결부됐다고 주장한다.

지은이가 인용하는 17세기 스웨덴의 드라마는 혁신의 교과서 같다. 당시 스웨덴은 속령이던 핀란드를 합쳐도 인구가 130만을 넘지 않은 소국이었지만 국력, 특히 군사력은 유럽 최강이었다. 구스타프 아돌프 국왕이 왕실이나 귀족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을 앞세워 대대적인 개혁을 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관료들이 운영하는 근대적인 정부조직을 만들고, 조세제도를 정비했으며, 징병제를 실시했다.

구리와 철의 채광권은 물론 심지어 군수산업 독점권까지 외국 자본가에 팔아 거액의 외자를 들여왔다. 그 덕분에 충분한 군비와 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스웨덴은 이를 바탕으로 한 세기가 넘게 유럽의 패권국가가 된다. 군사적으로는 물론 과학과 산업도 덩달아 발전하게 됐다. 혁신이 강국을 만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한 것이다.

러시아의 근대화와 서구화를 이끈 표토르 대제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그는 1700년 6배가 넘는 병력으로도 스웨덴군에 참패하자 되려 적국인 스웨덴의 부국강병책을 적극적으로 베꼈다. 그 결과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설욕할 수 있었다. ‘흑묘백묘론’의 원조 격이다.

지은이는 강한 군사력이나 국력이 무기나 군사기술, 생산력 같은 물질적인 것만으론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17세기 유럽의 또 다른 패권국가 스페인을 물리치고 해상강국이 된 네덜란드와 영국이 시장경제와 대의제가 일찍부터 발전한 나라라는 데 주목한다. 국민이 진정으로 충성하고 희망을 가질만한 국가와 사회 시스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히틀러가 2차 대전 초기 전투에선 승리했지만 결국 과도한 욕심과 비도덕성으로 전쟁에선 패배했다는 지적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방대한 군사·전투·전쟁 이야기 속에서 강대국의 조건을 살필 수 있는 책이다.(채인택 기자)

세계일보(07. 12. 23) 혁명의 프리즘 통해 전쟁과 문명의 역사 읽기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자동차회사를 세운 1903년 무렵은 차가 다닐 만한 도로도 거의 없을뿐더러 시속 30㎞ 정도의 속도도 위협으로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시끄럽고 고장도 잦은 고가 사치품’이라는 데 머물러 있던 때에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대출을 신청하자 은행장은 조용히 손을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저렇게 많은 마차들이 아무 문제없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자동차 같은 게 왜 필요하죠?”

“항공기와 전차는 병사들과 말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나는 잘 기른 말이 훨씬 더 쓸모 있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게 되리라 확신한다.” 영국의 육군원수 더글러스 헤이그 경의 이런 신념은 1930년대까지도 영국 육군을 지배하던 일반적인 의식이었다.

문명은 이런 저항을 거쳐 오늘까지 왔다. 신기술과 새로운 시스템에 무지했던 영국이 그 오판의 대가로 히틀러의 군홧발 아래 유럽이 유린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포드는 신기술과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어나갔다. 이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만든 자동차를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대량생산 시대는 자연스럽게 대량소비 시대로 연결되었다.

역사에는 늘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고, 그 포인트를 제대로 읽은 개인과 조직과 국가에서부터 역사는 다시 출발했다. ‘Made in War 전쟁이 만든 신세계’는 역사가 받아들인 이들 변혁의 포인트 중 전쟁이 ‘기여’한 부분에 주목한 책이다. 인간과 인간성까지를 포함해 너무나 많은 것을 파괴해온 질 나쁜 ‘행위’지만, 그러나 그가 창조하고 발전시킨 것을 부정한다면 이 순간 당연한 듯 누리는 문명세계의 상당부분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오늘날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은 미군이 수많은 타깃을 추적하는 것뿐 아니라 월마트의 넘쳐나는 상품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였지만, 전장의 모습과 함께 우리 삶의 모습도 바꾸는 이 정보혁명이 어디서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전투방식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어놓은 화약혁명, 1차·2차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혁명이라는 네 가지 대혁명의 프리즘을 통해 전쟁과 문명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부산한 세밑에 현재진행형의, 스케일 큰 역사책 한 권 권해 드린다.(이도겸 플래닛미디어 편집팀장)



세계일보(07. 12. 08) 사람은 왜 전쟁을 하는가

인간은 공격성이라는 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전쟁은 그 본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라는 통설은 전쟁을 운명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정말 그럴까. 가와무라가쿠인여자대학 인간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사람은 왜 전쟁을 하는가’에서 전쟁은 불가피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들은 ‘가부장제 남성 지배형 국가’의 산물이며, 그러한 체제에서 벗어나야만 전쟁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물학자 콘래드 로렌츠에 따르면 동물 세계에는 같은 종(種)끼리 서로 상처 입히고 죽이는 것을 막는 행동생리학적 구조가 있다. 동물들은 공격 본능과 함께 동족을 살상하지 않게 하는 장치를 가지는데, 이러한 억제 장치는 자기와 같은 크기의 동물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종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큰까마귀나 늑대는 단번에 동족을 죽일 수 있는 반면 억제 장치 역시 가지고 있기에 멸종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토끼나 비둘기, 침팬지는 같은 크기의 동물을 죽이지 못하므로 억제 장치도 필요없다. 인간도 본래 비둘기나 침팬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무기의 발명은 인간을 큰까마귀의 부리를 가진 비둘기, 손도끼를 든 침팬지로 만들어버렸다.

무기가 도달하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는 사람의 감정에 와 닿지 않는다. 선량한 한 가족의 아버지가 폭탄 투하 장치의 버튼을 눌러 수천명의 아이들을 향해 융단폭격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남성들의 전쟁론은 전쟁을 긍정하고 유지해왔다. 그것은 당연하다.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역사적으로 전쟁을 수행한 적이 없는 젠더인 여성들이 전쟁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박태해 기자)

07.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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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겨레21에서 '정재승의 사랑학 실험실'을 옮겨놓는다(http://h21.hani.co.kr/section-021160000/2007/12/021160000200712200690053.html). 지난번에 불륜 본능을 옮겨온 바 있는데, 이번에는 '사랑에 빠진 뇌'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다루어진다. 책과 관련한 이미지들은 내가 덧붙인 것이다. 재미있는 건 작가 인용된 시인/작가들의 국적이 기사에서 엉터리로 표기된 것. 해서 교정하면서 읽어야 한다.  

한겨레21(07. 12. 20) '사랑’은 감정이 아니랍니다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거나 애착을 느끼는 감정 상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사랑이 이렇게 정의돼 있다. 기원전 4000년,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이 동굴벽화에 흐릿하게 그려진 이래로 인간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왔지만, 사랑에 대한 정의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옥스퍼드 사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랑은 상대가 필요하며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깊은 애착을 느끼게 되는 감정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영국의 시인) 존 키츠의 표현대로, 사랑이란 ‘온갖 자극과 감정이 뒤섞인 소란’인 것이다.

사랑에 빠진 표정을 지어보라

그러나 최근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은 옥스퍼드 사전에 담긴 사랑의 정의를 조금 수정해야 하지 않냐고 주장한다. 더없이 간결한 옥스퍼드 사전적 ‘사랑’에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단어는 바로 마지막에 붙은 ‘감정’이란 단어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과연 사랑을 감정의 한 종류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 이 질문에 대해 신경과학자들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사랑이란 감정은…’이라는 일상적인 표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사랑이 만약 감정이라면, 사랑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보라고 주문한다.

우리는 기쁘고 슬프고 분노하고 즐거운 감정은 얼마든지 얼굴 표정을 통해 표현할 수 있으며, (더욱 중요하게도) 남의 표정을 통해 상대의 그런 감정 상태를 읽어낼 수 있다. 설령 미국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찡그리는 미국인의 얼굴 표정을 통해 그가 화가 났다거나 슬프다는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의 원초적인 감정을 얼굴 표정이나 몸동작으로 나타내고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사랑에 대응되는 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도 사랑에 빠진 표정을 명확히 지을 순 없다(사랑에 빠진 표정을 지어본 뒤 옆 친구에게 알아맞혀보라고 주문해보시라). 우리는 내 친구나 동생에게 연인이 생기면 그 사실을 다양한 행동들을 통해 알아차릴 순 있지만, 사랑이라는 상태는 확실히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 상태와는 확연히 구별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사랑은 반드시 ‘행동’을 동반한다는 점에서도 여느 감정과 구별된다. 우리는 슬프거나 기쁜 감정 상태가 표현되지 않고 그저 마음 상태로만 오래 간직된다고 해서 감정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사랑은 다르다. 사랑이라는 상태는 사랑하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집중시키며 그와 함께하고, 그를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수행하며, 일련의 행동에는 뚜렷한 목적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욕구나 동기’에 더 가깝다.

결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뇌 활동사진을 찍어보면 사랑은 우리 뇌 안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영역(편도체 등)에서 처리되지 않고 ‘욕구나 동기’를 관장하는 영역에서 처리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정, 황홀경, 갈망, 두려움, 의심, 질투, 당혹, 집중 등 온갖 격정적인 반응을 동반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호머(*호메로스)는 자신의 서사시 <일리아드>에서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던가?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뜨거움. 갈망의 돌진. 연인의 속삭임이여. 가장 성스런 사람까지 미쳐버리게 만드는 그 마력이여.”

히로뽕 중독 환자의 ‘보상 중추’처럼
사랑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은 다른 심리 상태와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욕망도 뇌에 있는 특정한 화학물질과 신경회로로 인해 생겨나는 보편적인 마음 상태라고 믿는다. 사랑하는 연인들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기(fMRI)라는 뇌 영상장치 안에 집어넣고 그들의 뇌를 찍을 생각을 했던 최초의 연구자는 헬렌 피셔라는 미국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 인류학과 연구교수였다.

그는 사랑에 빠진 수십 명의 커플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디로 피가 몰리고 에너지가 활발히 소모되는지 관찰했다. 놀랍게도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히로뽕 중독 환자들이 히로뽕을 복용했을 때 활성화되는 보상중추라는 영역에서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마구 분비되는 것도 관찰됐다. 사랑이란 고귀한 마음 상태도 생물학적인 뇌 활동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한 것이다.

보통 뇌 속에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집중력을 보이기도 하고 결코 흔들리지 않는 동기부여와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수행한다. 또 무엇보다 마약이나 도박에 중독된 사람처럼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하며 황홀경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이 우리에게 극도의 쾌감을 주는 것은 연인과 함께 있으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마구 분비되기 때문이다. 도파민과 함께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도 늘어나는데, 이 화학물질이 체내에서 늘어나면 사람은 혈기 왕성해진 신체, 신경과민, 불면, 식욕 상실, 떨림, 두근거리는 가슴, 가빠지는 호흡, 고민과 두려움 등을 경험하게 된다. 놀랍게도 이 모든 증세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흔히 관찰되는 증세가 아니던가!

낭만적인 사랑의 또 다른 두드러진 징후는 애인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물밀듯이 밀려드는 연인에 대한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헬렌 피셔 박사가 쓴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에 따르면, 헬렌 피셔는 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실을 찾은 피험자이자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애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몇%나 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90% 이상”이라고 대답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한시도 생각을 놓을 수 없다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당연한 걸 뭘 물어보냐고?) 그래서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사랑이라는 현상을 “정상적인 사람에게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주목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에 사로잡힌 연인들의 행동은 강박관념에 빠져 정신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이탈리아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랑에 빠진 연인의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수치가 과도한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의 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되면 우리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사랑에 빠진 연인의 몸에서도 이런 증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바다보다 넓은 것은 하늘이고, 하늘보다 넓은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라고 했지만,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하늘보다 넓은 인간의 마음을 뇌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던지, “뇌는 하늘보다 더 넓도다”라는 신경과학자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시구를 남겼다.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기억하고 의식하는 모든 행동들은 생물학적인 뇌를 통해 설명될 수 있으며, 낭만적 사랑 또한 1.3kg에 지나지 않는 이 단백질 덩어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요즘은 1.4kg으로 치나 보다).



신경전달물질은 원인일까 결과일까
물론 사랑이 특정한 신경전달물질과 신경회로의 작동을 반드시 동반한다 해서, 그것으로 사랑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 사랑하는 동안 과도하게 분비되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사랑의 원인인지 결과물인지, 혹은 그저 부산물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사랑을 하는 동안 우리가 보이는 많은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이 신경전달물질의 평소 역할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07. 12. 23.

P.S. 기사에서 자세히 언급된 헬렌 피셔 박사의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생각의나무, 2005)는 기대만큼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흥미로운 데이터들이 그냥 나열돼 있을 뿐이어서이다. 피셔의 책은 그밖에도 <제1의 성>(생각의나무, 2000), <성의 계약>(정신세계사, 1999), <사랑의 해부학>(하서출판사, 1994) 등이 소개돼 있다. 기억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건 가정 먼저 소개된 <사랑의 해부학>이었다. 얼마전에 재번역돼 나온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7; 백년도서, 1995)처럼 <사랑의 해부학> 또한 다시 번역되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왜 사람은 바람을 피우고 싶어할까>(21세기북스, 2009)로 다시 번역돼 나왔다). 물론 이 주제에 대해선 그간에 더 좋은 책이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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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3 22:28   좋아요 0 | URL
아무리 그래도 Who knows?

로쟈 2007-12-23 23:36   좋아요 0 | URL
변수가 많긴 하지만 사랑의 '속내'는 대충 다 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드팀전 2007-12-23 23:29   좋아요 0 | URL
오늘 막 올해의 마지막책으로 천병희 교수의 <일리아스> 읽기를 마쳤는데..그런 말이 어디있었는지는ㅋㅋㅋ
올 한해도 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좋은 책과 새로운 관심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내년에도 또 제 서재에 책을 쌓아 놓게 만드실 거라 생각이 드는 군요.^^ 어쨋거나 메리 크리스마스 반짝 반짝 반짝...해피 뉴 이어 뿅뿅뿅..

로쟈 2007-12-23 23:35   좋아요 0 | URL
<일리아스>를 다시 읽는 건 저로선 좀처럼 엄두를 못내는 일인데요.^^; 드팀전님도 메리하시고 해피하신 연말연시가 되시길!..

다락방 2007-12-24 08:44   좋아요 0 | URL
저는 왜 이런것만 별찜하는걸까요? ^^;;

로쟈 2007-12-24 09:20   좋아요 0 | URL
아마도 아직 솔로이신 듯.^^

다락방 2007-12-24 13:04   좋아요 0 | URL
아!!
 

아인슈타인만큼은 아니지만 수학자 쿠르트 괴델의 전기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대부분 품절이군). 그의 불완전성 원리야 일반 독자들에겐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천재이자 괴짜였던 한 수학자의 삶은 언제나 '읽을 거리'가 되기 때문이리라. 하오 왕의 책을 읽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그 책은 나오다 만 건가) 그간에 모아둔 '괴델의 책'들도 언제 읽어봐야겠다. 돌이켜보니 시작은 <아인슈타인 방의 사람들>이었다. <불완전성>에 대한 한겨레의 리뷰에도 실린, 괴델과 아인슈타인의 사진을 기념으로 박아놓는다.


1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불완전성- 쿠르트 괴델의 증명과 역설
레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고중숙 옮김 / 승산 / 2007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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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3일에 저장

출판사나 역자가 믿을 만하다.
괴델
존 L. 캐스티 & 베르너 드파울리 지음, 박정일 옮김 / 몸과마음 / 2002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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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도 어딘가에 꽂혀 있을 텐데...
괴델의 삶
하오 왕 지음, 배식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7년 1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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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괴델의 삶에 대해서 별로 말해주는 것이 없는 실망스러웠던 책.
괴델과 아인슈타인- 시간이 사라진 세상
팰레 유어그라우 지음, 곽영직.오채환 옮김 / 지호 / 2005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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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벌써 절판이군. 어디에 꽂아두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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