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언젠가 그렇게 쓰고 싶지
그건 시의 한 경지
허구한 날이 싫었던 날이어도
오늘은 특별히 싫었던 날이자
싫었던 날의 으뜸이어야지
오늘 아래 모든 날들이 무릎 꿇는 날
그날은 완벽한 날이어야지
아침부터 꼬이기 시작해서
포인트를 쌓기 시작해서
점심에 이미 기록을 갱신하고
저녁이 오기 전에 모든 정나미가 떨어져야지
그날은 기운나는 소식도 없어야 해
아니 혼자만 불행한 게 더 효과적일까
그날은 밧줄에 목을 매다는 일도 여의치 않아야지
성공이란 건 없어야지 되는 일이 없어야 돼
완벽하게 모든 일이 잘못 돼야지
그리고 비로소 쓰는 거지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그런데 그 시는 완성될 수 있는 걸까
완성되어도 되는 걸까
완벽하게 싫었던 날을 시가 구제해도 되는 걸까
시가 망쳐도 되는 걸까
그럼 나는 한 줄 더 적어야 할 테지
오늘처럼 시가 싫었던 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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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보다 더 싫었던 날이 분명 있었을거에요.
기억을 못(안)할 뿐!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오늘이 위로가 될듯.

로쟈 2018-05-12 11:10   좋아요 0 | URL
가장 싫었던 날을 상상해본 거예요.
 

행복한 가정은 무엇 하나
뾰족한 게 없어서 둥글고 둥글다
너무 둥글어 터지기 직전이다 행복은
폭발적이다 행복은 폭죽처럼 찬란하다
집이 다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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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1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군요.
다 불사르고~~

로쟈 2018-05-11 23:39   좋아요 0 | URL
행복도 조심해야.~

모맘 2018-05-1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랫동안 둥근 것만이 좋은 건 줄 안거죠

로쟈 2018-05-12 10:34   좋아요 0 | URL
^^
 

세상이 싫어서 우주로 떠났다
우주가 싫어지면 어디로 떠날까
나무는 뿌리가 싫어지면 어디로 떠날까
새는 발밑이 싫어지면 어디에 앉을까
가수는 노래가 싫어지면 무슨 노래를 부를까
달팽이는 기어다니는 게 싫어져도 달팽이일까
망치는 못 박기가 싫어져도 연장함에 있을까
코 풀기가 싫어진 손은 지금도 주머니에 있을까
사랑이 싫어져서 당신은 우주로 떠났을까
떠나기가 싫어서 해는 아침마다 발돋음하고
어젯밤 꿈들은 서둘러 퇴장했다
분장을 마친 꽃들이 아침부터 즐비하다
우주가 싫어지면 어디로 떠날까
거기도 싫어지면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걸까

이제 외출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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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1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싫어지면 우주로 떠날수나 있지만
내가 싫어지면 어디로 가야할지~~

로쟈 2018-05-11 12:00   좋아요 2 | URL
딴데 정신파시면 됩니다.~
 

너무 말이 없다고 별명이 떠벌이였지
나쁜 피에서 드니 라방
나무들을 보다가 떠올렸어
입 다문 나무들이 어찌나 떠벌여대는지
나무들의 거동을 보아 나무들의
모던댄스, 나무들의 모던러브
질주하는 나무들의 폭죽
과묵한 폭죽을 보아
우리는 과묵해도 좋았던가
우리에겐 간격만 있었지
잎은 잎대로 가지는 가지대로 닿을 듯
닿지 않은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지
우리는 서로에게 떠벌이였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폭탄을 던졌어
눈 뜨면 나무들의 아침식사가 보였어
과묵한 식사였지 나무들의 행태였지
나무들을 바라보았어 바람이 불고
비가 들이친 날에도 거기에 있었지
입 다문 나무들이 떠벌여댔지
너도 지금은 말이 없지 나무들의 대열에 서 있지
나무들을 보다가 떠올릴 거야
나무들은 어디에나 있지 어디서나
떠올릴 거야 나쁜 피, 우리는 나쁜 혈통이었지
저기 터벅터벅 드니 라방이 지나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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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1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레오 감독의 뽕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제 취향이 아니다, 고 그랬죠. 그 후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카메라 연출은 정말정말 신선했죠. 그리고 줄리엣 비노쉬를
알았죠. 그 뒤 여러 영화에서 그냥
막 부딪친 배우. 가녀린 몸에서
폭발력 넘치고 다양한 인물을 보여주는...
작품선택도 잘 하는 배우.
지금도 남편이 영화 다운 받아줄까,
하면 장르뭐냐고 물어보는데
줄리엣 비노쉬...라면 응, 그냥 받아!
무조건 신뢰하는 배우^^

로쟈 2018-05-11 08:06   좋아요 0 | URL
저는 나쁜 피에서 처음 본듯.

kirinsuki 2018-05-1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니 라방이 스쳐가는 배우인 줄 알았는데 2012년에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네요. 놀랍네요. 아 예술...

로쟈 2018-05-11 08:06   좋아요 0 | URL
레오 카락스의 페르소나.
 

게오르크는 프리다 브란덴펠트와
약혼했지 프리다는 게오르크의
약혼녀가 되었지 카프카의 선고는
그렇게
시작하지 내게는 약혼녀가 없었네
세상엔 미혼녀와 기혼녀 사이에
약혼녀가 있었지 비혼녀와 기혼녀
사이에서 약혼녀는 미소 짓고 있다네
약혼녀는 손수건을 물고 있다네
약혼녀는 운동화를 들고 있지
약혼녀는 거울을 본다네
약혼녀는 어제 귀가했지
약혼녀는 정숙하다네
약혼녀가 자네에 대해 물어보더군
약혼녀가 감기에 걸렸어
약혼녀라니
게오르크는 러시아에 있는 친구에게
약혼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망설였어
당신은 약혼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프리다가 말했어
약혼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게오르크는 프리다 브란덴펠트와
약혼했지 하지 말았어야 했을 약혼
소식을 러시아 친구에게 전하려 했지
편지를 썼지
편지를 주머니에게 찔러넣고
아버지에게 갔지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는 역정을 냈지
네게는 러시아에 친구가 없잖니
하지만 게오르크
난 네 친구를 오래 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단다 나의 진짜
아들이지 너는 나를 깔아뭉개려고
하지만 말이다 그 여자가
치마를 걷어올리더냐
이렇게 들어올리더냐
오 게오르크!
넌 친구를 배반했지
이 세상에 약혼녀란 없단다
약혼녀는 정숙하지 않아
약혼녀는 사탕을 물고 있지
약혼녀는 네 눈치를 보고 있어
약혼녀의 침대를 너는 보지 못했지
약혼녀는 네 이름을 부르지
약혼녀는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 게오르크
나는 네게 익사형을 선고하는 바이다
그렇게 카프카의 선고는
끝나지 게오르크는 다리 난간에
매달려 사랑을 고백한다네
사랑하는 부모님, 약혼녀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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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1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약혼녀
그러나 그 약혼녀를 찾아 헤매지 않는
카프카란
앙꼬없는 찐빵~

로쟈 2018-05-11 08:07   좋아요 0 | URL
^^

sunday 2018-05-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한 선고,
매일을 그런 선고 속에서 살지

로쟈 2018-05-11 08:08   좋아요 0 | URL
매일이 죽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