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이자 여성주의 철학자 강남순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한길사). ‘21세기 페미니즘에 대한 7가지 질문‘이 부제다. 제목과 부제에서 책의 관심사와 겨냥하는 독자층을 어림할 수 있다.

앞서 펴낸 책들 가운데서는 종교와 페미니즘을 다룬 책들이 눈길을 끈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댓권이 넘지만 책장에서는 <젠더와 종교>(동녘)를 빼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다른 주제의 책들도 썼지만 내게 저자는 ‘페미니즘과 종교‘라는 주제로 특화돼 있다. 이 분야, 혹은 주제와 관련해서 가장 심도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저자라는 뜻이다.

<젠더와 종교>만 하더라도 부제가 ‘페미니즘을 통한 종교의 재구성‘이다. 저자의 관심과 문제의식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페미니즘을 통한 삶의 재구성‘을 기도하려는 것이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의 취지로 보인다.

궁금한 것은 저자의 문제의식에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포함되어 있는지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이제 페미니즘이 맞닿아 있지 않은 영역은 없다. 페미니즘은 인간사의 모든 결을 다루는 운동이며 이론이기 때문이다˝라는 단언대로라면, 인간사의 모든 문제, 아니 핵심문제에 대한 진단과 인식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를 확인해보려고 한다.

일정이 연기된 상태지만 내달부터는 버지니아 울프를 필두로 한 여성문학 강의도 앞두고 있어서 일련의 페미니즘 책들을 독서목록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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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3-1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시장 이데올로기 국가기구로 변모한 페미니즘을 보면서 계급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됩니다(실천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로쟈 2020-03-11 21:19   좋아요 1 | URL
계급에 대한 고려가 빠진다면 오히려 은폐한다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지요..
 

미국의 논픽션 작가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이 완간되었다. 재작년 6월에, <1945>(모던아카이브)가 출간된 데 이어서 작년 6월에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1962>가 출간되었고 이번에(예상보다 일찍)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 과정을 기록한 <1991>이 나온 것. 전후 세계사의 주요 연도를 자세히 복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2021년 내년이면 30주기가 되는 1991년 12월 25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해체 선언으로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의 운명을 좌우한 소련 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 주제를 장기간 취재한 독보적 언론인 출신 작가 마이클 돕스는 근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만한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가 진행된 12년을 672쪽 분량의 <1991>에 담았다.

<1945>, <1962>에 이은 ‘냉전 3부작‘ 완간작이기도 한 이 책에서 저자는 소련의 베트남전이 된 1979년 아프간 침공을 시작으로 보수파의 1991년 8월 쿠데타에 이은 고르바초프의 소련 해체 선언까지 제국에 균열을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을 인물의 특징과 맥락, 짧지만 의미심장한 대화와 역사적 평가를 적시 적소에 배치해서 깊이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또 하나의 역작을 냈다.˝

분류하자면 ‘역사 다큐‘에 해당되지 않을까. 나로선 <1991>만 구입하면 되는데(확인해보니 <1991>의 원서는 일찌감치 구입했다) 재정상태를 고려하면 여름 독서거리로 삼아야겠다. 하기야 분량을 고려해도 이 3부작을 읽으려면 한 계절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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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시 나온 책들‘을 고르면서 빠뜨린 책이 있다(물론 더 있을 터이다).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의 <에코 페미니즘>(창비). 2000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20년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그 사이에 1993년에 나왔던 원저도 2014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편제를 보니 개정판 서문이 추가되었고 한국어 개정판에도 이 서문이 추가로 번역되었다. 
















˝사회학자인 마리아 미스와 핵물리학자인 반다나 시바의 공저로 1993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의 결합을 통해 발전중심주의와 남성중심사회를 전복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저자는 독일인과 인도인, 사회과학자와 자연과학자, 페미니즘 이론가와 환경운동가라는 서로의 차이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고 다양성과 상호연관성을 이해하는 관점의 기반으로 삼았다. 풍부한 사례를 동원해 이론과 실천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역동적인 글쓰기는 인간과 비인간, 여성과 남성, 서구와 비서구의 이분법을 타개하고 다양성의 연계를 추구하는 ‘에코페미니즘’ 개념의 보편화에 기여했다.˝















제목도 그렇지만 ‘에코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책.페미니즘의 여러 조류를 설명하는(10개의 장 가운데 한 장이 ‘에코페미니즘‘에 할애돼 있다) 로즈마리 퍼트넘 통의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학이시습)에는 에코페미니즘 관련서로 아이린 다이아몬드의 <다시 꾸며보는 세상>(이대출판부)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코리브르)이 소개된다. 참고로 원제가 ‘페미니즘 사상‘인 로즈마리 통의 책도 여러 번 출간되었다(3종이 나왔다). 페미니즘의 조류(유형) 사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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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환란 중에(‘신천지가 겪고 있는 환란‘인지 ‘신천지가 몰고온 환란‘인지 해석은 신앙에 따라 다르겠다) 도올의 예수전이 출간되었다. <나는 예수입니다>(통나무).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에 이어지는 책인데 짐작에는 그 대중적 보급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강해‘ 같은 묵직한 책의 독자는 한정될 것이기에. 성경을 읽는 독자라면 ‘도올의 예수전‘ 정도는 필독하면 좋겠다.

˝도올이 걸어온 50년 신학탐색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금자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가복음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예수라는 인물의 실제적 정황을 찾아내고자 한다. AD 70년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폐허에서 예수를 인류의 보편적 메시아로 어필시키려는 마가의 차원 높은 의도와 사상적 고뇌를 포착하여 저자는 2천년 전의 예수를 피가 돌고 맥박이 뛰는 생동하는 오늘날의 인물로 살려낸다.˝

책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계몽주의의 오래된 기획이다)란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시대에 척도가 되는 저자가 몇사람 있다면 도올은 대표급이다. 지난해에 나온 한국현대사책으로 <우린 너무 몰랐다>가 갖는 의의이기도 했다. 지식(인식)의 가치를 재는 중요한 척도는 공유의 범위다.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알 그대로 있고(참된 앎을 혼자 간직하면 혼자만의 앎에 그치게 되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널리 알려서 나눠가지면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 지식 코뮤니즘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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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시간정치‘라는 부제 때문에 주목하게 되는 책은 김학선의 <24시간 시대의 탄생>(창비)이다. 저자는 국제지역대학원의 한국학 전공자이고 책은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 ‘시간정치‘라는 개념에 끌린 건 지난해 나온 엘리자베스 코헨의 <정치는 어떻게 시간을 통제하는가?>(마티)가 생각나서다. 여차하면 서평강의에서 다루려고 했던 책이다. 먼저 코헨의 책에 대한 소개.

˝이 책은 시간이 민주적 합의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정치 행위자들이 권리를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대단히 중요한 ‘재화’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가 시민들의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규범적 분석을 통해 국가가 일부 사람들의 시간을 남용하고 차별하는 경우, 시간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사람들이 겪는 시간적 불평등에 주목한다. 이 책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시간이 가지는 의미를 새로이 생각해보게 해줄 것이다.˝

‘시간의 정치적 가치와 불평등에 관한 분석‘이라는 부제가 주제와 문제의식을 잘 집약하고 있다.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좀더 실제적이고 역사적인 연구다.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분석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시간이 사회발전과 자기개발을 위한 대상이 되는 과정, 즉 신자유주의적 시간의 기원을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 김학선은 1980년대에 하루 24시간이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원으로 적극 개발되고 활용되는 점에 주목하며 통치규율, 자원으로서의 시간, 국민국가의 시간제도 등의 측면에서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고찰한다.˝

시간정치라는 개념과 문제틀이 1980년대(제5공화국 내지 전두환정권기)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다.

시간정치, 내지 ‘시간과 정치‘와 관련해서는 랑시에르의 <모던 타임스>(현실문화)도 참고도서다.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이 부제. 이와는 별도로 랑시에르의 문학론 관련서들을 엊그제부터 찾는 중이다. 랑시에르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론을 포함하여 상당 분량의 문학론을 썼다. 그에 관한 연구서를 포함해 대부분의 책을 갖고 있는데 중구남방으로 흩어져 있다. 동원령을 발동하면 모여들까. 책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 것이 장서가의 고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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