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간된 책이어서 '오래된 새책'으로 분류하지만 '오늘의 발견'에 해당하는 책은 해럴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이데아, 2017)다. 같은 제목으로 2011년에 나왔었는데, 이번에 역자와 출판사가 바뀌었다. 표지도 훨씬 세련되게 바뀌었고.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 '이 부제. 



요리책은 관심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압도적인 분량과 과감한 시도에 눈길을 주게 된다. 무려 1260쪽 분량이다. 하긴 '세상의 모든 음식'을 다룬다지 않은가. 

"저자 해럴드 맥기는 ‘주방의 화학자’ 또는 ‘요리의 과학자’로 불린다. 평생 요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일, 그 연구 결과를 가정과 레스토랑의 주방으로 돌려보내 접시에 구현하는 일을 해온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저술가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지식의 방대함에 있다. 그렇다고 전문적 지식을 겸비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가 문학 또한 전공했던 배경 탓인지 여러 주제와 소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무엇보다 ‘백과사전’식 건조함이 아니라 여타 교양 책에서 보여주는 친절함에 대해 읽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1984년 이 책의 초판이 나온 뒤 증보된 개정판은 2004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증보된 개정판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단권 규모로는 이 이상의 책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요리사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책인 듯한데, 박찬일 셰프의 추천사는 이렇다. 

"요리사들은 이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엄마에게 전화하는 대신 맥기의 책, 바로 이 책을 펼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행동을 ‘요리사의 진화’라고 부를 수 있다. <음식과 요리>는 요리계의 노벨상이라는 제임스 비어드 상을 받았지만, 만약 노벨상에 과학저술상이 따로 있다면 당연히 이 책이 수상을 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 주변의 현명한 요리사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위대하며, 비교 불가능한 책이다."

비교불가능한 책이라니 장서용으로라도 꽂아둘 만하다. 그나저나 책값은 3인 가족이 레스토랑에서 포식할 만한 비용이군...


17.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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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고른다. 정확하게는 <시학>과 합본으로 나온 천병희 선생 번역의 <수사학/시학>(숲, 2017)이다. <수사학>이 초역은 아니지만 희랍어 원전 번역으로는 처음 나온 만큼 의의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오래 전에 영어판을 구했었지만 몇 번 이사하는 통에 흐지부지 행방을 알기 어렵게 되었고, 번역본 <수사학 1,2,3>(리잼)도 구했지만 진득하게 읽어볼 여유는 없었다. 



돌이켜보니 이미 절판된 리잼판은 왜 굳이 세 권짜리로 나왔어야 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군(이종오 교수의 이 번역본은 지금은 출판사를 옮겨 단권으로 다시 나와 있다).



수사학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고답적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모처럼 원전 번역판이 나오니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다. 수사학 입문서도 그간에 몇 권 나와 있으니 교양 수준으로 일독해봐도 좋겠다. 조금 전문적으로는 한석환 교수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연구>(서광사, 2015)가 나와 있다...


17.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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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오래된 새책'이 출간되었기에 몇 자 적는다. 작가 김승옥의 산문집 <뜬 세상에 살기에>(예담, 2017)가 1977년 초판 복각본과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 초판을 기준으로 40년만이다. 소개를 보니 늦어진 사연이 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의지라기보다 서울대 문학 동인지 '산문시대'를 함께했고 당시 지식산업사에서 책을 만들던 최하림 시인이 '이상문학상이 제정되고 그 첫 수상자로 김승옥이 선정된 사건'을 기념하여 여기저기 발표된 김승옥의 수필들을 모아 엮어 출판을 제안한 결과였다. 김승옥은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는 남의 요구에서가 아닌 스스로 우러나 쓰는 수필도 좀 열심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작가의 다음 수필집은 출간되지 못했다. 대신 <뜬 세상에 살기에>가 그 모습을 바꿔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이 책의 복간을 결정했을 때 1977년 지식산업사 초판본은 작가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때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장인 윤성근 작가가 녹번동 재개발지역의 책 더미 속에서 발견한 후 소중하게 간직해온 자신의 소장본을 선뜻 기증해준 덕분에 이 책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작가 자신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주변이나 지인들까지 안 갖고 있었던가, 의문이 들긴 한다. 게다가 도서관은? 여하튼 희귀본이 원래의 모습과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인다니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장서가들의 관심도 부추길 만하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의 제1회 수상작은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이었다. 이 또한 0장부터 1장, 2장 써나겠다는 의도로 붙여진 제목이지만 0장에서 끝나고 말았다. 지금은 김승옥 전집으로 갈무리돼 있는 상태로 문학동네판 전집은 1995년과 2004년 두 차례 출간되었다. <무진기행>과 한국문학전집판의 <생명연습>(문학동네, 2014)을 소장하고 있는데, 전집의 나머지 권도 구입해야 하나 문득 망설여진다. 



김승옥 선집은 <무진기행>이나 <서울 1964년 겨울> 등의 제목으로 여러 종이 더 나와 있다. 그리고 신앙 에세이로 또 다른 산문집 <내가 만남 하나님>(작가, 2007)은 개정판으로 나온 게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김승옥 관련서로는 그에게 헌정된 <르네상스인 김승옥>(앨피, 2005)와 <혁명과 웃음>(앨피, 2005)가 특기할 만한 책들인데,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이광수의 <무정> 발표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올해는 한국문학 강의도 진행할 예정인데, 하반기에는 김승옥도 다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로서도 꽤 오랜만에 김승옥을 다시 읽게 되겠다. 이참에 영어판도 읽어봐야겠다...


17.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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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간된 책 두 종을 '오래된 새책'으로 같이 묶는다. 아이작(아이자크) 도이처의 '트로츠키 평전 3부작'과 마르크스의 '프랑스혁명 3부작'이다. 



트로츠키 평전 3부작은 <무장한 예언자><비무장의 예언자><추방된 예언자>로 구성돼 있는데 애초에는 필맥(2005-2007)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출판사가 시대의창으로 바뀌었다. 

"레닌과 더불어 러시아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레온 트로츠키의 생애와 사상을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트로츠키 전기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이작 도이처의 '트로츠키 평전 3부작'인 <무장한 예언자(The Prophet Armed)> <비무장의 예언자(The Prophet Unarmed)> <추방당한 예언자(The Prophet Outcast)>를 완역한 책이다."

나는 필맥판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개역된 내용이 없다면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지만, 절판됐던 책이 다시 나와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올해가 러시아혁명 100주년이라는 점을 고려한 출간이겠다. 



트로츠키의 전기로는 자서전 <나의 생애>(범우사, 2001)과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교양인, 2014)가 참고할 만한 책인데, 분량으로는 도이처의 가장 방대하다(서비스의 책도 970쪽이 넘는다). 절판된 책 가운데는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풀무질, 2003-2004)가 있는데, 이 또한 올해 다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바람이 그렇다).



마르크스의 <프랑스 혁명사 3부작>(소나무, 2017)은 1990판의 개정판이니 무려 27년만이다. <1848년에서 1850년까지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프랑스 내전>를 묶은 것인데, 몇달 전에 중고판을 구입하려다 근간 소식이 있어서 기다리던 참이었다(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반갑다). 

"카를 마르크스가 역사적 유물론을 정식화한 후, 그의 역사관을 현실 정세 분석에 적용한 3편의 저작인 <프랑스 혁명사 3부작>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백미로 꼽힌다. 역사 해석과 현실 참여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관계가 어떻게 상호 침투할 수 있는가를 예시한 마르크스 실천론의 정수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사 3부작에 다시금/새삼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프랑스문학을 강의하면서부터인데, 19세기 대표작가들의 대표작을 일별하고 나니 프랑스혁명사와 문학사를 긴밀히 연관지어 봐야겠다는 판단이 생겼다. 널리 읽히는 문학사로 미셸 레몽의 <프랑스 현대소설사>(현대문학, 2007)도 원제는 '대혁명 이후의 프랑스 소설'이다.



그런 맥락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시리즈가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혁명사>(10부작)인데, 현재 네 권이 출간된 상태다(저자의 <오늘 만나는 프랑스혁명>과 <계몽과 쾌락>도 프랑스혁명 관련서로 읽을 수 있다). 봄에 5권이 나오는 듯싶은데, 순조롭게 완결되기를 기대한다...


17.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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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두 권의 책을 고른다.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의 산문 <아레오파기티카>(인간사랑, 2016)과 여성 작가 조지 엘리엣의 마지막 소설 <다니엘 데론다>(한국문화사, 2016)다. 



'언론자유의 경전'으로 불리는 <아레오파기티카>는 1999년에 나온 번역판의 개정판이다. 

"영국 혁명 초기의 정치적·종교적 현안 문제에 대한 존 밀턴의 급진적 대응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밀턴의 산문을 대표하는 글로 꼽히고 있는 바, <실낙원>이 밀턴 시의 금자탑이라면, <아레오파기티카>는 그의 산문 중의 백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책이 언론 자유의 경전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언론 사상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문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은 번역서 겸 연구서이기도 한데, 역자인 서양사학자 박상익 교수는 <밀턴 평전: 불굴의 이상주의자>(푸른역사, 2008)도 펴낸 바 있다. 



수년 전에 밀턴의 <실낙원>을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고, 내년 봄에도 다시 다룰 예정인데, 오랜만에 밀턴의 평전과 함께 <아레오파기티카>도 읽어보려 한다. 



밀턴의 대표작 <실낙원>과 <복낙원>은 밀턴 연구의 권위자인 조신권 교수의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다. 밀턴 연구서로는 조신권 교수의 <존 밀턴의 문학과 사상>(아가페문화사, 2012), 최재헌 교수의 <존 밀턴의 생애와 사상>(역락, 2011), <다시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경북대출판부, 2013) 등이 나와 있다(<존 밀턴의 문학과 사상>과 <다시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은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들이다). 역시나 참고자료로 다시 읽게 될 책들이다. 



조지 엘리엇은 19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로 꼽힌다. 대표작 가운데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은 작년에 강의에서 읽었고, 대표작 <미들 마치>가 다시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뜻밖에 <다니엘 데론다>가 먼저 나왔다. 

"조지 엘리엇은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적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들은 비교적 소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다니엘 데론다>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었다. 철저한 지배 욕구로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영국 상류계층을 비판하며 유대인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촉구하며 또한 자국 문화와 사회에 대한 반성적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디아스포라, 종교적, 인종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한 현재 사회에서도 여전히 절박하고 유효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들 마치>도 나오게 되면 조지 엘리엇 읽기도 심화 버전으로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발표순으로 하면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은 <아담 비드>,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미들 마치>, <다니엘 데론다> 순이다. <아담 비드>가 첫 장편소설이다...


16.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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