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대교북스캔 클래식 4
막스 뮐러 지음, 김시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쯔쯔 제목하고는.

막스 뮐러는 슈베르트의 가곡으로 유명한 '겨울나그네'의 원작자 빌헬름 뮐러의 아들이다. 그는 작가이기보다는 학자였다. 이 작품은 유일한 그의 작품이다. 학자로 지내다가 재미로 썼던가, 아니면, 학자로 지냈으나,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있었거나, 아니면, 어느날 문득. '문학'의 신님이 잠시 강림하셔서 그의 손끝을 빌리셨던가. 그것도 아니면, 작품에 나오는 것 같은 '사랑'을 꿈꾸거나, 경험했거나.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을 썼을까?' 고민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왜 나는 이렇게 사서고민 하고 있는건지.

'독일문학은 재미없다.' 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적어도 이 책을 에스키벨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나 보통의 책들처럼 재미있게 읽어내려가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을 해본다면, 예를들면 토마스 만의 '마의 산' 같은 책을 정말 힘겹게 힘겹게 읽어내고나서 이 책을 들으면, 150페이지정도 되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랑이야기쯤은 가벼운 산책처럼 산뜻하고 흥겨웁게 읽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서양의 중세 경건주의를 바탕으로 동양의 불교적인 신비주의,범신론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쓴 이 책은 독일인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적인 사랑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일생을 병상에서 보내온 공녀 마리아. 그리고 그 옆집에 살던 평민인 소설속의 주인공 '나' .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알고보니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 그렇게 둘은 사랑을 확인하고 그 다음날 허무하게도 '그녀'는 죽는다. 하지만 관념소설답게도 '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 남아있다. 한 방울의 눈물이 대양에 떨어지듯 그녀에 대한 사랑은 인류라는 대해에 떨어져 몇백 만의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 그들을 에워싸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수 백만의 낯선 사람들을. ' . 하며 끝까지 '사랑'에 대해 '상념'하고 ' 고뇌'한다.

책의 머리말이자 프롤로그는 막스 뮐러가 고인이 된 친구의 편지들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보게 된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니깐, 그 친구는 이 소설의 주인공 ' 나' 이다.) 1장에서 8장까지 있는데, 각 장은 '첫번째 추억' 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추억'으로 끝난다.

소설 속의 두 주인공들은 관념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시인의 '시'로 이야기 한다. 예를들면 워즈워드의 이 시를 읽어보세요. 하는 식으로.

쉽게 넘어가는 책만 읽다가 읽어낸 이 책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좀 버거운 독서경험이었지만, 몇권 더 읽으면, 다시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재미있었을' 때도 분명 있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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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2-2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전 이책 예전에 읽었는데..
음 찾아보아야 겠네요..
그때 읽고 너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님덕에 다시한번 보아야 겠습니다,,,,

비연 2005-02-2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땐가 읽었었죠..그 땐 어린 마음에 참 좋았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책입니다.
지금 읽으면 어떨런가..모르겠네요...^^;;
 

얼마전까지만해도 나의 마이리뷰 카테고리는

' 미스테리', '동화' 'made in UK' '그 나머지' ' My Favorite' 로 단촐했고, 나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작품들은 간혹 종잡을 수 없었다. 예를 들면 '로맨스'인 황진이를 '너무 슬프서 로맨스일 수 없다' 울면서 '그나머지'로 넣었고,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는 이건 여탐정과 아프리카의 사랑 얘기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부여안고 '로맨스' 에 넣는등.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국가별로 카테고리를 나누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고 나니, 또 평소 관심있는 '중세' ' 미술 이야기' , ' 책이야기' 를 또 따로 만들고, 집에 백만권 있는 ' 경제/경영/마케팅' 폴더도 야심차게 만들어봤다.  대기중인 폴더는 '인물', '역사', 등이다. ㅜ.ㅜ

그런데, 문제는, 나누어 놓고 보니, 너무나 초라한 카테고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러시아' 를 만들었던 것은 만들 당시 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있었기 때문이고 체호프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카테고리에 책이 달랑 한권이다. '중세'도 마찬가지이다. 난 사버리고 만 책들과 사고 싶은 책들을 '읽.은. 책' 과 헷갈려버린 것일까? '십자군 이야기 ' 하나 달랑있다.  별 생각 없었는데, 카테고리별로 들어가보니, 민망하기 짝이없다.

그 외에도 경제/경영/마케팅은 알라딘 서재 열었을 무렵인 지난해 8월의 리뷰 두개만 달랑. 독일문학 좋아해요 , 저 심지어 독문과 나왔답니다( 헛, 이런 일급비밀을;;) 마구 답글에 남발하고 다니는 주제에, 에바헬러의 그렇고그런 소설책 하나랑 뮐러의 '겨울 나그네' 시집 리뷰 달랑 둘이다. 민망시려라.

안그래도 2월에 책을 얼마 못읽어 이제 닷새 남았는데, 그래도 스무권은 채우고자 마구 조급증이 도지는데,

앞으로 닷새동안 열심히 읽어낼 책들은, 초라한 내 카테고리를 채우기 위한 책이 될 것이다.

읽으려고 추스려둔 책들

독일 -

하인리히 뵐의 '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요 네권 중에서 골라서 읽기로 하고, 

러시아 -

 조잡하기 그지 없다는 도스토예프스키 팬의 말씀이 있었지만,

 도스토예프스키도 조잡했었다는데 의의를 두기 위해 읽어버리기로 한다.

 

 

 

중세 - 

아아아아아아 만만한 책이 없도다.

 그나마 게중 얇다고 생각되는 책 골라본다.

 

 

 

경제,경영,마케팅-

 

난 심지어 이번에 경영서적 할인쿠폰 나눠주는 행사할때 이 책 살끼라꼬 리스트에 넣어놓기까지 했다. 나중에 집에서 발견하고 허걱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당연히, 미스테리 카테고리에 가장 많은 책들이 들어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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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2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57551

책 읽을꺼라고 다 꺼내 놓고, 오늘 산 instyle 만 내리 읽었다. -_-a

잠자는 쇼핑욕구 자극.

지금부터 반신욕하러 들어가서 ' 독일인의 사랑' 다 읽을때까지 안 나올꺼다.


바람구두 2005-02-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테고리의 문제는 참 괴롭죠.

하이드 2005-02-2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의 카테고리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대략, 한문문맹인 저로서는. -_-a

바람구두 2005-02-2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헐헐... 그래서 옆에 한글로 설명을 해놓았잖아요.

깍두기 2005-02-2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보내주신 책이 도착했어요. 현재 집에 카메라가 없어 자랑질을 못하네요. 그건 내일^^
(십자군 이야기 벌써 다 읽었어요. 무지 재밌드만요)

하이드 2005-02-2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헤헤, 재미있지요? 십자군 이야기? 술술 넘어가고.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초등학교 1,2학년용 책인데, 대학교재로 분류되어 있다. 심히 궁금하고나.

내가 배워야할 모든 것은 초등학교 1,2학년때 다 배웠다. 쩝.

 



언제부터 성이 유럽에 나타났을까? 이 책은 성의 탄생 배경과 최초의 성채들, 성을 쌓는 과정, 성 안의 모습과 생활, 성을 공격하는 법 등 유럽의 성에 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생생한 그림과 함께 전해준다. 중세의 기사, 성 주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함께 담고 있다.

왕들이 자신의 위엄을 내세우고, 적의 공격으로 부터 토지와 백성, 보물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호화스럽고 견고한 성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중세의 성이 가진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이야기 여덟 번째 권이다.




크리스틴 사니에 - 예술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최내경 -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불어학 석사,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덕성여자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강의 했으며, 2004년 현재 대학에서 프랑스문화와 언어를 강의하며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고흐의 집을 아시나요?>, <파르 예술 카페 기행>, <어느 일요일 오후>, <샹송으로 배우는 프랑스어>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어린왕자>, <별>, <나는 죽을 권리를 소망한다>, <클레>, <마티스>, <질베르 삼촌>, <헤라클레스, 넌 멋져!>, <사랑할 땐 사랑한다고 말하자>, <콜랭의 멋진 신세계>, <꿈꾸는 아기 코뿔소>, <우리집 엉뚱이 뿌뿌> 등이 있다.


    

1. 최초의 성채들
2. 성의 건설
3. 성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4. 성을 공격하는 방법
5. 성 안에서의 생활
6. 중세의 기사
7. 성의 주변
8. 성의 여러 가지 역할
9. 별장형 성들이 생겼어요
10. 유럽 여러나라의 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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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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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어제 서울에 (사실상) 첫눈이 내렸다. 눈다운 눈이 내렸단 말이다. 그리고 잠깐잠깐 내렸던 눈은 내가 집에 쳐박혀 있을때만 와서, 뉴스에서나 볼 뿐이었다. 폭설에 차량정체인 강원도 저 곳은 우리나라인가? 눈발을 맞으며 새벽길을 나서는데, 문득 화가 치밀어올랐다. 카페인이 들어가기 전인 잠결이였지만, 그 감정은 분명 '분노' , '화' 로 분류될 수 있었다. 이런 날은 산에 가서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그 감촉을 발바닥 뿌리부터 느끼며, 산의 침묵을 들어야 하는데, 이따금 나뭇가지가 얹힌 눈이 버거워 털어내면 나뭇가지위의 그것이 바닥에 쌓인 더 많은 눈 위에 조금은 거칠게 내려앉는 소리만 들릴뿐인 그런 산을 타야하는데. 예전 어느 구정에 산과 눈과 까치와 하늘밖에 없었던 겨울 한라산에서처럼. 혹은 언제나 공상만 하는 겨울바다에 가야하는데, 검은 바다가 꿈틀대고, 하얀 눈발이 그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파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들어줘야 하는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 설국' 을 읽으며, 나는 눈의 고장에 들어갔다 나온것 같았다.  '내 소설의 대부분은 여행지에서 씌어졌다. 풍경은 내게 창작을 위한 힌트를 줄 뿐 아니라, 통일된 기분을 선사해 준다. 여관방에 앉아 있으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어 공상에도 신선한 힘이 솟는다. 혼자만의 여행은 모든 점에서 내 창작의 집이다' 그래. 하나가 빠졌다. '설국'에서 시마무라는 고마코와 함께이지만, 어느 노소설가처럼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혹은 어느 방황하는 철이 덜든 어른처럼 '혼자' 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품은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구상된 것이 아니였고 작가의 같은 소재로 씌어졌던 단편들이 모여 연작형태의 중편 '설국'으로 탄생하였다. 그렇기에 1장 2장의 표시도 없는 이 책을 읽다보면,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만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오랫동안 그녀를 찾지 않았고,1년만에 만난 그녀는 게이샤가 되어 있었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어느 순간 다시 1년이 지나 가을에서 겨울이 되는 눈고장이 나오고. 그렇다.  그러나 그 해나, 그 전해나, 그 전전해나, 그다지 다를 것은 없다. 겨울이면 눈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고, 춥고,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연회를 다니고, 그는 산골 눈마을의 여관을 찾아 '고마코'를 만난다.

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컸다. 그는 그 마음을 다 알고, 그녀가 너무도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안타까웠지만, 그녀의 사랑을 헛수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그 자신의 생각에 또 더 애틋해하고, 사랑하고, 안타까워한다.

별로 그렇지는 않았다. '설국' 이라는 눈냄새 물씬 나는 이 책을 물이 얼어서 무거워져서 떨어져 내린 이 하얀 얼음덩어리들을 보면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이 책을 꺼내 읽은 것은 늦은 밤이였고, 그 다음날에는 (사실상 나에게는) 첫눈을 만났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여름에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이 책으로 피서하려하기보다는 이 추운 날들이 다 가기전에 한두시간이면 읽어낼 수 있는 이 짧은 중편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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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2-2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나니까 저도 눈이 그리워집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겨울에 비만 내리고 있어요. 일주일에 4~5일씩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데 몇달째 이러니까 우울해지려고까지 해요. (샌프란시스코의 겨울은 정말 최악입니다.ㅠㅠ)

하이드 2005-02-24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 사람. 가스자살 했더군요. 소설과 맞물려 뭐가뭔지 모르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계시는군요~! 다들 살고 싶어하는 곳인데, 아, 근데, 그지역은 비 잘 안오고 맨날 맑은날인거 아니에요? 흐흐

perky 2005-02-2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작가들 중에 유독 자살한 사람이 많은 거 같아요. (자살을 하나의 '미학'으로 여겨서 그러는건지..) 샌프란시스코는 겨울이 우기랍니다. 거의 5월부터 10월까지는 비가 한방울도 안 내리다가, 11월에서 2월동안 비가 몰아서 내린다지요. (일주일에 3~5일 비가 내리니, 참으로 음산한 날씨의 연속입니다.)

하이드 2005-02-24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딱 좋아하는 날씨인걸요? 전 하늘이 구름 한점 없이 맑으면 막 화나요. ( 직장인병인걸까요? 하늘은 맑고, 다들 즐기는데, 나는 회사로. ) ^^ ;; 아무튼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혹은 런던의 하늘처럼 비장한! 그런게 좋아요. 비오고 음산한 날씨. 좋은데. 아무래도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거겠지요? 그럼 전 '우울해지는걸' 즐기는걸까요? 설마? 헉.
 
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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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목은 신경숙씨의 '스무살에 만난 빛' 을 패러디한거다.

굉장히 멋져 보이는 연회색( 어쩌면 살때는 하얀색이었을지도 모르는) 하드커버의 김승옥 소설전집이다.오프라인에서 사려들었기에,( 사람 손을 너무 타서 꼬질꼬질한 것이 1,2권이 있었다.)  벼르고 벼르다 읽기 시작했다. 착실하게 표지, 책날개, 작가의말, 목차 본문, 뒷책날개, 뒷표지 읽어내는 편인데, ' 작가의 말' 에서 고민이 몰려왔다. 아무튼 목차를 보니 단편이 하나, 둘, 셋,,, ,무려 열다섯개나 실려 있다.

김승옥에 대한 진짜인줄 알았던 허구: 박통때 있지, 김승옥이 글을 너무 잘써서 박통이 호텔에다 잡아 놓고 글 쓰라 그랬대. 왜 호텔방에 가둬놓고 글좀 써라 하고 싶은 작가 있잖아? 근데, 박통이 그랬댄다. 그런데, 요절해서 작품이 몇작품 없대지, 아마?

누구랑 누구를 헷갈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2004년도에 책까지 내시고 펄펄하니 계시다. 호텔방 이야기는 사실. 박통때. 이어령 문화부장관이 서린 호텔에 방 잡아 놓고 ( 그렇다고 안기부 직원들을 막 문 앞에 세워놓고 그런거 아니고,그런거 상상했었다.) 옆방에 편집자 데려다 놓고 감시 아닌 감시를 시켰다는 것이다. 그의 경험은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단편 '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에 잘 나와 있다. (어디서부터가 논픽션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지만, 순간 작가의 말이 뒤에 또 나온줄 알았다. )

어렴풋이 생각해보는 것이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 교과서에 나왔었고, 수능 문제에도 자주 나왔었고, 뭐, 그런거. 문화부 장관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작가여서 그 빽도 있었던걸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도 해본다.

교과서에 나오면 무조건 싫었던 '나' 에게 열아홉, 수능기출문제단편소설로만 여겨졌던 '무진기행' 이( 근데, 이 책 청소년이 읽어도 되나? 이런말 하는거 보면 나 좀 많이 나이가 들어버린것 같기도 하고 ) 스물 아홉 내 손에 다시 들어왔다. 무진기행은 중간에 나오고, 정말 신이라도 내린듯한 김승옥의 글빨( 표현이 경박하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의 버라이어티인 이 책의 열다섯개나 되는 단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무진기행'이다. 이런 내용이였던가? 내 머리 속에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던 것은  무진의 안개.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 오는 여귀가 뿜어서 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

누구나 마음 속에 '무진'을 가지고 있다. 그곳으로 도피하거나, 그곳에서 치유당하거나, 그곳에서 위안과 안심을 얻거나간에. 그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장소일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고 각자의 관념속에만 존재하는 곳일 수도 있겠다.

그 밖의 단편들 중 '싸게 사들이기' 에서는 헌책을 싸게 사는 방법이 나온다. 곰보 영감의 헌책방에서 갖고 싶은 책에 침을 발라서 찢어내어 ( 인디안지일경우는 빙고다) 챙겨놓고, 나중에 책이 이렇게 많이 찢어졌는데 누가 사가겠소 하면서 싸게 책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 찢어놓은 부분을 테이프로 붙혀서 승리감에 빠져 재미있게 보는거다.

''역사' 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하숙방에서 막노동꾼, 창녀, 술에 쩔은 절름발이 사내와 그 딸 등을 이웃하고 살다가 '규칙적'이라는 이름의 집에 ' 규칙적' 이라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살게 되면서, 그 극과 극 사이에서 갈등하는 백수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그 비슷한 백수가 '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에도 나와서 모든 건물과 그 건물의 직선은 몬드리안에서 그쳐버렸다는 고정관념, 일본 카드에 나와 있는 빨간 해와 그 옆에 금빛으로 찍혀있는 글씨를 보고 일본 사람들은 금빛을 좋아하나보다는 고정관념등등을 주저리는 것도 볼 수 있다.

폭력과 희생자 ( 사람이기도 혹은 동물이기도 ) 에 대한 불쾌감을 자극하면서도 뭐라 욕하고 싶은 맘이 가득하면서도,  꼭 집어서 명쾌하게 '이런 죽일놈' 할 수 없는 찝찝한 감정들이 생기게 하는 '건' ,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 등과 같은 단편도 있다.

본인의 경험이 십분 반영되었을듯한 ' 차나 한잔' 과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와 같은 작품들도 있다.

어느것 하나 버리고 싶지 않고, 되새겨서 읽어도 또 좋을 것 같은 우리 작가의 단편을 만난다니 반가운 일이다.

벌써부터 두번째 전집 ' 환상수첩'을 읽을 생각에 기대감에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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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2-2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승옥 소설하면, '아련함' '우수' 뭐 이런 단어들이 떠올라요. 왠지 로맹가리랑 느낌이 비슷한 작가인거 같아요.

하이드 2005-02-2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멩가리. 아직 아껴두고 있답니다. perky님 리뷰 읽고, 너무 읽고 싶어서 냉큼 샀는데, 막상 사니깐, 아껴두게 되요. ( 미뤄두는거 아니고요~~~!) 이렇게 아껴두고 있는 책은 로멩가리랑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메뚜기요. 그리고 코넬 울리치의 상복의 랑데부, 등등. 몇개 있네요. 김승옥 전집은 아직도 네권이나 남아서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