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그랬지만, 또 한 번, 교보 코 앞에서 일하면서 퇴근 후,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교보에 가서 책들을 구경하고 온다. 

인터넷으로는 알라딘의 새로나온 책과 블로거 베스트셀러를 훑어 본다. 알라딘의 초이스, 블로거 베스트셀러의 초이스 모두 훌륭하다. 


오늘의 책구경은.. 


존 윌리엄스의 <아우구스투스>이다. 


스스로 폐기한 데뷔작을 제외하고 단 세 편의 장편소설만을 발표했던 작가의 생전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은 로마의 가장 위대하고 격동적인 시기를 다루었던 세 번째 작품이자 1973년 전미도서 상 수상작이기도 한 <아우구스투스>였다. 

존 윌리엄스는 100여 년 동안 피 냄새가 끊이지 않았던 로마에 평화를 가져다준 인물, 팍스 로마나의 시기를 연 로마의 첫 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역동적이고도 파란만장한 생애를 일반적인 일대기식으로 풀지 않았다. 수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품고 있는 아우구스투스를 묘사해내기 위해 작가가 가지고 온 것은 바로 서한체 형식이었다. 

일반적 역사소설이 방대한 서사와 스케일로 독자들에게 접근하는 반면, <아우구스투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에서 시작해 아우구스투스의 최후까지 짧지 않은 시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축적인 서사를 통한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으로 묵직한 대서사에 한결 쉽게 접근했다.


8월에 나온 아우구스투스 대박나라. 출판사가 바뀌었는데, 표지 컨셉이 같아 맘에 든다. (스토너 출판사에서 요구했고, 같은 디자이너님이 수고해주셨다고 한다) 


예약 상품 중에는 이 두 권을 찜해두고 있다. 아, 장강명 에세이는 이제 예약 풀렸나? '한국이 싫어서'가 대히트였지만, '소수의견'을 더 좋아한다. 영화도, 책도 좋았어서 (하지만 소수의견은 손아람이었던 것이지. 하하하) 장강명 작가의 에세이 궁금하다.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사랑이 이루어지고 나면 연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고 영원을 약속한 연인도 어느 순간 상대의 유일무이함에 의구심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애초에 사랑이 아니라는 낭만주의적 결론이나 사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관론적 결론에 지체하지 않고 알랭 드 보통은 지금의 사랑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현실적인 논의를 펼친다. 


독자들은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만난다. 


알랭 드 보통은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며, 그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관적인 미래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그가 제안하는 유연한 사랑의 방식이 담긴 책이다.


이런 책.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 에 대한 통찰이라니, 끝내주게 재미있을 것 같다. 


 비하인드의 <제주, 소요> 


 이런 책들 대부분이 재미없다. 기대 없이, 근데, '소요' 라는 이름이  지난번 애인이라 제주 갔을 때 봤던 그 카페 이름인가 싶어 책장 넘겨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 보인다. (그 때 카페와는 상관 없었지만) 


느린 걸음으로 산책을 하고, 서투른 손길로 텃밭을 일군다. 낚시를 하고 밥을 지어 가족과 먹는다. 책을 읽고 기록을 한다. 소박한 사진과 글로 표현된 일상에는 제주의 사계, 사람들, 바다와 오름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가벼운 일기체임에도 묵직한 사색의 그림자가 내비친다. 소유의 한계, 외로움, 사람과의 관계, 먹고사는 일, 행복의 의미, 삶의 목적….


제주살이를 슬쩍이나마 경험해보기도 했고, 느린 걸음의 삶을 살아보기도 했는데, 이건 '소박한' 것이 아니라, 내게는 '럭셔리'한 것이다. 내게는 생계가 해결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부자이고 럭셔리해 보인다. 


후지요시 마사하루 <이토록 멋진 마을> 


인구 79만 명의 작은 지자체 후쿠이현이 일구어낸 기적 같은 자력갱생 생존모델을 탐구한 심층 리포트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에 대해 오랫동안 탐색해온 저자는 독보적인 발전과 진화를 이끌어온 후쿠이의 역사와 일상, 행정과 경제, 독특한 교육 방식, 토착민과 외지인.노인과 젊은 세대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21세기형 도시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입을 빌려 생생하고 명쾌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왜 후쿠이였을까?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변방, 대도시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었다. 하지만 벌써 오래 전부터 후쿠이현은 객관적인 모든 지표에서 대도시를 압도하는 마을이었다. 저자 후지요시는 후쿠이 발전의 비법과 원동력을 찾아 취재여행을 떠났다. 도쿄에서 후쿠이와 도야마, 오사카와 교토를 거쳐 다시 후쿠이현으로 이어지는 2년간의 여정이었다. 이를 통해 교육과 일상, 경제가 유기적인 그물망을 만들어내는 후쿠이만의 생존모델을 발견해낸다.


일본의 노령화가 문제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게도 초고속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옆나라에서 경험하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배워야 한다. 독신으로 애인과 고양이들과 혹은 거기에 더해 마음맞는 친구들과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준비도 해야 하고. 서울의 주거비는 나의 미래 예산에 없다. 작은 마을이 어떻게 죽었다가 살아나는지 읽어봐야겠다. 심각한 책일 것 같은데, 표지가 귀여움. 


 

 페미니즘과 함께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주제. 노후.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그 외 관심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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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8-1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수의견은 장강명이 아니잖아요?????
소수의견은 손아람임요.

하이드 2016-08-19 13:43   좋아요 0 | URL
아 손아람 ㅎㅎㅎ 그래도 읽을거에요! 장강명 신혼 에세이!

다락방 2016-08-1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밑에 한 줄 추가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댓글달림 ㅋㅋ

하이드 2016-08-19 13:43   좋아요 0 | URL
나 방금 권여선 소설 리뷰 보면서 도스토예프스키 아니라 똘스토이 인데 .. 생각했는데, 내가 손아람을 장강명으로 쓰고 있었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 제대로 감동 먹은 1인입니다...

하이드 2016-08-23 14:55   좋아요 0 | URL
스토너 좋아하시는 분들 많지요. 이 작가가 쓴 로마물이라니 기대됩니다
 

신간 읽고 싶다. 신간 읽고 싶다고.

일본 추리소설 고프다. 하지만, 더위.. 더위가 가야한다. 밤에는 잠 못자고,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에 있는 지금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동작구는 35도다. 35도? 이 정도면 바깥보다 집이 시원하긴 하겠다만.. 냥님들 간식이라도 좀 잘 먹여야겠다. 어제 기존에 먹던 오리젠 사갔는데, 오늘 가면 좀 먹었으려나..

 

애인이 서프라이즈로 보내준 치즈랑 요즘 맛있는 이마트 스페인 와인이랑 먹고 애인이랑 통화하다가 잠들었다. 퍼뜩 깨보니 통화는 3시간째라 전화 끊고 잠.(무제한 통화로 무제한 연애중)

 

 

 

프란체스코 마르치울리나노의 '고양이의 시'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고양이책을 많이 사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애인하고 같이 볼겸 종종 산다. 고양이가 쓴 시집이다.

 

 

 

 

 

스티븐 킹이 쓴 미스터리 빌 호지스 시리즈다. 처음 읽었던건 미스터리로는 별로였지만, 책은 재미있었다. 정도인데, 이 책의 평이 더 좋으니 또 읽어보고 싶다.

 

 

 

 

구사카베 요의 '무통' 요즘 읽을만한 일본추리소설이 안 보인다. 일본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찬호께이 읽고파. 일본추리소설이 무척 땡겨서 골라둔 책. 구매1순위다.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 두 권 정도 읽다가 하도 꼰대스러워서 관뒀는데, 그 뒤로 나온 책들의 평이 좋다. 표지도 예쁘게 갈아입어서 더 땡기고 있다. 휴가 갈 때 시리즈 왕창 가지고 가서 그 세계에 폭 빠지는 것이 로망인데, 잭 리처 시리즈를 다 가지고 가거나..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가지고 가면 어떨까 싶은.

 

 

민음사에서 나온 리터, 문학잡지. 미스테리아도 꾸준히 사고 읽지 않아서 문학잡지는 더 안 읽을 것 같긴 한데, 창간호이니 한번 사볼까 싶기도.

 

 

 

 

 

 

테드 토크. 테드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책 정도 사면 되나? 인기 있었던 연설 50개와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나온다고. 부록이 ... 독서대!다. 내가 알라딘 독서대를 많이 애정한다. 만천원에 팔고 있는데, 책도 읽고 독서대도 받고. 가능.

 

 

 

 

 

창비카페 처음 갔을때 친구가 사줬던 책이 '저스트 키즈' 인 것 같은데, 패티 스미스 이야기는 김경의 책에서도 많이 봤고. M트레인도 재미 있어 보인다.

 

 

 

 

 

 

 

 

 

 

 

 

 

 

 

이런 책들도 담아두었다. 언제 살지는 모른다. 쵸파 자석 있는 동안 사고싶은데에에에

 

 

이런것도 나왔더라. 크레마 카르타 현대단편문학 세트. 우어어어어어.

 

20, 21만 빠지고 22,23으로 넘어갔길래 뭔가 보니 오에 겐자부로와 랭스턴 휴즈.

 

 

딱 한 잔만 마실게. 하고 꺼낸 코니 윌리스 잔. "그리고 169년동안 그녀에게 키스했다." 잔.

집에 남은 반 병 오늘 밤에 마저 마셔야지. 좀 덜 덥게 잘 수 있기를.. 이라고 하지만, 술은 숙면에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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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그 중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꽃시장에 가거나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다. 집에 가면 고양이 화장실과 고양이 밥과 물을 챙긴다. 씻고, 냉장고에서 먹을만한 것을 찾아 꺼내어 먹고, 트위터를 보고, 타운쉽의 작물을 재배하고, 책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잠들어버린다.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정리를 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쓰레기와 재활용만 근근이 버린다. 일상에서 뭔가가 빠져버렸을 때, 보잘것 없는 일상이 그 틈을 금새 매워버린다. 일상은 쉬이 매워지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다. 아니, 가득 차 있는건가.

 

재미 있는 책들을 읽어야 한다. 읽다 만 <다크 할로우>를 다시 꺼내들었다.

집에 가면 또 뭘할지 모르겠어서, (아니, 아무것도 안 할 것을 알겠어서) 에어컨 고친 사무실에서 일어나지를 못한다.

퇴근 시간 지나고 가야지. 시원한 지하철에 앉아 가야지. 고양이들한테는 미안.

 

리타는 문제가 많은 가정 출신 같았고, 빌리 퍼듀와 문제가 많은 가정을 꾸려서 결국 또다시 그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리타 페리스의 마음속에는 지금까지 무수히 안 좋은 일을 겪었지만 그 어느 것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하고 좋은 면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정말 아마도 그녀는 빌리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선한 면을 봤다고 믿었고, 자신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하는 만큼 그도 그녀를 필요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애정과 필요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학대받는 아내들과 매 맞는 연인들, 멍든 여자들과 불행한 아이들은 그녀에게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어떻게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그야말로 고집스럽게 진실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하지만 구원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그런 구원의 빛이 비쳤을 때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리타는 그를 사랑했어. 결국 그녀가 빌리에게 줄 수 있는 건 사랑밖에 없었고, 그녀는 그에게 그걸 줘야만 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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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적립금 털어 책 사려고 신간 뒤적여보니, 아아아아 여름은 책의 계절.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다.

 

 

 

 

 

 

 

 

 

 

 

 

 

 

 

TTB 책장에서 눈길을 끄는 풀색의 책들. 유유출판사 동양고전 시리즈 <맹자를 읽다>

버나드쇼 전기 <지성의 연대기>, 찰스 부코스키의 <고양이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와 <글쓰기에 대하여>도 관심 가지만, 가장 관심 가는건 리처처럼 몬땐 표정 짓고 있는 검은고양이 표지의 <고양이에 대하여>

 

 

 미스캣의 그림은 트위터에서 보고 엄청 귀여워서 저장해 두었는데, 책으로 나왔구나!

 

 

 

 

 

 

 

 

 

 

 

 

나는 요즘 딱히 고양이 책 욕심은 없는 편인데, 이 책은 욕심난다!

 

 

 

 

 

 

 

 

 

 

 

 

 

미스테리 소설 몇 권들.

요네스뵈의 <바퀴벌레>왜 핑크 표지? 노르웨이 작가 사무엘 비외르크의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

피터 스완슨 <죽여마땅한 사람들> 스티븐 킹의 <파인더스 키퍼스>  

 

 

 

 

 

 

 

 

 

 

 

 

 

 

구사카베 요 <무통>

제3회 일본의료소설대상 수상 작가 구사카베 요의 장편소설. 고베의 고급 주택가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심신상실자의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일본 헌법 제39조의 문제점과 환자의 겉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병명을 알아맞히는 두 천재 의사의 대결, 선천적 무통증, 첨두증, 조현병 등 의학적 요소까지 두루 담아내며,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2015년 말 후지테레비에서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의료소설 대상 수상이라는 것도 궁금하고 '심신상실자의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 는 일본헌법의 문제점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관심간다. 이런 건 가노 료이치가 잘 쓸 것 같은데, 이 작품도 기대.

 

미쓰다 신조의 화가와 에도가와 란포 걸작선 2. 책 만듦새도 탁월하다.

 

 

 

 

 

 

 

 

 

 

 

 

 

 

 

 

 

관심가는 일본책들.

아..컴퓨터가 쉬고 싶다고 한다.

 

여기까지.

 

스크롤락이 걸린 것도 아닌데, 스크롤이 맨 아래에 고정되어 잔머리 굴려 화면 50%로 줄여 스크롤 없이 글 쓰고 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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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7-2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초역이라니요 😍😆😭 아 살아있으니 이런 좋은 날도 있군요!

비연 2016-07-2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통>은 일드로도 했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서 끝까지 못 보겠더라구요. 책은 어떨런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데이트 폭력에 대한 기사를 본다. '데이트' 라는 말이 들어가서 데이트 폭력이 가벼워 보인다면, 폭력의 심각함과 폭력의 이유는 '데이트 폭력'을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어제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고 여자친구가 일하는 카페에 가서 목과 배를 칼로 찌른 기사를 읽었다.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헤어질 때 차도에 뛰어들어 죽겠다고 하고, 나에게 썅년이라고 할지언정, 난 그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헤어질 때, 단 한 번도 어떤 폭력도 상상하지도 않았다.

 

이렇게까지 매일 끔직하고 이해가지 않는 기사를 볼 일인가 싶을때마다, 요즘 이런 일들이 많아지는거야? 아님, 이슈가 되니깐 가시화 되어서 많아 보이는거야? 묻곤 한다. 둘 다이겠지만, 가시화 되고, 기사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압도적이겠지. 데이트 폭력이 끔직한건 '사랑하는 사이' 였던 두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떠나 헤어지자고 했을 때, '폭력'을 가한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에 '상대방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가 이유가 될 수 있다니. 현실이 소설보다 기이하고 뒤틀려있다.

 

엄기호, 하지현의 <공부중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공부' 가 얼마나 문제의 핵심에 깔려 있나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 있어 옮겨둔다.

 

 

요즘 문제가 되는 데이트 폭력 같은 경우도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일 수 있는 게,아이들의 자기중심성은 연인 사이에서 굉장한 공격성으로 표출될 수 있어요. 가령 상대가 통제가 안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거거든요.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반응이죠.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너는 왜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거야!'라고 착각을 한단 말이죠. 나를 중심으로만 바라보면서 사랑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는 거죠. 이런 친구들을 상담해보면 데이트 문제 때문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요.

 

고등학교 때 고민하는 애는 예뻐요. 하지만 대학생이 된 다음 또는 성인이 돼서 데이트라는 걸 처음 하면 멘붕에 빠지게 돼요. 왜냐하면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처음 경험하는 사회성이거든요. 그럴 때 이 친구들이 생각하는 건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예요. 그래서 내가 이 여자친구한테 자주 연락하고 선물도 많이 하면서 정성을 쏟으면, 당연히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게임을 하듯이, 내가 이렇게 노력하면 아이템이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인간관계는 그게 아닌데, 이미 아닌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어느 순간 도를 넘으면 '내가 방향이 잘못됐구나'라고 여기기보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감히 네가 나한테' 이렇게 생각하고, 하물며 그 엄마도 애한테 "걔가 잘못했네"라고 말한단 말이에요. 우리 귀한 아들을 아프게 해, 우리 애가 뭐가 문제가 있다고, 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스토킹과 집념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잖아요. 모든 스토커는 자신이 사랑했다고 말하지 스토킹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 사람을 열렬히 사랑해서 그 사람의 동선을 파악해서 그 사람이 오는 길 앞에서 얘기하려고 기다렸을 뿐이에요" 내지는 "얘가 밤에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얘기하면 불편할까 봐 둘만 단둘이 얘기하기 위해서 찾아갔을 뿐이에요. 내가 잘못 했나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를 무서워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스토커가 얘기해요. 자기는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내가 하는 이 행동이 상대에게 위협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어요.

 

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내가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그러면 이 정도가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공정하지 않다, 그러니까 내가 공격하거나 화를 내거나 혼을 내는 건 타당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할,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 온 여성혐오의 말들.

 

"그애가 널 좋아해서 그래"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공부 열심히 해야 예쁜 부인 얻는다"

 

 

좋아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용인하면 안 됩니다.

No means No 입니다. 여자는 성취해야할 목표가 아닙니다.

여자는 노력하면 주어지는 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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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6-07-0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력은 폭력일뿐...어떤 말로도 미화가 되질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