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해서 신간이 신간이 아닐 것이야. 아마도.

오늘까지인 전자책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사고 싶은 책들 정리해 보기로.

 

제주 내려오고 나서 전자책이 더욱 유용해졌다. 짐을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당일배송보다 더 빠른 즉시다운로드.를 선호하게 되는데, 역시 어떤 책들은 꼭 종이책으로 사고 싶고, 그렇긴 하다. 내 경우 가장 좋아하는 책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전자책을 사서 읽고, 종이책을 사서 읽는 것.

 

책 산지가 정말 오래됐는데, 전자책은 사고 바로 읽거나, 아니면, 사고 까먹어서 산 감각이 없어지는 단점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읽어야 되는데.의 부담도 제로로 수렴하는 건 내가 못난 탓이지만요.

 

나 올해 초반에 장바구니 한 번 날린 것 같은데, 종이책 3,524,240원 뭐여? 저기요, 보관함을 이용하시라구요. 전자책은, 어디 보자.. 4,686,240원 ㅎㅎㅎ 분명 이거 다 주문하면, 이미 구매한 책을 또 구매하겠냐? 멍충아? 라고 메세지가 나오겠지.

 

 

 

 

 

 

 

 

 

 

 

 

 

 

레베카 솔닛의 책들. 전부 다 이북으로 나와있다. 전자책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컨텐츠다. 사고 싶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음. 전자책은 읽고 싫으면 버리지도 팔지도 못해서 더 고심해서 사는데, 신간들이 빠르게 전자책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래도 이런 책들은 종이책으로 쥐어보고, 읽어보고 싶긴 하다.

 

숲해설가 페터 볼레벤의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아직 안 읽은 다혜리의 책들도 두 권 골라봤다. 구병모의 <파과>는 오늘 살건데, 소설 앞부분에  

지하철에서 50대 한국남자가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여자보고 애 가진게 대수냐고 막 시비터는데, 킬러가 눈에 띄면 안되니깐 보고만 있다가 사람들 우르르 내릴 때 50대 한국남자 등에 독묻은 칼 꽂고 내리는 얘기가 나온단다. 60대 여성 킬러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장 사보겠다고!

 

셜리 잭슨의 <힐 하우스의 유령>은 집에 있었는데, 이번에 버리고 온 듯.. 읽긴 읽었다. 넷플 드라마가 되게 수작이라고 해서 책 다시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알라딘 서재 1위 책 뭔가 봤더니, 애도일기 번역가 김진영님이 쓴 마지막 일기 모음이다. 이건 종이책. 애도일기 읽으려고 꺼내놨는데, 맑고 아름다운 글 쓰시는 분이라는 리뷰 보고 나니,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 네 권도 읽어보고 싶은데, 일단 도서관 신청도서, <고양이 '비'의 이야기>만 장바구니 담아 본다. (이미 담겨 있다)

 

 

 

 

 

 

 

 

 

 

 

 

 

 

<고독한 늑대의 피> 잘 쓰여진 경찰소설이라던데, 이거 전자책 나왔네. 사봐야겠다.

진 리스의 책, 표지도 아름답다. 나중에 종이책 살 때 사야지. 스가 아쓰코의 책들 재미있다고 누가 그랬는지 기억 안 나는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 다 담아두었다. 한 권씩 시작해볼 예정

 

 

 

 

 

 

 

 

 

 

 

 

 

 

 

이런 책들도 담아둔다.

 

나 요즘 엄청 깜박깜박한다. 어제는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화가 나서 내가 왜 이러지 했다면, 오늘은 자꾸 사소한 실수들 반복해서 내가 엄청 짜증났던 날이다. 뭐가 문젤까. 너무 화가 나고 걱정이 돼서 (내가 이렇게 날 잘 챙겨) 이전에 읽었던거라 살 생각 없었던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일할까'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살 것이다. 그리고, 체크리스트 만들어 일 잘할 것이다.

 

 그리고, 허수경의 책을 한 권 살 것인데, 지금 보니, 전부 다 전자책으로 나와 있는 것 같다. 전자책 만세다.

 

 

 

 

 

 

 

 

 

 

 

 

 

아까 장강명의 '노라' 표지 보고 너무 기분 나쁘고 섬찟해서 리디셀렉트 해지하고, 마구 욕했는데, 연재중단 요구도 일어나고 있나보다. 해지와 불매와 연재 중단은 다르다는 글 보고,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별 생각 없었는데, 아무리 빻은 글을 쓰고, 여성혐오 표지판 같은 표지를 썼다고 하더라도 연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나? 해지할 때, 분명히 사유 썼다. 리디 셀렉트의 셀렉션을 믿고 구독 신청했는데, 장강명의 노라. 같은 이야기를 셀렉트한 걸 보니,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표지와 내용도 불쾌하다. 라고.

 

분노하다가도 이렇게 금방 자기검열하고, 그래도 되나? 돌아보고, 내가 틀린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데, 여자들만 그런 것 같아서 또 열이 올라옴. 내가 그 표지가 굉장히 불쾌했던 건 그 표지 보자마자 연상된, 무슨 성박람회 사진이었는데, 얘기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더럽고 남성혐오가 극으로 올라오긴 하는데, 그냥 빨리 하고 넘어가면, 여성 신체의 각각 부분을 오나홀로 만들어 둔 것이다. 발, 손, 뭐 그렇게. 여자의 몸을 조각조각 잘라서 남자 자위도구로 만들고, 성박람회 아니라도 성인용품점에서 남성자위도구 파는 패키지 본 적 있다. 정말 .. 장강명의 표지는 그런 것들을 세련되게 그려 놓은 것과 다름 없었다.

여자가 이미 그런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그게 뭔 SF 소설이야.

 

근래에 발견한 너무나 멋진 SF '여자' 작가들의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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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0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8-10-2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한 늑대의 피.. 최고입니다^^
 

오늘 제주 내려와 처음으로 함덕을 벗어나 서쪽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수목원을 걸었고, 예쁜 수국들이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다보니, 낮잠도 놓치고, 강기사가 사 준 연어회와 멍게회로 각각 연어장과 멍게비빔밥을 만들었다. 남는 연어와 남는 멍게는 회로 먹었다. 연어 먹을까 멍게 먹을까 하다가 둘 다 사서 둘 다 한꺼번에 처먹다니, 참 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연어는 연어장 만들거였는데, 양이 많았다고. 라고 핑계를 대 보지만.

 

연어는 회로 먹으나 연어장으로 먹으나 맛있을게 틀림없다. 그러나 멍게는?

멍게 회를 즐겨 먹지는 않고, 멍게젓갈은 좋아한다. 멍게젓갈 맛있어. 멍게비빔밥도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집에 있는 풀떼기는 그제 닭똥집 튀김과 함께 다 쓸어 먹었고, 비빔장과 참기름과 김을 잘라 넣었고, 대부분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내 입에도 맛 없었다. 대부분의 음식을 맛있게 먹다 가끔 맛 없는데, 그게 다 내가 한 거. 젠장젠장! 여튼, 먹다가 포기하고, 이를 닦아도 기분이 나빠. 아이스커피나 마셔야지. 하고 있었는데, 잠이 들었고, 깨 보니 열두시 반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다시 잤겠지만, 오늘은 저녁때 맛없는 멍게비빔밥 먹다 남은게 생각 나서 안 자고, 그냥 침대 옆의 책 들고 읽기 시작했다. 밤 새게 되면, 내일부터는 잘 자겠지 뭐. 하는 마음으로다가.

 

그리고, 멍게비빔밥을 살려보기 위해서 파랑 마늘 볶고, 양송이버섯 (1끼 1양송이버섯 하고 있다.나의 요즘 최애 식재료) 한 개 자르고, 양파 썰어 놓은거 넣고, 볶다가 멍게비빔밥 투하, 고추장 추가해서 먹어도 멍게향은 여전히 진하다. 음. 멍게 너 이런 맛이었구나. 고추장 너무 많이 넣어서 짤까봐 계란 후라이도 얹었더니,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맛 괜찮은 거 같아. 이것도 맛 없으면, 튤립햄이랑 미국 소세지도 넣어보려고 했지. 하하

 

아니, 이건 멍게에 대한 페이퍼가 아니라, 1만 시간에 대한 페이퍼였지.

 

침대 옆의 책은 '마녀체력'이다. 선물 받은 이 책 너무 좋았고,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선물하기 전에 한 번 더 읽어보려고 읽던 중에 만시간 이야기 나와서, 아! 하고 벌떡 일어나 멍게볶음밥을 ..

 

정말 좋은 책이고, 나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좋은 영향을 이 사람도 받았으면 좋겠어서 멀리서 선물해 준 마음 너무 알 것 같고, 나도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선물하려고 한다. 이 책을 처음 선물 받고 읽었던 때가 올해 여름이다. (06-17이라고 페이퍼에 나와 있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꽤 다르고, 이 책은 또 다르게, 더 좋게 읽힌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해요!

 

다시 메모하면서 읽다가 이 부분을 당장 얘기하고 싶어서 이 새벽에 침대에서 일어나 멍ㄱ..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전문가의 1만시간

 

" 작곡가, 야구 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

 

나는 이 책을 2010년 2월에 읽었다 (역시 알라딘에 나옴) 지금으로부터 8년 8개월 전이다.

이걸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루에 세 시간씩 십년이면 전문가가 된다고? 그럼, 나는 일본어를 세시간씩 하고, 또 뭐는 몇시간씩 하고, 막 이렇게. 8년전만해도 시간이 무한한 것 같았고, 무모한건 지금이나 그 때나 같다. 그 때 뭐라도 시작했으면, 나는 만시간은 아니라도 만시간 가깝게 뭔가를 해서 전문가가 되어 있을텐데 말이다.

 

2010년 2월의 나는 몰랐을테지만 그해 가을 나는 꽃을 시작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꽃만 하던 시간들이 몇 년이고 쌓였으니 전문가인가? 라고 하기엔, 음..

 

이건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몰라서 몇 년에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전에 만시간 이론을 다시 접했을 때, 만시간 이론을 인용한 저자는 하루 세시간이건 열시간이건 수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도움되지 않는다. 공부하고, 연습하고, '어제보다 낫게' 발전하는 그런 시간들이 모여야 한다. 는 글을 봤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난 오늘 (사실 몇 달 전에도 이 책을 읽었지만, 그냥 지나갔던) 1만시간 이론의 '십년동안 하루 세 시간'이 처음으로 무겁게 다가왔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아서.는 아니고, 하루의 시간을 쪼개서 잘 쓰는 것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고, 모든 걸 뒤엎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해서일 것이다.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노력한 시간들이 있었고, 이제 나를 위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글을 쓰자마자 오랫동안 나의 한심한 꼴들을 봐왔던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고 있고,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큰 힘이 된다. 말하지 않아도, 부담될까봐 말하기 힘들어도 마음으로 응원 해주는 사람들 마음까지 나 혼자 막 짐작하고, 힘내고 있다.

 

책 속의 비유 문장들을 아, 이런 뜻이구나,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는 말을 아, 이럴때 쓴 말이겠구나. 깨닫게 되었고, 요즘은 '날개를 단 것 같다' 는 말이 이 비슷한 기분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40에 운동을 시작해 10년을 한, 저자의 모토는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였다.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지만,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움직이고 싶기 때문이고, 언제라도 손짓하며 지나가는 기회를 확 잡아챌 수 있는 몸 상태를 준비해 놓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53살? 저자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사십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준비된 나이고 싶다. 오늘의 서쪽 방문은 어쩌면 나에게 찾아온 기회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해보려고 한다. 내가 여기 내려온 것만으로도 이미 준비는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일이 그냥 작게 끝나던, 커지던간에 다음 기회를 위해 지금 당장부터라도 꾸준히 준비를 시작해,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겠다.

 

일 뿐만 아니라, 책읽기도 그렇다. 책은 시간이 많을 때가 아니라, 내가 열심히 살 때 가장 잘 읽힌다. 나는 그랬다.

책이 안 읽히는 건, 그냥 숨쉬는 것만큼 쉬운게 책읽기였는데, 책이 안 읽혔던건 나에게 충분히 내가 뭔가 잘못 됐다.는 신호였던 것을 이제는 알겠다. 그리고, 이제 다시 무의식적으로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내가 책읽는 것을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내내 마음에 남았었던 것 같다. 제대로 반박하지도 못했었다.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도피가 아니고, 내가 잘 살고 있는 증거라고.

 

하루 세 시간씩을 무언가에 내 줄 수 있다는 거. 무거운 하루 세 시간. 24시간, 7일의 일상을 가꾸는 중의 가장 농축되고 소중한 시간일 것 같다. 맨날 쉬는 날 없다고 엄살 떨며 징징댔지만, 내게는 그  세시간이 있다. 내가 뭘해도 좋을 세 시간. 그건 나의 소중한 시간자산이고, 이제 나는 그걸 잘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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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8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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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0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 촌년티 제대로 내고 있는데,
제주 와서 처음 맞는 귤 철이다. 제주 사람들은 귤 안 산대. 귤밭이 있거나(아는 사람 얼마 없는 내 주위에도 꽤 많다!) 아는 사람이 귤밭을 한다. 그러니 파는 상품까지는 아니라도 파치라고 부르는 팔지 못하는 상품들을 엄청 나눠주거나 아주 저렴하게 판매한다.

계속 하우스귤만 팔다가 며칠전부터 노지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격이 반값이라 막 사봤다. 근데, 좀 더 있어야 맛있대. 근데, 엄마가 파치를 다섯 컨테이너쯤... ! ( 한 컨테이너 20키로) 사왔다. 오늘 다섯박스쯤 포장해서 이모할머니, 할아버지, 숙모, 이모 등 보냄. 얼마전에 마트에서 산거보다 훨씬 맛있었는데, 대흥분하니깐, 좀 더 있으면 더 맛있어진대. 오오!

엄마는 제주 내려온지 삼년인데, 이제 막 내려온 나의 흥분에 처음으로 동참하여 봄에는 고사리도 처음 따 보고, 귤 철에 막 파치귤도 사며( 제주 사람들은 별 관심 없었다는..) 같이 막 업되어 있다. ㅎㅎ

지난 몇 달, 사람 때문에 힘들었는데, 정말 거짓말 같이 사람 때문에 하루의 순간들이 즐겁도, 웃기고 그렇다. 이제 돈만 벌면 됨..(중요!) 그렇다.

지금의 평온과 행복, 늘 이럴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파도처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왔다가 가고, 다시 왔다가 가는 거겠지.

요즘 치매 관련 기사들을 봐서 그런지, 엊그제는 문득 내가 치매 걸리면 나는 정신 있을 때 신변정리하고 죽어야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엄마랑 귤박스 만들다가 너무 자연스레 이 얘기 나왔고, 일상 얘기처럼 했다. 엄마, 아빠는 돈 모아서 요양원 가고. 솔이나 나나 제 앞가림도 버거운데, 집에서 돌보면, 서로 미워하게 된대. 내가 그런거 못하는건 알지? 엄마가 나보고도 요양원 가라길래, 내가 자식도 없고, 내 정신도 아닌데 뭐하러.

사는 동안 잘 살아야지! 생각한다.

귤 철에는 귤 까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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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7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를 기다리다가

역에서 쓴 이 시들이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

 

영원히 역에 서 있을 것 같은 나날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기차는 왔고

나는 역을 떠났다

 

다음 역을 향하여

 

2016년 가을

허수경

 

 

+++

 

힘든거 지나면 정신 차려야지. 한 것이 벌써 올해 내내인 것 같다. 정신 차려야지.라는 말은 좀 이상하지. 시간에 끌려다니지 말아야지. 정도가 맞겠다. 최근에는 관광지의 관광철에 알바 하며 미치게 힘들어서 뒤집었고 (다행히 좋은 결과), 여름이 더워서 수국정원에서 죽어나가는 수국 살리려고 물고생 했고, 추석에 돈 좀 더 벌어보겠다고 올데이 알바했다가 앓았고, 전산 바꿨고.. 알바 하는 곳에서는 가장 이상하던 둘 짤리고, 그 다음으로 이상하던 사람은 입원해서 수술 앞두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직원들은 가장 좋은 두 사람이라 정말 참고 견디니 이런날도 오는군. 의 마음이다.

 

어제는.. 이렇게 계속 힘든거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쉴 거 다 쉬다가 아무것도 못하겠군. 생각하고, 집에 오자마자 청소와 빨래를 하고, 백만년만에 수국 업데이트를 했다. 올해 안에 하기로 마음 먹은 여성학책 열 권 읽기도 지지부진한데, 열흘에 한 권 정도로 계획 잡았지만, 이 페이스면, 두 달에 다섯권씩! (무리무리) 읽어야할 판이라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마지막 두 챕터를 남겨두고 (뒤로 갈 수록 진도 안 나감) 잘 읽힌다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나는 전애인에게 처음으로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주를 찾은 오랜 친구와 한라산을 마시며 마음을 정리했다.

한 번에 되지는 않았고, 엊그제야 참았던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고, 이별을 고했다. 너의 힘으로 정신 차리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나타나. 당신이 처음부터 말했듯이 나는 나의 인생을 살테다. 우리는 서로만을 바라 보지 말고, 자신을 더 사랑하면서 함께 '같은 곳을 보는 것'으로 좋았을텐데.

 

얼마전 알라딘에서 메일을 받았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이 급감해서 TTB2 광고를 종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 그래도 서재 블로그에 책장 있는건 없애지 말지. 광고는 아니라도. 십년 전에도 알라딘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한줌이었는데. 아쉽다.

 

내가 요즘 하루를 의탁하는? 140자 미만의 단문들로 이루어진 트위터는 과정보의 공간이라 정신을 혹사시키지만, 내가 어떤 탐라를 만드냐에 따라 알려줘서 고마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얼마 전 허수경 시인님이 돌아가신 것도, 그 전에 암투병을 하며 편지를 띄운 것도 트위터에서 제일 먼저 봤다. 시인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담고 있던 시인의 글들을 올려줬고, 나도 마음에 담았다. 시인이 새로 빛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산문집이 알라딘 서재에서 1위겠군. 하고 들어왔는데, 음.. 

 

허수경의 책들을 읽어봐야지.

 

그 전에 사람들이 꺼내 보여 준 시인의 글들을 옮겨둔다.

 

+++

비행장을 떠나면서 사랑이 오래전에 떠난 사막에 핀 붉은 꽃을 기어이

보지 못했지. 입술을 파르르 떨며 꽃이 질 때

비행장을 떠나면서 우리들은 새 여행에 가슴이 부풀어

헌 여행을 잊어버렸지. 지겨운 연인을 지상의 거리, 어딘가에 세워두고

비행장을 떠나면서 우리들은 슬프면서도 즐거웠지

 

+++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

네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을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

내 속의 태아는 답했다. 잘 가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

 

정든 병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살을 세상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여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아프고 대책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등불의 세상은 어둑

어둑 대책없습니다

 

+++

 

잘 가, 라고 했는데 꼭 잘 자, 라고 한 것 같다

 

- 포도메기-

 

+++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있는 듯 없다.

 

- 불취불귀-

 

+++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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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중심 치료 뭐지? 트윗에서 psybuz 님께서 올려주신 글이 좋아서 여쭸더니 책들을 알려주셨다.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를 알려면 세 가지를 보라고 한다.

 

" 그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다루는가? "

" 그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가? "

" 그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도록 허용하고 있는가? "

 

위의 글은 <정서중심치료의 이해>에 나오는 책이고, 상담 중심의 책들, 이론/학술서들인 것 같다.

정서치료 뭐지? 정서 뭐지?

 

나는 나를 어떻게 다루는가? 나는 어떻게 타인을 대하나? 나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대하도록 허용하고 있는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 막 다룸. 두 번째, 관심 없음, 세번째, 이 세번째가 내가 지금 되게 흔들흔들 하는 부분이다.

원래라면, 선이 분명하고, 선 넘으면 경고, 싸움, 버림, 뭐든 하는데, 지금 좀 헷갈리고, 얼른 나만의 규칙들을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연결되어 있겠지. 세가지 질문에서 나는 강기사와 닮아 있는 것 같다.

 

강기사는 어릴때부터 운동선수였고, 지금도 코치가 업이다.

이건 내가 꽤 최근에야 깨달은거다(타인에 관심 없다보니).  강기사는 몸의 고통에 단련되어 있어 무디다고 해야 할까, 무감하다고 해야 할까. 훈육방식은 '방치' 이건 내 사주에도 나온 고집스러움과 잘 맞았다고 생각된다. 원망 없고, 장단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단점 중에 나 자신을 막 다룸.이 있지 않나 싶다. 아, 이건 몸을 막 다루는거고, 하지만, 난 선출이 아니므로 엄살이 심함. 세번째는 몸보다 마음, 예의, 배려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타인이 내 선을 넘어 오는 것을 참지 않는다. 

 

그럼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인건가? 책에 더 나오나? 궁금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조만간 읽어야할 책으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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