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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하 - 50년간의 고독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치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미쳐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려면, 자신을 속여야 한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거짓말 한 가운데에서 모두는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했고, 정신적 방어기제를 세워야 했다.
그러니깐 이건 다 꾸며낸 얘기.
'비밀 노트'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한 편의 연작인줄 알았다. 그렇게 알면서 우겼다. 이 책들은 다른 소설이다. 분명 다른 소설이다. 라고. 근데, 진짜 다른 소설이였다. 2년만에 혹은 3년만에 나와 준 책이였고, 연작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첫번째 소설이였고, 제목도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로 통일되지 않는다. 근데, 그걸 알고 나니, 난 또 우기고 싶다. 이 소설들은 '하나' 의 소설이라고.
첫번째 책을 읽을 때 난 따귀를 철썩 맞은 기분이였다.
두번째 책을 읽을 때 따귀 때린놈이( 그러니깐 작가가) 응? 내가 때렸니? 하는 느낌이였다.
마지막 책을 읽고 있자니, 난 따귀를 맞은 적도 없었고, 작가는 시치미 땐적도 없었고 그랬던거다. 허탈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클라우스는 아니 루카스는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국경수비대가 건네준 조서에 서명을 한다.
거기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적혀 있었다.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소년은 18세가 아니고 15세이다.
이름은 클라우스(Claus)가 아니다.
기억과 현실. 노트 속의 상상 혹은 거짓과 진실. 2차대전, 헝가리의 미완의 반사회주의 체제 혁명, 그리고 사회주의의 붕괴라는 굵직굵직한 역사의 격랑 속에서
클라우스와 루카스의 이야기는 힘겹게 힘겹게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니깐 결국은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니고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리고 끝끝내 밝혀지는 '끝없는 고통'의 모습을 하고 찾아온 ' 진실'은 '속임' 없이는, '거짓말' 없이는 견뎌내기 힘들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지 않은척 살아왔지만, 문득 문두드리며 찾아온 '진실' 앞에 그 가면은 다 무너져버리고, 가면을 벗은 연약한 존재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