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지혜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1
G. K. 체스터튼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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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압니다. 이 드라마틱한 배경에 지루하고 짧으며 무매력이 매력인 브라운 신부.

그렇지만, 제가 웃느라 숨막혀 하며, 눈물 글썽이는.

이 소설을 저는 차마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키가 작고 볼품 없는 사나이. 손에 든 모자와 우산조차 큰 짐처럼 다루기 힘들어보이는. 그나마 검정 우산은 흔한 것으로 벌써 수리했어야 할 상태. 넓은 차양이 위로 말려간 검정 모자. 아무튼. 소박하고 무능한 사람의 표본같은' 주인공.  주인공을 사랑해야 할 작가마저도 맨날 소개할때 '키가 작고 볼품 없는... ' 으로 브라운 신부를 묘사하고 있으니, 저와 같은 심정인걸까요?

사랑을 선택할 수 있던가요. 사랑은 빠지는 거죠. 사랑이란 나락으로 떨어지는(Fall in love) 거죠. 어쩔 수 없죠 뭐. 저는 이미 발 헛디뎌 빠져버린걸요.

내가 봐도 참 지루하고, 그나마 단편이라 호흡이 짧기에 근근히 읽어냅니다만, 브라운 신부의 세계에선 모든 것이 참 드라마틱 합니다. 사람도, 배경도, 악당도, 조연도. 그러니깐 그 자신만 빼고 말이죠. 

'도둑 천국'이라는 단편에 나오는 무스카리와 에차를 볼까요? 무스카리는 무스카리스럽고 에차는 에차스럽습니다.

'무스카리는 어디든 칼집과 만돌린 케이스를 들고 다녔다. 그 칼은 많은 빛나는 결투에서 승리를 거두어 온 것이었다. ... 무스카리는 결코 허풍쟁이도 아니고 어린아이도 아니었다. 다만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한시도 참을 수 없어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정열적인 라틴 사람일 뿐이었다. 무스카리의 시는 여느 사람의 산문처럼 이해하기 쉬웠다. 명예와 예술과 미인을 열렬하고 솔직히 숭배했다. 그것은 모호한 이상과 타협으로 만족하는 북유럽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었다. 모호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의 솔직함이 위험한 것으로 보였으며, 범죄의 냄새마저 풍겼다. 무스카리는 너무 단순하여 오히려 신용을 얻지 못했다..'

바로 이때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 열매가 맺혀 황금빛으로 빛나는 키 작은 오렌지 나무로 반쯤 가려진 테이블에서 한 사나이가 일어나 다가왔다. 무스카리에게 싸움을 거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그와는 대조적인 옷차림이었다.

'사나이는 검은색과 흰색 바둑판 무늬의 트위드 양복을 입고 있었다. 칼라를 빳빳이 세우고 핑크색 넥타이를 맸으며 끝이 뾰죽한 노란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피서지 바닷가를 찾아온 순진한 런던 사람처럼 평범하면서도 눈을 끄는 차림이었다. ... 이탈리아 사람 같은 머리,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가무잡잠한 피부에 명랑해 보이는 느낌. 그 머리가 보드지처럼 빳빳이 선 칼라와 멋부린 핑크 넥타이 위에 오똑 서 있었다.'

이 드라마틱한 두 남자와 '고대 그리스인 같은 금발, 맑고 발그레한 볼, 여신 같은 모습이 사파이어를 녹인 듯한 바다와 잘 조화된 그녀. 에셀 해로게이트'의 이야기.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눈에 콩깍지가 씌인 저는요.

'시저의 머리' 에서는 한 여자가 집안의 가보인 동전을 훔치고 괴인에게 쫓기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녀의 말을 빌면 그 괴인은 ' 코의 다른 부분은 제대로인데 끝부분이 꼬부라져 있었습니다. 아직 물렁물렁할 때 장난감 망치로 옆에서 내리친 것 같았어요. 그다지 기형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었으나 내게는 말할 수 없이 공포스러운 대상이었습니다. 사나이는 저녁 햇살에 붉게 물든 물 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피바다에서 나타난괴상한 바닷짐승처럼 우뚝 서 있었는데, 어째서 그 비뚤어진 코 끝이 그토록 내 상상력을 자극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사나이는 그 코를 마치 손가락처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정말 코가 움직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 라는군요. 아 , 이 부분에서 옆에서 자던 개가 깜짝놀라 쳐다볼 만큼 큰소리로 웃어제쳤어요.아, 웃으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너무 웃긴걸요. 원래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숟가락으로 밥을 퍼 먹어도 웃음이 마구 난다던데. 그 비슷한 증상인걸까요. 코를 손가락처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그 괴인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무섭고, 음침해요. 그리고 재미있어요. 그나마 현실감각을 놓지 않고 이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는건 브라운 신부님 덕분이에요.

그의 파트너인 대도였던 탐정 플랑보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죠. 그에 대한 묘사는 '브라운 탐정의 동심' 에 좀 더 자세히 나와요. 그 이야기를 알고 보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죠. 플랑보의 활약은 '팬드라곤의 멸망'과 '징의 신'에 도 나오는데요, 특히 '징의 신'에서는 브라운 신부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죠.

'바로 그때였다. 사나이는 눈이 아찔할 만큼 빠른 동작으로 신부에게 달려들었다. 브라운 신부는 사나이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으므로 이 위기 일발의 순간에 뒤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플랑보는 아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커다란 두 갈색 손을 긴 철제 의자에 걸치고 있었으므로 사나이의 어깨 모양이 갑자기 달라진 순간 그 큰 의자를 번쩍 눈 위로 들어올려 사형수의 목을 자르는 형리가 도끼를 내리치는 자세를 취했다. ... 저물어가는 저녁 햇살에 비친 플랑보의 긴 그림자는 에펠탑을 들고 있는 거인 같았다. 이 큰 철퇴가 내리쳐졌을 때의 충격보다 그 그림자에 더 크게 압도당한 기묘한 사나이는 당황하여 몸을 돌리더니 쏜살같이 호텔 안으로 달려갔다. 그 뒤에는 사나이의 손에서 빠져나온 날이 넓은 단검이 떨어진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어서 이곳을 떠납시다!" 플랑보는 큰 의자를 아무렇게나 내던지듯 땅에 도로 놓자 키 작은 신부의 팔을 잡고 살벌한 회색 뒤뜰을 달려나갔다. ... 플랑보의 두 어깨가 부풀어오르며 모양이 달라졌다. 걸쇠 세 개와 자물쇠 한 개가 한꺼번에 뜯겨지며 동시에 플랑보는 커다란 뒷문을 마치 가자 성 문을 둘러 멘 삼손처럼 가볍게 들고 밖으로 나왔다... 세번째 총알이 뒤꿈치 바로 뒤에서 눈과 먼지를 날림과 동시에 플랑보가 던진 문짝이 정원 울타리 너머로 가서 떨어졌다. 다음 순간 플랑보는 아무 말 없이 몸집 작은 신부를 번쩍 어깨에 둘러메더니 긴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시우드를 향해 내달았다. '

이런 저런 여전히 지루하고 드라마틱하고 재미있고, 웃겨 죽는 에피소드들이 많네요.

반어법 아니고요, 워낙에 재미없다는 분들이 많아서, 권해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 홀딱 반했다고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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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4-2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더라구요 ㅜ.ㅡ

panda78 2005-04-2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브라운 신부님 참 좋아해요. ^^
근데 북하우스 브라운 신부 전집은 뒤로 갈 수록, 참크래커를 물도 우유도 주스도 없이 한 통 다 먹는 기분이 들었다구요..;;;

물만두 2005-04-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딸리죠...

하이드 2005-04-27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풉. 판다님의 비유란 . 정말이지. 확 와닿는군요.

하이드 2005-04-2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914924

아, 뒤에는 읽지 말까부다요.

-_-a


panda78 2005-04-27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새로 나오면 그 때 재 도전을.. ^^;; 아무래도 번역 탓도 있을 거 같아서요.
다섯 권 전부 번역자가 다른데다, 번역자들 모두 이전에 번역한 책도 없다던데요. 그래서 그럴지도..;;

▶◀소굼 2005-04-2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운 신부가 만만해 뵈였을까요; ;

비연 2005-04-2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다는 분들이 있었군요..전 너무 좋았는데.
북하우스 책 다섯권 다 읽었거든요. 판다님 말씀엔 동의합니다...헤~
뒤로 갈수록 좀 그렇더군요...그래도 추천하고 싶슴다~^^

dreamer79 2005-07-2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하이드님의 평을 추천합니다. 브라운 신부를 추천하지 않는 또 한 사람으로서. 말씀하신대로 온갖 드라마틱 한 사건 속에서도 눈을 껌벅대며 무슨 물건을 잊어 버리기라도 한듯 두리번거리는 무매력의 브라운 신부. (솔직한 심정은, 공유하기 아까운건지도 ^^;;)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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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친구에게 사주려던 이 책이 박물관학책들과 같이 있었던건 좀 유감이다. 이 책의 원제는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

저자는 서문에서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대해 탐구하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그 범위와 평가는 어떤지 등에 대해 알고자 한다. 또한 다른 감각적인 인간들을 기쁘게 해주고, 덜 감각적인 마음들도 잠시 쉬면서 감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하나의 작은 축제가 될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작은 축제. 그 축제는 여러분이 감각적 인간이건 덜 감각적인 인간이건 모두 , 언제라도, 즐길 수 있는 누구에게나 초대장이 뿌려져 있는 그런 축제이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나 그 축제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축제는 바로 옆에서 항시 열리고 있지만, 생활에 찌들려서건, 책에 찌들려서건, 사람에 찌들려서건 그 작고 복받은 축제를 무시하고, 외면하고, 심지어는 모.르.고. 있는 분들을 위한 초대장과 같은 책이다.

01. 후각

 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 냄새만큼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나는 기온의 변화보다는 냄새로 계절의 변화를 알아챈다. 겨울냄새는 구운고구마를 굽는 난로 냄새, 군밤 냄새이고, 눈 냄새, 크리스마스 냄새이다.

각종 냄새에 관한 흥미로운 고찰이 계속된다. 그 중 사람마다 다른 냄새에 관한 챕터에는 항상 축제중인 저자의 축제중이기 위한 팁이 하나 주어진다.

나쁜 냄새란 무엇일까?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지독한 냄새는 무엇일까? 그 답은 문화와 연령,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다. 언젠가 박물학자이자 사육사인 제럴드 더럴이 과일먹이박쥐를 포획하기 위해 ' 잭프루트'라고 이름붙인 커다란 과일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새하얀 과육에서는 '파헤친 무덤과 하수구 냄새가 섞인, 시체 안치소에서 나는 것 같은' 악취가 풍겼다고 한다. 너무도 지독한 이 말이 정말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작가는 언젠가 가보고 싶은 감각의 행선지를 적은 긴 목록에 '잭프루트 철의 로드리게스' 를 올린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 '죽기전에 가봐야 할 곳 50 장소' 같은 리스트만 보며 침흘리는 나와는 차원이 틀리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감각의 행선지' 목록이라니.

후각에 대한 정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얘기가 나오고, 조향사를 만나 인터뷰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면서 후각에 대한 버라이어티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후의 다른 감각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역사, 문학,과학, 인류학, 사회학, 종교학, 인문학, 심리학,언어학 의학 등등의 측면에서 본 '후각'은 그야말로 오감중에 최고가 아닐까. (라고 후각만 본 나는 생각해본다.)

 

Shrine -JohnWilliam Waterhouse

02 촉각







 

 

 

 

 

 

 

 

                          The Spinner- Thomas Wilmer Dewing

피부는 우리와 세계 사이에 있다. 피부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지만 또한 우리에게 개인적인 형태를 부여해주고, 외부에서 침입하지 못하도록 보호해주며, 필요에 따라 우리를 시원하게도 따뜻하게도 해준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피부가 스스로를 복구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한다는 점이다. 무게가 3-45킬로그램에 이르는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자 성적 매력을 부여하는 핵심기관이다. 피부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발톱, 가시, 발굽, 깃털, 각질, 머리카락등. 피부는 방수가 되고, 물에 씻을 수 있으며, 신축성이 있다.

이런 식으로 피부를 보아 본 적 있는가? 이 길고도 짧은 문장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나의 피부를 다시 본다. 음. 방수도 되는구나. 등등등 등등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발톱끝에서 머리카락 끝까지 쭈뼛 한번 세워보고 나의 피부와 촉각을 만끽해본다.

촉각 부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접촉'에 대한 실험이다. 쓰다듬어준 조산아들은 그렇지 않은 아기들에 비해 체중 증가 속도가 50퍼센트 더 빠르다. 안마를 받은 아기들은 더 활발하고, 또렷하고, 반응을 잘하고, 주변 환경을 더 잘 알고, 소음을 더 잘 참을 수 있다.또한 적응이 빠르고 정서적으로도 훨씬 안정되어 있다. 몇장에 걸쳐서 여러가지 실험결과들이 나오는데, 마지막에는 '신체접촉을 주고받지 못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다 병이 들거나 접촉 결핍증에 걸릴 것이다' 라는 다소 격한 결론이다. 그와 같은 접촉의 중요성은 물론 어린 아이일수록 더 영향이 크다. 그리고 털에 대해 나온 부분. ' 대머리들은 섹시하다. 탈모가 되는 것은 혈액 속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기 때문이고, 카스트라토나 환관 중에 대머리를 볼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보며 머리에 쏙 넣고, 웃을 수 있는 그런 글들이 많다. 물론 몰랐던 사실들이 훨씬 많긴 하지만서도.

여기서도 역시 위에 얘기했던 사회학, 인문학, 인류학, 등등등 플러스, 음악, 미술까지 끌어와서 '우리에게는 '촉각' 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아, 촉각에서는 '키스에 관한 고찰'이라는 재미있는 글도 있다.

03 미각



 

 

 

 

 

 

 

 

 

 

 

 

 

 

 

 

 

무리요 - 과일 먹는 소년들

미각에 대한 첫마디는 '미각은 사회적 감각'이다. 라는 것이다. 혼자 식사하는 것을 꺼리는 인간에게 음식은 대단히 사회적인 구성 요소다. 결혼식은 피로연으로 끝나고 친구들은 기념 만찬 자리에서 재회한다. 아이들의 생일을 알려주는 것은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다. 브리야 샤바랭이 말한 대로 ' 사랑, 우정, 투기, 권력, 끈질긴 요구, 후원, 야심, 음모 등 모든 사회적 교류가 식탁 주위에서 이루어진다'  미각에선 브리야 샤바랭의 글이 자주 인용된다. 이 사람의 '미식예찬'이 번역 되어 있는데, 꽤나 마음에 드는 책이다.

재미있었던 부분. '송로의 진실' 중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채소이지만, '신의 관능성'과 '세상에서 가장 퇴폐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는 비싼 송로버섯이다. 이 송로 버섯을 찾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 암퇘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암퇘지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작가를 따라  암퇘지의 후각을 쫓아가보자.

' 암퇘지 한 마리를 송로가 자라는 들판에 풀어 놓으면 암퇘지는 블러드하운드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미친듯이 땅을 파대기 시작한다. 암퇘지는 무엇 때문에 송로에 집착할까? 독일 뮌헨 공대와 뤼백 의대의 연구자들은 송로에 수컷 돼지의 호르몬인 안드로스테놀이 돼지 한 마리 속에 들어 있는 것보다 2배 가량 더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퇘지의 페로몬은 인간의 남성 호르몬과 화학적으로 유사한데, 그래서 송로가 인간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송로 채집자와 암퇘지에게, 지하의 송로 농장 위를 걷는 것은 우습고도 슬픈 일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암퇘지는 여태까지 만나본 중에서 가장 섹시한 수퇘지의 냄새를 맡는다. 왠지 모르지만 수퇘지는 지하에 있는 듯하다. 암퇘지는 흥분해서 미친 듯이 땅을 파지만, 나온 것은 고작 이상하고 울퉁불퉁한 얼룩무늬 버섯일 뿐이다. 그런데 다시 바로 옆에서 더할 나위 없이 남성적인 또다른 수퇘지( 역시 지하에 묻혀 있는) 의 냄새를 맡고 미친 듯이 달려들어 땅을 판다. 암퇘지는 욕망과 좌절로 광포해질 것이다. 마침내 송로 농부는 버섯을 모아서 배낭에 넣고 암퇘지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뒤에는 잘생긴 수퇘지들의 진한 향내를 풍기며 욕정으로 떨고 있는 들판이 있다. 모든 수퇘지가 암퇘지를 원하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조금 길긴 했지만 ,이런 식도 있다. 저자가 독자를 '감각'의 세계로 초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때론 돼지를 따라, 때론 중세의 식탁에서, 때론 우주의 무중력에서 말이다. 오감을 열어 놓고 사는 작가가 부럽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초대장을 받아들였고, 잠시나마 즐겁게 나의 감각들을 즐겼다. (주위에서 희안하게 보는 부작용이 있다.)

04. 청각

아랍어로 어리석음은 ' 귀 기울이지 못함'을 뜻한다고 한다.  소리는 삶에 대한 이해를 두텁게 하고, 우리는 소리에 기대 주변의 세계를 해석하며, 세계와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한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사람들은 듣지 그 무엇보다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슬픔을 표시하는데,이를 가장 호소력 있게 표현한 사람이 헬렌 켈러다.

'나는 눈이 안 보일 뿐 아니라 귀도 안 들린다. 귀가 안 들려서 생기는 문제는 눈이 안 보여서 생기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고 해도, 훨씬 깊고 복잡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훨씬 더 지독한 불행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가장 필수적인 자극. 즉 언어를 이끌어내고 생각을 불러 일으켜 우리를 지적인 인간 집단 속에 있게 해주는 목소리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청각'에서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청각'을 상실한 문학가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무엇보다도 바닷가에서 고래의 노래를 듣는 것은 정말 꿈에 나올 정도로 짜릿했다.  이 책을 통틀어, 다이앤 애커맨이 한 그 모든 경험 중 딱 하나를 경험하게 해준다면 ' 바다에서 고래의 노래를 듣는 것' 을 해보고 싶다.

 

                                                                                           ophelia- Johnwilliam Waterhouse

05. 시각



 



 

 

 

 

 

 

The False Mirror- Rene Magritte

거울을 보라. 우리에게 2개의 시선을 마련해준 얼굴은 섬뜩한 비밀을 드러내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눈은 포식자의 눈이다. 대부분의 포식자들은 두 눈이 머리의 정면에 똑바로 붙어 있어 양안시를 이용하여 사냥감을 발견하고 추적할 수 있다.

할얘기가 무궁무진하게 많은 챕터다. '시각'

포식자의 눈으로 시작한 시각에 대한 이야기에는 눈을 속이는 동물, 곤충, 식물의 보호색에 관한 흥미로운  소재들이 나온다.  그리고, 미인의 얼굴, 하늘, 번개와 천둥. 그리고 가을에 변하는 잎의 색깔. 빛, 색깔, 그리고 내가 이래서 이 책이 좋다.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들 까지도.

그리고  06. 공감각





공감각은 가장 짧고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가장 재미있는 챕터였다.  음에서 색깔을 보는 스크리아빈. 알파벳에서 색을 보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여기엔 공감각에 대해 정확하고 아릅답게 묘사한 나보코프의 글이 실려 있다. 공감각의 세계를 가장 잘 넘나드는 예술가들의 기벽에 대한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아쉽지만 끝이다. 우리 옆에서 항상 열리고 있는 작은 축제는 끝이지만, 나는 ' 감각의 박물학'이라는 초대장을 꼭 쥐고 축제에 참가했고, 즐겼고, 이제 또 조그맣지의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대로 또 축제를 즐길 것이다.

작가의 후기에 인용되어 있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

' 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기 위해서 여행한다. 나는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여행한다.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

가장 멋진 일,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이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

 

나의 세상이 좀 더 생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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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4-26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너무 멋져요,,,

panda78 2005-04-2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과연 이 리뷰 읽고 이 책 탐내지 않을 사람 그 누굴까요.
이주의 마이리뷰, 아니 이달의 리뷰 감입니다,미스 하이드님! ^^
지금 주문하러 갑니다- 슈웅-

로드무비 2005-04-2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합니다.
일단 땡스투 눌러요.^^

로드무비 2005-04-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뜻 눈에 띄어서  신고!

생생해 졌다--생생해졌다

붙여주세요.^^


urblue 2005-04-2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별 관심 없는 책이었는데 하이드님 리뷰를 보니 읽어야만 할 것 같군요. 우웅...저도 일단 보관함에...

깍두기 2005-04-2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당장 사서 봐야겠어ㅠ.ㅠ
왜 우냐구? 돈이 없단 마리야~~~~ 플래티넘 회원이 되려고 가산을 탕진했어ㅜ.ㅜ
공감각....하이드님, 타이거타이거 읽어 보셨어요? 공감각이 나와 있는 무지 재밌는 소설^^

하이드 2005-08-06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고쳤어요. 왜그랬을까요? -_-a
깍두기님, 아, 타이거타이거가 그렇군요. 언제 샀는지만 기억나는 (작년 여름;;) 책이네요. 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 깍두기님, 플래티넘 회원 된 기념으로 질러요!
판다님 ///ㅂ/// 어머, 감사합니다.
울보님두요!!!

하루(春) 2005-04-2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쓰셨군요. 저두 일단 보관함에...

바람돌이 2005-04-2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은 욕구를 무지막지하게 일으키는리뷰네요. 오늘 내일 책을 사야 하는데 이 책도 갑자기 넣고 싶은 욕구가..... 항상 충동구매가 문제라니까....

야클 2005-04-2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즐거운 리뷰네요. 물론 내용도 알차고. 추천한방! 땡스투 한방! ^^

Phantomlady 2005-04-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글 참 멋지구려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라니 게으른 나를 움찔하게 만드는군.. 나도 사고싶어졌소 책임지시오! 특히 '미각'이 궁금하오!

하이드 2005-04-2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 뒤의 작가의 말도 멋지지 않어? 힘이 넘치는 순종 말처럼! 나도 힘넘치는 호기심 많은 순종 말처럼 살테다! 리뷰만 뒤로 갈수록 짧아지는게 아니라, 내용이 마지막 두 감각은 좀 짧은편이야. 나 역시 후각하고 촉각하고 , 미각하고, 에 또 시각이랑 공감각도;;; 다 재미었네. ^^a

클리오 2005-04-2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멋지군요... 저도 언젠가는 꼬옥...!!

panda78 2005-04-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왜 저는 몰랐을까요.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를 쓴 사람과 동일인이란 것을! 아구아구.. 그 책부텀 먼저 읽어야겠네요 ^^;;

하이드 2005-04-2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저는 이 작가 책 이게 처음인데, 나머지 두권은 그래 스무넷에서 열심히 결제완료 중이에요. 근 삼일째 -_-+ 정말 최강이에요. 그래 스무넷.

balmas 2005-04-2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하이드님,
놀라운 리뷰네요. 4월 마지막 주 이주의 리뷰의 강력한 후보자가 되실 듯 ...
아아, 난 언제 이런 리뷰 써보지 ...
ㅠ.ㅠ 하이드님 땜에 우울 모드~~~

하이드 2005-04-27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 더 잘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눈이 즐거워서 다들 후하게 점수를 주시는듯하네요. ^__________^( 입 찢어지고 있는 중입니다.헤헤) 문자의 달인이자 철학사의 미달인님, 과찬이시지만 감사합니다!!

2005-04-27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4-2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보주신님 감사합니다. ^^;; 그대로 퍼와서 아무 생각없이 올렸는데, 갑자기 몇년간 거꾸로 걸려 있었다던 피카소의 그림이 생각났어요. 에셔 그림은 약과겠죠? ㅎㅎㅎ
 
아이실드21 10
이나가키 리이치로.무라타 유스케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간만에 만화를 봤다. 동생이 재밌다고 보라고 챙겨준 '아이 실드 21' 제목도 촌스러운 것이 생소한 '미식축구'가 소재인것도 별로 안 땡겼는데, 참 재밌다.

열혈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일본 스포츠만화들을 좋아한다. 재미로만 한다면 슬램덩크만큼이나 재미있다. 슬램덩크만큼 진한 감동까지 얻을 수는 없었지만, 읽다가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넘겨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다.

단 두명만 있는 럭비부. 하나는 단련될대로 단련된 무시무시한 성격의 천재(악마다) 와 슈크림과 케Ÿ揚?좋아하는 덩치에 괴력의 소유자(마음은 부처다) . 소심하고, 중학교때부터 깡패들의 밥이었던 비실비실한 주인공이 럭비부에 가입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깨달아가는 내용이다. 각기 전문분야를 가진 멤버들을 모으면서 강해지는 팀을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

이런류의 재미있는 스포츠 만화들이 많다. 각기 열혈주인공, 노력,눈에서 불뿜는 열정, 승부욕 등등이 버무려져 있는데, 각기 그 만화만의 특색이 더해지면 재미있고 두번세번 읽는 스포츠만화가 되는 것이다.

감동적이기까지한 주인공들이 나오는 것이 슬램덩크의 특색이고 체조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플라이하이의 특색을 만든다면,  이 만화의 특색은 회마다 있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다.  회마다 앞에 들어가는 주인공 소개와 주인공의 방을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은 꽤나 귀여워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평소에는 안 보는 빈컷에 들어가는 짧은 그림일기도 재미있다.

사실적인 것을 좋아하고 과장된 묘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비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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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1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슬램덩크 만큼이나 재미나다고요! @0@ 내일 당장 만화방에 가서 보겠습니다! ^^ 미스 하이드님, 저 왔어요.. 헤헤헤

하이드 2005-04-1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판다님 ^^ 안그래도 페이퍼랑 답글이랑 다 구경했는데, 주말에 넘 무리했더니, 피곤해서 답글도 하나도 안 달고 있었어요.(혓바늘이 두개나 났어요 ㅜ.ㅜ ) 이제 슬슬 살아나고 있습니다.

날개 2005-04-17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보고싶어요.. 근데, 이거 권수가 꽤 많군요.. 고민이다..ㅠ.ㅠ

하이드 2005-04-1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완결이 아닌데, 한참 재미있을때 끝나요 -_-+

panda78 2005-04-1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얼마나 힘드셨으면 혓바늘이 두개나! 입병 나면 괴로운데...
전 가기 전에 입 속에 하얀 게 생겨서 한 달도 넘게 안 나았는데, 가서 어찌나 많이 먹고 어찌나 많이 돌아댕겼는지 한 사흘 지나니까 바로 낫더군요. ^^;;;;
(집에서 얼마나 안 움직이고 얼마나 몸에 안 좋은 것만 먹었는지 바로 들통남..)

비로그인 2005-04-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램덩크 만큼의 재미.. 제목만으로도 끌림이...;; 그런데 아직 완결 아닌가요???
 
천국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열림원 이삭줍기 13
실비나 오캄포 지음, 김현균 옮김 / 열림원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반정도나 읽고 나서야 그녀의 주파수에 힘겹게 '나'를 그럭저럭이나마 맞출 수 있었다. 나의 조울증과는 또다른 타입의 조울증을 앓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그녀의 책은 왠지 작가가 피눈물을 혹은 검고 끈적끈적한 눈물을 질질 흘리며 무섭게 써내려갔을 것 같다. 결코 담담하지 않다.

그녀 마음 속의 폭풍을 문틈으로 살짝 엿보았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무섭다. 희망이나 애원, 원망, 기대도 없고 자기파괴만이 있을뿐이다. 귀를 막고 소리치지만 남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전혀. 과연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여덟개의 짧고 긴 단편들로 이루어진 오캄포의 소설은 그렇게 그렇게 전혀 이해불가에서 갑자기 찌르는듯 깊고 둔중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이 책 섣불리 추천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칼비노를 비롯한 많은 라틴 작가들의 존경과 칭송의 대상이 되었다. 독특한 환상문학 패러다임을 구축한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보르헤스는 '이해할 수 없는' 잔혹성을 오캄포 문학의 특징이라고 했으며 아르헨티나의 국가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그녀의 작품에 대해 '지나치게 잔인하다' 는 극단적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녀의 단편들이 '이해할 수 없고' '지나치게 잔인한' 것은 그녀가 파괴하는 것이 그녀가 잔혹하게 뭉게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종 나는 더 잔인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같은 말을 막연하게 바꿔가며 반복하곤 했지.(...) 그녀의 집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는 그녀의 가족들에게 그녀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털어놓았지. 나는 홍당무가 된 그녀의 얼굴을 비웃으며 창피를 주었어. 그런 비밀들이 벗겨지고 나니 그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나는 잠자코 냉정하게 그녀의 욕설을 들었고, 해명을 요구하며 내 앞으로 보낸 그녀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어.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감쌌어. 나는 아버지를 자극해 아버지의 입에서 용서하지 못할 상소리가 튀어나오게 했어. (...) 직장문제로 겪었던 우여곡절은 얘기하지 않을게. 이제 곧 당신 귀에도 소문이 들어갈 거야.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게 되었어. L.S. 는 나를 집에 들이는 것도 꺼려했지.

나는 사흘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었어.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고 나를 찾는 사람도 없었어. 마침내 해방의 순간이 찾아온 거야. 아무 죄책감 없이 목숨을 끊을 수 있었어.  - 연속中-

'속죄'에서는 너무 사랑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는 카나리아를 잘 다루고 소심하나 긍정적이고 무엇보다도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다. 아내도 그런 남자를 사랑한다. 그들의 이웃이 아내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아내도 남자도 다 눈치챌정도로 노골적이다. 남자는 그 이웃과 친해진다. 그리고 성격이 변한다. 한번 . 그리고 또 한번. 남자의 사랑의 결말은 슬프고 끔찍하다.

진한 감정의 파편들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는 이 단편들. 그녀를 이해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중의 하나다. 이 책. 섣불리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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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4-1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입글 읽어봤을땐 상당히 끌리는데요? 술술 읽히는 것이 번역도 깔끔하게 된것 같구..기회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 (아, 나는야 갈대.)

하이드 2005-04-1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두요.
 
고품격 유머 -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리즈 3
이상준 지음 / 다산북스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1부‘ 리더와 품위유머’에는 품위있는 유머를 구사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속한 음담패설을 피하고 품위 있는 유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읽으면서 내내 저자의 ‘품위’의 기준이 나의 ‘그것’과는 많이 다름을 깨달아야했다.


저자가 품위있는 유머라고 하는 ‘정치’에 관한 유머는 이 사회에서 때로는 굉장히 예민할 수 있고, 유머가 실패했을때 썰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으로 지나지 않고, 저런 수구꼴통내지는 이런 빨갱이 같으니라구하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건 상당히 치명적인 것이다.


그리고 또 치명적인것.


20대의 젊은 여성을 비즈니스 미팅에서 만났는데 특히 여자들이야 무조건 어리게 봐주는 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감안해서 이렇게 얘기했다. “그래, 부모님 허락은 받고 (직장에) 다니시는 거죠?’ 이렇게 자유자재로 상황에 따라 유머를 구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버엉.  또 있다. 융통성이 없고 사고가 경직된 직원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머는 이렇다. ‘ 자네 비아그라가 머리로 간 거 아니야?’


나라면 기분이 왕창 상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것 역시 치명적이다.


2부에선 테마별 실전 유머가 나오고 있다.

말그대로 유머의 사례들을 ‘품위있게 야한’, ‘정치,경제’ , ‘기업경영 & 비즈니스 &돈 유머’ 등등으로 나누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자 하는 자세는 좋으나, 이 책으로 공부해서 유머를 사용하는 것은 한번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저자가 주장하는 품위있는 유머, 고품격 유머에 대해서는 100% 공감하는 바이지만, 실례로 든 것이 요즘 세태와 안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직장과 내 주위에서 통하는 유머들은 아니다.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는걸 보면 슬프다. 그러니깐 다빈치코드가 베스트셀러에서 안 내려오고 몇달이고 버티고 있었을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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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4-1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도 한참 다르네요. 어디에서 유머를 수집하셨을꼬...

kleinsusun 2005-04-1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 유머를 공부했다가는 상대방 화나게 하는 기술을 익히겠네요.
여자들은 무조건 어리게 봐주는 걸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위험한 발언인데...
거래선이 저한테 "부모님 허락은 받고 다니시는거죠?" 이런 말을 농담이라고 했다면...계약을 취소하겠어요. 별 두개도 관대해요!!!

하이드 2005-04-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 사람들이 막 여기 나와있는 유머할까 두렵습니다. 아직 식사자리에서 '야, 여자가 뭐하냐, 빨리 숟가락 안 놓고 ' 이런 얘기하는 제 나이 또래 남자가 있는 세상이니깐요. 아마 끼리끼리 다니느라 세상돌아가는걸 모르나봐요.

비연 2005-04-1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희한한 책이군요 =.=;; 제목부터가 웃긴...쩝.

하이드 2005-04-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뽑아 쓴 유머의 예는 딱 거슬리는 유머만 두개 골라서 쓴게 아니라, 책의 유머들이 사례인용한 몇몇개 빼고 저자가 지어낸 유머는 다 저런 스타일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어디가서 써먹다간 여자들한테 왕따당할 우려 있음. 그러나 워낙 저질 유머가 판을 치고 있다고하니 (사실 주위에 그런 몰상식한 집단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유머다운 유머를 하자는 의도에만 동감입니다.

비로그인 2005-04-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었지만.. 출판사에 실망했어요...-.-+

하이드 2005-04-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싫은 책이 아니라, 좀 화.나.는 책이긴 하죠.

마태우스 2005-04-25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다니 기가 막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