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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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마술적 리얼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호러 단편집. 아이들이 끔찍하게 죽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아르헨티나의 어떤 현실을 반영한걸까?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이런식의 소설이 나와 디지털 성착취 이야기와 학대, 혐오 이야기가 소재로 쓰인다면, 픽션이겠거니 하겠지만, 현실은 더 끔찍한 것임을 우리는 이제 알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현실에 이와 비슷한 조각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 조각들을 풍자하기 위한 픽션이라면, 너무 끔찍하니깐. 


호러 이야기인줄 알면 절대 사지 않았을텐데, 읽다보니, 호러 판타지 현실 풍자 단편집이다. 

첫번째 단편 '더러운 아이'부터 너무 분명한데,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지. 저런 곳에 살러 들어가지. 결은 다르지만, 여기도 외부의 눈으로 보면 말도 안되겠지. 


읽기 힘들어하는 장르와 남자가 썼다면, 갖다 버릴 소재지만, 

1973년생 여성작가가 예리하고, 환상적으로 잘 쓴 글들의 모음집이다. 


한녀문학이라며, 한국 여자들의 불행 포르노와 몽롱함, 체념의 정서 질색인데, 아르헨티나 여성 작가의 이런 장르와 소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글을 읽을즈음,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 뉴스를 봤다. (작년 12월 30일) 책에는 낙태 이야기도 나온다. 


그냥, 아, 나, 호러 싫은데, 못 읽겠다. 소재 너무 끔찍하고, 아이들은 왜 자꾸 이렇게 끔찍하게 죽고, 사라지는거야. 라고 하기엔 소설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들이 눈 앞에 선해서 다 읽어 버렸다. 


표제작인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에는 분신하는 여자들이 나온다. 


"이제는 분신 사건이 매주 한 건씩 일어났지만 이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를 막을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불을 지르고, 사고라고 했고, 여자의 실수였다고 했다. 여자는 살아남아 증언했다.  

그 일이 다른 곳에서 똑같이 반복되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불을 지르고, 사고라고 했고, 여자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고. 여자들이 정말로 분신하기 시작했다. 분신'당한' 여자들 옆에 서기 시작했고, 대상화되는 외모를 버렸다. (극단적이지만) 


"얘야, 불을 지르는 건 남자들이란다. 그들은 예전부터 우리 여자들을 불태웠지.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를 거란다. 그러지만 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 이제는 우리 몸의 상처를 당당하게 보여줄 거라고." 


여자를 불태워 죽인 역사는 유구하다. 마녀로 몰고.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다. 라며 길바닥에 앉아 시위할 때, 

아르헨티나의 한 작가는 몸에 불을 지르는 이야기를 써낸다. 


이런 연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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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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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킨과 블러드 차일드를 굉장히 앞서간 이야기로 읽었고, 지금 시대에도 전혀 낡은 느낌 없는 고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쇼리'는 음.. 작가가 이런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나보군. 넘어가기로. 


불편한 설정들이 많은데, 이야기는 초반 지나면, 중반부터 페이지 터너에 법정물같은 휘몰아침과 트와일라잇같은 그런 느낌의 재미가 있다. 


쇼리는 53살 먹은 10살 정도 외모의 흑인 외모 이나 (뱀파이어) 이다. 

엄마 가족이 몰살 당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첫 공생자인 라이트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찾고, 현재의 위협과 맞서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이나라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 다른 이나들을 만나 도움을 받고, 위협을 받고, 이나 위원회 (법정 같은)에서 다투게 된다. 


이나는 한 명당 일곱명 정도의 공생자 (피 제공자)를 두게 된다. 한 번 피를 빨게 되면, 그 이나 만의 독이 주입되어 복종하게 되고, 오르가즘을 느낌. 마약보다 더함. 이나는 공생자를 보호하고, 공생자를 잃게 되면, 정신이 나갈만큼 비탄에 빠지게 된다. 

공생자는 여자거나 남자거나 상관없지만, 피를 빨고, 빨리는 과정에서 몸도 섞기에, 공생자가 동성 이나를 꺼리거나 이성을 찾는 경우도 있고, 공생자끼리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이나가 죽는다면, 공생자도 죽거나 더 강한 독을 가진 이나에게 피를 빨려야 하는데, 엄청나게 거부감 강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강간 보다 더한 느낌. 


이런 설정들이라서 ... 어떻게 포장해도 좋아보일 수가 없다. 게다가 초반에  10살 정도의 쇼리와 섹스하는 성인 남자 라이트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읽겠어.  


이제 와일드시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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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움 -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
문요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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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움이란 무엇인가. 

라틴어로 사전에는 세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첫째, '여가', 둘째, '은퇴 후 시간', 셋째 '학예활동' 

한가한 시간이자 '배움을 즐기는 여가의 시간' 을 의미한다.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이번 책은 '오티움' 여가에 대한 책이다. 

번아웃 책 많이 나오는데,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자 데니얼 네틀은 한 사람의 10년 후 행복을 에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조사하였다. 

나이, 건강, 가족관계, 돈, 지위, 친구 등등. 어떤 것이 한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을까? 

위의 요소들은 정확도가 낮았다. 비교적 정확도가 높았던 것은 '현재의 행복지수' 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미래에도 행복하고,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미래에도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연구해보지는 않았지만, 동의한다. '행복'은 '태도'와 상황에 대한 '리액션' 이라고 생각하므로. 


놀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데, '유사놀이' 를 주의하라고 한다. 

유사놀이pseudo-play 란 놀이의 능동성과 창조성을 거세하고 유희성만 남겨놓은 것을 말한다고 한다. 


행복하려면 놀이를 되찾아야 하는데, 놀이를 상품으로 구매하여 소비하기만 하고 놀이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쇼핑, 게임, 음식, 스포츠관람, TV, 인터넷 등 여가의 소비자가 될뿐이다.


저자는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에도 반대한다. 행복의 핵심은 '좋은 경험' 에 있다고 하고 있고, 좋은 경험은 놀이라는 것. 또한 목적지향적 행복과 쾌락적 행복을 구분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소확행 유감을 메모해두었는데,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어쩌면 '소비를 통한 확실치 않은 행복'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 


소확행 처음 나온게 하루키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달리기 하고, 양배추 썰어 먹고 뭐 그런거 아니었나? 소소한 (큰 소비할 돈은 없어서) 소비로 (즉각적) 행복 (과 텅장)으로 이야기되고 있더라. 


저자가 이야기하는 오티움,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의 다섯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목적적

좋아서 하는 활동이고, 활동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것. 예를 들면, 달리기를 할 때 기쁘면 오티움이지만, 달릴 때는 기쁘지 않은데 달리기로 인해 살이 빠져 기쁘다면 오티움이 아니라는 식. 

2. 일상적 

매일, 매주 혹은 최소 매달이라도 일상에서 즐기는 여가 활동. 

3. 주도적

독서처럼 정적 활동도 오티움이 될 수 있지만, 스스로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즐기고 배우고 심화시켜 가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오티움을 읽으면서 당연히 '독서' 에 중점을 두고 관독중인데, 그간의 내 독서가 오티움이었나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올해 내가 계획한 독서는 오티움이 될 것이고, 어떻게 더 배우고, 심화시켜 나갈지, 확장시킬지를 고민하고 시도중이다. 


4. 깊이가 있을 것 

오티움은 지속성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배움과 새로운 실험을 통한 '성장 경험'이 필수적. 

5. 긍정적 연쇄효과

오티움은 중독과 구분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오티움은 그 활동만 기쁜 게 아니라 그 활동으로 인한 기쁨이 확산되어 삶과 관계에 활기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오티움에 나온 '독서'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적어보자.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는 독서는 오티움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장르에 집중해서 독서를 하고 있다면 오티움의 가능성이 있다. 


1. 어떤 이득이나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이 독서의 즐거움이라면 당신에게 독서는 오티움이 될 수 있다. 


궁금하고,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알아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더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만들고 싶어서 하는 독서이니, 나의 독서는 오티움이 될 수 있다. 


2. 초점이 있고, 주된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법, 아이나 어른이나 책에 익숙한 사람이나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책을 읽는 법이 요즘의 주관심사다. 

삶의 효율을 높이는 법에 관한 책들, 내가 알지 못하는 사회에 고나한 책들, 여성주의 책들, 역사와 과학에 대한 책들 


3. 독서는 심화되고 있는가? 독서 모임? 관련 분야 강의는 가능한가? 


올해 독서 목표가 책근육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분량도 대충 정하기는 했지만, 다양한 독서 방법과 언어를 시도해보고 싶다. 

원서 읽기 북클럽에 가입해서 오늘부터 인증, 영어권 북클럽들을 팔로잉해두고, 원서 눈에 익히고 읽어 볼 예정이다. 전공이었던 독어 시작, 계속 하다 말다 십년 한 일어 시작. 가볍게 시작하는거지만, 독어는 읽을 거리들을 찾아서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영어에 올인하다보니, 계획만 하고,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지만. 오디오북에 익숙해지기 위해, 영어 섀도잉 클럽에도 들어갔다. 오디오북 듣는 루틴도 만들었다. 관련 분야에 대한 강의. 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독서법이나 독서지도에 대한 강의를 준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읽고 기록하는 것의 양을 폭발적으로 늘려서 단단하게 만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골고루 책근육 길러볼 생각이다. 계획하고, 즐겁고, 매일하고, 발전하고, 책=일=삶이라서 내게 독서는 오티움 맞다. 


오티움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을 가꾸고 즐겁게 공부하며 놀라는 것이다. 함께할 수도 있지만, 혼자 단단히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건강한 성인은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어릴 때는 울고만 있어도 무슨 일인지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었고 위로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힘들 대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없다. 스스로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떻게 간으한가? 단지 좋은 생각,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부차적이다. 자기 위로의 핵심은 '스스로 만ㄷ르어내는 기쁨'이다. 그 기쁨은 내면 깊숙이 침투하는 고통을 막아낸다. 기쁨은 내면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그 활동이 바로 오티움이다." 


" 불안정 애착을 가진 성인들은 유독 혼자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혼자서 재밌게 논다거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늘 애를 쓴다. (..) 관계는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포물선 그래프의 모양이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노력을 하면 관계는 좋아지지만 어느 이상으로 애를 쓰면 오히려 관계는 힘들어진다. 기댓값 대문이다. 내가 이렇게 신경 쓰고 노력했기에 그에 맞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혼자 잘 놀고, 잘 서라. 는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데, 책을 취미로, 오티움으로 하는 사람들이 혼자 있어 불안할 일이 있을까? 책을 좋아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혼자 잘 놀아서 관계를 망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내 얘기다) 그건 상대방이 혼자 잘 못 놀아서 가스라이팅 한거였을까, 아니면, 혼자 노느라 관계를 소흘히하며 균형을 깨서 그런걸까. 아니면, 같은 오티움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맺는 걸까?


책근육 기르는 목표에 꼭 맞는 글들을 많이 발견했다. 


"단순히 책을 많이 보거나 연습만 많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활동을 관찰하고 점검할 수 있느냐다. 이는 습관적인 활동이 아니라 의식적인 활동을 말한다. " 


습관을 만들되, 의식하고, 점검하기. 


"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는 '점진적 과부하'다. '과도한 과부하'와 '과부하 없는 운동' 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웨이트트레이닝 효과를 기대하려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점진적인 과부하를 주어야 한다. 운동기구의 중량, 세트 수 혹은 운동시간을 늘림으로써 (책의 양, 종류, 책 읽는 방법, 읽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근육에 가해지는 긴장을 점진적으로 늘려야만 근력과 근육 크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어려움이 사라지면 기쁨도 사라진다. 


새롭게 알게 된 것, 잘하고 있구나 알게 된 것, 좋은 독서였다. 


에드워드 L. 데시의 자기결정성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본능적인 생물학적 동기 이외에 꼭 충족되어야 할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있다. 자기결정의 욕구, 유능감의 욕구, 친밀함의 욕구다. 사람이 계속 먹지 않고 계속 자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이 세 가지 심리적 욕구도 계속 박탈되면 인간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생리적 욕구의 박탈이 신체의 병으로 이어지기 쉽다면 심리적 욕구의 박탈은 정신의 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이 힘들 때 이 세 가지 욕구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P67

중년의 위기를 잘 넘어서는 이들은 삶의 외부를 꾸미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내부를 가꾸는 데 치중한다. 즉, ‘꾸밈‘에서 ‘가꿈‘으로 삶의 방식이 바귀는 것이다. - P81

어른의 자존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경험‘이 필요하다. 좋은 경험을 계속하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기 인식이 바뀐다. 특히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은 경험을 만들어내면 더욱더 긍정적인 자기 인식이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오티움만큼 좋은 자존감 훈련도 없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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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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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의 콜센터는 피자 콜센터이다. 지금이야 앱으로 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전화해야 하는 곳은 콜센터이다. 수많은 끼니 중의 한 끼인 치킨, 짜장면, 탕수육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배달음식의 콜센터가 무대이고, 이 콜센터에 있는 대부분이 이십대 초, 콜센터를 잠깐 들리는 정거장 삼아 있다는 건( 최소한 그들의 희망사항으로는) 책에서 처음 봤다. 이십대 초거나 아니면 아예 나이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콜센터와 20대초반 출구 안 보이는 답답함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생생해서 저자가 콜센터에서 근무해봤거나, 리서치가 잘 되었구나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에 소설가를 꿈꾸며 콜센터에 있었다고 한다. 이 책 속에 나올법한 인물이군. 

 

취준을 앞두고,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게 사장을 꿈꾸며, 돈 모아 유학 가려고 등등 각각의 꿈을 가지고, 전화기 너머 진상들을 상대한다. 그들의 숨통은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를 피울때나 잠깐씩 트인다. 


블랙컨수머를 상대하는 것이 더 손해라는 글을 본 적 있는데, 책에 나온 악성진상들은 정말 악성인데, 뉴스에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현실에 있을 것이 분명한 그런 진상들이라서, 그런 진상들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짜르는거 기업에서 왜 못하지. 대놓고 하는 진상이 아니라도 기분 긁는 그런 감정노동들 찌꺼기들이 다 남기 마련인데, 그런것까지 어쩌지는 못해도, 미친 진상들을 왜 받아주냐고. 해롭다 해로워.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대목에 다섯 청춘의 일탈은 한 편의 로드무비 같았다. 

사촌형의 차를 운전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다 대박 혼나고, 그길로 진상 찾아 해운대로 KTX 타고 가는 다섯명의 콜센터 청춘들. 장면과 상황들이 실감나서 나도 그들 중 하나와 일하는 것만 같았다. 


일반 고객 처리반과 진상 처리반이 따로 있는데, 일반 고객 처리반이 새똥 치우는거면 진상 처리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대한 설사 치우는거란 얘기에 웃기고 슬펐다. 진상 처리반이 더 경력 있어야 하고, 돈도 조금 더 받는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앉아서 일하니 편한일로 여긴다는 것도 이 책에서 알았다. 몸 쓰는 일보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일보다 마음 갉아내고, 목 긁어내는 그런 일이 그나마 '몸'은 편한 일이라는 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전화 연결 잘 안되서 이미 화가 슬슬 올라오는 중에 연결되는 콜센터, 우리는 때로, 부품으로 일하는 우리처럼 전화기 뒤에도 사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데, 이렇게 책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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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디자인 45
이노우에 히로유키 지음, 정지영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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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와서 이것도 습관 책인가? 싶은 책들도 보인다. 

이 책도 좀 그런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 은 내가 생각하는 습관인데, '여간한 일로 화내지 않는다', '한정된 기간에 압도적으로 노력한다', '행복을 인식하는 능력이 강하다' 등등도 보통 생각하는 습관의 영역에 들어가나 의문. 

상위 1% 사람만이 실행한다는 것도 좀 이상함. 부자의 특징, 착하다. 뭐 이런 느낌이었다고. 

약간 그런 기분으로 읽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뽑아내는 독서로. 


"나는 치과 치료를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단순한 치과 치료만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의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저자는 치과의사다. 치과를 운영하다가 어느 날 마음치료에 눈 뜨고, 마음치료와 세미나를 하고, 책을 냈다. 


습관디자인 09 TIME MANAGEMENT

잘 풀리는 1%의 사람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강하게 의식한다.

안 풀리는 99%의 사람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착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인생의 수준이 결정된다. 그래서 나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시간이다. 가장 소중히 해야 할 것은 시간이다.' 라는 생각을 중요시하며 살고 있다. 


이 부분 읽으면서, 시간 거지에서 시간 벼락부자가 되어 시간을 흥청망청 쓰고 있는 나는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정말 없었던 거고,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데, 없어서 힘들었던 '시간' , '시간'이 많아졌는데, 시간을 잘 쓰지를 못해. 시간도 써 본 사람이 쓴다고. 이제, 나는 잘 써본 사람이 될거지만. 남이 시키는 일, 사실은 내가 남에게 나에게 시키라고 한 일. 을 하며 시간을 쓰면 잘 간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시간을 쓰라고 시간을 주면, 그에 관련된 생각과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다. 시간 소중한거야. 잘 쓰라고. 


"시간은 엄밀하게 자기만의 것인데, 다른 사람의 시간과 나의 시간 사이에는 확실한 경계가 없다. 더구나 간단히 서로의 시간을 침범할 수 있다. 이것도 시간의 특징이다. (..) 요즘은 확실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혼자가 될 수 없는 시대다. 인터넷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고 쓸쓸하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극히 위험한 징조다. 이렇게 항상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 어떻게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점차 자기 자신과 마주하지 못하게 되어 정신적인 자립이 위태로워진다. 일부러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자기 자신과 확실히 마주해야 사소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지킬 수 있다." 


이 부분도 메모. 독서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읽고, 쓰는 시간을 많이 만들자. 


분노에 대한 팁도 좋았다. 

저자가 발견한 분노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어느 쪽이 이득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즉 화를 내는 경우와 분노를 억제하는 경우 중 어느 쪽이 이득인지 자문해본다." 


사실, 이건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은 벌어졌고, 돌이킬 수 있다면, 돌이키는데, 돌이킬 수 없다면, 계속 화나 있으면 나만 손해. ㅇㅇ가 너를 놀려서 기분이 나빴어? 무시해. 그래도 계속 화나요. 그럼 너만 손해지. 놀림 당한거도 기분 나쁜데, 계속 화도 나 있으면, 너 손해잖아. 무시하거나, 복수하거나, 항의하거나, 일러. 어떻게할지 결정하고, 이제 화는 그만 내자.


그리고 또 이 책에서 건진거. 이 책 뭐여. 습관책이여 뭐여.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꽤 많이 나를 돌아볼 수 있었으니 좋은 독서였다. 


습관디자인 37 SELF INVESTMENT

잘 풀리는 1%의 사람은 한정된 기간에 압도적으로 노력한다. 

안 풀리는 99%의 사람은 어중간한 노력을 질질 끌면서 지속한다. 


인생에는 압도적으로 노력하는 시기도 필요하다. 압도적이란 질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아무도 트집을 잡을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단언할 정도로, 전부 불태웠다고 할 만큼 열심히 하는 것이다. 


단, 이런 노력은 길게 지속하지 못하고, 기간한정으로. 저자는 대학원 시절, 보통 6년 걸리는 걸 4년만에 하느라 열몇시간씩 공부했던 걸 예로 들고 있다. 나도 꽤, 압도적까지는 아니라도 꽤 노력했던 적이 있는데, 그래서 덧붙이고 싶다. 

'자신을 위한' 압도적 노력의 기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위한거여야 한다! 

압도적 노력으로 뭔가를 성취했을 때, 그 성취감도 압도적이고, 자신에 대한 절대적 신뢰감도 생기고, 그렇게 살면서 든든한 무기 하나 가지고 가는거지. 


압도적으로 노력해서 책을 읽는거..는 말 안되지? 압도적으로 노력해서 글을 쓰겠다. 압도적으로 영어공부를 해서 ... 

압도적으로 노력해서 달리기.. 압도적으로 노력할 것을 찾는 것부터가 시작이겠군. 


마지막으로 잘 풀리는 1%의 사람은 행복감이 높고, 행복을 인식하는 능력이 강하다고 한다. 

이건 나야 나. 


예전에 베프의 베프와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ㅇㅇ이는 행복점이 참 많아서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좋은 얘기였어서 평생 간직하는 그런 얘기 몇 가지 있잖아. 다들. 이 이야기도 그 중 하나였다. 


좋은 이야기는 동전의 한 면처럼, 그 뒷면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뒷면도 꾸준히 의식하는 한 뒤집힌거보다는 지금 보이는 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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