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엔리꼬 2005-10-25  

하이드님
떠난다는 글에 왜 댓글이 달리지 않았는지 의아했는데, 댓글 쓰기를 막아놓으셨네요.. 님은 저희가 그 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싫으신 모양인데, 진짜 그럴까요? 님이 저희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하다고 하셨는데, 이런 방명록마저 쓰지 않는다면 님이 더더욱 실망하시겠죠? 그렇게 생각하시죠? 떠나신다는 그 마음 속에 저희가 끈끈한 정(압니다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성적이라는 것)으로 잡길 원하시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으세요? 저는 미스 하이드님을 잘 모릅니다. 님도 그러실테지요. 그냥 서재에서 서로 댓글 남기는 정도.. 서로의 생각의 일부를 맛보고 있다는 정도. 오프에서 새벽까지 술한잔 하는 곳에 한번 같이 있었다는 정도. 그 정도로 서로를 알고 있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죠. 그리고 솔직히 미스 하이드님과 저는 맞지 않는 면이 많이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미스하이드님 특유의 쿨함이 구닥다리 세대인 제가 보기에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생활공간에서 만났더라면 티격태격 싸웠을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저는 미스하이드님을 좋아합니다. 책에 대한 열정도 좋았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당당함이 부러웠고, 자신감있게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좋아보였습니다. 숨어서 서재를 훑어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함께 롯데도 응원했지 않습니까? ^^ 그런데, 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이 많다는 이 공간을 이렇게 쉽게 떠나는 것도 쿨함인가요? 쿨하다는 것이 이렇게 매정한 것인가요? 그렇다면 저는 쿨함이란 단어를 싫어할테야요.. 혈연, 지연, 학연으로 뭉쳐진 사회적 관계에 비해 이러한 온라인 만남이 얼마나 손쉽게 끊어질 수 있는지 잘 압니다. 그런 경험을 너무 많이 해봐서 저도 일정부분 선을 긋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사람 맘이란 것이 그렇나요? 알라딘 사람들이 너무 좋은걸 어떡합니까? 의기투합해서 넷이 술도 마시면서 우리의 질투와 시기를 한 몸에 받으신 분들이 지금 와서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시다니. 압니다. 미스하이드님께서 많이 실망하신 것. 그렇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답답함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희가 침묵했기 때문에 미스 하이드님이 더 실망했단 말씀에 우리 맘은 어떻겠습니까? 외부의 침입도 아니고 알라딘 운영진과의 갈등 문제도 아니고, 저희 서재인 내부의 다툼에서 (앞뒤 맥락도 아주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저희가) 어느 한 분의 편을 든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아니겠어요? 대다수가 침묵한 것은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두 분이서 이성적으로 잘 푸시길 바라기 때문이었죠. 문제는 당사자끼리 푸는 것이 가장 잘 푸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침묵에도 서운하셨다고 하시니, 그리고 그 침묵이 오로지 하이드님이 잘못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보셨다니 저희도 죄송한만큼 섭섭합니다. 님이 이 서재를 떠나신다면 그 마음도 아프시겠지만, 남아 있는 저희의 가슴 속 상처는 어쩌시렵니까? 예전의 알라딘 분위기 같을까요? 우리 모두가 죄인이 된 기분일 겁니다. 사실 바쁜 일이 있는 어제 오늘, 매시간마다 알라딘 들락날락거린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오 이후 내일까진 전혀 알라딘에 들어올 수도 없고요. 도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어요.. 물론 님이 알라딘에 억지로 잔류한다고 해서 그 감정의 앙금이 풀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최소한 하이드님에게는 지금의 사태를 감정적으로만 해결하려 하여 쉽게 포기하는 따위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되고, 남아있는 저희에게 주는 상처를 그나마 최소화시키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님을 위해서나 저희를 위해서나 남는 장사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전혀 이성적이지도 않고 앞뒤 맥락도 전혀 모르는 철부지의 감정으로 뒤덮힌 말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하이드님이 저희의 말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감정이 나빠졌다고 해서 하이드님을 애타게 부르는 우리들의 마지막 호소마저 저버리지는 마십시오.
 
 
 


moonnight 2005-10-25  

하이드님 죄송해요. ㅜㅜ
저 역시 소심한 성격탓에 나서서 발언하지 못하고 어서 빨리 이 안타까운 일들이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참 많이 비겁했단 생각이 듭니다. 하이드님이 얼마나 서운하셨을까요. 정말,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운 맘 밖에는.. 제대로 붙잡아보지도 못하고 님이 떠나시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방명록에 들어오긴 했는데 또 이렇게 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네요. 우리 하이드님. 님이 계셨기에 알라딘이 얼마나 더 즐거운 곳이었는지, 어제부터 계속 되새기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하이드님을 꼭 안고 안 놓고 싶어요. 얼마나 상처받고 맘상하셨는지 짐작하니까요. 작은 오해가 너무 큰 일이 된 거 같아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하이드님. 잠깐만, 잠시만 떠나시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너무 오래 떠나지는 마셨으면 좋겠어요.
 
 
 


비로그인 2005-10-25  

하이드님
댓글달기가 안되는 페이퍼였군요. 읽고 또 읽으며 님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쓰고 할 말을 생각하다 용기를 냈건만, 댓글이 막혀있는 걸 알고 잠시 쓴웃음을 짓고 맙니다. 상황이 꼭 이와같은게 아닌가 해서. 서재에 떠 있는 글들(댓글 포함해서)외에도 사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오고갔는지는, 그리고 두분 사이에 혹 어떤 감정적 앙금같은 게 그간 있었는지는,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마디 보태는 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다 싶은 일에 대해선 할 말 하고, 인격적으로까지 모욕을 느낄만한 일은 참지 않는 것, 그건 누가 뭐래도 양보할 수 없는 일이지요. 논리가 논리로 반박되지 못하고 감정이 개입되면 정말 사는 게 치사해집니다. 너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는 정도로는 봉합이 안되는 상처가 생기겠지요. 지금이 꼭 그런 상황인듯싶습니다. 어이없고 실망스럽고 모욕을 느끼는 감정상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처에 대해선, 봉합도 치료도 필요없다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안보면 그만, 떠나면 그만이고, 이젠 됐다고 닫으면 그만입니다. 알라딘과 서재사람들이 하이드님께 빚지고 있던 많은 부분을 잃게 되는 건 아쉽기 그지없지만, 님이 그렇게 떠나시는 걸 저로선 말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생각을 안할 수가 없네요. 이번 사태 외에도 알라딘에선 몇번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대개 격한 감정싸움과 함께였고요. 알라딘도 사람 사는 동네인 다음에야, 그리고 오해의 여지를 언제나 안고 있는 '글'이 오가는 동네인 다음에야, 다툼이 없을 순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비공식적'이어야 할까. 다들 예의바르고 청정한 댓글다는 걸로 반듯한 서재생활을 한다면 그게 또한 사람사는 맛이라 할 수 있을까,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다른 이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끼게 하는 댓글이나 페이퍼가 잘하는 일이라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란 건 누구나에게 있게 마련이니까요. 하이드님 경우엔 저처럼 두루뭉수리한 사람보단 훨씬더 또렷한 경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선가요, 그만큼 감정적인 싸움에 더 취약한 듯합니다. 얼핏 보면 술 한잔 마시고 쿨하게 풀어버릴 듯도 한 하이드님이건만. 비온뒤 땅이 굳는다느니, 싸우면서 친해진다느니,하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수 없는 사이가 있고, 또 애써서 그럴 필요가 없는 상대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사태, 그리고 그간의 몇몇 논쟁들을 지켜보며 마음 졸이던 대다수의 서재인들에 대해선 생각지 않으십니까. 그분들이 서재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이나 애정에 대해선 생각지 않으시나요. 얼렁뚱땅 봉합하고 예전처럼 지내는 듯해도, 제 눈엔 그동안의 일들로 인한 상처자욱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설령 하이드님이 떠나지 않고 남으신다 해도 그 자욱 역시 함께 남겠지요. 이러면서 알라딘 공동체가 견고해진다는 둥 하는 도덕교과서같은 말은 믿고 싶지 않을만큼이요. 사람살이란게, 생각 다르고 성향 다른 사람들이 모인다는게, 항상 이렇게 쓰라린 것이어야 할까요. 이런 생각은, 그동안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가 받은 상처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알라딘이 도대체 어떤 곳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하는군요. 모르긴 해도, 서재마을 사람들 역시 이런 생각들을 하고 계실 것같습니다. 해결방법도, 위로도, 붙잡는 말도 아닌 글을 일없이 길게 썼습니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질타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쓸데없는 포장 같지만, 이런 아쉬움은 그간 제가 하이드님께 느껴온 애정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그건 마태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즐찾 수가 아닌,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아온 애정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님들이 알라딘에 베풀어놓은 것들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남겨놓고 가려는 상처와 공허의 깊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저 한편의 쓰라린 경험이라 생각하기엔, 님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그래도 이런 결정이 하이드님 인생에 약이 된다면 말릴 순 없습니다. 알라딘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은 그래도 하이드님 곁에 남겠지요. 그러길 바랍니다
 
 
 


ceylontea 2005-10-25  

하이드님..
침묵에 대해 실망시켰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가을산님과 같은 입장이었어요.. 저로서는 이번 일뿐 아니라 대부분의 일에 침묵하는 편입니다. 가을산님 글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이 글을 썼다가 지우고 저 글을 썼다가 지우는 사이에.. 치카님, 네무꼬님.. 글을 올려주셨네요.. 거의 비슷한 입장들이었던 것 같아요.. 두분이 친하시니.. 잘 해결하시리라 생각했고, 오히려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어요.. 나선다고 제가 해결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구요. 그렇다고 맘 편하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저도 요즘 거의 일이 바빠지고. 집에서도 지현이가 늦게 자니 알라딘에 잘 들락거리지 않는데... 어제 오늘 일도 못하고... ㅠㅠ 오늘도 후다닥 급한 일 처리하고 알라딘 들어와서 님의 서재부터 왔어요... 오기전에 일단 미스하이드로 바뀌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페이퍼를 보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침묵이 님을 서운하게 하고 더 힘들게 했다는 말에... 어제 페이퍼가 다 사라진 서재를 봤을 때 바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단편들을 좀 더 정리하고, 몇 글자 적고 갈 것을 하고 후회했습니다. 저야 물론 다른 분들처럼.. 하이드님이 이리 떠나시지 않았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하이드님도 만나고 해야하는데 말입니다.. ㅠㅠ 때론 상처 받고, 때론 상처도 주고... 그래도...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에... 하이드님의 1년 2개월이 즐겁지 않았나 싶어요.. 하이드님... 하이드님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마을임을 생각해 주세요.
 
 
 


야클 2005-10-25  

어, 이게 무슨 말씀인가요?
전 그냥 다들 친한분들이고 어느 한쪽 이야기만 찬성하기엔 다들 조금씩 일리있는 말씀들이어서 조용히 있었는데.... 사태가 너무 이상하게 흘러가네요. 하이드님의 재미있는 리뷰와 페이퍼를 앞으로는 읽을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재치 넘치던 알라딘 현대생활백서도... 통통 튀던 이벤트들도... 그건 너무 한데.... 그러지 마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