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2005-10-25
하이드님 댓글달기가 안되는 페이퍼였군요. 읽고 또 읽으며 님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쓰고 할 말을 생각하다 용기를 냈건만, 댓글이 막혀있는 걸 알고 잠시 쓴웃음을 짓고 맙니다. 상황이 꼭 이와같은게 아닌가 해서.
서재에 떠 있는 글들(댓글 포함해서)외에도 사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오고갔는지는, 그리고 두분 사이에 혹 어떤 감정적 앙금같은 게 그간 있었는지는,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마디 보태는 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다 싶은 일에 대해선 할 말 하고, 인격적으로까지 모욕을 느낄만한 일은 참지 않는 것, 그건 누가 뭐래도 양보할 수 없는 일이지요. 논리가 논리로 반박되지 못하고 감정이 개입되면 정말 사는 게 치사해집니다. 너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는 정도로는 봉합이 안되는 상처가 생기겠지요. 지금이 꼭 그런 상황인듯싶습니다. 어이없고 실망스럽고 모욕을 느끼는 감정상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처에 대해선, 봉합도 치료도 필요없다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안보면 그만, 떠나면 그만이고, 이젠 됐다고 닫으면 그만입니다. 알라딘과 서재사람들이 하이드님께 빚지고 있던 많은 부분을 잃게 되는 건 아쉽기 그지없지만, 님이 그렇게 떠나시는 걸 저로선 말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생각을 안할 수가 없네요. 이번 사태 외에도 알라딘에선 몇번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대개 격한 감정싸움과 함께였고요. 알라딘도 사람 사는 동네인 다음에야, 그리고 오해의 여지를 언제나 안고 있는 '글'이 오가는 동네인 다음에야, 다툼이 없을 순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비공식적'이어야 할까. 다들 예의바르고 청정한 댓글다는 걸로 반듯한 서재생활을 한다면 그게 또한 사람사는 맛이라 할 수 있을까,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다른 이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끼게 하는 댓글이나 페이퍼가 잘하는 일이라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란 건 누구나에게 있게 마련이니까요. 하이드님 경우엔 저처럼 두루뭉수리한 사람보단 훨씬더 또렷한 경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선가요, 그만큼 감정적인 싸움에 더 취약한 듯합니다. 얼핏 보면 술 한잔 마시고 쿨하게 풀어버릴 듯도 한 하이드님이건만. 비온뒤 땅이 굳는다느니, 싸우면서 친해진다느니,하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수 없는 사이가 있고, 또 애써서 그럴 필요가 없는 상대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사태, 그리고 그간의 몇몇 논쟁들을 지켜보며 마음 졸이던 대다수의 서재인들에 대해선 생각지 않으십니까. 그분들이 서재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이나 애정에 대해선 생각지 않으시나요.
얼렁뚱땅 봉합하고 예전처럼 지내는 듯해도, 제 눈엔 그동안의 일들로 인한 상처자욱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설령 하이드님이 떠나지 않고 남으신다 해도 그 자욱 역시 함께 남겠지요. 이러면서 알라딘 공동체가 견고해진다는 둥 하는 도덕교과서같은 말은 믿고 싶지 않을만큼이요. 사람살이란게, 생각 다르고 성향 다른 사람들이 모인다는게, 항상 이렇게 쓰라린 것이어야 할까요. 이런 생각은, 그동안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가 받은 상처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알라딘이 도대체 어떤 곳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하는군요. 모르긴 해도, 서재마을 사람들 역시 이런 생각들을 하고 계실 것같습니다.
해결방법도, 위로도, 붙잡는 말도 아닌 글을 일없이 길게 썼습니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질타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쓸데없는 포장 같지만, 이런 아쉬움은 그간 제가 하이드님께 느껴온 애정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그건 마태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즐찾 수가 아닌,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아온 애정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님들이 알라딘에 베풀어놓은 것들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남겨놓고 가려는 상처와 공허의 깊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저 한편의 쓰라린 경험이라 생각하기엔, 님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그래도 이런 결정이 하이드님 인생에 약이 된다면 말릴 순 없습니다. 알라딘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은 그래도 하이드님 곁에 남겠지요. 그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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